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예쁜 여자와는 손만 잡아도 기분 좋을 텐데, 그런 일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하지만 나는 어리석은 짓을 할 수 없었다.이 여자는 평범한 여자가 아니다. 나 같은 게 10명이 있어도 상대할 수 없는 여자다.일시적인 즐거움을 얻는 게 스릴 넘치겠지만 생명과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나는 아직 젊고 아직 결혼도 못 한 데다 아이도 없기에 이렇게 젊은 나이에 죽고 싶지 않다.“진심이야. 나를 도와주면 나도 도와줄게.”소여정은 포기하지 않고 나를 향해 애교 부렸다.‘안 들린다, 안 들린다. 저건 헛소리하는 거야.’나는 끊임없이 세뇌하며 소여정한테 넘어가지 않았다.소여정은 내가 한사코 타협하지 않자 또 나를 꼬시기 시작했다.심지어 갑자기 침대에 엎드리더니 엉덩이를 흔들어댔다.“오빠, 이래도 안 돼?”나는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소여정은 계속해서 자세를 바꾸었다.그러다가 내가 계속 움직이지 않자 선글라스를 벗겼다. 나는 그때까지 눈을 꼭 감고 있었다가 그대로 들통나 버렸다.“눈 떠!”소여정은 명령조로 말했다.하지만 나는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내가 아무리 욕망을 통제할 수 없다지만, 내 몸 하나 정도는 통제할 수 있거든.’소여정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기에 나도 이런 방법으로 시각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소여정이 강제로 내 눈을 벌렸지만 나는 곧바로 다시 눈을 감아버렸다.그러자 소여정은 갑자기 애교 부리기 시작했다.“오빠, 눈 뜨고 나 한 번만 봐줘. 눈도 안 뜨면서 욕구가 없는 척하는 거야?”소여정은 요즘 인터넷에서 핫한 숏츠를 따라 하며 내 몸에 몸을 비비기 시작했다.그 행동에 나는 참지 못하고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물론 눈은 계속 감은 채로 말이다.소여정은 내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계속해서 나를 꼬셔댔다.하지만 내가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자 갑자기 화가 났는지 버럭 소리쳤다.“명령이야. 눈 떠!”“싫어요!”나는 계속해서 고집부렸다.“그래, 안 뜬다 이거지? 그럼 나도 가만있지 않아.”소여정의
가볍다고 생각되는 건 다 받아줬지만 힘이 많이 들어간 건 나도 슬쩍슬쩍 피했다.그러다 보니 분위기는 마치 애인끼리 싸우는 것처럼 되어버렸다.소여정도 더 이상 화를 내지 않았고 나도 더 이상 두렵지 않아 좋은 마음에 소여정을 위로했다.“여정 누나, 이러지 마요. 그 어떤 남자도 애인이 자기를 두고 바람피우는 걸 좋아할 사람이 없어요. 임천호가 알면 끝장이라고요.”소여정은 그제야 얌전해져 더 이상 나를 때리거나 꼬시려 하지 않았다.그 대신 진지한 말투로 말했다.“끝장나면 났지 뭐. 산송장처럼 지내는 것보다는 좋거든.”‘뭐가 산손장이라는 건데? 매일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멋지게 사는 거 아닌가?’“그 눈빛 뭐야? 나 못 믿어?”나는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당연히 믿죠.”“흥, 안 믿으면서. 눈빛이 이미 너를 배신했거든. 역시 너도 다른 사람들처럼 내가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이미 임천호의 여자가 돼서 아무 걱정 없이 여유로운 생활을 즐긴다고 생각하잖아. 그런데 얼마나 많은 사람이 뒤에서 나를 욕하는지 알아?”“설마요. 그 사람이 죽고 싶은 게 아닌 이상 그럴 리가요. 부러워하거나 질투하면 모를까.”소여정은 내 말에 피식 웃었다.“왜 그렇게 생각하는데?”“누나는 젊고 예쁜 데다 임천호 같은 거물의 애인이잖아요. 강북 전체 여자들은 아마 누나처럼 되고 싶어 할 걸요.”“예쁜 여자는 시기와 질투를 받는 게 익숙할 거잖아요. 누나는 예쁜데 젊기까지 하고 다른 사람들이 평생 가도 벌 수 없는 재부와 권력을 가졌으니 당연히 부러워하고 질투하겠죠.”“너 몸매도 좋은데 말도 예쁘게 잘하네. 듣기 좋네, 앞으로 그런 말 많이 해.”내 칭찬에 소여정은 기분이 점점 좋아져 긴장을 풀었다.그 틈에 나는 얼른 말했다.“여정 누나, 앞으로 기분 안 좋으면 찾아와요. 같이 말동무 해줄게요. 하지만 더 이상 나 놀리지 마요, 못 참겠으니까. 우리가 누나와 동생처럼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봐요.”“쳇, 내가 잡아먹을까 봐 일부러 이렇게 말하는 거지?”
