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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4화

[나 자수성가해서 여기까지 왔어. 의지할 곳도 없이 하루하루 노력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가슴에 손을 얹고 나 그동안 네 형수한테 잘못한 일 한 적 한 번도 없어.]

[그런데 네 형수가 내 돈을 모두 갖고 도망쳤는데, 내가 어떻게 진정하게 생겼어?]

나는 형이 안쓰러우면서 한편으로 화가 났다.

안쓰러운 건, 형도 나와 같은 시골 출신이기에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지 알아서고, 화가 나는 건, 형이 형수가 돈을 들고 도망쳤다고 말해서다.

형이 그동안 고생한 건 맞지만 그렇다고 그게 형수를 의심할 이유는 될 수 없다.

형수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것도 아니고.

나는 형수와 함께 지낸지 얼마 되지 않는 데도 형수가 얼마나 좋은 여자인지 알겠는데. 게다가 형수는 형과 이혼할 생각조차 없다.

하지만 형은 지금 형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나는 너무 화가 나서 버럭 소리쳤다.

“형 미쳤어! 그것도 아주 단단히 미쳤어. 형수가 이혼하고 싶었으면 진작 이혼했지, 왜 지금까지 두고 봤겠어? 형은 형수를 너무 몰라. 어쩜 본인 생각으로 다른 사람을 판단할 수 있어? 남들이 다 형처럼 돈밖에 모르는 줄 알아?”

“형이 왕정민 꼴이 나면 그건 다 형 탓이야. 남 탓할 생각 하지 마.”

나는 단숨에 분노를 모두 쏟아냈다.

이 말들을 마음속에 억누르고 있자니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었으니까.

동성 형도 내 말에 정신을 차렸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

[네 형수가 뭐래? 이혼 얘기했어?]

“아니! 오히려 형과 절대 이혼 안 할 거라더라.”

전화 건너편에서 긴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한참 뒤, 형은 말을 이었다.

[왜? 내가 그런 잘못을 저질렀는데, 왜 이혼 안 한대?]

“내가 그럴 어떻게 알아? 아무튼 형수가 안 한다고 했어. 그리고 형이 형수한테 아무 느낌 없는 거 알겠으니까 밖에서 뭘 하든 상관 안 하겠대. 그저 예전처럼 경제권만 자기한테 넘기면 된대.”

“네 형수가 정말 그렇게 말했어? 네 형수 진짜 좋은 사람이구나.”

형은 놀란 듯 감탄했다.

그 감탄에 나는 너무 어이없고 화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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