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무슨 소유욕이 강하다는 거지? 설마 나를 암시하는 건 아니겠지?’나는 윤 여사의 말이 믿기지 않아 속으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고양이의 행동에 놀라고 말았다.고양이는 윤 여사의 주위를 빙 돌더니 갑자기 윤 여사의 몸 위에 뛰어올라 그녀의 엉덩이 위에 엎드렸다.‘변태.’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변태가 아니면 왜 하필 저곳에 엎드리겠어?’‘저 고양이도 아는 거야. 윤 사모님이 엎드려 있을 때 그곳이 가장 매력적이라는 걸.’고양이한테도 소유욕이 있고, 이렇게 강하다는 사실에 나는 너무 놀랐다.하지만 윤 여사는 자기 엉덩이 위에 앉은 고양이를 쫓아내지 않고 오히려 예쁘다는 듯 머리를 만져 주었다.“네 이놈, 왜 매번 그곳에 엎드려? 네가 고양이었으니 망정이지 강아지였으면 내 몸을 노린다고 의심했을 거야.”나는 속으로 동의하며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나도 그렇게 생각하니까.고양이는 도도한 동물이라는데, 눈앞의 이 고양이는 아무리 봐도 도도와는 거리가 먼 것 같다. 오히려 변태라면 모를까.역시 사람이든 동물이든 예쁜 걸 좋아하는 건 똑같나 보다.윤 여사는 예쁜 데다 이 페르시아고양이를 매우 아끼는 듯했다. 때문에 고양이도 윤 여사한테 강한 소유욕을 느끼는 것 같다.그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니 고양이는 윤 여사를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 같고.‘정말 행복한 고양이네.’나는 속으로 감탄했다.‘정 선생, 고양이는 신경 쓰지 말고 오일 마사지해줘요.”윤 여사는 나를 보며 예쁜 눈을 깜빡였다.나는 얼른 대답하고 오일을 꺼내 마사지하려고 준비했다.하지만 윤 여사의 매혹적인 몸매를 보니 손을 대기 어려웠다.자세한 이유는 나도 모른다. 왠지 자꾸만 불안하고, 손을 대면 깊이 빠져버릴 것만 같았다.내가 한참 동안 아무 반응이 없자 윤 여사는 고개를 돌려 물었다.“정 선생, 뭐 해요? 왜 시작하지 않아요?”“저...”나는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되어 말까지 더듬었다. 게다가 콧가에는 윤 여사의 향기만 느껴졌다. 너
‘왜 자꾸 울어? 울어도 소용없어. 그래도 네 주인을 만질 거거든. 그렇게 대단하면 너도 만지던가.’고양이는 나한테 화가 났는지 발톱을 세우고 나를 긁었다.나는 얼른 윤 여사한테 일러바쳤다.“윤 사모님, 고양이가 자꾸만 방해하는데요.”“만두야, 왜 그래? 내려가!”윤 여사는 가차 없이 고양이를 쫓아 버렸다.그 순간 나는 고양이 얼굴에서 울상이 된 표정을 보았다.‘대박, 설마 저거 고양이 아닌 거 아니야? 어떻게 사람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지?’나는 점차 저 고양이가 변태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것도 주인한테 소유욕이 엄청 강한 변태.다행히 이미 중절 수술을 진행한 상태라 아무리 터무니없는 일이 일어나 사람이 된다고, 해도 윤 여사한테 아무 짓도 할 수 없다.그걸 생각하니 나는 웃음이 났다.‘나도 참, 고양이한테 질투하다니, 웃기네.’윤 여사가 고양이를 쫓은 뒤 나는 마사지하는 데 집중했다.그 과정은 얼마나 기분 좋은지 말로 표현이 안 됐다.윤 여사도 그사이 나한테 뭘 암시하거나 내가 오해할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그 반응에 내 마음은 오히려 더 간질거렸다.전에는 분명 야릇한 눈빛으로 나를 잡아먹을 듯 보더니 오일 마사지를 할 때 오히려 이렇게 덤덤하게 행동하다니. 내 추측이 틀린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그렇다면 기뻐야 하는데 나는 왠지 섭섭했다.