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 형은 어색하게 웃더니 말했다.“나도 안 된다고 한 적 없어. 애교 씨 좋은 여자야, 두 사람 만나는 거 어쩌면 좋은 일이야.”“형, 그 말 진심이야?”나는 진지하게 물었다.사실 나는 형이 다시 예전의 착한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누구보다 바라고 있다. 어쨌든, 형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야 형수와 잘 지낼 테니까.형은 내 눈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응, 내가 지금 한 얘기 진심이야. 요 며칠 혼자 집에서 지내보니 정말 죽도록 괴롭더라. 너랑 형수가 다시 돌아와서 예전처럼 웃으며 지내고 싶어.”형의 눈을 보면 이 말들이 모두 진심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나는 형의 손을 덥석 잡고 내 진심을 토로했다.“그럴 거야. 모두 잘될 거야. 내가 오늘 형수한테 또 연락해서 언제 돌아올지 물어볼게. 사실 나도 형과 형수가 잘 지냈으면 좋겠어. 게다가 아이까지 있으면...”나는 순간 내가 실수했다는 걸 인지하고 바로 입을 다물었다.동성 형은 아이라는 말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내 지금 상태로는 네 형수와 아이 가지기 어려워. 수호야, 혹시 전에 약속했던 거 기억해?”나는 당연히 기억한다. 동성 형이 나한테 형수와 아이를 가지라고 부탁했던 일을.하지만 나는 단번에 거절했다.“형, 난 애교 누나랑 결혼할 거야. 때문에 그럴 수 없어. 차라리 형이 달라져 보는 건 어때? 시험관 아기도 형과 형수의 아이니까 더 좋은 거 아니야?”“나도 그러고는 싶어. 하지만 네 형수가 나한테 기회를 안 줄까 봐 걱정이야. 게다가 아이가 없으면 우리 혼인 정말 유지하기 어려워.”동성 형은 약간 두려워하는 듯했다.때문에 아이로 형수를 묶어두고 싶어 했다.다시 말해 지금 형은 매우 불안한 상태이기에 나한테 이런 부탁을 한 거다.하지만 나는 다시 한번 거절했다.“안 돼요. 난 애교 누나한테 미안한 짓을 할 수 없어요. 그리고 형수가 거절할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하,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매일 너무 머리가 아파.”“형, 우선 아이
어쨌든 나와 형은 같은 동네에서 자랐기에 계속 우정을 유지하면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때문에 예전의 일이 모두 지나가고 다시 원래의 생활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나는 화인당으로 출발하려고 시동을 걸었다.그때, 익숙한 실루엣이 나에게로 걸어왔다.그 사람은 다름 아닌 윤지은이었다.보아하니 지은은 나에게로 오는 모양이었다.똑똑똑-아니나 다를까, 지은은 내 차 유리창을 두드렸다.나는 얼른 차창을 내렸다.“무슨 일이에요?”“내려요. 할 말 있어요.”지은은 여전히 싸늘한 표정이었고 말투 역시 명령투였다.매번 지은이 이러는 걸 볼 때마다 나는 참지 못하고 맞서게 된다.“윤 선생님, 여긴 한의원이 아니에요. 그러니 난 그쪽 말을 들을 필요가 없는 것 같은데요? 할 말 있으면 그냥 해요, 역시도 들을 수 있으니까.”내 태도에 지은의 표정은 싸늘해졌다.하지만 나와 실랑이를 벌이기 싫다는 듯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어제 일, 다른 사람한테 말하지 마요. 만약 조금이라도 흘리고 다니면 가만 두지 않을 거예요!”나는 지은이 무슨 걸 가리키는지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물었다.“무슨 일이요? 직접 말해줘야 알 것 같은데요? 내가 워낙 기억력이 안 좋아서 제대로 말해주지 않으면 기억이 안 나요.”“시치미 그만 떼요. 내가 무슨 얘기 하는지 알고 있잖아요.”나는 일부러 고민하는 듯 한참 뜸 들이다 말했다.“아, 혹시 내가 마사지해 줬을 때...”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은은 내 입을 막아버렸다.그 순간 지은의 향기가 내 코끝을 간지럽혔다.지은은 나를 매섭게 노려보며 경고했다.“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왜 또 말해요? 죽고 싶어요?”나는 일부러 코를 킁킁거리며 변태 같은 모습을 보였다.그러자 지은은 역겹다는 듯 손을 뒤로 뺐다.“징그러워! 파렴치하고 변태 같긴!”지은은 나를 향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그 말에 기분이 팍 상한 나는 얼른 반박했다.“누가 파렴치하고 변태 같은 게 누군데요. 매번 나를 만나면 잡아먹지 못해 안달난 것처럼 시비를 걸
