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수도 그렇고 애교 누나도 그렇고, 심지어 남주 누나와 윤지은도 모두 완벽한 콜라병 몸매에 S라인이 선명한 미녀들이다.때문에 나는 정현처럼 가슴이 평평한 여자는 처음 본다.하지만 정현은 가슴이 평평하지만 얼굴은 못생기지 않았다.오히려 보이시한 느낌이 있다.이렇게 중성적인 매력이 있는 여자들은 가슴이 크면 오히려 이상할 거다. 가슴이 크면 사람 자체가 요염하고 섹시해 보이니까. 차라리 이렇게 평평한 게 생김새와 분위기에 더 어울린다.게다가 전에 영상으로 본 적 있는데, 모든 여자의 가슴이 다 큰 것만은 아니다. 가슴이 작은 여자도 있다.하지만 가슴이 작다고 매력 없는 건 절대 아니다.때문에 이건 어디까지나 느낌을 봐야 한다.나는 너무 신선한 나머지 여자를 한참 동안 빤히 바라봤다.그러다가 하마터면 들킬 뻔했다.정현은 갑자기 내 앞으로 손을 내밀며 마구 흔들어 댔다.“이봐요. 보이는 거예요?”나는 얼른 마음을 가다듬고 덤덤하게 말했다.“저는 맹인이에요. 그러니 보일 리가 없죠.”“그럼 선글라스 벗어 봐요. 눈 좀 보게.”선글라스를 벗으면 지은이 나를 무조건 알아볼 거다.때문에 나는 절대 벗을 수 없었다.결국 나는 뻔뻔하게 거짓말했다.“제가 어릴 때 사고를 당해 눈알이 많이 튀어나왔어요. 보는 사람마다 놀라니까 안 보는 게 나을 거예요.”“헐, 그러면 됐어요.”정현은 내 말에 얼른 단념했다.한참동안 대화를 하던 나는 고개를 들었다가 무심코 지은이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그 순간 나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그와 동시에 걱정이 앞섰다.‘설마 들킨 건 아니겠지?’나는 얼른 마스크를 찾아 꼈다. 하지만 왠지 계속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처럼 마음이 불안했다.나는 정현 앞에 다가와 물었다.“어디가 불편하세요?”나는 이렇게 물으면서 선글라스 뒤에서 몰래 지은을 훔쳐봤다.지은은 여전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순간 들켰다는 생각에 나는 더 불안해 났다.하지만 지은은 나를 까발릴 생각이 없어 보였다.보아하니
그 눈빛은 마치 나더러 자기 친구한테 못된 짓 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 같았다.‘내가 조금 있으면 너도 마음껏 만질 텐데, 네 친구는 더 말할 것도 없지.’‘이건 너희들이 직접 찾아온 거니까 날 탓하면 안 되지.’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정현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하지만 이건 내가 여색을 밝혀 기회를 노린 것만은 아니다. 나는 정현에게 어떻게 마사지해야 하는지, 혈 자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차근차근 가르쳐 주었다.정현의 가슴은 비록 작았지만 촉감이 아주 좋았다.게다가 무척 귀여웠다.솔직히 아주 마음에 들었다.다만 이 여자가 나중에 결혼하면 아이를 배불리 먹을 수 있을지 걱정될 뿐이었다.“아, 정말 뜨거워졌어. 지은아, 정말 뜨거워.”혈 자리를 누르면 가슴이 뜨거워지기 마련이다.때문에 열기가 느껴지자 정현은 흥분해서 소리쳤다.그러자 지은은 차가운 표정으로 쌀쌀맞게 말했다.“내가 예전에 가르쳐 줄 때는 듣는 체도 안 하더니, 왜 갑자기 그렇게 열정적이야?”“그게 어디 같아? 여자인 네가 내 가슴을 주무르는 건 너무 이상하다고. 그런데 잘생긴 오빠는 또 다르지. 그것도 모자라 가슴도 커질 수 있으니 일석이조 아니야.”정현은 아주 개방적이었다.심지어 내 흥미를 불러일으켰다.이런 여자와 사귀면 분명 재미있을 거다.대로는 재미있는 영혼이 재미없는 육체보다 나을 때가 많으니까.나는 정현과 대화하는 재미에 푹 빠져버렸다.대화를 하며 알게 되었는데 여자의 이름은 하정현이었다.이름도 역시나 듣기 좋았다.“잘생긴 오빠는 이름이 뭐예요?”나는 지은한테 들켰다는 걸 이미 알았기에 더 이상 숨기지 않고 내 이름을 솔직히 말했다.“정수호.”“그게 이름이에요?”정현은 내 이름을 듣더니 피식 웃었다.“시골에서 낳고 자란 데다 어릴 때 건강이 안 좋았거든요. 그래서 부모님이 흔한 이름을 지어줬어요. 흔한 이름이면 적어도 평균은 가겠지 해서요.”“어쩐지, 이름이 좀 흔하다 생각했어요.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괜찮은 것 같기도 하네요.”“어? 뭐
