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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3화

정현은 말하면서 내 선글라스를 벗기려고 손을 내밀었다.

그 순간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피했다.

결국 나의 민첩한 행동에 내 정체는 탄로 나고 말았다.

“헐, 맹인 아니었어요? 왜 이렇게 민첩해요?”

정현은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 순간 나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큰일 났네, 탄로 났어.’

“설마 맹인인 척 속이는 건 아니죠? 그럼 아까 내가 벗었을 때 다 본 거잖아요.”

정현은 생각할 수록 화가 났는지 나에게 달려들어 내 선글라스를 앗아갔다.

나는 더 이상 연기할 면목이 없어 정현을 요리조리 피해 다니며 설명했다.

“일부러 속인 거 아니에요. 여기가 원래 그래요. 하지만 방금 마사지할 때 계속 눈 감고 있었어요. 맹세할 수 있어요.”

“누굴 지금 어린애 취급해요? 그 말을 누가 믿어요? 당장 선글라스 벗어요. 안 그러면 발로 차버릴 거니까!”

정현은 너무 사나웠다.

겉보기에는 마르고 작아 보이는데, 이 정도로 깡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나는 정현을 피해 요리조리 도망쳤다.

결국 나를 잡지 못하자 정현은 물건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 물건들은 가게에서 마사지사한테 주는 물건인데, 모두 브랜드 상품이라 가격이 어마어마하다.

그런 걸 망가뜨리면 당연히 내가 배상해야 한다.

‘내가 돈을 얼마나 어렵게 버는데.’

나는 결국 다급히 애원했다.

“부수지 마요. 벗을게요.”

나는 고분고분 선글라스를 벗었다.

“역시나. 정말 제대로 보이는 놈이었잖아. 눈동자도 아주 전구다마처럼 크네. 솔직히 말해요, 방금 나 훔쳐봤죠?”

내가 바보도 아니고, 이런 상황에 봤다고 말할 수 없었다.

“정말 못 봤어요. 맹세해요.”

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맹세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남자 말은 믿으면 안 된다는 거 아니겠는가?

사람이 위기에 닥치면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저 눈앞의 위기를 한시 빨리 넘기고 싶을 뿐이지.

“보지 못했더라도 만졌잖아요. 그러니 책임져요.”

정현은 갑자기 말을 바꾸었다.

그 말에 나는 너무 어이없었다.

“저 직업이 마사지사예요. 그쪽이 마사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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