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무슨 소유욕이 강하다는 거지? 설마 나를 암시하는 건 아니겠지?’나는 윤 여사의 말이 믿기지 않아 속으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고양이의 행동에 놀라고 말았다.고양이는 윤 여사의 주위를 빙 돌더니 갑자기 윤 여사의 몸 위에 뛰어올라 그녀의 엉덩이 위에 엎드렸다.‘변태.’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변태가 아니면 왜 하필 저곳에 엎드리겠어?’‘저 고양이도 아는 거야. 윤 사모님이 엎드려 있을 때 그곳이 가장 매력적이라는 걸.’고양이한테도 소유욕이 있고, 이렇게 강하다는 사실에 나는 너무 놀랐다.하지만 윤 여사는 자기 엉덩이 위에 앉은 고양이를 쫓아내지 않고 오히려 예쁘다는 듯 머리를 만져 주었다.“네 이놈, 왜 매번 그곳에 엎드려? 네가 고양이었으니 망정이지 강아지였으면 내 몸을 노린다고 의심했을 거야.”나는 속으로 동의하며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나도 그렇게 생각하니까.고양이는 도도한 동물이라는데, 눈앞의 이 고양이는 아무리 봐도 도도와는 거리가 먼 것 같다. 오히려 변태라면 모를까.역시 사람이든 동물이든 예쁜 걸 좋아하는 건 똑같나 보다.윤 여사는 예쁜 데다 이 페르시아고양이를 매우 아끼는 듯했다. 때문에 고양이도 윤 여사한테 강한 소유욕을 느끼는 것 같다.그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니 고양이는 윤 여사를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 같고.‘정말 행복한 고양이네.’나는 속으로 감탄했다.‘정 선생, 고양이는 신경 쓰지 말고 오일 마사지해줘요.”윤 여사는 나를 보며 예쁜 눈을 깜빡였다.나는 얼른 대답하고 오일을 꺼내 마사지하려고 준비했다.하지만 윤 여사의 매혹적인 몸매를 보니 손을 대기 어려웠다.자세한 이유는 나도 모른다. 왠지 자꾸만 불안하고, 손을 대면 깊이 빠져버릴 것만 같았다.내가 한참 동안 아무 반응이 없자 윤 여사는 고개를 돌려 물었다.“정 선생, 뭐 해요? 왜 시작하지 않아요?”“저...”나는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되어 말까지 더듬었다. 게다가 콧가에는 윤 여사의 향기만 느껴졌다. 너
‘왜 자꾸 울어? 울어도 소용없어. 그래도 네 주인을 만질 거거든. 그렇게 대단하면 너도 만지던가.’고양이는 나한테 화가 났는지 발톱을 세우고 나를 긁었다.나는 얼른 윤 여사한테 일러바쳤다.“윤 사모님, 고양이가 자꾸만 방해하는데요.”“만두야, 왜 그래? 내려가!”윤 여사는 가차 없이 고양이를 쫓아 버렸다.그 순간 나는 고양이 얼굴에서 울상이 된 표정을 보았다.‘대박, 설마 저거 고양이 아닌 거 아니야? 어떻게 사람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지?’나는 점차 저 고양이가 변태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것도 주인한테 소유욕이 엄청 강한 변태.다행히 이미 중절 수술을 진행한 상태라 아무리 터무니없는 일이 일어나 사람이 된다고, 해도 윤 여사한테 아무 짓도 할 수 없다.그걸 생각하니 나는 웃음이 났다.‘나도 참, 고양이한테 질투하다니, 웃기네.’윤 여사가 고양이를 쫓은 뒤 나는 마사지하는 데 집중했다.그 과정은 얼마나 기분 좋은지 말로 표현이 안 됐다.윤 여사도 그사이 나한테 뭘 암시하거나 내가 오해할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그 반응에 내 마음은 오히려 더 간질거렸다.전에는 분명 야릇한 눈빛으로 나를 잡아먹을 듯 보더니 오일 마사지를 할 때 오히려 이렇게 덤덤하게 행동하다니. 내 추측이 틀린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그렇다면 기뻐야 하는데 나는 왠지 섭섭했다.심지어 윤 여사가 나한테 야릇한 눈빛을 보내거나 오해할 만한 행동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1시간 뒤, 전신 마사지는 끝이 났다.윤 여사는 시원한지 침대에 엎드려 말했다.“정 선생 손맛 참 좋네요. 앞으로 정 선생만 찾아와야겠어요.”“칭찬 감사합니다.”“내 백 가져다줄래요?”나는 더듬거리는 척하며 윤 여사의 백을 가져다주었다.그러자 윤 여사는 안에서 현금을 꺼내 내게 주었다.“이건 팁이에요. 받아요.”“너무 많은 거 아니에요?”한눈에 봐도 백만 가까이 돼 보였다.이건 나의 월급에 맞먹는다.하지만 윤 여사는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별거 아니에요. 몇십만