나는 울 수도 웃을 수도 없었다.‘고백을 거절했다고 내 탓이라는 건가?’이건 내 사상이 너무 뒤떨어져서인지, 아니면 내가 너무 보수적이라서 그런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요즘 여자들은 왜 다들 이렇게 개방적인지. 요즘 여자들은 마치 사랑이 아무것도 차닌 것처럼 구는 것 같다.나는 예속해서 정현을 마사지해 줬다. 혈 자리가 열리며 정현의 가슴은 점점 빨갛게 되었다.게다가 정현이 참지 못하고 신음을 내뱉는 바람에 듣는 사람마저 얼굴이 화끈 달아오를 지경이었다.나는 성적인 쪽으로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정현의 야릇한 표정을 보니 참을 수가 없었다.그런데 그때, 지은이 갑자기 다가오더니 차갑게 말했다.“왰어요, 오늘은 이만해요.”지은이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었기에 나는 얼른 손을 뗐다.하지만 정현은 아직 만족스럽지 못한 모양이었다.“왜 그래? 나 마침 기분 좋았는데. 아, 알겠다. 너도 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지? 그럼 네가 해.”정현은 지은의 뜻을 단단히 왜곡했다.이런 오해를 받자 지은은 나를 매섭게 노려봤다.‘내가 뭘 했다고 이래? 왜 나를 노려보는 건데? 미친 게 틀림없어.’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그때 지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하기 싫어졌어. 우리 가자.”“가긴 어딜 가? 나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못 가!”정현은 분명 지은이 부끄러워할까 봐 먼저 시범을 보인 건데, 지은이 갑자기 하지 않겠다고 하니 너무 어이없었다. 이러면 괜히 옷을 벗은 것 아닌가?정현은 지은을 침대에 밀어버리더니 오늘 마사지 안 받으면 가만 두지 않겠다며 협박했다.지은은 바로 변명하려 했지만, 정현의 말이 지은의 입을 단단히 막아버렸다.“너 방금 뭔가 이상했는데 솔직히 말해. 너 혹시 이 마사지사를 알아? 설마 예전에 나 몰래 여기 온 적 있어?”지은은 당황하며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가. 이런 곳은 나도 처음이거든.”“그런데 아까 왜 이 마사지사를 계속 빤히 쳐다봤는데? 이 마사지사가 나를 마사지해 줄 때 네 표정 엄청
‘이렇게 성격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어떻게 친구가 되었지?’하지만 여자들의 우정을 남자인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했다. 형수와 애교 누나도 마찬가지다. 한 명은 남녀의 일에 아주 익숙하고 여린 마음으로 대하는데, 한 명은 내성적이고 보수적이니까.하지만 이렇게 서로 다른 성격을 가졌지만 형수와 애교 누나의 사이는 매우 좋다.나는 지은 앞으로 걸어가 옷을 걷어 올리라고 요구했다.그러자 지은은 나를 노려보며 순순히 내 말을 따랐다.‘지금은 내가 협조해 주고 있는 건데, 왜 나를 노려보는 거야?’나는 일부러 지은의 허리를 꽉 잡았다. 그 촉감은 너무 황홀했다.“여기가 불편해요?”지은은 고개를 저었다.나는 또 다른 곳을 주무르며 물었다.“그럼 여기는요?”지은은 또 고개를 저었다.내 손은 점점 위로 올라갔다.그 순간 나는 지은이 잔뜩 긴장한 듯 뻣뻣하게 굳어버린 걸 느낄 수 있었다.지은의 이런 모습을 보니 나는 왠지 웃음이 나왔다.‘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 벌써 이렇게 굳어 있으면, 이따가 어떡하려고?’나는 손을 점점 위로 올렸다. 내 손은 이미 지은의 가슴 아래에 닿았다.만약 옷을 조금만 더 걷어 올리면 지은의 봉긋한 가슴을 감싼 속옷을 만질 수 있었을 거다.나는 이런 게 왠지 너무 스릴 있었다.“여기예요?”나는 여전히 병을 진찰하는 것처럼 지은을 마구 만져댔다.지은도 의사기에 내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알아차리고는 눈빛이 날카로워졌다.“난 허리가 아픈 거지 가슴이 아픈 게 아니에요. 손은 왜 자꾸 위로 올라가는데요?”나는 진작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덤덤하게 대답했다.“가끔 허리가 아픈 건 다른 곳의 통증 때문일 수 있어요. 그러니까 전면적으로 검사해 봐야 해요.”나는 말하면서 정신을 가다듬고 다른 곳을 더듬거렸다.그러면서 속으로는 흐뭇해했다.‘그러게 누가 나한테 사납게 굴랬나? 내가 아주 제대로 혼내줄 거야.’‘꿀 먹은 벙어리가 된 꼴이 아주 우습네.’‘하늘도 나를 돕고 있잖아.’지은이 오늘 친구와
