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음을 추스르고 형수의 전화를 받았다.그랬더니 형수는 아니나 다를까 나에게 물었다.“수호 씨, 어디 있어요? 왜 이렇게 늦었는데 아직도 안 돌아와요?”나는 아까 준비했던 대로 형수한테 말했다.그랬더니 형수는 나를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그럼 얼른 와요. 이제 곧 3시예요.”“네.”내가 전화를 끊자 애교 누나가 다시 나에게 달라붙었다.“수호 씨 가는 거 정말 싫네요.”나는 애교 누나가 이토록 사람에게 잘 달라붙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하지만 이런 변화에 나는 기분이 좋았다.어찌 됐든 사랑하는 사람이 나한테 달라붙는다는 건 나를 그만큼 신경 쓴다는 거니까.나는 애교 누나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내일 저녁 일찍 올게요.”“그래요.”애교 누나는 아쉬운 듯 나를 문 앞까지 마중했다.이윽고 나는 옷을 정리하고 나서야 형수 집 문을 두드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형수가 나와 문을 열어주자 나는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다.“얼른 쉬어요. 지금 몇 시인지 알아요?”“네, 형수.”나는 대답하기 바쁘게 다급히 내 방으로 돌아갔다.베개에 누우니 머리가 무거워 났다.하지만 기쁜 일이 너무 많았다.특히 그 낯선 여자와 관계를 가진 걸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하지만 너무 피곤한 나머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잠들어 버렸다.그 잠은 이튿날 10시까지 이어졌다. 내가 깨어났을 때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형수가 남긴 메모를 보니 장 보러 간다고, 음식은 다 덥혔으니 챙겨 먹으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나는 먼저 밥을 먹는 대신 핸드폰부터 확인했다.그랬더니 역시나 애교 누나가 보낸 메시지 몇 개가 와 있었다.대부분 보고 싶다거나 지금 뭐 하는지 묻는 문자들이었다.나는 이내 답장을 보냈다.[저도 보고 싶어요. 형수가 장 보러 가서 밥 먹고 찾으러 갈게요.][오지 마요. 내가 갈게요.][그래요.]나는 잔뜩 신이 나서 문을 열고 애교 누나가 오기를 기다렸다.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애교 누나가 도착했다.애교 누나는 붉은
형수는 마침 그때 들어왔다.그러더니 다리를 훤히 드러낸 채 소파에 앉아 바지를 저 멀리 던져버린 나를 보더니 다급히 문을 닫았다.“수호 씨, 아침부터 뭐 하는 거예요?”나는 너무 당황해 심장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형수, 저, 그게...”“해결하려면 방에서 하거나 화장실에서 하면 되지 왜 거실에 앉아 있어요? 만약 내가 친구라도 데려와 이 모습을 봤으면 얼마나 난처했겠어요?”나는 형수가 오히려 내가 방금 자위했다고 오해한 걸 다행으로 여겨 다급히 대답했다.“한참 뒤에 올 줄 알고 그랬어요.”“쿠션 비켜요. 어디 봐 봐요.”형수가 갑자기 말을 돌리자 나는 너무 놀라 순간 멍해졌다.“네?”지금 이 상황이 나에게는 너무 난감했다.하지만 형수는 오히려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네는 뭐 네예요? 내가 못 본 것도 아니고. 그냥 한 번만 보려고 그래요.”‘이게 뭐 볼 게 있다고.’나는 속으로 의아했지만 형수의 말을 거절할 수 없어 천천히 베개를 치웠다. 그랬더니 높게 솟은 그곳이 형수 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형수는 그곳을 보며 참지 못하고 침을 꼴깍 삼켰다.“어쩜 이렇게 크지?”형수, 저 이제 바지 입어도 돼요?”나는 너무 난감해 얼굴을 붉혔다.형수는 손을 휘휘 저으며 대답했다.“그래요.”그러고는 아예 내 곁에 털썩 앉았다.갑작스러운 상황에 나는 몸이 뻣뻣하게 굳어 바지조차 제대로 입지 못했다.그때 형수가 갑자기 내 팬티를 잡으며 말했다.“이 팬티, 수호 씨 거 아닌 것 같은데?”“네?”‘너무 대단한 거 아닌가? 이것도 발견한다고?’나는 다급히 말했다.“이거 제 거 맞아요. 어제저녁에 산 거예요.”“아, 어쩐지. 이런 거 빨아준 적 없다 했어요. 수호 씨, 왕정민이 어제 수호 씨 형한테 전화해서 진도 좀 앞당기라고 했대요. 애교 마음 빨리 휘어잡아요.”“왕정민은 왜 갑자기 그렇게 서두른대요?”“누가 알아요? 아마 그 내연녀가 또 닦달했나 보죠. 왕정민이 오늘 수호 씨와 단둘이 식사하고 싶대요. 이건 절대 애교