나는 기대도 되고 설레기도 했지만 동시에 두렵기도 했다.윤 여사가 나를 건드리지 않을 때는 건드려줬으면 했는데, 정말 그러니 오히려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두려웠다.내가 망설이고 있을 때 윤 여사가 내 손등을 톡톡 두드렸다.“기대할게요. 나도 마사지숍 하나 오픈할까 하는데 정 선생이 잘하면 그 마사지숍 정 선생한테 맡길게요.”“아니에요, 여기서도 잘할 수 있어요.”나는 무엇보다 이곳 동료와 정 사장님을 떠나기 아쉬웠다. 이곳 식구들과 재밌게 지내고 있으니까.윤 여사가 나를 향해 싱긋 웃었다.“아직은 결정하기 너무 일러요. 게다가 난 아직 그럴 생각만 있지 아직 행동에 옮기지 않았어요. 됐어요, 오늘은 이만하면 됐으니 먼저 가볼게요.”“만두야, 엄마 품으로 와.”고양이는 많이 굶주렸는지 쏜살같이 달려 윤 여사 품에 안기더니 마구 비벼댔다.‘행복한 자식, 나도 저 고양이가 되고 싶네.’‘그러면 대놓고 여기저기 문지르고 윤 여사님을 기쁘게 해드릴 수도 있을 텐데.’“됐어, 아까 너무 서러웠지? 네가 말 잘 듣고 얌전히 굴면 엄마가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야옹...”“아유, 착해. 됐어, 집에 가자.”윤 여사는 고양이를 품에 안고 룸을 나갔다.윤 여사한테서 많은 팁을 받은 게 감사해 나는 문 앞까지 직접 배웅했다.하지만 공교롭게도 문 앞에서 김진호와 맞닥뜨렸다.김진호는 얼굴 여기저기 멍으로 뒤덮여 있는 게, 딱 봐도 누구한테 맞은 듯했다.그 순간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나는 윤 여사와 웃으며 나왔는데, 김진호는 이 여사와 바람피우려다가 맞고 돌아왔으니.나의 득의만면한 모습과 김진호의 초라한 모습은 선명한 대비를 이루었다.김진호가 이 모습을 봤으니 아마 나에 대한 원한이 더 깊어졌을 거다.아니나 다를까, 김진호는 나와 윤 여사가 웃으며 얘기하는 걸 보자 나에게 날카로운 눈빛을 보냈다.심지어는 눈에 뵈는 것도 없는지 나에게로 다가와 멱살을 잡았다.“정수호, 네가 감히 내 고객을 빼앗아?”그 모습은 가게 안 사람들의 시선
내가 사고를 치지 않는다고 겁이 많은 건 아니다.김진호가 정말 나한테 무슨 짓을 저지른다면, 나는 절대 참지 않을 것이다.“그렇다면 다행이고요. 난 먼저 가볼게요.”윤 여사는 허리를 배배 꼬며 떠나갔다.그 농염한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 나는 참지 못하고 마사지하던 상황을 떠올렸다.예쁜 여자는 흔하지만 우아한 여자는 흔치 않다.특히 윤 여사처럼 이렇게 귀티가 나고 우아한 여자는 더욱 드물다.내가 이런저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을 때 모태진이 그 여자와 방에서 나왔다.여자는 나를 흘긋 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도망쳤다.그에 반해 모태진은 아주 만족스러운 모습이었다.나는 싱긋 웃으며 농담조로 말했다.“그렇게 좋아요?”모태진은 헤실 웃으며 대답했다.“그걸 말이라고 해요? 저 여자는 젊고 예쁜 데다 피부도 부드러워 촉감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그런데 아쉽게도...”“뭐가 아쉬운데요?”나는 의아해서 물었다.그러자 모태진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사람을 잘못 만나 수술을 여러 차례 한 탓인지 몸에 병이 많더라고요.”그 말에 나는 여자의 남자 친구를 떠올렸다. 딱 봐도 가벼운 데다 머리를 노랗게 염색한 게 불량소년처럼 보였었다.저렇게 귀여운 여자애가 그런 남자와 만나다니 너무 어울리지 않았다.하지만 이건 남의 일이기에 더 물어볼 수 없었다. 게다가 워낙 두 사람과 친하지도 않으니 참견할 자격은 더더욱 없다.“아까 윤 사모님이 팁을 많이 줬는데 점심에 밖에서 먹어요.”나는 너무 기뻐 모태진과 밖에서 좋은 걸 먹고 싶었다.그러자 모태진이 다급히 물었다.“얼마 받았어요?”나는 사실대로 말하지 못했다.사람은 너무 유명해지면 화를 당하기 마련이니까.내가 만약 백만 가까이 되는 돈을 팁으로 받았다고 하면 모태진은 분명 부러워할 거다.그런데 그런 부러움도 도가 있는 법, 너무 지나치면 질투로 변하기 십상이다.이건 사람의 본능이지 인품과는 별개의 문제다.때문에 나는 20만 원이라고 거짓말했다.하지만 그런데도