“이봐요, 뭐 하는 짓이에요? 당장 내려가요.”나는 너무 놀라 두 손을 높이 들고 지은에게 돈도 대지 않았다.하지만 지은은 내 위로 올라오자마자 옷을 벗기며 말했다.“내가 덮쳤다면서요? 그러니까 돌려주겠다고요. 앞으로 다시 만나면 그런 말 하지 마요.”이른 아침 애교 누나 때문에 가뜩이나 많이 참았는데, 지은의 꼬드김에 나는 금방 괴로워졌다.더욱이 지은은 하필 내 그곳에 앉아 아파 미칠 지경이었다.나는 할 수 없이 지은의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미쳤으면 곱게 미쳐요. 나 이러다 지각해요, 얼른 비켜요.”“싫어요. 지금 돌려줘야 해요. 그러고 앞으로 또다시 내가 덮쳤다고 말하고 다니면 그땐 죽여버릴 거예요!”지은은 또다시 내 다리 위에 앉았다.그 순간 나는 혼이 빠질 뻔했다.계속 이렇게 하다간 내 목숨이 아니라 내 아래가 망가질지도 몰랐다.“해요. 이렇게 됐는데도 안 하면 남자도 아니에요.”지은은 내 옷을 벗기면서 나를 자극했다.가뜩이나 참고 있는데, 이런 자극을 받으니 나는 더 이상 참기 힘들었다.게다가 지은이 하필 내 그곳에 앉아 너무 괴로웠다.나는 결국 퉁명스럽게 말했다.“지금 누구더러 남자도 아니라는 거예요? 어떤 게 남자인지 제대로 보여줄게요.”나는 지은의 치마를 들추었다.곧이어 차는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그로부터 반 시간 뒤, 지은은 내 품에 나른하게 안겼고, 나는 지은을 끌어안은 채로 숨을 헐떡였다.그제야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자각한 나는 충격에 휩싸였다.내가 윤지은과...그것도 형수 차에서 이런 짓을 벌이다니.‘헐, 방금 본 사람 없겠지?’하지만 현재는 한창 출근할 시간이라 아마 사람들이 오며 가며 우리를 봤을 거다.나는 너무 불안했고 앞으로 어떻게 고개를 들고 다닐지 걱정되었다.“이게 다 그쪽 때문이에요!”나는 화가 나서 지은을 향해 소리쳤다.그때 지은이 발그스레한 얼굴을 들어 올렸다.“무슨 뜻이에요?”나는 방금 전 상황을 설명했다.“여기가 어디인지 잘 봐요. 지나가던 사람들이 우리를
하지만 좁은 운전석에 숨을 곳이 있을 리가 없었다.“얼른 의자 좀 뒤로 조절하지 않고 뭐 해요?”지은은 퉁명스럽게 말했다.나도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다급히 의자를 뒤로 조절했다.그 순간, 지은은 미꾸라지처럼 내 품에서 빠져나가더니 의자 아래에 숨었다.그나마 지은이 말랐으니 망정이지, 만약 형수였다면 숨지 못했을 거다.지은은 작은 소리로 나에게 귀띔했다.“멍때리지 말고 얼른 출발해요.”“그쪽이 그렇게 숨어 있는데 내가 어떻게 운전해요?”‘발도 펼 수 없는데 나더러 어떻게 브레이크와 엑셀을 밟으라는 건지.’하지만 지은은 그런데도 계속 재촉했다.이건 아예 불가능한 일이었다.그때, 지은의 친구 정현이 나를 발견하고 이쪽으로 다가왔다.그 순간 나는 깜짝 놀라 지은에게 귀띔했다.“얼른 숨어요. 소리 내지 말아요. 그쪽 친구가 오고 있으니까.”말을 마친 뒤 나는 얼른 선글라스를 꺼내 착용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정현이 내 쪽으로 다가왔다.“이거 아주 사기꾼이네요. 맹인이 아닌 걸 아는데 뭘 계속 연기해요? 얼른 선글라스 벗어 봐요.”그 말에 나는 내 신분이 벌써 들통났다는 게 떠올랐다.이에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선글라스를 벗었다.“하정현 씨, 이런 우연이 다 있네요.”“그러게요. 수호 씨도 이 동네 살아요? 어제 내 친구랑 아는 사이냐고 했을 때 모른다고 했었죠?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두 사람 모두 거짓말하는 것 같단 말이에요.”“왜 그렇게 생각해요?”나는 짐짓 침착하게 물었다.그러자 정현이 나를 꿰뚫어 볼 것처럼 빤히 쳐다봤다.“지은이랑 같은 동네에 살면서 만난 적 없다는 게 이상하잖아요. 지은이 없으니까 솔직히 말해요. 두 사람 아는 사이죠? 그것도 그렇고 그런 사이!”“켁... 아니에요. 무슨 생각 하는 거예요.”나는 하마터면 사레들릴 뻔했다.“찔리죠? 내 말 맞죠?”“아니요!”“그런데 방금은 왜 그랬어요?”“침에 사레들릴 뻔한 것뿐이에요. 따로 볼 일 있어요? 없으면 난 이만 가볼게요.”정현은 딱 봐도 호