심지어 윤 여사가 나한테 야릇한 눈빛을 보내거나 오해할 만한 행동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1시간 뒤, 전신 마사지는 끝이 났다.윤 여사는 시원한지 침대에 엎드려 말했다.“정 선생 손맛 참 좋네요. 앞으로 정 선생만 찾아와야겠어요.”“칭찬 감사합니다.”“내 백 가져다줄래요?”나는 더듬거리는 척하며 윤 여사의 백을 가져다주었다.그러자 윤 여사는 안에서 현금을 꺼내 내게 주었다.“이건 팁이에요. 받아요.”“너무 많은 거 아니에요?”한눈에 봐도 백만 가까이 돼 보였다.이건 나의 월급에 맞먹는다.하지만 윤 여사는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별거 아니에요. 몇십만
나는 기대도 되고 설레기도 했지만 동시에 두렵기도 했다.윤 여사가 나를 건드리지 않을 때는 건드려줬으면 했는데, 정말 그러니 오히려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두려웠다.내가 망설이고 있을 때 윤 여사가 내 손등을 톡톡 두드렸다.“기대할게요. 나도 마사지숍 하나 오픈할까 하는데 정 선생이 잘하면 그 마사지숍 정 선생한테 맡길게요.”“아니에요, 여기서도 잘할 수 있어요.”나는 무엇보다 이곳 동료와 정 사장님을 떠나기 아쉬웠다. 이곳 식구들과 재밌게 지내고 있으니까.윤 여사가 나를 향해 싱긋 웃었다.“아직은 결정하기 너무 일러요. 게다가 난 아직 그럴 생각만 있지 아직 행동에 옮기지 않았어요. 됐어요, 오늘은 이만하면 됐으니 먼저 가볼게요.”“만두야, 엄마 품으로 와.”고양이는 많이 굶주렸는지 쏜살같이 달려 윤 여사 품에 안기더니 마구 비벼댔다.‘행복한 자식, 나도 저 고양이가 되고 싶네.’‘그러면 대놓고 여기저기 문지르고 윤 여사님을 기쁘게 해드릴 수도 있을 텐데.’“됐어, 아까 너무 서러웠지? 네가 말 잘 듣고 얌전히 굴면 엄마가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야옹...”“아유, 착해. 됐어, 집에 가자.”윤 여사는 고양이를 품에 안고 룸을 나갔다.윤 여사한테서 많은 팁을 받은 게 감사해 나는 문 앞까지 직접 배웅했다.하지만 공교롭게도 문 앞에서 김진호와 맞닥뜨렸다.김진호는 얼굴 여기저기 멍으로 뒤덮여 있는 게, 딱 봐도 누구한테 맞은 듯했다.그 순간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나는 윤 여사와 웃으며 나왔는데, 김진호는 이 여사와 바람피우려다가 맞고 돌아왔으니.나의 득의만면한 모습과 김진호의 초라한 모습은 선명한 대비를 이루었다.김진호가 이 모습을 봤으니 아마 나에 대한 원한이 더 깊어졌을 거다.아니나 다를까, 김진호는 나와 윤 여사가 웃으며 얘기하는 걸 보자 나에게 날카로운 눈빛을 보냈다.심지어는 눈에 뵈는 것도 없는지 나에게로 다가와 멱살을 잡았다.“정수호, 네가 감히 내 고객을 빼앗아?”그 모습은 가게 안 사람들의 시선
내가 사고를 치지 않는다고 겁이 많은 건 아니다.김진호가 정말 나한테 무슨 짓을 저지른다면, 나는 절대 참지 않을 것이다.“그렇다면 다행이고요. 난 먼저 가볼게요.”윤 여사는 허리를 배배 꼬며 떠나갔다.그 농염한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 나는 참지 못하고 마사지하던 상황을 떠올렸다.예쁜 여자는 흔하지만 우아한 여자는 흔치 않다.특히 윤 여사처럼 이렇게 귀티가 나고 우아한 여자는 더욱 드물다.내가 이런저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을 때 모태진이 그 여자와 방에서 나왔다.여자는 나를 흘긋 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도망쳤다.그에 반해 모태진은 아주 만족스러운 모습이었다.나는 싱긋 웃으며 농담조로 말했다.“그렇게 좋아요?”모태진은 헤실 웃으며 대답했다.“그걸 말이라고 해요? 저 여자는 젊고 예쁜 데다 피부도 부드러워 촉감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그런데 아쉽게도...”“뭐가 아쉬운데요?”나는 의아해서 물었다.그러자 모태진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사람을 잘못 만나 수술을 여러 차례 한 탓인지 몸에 병이 많더라고요.”