“그래요. 누나 집 가요.”우리는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애교 누나의 집으로 향했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애교 누나는 다급히 내 벨트를 풀었다.하지만 하필이면 내 벨트가 그대로 걸려버리는 바람에 아무리 애를 써도 도저히 풀리지 않았다.그러자 한참 동안 내 벨트를 풀던 애교 누나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다.“누나 왜 갑자기 울어요?”애교 누나는 흐느끼며 대답했다.“우리가 몇 번이나 하려고 했는데, 매번 할 때마다 방해받잖아요. 하느님도 우리 이런 일 못하게 막는 거 아니에요?”“하느님은 무슨. 전 그런 거 안 믿어요. 가서 가위 좀 가져다 줘요. 이딴 벨트 잘라버리면 그만이니까.”그 말에 애교 누나는 피식 웃었다.“그래요.”곧이어 애교 누나는 가위 하나를 가져왔고, 나는 아예 벨트를 잘라버렸다.“봐요. 이러면 됐잖아요.”애교 누나는 내 바지를 벌려 안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다음 순간, 나는 날아갈 것만 같았다.이윽고 애교 누나는 내 바지를 벗기더니 놀란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나 이제야 겨우 마음의 부담 없이 이 짓을 할 수 있게 됐네요. 수호 씨, 정말 우리 남편에 비하면 놀랍네요. 우리 남편은 이거 절반도 안 되고 생긴 것도 못생겼는데.”나는 피식 웃으며 비꼬았다.“애교 누나, 왕정민이 밖에서 만나는 애인은 대체 왕정민 어디가 마음에 들었을까요?”그러자 애교 누나도 피식 웃었다.“누가 알겠어요? 가정 형편이 안 좋은 집 여자겠죠. 그런 여자는 보통 남자 돈 보고 만나잖아요.”“그런데 정말 그렇다면 누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할 텐데 왕정민은 그러는 이유가 뭐래요?”“스릴을 원해서겠죠. 남자는 아무리 예쁜 여자라도 오래 보면 질리거든요. 나는 왕정민이랑 결혼한 지 7년도 넘었으니 진작 질렸을 테고.”“정말 인간도 아니에요.”나는 화가 나서 욕지거리를 퍼부었다.그랬더니 애교 누나가 내 목을 끌어안으며 말했다.“됐어요. 왕정민 얘기는 그만하고 우리가 할 일이나 해요. 수호 씨, 나도 내가 여자라는 걸 느껴보고 싶어요. 그래
애교 누나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네 머리를 끌어안고 세게 입을 맞췄다.“수호 씨, 이번 생에 수호 씨를 만난 게 너무 다행이에요. 죽어도 여한이 없어요.”애교 누나는 감동했는지 눈시울을 붉혔다.나는 그런 누나에게 입을 맞추고는 옷을 입었다.“저도 마찬가지예요.”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옷을 다 입은 나는 애교 누나를 바라봤다.“기다려요. 바로 돌아올게요.”애교 누나는 매력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었고, 얼굴은 아름다운 공주 같았다.“여보, 기다릴게요.”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쏜살같이 아래층으로 내려가 부근에 있는 편의점에서 콘돔 한 박스를 구매했다.그러고는 또다시 전속력으로 돌아와 열쇠로 문을 열었다. 집에 들어와 보니 애교 누나는 이미 거실에 앉아 있었다.누나를 본 순간 나는 곧장 달려가 애교 누나를 품에 안고 입을 맞췄다.“사 왔어요. 이제 시작해도 돼요.”그때, 애교 누나가 몸부림치며 나를 밀어냈다. 그걸 본 나는 당연히 애교 누나가 번복하는 거라 생각했다.하지만 어쩌다 찾아온 기회인데 애교 누나가 번복하게 할 수 없었다.나는 애교 누나를 꼭 끌어안고 누나의 입을 막았다. 그랬더니 애교 누나는 ‘읍읍’ 소리 내며 뭐라 말하는 듯하더니 결국 나를 밀어내고는 낮게 속삭였다.“화장실에 사람 있어요.”그 말에 놀란 나는 얼른 화장실 쪽을 확인했다. 아니나 다를까 안쪽에서 누군가가 움직였다.흐릿한 실루엣을 보니 샤워하고 있는 듯했는데, 단번에 여자라는 걸 알 수 있었다.“혹시 제 형수님이에요?”나는 애써 놀란 가슴을 달랬다.‘정말 형수면 내 목소리 알아챈 건 아니겠지?’그때 애교 누나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에요, 내 다른 친구예요.”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하지만 그와 동시에 잔뜩 솟았던 흥이 이내 가라앉았다.애교 누나가 어렵게 나에게 허락했는데 결국 또 친구 때문에 이런 상황이 되다니.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중얼거렸다.“친구가 왜 하필 지금 온 대요? 여긴 왜 왔대요?”“남편이랑