차를 아무도 없는 곳까지 몰고 간 뒤, 나는 서둘러 차를 세웠다.윤지은이 아직 아래에 숨어 있어 엑셀을 밟는 것도, 브레이크를 밟는 것도 불편하여 빨리 운전할 엄두를 내지 못하겠으니까.차를 멈춰 세운 뒤 나는 지은에게 말했다.“됐어요, 그쪽 친구는 이미 떼어냈으니 얼른 가요.”지은은 아래에서 기어 나오더니 나를 차갑게 째려봤다.‘왜 째려보고 저런대?’‘내가 여기 숨으라고 한 것도 아니고.’‘미쳤나?’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쨌든 내가 지은을 안은 것도 있고, 더 말하면 너무한 거니까.지은은 내 품에서 기어 나오더니 옷을 정리했다.그러고는 다시 차가운 모습으로 돌아왔다.“이제부터 우리 서로 빚진 건 없어요.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요.”“그 말... 아니에요. 따지기도 귀찮네요. 앞으로 보면 멀리 에돌아 갈게요. 됐죠?”나는 더 이상 실랑이 벌이기 싫어 차분하게 말했다.지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떠나갔다.물론 지은이 떠났지만 나는 여전히 우리가 방금 한 일이 이해되지 않았다.‘분명 싸우고 있었는데, 왜 싸우다가 그렇게 됐지?’‘별꼴이야 정말.’이해가 안 되어 나는 아예 생각을 멈추었다. 이번이 마지막일 테니까. 아마 앞으로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거다.나는 의자를 조절하고 다시 시동을 걸어 화인당으로 향했다.지은 때문에 시간을 지체하는 바람에 오늘은 지각했다.나는 너무 미안한 나머지 정 사장님을 찾아가 오는 길에 차가 막혀 늦었다고 거짓말했다. 그와 동시에 다시는 지각하지 않을 거라는 약속도 했다.정 사장님은 개의치 않은 듯 싱긋 웃었다.“괜찮네. 누구나 급한 일이 있을 때가 있으니 나도 이해하네. 가서 일 봐.”정 사장님은 정말 관대한 분이시다. 이런 좋은 분은 사장들 사이의 모범이다.로비에는 모태진 혼자 앉아 있었다.나는 그 옆에 앉아 웃으며 장난쳤다.“무슨 일이에요? 다른 사람은 고객 있던데, 왜 혼자만 없어요?”모태진은 화가 난 듯 씩씩거리며 답했다.“다 김진호 때문이에요.”“왜요?
나는 모태진의 어깨를 쿡쿡 찔렀다.“이 여자 괜찮아 보이는데, 선배가 맡아요.”“좋아요, 그럼 나 먼저 가요.”모태진은 선글라스를 끼고 쪼르르 달려가 고객을 맞이했다.나는 기회를 모태진한테 주려고 얼른 자리를 피해 룸으로 돌아갔다.하지만 몸을 일으켜 세우며 흘끗 본 여자는 조금 낯이 익었다.‘저 여자는 내가 어제 아침 공원에서 뛸 때 우연히 만난 여자잖아?’‘이런 우연이 다 있다니.’하지만 나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았다. 그때 상황이 너무 난처하여 저 여자도 나를 제대로 보지 못했을 테니까.나는 여자를 한번 쓱 보고는 내 방으로 향했다.고객이 없어 나는 결국 방을 정리했다.내가 한창 정리하고 있을 때, 옆방에서 갑자기 여자의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김 선생님, 하지 마요.”‘헐, 김진호가 또 발정 났나?’나는 벽 쪽으로 다가가 귀를 대고 엿들었다.그때 김진호가 말했다.“시아 씨, 이렇게 됐는데 하지 말라고요? 안 괴로워요?”“괴, 괴로워요. 하지만 여기서 안 돼요.”“그럼 고객님 집에 가는 건 괜찮죠?”“무서워요. 남편이 알면 나 죽어요.”“그럼 조심하면 되죠. 남편한테 들키지 않으면 되잖아요.”‘김진호 이 등신은 왜 고객 집에 가는 걸 이렇게 좋아해?’‘호텔도 있고 모텔도 있잖아. 정 안 되면 야외도 있잖아.’‘고객 집이 얼마나 위험한데, 잡히기도 쉽고.’‘대체 무슨 생각인 건지.’“그, 그래도 걱정돼요.’“정말 하고 싶지 않아요? 몸은 반응이 이렇게 큰데, 참을 수 있어요?”김진호는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여자를 꼬드겼다.시아라는 고객도 욕구 불만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꼬드김에 넘어갔다.“그, 그럼 우리 집에 가요.”곧이어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김진호가 정 사장님께 방문 서비스에 관해 얘기하는 소리가 들렸다.그러더니 김진호는 그 여자 고객과 함께 떠났다. 그 여자 고객도 옷차림에서 귀티가 나는 걸 보니 돈 많은 귀부인인 듯싶었다.‘윤 사모님이 안 되니까 목표를 바꿨나 보네.’나는 더 이상 생각