“허리를 봐준다면서 엉덩이는 왜 들라고 하는데요?”지은은 결국 분노가 터지고 말았다. 그건 다름이 아니라, 엉덩이를 들고 있는 자세가 너무 수치스러워서였다.게다가 내 속내를 알고 있었기에 내가 본인을 일부러 괴롭힌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나는 지은의 귓가에 대고 키득거리며 내 속내를 드러냈다.“난 그쪽이 엉덩이 들고 있는 모습 보고 싶어요. 어쩔 건데요? 설마 때리게요?”‘흥!’‘예전에 한의원에서 출근할 때 나한테 그렇게 눈치를 주더니.’‘그때는 내가 방법이 없어서 굴복했지만, 여긴 내 구역이라고. 그러니 뭐든 내가 원하는 대로 해야지.’ 나는 지은이 내 속내를 아는 게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제까짓게 알면 어쩔 건데? 나한테 아무것도 못할 건데.’나는 지은이 아무것도 하지 못할 거라는 확신이 들었기에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내 말을 들은 지은은 역시나 낯빛이 어두워져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마치 다음 순간 내 뺨을 때릴 것처럼 말이다.하지만 나는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옆에 하정현도 서 있었으니까.“너 딱 기다려!”지은은 이를 갈며 낮게 속삭였다.다만 화가 나 미칠 것 같아도 결국 고분고분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지은은 몸에 딱 붙는 스커트를 입었는데 이렇게 엉덩이를 들어 올리니 봉긋한 엉덩이가 마침 나를 향했다.그 모습에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심지어 머릿속으로는 이 여자와 몸을 섞는 모습을 상상했다.지은은 내 첫 스승이나 다름없다. 때문에 평생 잊히지 않을 여자기도 하다.게다가 무엇보다 지은의 몸매는 너무 완벽하고, 내가 처음으로 만져본 여자 몸이기에 그 감각은 평생 잊을 수 없다.나는 눈앞의 동글한 엉덩이를 보며 이런저런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나도 모르게 지은의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내 행동에 지은과 정현은 동시에 멍해졌다.심지어 나조차도 넋이 나가버렸다.‘내가 지금 뭘 한 거지?’방금 나는 정신이 반쯤 나가 지은과 잠자리를 가지는 장면을 상상했다.‘큰일 났네, 어떡하지?’윤지
정현은 말하면서 내 선글라스를 벗기려고 손을 내밀었다.그 순간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피했다.결국 나의 민첩한 행동에 내 정체는 탄로 나고 말았다.“헐, 맹인 아니었어요? 왜 이렇게 민첩해요?”정현은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그 순간 나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큰일 났네, 탄로 났어.’“설마 맹인인 척 속이는 건 아니죠? 그럼 아까 내가 벗었을 때 다 본 거잖아요.”정현은 생각할 수록 화가 났는지 나에게 달려들어 내 선글라스를 앗아갔다.나는 더 이상 연기할 면목이 없어 정현을 요리조리 피해 다니며 설명했다.“일부러 속인 거 아니에요. 여기가 원래 그래요. 하지만 방금 마사지할 때 계속 눈 감고 있었어요. 맹세할 수 있어요.”“누굴 지금 어린애 취급해요? 그 말을 누가 믿어요? 당장 선글라스 벗어요. 안 그러면 발로 차버릴 거니까!”정현은 너무 사나웠다.겉보기에는 마르고 작아 보이는데, 이 정도로 깡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나는 정현을 피해 요리조리 도망쳤다.결국 나를 잡지 못하자 정현은 물건을 던지기 시작했다.그 물건들은 가게에서 마사지사한테 주는 물건인데, 모두 브랜드 상품이라 가격이 어마어마하다.그런 걸 망가뜨리면 당연히 내가 배상해야 한다.‘내가 돈을 얼마나 어렵게 버는데.’나는 결국 다급히 애원했다.“부수지 마요. 벗을게요.”나는 고분고분 선글라스를 벗었다.“역시나. 정말 제대로 보이는 놈이었잖아. 눈동자도 아주 전구다마처럼 크네. 솔직히 말해요, 방금 나 훔쳐봤죠?”내가 바보도 아니고, 이런 상황에 봤다고 말할 수 없었다.“정말 못 봤어요. 맹세해요.”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맹세했다.그러니까 사람들이 남자 말은 믿으면 안 된다는 거 아니겠는가?사람이 위기에 닥치면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저 눈앞의 위기를 한시 빨리 넘기고 싶을 뿐이지.“보지 못했더라도 만졌잖아요. 그러니 책임져요.”정현은 갑자기 말을 바꾸었다.그 말에 나는 너무 어이없었다.“저 직업이 마사지사예요. 그쪽이 마사지해
이유는 별거 없었다. 이곳은 내 구역이기에 뭐든 내 말에 따라야 하니까.‘여자가 내 구역에 와서 나를 겁주려고 하다니, 웃겨 정말.’그 사이 지은이 속으로 내 조상까지 욕했다는 걸 나는 알 리 없었다.하지만 아무렴 상관없었다. 나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으니까.‘욕하고 싶은 대로 욕하라지 뭐.’지은은 다시 침대에 엎드렸다. 곧이어 나는 지은을 마사지하기 시작했다.나는 그저 지은을 살짝 농락하고 싶었을 뿐이지, 그렇다고 치료를 해주지 않을 생각은 없었다.“계속 자리에 앉아 있고 운동을 안 해서 허리 근육이 손상된 거예요. 그리고 실수로 허리를 삐끗했으니 이럴 만도 하죠. 그런데, 허리는 어쩌다가 삐끗한 거예요?”나는 의미심장하게 물었다.