“모르겠어요.”사실 나도 궁금했다. 요즘 소여정은 이틀 연속 나를 찾아왔었다.‘그런데 오늘은 왜 오지 않았지?’‘설마 무슨 일 있나?’‘아니면 앞으로 안 올 생각인가?’가끔 보면 사람은 참 이상한 동물이다. 상대가 찾아올 때면 싫다가도 찾아오지 않으면 오기를 바라니까.하지만 이건 그 여자가 그리워서가 아니다. 단지 몸이 그리운 거지.역시 먹는 것과 색욕은 인간의 본성이다.게다가 색욕은 남자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이고.“그걸 수호 씨가 어떻게 몰라요? 그 코트 입은 여성분과 엄청 친해 보이던데요?”나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었다.“고작 두 번 본 게 다예요. 친하다고 할 수 없죠. 얼른 밥 먹어요.”우리가 점심을 먹고 있을 때, 건달 티가 나는 망나니 몇 명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중에 머리를 노랗게 염색한 남자는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 바로 오늘 점심 봤던 그 여자의 남자 친구다.눈을 마주친 순간 그 남자도 나를 알아봤는지 냉소를 지었다.가게에 빈 테이블이 꽤 많았는데 그놈들은 하필 우리 옆에 앉았다.그 순간 나는 불안한 예감이 들어 모태진에게 말했다.“얼른 먹고 가요.”모태진도 이상함을 감지했는지 얼른 그릇에 있는 밥을 먹어치웠다.“계산하고 올게요.”내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건달 중 한 놈이 의자에서 떨어졌다.그러자 다른 놈들이 모두 벌떡 일어섰다.“뭐 하는 거야? 감히 내 친구를 쳐?”나는 맹세코 치지 않았다. 그 건달이 나와 너무 가까이에 있어 스스로 넘어진 거다.하지만 나는 해명하지 않았다. 이 건달들이 일부러 나한테 시비 거는 것이라는 걸 눈치챘으니까.나는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아무 말도 하지 마요. 신고할 테니까. 경찰이 오면 얘기해요.”“이게 어디서! 무슨 뜻이야? 지금 우리가 일부러 시비 건다는 뜻이야?”노랑머리가 앞으로 나서며 나를 삿대질했다.나는 얼른 뒷걸음쳤다.“삿대질하지 마. 사람 많다고 사람 함부로 괴롭히지도 말고. 지금 법치 사회인 거 몰라? 내 손끝 하나라도 건드려 봐.”“내가 언제
“젠장, 김진호 이 개자식, 인간도 아니네.”‘이렇게 비겁한 수단을 쓰다니. 예상을 벗어나네.’그때 모태진이 갑자기 말했다.“이 일 정 사장님한테 말하는게 어때요? 내가 증언할게요.”“됐어요, 저 사람들이 우리한테 정말로 뭘 한 것도 아니고, 정 사장님도 이 일로 김진호를 자를 수는 없을 거예요. 완전히 해고하지 않는다면 고발하는 게 오히려 일을 더 크게 만들 수 있어요. 쓸데없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아요. 나중에 다시 보죠.”모태진은 놀라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수호 씨 의외로 침착하네요. 내가 수호 씨 나이 때는 아무것도 몰랐는데, 나보다 훨씬 대단해요.”‘아무리 들어도 본인 칭찬 같은데?’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싱긋 웃고는 계산하러 계산대로 향했다.그때 모태진이 물었다.“우리 더 기다리지 않아요? 이따가 경찰이 오면 어떡해요?”“저 신고 안 했어요. 저 사람들한테 겁주려고 거짓말한 거예요.”모태진은 눈을 둥그렇게 떴다.“헐, 그러다가 저 사람들이 정말 때리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때리면 맞죠 뭐. 그다음에 신고해도 늦지 않아요. CCTV에 다 찍힐 테니 책임을 피하지 못할 거예요. 그리고 맞고 나서 신고해야 책임을 물을 수 있잖아요.”“수호 씨 정말 대단하네요. 역시 젊어서 그런지 머리도 좋네요.”나와 모태진이 가게로 돌아왔을 때, 김진호는 모처럼 로비에 앉아 있었다.이제 막 전화를 끊는 걸 보니, 아마 꽃무늬 셔츠가 임무 실패했다고 보고한 모양이었다.나와 모태진이 함께 들어오자 김진호는 원망 어린 눈빛으로 나를 노려봤다. 하지마 나는 그를 가볍게 무시했다.인품도 밑바닥인데 비열하고 파렴치하기까지 하다니.김진호는 뼈가 부러질 것처럼 주먹을 꽉 쥐었다.김진호는 사실 그 꽃무늬 셔츠를 입은 남자더러 나를 혼내주라고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내가 몇 마디로 그들을 쫓아냈으니 화날 만도 했다.‘정수호, 이게 다 너 때문이야!’김진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김진호가 무슨 생각을 하느니 알 리 없는 나는 또 방으로 돌
남주 누나는 화를 내기는커녕 눈웃음을 치며 나를 바라봤다.“내가 왜 나쁜데?”“그냥 나빠요.”무슨 이유인지 나는 너무 당황스러웠다.“그럼 말해 봐. 내가 왜 나빠? 어떻게 나빠? 적어도 이유는 알아야 할 거 아니야.”나는 말하고 싶지 않았다.그때 남주 누나가 갑자기 내 가슴을 꼬집었다.“말하라고.”누나의 행동에 나는 가슴이 간질거렸다.“뭐 하는 거예요? 저한테 손대지 마요.”“이미 깊은 대화도 나눈 마당에, 손대는 것도 안 돼?”남주 누나는 무슨 낯이 이렇게 두꺼운지, 내가 이렇게 대하는데도 화를 내지 않았다.심지어 내 화마저 누그러들었다.“그건 없던 일로 해요. 앞으로 찾아오지 마요.”나는 왠지 모르게 갑자기 망설여졌다.아예 남주 누나와 관계를 끝내고 싶었지만 차마 심하게 말할 수는 없어 결국 이런 말을 한 거다.남주 누나는 또다시 내 가슴을 꼬집었다.하지만 아프기는커녕 간지러웠다.“그게 어떻게 없던 일이 될 수 있어? 