윤 여사는 자신이 아끼는 고양이를 옆에 놓고 숄을 벗어 굴곡진 몸매와 새하얀 피부를 드러냈다.솔직히 말하면 이 여자의 몸매도 아주 좋다. 게다가 귀부인이라 장기간 케어를 받은 덕에 피부도 18살 소녀 같았다.하지만 짙은 화장에 귀티 나는 얼굴을 보니 도저히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나는 이 여자에게 잘 보이고도 싶지 않고 아부하고 싶지도 않으니까.솔직히 나도 잘 안다. 나와 이런 귀부인의 신분은 천지 차이라는 것을.때문에 절대 이런 귀부인을 상대로 불결한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귀부인이 나를 상대로 불결한 상상을 하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이건 사람을 너무 피 말리게 한다.나는 마지못해 말을 이었다.“오늘 어디를 마사지할 건가요?”“몸 전체. 난 매번 그러거든요.”몸 전체를 마시지 하는 건 이 가게에서 가장 비싼 서비스다. 그 가격도 60만에 달하고.하지만 윤 여사 같은 귀부인은 있는 게 돈인지라 당연히 이 정도는 신경 쓰지 않을 거다.“네, 우선 누워 계세요. 제가 준비하고 오겠습니다.”“마사지하기 전에 몸부터 달궈야죠.”윤 여사는 내 말대로 침대에 반듯하게 눕는 게 아니라 내 뒤로 다가와 향기를 풍겼다.그 순간 강한 향수 냄새가 내 코를 찔렀다.윤 여사의 향수 냄새는 너무 아찔했다. 강렬하지만 자극적이지 않고 사람을 유혹했다.내가 윤 여사한테 아무 느낌 없다고 하지만, 윤 여사의 화끈한 몸매와 강렬한 향기에 아무 느낌 없는 것은 아니었다.나는 반응이 올까 봐 다급히 윤 여사와 거리를 유지했다.“몸은 어떻게 달궈야나요? 말씀해 주세요.”나는 약간 넋이 나간 채로 선글라스 뒤에서 윤 여사의 가슴을 훔쳐봤다.윤 여사는 몸에 딱 붙는 튜브 톱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몸매는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하지만 이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건 윤 여사의 가슴에 타투가 있다는 거였다.‘타투를 이런 곳에 새기다니, 너무 아찔하잖아?’‘윤 사모님이 이렇게 화끈할 줄은 몰랐네.’“우선 팔과 다리를 마사지해서 근육을 풀어
심지어 손마저 굳어버렸다.나는 얼굴이 화끈거리고 가슴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왜요? 왜 계속하지 않아요? 내 말이 너무 직설적이라 놀랐어요?”윤 여사는 말을 마치더니 입을 가리고 웃었다.“난 나이가 좀 있다보니 이러는 게 습관 됐어요. 너무 마음 쓰지 마요.”나는 어색하게 웃었다.“아, 아닙니다.”물론 겉으로는 이렇게 말했지만 내 마음은 이미 엉망이 되어버렸다.아무리 봐도 윤 여사는 나를 일부러 놀리는 것 같았다.‘설마 나한테 관심있나?’‘설마, 윤 사모님 같은 귀부인이 나 같은 애송이한테 관심있을 리가 없잖아.’‘쓸데없는 생각은 그만하자. 돈 많은 귀부인들은 원래 나 같은 사람을 상대로 장난치기 좋아해.’나는 생각을 접고 윤 여사를 주물러 주었다.“야옹.”페르시아고양이는 캐비닛 위에 옹크리고 앉아 초롱초롱한 눈으로 우리를 보고 있었다. 게다가 가끔 이상한 울음소리를 내는 게 마치 발정 난 것 같았다.그 때문에 워낙 야릇하던 방 안 분위기가 점점 이상해졌다.‘중절 수술도 한 놈이 울긴 뭘 울어? 내 가슴이 다 간질거리네.’나는 속으로 중얼거릴 뿐 직접 훈계하지는 못했다.간단한 마사지가 끝나자 윤 여사는 기지개를 켰다.“아, 시원해. 정 선생 손맛이 김진호보다 낫네요?”“칭찬 감사합니다. 우선 누워 계세요. 제가 오일 마사지 도와드리겠습니다”나는 말하면서 줄곧 윤 여사를 바라봤다.왜냐하면 오일 마사지를 하라면 몸에 걸친 옷을 모두 벗어야 하기 때문이다. 왠지 모르겠으나 나는 윤 여사가 옷을 벗는 모습을 무척 보고 싶었다.이 여자는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지만 눈살을 찌푸리거나 웃는 모습, 심지어는 손짓까지 모두 매력적이고 매혹적이었다.실제로는 40대인데 몸매는 30대이고 행동하는 건 마치 천년을 수련한 사람 같았다.아마 내가 아는 여자 중에 농염함으로 윤 여사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소여정 뿐이다. 윤 여사는 뭔가 눈치챘는지 갑자기 뒤돌아 내 쪽을 바라봤다.그 순간 나는 깜짝 놀라 다급히 고개를 돌렸다.그러다가
윤미화가 소리 지르려 할 때 나는 재빠르게 그녀의 입을 막았다.“윤 사장님이 제 방에 들어온 거예요. 게다가 분명 먼저 저를 키스했잖아요. 전 꿈이라고 착각했어요. 이건 제 탓 아니라고요. 소리도 치지 마요. 한밤중에 소리 지르면 사모님이 올 텐데, 이 상황 어떻게 설명할 거예요?”나는 한꺼번에 말을 내뱉었다.‘젠장, 누가 잘 자고 있는데 이 여자가 갑자기 내 이불 속으로 들어올 줄 알았겠냐고?’게다가 나는 진짜 꿈에서 애교 누나를 만난 줄 알았다. 사귀는 사이에 이런 짓을 하는 건 정상 아닌가? 그런데 상대가 윤미화일 줄이야. 진짜 귀신 곡할 노릇이다.윤미화는 얼른 옷을 정리하고는 씩씩거리며 내 등을 찰싹찰싹 때렸다.나는 상대가 더 이상 소리 지르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서고 나서야 손을 풀었다.그랬더니 윤미화가 나를 째려봤다.“아주 땡잡았겠네? 오늘 일 절대 입 밖에 내지 마.”“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이걸 왜 말하겠어요? 