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약 했어요. 저 잡혀가면 죽을 수 있어요.”여자는 겁에 질려 커튼 뒤에 숨더니 소리치며 살려달라고 애원했다.나도 여자를 돕고 싶었지만 남자가 약을 했다는 말을 듣는 순간 바로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버렸다.이 남자는 그냥 보기에도 위험한 사람 같은데, 약까지 해서 이성을 잃은 상태라면 나까지 죽을 수도 있으니까.이건 내가 겁쟁이라서가 아니라 능력도 안 되면서 미녀를 구하겠다고 달려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다.우선 여자는 한눈에 봐도 평범한 사람 같지 않았다. 게다가 이런 남자와 얽혀 있다는 것만 해도 두 사람의 관계가 절대 평범하지 않다는 걸 설명한다.그리고 나는 아직 젊고 운동을 한 적이 없는데, 대머리남은 한눈에 봐도 좋은 사람 같지 않기에 싸운다 한들 내가 상대가 아닐 거다.이 모든 걸 종합해 봤을 때 나는 정말 나와 상관도 없는 사람을 구하려고 내 목숨을 내걸 필요가 없었다.내 목숨도 소중한 거고, 나도 부모가 있는 사람이니까.내가 만약 사고가 나면 부모님이 얼마나 상심해하고, 나를 사랑하는 여자들이 얼마나 슬퍼할까?결국 나는 여자에게 말했다.“안전 조심해요. 전 구원요청 하러 갈게요.”“이봐요, 돌아와요. 어디 가요?”여자는 내가 나가려고 하자 너무 놀라 소리쳤다.하지만 나는 여자를 무시한 채 뒤돌아 도망쳤다. 그러고는 복도에서 크게 소리쳤다.“사람 있어요? 여기 위험한 상황이에요.”내가 이렇게 소리치자 많은 투숙객들이 헐레벌떡 달려 나왔다. 하지만 그 사람들도 문 뒤에 숨어 그 누구도 나서려고 하지 않았다.보아하니 사람들도 요즘 능력도 안 되면서 도와주려고 달려들면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그때, 대머리남이 여자의 머리채를 잡고 나와 자기 방으로 끌고 갔다.순간 구경꾼들은 갑자기 각성이라도 한 듯 하나둘 방에서 뛰쳐나왔고, 심지어 한 뚱보는 아예 의자를 들고나와 대머리남의 머리를 내리쳤다.‘무슨 상황이지?’‘내가 소리칠 때는 한 명도 안 나오더니, 왜 갑자기 다들 도와주지?’결국 몇몇 사람
내가 이렇게 늦은 시간에 방 청소를 부탁해서 화나 있다는 걸 나도 알고 있었다.때문에 모순을 만들지 않으려고 아예 방을 나와 밖에서 식사를 하고 돌아오기로 결심했다.이러면 두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으니까.사실 나는 호텔에 묵은 적이 거의 없다. 예전에 윤지은과 방을 잡았던 걸 제외하면 이번이 처음이다.하지만 이 두 번은 가격도 천지 차이인 데다, 느낌도 완전히 다르다.덕분에 앞으로 맞아 죽어도 싼 호텔에 묵을 생각이 완전히 사라졌다.나는 야식거리를 찾아 바비큐와 술을 주문했다.겉보기에는 아주 행복해 보이지만 나는 혼자 먹는 게 왠지 너무 쓸쓸했다.만약 형수거나 애교 누나가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그러고 보니 형수랑 형이 어떻게 됐는지 궁금했다.애교 누나는 아마 이 시간이면 집에 있을 거다.애교 누나의 생활 패턴은 아주 간단하다, 매일 특별할 게 크게 없다.때문에 결혼하기 아주 적합한 여자다.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애교 누나한테 문자를 보냈다.[애교 누나, 지금 뭐 해요?]애교 누나는 곧바로 답장했다.[티브이 보고 있어요.][너무 행복하겠어요. 티브이도 볼 수 있고. 전 지금 프랜차이즈 호텔에 묵고 있어요.]내 말에 애교 누나는 곧장 영상 통화를 걸어왔다.[수호 씨,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아무것도 아니에요. 형수가 요즘 집에 없기도 하고, 형과 싸우기도 해서 요즘 집에 돌아갈 수 없거든요. 그래서 호텔에 묵고 있어요.”[그럼 우리 집에서 지내지. 우리 집에 방도 많은데.]“저도 그러고 싶죠. 그런데 제가 가면 누나랑 자꾸만 하고 싶어져요. 집에 누나 사촌 동생도 있어서 불편해요.”내 말에 애교 누나는 욕실 쪽을 흘긋거렸다. 그 눈빛만 봐도 선영이 샤워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애교 누나는 얼른 자기 방으로 가 문을 잠그고 말했다.[선영도 다친 발이 거의 다 나았어요. 이틀 정도 지내다가 돌아갈 거예요. 그때면 우리 집에 와요.]“정말요? 너무 좋아요.”나는 그걸 누구보다도 바라고 있다.지낼