내 의견은 물었어?”나는 약간 화가 나서 남주 누나를 쳐다봤다.‘뭐 하는 거지?’‘왜 또 나를 놀리는 건데?’나는 가슴을 문지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남첩도 많으면서 왜 나까지 끌어들여요?”“하하, 남첩? 그런 단어는 누구한테서 배웠어?”“누구한테서 배우든 무슨 상관이에요? 누나는 남자도 많잖아요. 그러니까 나한테 피해주지 마요.”“내가 무슨 피해를 줬지? 기분 안 좋았어? 아니면 만족 못 했어? 아니면 관계가 끝나고 나랑 결혼해 달라고 매달렸어?”남주 누나의 잇따른 질문에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이 상황이 나는 무척 난감했다.그러자 남주 누나가 나를 보며 말을 이었다.“우리가 만난 건 처음부터 재미를 위해서 아니었어? 한 번도 책임져야 한다고 한 적 없잖아? 서로가 유일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한 적도 없고. 내 친구도 괜찮다는데, 네가 기분 나쁠 게 뭐 있어?”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역시 놀 줄 아는 누나들은 대단한 것 같다.남주 누나와 비하면 나는 아직 애송이에 불과했다.나
“좋아요, 어떤 마사지 받을 건데요? 리스트는 여기 있으니 직접 봐요.”나는 약간 화가 나서 리스트를 건넸다.하지만 남주 누나는 보는 체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전신 오일 마사지.”전신 오일 마사지는 반드시 옷을 모두 벗어야 하기에 고객의 피부 곳곳에 직접 손이 닿아야 한다.남주 누나는 분명 고의다.하지만 고의라는 걸 알아도 나는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나는 오일을 준비해 왔다.“벗어요.”“움직이기 싫으니 벗겨줘.”남주 누나는 무리한 요구를 제기했다.하지만 나는 어쩔 수 없어 그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내가 남주 누나의 옷을 벗기는 동안, 누나는 매혹적인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그 눈빛에 나는 온몸이 불편했다.게다가 너무 가까이에 있어 누나의 몸에서 나는 향기로운 냄새가 자꾸만 코를 간지럽혔다.나는 가슴이 콩닥거려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린 채 누나의 치마 지퍼를 내려 원피스를 벗겼다.“속옷과 팬티도 벗겨야지.”남주 누나가 계속 말했다.남주 누나는 일부러 나를 꼬시는 게 틀림없었다.하지만 나는 절대 누나의 바람대로 하지 않을 거다.누나는 나를 놀리기 좋아하는 나쁜 여자니까.나는 또 고개를 돌린 채 누나의 브래지어를 풀었다.하지만 무의식중에 누나가 오늘 입은 속옷이 단추가 달린 산모 브래지어라는 걸 발견했다.이런 속옷은 완전히 벗지 않은 상태에서 단추만 풀면 아이에게 젖을 먹일 수 있게 디자인되어 있다.‘누나는 왜 이런 속옷을 입은 거야? 설마 일부러 나한테 보여주려고?’‘게다가 티팬티라니 너무 화끈하잖아?’나는 순간 피가 끓어으르며 아래가 괴로워 났다.남주 누나는 여전히 눈웃음치며 나를 바라봤다.“벗겨, 왜 움직이지 않아?”나는 더 이상 벗길 수 없었다. 더 하다가는 정말 참을 수 없을 것 같았으니까.“직접 벗어요. 저는 평범한 마사지사지 특수한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아요.”나는 가슴을 벌렁거리며 강조했다.그때 남주 누나가 갑자기 일어나 앉더니 두 팔로 내 목을 감았다.“특수한 서비스가 뭐지? 난 못 알
하지만 형수는 너무 오랫동안 침대에만 누워 있어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에 반해 양춘옥은 힘이 넘쳐나 손쉽게 형수를 제압했다.형수는 순간 폭발해 버렸다.“당, 당신 뭐 하는 거야?”양춘옥은 얼른 아들에게 말했다.“아들, 뭐 해? 얼른 밧줄을 찾아오지 않고. 이 여자 윗몸만 움직일 수 있고 아래는 못 움직여. 너한테 마침 좋은 기회잖아.”양춘옥의 아들은 얼른 벨트를 풀더니 형수의 손을 묶으려고 다가갔다.그 순간 나는 방으로 쳐들어가 그 남자를 발로 걷어찼다.양춘옥은 그 순간까지 현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그때 나는 양춘옥의 머리채를 잡고 그녀의 뺨을 내리쳤다.나는 양춤옥이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뺨을 후려갈겼다.형수는 위험한 순간에 나타난 나를 보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나 역시 형수가 깨어난 걸 보니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형수!”“수호 씨, 타이밍 너무 좋았어요. 이 둘은 인간도 아니에요! 감히...”형수는 흐느끼며 말을 잇지 못했다.