그리고 왜 갑자기 제 방에 들어와서 이불 속으로 팍 들었는데요? 그것도 모자라 키스까지. 혹시 예전부터 저랑 자고 싶었던 거 아니에요?”윤미화는 어이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내 남편이 수호 씨보다 훨씬 잘생기고 돈도 많은데, 내가 왜 수호 씨를 좋아하겠어? 잠결에 내 집인 줄 알아서 그랬지. 게다가 수호 씨가 내 남편인 줄 알기도 했고...”그렇다면 참 난감해진다나는 상대가 애교 누나인 줄 알고, 상대는 내가 제 남편인 줄 알았다니.그래도 끝까지 가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하지만 왠지 모르게 내 머릿속에는 불을 켰을 때 봤던 윤미화의 나른하고 매혹적인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특히 밖에 훤히 드러난 가슴이 유독 매력적이었다.아마도 내가 자기 전에 너무 참아서 그런지 이 순간 윤미화의 이런 모습을 보니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심지어 아무 생각도 없이 이대로 윤미화를 덮쳐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를 제대로 감상하고 싶었다.윤미화는 저를 빤히 쳐다보는 내 눈빛에 너무 당황해했다. 그동안 남편 외의 다른 이성과 이런
나는 영상 하나를 찾아 빨리 내 안의 욕구를 풀 생각이었다.하지만 내가 한창 욕구 해소에 정신이 팔렸을 때, 갑자기 밖에서 들리는 노크 소리에 하마터면 간 떨어질 뻔했다.나는 얼른 영상을 끄고 바지를 올리고는 전전긍긍하며 물었다.“누구세요?”“수호 씨, 나예요.”사모님이었다.‘사장님이랑 끝났나?’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서 문을 열었다.하지만 사모님은 약간 넋이 나간 모습인 데다 기분이 가라앉은 듯했다.“왜 그러세요?”나는 걱정스러워 물었다.‘사모님이 왜 갑자기 기분이 안 좋아지셨지? 표정은 왜 이렇고?’“약욕 시간 다 됐어요. 나랑 같이 호섭 씨 침대에 좀 옮겨요.”사모님은 말을 마치자마자 뒤돌아섰다.사모님은 아무리 봐도 무슨 일이 있는 듯했는데, 먼저 말하지 않으니 나도 물어볼 수 없었다.나는 헐렁한 외투를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하면 부풀어 올라 민망한 내 그곳을 가릴 수 있었으니까.나와 사모님이 욕실로 들어가자 사장님은 난감한 표정으로 사모님을 바라봤다.“유미야, 나...”사장님은 뭔가 말하고 싶은 듯했으나 사모님이 말을 잘랐다.“다 알아. 그러니까 말하지 마. 우선 몸조리부터 잘해.”사장님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두 분 왜 이러지? 설마 사장님이 아까 실패해서 미안해하는 건가?’가끔 어떤 일은 사실을 간파하고 있어도 말하지 않는 게 서로에게 좋다.나는 사모님을 도와 사장님을 방에 옮겼다. 사장님은 침대에 누운 채 시선을 사모님한테서 떼지 못했다.“수호 씨, 오늘 고마웠어. 오늘 더 이상 아무 일 없으니까 가서 쉬어.”“네.”나는 짤막하게 대답하고 객실로 돌아갔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방금 전 일을 생각했다.사모님은 만족하지 못한 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실망한 표정을 할 리 없다. 사장님은 지금 몸 건강이 안 좋아 사모님을 만족하게 하는 게 어려울 거다.‘하, 사장님이 얼른 나아서 두 분 백년해로해야 할 텐데.’사모님이 예쁘고 몸매도 좋은 데다 농염하고 관능적이기까지 하다.
나는 애교 누나에 대한 생각을 오래 하지 않았다. 지금은 신경 써야 할 일이 너무 많았으니까.양동준은 나에게 열흘이라는 기한을 줬고, 민우와 함께 따로 나가서 사업해 보려던 계획도 계속 진행해야 하고, 또 사장님 치료도 신경 써야 했다이 중에 중요하지 않은 일은 없었다.특히 열흘 기한 중에 벌써 이틀이나 지났는데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놓치면 나한테 영영 기회가 오지 않을 수 있었다.내가 한창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욕실 쪽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유미야, 이러지 마. 수호 씨 아직 집에 있어...”그건 분명 사장님 목소리였다. 사장님은 내가 듣지 못하게 하려고 일부러 목소리를 내리 깔았다.곧이어 사모님 목소리도 들렸다.“수호 씨는 지금 방에 있어 못 들을 거야. 호섭 씨, 우리 한동안 안 했었잖아. 내가 뭐 다른 거 하자는 게 아니잖아. 그냥 같이 목욕하자.”사모님 목소리는 약간 안달 나 있었다.