아마도 오늘 내 기분이 안 좋은 게 가장 큰 원인일 거다. 남주 누나의 진짜 모습을 알고, 혼자 이 지경이 되었으니 따뜻한 품이 너무 그리웠다. 하지만 형수는 당연히 안 된다. 형수와 나 사이에는 아직 형이 있으니까.때문에 아무 조건 없이 나한테 모든 걸 줄 수 있는 사람은 애교 누나뿐이다.나는 애교 누나가 나랑 같은 도시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댈 곳이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힘들면 언제든 와요. 우리 집 문은 수호 씨한테 언제나 열려 있으니까.]역시 애교 누나는 나를 항상 먼저 생각한다.때문에 누나가 있다는 게 너무 다행으로 느껴져 나는 웃으며 물었다.“동생한테 우리 사이 들킬까 봐 두렵지 않아요?”[두렵죠. 하지만 언젠가 공개해야 하잖아요. 게다가 내 동생은 워낙 단순하고 아직 어려 몇 마디만 하면 바로 속아 넘어갈 거예요.]“애교 누나, 그렇게 말하는 건 나더러 집에 오라고 유혹하는 거랑 뭐가 달라요?”나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특히 애교 누나의 암시가 너무 선명해 나는 그쪽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그때 애교 누나가 웃으며 말했다.[그럼 와요. 수호 씨가 온다면 해달라는 거 다 해줄게요.]“저...”내가 대답하려고 할 때, 갑자기 전화가 걸려 왔다.확인해 보니 엄마한테서 걸려 온 전화였다.나는 애교 누나에게 웃으며 말했다.“누나, 누나의 미래 시어머니한테서 전화 왔어요. 우선 전화 먼저 받고 다시 연락할게요.”[미래 시어머니는 무슨, 누가 결혼하겠대요?]여자는 뭐든 반대로 말한다는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애교 누나의 생각도 당연히 꿰뚫고 있다.나는 애교 누나와 몇 마디 더 나누다가 영상 통화를 끊고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다.“엄마, 이렇게 늦게까지 안 쉬고 뭐 해요?”시골 사람들은 보통 일찍 자기에 이렇게 물었던 거다.하지만 바로 이어지는 엄마의 말은 나한테 찬물을 확 끼얹었다.[수호야, 네 동성 형한테서 오늘 전화 왔었어.]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나는 속으로 아뿔사를 외치며
나는 형이 왜 부모한테 전화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것도 어쩜 그런 말을 하는지.나는 형의 연락처 차단을 풀고 곧바로 전화했다.“형, 대체 무슨 뜻이야? 왜 우리 부모님한테는 전화해서 나를 그렇게 말해?”형은 덤덤하게 대답했다.[내가 두 분께 말씀드리는 게 뭐 어때서? 내가 뭐 틀린 말 했어?]“틀린 말 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 부모님한테 전화한 것 자체가 잘못된 거지.”나는 화가 나서 강조했다.그러자 형이 갑자기 버럭 소리 질렀다.[누군 뭐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알아? 그러니까 왜 나랑 했던 약속 어겼어?]“내가 언제 약속 어겼는데?”[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소리 질러? 내가 아침에 찾아갔을 때 네가 뭐랬어? 