솔직히 이 기회에 지은이 성관계를 하다가 허리를 삐끗한 건 아닌지 확인하고 싶었다.지은도 내 뜻을 알아차렸는지 퉁명스럽게 말했다.“계단을 내려가다가 실수로 넘어졌어요. 됐어요?”지은의 대답을 들으니 나는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이 부상이 다른 남자와 관계를 맺다 생긴 것만 아니면 괜찮았으니까.사람은 누구나 소유욕이 있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물론 나는 지은과 절대 이어질 리 없다는 걸 알고 있다. 게다가 지은이 남자 친구를 사귀려고 하면 막을 자격도 없다.하지만 지은이 그런 말을 하는 걸 용납할 수 없다. 안 그러면 질투 나니까.“그럼 요즘에는 하이힐 신지 마요. 허리에 안 좋으니까.”어쨌든 우리도 몸정을 나눈 사이기에 나는 다정하게 귀띔했다. 그와 동시에 조금 궁금했다.“그런데 의사 아니에요? 병원에서 치료하면 더 좋을 텐데, 왜 여기까지 왔어요?”“이봐요, 우리 지은이 의사인 건 어떻게 알아요?”지은이 대답하기 전에 그녀의 친구 정현이 먼저 끼어들었다.나는 얼른 반박했다.“정현 씨가 말했잖아요.”“내가 말했나? 기억 안 나는데?”“다들 가슴 큰 여자가 머리는 텅 비었다던데, 정현 씨는 가슴도 작은데 왜 머리가 텅 비었어요?”나는 참지 못하고 조롱했다.그 순간 정현은 화가 난 듯
내가 또 혈 자리를 누르려고 할 때, 지은 갑자기 예민하게 반응했다.“그만할 테니까 가봐요.”“이제 시작이에요. 아직 멀었어요...”지은은 내 말을 아예 잘라버렸다.“그만하겠다고요.”나는 지은의 강렬한 말투에 흠칫 놀랐다.‘내가 선을 넘었나?’그렇다면 왠지 미안했다.나는 그저 장난치려는 거였지 별다른 뜻은 없었으니까.때문에 지은의 기분이 언짢아 보이자 더 이상 장난칠 수 없었다.“그럼 조금 쉬었다가 괜찮아지면 불러요.”나는 선글라스를 끼고 룸에서 나가려고 했다.그러다가 무심코 지은의 표정이 이상하다는 걸 발견했다.‘왜 저러지?’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다가 갑자기 든 생각에 눈이 휘둥그레졌다.이윽고 지은을 바라봤더니 표정이 이상한 걸 봐서 내 생각이 맞는 듯했다.이상한 표정에 이상한 자세, 아무리 봐도 맞는 것 같았다.‘뭐야? 한번 누른 거로 흥분했다고? 심지어...’‘설마 그때 헤어지고 나서 다른 남자를 한 번도 만나지 않았나?’‘그래서 조그마한 자극에도 이렇게 흥분하는 건가?’‘그럴 리 없겠는데?’나와 지은은 오며 가며 알게 된 인연이라 지은이 나 때문에 다른 남자를 만나지 않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내가 착각한 거겠지.’‘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저 반응은 어떻게 설명할 건데?’나는 룸에서 나와 물을 받아 마셨다. 하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뒤죽박죽이었다.그때 모태진이 쪼르르 달려와서 의미심장하게 물었다.“수호 씨, 그 두 미녀 어땠어요? 몸매는 좋아요? 피부는 부드러워요?”모태진은 잔뜩 흥분한 채 눈을 게슴츠레 뜨고 있었다. 그걸 보면 내가 룸에 들어간 뒤, 이 자식이 문에 귀를 대고 엿들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그와 동시에 분명 나를 부러워했을 거다.이건 내가 젊어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이라 할 수 있다.만약 매일 다른 스타일의 미녀가 동료들을 찾아오면 나라도 부러워했을 거다.때문에 나는 모태진이 너무 싫지는 않았다. 어찌 됐든 우리는 본질이 같은 사람이니까.우리는 모두 평범한 남자다. 그러니 욕망이 있는
그 순간 나는 머리가 띵했다. 나는 애써 눈을 뜨려고 했지만 머리가 너무 어지럽고 눈꺼풀이 무거워 도저히 뜰 수 없었다.다만 그 와중에 약간의 의식은 존재했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용천 호텔에서 나와 몸을 섞은 사람이 사모님이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사모님 댁에서 지내면서 사모님 다리에 있는 나비 문신을 보고 내 추측을 확신했고.하지만 지금껏 나는 그게 사모님이든 아니든 무조건 사모님과는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최면했다. 무슨 일이 있든 간에 사장님께 미안한 행동은 할 수 없었으니까.하지만 오늘 저녁 나는 또 잠결에 그 나비를 보게 된 거다. 그 순간 나는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뭐지?’오늘 여기 있는 사람 중에 그날 용천 호텔에 있었던 사람은 오직 애교 누나뿐이다.하지만 애교 누나 몸에는 분명 나비 문신이 없다.게다가 나는 애교 누나 몸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데 애교 누나의 피부는 이 정도로 희지 않다.하지만 애교 누나가 아니면 또 누구란 말인가?