순간 내 머릿속에 욕실 속 장면이 그려졌다.풍만한 몸매가 얇은 천에 가려졌지만 사모님의 고혹적인 느낌은 가리지 못했다.그 모습을 상상하니 아랫배가 갑자기 뜨거워졌다.그때 사장님은 여전히 거절했다.“안돼. 수호 씨가 들어오면 얼마나 어색해.”“문 잠그면 되지. 호섭 씨, 나 거절하지 마. 나도 정상적인 여자야. 나도 욕구가 있다고. 내가 다른 거 바라는 거 아니잖아. 그냥 나 좀 만져주고 안아주고 키스해 주면 돼.”사모님의 말에 나는 피가 들끓었다.마음 같아서는 내가 나서서 사모님의 욕구를 채워주고 싶었다. 하지만 사장님은 여전히 거절했다.“유미야, 그만 벗어. 계속 이러면 나도 못 참아...”사모님은 약간 넋이 나간 듯 말했다.“못 참겠으면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잖아... 호섭 씨, 나 하고 싶어...”나는 사모님이 이렇게 적나라한 말을 할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아래는 이미 부풀어 올랐다.욕실 안에서는 어느새 말소리가 끊기더니 희미하게 가쁜 숨소리가 들리는 듯했
그랬더니 민우는 고개를 마구 저었다.“난 싸우는 건 괜찮지만 분석하는 건 됐어. 머리는 네가 나보다 더 잘 돌아가잖아.”나는 피식 웃었다. 그렇게 놓고 보면 나와 민우는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사이다. 민우는 싸움 실력이 뛰어나지만 냉정하지 못해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고. 나는 싸움 실력이 달리지만 민우보다 머리가 잘 돌아간다.그 때문에 우리는 함께 협조할 때 호흡이 잘 맞는 거다.“주해진이 무슨 꿍꿍이가 있든 절대 방심하면 안 돼. 1800만 원은 이미 우리 손에 넘어왔으니 도로 가져갈 생각 못 하게 해야지.”이 돈은 우리의 사업 자금이기에 나는 절대 주해진이 도로 빼앗아 가게 둘 생각이 없었다.게다가 이 차가 이렇게 됐는데도 주해진한테서 보상금을 받은 뒤로 마음이 덜 아픈 것 같았다. 나중에 페인트칠 조금 하면 사실 별문제 없으니까.전에 내가 그렇게 흥분한 건 사실 너무 가난해서였다.어렵게 돈 벌어 차를 장만했는데, 할부도 채 갚지 못했는데 엉망이 되면 누구라도 마음이 아플 거다.역시 사람은 돈에 목숨을 건다는 선조들의 말이 맞나 보다.나는 민우를 집에 데려다주고 나서 사모님 댁에 갔다.사모님은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물었지만, 나는 두 분을 걱정하게 하지 않으려고 주해진이 찾아온 일은 말하지 않고 개인적인 일 때문에 지체되었다고만 했다.그러자 사모님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수호 씨, 호섭 씨가 약욕해야 하는데 좀 도와줘요.”“네.”나는 두말없이 사모님을 도왔다.사모님 집 욕실에는 커다란 욕조가 있었는데 마침 약욕을 하기 알맞춤했다.나와 사모님은 헐떡대며 한참을 바삐 돌아친 끝에 겨우 목욕물을 준비했다.뜨거운 물이 증발하면서 욕실 안에 열기가 오른 데다 힘을 썼더니, 나는 어느새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그러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 봤더니 얇은 실크 슬립을 입고 있던 사모님 역시 옷이 수증기에 젖어 몸에 찰싹 달라붙었다. 얇은 옷감에 속이 보일락말락 하는 모습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매번 느끼는 거지만 사모님
나는 미간을 찌푸린 채 주해진을 바라봤다.“왜 이렇게 쉽게 돈을 주는 거지?”주해진이 오늘 이 사달을 벌이느라 분명 적지 않은 돈을 썼을 텐데, 나한테 2천만 원 가까이 되는 돈까지 배상하니 또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건 아닌지 심히 의심됐다.“이 전에는 이대로 넘어가는 게 도저히 용납이 안 댔는데, 두 사람 실력을 보니 승복했거든. 두 사람 말대로 나도 젊을 때는 이 바닥에서 몇 년을 굴렀는데, 한 번도 두 사람처럼 죽기 살기로 싸우는 사람을 못 봤거든.”사실 주해진은 말을 아꼈다. 그가 가장 두려운 건 우리의 믿기지 않는 전투력이 아니라 궁지에 몰렸으면서 상황을 역전한 거였다. 그거야말로 가장 두려운 거였으니까.주해진은 우리를 맹수라고 느꼈다. 그것도 싸울수록 더 미쳐 날뛰는 맹수. 심지어 궁지로 몰아넣으면 넣을수록 우리는 오히려 피에 굶주린 모습을 드러냈다.주해진은 제 체면을 회복하고 싶어 그동안 승복하지 않은 거였는데, 우리가 절대 건드리면 안 되는 존재라는 걸 알았으니 더 이상 저항할 필요가 없었다. 어쨌든 그는 이미 손을 씻었고, 이제는 그저 장사를 하며 지내기에 어렵게 얻은 걸 망치고 싶지 않았다.나는 여전히 반신반의했지만 민우는 나더러 먼저 돈을 받으라고 계속 눈을 깜박거렸다.