네 형수한테 물어보고 답장 주겠다면서? 그런데 하루 종일 기다렸더니 왜 아무 말도 없어?]내가 답장을 주지 않은 건 형수가 알아서 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보아하니 형수는 아직 형한테 연락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네.’그런데 형이 그 하루조차 기다리지 못해서 나한테 이런다는 게 나는 너무 화가 났다.‘사람은 역시 고쳐 쓰는 게 아니라더니.’“형이 나한테 이래봤자 뭔 소용 있어? 형수가 아직 형을 용서하지 않는데. 형은 나한테 형수 위치를 따져 물을 게 아니라, 어떻게 형수를 보상해 줄지 생가해야지.”나는 생각할수록 형이 너무 어이없었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나를 괴롭혀서 뭐 어쩌겠다는 건지.‘미친 거 아니야?’[씨X, 나더러 어떻게 보상하라고? 네 형수가 현장을 덮쳤는데 나더러 어떡하라고? 지금은 네 형수가 어디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내 돈 모두 네 형수한테 있어. 네 형수가 나한테 일전한 푼 안 주면 내가 그동안 헛고생한 거라고!]나는 완전히 넋이 나갔다.형은 형수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자기 돈을 걱정하는 거였다.나한테 형수의 위치를 계속 캐물은 것도 형수한테 용서를 빌려고 하는 게 아니라 자기 재산을 빼앗아 오기 위해서고.‘그러니까 애초부터 형은 형수의 용서는 바라지도 않은 거였네
[나 자수성가해서 여기까지 왔어. 의지할 곳도 없이 하루하루 노력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가슴에 손을 얹고 나 그동안 네 형수한테 잘못한 일 한 적 한 번도 없어.][그런데 네 형수가 내 돈을 모두 갖고 도망쳤는데, 내가 어떻게 진정하게 생겼어?]나는 형이 안쓰러우면서 한편으로 화가 났다.안쓰러운 건, 형도 나와 같은 시골 출신이기에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지 알아서고, 화가 나는 건, 형이 형수가 돈을 들고 도망쳤다고 말해서다.형이 그동안 고생한 건 맞지만 그렇다고 그게 형수를 의심할 이유는 될 수 없다.형수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것도 아니고.나는 형수와 함께 지낸지 얼마 되지 않는 데도 형수가 얼마나 좋은 여자인지 알겠는데. 게다가 형수는 형과 이혼할 생각조차 없다.하지만 형은 지금 형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나는 너무 화가 나서 버럭 소리쳤다.“형 미쳤어! 그것도 아주 단단히 미쳤어. 형수가 이혼하고 싶었으면 진작 이혼했지, 왜 지금까지 두고 봤겠어? 형은 형수를 너무 몰라. 어쩜 본인 생각으로 다른 사람을 판단할 수 있어? 남들이 다 형처럼 돈밖에 모르는 줄 알아?”“형이 왕정민 꼴이 나면 그건 다 형 탓이야. 남 탓할 생각 하지 마.”나는 단숨에 분노를 모두 쏟아냈다.이 말들을 마음속에 억누르고 있자니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었으니까.동성 형도 내 말에 정신을 차렸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네 형수가 뭐래? 이혼 얘기했어?]“아니! 오히려 형과 절대 이혼 안 할 거라더라.”전화 건너편에서 긴 침묵이 흘렀다.그리고 한참 뒤, 형은 말을 이었다.[왜? 내가 그런 잘못을 저질렀는데, 왜 이혼 안 한대?]“내가 그럴 어떻게 알아? 아무튼 형수가 안 한다고 했어. 그리고 형이 형수한테 아무 느낌 없는 거 알겠으니까 밖에서 뭘 하든 상관 안 하겠대. 그저 예전처럼 경제권만 자기한테 넘기면 된대.”“네 형수가 정말 그렇게 말했어? 네 형수 진짜 좋은 사람이구나.”형은 놀란 듯 감탄했다.그 감탄에 나는 너무 어이없고 화가 났다.