고아연? 아니면 고수연?그날 밤 나는 이 두 여자를 본 적이 없다.나는 이 상황이 어리둥절했고 상대가 누구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는 게 너무 답답했다무엇보다 오늘 너무 취해 머리가 어지러웠기에 눈을 뜰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나는 정신도 차리지 못한 채로 애써 몸부림쳤지만 결국 의식이 점멸되어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그리고 나는 다음 날까지 푹 잠들었다.내가 바닥에서 일어났을 때 다른 사람들은 이미 모두 깨어났다. 내가 그중 맨 마지막에 깨어난 듯했다.나는 아픈 머리를 문지르다가 테이블을 치우는 애교 누나를 발견했다.“누나, 다른 사람들은요?”애교 누나는 테이블을 정리하면서 대답했다.“다들 일이 있다고 먼저 갔어요. 수호 씨를 방에서 자라고 하려 했는데 너무 깊이 잠들어 아무리 깨워도 깨지 않더라고요.”“애교 누나, 어젯밤 혹시 안 잤어요?”나는 몸부림치며 일어나 의자에 앉았다.그때 애교 누나가 입을 열었다.“늦게 잠들긴 했지만 안 잔 건 아니에요. 나
윤지은은 대체 진동성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그 일이 있은 후 진동성은 한 번도 나타난 적이 없다.때문에 우리는 형수를 집으로 모신 뒤 번갈아 가면서 돌보기로 했다. 그러는 게 서로서로 안심이 되기도 했으니까.그 일로 애교 누나는 아버지를 설득해 원래 살던 형수네 옆집으로 다시 이사 오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한테 다시 함께 살자고 초대했다.나는 잠시 고민 끝에 결국 고개를 저었다.“안 돼요. 당분간은 누나랑 같이 살 수 없어요.”“왜요?”애교 누나는 실망스러운 듯 나를 바라봤다.나는 애교 누나의 얼굴을 감싸면서 진지하게 말했다.“이 사실을 누나 아버지가 알게 되면 저를 더 싫어하실 거예요. 그러니까 제가 성공하기 전까지 같이 살면 안 돼요. 그래야 누나 아버지를 화나게 하거나 누나 명성에 누가 되지 않을 거예요.”애교 누나는 이내 미소를 되찾았다.“바보. 수호 씨가 나를 이렇게 생각할 줄은 몰랐어요.”“당연하죠. 저는 정말 누나랑 결혼하고 싶어요. 때문에 누나 명성을 제가 망가뜨릴 수는 없어요.”“그래요. 수호 씨 말에도 일리가 있네요. 하지만 월세방에서 지내는 건 너무 머니까 태연이네 집에서 지내는 건 어때요?”애교 누나의 제안에 나는 살짝 어리둥절했다.“왜요?”“예전에도 태연이네 집에서 지냈잖아요. 지금 다시 거기서 지내는 게 당연한 거 아니에요? 그리고 동네 사람들도 태연이 교통사고로 의식이 없는 걸 알고, 진동성은 바빠서 집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것도 아니까 동생이 대신 형수 돌보는 건 당연하잖아요.”애교 누나는 조리 정연하게 분석했다.사실 애교 누나는 내가 자기랑 같이 살든 아니면 형수 집에서 지내든 가까이에 있고 싶은 거였다. 하지만 나도 나름 걱정이 있었다.“진동성과 형수 사이에 이혼 얘기가 오가고 있다는 건 언젠가 소문이 퍼질 거예요. 그런데 제가 형수 집에 무슨 신분으로 있겠어요? 이건 형수의 평판에도 안 좋아요. 차라리 월세방에서 지내면서 매일 보러 갈게요.”애교 누나는 아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하지만
“괜찮아요.”“혹시 불편하지는 않아요? 아까 걸을 때 보니 허리를 짚고 걷던데요.”나는 걱정이 되어 물어봤다. 무엇보다 방금 사모님이 계속 허리를 짚고 걷는 걸 보니 허리가 분명 불편한 것 같아 보였다.아니나 다를까 사모님은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제가 주물러 드릴까요?”“아, 아니에요.”사모님은 갑자기 얼굴을 붉히며 어색하게 행동했다.‘대체 왜 이러지?’사모님이 싫다고 하니 나도 더 이상 강요하지 않았다.하지만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려고 할 때 사모님이 갑자기 나를 불러 세웠다.“수호 씨, 그날 밤 일은...”나는 약간 어리둥절했다.‘어느 날 밤을 말하는 거지?’그러다가 사모님이 부끄러워하는 표정을 본 후에야 나는 사모님이 치마가 젖었던 그날을 말한다는 걸 깨달았다.나는 다급히 설명했다.“사모님이 말씀하지 않으면 진작 잊어버렸어요.”“정말요? 거짓말하는 거 아니죠?”“제가 왜 거짓말하겠어요? 저 매일 해야 할 일이 많아서 일일이 기억할 수 없어요.”사모님의 미소는 살짝 이상했다. 그건 아무리 봐도 겉웃음이었다.“그럼 다행이네요. 일 봐요.”나는 뒤돌아 집을 나섰다.그 시각 임유미는 안절부절못하며 치맛자락을 잡은 채 나를 훔쳐보았다.임유미는 요즘 왠지 모르게 저녁만 되면 참지 못하고 핸드폰을 꺼내 몰래 야한 영상을 보곤 한다. 그것도 나이 많은 여자 주인공과 젊고 잘생긴 남자 주인공이 나오는 영상을.영상 속 어린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을 누나라고 부를 때면 임유미는 따라서 흥분하곤 했고 강렬한 오르가슴을 느끼곤 했다.임유미도 자기가 요즘 왜 이러는지 의문이었지만 그렇다고 남편한테 털어놓을 수도 없었다.방금 나를 붙잡은 것도 아무 이유 없이 단순히 내 목소리를 듣고 내 탄탄한 팔뚝을 한 번 더 보기 위해서였다. 가끔 임유미는 자기 마음속에 다른 자신이 살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도 그럴 게, 그동안 자기한테 이런 모습이 있을 줄은 몰랐으니까. 심지어 가끔은 자기 친구들과 함께하