남주 누나는 화가 난 듯 옷을 받아 들었다.“너 평소 집에 혼자 있잖아. 웬 남자가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남주 누나가 안에서 옷을 입는 걸 보자 나는 난감하다는 듯 애교 누나 향해 어깨를 으쓱였다.나라고 일부러 본 것도 아니니까.나는 애교 누나에게 다가가 누나더러 내 신발 끈을 풀어달라고 애교를 부렸다.그러자 애교 누나는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혼자 해요. 친구가 보면 설명하기 어려우니까.”나는 애교 누나의 머리를 잡은 채 누나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안 해줄래요? 안 해주면 계속 입 맞출 거예요.”한편 애교는 수호의 입맞춤 때문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특히 친구가 화장실에서 언제든 나올 수 있다는 걸 생각하자 부끄럽고 긴장되었다.물론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긴장되고 두려운 마음이었다.하지만 왠지 이런 느낌이 너무 좋았다.“이젠 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애교 누나는 웃으며나를 째려보더니 몸을 쪼그리고 내 신발 끈을 묶어주었다.나는 현관 의자에 앉아 손으로 애교 누나의 엉덩이를 주물렀다.그 느낌은 너무 좋았다.내 손에 애교 누나는 낮은 신음을 내뱉더니 눈도 점점 흐릿해졌다.“그만해요. 못 참겠으니까.”나는 씩 웃으며 짓궂게 말했다.“못 참겠으면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봐요.”“어떻게 해요? 친구가 여기 있는데.”애교 누나는 말하면서 화장실 쪽을 흘긋거렸다. 친구가 언제든 나올까 봐 두려워하는 것 같기도 했다.“친구가 있는데 하면 더 스릴 있지 않아요? 아니면...”나는 말하면서 애교 누나를 일으켜 세웠다.그런데 애교 누나는 의외로 거절하지 않고 내 품에 폭 안겨 나에게 키스했다.나는 그 기회를 틈타 애교 누나를 마구 주물러댔다.하지만 누나의 친구가 나오기 전에 얼른 떨어졌다.그때 화장실에서 나온 남주 누나는 나를 힘껏 째려보더니 이내 애교 누나에게 걸어갔다.“애교야, 왜 그래? 얼굴이 왜 그렇게 빨개?”“아, 아무것도 아니야. 집이 덥나 봐.애교 누나는 찔리는 듯 대답하고는 나를 한번 째
‘아무리 커도 그쪽 가슴보다는 안 크거든요.’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남주 누나의 가슴은 한눈에 봐도 약 D컵 정도 돼 보였다.‘이렇게 큰 가슴은 처음 보는데 눈을 크게 뜨는 게 뭐가 이상하다고.’나는 속으로 불만을 토로했지만 소리를 내지는 못했다.“수호 씨, 얼른 사과해요.”“미안해요, 남주 누나. 아까는 고의가 아니었어요.”남주 누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 애교 누나가 웃으며 말했다.“남주야, 수호 씨 마사지 솜씨 엄청 좋은데 너도 시도해 볼래?”“싫어.”“해 봐. 너 자꾸만 어깨 아프다며? 수호 씨더러 마사지해달라고 하면 풀릴지도 모르잖아.”애교 누나는 남주 누나를 소파에 앉히고는 나더러 안마하라고 재촉했다.결국 나는 고분고분 그 옆으로 다가가 남주 누나의 어깨를 확인해 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결론을 얻었다.“평소에 오랜 시간 동안 앉아 있고, 운동도 안 하죠?”그 말에 남주 누나의 표정이 조금 바뀌었다.“어떻게 알았어요?”“견갑근이 튀어나온 걸 보면 오십견이 오려는 증상이에요.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테이블 앞에 앉아 있어 어깨가 한쪽이 높고 한쪽이 낮아요.”“의외로 주가 꽤 있네요?”남주 누나는 그제야 조금 다정한 눈빛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그럼 와서 나 좀 주물러 저요. 좀 개선할 수 있는지 봐 봐요.”나는 남주 누나더러 등져 앉으라고 하고는 어깨를 주무르기 시작했다.“아, 아파!”그런데 남주 누나가 아픈지 꽥꽥 소리 지르자 나는 힘을 조금 뺐다.“오십견이 좀 심한 것 같아요. 이런 건 자주 주물러 줘야지 안 그러면 목디스크가 생길 수 있어요.”“그 정도라고? 나 겁주는 거 아니죠?”“제가 왜 겁주겠어요?”나는 말하면서 남주 누나의 등을 따라 척주를 만졌다.“여기 혹시 자주 아프지 않나요?”내 말에 남주 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여기가 척추인데 지금은 그나마 가벼운 증상이라 괜찮지만 엄중하면 척추가 변형될 수도 있어요.”“헐, 그 정도로 심각하다고? 얼른 마사지해 줘요.”