나는 나와 형수가 절대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다. 게다가 형수도 이 혼인을 유지하고 싶어 하니 나는 그걸 지켜주고 싶다.그리고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형에게 죄책감을 심어주어 평소에 형수한테 몇 배 더 잘하도록 하는 거다.나는 때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형수가 얼마나 괴로울지 알면서 잘해주기는커녕 함정에 빠뜨리기나 하고, 형 진짜 사람 아니야. 내 형만 아니면 정말 한 대 때렸을 거야.”[수호야, 형이 잘못했어. 그래도 네가 시원하게 욕해줘서 내 잘못을 알았어.]동성 형은 나한테 참회하기 시작했다.사실 나도 속으로는 매우 미안했다. 어쨌든, 나도 형 모르게 뒤에서 몰래 형수와 육체적인 관계를 가졌으니까.하지만 나는 형수를 만족시켜 주기 위해서다.내가 도와주지 않으면 형수는 너무 불쌍하니까.형수와 형 중에 한 사람을 고르라고 하면 나는 형수를 고를 거다.하지만 이 일을 제외하면 나는 형한테 잘못한 게 없다.형이 그동안 나한테 잘해준 건 목적이 있었던 것이니, 은혜에 보답하되 절대 감사하게 생각하지 않을 거다.진심으로 잘해주는 것과 가식적으로 잘해주는 건 완전히 다른 거니까.동성 형은 내가 모든 걸 내놓으면서 보답할 자격이 없다.하지만 형수는 다르다.“형이 그렇게 생각한다니 다행이야. 형수가 며칠 혼자 있고 싶댔어. 기분 풀리면 아마 연락 갈 거야. 그러니까 요즘에는 형수 생각하지 말고 형 할 일이나 해.”“그리고, 형이라서 하는 말인데, 왕정민과 더 이상 엮이지 마. 안 그러면 언젠가는 된통 당할 거야.”형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았어. 그럼 네가 대신 좀 전해줘. 네 형수가 집에 돌아가면 꼭 나한테 얘기해 줘. 내가 아무리 바빠도 돌아갈게. 적어도 얼굴 보고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어.]“알았어, 그렇게 할게.”전화를 끊고 나니 나는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막막했다.예전에 나는 형이 말하는 건 뭐든 따랐고 뭐든 믿었다.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형한테서 거짓말하는 걸 배우고 사람 마음을 주무르는 법을 배웠다.이건
“하지 마, 누가 보면 어떡해.”여자의 목소리가 먼저 들여왔는데 마치 밀당하는 듯했다.곧이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걱정하지 마, 이른 아침에 누가 온다고 그래?”“그래도 안 돼. 만약 오면 어쩌려고.”“만약은 없어. 얼른.”곧이어 남자가 다급히 여자의 치마를 걷어 올렸다.나는 흠칫 놀라 얼른 몸을 감추고 속으로 중얼거렸다.‘이른 아침부터 뭐 하는 거야? 집에서 하지 않고 왜 야외에서 이러는 건데?’‘게다가 여긴 공원인데, 사람들이 볼까 봐 두렵지도 않나?’‘그걸 왜 하필 내가 봐 버려서는. 너무 민망하잖아.’나는 아무것도 못 본 것처럼 지나가려 했다.하지만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누군가 두 사람의 모습을 핸드폰으로 촬영하고 있는 게 보였다.‘이건 너무 부도덕하잖아.’커플끼리 성적 욕구를 푸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인데, 그걸 몰래 촬영하다니. 이건 너무 부도덕한 짓이다.나는 그 사람을 막고 싶었지만 커플을 방해할까 봐 한편으로 걱정이었다.