“사장님도 이미 최선을 다하셨어요.”나는 정 사장님을 매우 존경한다. 하지만 나더러 정 사장님처럼 하라고 하면 할 자신이 없다.내 생각도 사실은 만건희나 이규민과 다를 게 없다. 장사는 당연히 돈을 버는 게 목적이니까.하지만 이 일은 정 사장님이 나한테 부탁한 일이기에 나는 책임지고 정 사장님을 도와야 한다. 비록 모든 사람은 이미 마음이 변해 내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지만.나는 정 사장님이 자책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어찌 됐든 이건 정 사장님 책임이나 의무가 아니니까.나는 더 이상 정 사장님을 귀찮게 하지 않으려고 방을 나왔다.사실 나는 정 사장님이 왜 이토록 박애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런 사람이 공무원이 되었다면 분명 아주 훌륭한 사람이 되었을 텐데 말이다.사모님이 다가오자 나는 궁금했던 걸 물었다.“사모님, 뭐 하나 물어봐도 돼요?”“뭔데요? 물어봐요.”나는 얼른 궁금한 걸 물었다.“사실 좀 궁금해서요. 정 사장님은 왜 상회를 설립하셨어요?”“그걸 설명하려면 우리 그이 어릴 때부터 이야기해야 해요.”사모님은 나와 함께 소파에 앉더니 이야기를 시작했다.“사실 호섭 씨는 고아예요. 나도 들은 거지만 부모님 모두 병으로 돌아가셨대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의학을 파고들었고 커서도 계속 의학 분야에서 일했어요.”“화인당도 사실 돈을 벌려는 목적으로 오픈한 게 아니에요. 그냥 최선을 다해 병을 볼 수 없는 사람들이 병을 볼 수 있게 도와주기 위해서였어요.”그 말에 나는 속으로 감탄했다. 정 사장님이 이토록 위대한 분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호섭 씨는 착한 사람이라 누군가 병으로 고통받는 모습을 가장 싫어해요. 내가 이렇게 말하면 현실성 없다고 하겠지만 이게 사실인걸요. 호섭 씨는 누구한테나 친절해요. 선악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사람도 아니고요. 게다가 부모님께 효도하고 나한테 잘해줘요. 내 눈에 호섭 씨는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남자예요.”나는 고민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나도 깊이 동감하는 바니까.정 사장님은 모
“나는 이 사장을 따를 생각이 없지만, 정 사장 생각이 너무 허황한 건 사실이에요. 우리가 장사하는 목적이 돈 벌기 위해서인 건 맞잖아요. 그런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걸 왜 하지 않으려 하죠?”민건희의 말을 들은 순간 나는 그의 의도를 파악했다.민건희는 겉으로는 정 사장님 뜻에 따르는 척했지만 사실 진작 마음이 변했다.테이블에 거의 엎드리다시피 몸을 앞으로 기울였던 나는 민건희의 말을 듣는 순간 몸을 뒤로 빼 의자에 기댔다.“민 사장님은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민건희는 여전히 웃는 얼굴로 말했다.“솔직히 우리끼리 협력할 수 있어요. 강북 약재 시장 자원 대부분 정 사장이 쥐고 있으니 우리는 원가대로 다른 사장한테 팔면 그만이잖아요. 그러면 수호 씨도 정 사장한테 결과를 보여드릴 수 있고요.”“다만 서윤기한테만큼은 약재 가격을 좀 더 쳐줘서 그자가 우리를 도와 더 큰 이익 공간을 만들어줄 수 있게 하면 돼요.”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어떻게 쳐줄 건데요? 진짜 약재를 사용하면 서윤기가 제공하는 가격이 이미 최저 가격이에요. 민 사장님 말대로 하려면 약재를 바꾸는 수밖에 없어요.”민건희은 얼른 자기 생각을 말했다.“약재를 바꾸는 게 안 될 것도 없죠. 그저 품질이 좀 떨어지는 거로 바꿀 생각이지 가짜 약재로 숫자를 채우자는 게 아니잖아요.”나는 속내를 꿰뚫어 볼 것처럼 민건희를 빤히 바라봤다.적어도 민건희는 이규민이나 전광진과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민건희는 그저 다른 방식으로 제 욕심을 채우려 하는 것뿐이었다.나는 싱긋 웃으며 말을 아꼈다.“민 사장님, 오늘 만나지 않았던 거로 해요. 저는 이만 가볼게요.”내가 떠나려고 하자 민건희는 다급하게 일어섰다.“왜요? 싫어요? 내가 말한 방법은 우리 두 사람한테 모두 이로운 방법일 텐데 왜 싫다는 거죠?”“이건 정 사장님이 원하는 게 아니에요.”민건희는 대뜸 물었다.“정 사장 생각은 너무 현실성 없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백성들한테 좋은 일을 하자니, 그게 장사꾼이 할 수 있는 발상