‘나도 참 어렵게 사네.’하지만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어쨌든 소여정을 겨우 설득했으니.”“수호.”소여정이 갑자기 내 이름을 불렀다.이에 나는 다급히 대답했다.“네, 여정 누나. 무슨 일이에요?”“난 아직도 너 잡아먹고 싶은데 어떡하지?”겨우 가라앉았던 심장이 순간 다시 벌렁대 나는 다급히 말했다.“여정 누나, 그 생각은 버려요. 지금은 나를 그냥 남동생으로 생각해요. 누나가 남동생한테 그런 마음 품는 게 어디 있어요?”“피가 섞인 건 아니잖아. 그저 우리끼리 정한 거지. 누나와 동생이 더 스릴 있지 않아?”소여정이 또 달려들려고 하자 나는 다급히 말했다.“스릴은 있지만 스릴도 지나치면 안 좋아요. 여기 내가 일하는 가게라는 거 잊지 마요. 지난번에 마사지 받으러 왔을 때도 소리를 너무 크게 내서 다른 사람들이 다 들었다고요.”“그럼 사람 없는 곳에서는 괜찮다는 뜻이야?”소여정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왜 돌고 돌아 다시 이렇게 됐지?’‘젠장. 내 매력이 이렇게 큰가?’‘아니면 이 여자가 너무 굶주렸나?’“그래도 싫어요. 누나 안전을 생각해야죠.”나는 소여정을 생각해 주는 것처럼 말했다.하지만 사실상 이 여자한테 너무 강요당해 별다른 방법이 없었던 거다.나는 이러다 성불할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네가 나를 이렇게까지 생각해 준다고?”“당연하죠. 누나잖아요.”“하하하, 쫄긴. 됐어, 안 놀릴게. 내 코트나 가져와.”소여정의 말에 나는 쏜살같이 달려가 얼른 소여정의 코트를 가져왔다.소여정은 코트를 입고 모자와 마스크를 썼다.“사실 장난이었어.”소여정은 내 턱을 주무르며 말했다.그 순간 나는 오히려 멍해졌다.‘뭐야? 그러면 나랑 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장난친 거였어?’얼마 지나지 않아 소여정은 옷을 입고 떠날 준비를 했다.“너 진짜 재밌다. 마음에 들어. 나중에 또 놀러 올게.”소여정은 말을 마친 뒤 허리를 배배 꼬며 떠났다.내가 룸에서 나오자 가게 동료들은 모두 나를 바라보며 입을 막은 채 웃
나는 김진호가 두려운 게 아니다. 그가 나와 소여정의 일을 문제 삼을까 봐 두려운 거지.내가 두려워하는 건 소여정의 뒤에 있는 남자, 임천호다.하지만 내가 이렇게 생각이 많은 건 너무 유난 떠는 게 아니다.김진호가 워낙 나쁜 놈인지라 뒤에서 어떻게 나를 엿 먹일지 아무도 모르니까.그런데 임천호가 누구인가? 거물 중의 거물 아닌가? 그 사람은 김진호 같은 사람이 만날 수 있는 분이 아니다.그렇게 생각하니 내 마음은 한결 편해졌다.때문에 나는 김진호를 가볍게 무시하고 내 방으로 돌아갔다.그날 오후, 나는 여자 고객 세 명을 받았다. 그것도 예쁘장하고 몸매 좋은 여자로.한편으로 돈을 벌면서 미녀도 감상할 수 있다니, 이보다 꿀 빠는 일이 어디 있을까?퇴근 후 나는 동료들과 인사하고 곧장 가게를 떠났다. 그러고는 차 안에서 남주 누나에게 전화했다. 잘하면 오늘 남주 누나와 한바탕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안고.하지만 전화 건너편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누구세요?]낮고 허스키한 남자의 목소리에 나는 깜짝 놀라 얼른 액정을 확인했다.‘남주 누나 맞는데?’‘왜 남자가 받지?’‘설마 남주 누나 남편인가?’‘설마. 남주 누나 남편은 먼 지방에 내려가 돌아오지 않았겠는데?’