그 말에 나는 여자의 남자 친구를 떠올렸다. 딱 봐도 가벼운 데다 머리를 노랗게 염색한 게 불량소년처럼 보였었다.저렇게 귀여운 여자애가 그런 남자와 만나다니 너무 어울리지 않았다.하지만 이건 남의 일이기에 더 물어볼 수 없었다. 게다가 워낙 두 사람과 친하지도 않으니 참견할 자격은 더더욱 없다.“아까 윤 사모님이 팁을 많이 줬는데 점심에 밖에서 먹어요.”나는 너무 기뻐 모태진과 밖에서 좋은 걸 먹고 싶었다.그러자 모태진이 다급히 물었다.“얼마 받았어요?”나는 사실대로 말하지 못했다.사람은 너무 유명해지면 화를 당하기 마련이니까.내가 만약 백만 가까이 되는 돈을 팁으로 받았다고 하면 모태진은 분명 부러워할 거다.그런데 그런 부러움도 도가 있는 법, 너무 지나치면 질투로 변하기 십상이다.이건 사람의 본능이지 인품과는 별개의 문제다.때문에 나는 20만 원이라고 거짓말했다.하지만 그런데도
“모르겠어요.”사실 나도 궁금했다. 요즘 소여정은 이틀 연속 나를 찾아왔었다.‘그런데 오늘은 왜 오지 않았지?’‘설마 무슨 일 있나?’‘아니면 앞으로 안 올 생각인가?’가끔 보면 사람은 참 이상한 동물이다. 상대가 찾아올 때면 싫다가도 찾아오지 않으면 오기를 바라니까.하지만 이건 그 여자가 그리워서가 아니다. 단지 몸이 그리운 거지.역시 먹는 것과 색욕은 인간의 본성이다.게다가 색욕은 남자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이고.“그걸 수호 씨가 어떻게 몰라요? 그 코트 입은 여성분과 엄청 친해 보이던데요?”나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었다.“고작 두 번 본 게 다예요. 친하다고 할 수 없죠. 얼른 밥 먹어요.”우리가 점심을 먹고 있을 때, 건달 티가 나는 망나니 몇 명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중에 머리를 노랗게 염색한 남자는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 바로 오늘 점심 봤던 그 여자의 남자 친구다.눈을 마주친 순간 그 남자도 나를 알아봤는지 냉소를 지었다.가게에 빈 테이블이 꽤 많았는데 그놈들은 하필 우리 옆에 앉았다.그 순간 나는 불안한 예감이 들어 모태진에게 말했다.“얼른 먹고 가요.”모태진도 이상함을 감지했는지 얼른 그릇에 있는 밥을 먹어치웠다.“계산하고 올게요.”내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건달 중 한 놈이 의자에서 떨어졌다.그러자 다른 놈들이 모두 벌떡 일어섰다.“뭐 하는 거야? 감히 내 친구를 쳐?”나는 맹세코 치지 않았다. 그 건달이 나와 너무 가까이에 있어 스스로 넘어진 거다.하지만 나는 해명하지 않았다. 이 건달들이 일부러 나한테 시비 거는 것이라는 걸 눈치챘으니까.나는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아무 말도 하지 마요. 신고할 테니까. 경찰이 오면 얘기해요.”“이게 어디서! 무슨 뜻이야? 지금 우리가 일부러 시비 건다는 뜻이야?”노랑머리가 앞으로 나서며 나를 삿대질했다.나는 얼른 뒷걸음쳤다.“삿대질하지 마. 사람 많다고 사람 함부로 괴롭히지도 말고. 지금 법치 사회인 거 몰라? 내 손끝 하나라도 건드려 봐.”“내가 언제
“젠장, 김진호 이 개자식, 인간도 아니네.”‘이렇게 비겁한 수단을 쓰다니. 예상을 벗어나네.’그때 모태진이 갑자기 말했다.“이 일 정 사장님한테 말하는게 어때요? 내가 증언할게요.”“됐어요, 저 사람들이 우리한테 정말로 뭘 한 것도 아니고, 정 사장님도 이 일로 김진호를 자를 수는 없을 거예요. 완전히 해고하지 않는다면 고발하는 게 오히려 일을 더 크게 만들 수 있어요. 쓸데없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아요. 나중에 다시 보죠.”모태진은 놀라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수호 씨 의외로 침착하네요. 내가 수호 씨 나이 때는 아무것도 몰랐는데, 나보다 훨씬 대단해요.”‘아무리 들어도 본인 칭찬 같은데?’