나도 민우의 뜻을 알고 있었다. 이걸 나중에 우리의 사업 자금에 보태자는 뜻이었다. 1800만 원이나 되는 돈을 보니 나도 확실히 마음이 동해 결국은 말없이 받았다. 주해진은 김진호와 안명훈더러 우리에게 사과하게 했고, 두 사람은 찍소리 못하고 순순히 사과했다.떠나갈 때 주해진은 제 차를 나에게 주면서 몰고 가라고 했다.그 순간 나는 오히려 경계심이 곤두섰다.“돈도 배상했으면서 차는 왜 주는 거야? 설마 또 해코지하려고?”주해진은 호탕하게 웃었다.“경계심 너무 많은 거 아니야? 그냥 친구 삼고 싶어서 주는 거야.”“그런데 난 그쪽이랑 친구하기 싫은데.”나는 고민도 없이 거절했다.주해진은 여전히 너털웃음을 터뜨렸다.“너무 빡빡하게 굴지 말고. 친
김진호는 속이 좁고 질투심이 강하지만 실력은 별로 없다. 특히 일이 터지면 항상 겁을 먹고 뒤로 물러난다.그런데 주해진이 자기를 내밀자 안명훈보다 더 겁을 먹었다.“싫어요... 안 돼요... 해진 형, 저 자식 차를 망가뜨리라고 한 건 형이잖아요. 저더러 형 대신 뒤집어쓰게 하면 안 되죠.”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김진호는 제가 한 짓에 책임지지 못하고 주해진의 체면을 바닥에 짓밟았다.주해진은 너무 쪽팔려서 김진호의 뺨을 내리치면서 버럭 소리쳤다.“사과하라면 해. 어디서 말이 그렇게 많아? 젠장. 내가 널 돕지 않았다면 수호 동생한테 미움 살 일이 있었겠어?”한창 화를 내고 있던 나는 그 말에 순간 멍해졌다.‘수호 동생? 지금 나를 말하나?’‘젠장, 내가 언제 제 동생이 됐다는 거야?’“어디서 친한 척이야? 너희 셋 다 내려와.”나는 차를 또다시 쾅쾅 내리쳤다.민우 역시 차 위에서 나를 협조해 주었다.승합차가 우리 때문에 완전히 뒤집힐 지경이 되자 주해진은 우리와 연맹을 맺으려는 듯 은근슬쩍 나를 회유했다.“수호 동생, 그만해. 내려갈게. 우리 사이에는 원한이 없잖아. 수호 동생이랑 원한 있는 건 김진호잖아. 그리고 안명훈 저 자식도 자기 여자 친구더러 동생 친구 꼬시라고 했어. 저 둘 중에 좋은 놈 하나 없어. 내가 지금 바로 이 두 놈 내려 보내겠으니까 마음대로 처리해.”주해진은 말을 마치자마자 정말로 김진호와 안명훈을 끌어내 앞에 내팽개쳤다.내 분노는 사실 김진호와 안명훈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 가장 큰 원인은 내 차가 박살 난 것 때문이다. 그리고 주범은 바로 주해진이다.때문에 나는 화가 잔뜩 나서 주해진을 향해 파이프를 휘둘렀다.“이 자식들 빚은 내가 천천히 받을 거야. 하지만 내 차를 망가뜨린 건 어쩔 건데?”주해진은 고개를 돌려 내 차를 흘긋 보더니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마도 배상할 수 있는 저렴한 차라 안도한 듯했다.“수호 동생, 저 차는 1600만 정도 하지? 내가 나중에 새 차 하나 뽑아줄게.”주해진이
사실 오늘 안명훈은 이곳에 오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주해진이 기어코 자기 위엄을 보여주겠다고 불러냈다.그런데 주해진의 위엄은 못 보고 오히려 나와 민우의 미친 모습만 보게 된 거다. 그러니 혼비백산이 되지 않을 리가 있나?안명훈은 필사적으로 차 문을 흔들었다.“나 내릴래. 내려줘...”주해진은 안명훈의 뺨을 후려갈기더니 씩씩거리며 욕설을 퍼부었다.“사내자식이 내리긴 어딜 내려? 네가 문을 내리면 저놈들이 올라올 거잖아. 문 열면 안 돼. 얌전히 앉아 있어. 설마 저 자식이 문을 부수겠어?”펑!나는 승합차를 향해 쇠 파이프를 세게 휘둘렀다.그러면서 속으로는 방금 전의 울분을 토해냈다.‘내 자식 같은 새 차, 아직 할부도 안 끝나 얼마나 애지중지했는데. 네놈들 때문에 고물이 됐잖아.’나는 승합차를 내리치면서 욕설을 퍼부었다.“나와. 차 안에 숨어 있는 게 겁쟁이랑 뭐가 달라?”차 안 세 사람 눈에 나는 충혈되어 시뻘게진 눈을 가진 분노한 맹수나 다름없었을 거다.안명훈은 완전히 겁을 먹어 나한테 끊임없이 간청했다.“오늘 밤 일은 나랑 상관없어... 제발 살려줘. 제발...”주해진도 솔직히 속으로는 무서웠지만 안명훈이 저 하나 살려고 자신을 배신한 걸 보자 화가 나서 그를 발로 차버렸다.안명훈은 그 힘에 못 이겨 옆으로 벌러덩 굴러 넘어졌다.그때, 마침 유리창을 깨뜨린 나는 쇠 파이프로 주해진을 가리키며 소리쳤다.“셋 셀게, 당장 내려. 안 그러면 죽이는 수가 있어.”주해진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그럴 필요까지 있어? 내가 사람을 불러 모으긴 했지만 무기는 안 들었잖아. 게다가 저놈들은 겁을 먹고 이미 도망쳤어. 너희 둘도 크게 다치지 않았으먼서 꼭 미친 짐승처럼 나를 그렇게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겠어?”나는 이를 악물었다.“난 짐승처럼 네 놈을 물고 늘어지는 거로 안 끝나. 아주 뼈도 안 남기고 씹어 먹을 거야. 내가 얼마나 어렵게 산 차인데, 평소 아까워서 조심조심 다뤘는데, 네 놈 때문에 폐차하게 생겼잖아. 내 차 물어