게다가 어젯밤 남주 누나가 남편과 영상 통화할 때 옆에서 들었는데, 남주 누나 남편의 목소리는 이렇게 허스키하지 않다. 조금 나지막하고 잔잔하긴 하지만.그렇다는 건 전화를 받은 사람이 남주 누나의 남편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는 뜻이다.‘남주 누나 애인인가?’‘아니면 남주 누나를 쫓아다니는 사람?’나는 너무 괴롭고 마음이 뒤숭숭했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는 듯 말했다.“남주 누나는 어디 있어요? 볼 일 있어서요.”[샤워하는데, 누구죠?]남자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물었다. 심지어 말투에는 경계가 가득했다.하지만 남주 누나가 샤워한다는 말에 내 마음은 싸늘하게 식었다.이 남자와 남주 누나의 사이가 보통이 아닌 건 이로써 확실해졌다.‘나도 남주 누나의 파트너 중 한
나는 남주 누나가 그동안 나를 장난감 취급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게다가 마음 한구석이 너무 괴로웠다. 하지만 남주 누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니 지금 진짜 모습을 아는 게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 스스로 위로했다.‘이건 미리 손실을 방지하는 거야.’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하지만 남주 누나한테 가지 않으면 어디 가지?’나는 형수한테 문자를 보내 집에 돌아갔는지를 물었다. 하지만 아직 돌아가지 않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사실 나도 돌아가기 싫었다.‘그럼 애교 누나한테 갈까?’하지만 애교 누나 집은 형 집과 너무 가까워 형이 발견할까 봐 걱정이었다.형은 지금 왕정민과 가까이 지내는데, 왕정민이 만약 나와 애교 누나 사이를 알게 되면 분명 애교 누나를 괴롭힐 거다.게다가 선영이 아직도 애교 누나 집에 있어, 애교 누나가 나와 선영을 모두 신경 쓰려면 분명 힘들 거다.결국 고민 끝에 나는 애교 누나 집에 가려던 생각을 포기했다.정 안 되면 호텔에서 자면 되니까.나는 핸드폰을 부근에 있는 호텔을 검색했다.그러다가 몇 시간만 투숙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호텔을 찾았다. 심지어 가격도 저렴해 하루에 고작 2만 원이 조금 넘었다.나는 결국 프랜차이즈 호텔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결심했다.그 외의 일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결정하고 말이다.십몇 분 뒤, 나는 프랜차이즈 호텔에 도착해 스탠더드 룸 하나를 요구했다.그러고는 아래층에서 음식을 사 들고 룸으로 향했다.내가 한창 방에서 음식을 먹고 있을 때, 옆에서 갑자기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너무 크고 야했으며 심지어는 내 침대까지 따라 움직이는 것 같았다.‘이 호텔 방음 너무 안 되는 거 아니야?’‘뭐 생방송이 따로 없네?’가장 큰 문제는 소리가 너무 커서 내 방까지 지진이 난 것처럼 움직이고 있었다.“이봐요, 소리 좀 낮춰요.”나는 화가 나서 침대를 발로 쾅 찼다.하지만 옆방의 소리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더 높아졌다.심지어 여자는 신음소리를 내다가 점점 비명을