그날 저녁 나는 형수 옆에 누워 형수를 꼭 안은 채 잠이 들었다.형수의 감각이 아직 남아있다는 걸 알았기에 나는 이런 방식으로라도 형수가 빨리 깨어나기를 바란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그 시각, 형수는 확실히 의식이 있었다. 다만 의식이 뭔가에 속박된 것처럼 마지막 한 층을 뚫고 나올 수 없었다.나와 백연우가 자기 앞에서 꽁냥거릴 때 형수는 솔직히 화가 나 당장이라도 일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눈이 떠지지 않았다. 그러다 나중에 너무 화가 나서 아예 나를 무시해 버렸다.그 뒤, 내가 자기 손을 잡고 방금 전 그랬던 게 자기를 자극하려고 연기를 한거라고 하니 형수의 마음은 또다시 따뜻해졌고 내가 자기 옆에 누워 잠이 들자 서서히 평온을 되찾았다.형수도 내가 자기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신경 쓴다는 걸 알았기에 매우 행복했다.다음 날 아침. 나는 이 좋은 소식을 고아연에게 알려주었다. 그러자 고아연도 매우 기뻐했다.“정말? 그럼 우리 언니가 또 움직이게 할 수 있어?”“그건 좀 어려울 것 같아요. 형수가 반응하는 건 가끔 있는 일이라 자극을 받을 때마다 반응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그래도 형수가 아직 의식이 있으니 외부의 충격에 반응하는 거예요. 얼마 지나지 않으면 정신을 차릴 것 같아요.”“정말 그렇다면 다행인데. 언니, 얼른 눈 떠. 나 언니한테 할 말 있어.”고아연은 형수의 손을 잡고 진심을 털어 놓았다.그 뒤로 며칠 동안 나는 도관과 화인당 그리고 병원을 전전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며 점점 그런 생활에 적응했다.그리던 오늘 민건희 사장이 강북에 돌아왔다며 전화를 걸어왔다. 우리는 찻집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나는 오늘 민건희 사장을 처음 본다. 민건희는 키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얼굴이 서글서글해 보였다.나는 현재 상회의 상황을 민건희에게 설명했다. 그러자 민건희가 말했다.“서윤기는 약재 가격을 올리고 싶어 해요. 이 사장도 똑같은 생각이고요. 약재 가격이 오르면 약재상이 얻을 수 있는 이윤도 증가한다는 뜻이니까요.”“하지만
백연우는 그제야 이상함을 느꼈다.“뭐야? 정말 네 형수 앞에서 하려고?”나는 백연우의 입을 막으며 작은 소리로 형수의 눈을 보라고 눈짓했다.내가 가리키는 대로 눈알을 데구루루 굴린 백연우는 이내 눈이 휘둥그레졌다.“정말 반응하잖아?”나는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해서 작은 소리로 말했다.“우리가 스킨십할 때마다 형수가 반응해요. 아마 우리가 한 말이 들리는 것 같아요. 이런 방식으로 자극하면 깨어날지 확인해 보고 싶어요.”“이게 진짜. 그러니까 지금까지 나를 이용했다는 거네?”나는 다급히 설명했다.“이용이라니요. 나도 너무 갑작스러워 설명할 시간이 없어요.”“그럼 어떡해? 나더러 계속 너한테 협조하라고?”나는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백연우는 그제야 목청을 가다듬고 톤을 한껏 높였다.“정수호, 네 입술 키스하기 너무 좋다. 더 할래.”나도 일부로 목소리를 높였다.“저쪽에 빈 침대가 있는데 그쪽으로 가요.”“아주 나빴어. 정말 여기서 하려고? 몰라.”백연우는 배우 하지 않은 게 아까울 정도로 연기를 잘했다. 목소리는 유혹적이었고 표정은 역시 농염했다.나는 계속해서 형수를 관찰했다. 하지만 처음에는 흥분한 듯 속눈썹을 파르르 떨던 형수가 갑자기 움직이지 않았다.“우리가 너무 지나쳤던 건 아니겠죠?”나는 백연우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내가 그럴 어떻게 알아. 난 너한테 협조해 주기만 했어.”백연우는 이내 자기는 책임 없다는 듯 선을 그었다.나는 다급히 형수 앞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형수는 확실히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그 순간 나는 의아함이 생겼다. 하지만 형수가 우리 대화를 들었다는 건 확신할 수 있었다. 이건 좋은 현상이다.형수가 우리 대화를 들었다면 의식이 있다는 뜻이었으니 적당하게 자극하기만 하면 조만간 깨어날 수 있을 거다.그걸 생각하니 나는 여전히 기뻤다.나는 백연우를 끌고 병실 밖으로 나갔다.“오늘 고마웠어요.”“우리 사이에 뭘 고맙긴. 나중에 태연이 깨어나면 나 만나러 학교로 와. 우리