나는 여전히 손에 든 쇠 파이프를 필사적으로 휘둘렀다. 분명 이길 수 없다는 걸 알았지만 그렇다고 기죽을 수도 없었다.민우가 말한 적이 있는데, 싸울 때 가장 무서운 건 싸우기 전부터 겁을 먹는 것이라고 했다.하지만 한참 싸우다 보니 나는 점점 힘에 부쳤다. 놈들 인원수가 너무 많아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았다.그렇다고 이대로 쓰러질 수는 없었다.인체에는 자극을 받으면 잠재력을 자극하는 혈 자리가 있는데, 그 혈 자리가 자극을 받으면 잠재력이 폭발했다가 나중에 한동안은 몸이 나른해진다.하지만 이 상화에서 다른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기에 나는 고민 없이 혈 자리를 눌렀다. 그 순간 온몸에 힘이 솟아나면서 내가 마치 거인이 된 느낌이었다.“야! 다 죽었어!”나는 고함을 지르는 동시에 쇠 파이프를 휘두르면서 달려갔다.나를 에워싸고 있던 놈들은 내가 더 이상 전투력이 없다는 걸 보고 모두 긴장을 푼 상태였다. 하지만 나는 갑자기 미친 것처럼 놈들의 코뼈를 하나씩 부러뜨렸다. 심지어 손이 무척 매웠다.나는 피가 들끓어 끊임없는 힘이 솟구치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매번 파이프를 휘두를 때마다 젖 먹던 힘까지 짜냈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는데도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나도 한방에 놈들 뼈를 부러뜨릴 수 있다는 것에 흥분됐다.‘만약 동준 형님이 이 모습을 본다면 나에게 재능이 있다고 여기지 않을까?’싸울수록 피가 끓고 힘이 솟아났다. 놈들은 심지어 나를 보자 연신 뒷걸음쳤다.옆에 있던 민우마저 나를 보면서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물었다.“수호야, 너 대체 어떻게 한 거야? 난 지금 힘들어 죽겠는데...”나는 혈 자리를 가리켰다.그러자 민우는 바로 눈치챘다.민우 역시 의학을 전공한 지라 말하지 않아도 바로 알 수 있었다. 곧이어 민우 역시 스스로 한 대 치더니 갑자기 피가 솟구치는 것처럼 흥분했다.“하하하, 나도 다시 회복했어. 너희들 죽었어.”우리는 서로 협조하면서 놈들한테 달려가 퍽퍽, 주먹을 날렸다.우리를 끝장내버리겠다고 큰소리치던 놈
전에는 누가 와서 소란을 피울까 봐 민우더러 나와 함께 가게에서 지내자고 했지만, 지금 사장님 댁에 머물고 있는데 민우까지 데려올 수는 없었다. 때문에 뭐든 나 혼자 해결해야 했다.민우를 집에 데려다 두는 길에 그는 나에게 함께 사장님 댁에 있어 달라냐며 물었다. 그러면 서로 보살필 사람이 있다면서.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걸 생각해 보지 않은 적 없어. 하지만 사장님을 돌보려고 그 집에서 지내고 있는데 너까지 데려가면 이상하잖아.”“난 그 개자식들이 또 너한테 무슨 짓 할까 봐 그러지.”“나도 무서워. 하지만 이미 준비해 뒀어.”나는 의자 밑에서 도구 몇 개를 꺼냈다.민우는 그 도구들을 손에 들고 무게를 가늠해 보더니 말했다.“이 도구들은 조금 도움이 될 뿐이야. 그래도 내가 너한테 가르쳐준 방법을 사용해.”민우는 말하면서 손을 움켜쥐는 동작을 했다.그 동작에 나는 풉, 하고 웃음이 터져 버렸다.“그 방법 확실히 좋더라...”우리가 한창 얘기하고 있을 때 백미러에 언뜻거리는 차 한 대가 비쳤다.무의식적으로 뒤에 따라붙은 사람이 운전할 줄 모른다며 투덜거리던 나는 갑자기 이상한 낌새를 챘다. 그도 그럴 게, 뒤에서 달려오는 차는 속도가 아주 빨랐는데 마치 나를 강제로 세울 것처럼 굴었으니까.“잘 앉아.”나는 불안한 예감에 다급히 액셀을 밟아 속도를 냈다.다만 내 차의 유일한 단점은 속도를 너무 빨리 낼 수 없다는 거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뒤 차에 따라잡혔다.놈들은 내 차를 강제로 멈추게 할 작정인 듯했다. 하지만 나는 멈추고 싶지 않았다. 상대방 차량은 승합차였는데, 그런 승합차는 용량이 커 적어도 열댓 명을 태울 수 있었다.만약 차에서 열 몇 명이 우르르 내리면 나와 민우 둘이 대처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때문에 나는 액셀을 밟았다. 하지만 승합차 두 대는 좌우에서 협공하며 내 차를 가운데 몰아 끼긱끼긱, 하며 긁히는 소리가 났다. 분명 차가 내는 소리였지만 내 살점이 뜯겨나가는 기분이었다.아직 차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