하지만 나는 이 말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두 사람이 몰래 뒤에서 이렇게 하는 게 재밌었으니까.“남주 누나, 지금 장난하는 거죠? 장난이겠죠.”나는 일부러 모르는 척 연기했다.그때 남주 누나가 갑자기 나를 꼬집는 바람에 나는 하마터면 소리 지를 뻔했다.“맞아요. 장난이었어요.”남주 누나는 싱긋 눈웃음을 치며 갑자기 일어나더니 그 가늘고 예쁜 손으로 내 옷깃을 잡아당겼다.“나 지금 허리가 무척 아픈데, 침실로 가서 주물러 줄래요?”나는 순간 흥분되어 미칠 지경이었다.‘남주 누나가 이렇게 화끈한 스타일이었다니.’하지만 여전히 신중하게 행동했다.“어떻게 그래요? 이따가 애교 누나가 침실로 들어와 보면 어떡해요?”“누가 뭐 하자고 했나? 그냥 허리 좀 주물러달라고 한 건데, 무서워할 거 뭐 있어요?”“그... 그래요.”나는 남주 누나를 따라 객실로 향했다.그러자 남주 누나가 얼른 침대 위에 엎드려 누웠다.남주 누나의 몸매는 매우 좋았고 피부도 백옥 같았다.두 다리는 늘씬하고 가는 건 아니었지만 아주 예뻤고, 새하얀 발은 작고 귀여웠다.“자, 허리 주물러 봐요.”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남주 누나의 곁에 앉았다.애교 누나를 안기 전에 애교 누나의 친구를 만질 기회가 찾아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나는 손을 남주 누나의 허리에 살포시 얹었다.남주 누나의 허리는 가늘지 않지만 매우 나른해 마치 뼈가 없는 듯했다.그러다 내가 주무르자 남주 누나는 일부러 신음을 내는 바람에 내 마음은 간질거렸다.“남주 누나, 소리 내지 않으면 안 돼요?”“왜요? 소리 내는 것도 내 마음대로 못 해요?”“아니. 누나 소리가 너무 매혹적이라...”남주 누나는 내 그곳을 흘긋 보며 씩 입꼬리를 올렸다.“아하, 불편하구나. 도와줄까요?”그건 내가 간절히 바라던 바다.“그럼 올라와요.”“정말요?”“헛소리 그만하고 얼른.”남주 누나가 말하면서 나를 잡아끄는 바람에 나는 그대로 남주 누나 위로 엎드렸다.“정말 도와줄 거예요?”“그럼요.”
“남주 누나, 쉿!”나는 다급히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남주 누나를 막았다.그도 그럴 게, 이렇게 높은 소리를 내면 아무리 음악을 틀어도 소리를 가릴 수 없으니까.“나라고 뭐 이러고 싶어서 이러나? 참지 못하겠는데 어떡해요? 수호 씨, 얼른요. 나 참지 못하겠어요.”나는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감히 용기내지 못했다.이토록 난감한 상황에 직면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나는 얼른 베개 위에 펴져 있던 베갯잇을 들어 남주 누나 입에 넣었다.이렇게 하면 소리를 줄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그러고는 이내 남주 누나를 공략했다.남주 누나는 아주 민감했는데, 손이 닿을 때마다 몸을 뱀처럼 움직였다.게다가 아무리 베갯잇으로 입을 막았다 해도 자꾸만 매혹적인 목소리를 냈다.나는 한편으로 들킬까 봐 무서우면서 짜릿하기도 해 남주 누나를 얼른 공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남주야, 수호 씨랑 뭐 하는 거야?”“남주 누나, 어떡해요. 애교 누나가 발견했어요.”나는 다급히 침대에서 내려왔지만 남주 누나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마지못해 내가 직접 남주 누나의 옷을 정리해 주고 있을 때, 애교 누나가 점점 더 세게 문을 두드렸다.나는 결국 하는 수 없이 문을 열었다.“수호 씨, 남주 왜 저래요?”애교 누나는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 있는 남주 누나를 보더니 물었다.나는 너무 찔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 그때, 남주 누나가 입을 열었다.“애교야, 수호 씨 정말 끝내주는데? 내 허리 주물러줬는데 너무 시원해서 갈뻔했어.”“넌 부끄러움도 없어? 어떻게 다른 사람 앞에서 그런 말을 해?”애교 누나는 얼른 달려와 남주 누나의 옷을 정리했다.“수호 씨는 아직 어리니까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남주 누나는 씩 웃었다.“아직 어리니까 짜릿한 거지.”“쉿. 계속 말할래?”애교 누나는 고개를 돌려 나를 보고 나가라는 눈빛을 보냈다.나는 결국 아쉬워하며 나갈 수밖에 없었다.‘남주 누나 정
