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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99화

도범과 오수경은 나란히 걸으며 매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도범의 뒤를 따르는 그 작은 수행원은 어디선가 접이식 부채를 구해왔는지, 날씨도 덥지 않은데 걸으면서 부채질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거만한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제는 조준성뿐만 아니라 그의 옆에 있던 진재형도 말문이 막힌 채, 마치 X 씹은 표정으로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한편, 오수경은 그들의 눈이 휘둥그레진 모습을 보고는 웃음을 참으려다 그만 폭소를 터트릴 뻔했다.

이윽고 오수경이 목소리를 낮춰 도범의 귀에 대고 말했다.

“역시 우리 예상대로예요. 저 두 사람의 표정을 보세요, 마치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처럼 보이잖아요. 정말 웃겨 죽겠어요.”

그러자 도범은 가볍게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역시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표정 관리하세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해야 해요.”

오수경은 고개를 여러 번 힘차게 끄덕였다. 이 일이 있기 전에 두 사람은 오랫동안 상의했었고, 그들이 감히 첫 번째 일을 처리했다면 당연히 두 번째 일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편, 진재형의 얼굴은 자줏빛으로 변했고, 마치 겁에 질린 듯이 보였다. 진재형은 한 걸음씩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도범을 바라보며,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도범이 죽지 않았다는 사실에 진재형은 충격을 받았다.

‘왜 도범이 죽지 않았지? 그럼 이조현은 대체 뭐 하고 있었던 거야? 혹시 정말 우리가 생각한 대로, 결정적인 순간에 이조현이 마음을 바꾼 걸까? 도범을 공격하지 않았단 말인가? 하지만 이조현은 전에 도범보다 훨씬 재능 있는 사람을 해친 적도 있어. 그런데 왜 이번엔 도범을 죽이지 않았을까?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이런 생각들이 거대한 파도처럼 진재형의 머릿속을 휘몰아쳤다. 평소에 아무리 마음을 잘 다스리는 그였지만, 이번만큼은 차분해질 수 없었다. 진재형은 지금 당장 이조현을 끌어내서 전장 앞에서 왜 배신했는지 따져 묻고 싶었다.

이번 일을 위해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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