나는 얼른 형수의 두 손을 꼭 잡았다.“알아요. 다 알아요. 형수, 걱정하지 마요. 이 사람들이 한 짓 내가 모두 찍었어요. 지금 경찰에 신고할게요.”양춘옥은 경찰에 신고한다는 내 말에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마구 달려들어 내 손에 있는 핸드폰을 빼앗으려고 했다.나는 또다시 양춘옥의 뺨을 내리쳤다.그러자 이번에는 양춘옥의 아들이 나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모자 둘이 달려들어도 내 상대는 아니었다.양춘옥은 더 이상 방법이 없자 그제야 무릎 꿇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정 사장님, 제발 신고하지 말아 주세요. 제 아들이 이제 막 출소했는데 또 잡히면 이번에는 끝장이에요.”나는 이를 악물며 양춘옥을 바라봤다.“당신 아들 생각하기 전에 우리 형수는 생각했어? 내가 마침 집에 오지 않았다면 당신과 당신 아들이 형수한테 끔찍한 짓을 저질렀을 거잖아.”“내가 아줌마를 얼마나 믿었는데, 이렇게 보답하는 거야? 정말 악독하기도 하지. 오늘 당신도 법의 처벌을 받게 될 거야.”“안 돼요. 정 사장
“뭐요? 너무 까다로운 거 아니에요?”“까다로운 게 아니라 원래부터 얌전하지 않은 여자인 것 같아. 남편과 잘 지내지 않고 별 같잖은 남자랑 바람이 났어. 정수호라는 사람인데, 매일 이 여자 몸을 닦아주러 와서 이 여자를 형수라고 불러...”“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니에요? 이런 일이 다 있다니. 이 여자도 참 뻔뻔하네요.”아들의 말에 양춘옥이 말했다.“그러니까 내가 널 불러온 거잖아. 이 여자도 워낙 얌전하지 않은 여자니까 너도 욕구나 풀어보라고. 아들, 너 이제 막 감방에서 나와 많이 쌓였을 거 아니야?”“밖에서 아가씨 찾기보다 이 여자한테 욕구를 푸는 게 더 나아. 적어도 이 여자는 깨끗하잖아.”고태연은 두 모자의 대화를 들으면 들을수록 화가 치밀어 당장이라도 일어나 양춘옥의 뺨을 후려갈기고 싶었다.하지만 결국 그녀가 가장 걱정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것도 그녀가 혼자 집에 있을 때 말이다.이런 상황에서 당하면 다른 사람은 아무도 모를 거다.고태연은 너무 무섭고 두려웠다. 심지어 이 두 모자에게 이토록 모욕당할 바에는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리고 그 시각 양춘옥과 아들의 대화를 들은 나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하지만 나는 서둘러 안으로 쳐들어가지 않았다.나는 우선 거실에 설치했던 감시 카메라를 찾았다. 그랬더니 카메라는 어느새 구석으로 옮겨졌다.‘이 아줌마가! 나는 그래도 믿고 매일 카메라를 돌려보지 않았는데, 이런 짓을 하다니.’나는 핸드폰 녹화 기능을 켜고 방 안을 몰래 촬영했다.탐정 사무소에서 일을 하게 된 이후로 나는 뭐든 증거싸움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때 남자가 형수 몸에 바짝 붙어 다리에 코를 가져다 대며 냄새를 맡았다.“냄새 좋다. 식물인간한테서 이렇게 좋은 냄새가 나다니. 피부도 이렇게 좋고. 대박, 몸매도 완전 끝내주잖아.”양춘옥은 옆에서 키득거렸다.“당연하지. 그리고 무엇보다 이 여자는 깨끗해. 아들, 얼른 하지 않고 뭐 해?”“헤헤. 그럼 엄마는 밖에서 망 좀 봐...”양춘옥은
“나 그만 놀려요. 내가 보고 싶은데 왜 애교 누나 집에 와서 혼자 술을 마셔요?”나는 아직 어려 정치계 판을 잘 모른다지만 그렇다고 바보는 아니다.남주 누나는 내 말에 피식 웃었다.“우리 푸들 많이 똑똑해졌네? 예전처럼 타격감이 좋지 않아. 하지만 점점 더 귀여워.”나는 자꾸만 내 몸을 타고 올라오는 남주 누나의 손을 덥석 잡았다.“말해요. 대체 무슨 일이에요? 일에 무슨 문제 생겼어요?”“응. 이 세상에서 날 괴롭힐 수 있는 건 일밖에 없어.”“왜죠? 왜 혼인이나 가정 문제는 될 수 없어요?”“헛소리 아니야? 혼인과 가정이 나보다 중요할 리 없잖아.”‘맞다. 누나도 가정보다 자기 지위가 우선인 여자였지. 백연우처럼.’“그래서 일은 해결됐어요?”나는 그 말을 내뱉은 순간 후회했다. 해결되었으면 술로 기분을 달랠 리 없을 테니까.하지만 남주 누나는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해결된 셈이지. 하지만 강등됐어.”“얼마나요?”“아무 실권도 없는 말단직으로. 그래도 괜찮아. 이제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내 약점을 잡고 나 협박하는 사람 없을 테니까.”남주 누나는 강등된 건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 그건 아마도 자기 위로일 수 있었다.“이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시간도 아까운데 계속 즐겨볼까?”