내가 노랑머리한테 준 것도 적은 돈이 아니었다. 족히 10만 원 가까이는 됐으니까. 백수들한테는 이것도 큰돈이나 다름없다.노랑머리 역시 같은 생각이었는지 결국 입을 다물었다.아직 대답을 못한 사람들은 얼른 다른 질문을 하라고 나를 재촉했다.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두 번째 질문을 했다.“그럼 혹시 이연화 혹은 조금희가 요즘 낯선 사람과 만난 걸 본 사람이 있어요?”그 물음에 모든 사람은 고개를 저었다. 그 순간 나는 실망했다.“세 번째 질문, 혹시 누가 나 대신 이연화를 감시할래요?”모든 사람이 동시에 손을 들었다.나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좋아요. 그럼 다 같이 해요.”“그럼 돈은 어떻게 계산하는 거예요?”노랑머리가 물었다.나는 가방에서 또 돈 두 뭉치를 꺼냈다.“세 명이 감시해요. 한 사람당 200씩 줄게요.”세 사람의 눈은 커다래지더니 급기야 반짝반짝 빛이 났다.나는 세 사람에게 귀띔했다.“이 돈은 수고비예요. 누가 만약 유용한 단서를 제공하면 이 외에도 큰 보상을 받게 될 거예요.”‘역시 돈이 있으니 뭐든 쉽게 되네.’이 사람들이 나를 위해 성실하게 일하게 하려면 이 사람들 마음을 매수하는 게 우선이다.몇백만 원은 지금의 나한테 큰돈이 아니다. 무엇보다 사장님과 사모님을 도울 수 있다면 나는 뭐든 할 수 있다.모든 일을 마친 뒤 나는 다시 호텔로 돌아갔다.윤지은의 말을 들어보니 사모님은 이미 잠든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는 사모님 정서가 여전히 불안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기분이 다운된 사람은 쉽게 졸리고 무기력해지고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나는 방금 전 일을 윤지은에게 말했다.“이번 일 조사하기 엄청 어려울 거예요. 언제 진실이 밝혀질지도 모르겠고. 장기전을 할 준비는 됐어요?나는 윤지은을 보며 말했다.그러자 윤지은이 나를 째려봤다.“그걸 말이라고 해? 유미는 내 베스트 프렌드야. 유미한테 이런 일이 생겼는데 내가 같이 있어 주지 않으면 누가 같이 있어 줘? 그러는 너야말로, 갑자기 왜 그런 말을 하는데? 설마
나와 윤지은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우리는 사모님 마음이 편치 않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사모님, 비록 어렵지만 아무 희망도 없는 건 아니에요. 우리가 끝까지 견지하면 분명 수확이 있을 거예요. 게다가 사장님이 하늘에서 우리를 지켜줄 거예요.”사장님을 언급하자 사모님의 정서는 드디어 조금 안정되었다. 사모님은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호섭 씨, 정말 우리를 지켜줄 거야?”“당연하지.”윤지은도 사모님을 위로했다.그때 내가 분석했다.“제가 볼 때 이연화가 거짓말하는 것 같아요. 그 여자가 한 말 진짜 아니에요.”“너도 그래?”보아하니 윤지은도 똑같은 느낌을 받은 모양이었다.“넌 어떻게 보아냈는데?”“느낌이 그래요. 이연화가 그렇게 드센데 남편 일을 물어보지 않았다는 게 말이 안 돼요. 게다가 조금희 카드에 입금된 2억이 이연화랑도 연관된 것 같아요.”이건 내 직감이다.나는 왠지 이연화 같은 신분과 배경에 성깔 있는 여자라면 통제욕이 엄청날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여자가 자신을 배신했던 남자를 나 몰라라 방치할 수 있을 리가 있을까?그건 그 여자 성격에 부합되지 않는다. 윤지은의 관점 역시 나와 어느 정도 비슷했다. 윤지은은 내 말에 일리가 있다며 맞장구치면서 보충했다.“그리고 또 이연화가 2억을 얘기할 때 자꾸 눈빛을 피했어. 그건 거짓말한다는 표현이야.”“문제는 그 여자가 진실을 말하지 않으려 한다는 거예요.”이건 가장 골치 아픈 부분이다.그때 윤지은이 말했다.“그건 간단해. 내가 사람을 시켜 그 여자를 감시하라고 할 거야. 그러면 분명 허점을 보일 거야.”이런 건 역시 돈이 많아야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다.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진짜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 있다.나는 얼른 맞장구쳤다.“만약 그곳 주민을 감시자로 붙여두면 더 좋을 거예요. 그 사람들이 이연화 행적을 더 잘 알고 있을 테니까요.”윤지은은 팔짱을 끼고 나를 바라봤다.“그건
사모님의 기세에 눌린 이연화는 오만하고 안하무인이던 태도가 싹 사라지고 다급히 대답했다.“말할게, 말한다고. 이거 먼저 놔.”사모님은 그제야 이연화 머리채를 놔주었다.이연화는 머리를 마구 문질러댔다. 심지어 얼굴까지 시뻘게진 걸 봐서는 사모님의 공격에 적지 않게 다쳤음을 알 수 있었다.이연화는 한참 동안 머리를 쓰다듬은 뒤 그제야 입을 열었다.“그 2억은 나도 어떻게 된 건지 몰라요. 그 인간이 우리 모자한테 주는 보상이라면서 줬어요.”“당신은 그 사람 아내인데 모른다는 게 말이 돼?”우리는 여자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러자 이연화가 조급히 말했다.“내 말 다 사실이에요. 난 정말 어떻게 된 건지 몰라요. 우리가 부부인 건 맞지만 명의상 부부나 다름없었어요. 그 인간이 나 몰래 불여우를 만나다가 잡힌 적도 있어요.”“그때 그 인간이 이혼만 하지 말자고 싹싹 빌지 않았으면 진작 헤어졌을 거예요.”여자의 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 나는 차가운 표정으로 물었다.