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싱긋 웃고는 계산하러 계산대로 향했다.그때 모태진이 물었다.“우리 더 기다리지 않아요? 이따가 경찰이 오면 어떡해요?”“저 신고 안 했어요. 저 사람들한테 겁주려고 거짓말한 거예요.”모태진은 눈을 둥그렇게 떴다.“헐, 그러다가 저 사람들이 정말 때리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때리면 맞죠 뭐. 그다음에 신고해도 늦지 않아요. CCTV에 다 찍힐 테니 책임을 피하지 못할 거예요. 그리고 맞고 나서 신고해야 책임을 물을 수 있잖아요.”“수호 씨 정말 대단하네요. 역시 젊어서 그런지 머리도 좋네요.”나와 모태진이 가게로 돌아왔을 때, 김진호는 모처럼 로비에 앉아 있었다.이제 막 전화를 끊는 걸 보니, 아마 꽃무늬 셔츠가 임무 실패했다고 보고한 모양이었다.나와 모태진이 함께 들어오자 김진호는 원망 어린 눈빛으로 나를 노려봤다. 하지마 나는 그를 가볍게 무시했다.인품도 밑바닥인데 비열하고 파렴치하기까지 하다니.김진호는 뼈가 부러질 것처럼 주먹을 꽉 쥐었다.김진호는 사실 그 꽃무늬 셔츠를 입은 남자더러 나를 혼내주라고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내가 몇 마디로 그들을 쫓아냈으니 화날 만도 했다.‘정수호, 이게 다 너 때문이야!’김진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김진호가 무슨 생각을 하느니 알 리 없는 나는 또 방으로 돌
남주 누나는 화를 내기는커녕 눈웃음을 치며 나를 바라봤다.“내가 왜 나쁜데?”“그냥 나빠요.”무슨 이유인지 나는 너무 당황스러웠다.“그럼 말해 봐. 내가 왜 나빠? 어떻게 나빠? 적어도 이유는 알아야 할 거 아니야.”나는 말하고 싶지 않았다.그때 남주 누나가 갑자기 내 가슴을 꼬집었다.“말하라고.”누나의 행동에 나는 가슴이 간질거렸다.“뭐 하는 거예요? 저한테 손대지 마요.”“이미 깊은 대화도 나눈 마당에, 손대는 것도 안 돼?”남주 누나는 무슨 낯이 이렇게 두꺼운지, 내가 이렇게 대하는데도 화를 내지 않았다.심지어 내 화마저 누그러들었다.“그건 없던 일로 해요. 앞으로 찾아오지 마요.”나는 왠지 모르게 갑자기 망설여졌다.아예 남주 누나와 관계를 끝내고 싶었지만 차마 심하게 말할 수는 없어 결국 이런 말을 한 거다.남주 누나는 또다시 내 가슴을 꼬집었다.하지만 아프기는커녕 간지러웠다.“그게 어떻게 없던 일이 될 수 있어? 내 의견은 물었어?”나는 약간 화가 나서 남주 누나를 쳐다봤다.‘뭐 하는 거지?’‘왜 또 나를 놀리는 건데?’나는 가슴을 문지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남첩도 많으면서 왜 나까지 끌어들여요?”“하하, 남첩? 그런 단어는 누구한테서 배웠어?”“누구한테서 배우든 무슨 상관이에요? 누나는 남자도 많잖아요. 그러니까 나한테 피해주지 마요.”“내가 무슨 피해를 줬지? 기분 안 좋았어? 아니면 만족 못 했어? 아니면 관계가 끝나고 나랑 결혼해 달라고 매달렸어?”남주 누나의 잇따른 질문에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이 상황이 나는 무척 난감했다.그러자 남주 누나가 나를 보며 말을 이었다.“우리가 만난 건 처음부터 재미를 위해서 아니었어? 한 번도 책임져야 한다고 한 적 없잖아? 서로가 유일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한 적도 없고. 내 친구도 괜찮다는데, 네가 기분 나쁠 게 뭐 있어?”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역시 놀 줄 아는 누나들은 대단한 것 같다.남주 누나와 비하면 나는 아직 애송이에 불과했다.나