남주 누나는 또다시 나에게 다가왔다. 심지어 리듬 있는 음악을 틀어 놓아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며 나에게 또 충격을 안겨주었다.나와 남주 누나는 그사이 애교 누나가 집에 다녀갔다는 사실을 몰랐다.애교 누나는 내가 걱정되어 직접 와 봤다. 하지만 방에서 들리는 나와 남주 누나의 소리에 얼굴을 붉히며 물러났다.“남주였네. 다른데 좀 가지. 왜 우리 집에서 수호 씨를 꼬시는 거야?”애교 누나는 입을 삐죽거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뒤돌아섰다.나와 남주 누나는 한밤중까지 몸을 섞고 피곤한 몸을 한 채 잠이 들었다.오랜만에 푸는 욕구에 우리 둘 다 너무 흥분해 버린 탓이었다.심지어 남주 누나는 열정적이다 못해 심지어 내가 지금 동영상 촬영 현
남주 누나는 헤실 웃으며 말했다.“정수호네. 이리 와, 와서 한잔해.”나는 남주 주나 쪽으로 걸어갔다. 가까이 가봤더니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와인 두 병 중 한 병은 이미 텅 비어 있었고, 남주 누나도 이미 술에 취했는지 얼굴이 발그스름했다.“누나, 혼자 이렇게 마신 거예요?”남주 누나는 똑바로 앉아 내 팔을 감싸안았다.“너 아니면 애교를 불러 곁에 있어 달라고 부탁하려고 했는데 요즘 바쁘다고 해서 안 불렀어. 그런데 마침 이렇게 와 버렸네? 나랑 한잔해.”나는 지난번 남주 누나를 봤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 누나도 기분이 안 좋아 보였는데 아마도 일 때문인 것 같았다.그런데 이번에 이토록 취해 있는 걸 보니 일이 잘 안 풀리는 모양이었다.나는 남주 누나 손에 있는 와인을 빼앗았다.“그만 마셔요. 취했어요. 부축해 줄 테니 방에서 휴식해요.”“정수호, 예전에 너한테 장난치던 때가 그리워. 도 장난칠 테니까 내 장난 받아줘. 응? 나도 기분 좀 좋아지게.”남주 누나는 몽롱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그게 대체 뭐가 그립다는 건지.’나는 그때 너무 단순해 항상 남주 누나한테 농락당했다. 심지어 몇 번이나 나를 유혹하는 남주 누나를 눈앞에 두고 입맛만 다시며 마음을 졸였었다. 하지만 나는 그때가 조금도 그립지 않았다. 나는 하고 싶을 때면 마음대로 하는 지금이 더 좋다.“내가 네 소원 들어줄게.”남주 누나는 내 목을 끌어안고 취한 말투로 말했다.누나의 완벽한 몸매를 보니 나도 솔직히 몸이 달아올랐다. 하지만 남주 누나는 지금 많이 취한 상태고, 기분도 안 좋아 보이니 몸을 섞는다고 즐겁지는 않을 거다.“됐어요. 누나 지금 취했어요. 부축해 줄 테니 방에서 자요.”“나 많이 안 마셨어. 그냥 조금 알딸딸한 정도야. 나도 내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알아.”“있잖아. 나 요즘 너무 바빠서 남자 만날 시간도 없었어. 그러니 오늘 너 땡잡은 거야.”남주 누나는 말하면서 나를 자기 쪽으로 잡아당겼다.나는 술에 취한
“정 사장님, 물 바꿔드릴까요?”내가 형수의 팔을 닦아주는 동안 양춘옥이 방에 들어와 열정적으로 물었다.그 모습에 나는 간단히 말했다.“아니에요. 거의 다 닦아요.”나는 형수가 뭘 걱정하는지 몰랐다. 무엇보다 양춘옥이 문제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그때 양춘옥이 목적성이 다분한 질문을 했다.“정 사장님, 요즘 안 보이시던데 바쁘셨나요?”“네. 요즘 일이 바빠서 매일 오지 못해요. 그러니 이모님이 우리 형수님 잘 돌봐주세요. 참, 요즘도 제가 바쁘니 부탁드릴게요.”양춘옥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며 싱긋 웃었다.“정 사장님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무조건 잘 돌봐드릴게요.”“형수, 다 닦았어요. 형수가 깨끗한 걸 좋아하는 거 알고 특별히 피부 관리하는 스킨로션도 발라줬어요.”나는 형수를 돌본 뒤 옆에서 대화를 나누다가 고아연이 돌아온 뒤에야 떠났다.고아연은 나를 집 앞까지 마중하며 물었다.“요즘 바빠?”“네, 왜 그래요?”“아니, 별 건 아니고. 지난번에 찍는다던 영상을 안 찍었길래 바쁜가 해서.”“요즘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었어요.”이건 단순한 오락이라 돈을 버는 것에 비하면 당연히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그래. 그럼 앞으로 안 찾을게. 내 연락처 삭제해.”고아연은 갑자기 말투가 날카로워졌다.그 말에 나는 순간 멍해졌다.“여자들은 다 이래요? 심심하면 연락처 삭제하고? 이런 거 엄청 예의 없는 거 알아요?”고아연은 팔짱을 낀 채 웃었다.“우리는 원래부터 아는 사이도 아니었어. 그런데 지금 바빠서 영상 찍을 시간도 없다는데 내가 네 연락처를 왜 남겨? 난 원래 이래. 연락 자주 하지 않는 사람은 삭제해. 수호 씨도 마찬가지야.”나는 일부러 고아연에게 맞섰다.“그럼 형수가 지금 이러니까 형수도 삭제했겠네요?”“그래.”“흥. 누가 믿을 줄 알고.”“믿든 말든.”고아연의 모습은 거짓 같지 않았다.나는 이 순간 고아연을 또다시 봤다.“바쁜 일 다 처리하면 도와줄게요. 연락처 삭제하지 마요. 앞으로 또다시 추가하