“그 2억이 어디서 났는지 몰랐다면, 조금희 씨가 불치병이라는 건 알았겠죠?”이연화는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알아요. 그 인간이 오래전에 내 앞으로 보험을 들어 놓을 걸 줬었거든요. 자기가 가면 보험사에서 돈이 나올 거라면서.”이건 모두 일가 조사했던 내용이었다. 다만 이연화가 말한 사실이 모두 진짜인가 하는 게 문제였다.나는 이연화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봤다.“그날 장례식장에서 화장을 미뤄달라고 했는데 왜 안 들었어요?”“나 할 일 많아요. 당신들과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 인간이 당한 사고가 단순 사고든 인위적인 사고든 난 관심 없어요. 그 인간이 내 앞으로 돈을 남겼으니 난 그 돈을 얼른 받아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싶었어요.”이연화는 조금희와 더 이상 감정이 남아 있지 않아 조금희 일에 일말의 관심조차 없어 보였다.하지만 2억의 존재를 모른다는 게 진짜일지 의문이었다.만약 진짜라면 사건의 실마리는 또 끊기게 된다.나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질
그렇다면 우리의 추측이 거의 맞는 거로 증명이 된 셈이다. 게다가 이연화는 분명 뭔가를 알고 있을 거다.“이러면 이연화 모자만 찾으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칠 수 있겠네요.”우리는 일이 이렇게 순조로울 줄 몰랐다.심지어 사모님은 마음이 급해 벌떡 일어섰다.“더는 못 기다리겠어. 나 지금 당장 이연화 만나러 갈래.”“유미야. 아직 조급해하지 마. 지금 이연화 모자가 어디 있는지 모르잖아. 이렇게 해, 내가 한나한테 조사해 보라고 할게.”윤지은은 강한나에게 전화해 이연화 모자가 사는 곳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직무상 편의를 이용해 강한나는 곧바로 이연화 모자의 거주지를 찾아냈다.[미리 말하는데, 이연화 모자 좋은 사람 아니야. 이연화 아버지는 판자촌 터줏대감이라 되도록 갈등을 만들지 마.]“알았어.”이연화가 만만치 않다는 걸 알지만 우리는 무조건 가봐야 했다. 그건 사모님한테는 더더욱 간절했다.아무리 그곳에 불바다라도 사모님은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것만 같았다.이연화 집 주소를 알아낸 우리는 곧장 그곳으로 향했다.판자촌은 낡은 건물 지역이라 외지고 낡은 곳에 있는 데다 교통도 불편했다. 다만 이연화의 집은 그 판자촌에서 가장 큰 집이었다.우리가 이연화의 집을 찾았을 때 이연화는 집에서 화투를 치고 있었다.남편이 죽은지 얼마 되지 않는 여자가 이곳에서 한가하게 화투나 치고 있다니 침 한심했다.“이연화 씨, 할 얘기가 있어서 찾아왔어요.”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그러자 이연화는 나를 흘긋 보더니 말했다.“나 지급 바빠서 시간 없어요.”“이건 당신 남편 조금희 씨와 관련된 일이라 이연희 씨가 저희랑 반드시 가주셔야 해요.”기분이 살짝 언짢아진 나는 당연히 다정한 목소리가 나가지 않았다.하지만 이연화는 자기 구역에 있어 무서울 게 없어 심지어는 나에게 소리까지 질렀다.“반드시? 내가 왜? 당신들이 누군데? 경찰이야? 내가 왜 당신들 말을 들어야 해? 당장 꺼져. 화투 치는 거 방해하지 말고.”여자는 말하면서 다시 화투 치는 데
“보아하니 두 사람 모두 조금희 씨 몸에 종양이 퍼지고 있어 곧 죽는다는 걸 알고 있었네요.”“혹시 조금희 씨가 뒤에서 꼼수 부린 거 아닐까요?”나는 문득 뭔가 떠올라 의문점을 제기했다.현재 상황으로 분석해볼 때 조금희의 혐의가 가장 높았다.그때 윤지은이 말했다.“자세한 건 조사해 봐야 하지만 나도 조금희 씨가 이상한 것 같아.”사모님은 참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다음에 조사할 때 나도 끼워줘. 나도 같이 조사하고 싶어. 두 사람 말 맞아. 호섭 씨가 억울한 죽임을 당했는데, 나라도 진실을 밝혀 억울함을 풀어줘야 해. 이게 내가 살아갈 유일한 동력이야.”사모님은 말하면서 또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슬픔 속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나와 윤지은은 항상 사모님 곁을 지킬 거다.그날, 우리는 곧장 종양 전문 병원에 가 조금희의 병력을 조사했다.조금희 몸에서 종양이 발견된 건 1년 전인데, 처음에 양성이었다가 악성으로 번지기까지 적지 않은 돈을 들였던 거로 확인되었다.게다가 조금희는 불치병에 걸리기 전에 아내와 갈등을 겪었다.“자세한 건 저도 모르는데, 조금희 씨가 우리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젊은 여자가 항상 와서 돌봐줬어요. 그러다가 부인이 병원에 찾아와 그 아가씨를 때렸고요. 그 일은 병원 사람들 다 알아요.”‘그렇다는 건 조금희가 바람을 피웠다는 거네?’조금희가 이런 사람일 주은 생각지도 못했다.윤지은은 여간호사에게 돈다발을 건넸다. 그러자 간호사는 아주 기뻐하며 떠나갔다.조사를 마친 뒤 우리는 밖에서 식당을 찾았다.식당에 도착한 윤지은은 분석을 시작했다.“조금희 씨가 불치병에 걸렸고, 예전에 아내와 아들한테 잘못을 저질렀다면 혹시 자기가 얼마 못 살 걸 알고 호섭 씨를 배신해 돈을 챙겼던 건 아닐까?”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그럴 가능성이 커요. 만약 조금희 씨 계좌에 큰돈이 입금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아쉽지만 이곳은 강북이 아닌 Y시다. 안 그랬다면 윤지은의 인맥