“이 사람 약 했어요. 저 잡혀가면 죽을 수 있어요.”여자는 겁에 질려 커튼 뒤에 숨더니 소리치며 살려달라고 애원했다.나도 여자를 돕고 싶었지만 남자가 약을 했다는 말을 듣는 순간 바로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버렸다.이 남자는 그냥 보기에도 위험한 사람 같은데, 약까지 해서 이성을 잃은 상태라면 나까지 죽을 수도 있으니까.이건 내가 겁쟁이라서가 아니라 능력도 안 되면서 미녀를 구하겠다고 달려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다.우선 여자는 한눈에 봐도 평범한 사람 같지 않았다. 게다가 이런 남자와 얽혀 있다는 것만 해도 두 사람의 관계가 절대 평범하지 않다는 걸 설명한다.그리고 나는 아직 젊고 운동을 한 적이 없는데, 대머리남은 한눈에 봐도 좋은 사람 같지 않기에 싸운다 한들 내가 상대가 아닐 거다.이 모든 걸 종합해 봤을 때 나는 정말 나와 상관도 없는 사람을 구하려고 내 목숨을 내걸 필요가 없었다.내 목숨도 소중한 거고, 나도 부모가 있는 사람이니까.내가 만약 사고가 나면 부모님이 얼마나 상심해하고, 나를 사랑하는 여자들이 얼마나 슬퍼할까?결국 나는 여자에게 말했다.“안전 조심해요. 전 구원요청 하러 갈게요.”“이봐요, 돌아와요. 어디 가요?”여자는 내가 나가려고 하자 너무 놀라 소리쳤다.하지만 나는 여자를 무시한 채 뒤돌아 도망쳤다. 그러고는 복도에서 크게 소리쳤다.“사람 있어요? 여기 위험한 상황이에요.”내가 이렇게 소리치자 많은 투숙객들이 헐레벌떡 달려 나왔다. 하지만 그 사람들도 문 뒤에 숨어 그 누구도 나서려고 하지 않았다.보아하니 사람들도 요즘 능력도 안 되면서 도와주려고 달려들면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그때, 대머리남이 여자의 머리채를 잡고 나와 자기 방으로 끌고 갔다.순간 구경꾼들은 갑자기 각성이라도 한 듯 하나둘 방에서 뛰쳐나왔고, 심지어 한 뚱보는 아예 의자를 들고나와 대머리남의 머리를 내리쳤다.‘무슨 상황이지?’‘내가 소리칠 때는 한 명도 안 나오더니, 왜 갑자기 다들 도와주지?’결국 몇몇 사람
내가 이렇게 늦은 시간에 방 청소를 부탁해서 화나 있다는 걸 나도 알고 있었다.때문에 모순을 만들지 않으려고 아예 방을 나와 밖에서 식사를 하고 돌아오기로 결심했다.이러면 두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으니까.사실 나는 호텔에 묵은 적이 거의 없다. 예전에 윤지은과 방을 잡았던 걸 제외하면 이번이 처음이다.하지만 이 두 번은 가격도 천지 차이인 데다, 느낌도 완전히 다르다.덕분에 앞으로 맞아 죽어도 싼 호텔에 묵을 생각이 완전히 사라졌다.나는 야식거리를 찾아 바비큐와 술을 주문했다.겉보기에는 아주 행복해 보이지만 나는 혼자 먹는 게 왠지 너무 쓸쓸했다.만약 형수거나 애교 누나가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그러고 보니 형수랑 형이 어떻게 됐는지 궁금했다.애교 누나는 아마 이 시간이면 집에 있을 거다.애교 누나의 생활 패턴은 아주 간단하다, 매일 특별할 게 크게 없다.때문에 결혼하기 아주 적합한 여자다.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애교 누나한테 문자를 보냈다.[애교 누나, 지금 뭐 해요?]애교 누나는 곧바로 답장했다.[티브이 보고 있어요.][너무 행복하겠어요. 