“지금이 어느 때인데 그런 농담을 해요?”나는 조금도 웃기지 않았다.하지만 백연우가 내 가슴을 꼬집으며 말했다.“내가 누구를 위해서 이러는 건데? 호의를 무시하지 마.”“알았어요. 백 쌤 말 대로 됐으면 좋겠네요.”그러던 그때 백연우가 갑자기 내 품에 안겼다.“그동안 나 보고 싶지 않았어?”“저기, 백 쌤. 형수가 옆에 누워 있는데 좀 이러지 않으면 안 돼요?”“내가 보고 싶었냐고 물어본 것뿐이잖아. 내가 뭘 한 것도 아닌데 왜 겁을 먹고 그래?”“형수 앞에서 이러고 싶지 않아요.”“얼씨구. 지난번에 나 찾아왔을 때는 여자를 본 적 없는 남자처럼 달려들더니.”그 말에 나는 일순 난처했다.현재 형수가 의식이 없어 듣지 못하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분명 화부터 냈을 거다.나는 백연우를 내 다리 위에서 내려보내고는 무의식적으로 형수를 바라봤다. 그때 형수의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리는 게 눈에 들어왔다.나는 너무 기뻐 다급히 형수의 손을 잡았다.“형수, 형수. 내 말 들리는 거죠?”백연우도 놀란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뭐야? 반응했어?”백연우는 말하면서 고개를 숙여 형수를 살폈다.“아니잖아.”“제가 분명 봤어요. 형수의 속눈썹이 떨렸어요.”“잘못 본 거 아니야?”“아니에요. 잘못 볼 리 없어요. 똑똑히 봤어요.”이번만큼 나는 형수의 속눈썹이 떨리는 걸 분명히 봤다.백연우는 팔짱을 낀 채 나를 꿰뚫어 볼 듯 노려봤다.“정수호, 아주 소설을 써라.”“거짓말 아니라니까요. 진짜예요.”“헛것을 봤겠지. 그동안 너무 바쁜 데다 욕구가 쌓여 잘못 본 게 틀림없어. 내가 욕구 좀 풀어줄게. 어때?”백연우는 생글생글 웃으며 내 목을 끌어안았다.그 순간 나는 놀랍게도 형수의 손가락이 움직이는 걸 발견했다.나는 그제야 형수가 우리의 대화를 듣고 충격을 받아 반응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렇다면 내가 이런 방식으로 형수한테 자극을 주면 형수가 깨어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나는 설명할 새도 없이 백연우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임유미는 그동안 밤이 깊어 날이 어두워지면 외로움이 스멀스멀 고개를 들어 누군가에게 보살핌받고 싶다는 생각에 지배되곤 했었다. 하지만 자신이 얼마나 사람 받고 싶고 관심받고 싶은지 남편이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 남편한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으니까.임유미는 정호섭이 자기한테 미안해 이혼할 생각까지 했다는 걸 알고 있다. 때문에 정호섭이 자기 마음을 알면 또 그런 생각을 할까 봐 두려웠다.그 순간 든 생각은 현재 주변에 아무도 없으니 몰래 해결해도 아무도 모르겠지 하는 생각이었다.임유미는 집에 들어가 화장실에서 몰래 욕구를 해결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정호섭이 도중에 자기를 부르면 흥이 깨질까 봐 걱정되었다.그에 반해 복도는 오히려 사람이 아무도 없어 마음껏 욕구를 해소할 수 있었다.생각이 여기까지 미친 임유미는 몰래 비상계단으로 향했다. 그 순간 그녀의 마음은 더 없이 벅차올랐다.지금껏 임유미는 이런 짓을 해본 적이 없었기에 너무 짜릿하고 두근거렸다.하지만 친구들을 떠올리니 자기도 이제는 좀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여자는 자기 욕구를 너무 억누르면 안 된다. 그랬다가는 병이 올 수 있으니까.최근 들어 소여정과 백연우처럼 자유롭고 멋지게 사는 게 부럽다는 생각이 종종 들었기에 임유미도 자기를 바꿔보고 싶었다. 결국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임유미의 핸드폰은 주인처럼 깨끗하다. 그동안 지저분한 사이트는 한 번도 들어간 적이 없으니까. 때문에 한순간 어떤 사이트에서 영상을 찾아야 할지 막막했다.그러다가 문득 소여정한테서 받았던 노골적인 사진이 떠올라 그걸 찾아냈다. 그 사진은 너무 노골적이라 예전에는 너무 부끄러워 제대로 보지도 못했었다.임유미는 눈을 지그시 감으며 자기와 남편이 예전에 잠자리를 가지던 모습을 떠올랐다. 그렇듯 점점 옛 추억에 빠지는 느낌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다....한편 나는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모른 채 사모님 집에서 나오자마자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나는 고수연을 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