나는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배고픔을 느낀다는 건 좋은 일이다.윤지은이 아침을 사 오자 사모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음식을 먹었다.그걸 본 윤지은은 나를 향해 엄지를 추켜들었다. 그건 내 실력을 인정한다는 뜻이었다. 이번 치료 방법이 확실히 효과적이었으니까.나는 사모님을 한참 동안 관찰했다.비록 컨디션이 많이 안 좋은데도 사모님은 음식 드실 때 여전히 우아하고 단아했다. 살짝 슬픔을 띄고 있어 살짝 비극의 여주인공 같기도 했다.내가 한창 사모님을 바라보고 있을 때, 윤지은의 날카로운 눈빛이 갑자기 나를 쏘아봤다. “짐승!”윤지은은 욕지거리를 퍼부었다.그 욕에 나는 억울함을 호소했다.“제가 뭘 했다고 짐승이라는 거예요?”“아무튼 짐승 맞아. 이런 상황에서 훔쳐보기나 하고.”윤지은은 나를 째려봤다.난 그저 사모님을 몇 번 본 것뿐인데 나를 짐승 취급하다니, 너무 어이없었다.하지만 이러다 또 싸움 나겠다 싶어 나는 얼른 아침을 들고 다른 곳에 가서 배를 채웠다.식사를 마친 뒤 사모님은 자발적으로 나와 윤지은을 찾아왔다.“알고 있는 거 사실대로 다 알려줘요. 난 호섭 씨 사고에 대한 모든 사실이 알고 싶어요.”사모님은 너무 평온해 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 때문에 나는 사모님 상태가 여전히 걱정스러웠다.“사모님, 우선 맥 좀 짚어봐도 될까요?”“그럴 필요 없어요. 내가 뭘 해야 하는지 나도 알아야. 걱정할 거 없어요. 어젯밤 많이 생각해 봤고, 호섭 씨가 떠난 사실을 받아들였어요.”“내가 받아들일 수 없는 건 호섭 씨처럼 착한 사람이 남한테 죽임을 당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억울함을 풀어줄 거예요.”“난 강해져야 하고 호섭 씨처럼 용감해져야 해요. 그래야 호섭 씨가 마음 놓고 갈 수 있어요.”사모님은 애써 슬픔을 참으려 했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또 흐느꼈다.그 말을 들으니 나도 코끝이 시큰거리고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이제 우리에게는 같은 목표가 생겼다. 바로 진실을 밝히는 것.나는 얼른 마음의
나는 사모님 팔을 힘껏 잡으면서 사모님과 눈을 마주쳤다.“사모님! 현실을 받아들이세요. 더 이상 자신을 속이지 마세요. 사장님이 이런 사모님 보고 편히 가지 못하길 원하시는 건 아니잖아요.”내 말이 사모님의 마음에 큰 상처를 줬는지, 사모님은 순간 울음을 터뜨렸다.윤지은은 내가 강제로 사모님을 자극했다며 나를 탓했다.“유미 지금 안 그래도 나약한 상태인데, 왜 그런 말을 직접 해?”나는 너무 난감했다.“누구는 뭐 이러고 싶은 줄 알아요? 하지만 사모님이 계속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환상 속에 살고 있는데, 계속 이러면 상태가 점점 악화해요.”윤지은은 내 말에 일리가 있다고 인정했지만 그와 동시에 사모님이 또 상처받을까 봐 걱정했다.나도 사모님이 현실을 받아들이게 하려면 그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고 있다. 하지만 사모님을 절망 속에서 끄집어내려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나는 윤지은에게 말했다.“정말 사모님을 돕고 싶다면 모질어야 해요. 이럴 때 마음 약해지면 오히려 해치는 거예요.”윤지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내 말에 동의하는지, 내가 치료할 수 있도록 묵묵히 자리를 비켜줬다. 나는 나른하게 힘이 쭉 빠진 사모님을 잡고 진지하게 말했다.“죽은 사람이 다시 돌아올 수 없어요. 사모님이 속사한 건 알겠어요 하지만 지금 속상해할 때가 아니에요. 우리 할 일이 있어요.”“사장님 사고 단순 사고가 아니에요. 누군가 인위적으로 사고 낸 거예요. 사모님, 정신 차리고 우리와 함께 진실을 조사해요.”사모님은 텅 빈 눈으로 나를 보며 중얼거렸다.“그게 무슨 말이에요?”사모님을 깊은 슬픔에서 꺼내는 건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무엇보다 중요한 건, 서두르지 않고 그녀가 진실을 받아들일 수 있게 천천히 다가가는 것이다.나는 말투를 부드럽게 하며 방금 한 말을 또다시 반복했다.“사장님 교통사고에 수상한 점이 발견됐어요. 사모님도 사장님이 억울하게 돌아가시는 거 원하지 않죠? 우리 함께 진실을 알아내 사장님이 억울하게 죽임당하