티브이도 볼 수 있고. 전 지금 프랜차이즈 호텔에 묵고 있어요.]내 말에 애교 누나는 곧장 영상 통화를 걸어왔다.[수호 씨,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아무것도 아니에요. 형수가 요즘 집에 없기도 하고, 형과 싸우기도 해서 요즘 집에 돌아갈 수 없거든요. 그래서 호텔에 묵고 있어요.”[그럼 우리 집에서 지내지. 우리 집에 방도 많은데.]“저도 그러고 싶죠. 그런데 제가 가면 누나랑 자꾸만 하고 싶어져요. 집에 누나 사촌 동생도 있어서 불편해요.”내 말에 애교 누나는 욕실 쪽을 흘긋거렸다. 그 눈빛만 봐도 선영이 샤워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애교 누나는 얼른 자기 방으로 가 문을 잠그고 말했다.[선영도 다친 발이 거의 다 나았어요. 이틀 정도 지내다가 돌아갈 거예요. 그때면 우리 집에 와요.]“정말요? 너무 좋아요.”나는 그걸 누구보다도 바라고 있다.지낼
아마도 오늘 내 기분이 안 좋은 게 가장 큰 원인일 거다. 남주 누나의 진짜 모습을 알고, 혼자 이 지경이 되었으니 따뜻한 품이 너무 그리웠다. 하지만 형수는 당연히 안 된다. 형수와 나 사이에는 아직 형이 있으니까.때문에 아무 조건 없이 나한테 모든 걸 줄 수 있는 사람은 애교 누나뿐이다.나는 애교 누나가 나랑 같은 도시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댈 곳이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힘들면 언제든 와요. 우리 집 문은 수호 씨한테 언제나 열려 있으니까.]역시 애교 누나는 나를 항상 먼저 생각한다.때문에 누나가 있다는 게 너무 다행으로 느껴져 나는 웃으며 물었다.“동생한테 우리 사이 들킬까 봐 두렵지 않아요?”[두렵죠. 하지만 언젠가 공개해야 하잖아요. 게다가 내 동생은 워낙 단순하고 아직 어려 몇 마디만 하면 바로 속아 넘어갈 거예요.]“애교 누나, 그렇게 말하는 건 나더러 집에 오라고 유혹하는 거랑 뭐가 달라요?”나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특히 애교 누나의 암시가 너무 선명해 나는 그쪽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그때 애교 누나가 웃으며 말했다.[그럼 와요. 수호 씨가 온다면 해달라는 거 다 해줄게요.]“저...”내가 대답하려고 할 때, 갑자기 전화가 걸려 왔다.확인해 보니 엄마한테서 걸려 온 전화였다.나는 애교 누나에게 웃으며 말했다.“누나, 누나의 미래 시어머니한테서 전화 왔어요. 우선 전화 먼저 받고 다시 연락할게요.”[미래 시어머니는 무슨, 누가 결혼하겠대요?]여자는 뭐든 반대로 말한다는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애교 누나의 생각도 당연히 꿰뚫고 있다.나는 애교 누나와 몇 마디 더 나누다가 영상 통화를 끊고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다.“엄마, 이렇게 늦게까지 안 쉬고 뭐 해요?”시골 사람들은 보통 일찍 자기에 이렇게 물었던 거다.하지만 바로 이어지는 엄마의 말은 나한테 찬물을 확 끼얹었다.[수호야, 네 동성 형한테서 오늘 전화 왔었어.]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나는 속으로 아뿔사를 외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