애교 누나 얘기를 언급하니 내 기분은 저절로 다운되었다.“난 누구랑 결혼할지도 모르겠어.”“왜? 애교 누나랑 사이가 틀어졌어?”민우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그런 건 아니야. 그냥 애교 누나랑 나는 결혼할 사이가 같지 않아. 애교 누나가 나한테 너무 관대하고 너무 풀어줘. 그래서 너무 진실감이 없어.”“헐. 여자 친구가 풀어주는 게 얼마나 좋은데? 네가 밖에서 다른 여자 만나도 뭐라 안 하고 오히려 응원해 준다며? 그렇게 좋은 여자 손전등 켜고 찾아도 없어.”현성과 민우는 나를 부러워했다.사실 나도 예전에는 똑같은 마음이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애교 누나는 너무 좋고 너무 관대하여 질투도 하지 않아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심지어 가끔 이 모든 게 허상이라는 생각도 들곤 한다.그에 반해 윤지은은 또 나에게 너무 현실을 체감하게 해준다. 좋아할 때도 질투할 때도 있어 오히려 더 커플 같은 느낌이 들곤 한다.“정수호, 너 진짜 쓰레기네. 너 설마 애교 누나 버리려고 그래?”현성이 갑자기 물었다.“헛소리. 내가 언제 버린다고 했어?”“그럼 아까 발언 무슨 뜻인데?”“난 그냥 애교 누나가 너무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뜻이지 버리겠다는 뜻 아니야. 함부로 누명 씌우지 마.”나는 바로 현성을 반박했다.하지만 그때 민우가 바로 끼어들었다.“사실 나도 네가 좀 쓰레기 같아. 아마 네가 만난 누나들이 다 너 같은 나쁜 남자를 좋아하나 보다.”“젠장. 내가 너희들한테서 무슨 좋은 말을 듣겠냐?”그날 저녁 퇴근 후 나는 형수네 집에 들렀다.그동안 너무 바빠 형수를 보러 오지도 못하고 몸을 닦아주지도 못했기에, 나는 얼른 따뜻한 물을 담아 형수 몸 곳곳을 닦아주었다.형수는 이렇게 오랫동안 누워만 있었지만 뺌은 여전히 발그스름하고 피부도 백옥 같은 피부에 핑크빛이 감돌았다.아마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그저 잠자고 있다고 생각할 거다.내가 형수의 몸을 닦아주는 동안 형수의 가슴은 사실 콩닥콩닥 북을 쳤다.‘수호 씨가 이제야 날
“이 얘기는 이쯤에서 하고. 말해요, 서나연 씨 일 외에 다른 볼 용건 있어요?”나는 화제를 다시 끌어왔다.그러자 소여정은 내 턱을 잡으며 생글생글 웃었다.“있지 그럼. 너 놀리러 왔어. 내가 너 놀리는 거 오랜만이잖아.”“미쳤어요?”나는 다급히 소여정의 손을 쳐냈다.“날 미친X 취급해? 내가 진짜 너 가만 안 둔다?”“못 믿겠어요. 나 이제 임천호도 안 두려운데 소여정 씨를 두려워하겠어요?”나는 소여정에게 계속 휘둘리고 싶지 않았다.소여정은 대단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오호라. 며칠 새에 많이 컸네? 그런데 그런 모습 점점 더 좋아지는데?”소여정은 정말 역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매번 나타났다 하면 나에게 귀찮은 일을 던져주곤 한다.물론 내가 이제 임천호를 두려워하지 않는다지만 그렇다고 귀찮은 일에 휘말리고 싶지는 않았다.나는 그저 장사를 잘해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내가 소여정을 무시하자 소여정도 나를 보는 체도 하지 않고 스스로 가게 안을 둘러봤다. 그러다가 결국 몇 가지 선물 세트를 골랐다.소여정이 계산하려고 할 때 나는 다시 그녀에게 다가갔다.“선물 세트 사서 누구한테 주려고요?”“이젠 임천호 안 두렵다며? 내가 누구한테 주든 무슨 상관이야? 아니면 내가 이 선물을 가져갔다가 이 가게에서 샀다는 걸 들킬까 봐 그러는 거야?”소여정은 마치 내 배에서 나오기라도 한 것처럼 나를 빠삭하게 알았다.“찾아오겠으면 찾아오라고 해요. 소여정 씨는 정상적인 소비예요.”나는 말발로 소여정을 이길 수 없다는 생각에 바로 뒤돌아 떠나갔다.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후들거렸다.소여정은 물건을 구매한 뒤 가게에서 택배로 보낼 수 있는지 물었다. 그 질문에 점원 한 명이 가능하다고 대답했다.소여정은 주소 하나를 남기고 직원더러 선물 세트를 주소에 적인대로 보내달라고 당부했다.소여정이 떠난 뒤 나는 그 위에 적힌 주소를 확인했다. 주소는 H시로 되어 있고, 받는 이는 ‘소원규’로 되어 있었다.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이름에 한참을 떠