나는 그 말을 들은 순간 식은땀이 송골송골 솟아올랐다.사모님 상태는 살짝 이상해 보였다. 아마도 의식이 혼미해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를지도 몰랐다.나는 사모님이 바보 같은 짓을 할까 봐 서둘러 사모님 팔을 꼭 잡았다. 그러면서 계속 따라오지 않으면 강제로라도 데려올 생각이었다.“수호 씨, 이거 놔요. 난 남아서 호섭 씨랑 같이 있을래요...”사모님은 마구 버둥대며 소리쳤다.이러다가 사고가 날 것 같아 나는 아예 사모님을 어깨에 두러 업었다. 그러자 사모님은 곧바로 버둥거리며 소리쳤다.벼랑 끝에 서 있는지라 조금만 실수하면 함께 아래로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나는 결국 사모님을 손날로 기절시켰다.내가 가드레일 안쪽으로 다시 넘어왔을 때 윤지은의 차가 마침 도착했다.“왜 그래?”윤지은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나는 사모님을 차에 앉히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사모님 지그 정신이 이상해서 현실과 환각을 구분하지 못해요. 방금 사장님이 춥다고 한다면서 옷 주러 내려가겠다고 했어요. 제가 제때 나타나지 않았으면 뛰어내렸을지도 몰라요.”윤지은은 내 말을 듣더니 미간을 찌푸렸다.“계속 이럴 순 없어. 우리가 잠깐은 지켜볼 수 있지만 평생 지켜볼 순 없잖아.”그때 내 머릿속에 문득 방법이 떠올랐다.“사모님께 사장님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알려드리는 건 어때요?”“미쳤어? 이번 일로도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닐 텐데, 또 자극하자고?”윤지은은 내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이에 나는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제 할아버지가 남긴 의학 서적에 비슷한 사례가 있는데, 옛날에는 환자가 가족을 잃고 감정을 통제하지 못할 때 치료가 안 된다면 환자한테 희망을 줘야 한대요. 그 희망이 의학에서 말하는 기예요.”“그 기를 가진 환자가 음식 치료와 약물 치료를 함께 진행하면 서서히 회복할 수 있대요.”“사장님의 죽음에 수상한 점이 있잖아요. 그래서 사모님과 함께 그 사건을 수사하는 거예요. 아마 사모님도 사장님이 죽은 진실을 알고 싶을 거예요.”
장례식장 안을 모두 뒤져 봤지만 사모님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리 조급하지 않던 내 마음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불안해졌다.사모님은 현재 몸 상태도 안 좋고 정서도 매우 불안하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가족한테 어떻게 말해야 할지 걱정됐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내 마음은 점점 불안해졌다.그러다 결국 방법이 없어 나는 문득 사모님 번호를 떠올려 그쪽으로 전화를 걸었다.전화는 계속 긴 연결음만 들릴 뿐 아무도 받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내가 포기하려고 할 때 연결음이 꺼졌다. 액정을 확인하니 전화가 연결되었다.“사모님?”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수호 씨, 나 괜찮으니까 좀 내버려둬요.]사모님 목소리는 매우 우울해 보였고 기운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나한테는 너무 듣기 좋았다. 나는 다급히 물었다.“사모님, 어디 있어요? 너무 걱정돼요.”[혼자 있고 싶어요.]“알아요, 아는데 어디 있는지만 알려줘요. 사모님이 안전하다는 거 확인해야 해요.”전화 건너편에서 한참 침묵이 흘렀다.그때 갑자기 차 경적음이 들려왔다.그렇다는 건 사모님이 장례식장에 있는 게 아니라는 뜻이었다.나는 문득 사모님이 있을 수 있는 곳이 떠올랐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물었다.“사모님, 알려주시면 안 돼요?”사모님은 아예 전화를 끊어버렸다.하지만 이미 대충 답을 얻은 나는 장례식장을 뛰쳐나가 택시를 잡고 사장님이 사고를 당한 곳으로 향했다.가는 길에 사모님을 찾았냐는 윤지은의 전화를 받은 나는 내 추측을 말했다.“아니요. 사모님 아마도 사장님 사고 난 곳에 있는 것 같아요.”[거긴 왜?]윤지은은 이해가 되지 않아 무의식적으로 물었다.“사장님 죽음이 수상해 직접 조사하고 싶었을 수도 있고, 단순히 사장님이 그리웠을 수도 있고... 아무튼 저 지금 가는 중이에요.”[그럼 먼저 건너가. 나 이따 바로 갈게.]나는 윤지은과 상의한 뒤 먼저 사장님이 사고 난 곳으로 향했다.사고가 난 곳은 절벽인데, 사모님은 마침 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