이에 나는 허리를 숙인 채 돌을 찾아 던졌다.몰래 녹화하던 사람은 내 돌에 맞고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하지만 놈은 일부러 두 커플을 향해 ‘뭐 하는 거야?’라고 말하고 난 뒤 도망쳤다.그 결과 내가 그놈을 뒤쫓든 말든 아주 민망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두 커플이 뒤돌아서면 나를 볼 수 있었으니까.남자는 얼른 바지를 입으며 나를 향해 버럭 소리쳤다.“젠장. 당신 변태야? 커플끼리 하는 거 못 봤어?”나는 다급히 설명했다.“오해예요. 방금 내가 도와드렸거든요. 저쪽에 웬 변태가 두 사람을 촬영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일부러 소리 내어 말했더니 그 자식이 도망간 거고요.”“누구를 속여? 어디서 맞으려고!”남자는 나한테 성큼성큼 다가와 당장이라도 때릴 것처럼 행동했다.그때 여자가 다급히 자기 남자 친구를 말렸다.“됐어, 그만해. 얼른 가자.”여자는 남자와 달리 무척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이런 짓을 하다가 발각됐으니 그럴 만도. 그래서인지 새하얀 피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나는 두 남녀
그중 한 명은 모자와 마스크를 쓴 채 자신을 꽁꽁 가리고 있었지만 소여정은 아니었다.소여정의 독특한 분위기는 한 눈에도 알 수 있다.하지만 눈앞의 여자는 조금 더 차갑고, 사람한테 들키는 게 두려운지 매우 조심스러워 보였다.그에 반해 다른 여자는 비교적 해맑았다. 게다가 가족 옷과 가죽 바지가 아주 멋있었다.다만 몸이 너무 말라 가슴이 작았다.이른 아침은 손님이 별로 없기에 우리는 보통 로비에 앉아 손님의 선택을 기다리곤 한다.그때 가죽옷을 입은 여자가 주위를 빙 둘러보더니 나를 선택했다.“그쪽한테 받을게요. 지은아, 네가 보기에는 어때?”가죽옷을 입은 여자가 미라처럼 꽁꽁 싸맨 여자를 보며 물었다.그러자 꽁꽁 싸맨 여자가 나를 보는 체도 하지 않고 말했다.“아니면 그냥 가자.”여자는 말하면서 밖으로 나가려 했다.그러자 가죽옷을 입은 여자가 얼른 그 여자를 잡아당겼다.“가긴 어딜 가? 여기까지 왔으면서 마사지는 받고 가. 너도 그것 때문에 고생하는 건 싫잖아. 그러니까 고민하지 마. 이 사람들은 소경이라 아무것도 못 볼 거야. 그런데 뭘 걱정해?”가죽옷을 입은 여자의 말에 나는 기분이 확 나빠졌다.소경이라니?맹인 혹은 시각 장애인이라는 단어도 있는데.물론 가자이긴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존중은 길러야 하는 거 아닌가?꽁꽁 싸맨 여자는 가죽옷을 입은 여자의 설득에 넘어가 결국 룸으로 들어갔다.그 뒤를 나는 곧장 따랐다.그러자 뒤에서 동료들의 부러움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한꺼번에 2명씩이나. 그것도 이렇게 젊고 예쁜 미녀들이라니. 수호 씨 복 받았네.”“제가 젊은 걸 어떡해요.”나는 헤실 웃으며 받아쳤다.나도 동료들이 아니꼽게 생각하지 않을 거란 확신이 들기에 이런 농담을 던졌다.김진호는 보통 로비에 나와 손님들의 선택을 기다리지 않으니까. 김진호는 항상 자기가 잘나간다고 자신한다.때문에 그 자식이 내 말을 들을 거란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방에 들어온 뒤 나는 준비물을 챙기며 물었다.“누구부터 하실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