“누구한테 들었어?”“그건 상관하지 마요. 맞는지 아닌지만 대답해요.”나는 얼렁뚱땅 넘기려고 했다.다행히 소여정은 내 질문을 회피하지 않고 바로 인정했다.“맞아. 나도 예전에 윤지은과 임유미처럼 잘 사는 집 딸이었어. 안 그러면 우리 넷이 왜 친구가 됐겠어?”하긴. 소여정은 나를 바라보더니 갑자기 물었다.“뭐 하나만 물을게. 소씨 가문 사람들이 강북에 있지?”“그걸 어떻게 알아요?”나는 흠칫 놀랐다.그 말에 소여정이 대답했다.“어떻게 알았는지는 알려고 하지 마. 맞는지 아닌지만 말해.”소여정이 이렇게 묻는다는 건 이미 단서를 찾았다는 뜻이기에 나는 사실대로 대답했다.“맞아요. 임천호 아내가 강북에 와서 요즘 유미 사모님과 같은 동네인 백조의 호수에 살아요.”“백조의 호스? 보아하니 나도 그곳에 집을 마련해야겠네.”소여정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그 말에 내 눈은 휘둥그레졌다.“지금 제정신이에요? 소씨 가문 사람들이 그곳에 있는데 멀리 숨지는 못할망정, 같은 동네에 살겠다고요? 대체 무슨 생각인 거예요? 설마 서나연 씨를 쫓아내고 본인이 임천호 아내가 되려고 그래요?”소여정은 생글생글 웃으며 물었다.“안돼? 임천호가 얼마나 대단해. 나한테도 잘해주고.”“대단하긴 무슨. 부시장님과 윤 회장님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더만.”나는 내가 임천호 뒷담화를 하는 날이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소여정은 나를 다시 봤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정수호, 대단하네. 임천호를 그렇게 말하고. 임천호가 안 뒤 죽이려고 할까 봐 두렵지 않아?”“내가 임천호 산하의 대출 회사도 무너뜨렸는데, 임천호를 무서워하는 거로 보여요?”나도 비록 내가 너무 잘난체 한다는 걸 알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정말 참을 수가 없다.이 세상에 허영심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게다가 이건 내가 평생 자랑스럽게 말하고 다닐 일이기도 하다.소여정은 입을 가리며 웃었다.“아주 어깨뽕이 하늘로 치솟는구먼? 그 대출 회사 임천호한테 엄청 중요한 회사인 건
“오, 오빠가 뭘 하려는지 알아요. 만약 하고 싶으면 날 오빠한테 줄 수 있어요.”주선영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옷자락을 잡고 긴장한 표정으로 고백했다.이건 현성에 대한 인정이었다. 현성은 너무 설레어 심장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는 두말없이 주현영을 와락 끌어안았다.그러자 주현영이 이내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여, 여기서는 안 돼요. 우리... 호텔 가요.”“그래, 바로 가자.”나는 현성과 주현영이 손잡고 뛰쳐나오는 걸 본 순간, 현성이 오늘 소원을 이룰 거라는 걸 알았다.나는 싱긋 웃으며 현성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파이팅.”“당연하지.”현성은 헤헤 웃으며 말했다.이윽고 두 사람은 손을 잡고 기쁜 얼굴로 떠나갔다.나는 얼른 이 기쁜 소식을 민우에게 알려주려고 전화했다.[수호야. 왜 그래? 나 지금 바빠.]민우는 목소리를 한껏 낮추고 말했다.그 목소리에 나는 의아했다.“너 지금 뭐 해? 가게 보는 거 아니었어?”[설아가 점심에 나 찾아와서 지금 설아랑 호텔에 있어.]“헐, 너 뭐야? 임설아랑 결실을 보는 거야?”‘왜 친구들한테 버림당해 혼자가 되었다는 느낌이 들지?’민우는 헤실 웃었다.[이만 끊어. 설아가 샤워하러 갔다가 지금 나와. 우리 오늘 마지막까지 갈 거거든.]민우는 말을 마치자마자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이 상황에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대충 음식을 먹고 가게로 돌아가는 것뿐이었다.하지만 혼자 사무실에 앉아 있을수록 기분이 안 좋았다.예전에는 내가 민우와 현성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었는데, 현재는 내가 두 사람을 부러워하는 꼴이 되었으니.하지만 윤지은과 애교 누나한테는 연락할 엄두도 나지 않고 형수는 아직 혼미해 있으니 누구를 찾아야 할지 고민이었다.나는 주위에 여자가 끊이지 않다고 이렇게 외로이 혼자 남는 날이 오게 될 줄은 몰랐다.‘정수호 몰락했네. 몰락했어!’내가 속으로 감개무량해하고 있을 때 아래층에서 직원 한 명이 나를 불렀다.“정 사장님, 누가 찾아왔어요.”“알았어요. 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