“좋아요, 어떤 마사지 받을 건데요? 리스트는 여기 있으니 직접 봐요.”나는 약간 화가 나서 리스트를 건넸다.하지만 남주 누나는 보는 체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전신 오일 마사지.”전신 오일 마사지는 반드시 옷을 모두 벗어야 하기에 고객의 피부 곳곳에 직접 손이 닿아야 한다.남주 누나는 분명 고의다.하지만 고의라는 걸 알아도 나는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나는 오일을 준비해 왔다.“벗어요.”“움직이기 싫으니 벗겨줘.”남주 누나는 무리한 요구를 제기했다.하지만 나는 어쩔 수 없어 그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내가 남주 누나의 옷을 벗기는 동안, 누나는 매혹적인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그 눈빛에 나는 온몸이 불편했다.게다가 너무 가까이에 있어 누나의 몸에서 나는 향기로운 냄새가 자꾸만 코를 간지럽혔다.나는 가슴이 콩닥거려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린 채 누나의 치마 지퍼를 내려 원피스를 벗겼다.“속옷과 팬티도 벗겨야지.”남주 누나가 계속 말했다.남주 누나는 일부러 나를 꼬시는 게 틀림없었다.하지만 나는 절대 누나의 바람대로 하지 않을 거다.누나는 나를 놀리기 좋아하는 나쁜 여자니까.나는 또 고개를 돌린 채 누나의 브래지어를 풀었다.하지만 무의식중에 누나가 오늘 입은 속옷이 단추가 달린 산모 브래지어라는 걸 발견했다.이런 속옷은 완전히 벗지 않은 상태에서 단추만 풀면 아이에게 젖을 먹일 수 있게 디자인되어 있다.‘누나는 왜 이런 속옷을 입은 거야? 설마 일부러 나한테 보여주려고?’‘게다가 티팬티라니 너무 화끈하잖아?’나는 순간 피가 끓어으르며 아래가 괴로워 났다.남주 누나는 여전히 눈웃음치며 나를 바라봤다.“벗겨, 왜 움직이지 않아?”나는 더 이상 벗길 수 없었다. 더 하다가는 정말 참을 수 없을 것 같았으니까.“직접 벗어요. 저는 평범한 마사지사지 특수한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아요.”나는 가슴을 벌렁거리며 강조했다.그때 남주 누나가 갑자기 일어나 앉더니 두 팔로 내 목을 감았다.“특수한 서비스가 뭐지? 난 못 알
윤미화가 소리 지르려 할 때 나는 재빠르게 그녀의 입을 막았다.“윤 사장님이 제 방에 들어온 거예요. 게다가 분명 먼저 저를 키스했잖아요. 전 꿈이라고 착각했어요. 이건 제 탓 아니라고요. 소리도 치지 마요. 한밤중에 소리 지르면 사모님이 올 텐데, 이 상황 어떻게 설명할 거예요?”나는 한꺼번에 말을 내뱉었다.‘젠장, 누가 잘 자고 있는데 이 여자가 갑자기 내 이불 속으로 들어올 줄 알았겠냐고?’게다가 나는 진짜 꿈에서 애교 누나를 만난 줄 알았다. 사귀는 사이에 이런 짓을 하는 건 정상 아닌가? 그런데 상대가 윤미화일 줄이야. 진짜 귀신 곡할 노릇이다.윤미화는 얼른 옷을 정리하고는 씩씩거리며 내 등을 찰싹찰싹 때렸다.나는 상대가 더 이상 소리 지르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서고 나서야 손을 풀었다.그랬더니 윤미화가 나를 째려봤다.“아주 땡잡았겠네? 오늘 일 절대 입 밖에 내지 마.”“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이걸 왜 말하겠어요? 그리고 왜 갑자기 제 방에 들어와서 이불 속으로 팍 들었는데요? 그것도 모자라 키스까지. 혹시 예전부터 저랑 자고 싶었던 거 아니에요?”윤미화는 어이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내 남편이 수호 씨보다 훨씬 잘생기고 돈도 많은데, 내가 왜 수호 씨를 좋아하겠어? 잠결에 내 집인 줄 알아서 그랬지. 게다가 수호 씨가 내 남편인 줄 알기도 했고...”그렇다면 참 난감해진다나는 상대가 애교 누나인 줄 알고, 상대는 내가 제 남편인 줄 알았다니.그래도 끝까지 가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하지만 왠지 모르게 내 머릿속에는 불을 켰을 때 봤던 윤미화의 나른하고 매혹적인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특히 밖에 훤히 드러난 가슴이 유독 매력적이었다.아마도 내가 자기 전에 너무 참아서 그런지 이 순간 윤미화의 이런 모습을 보니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심지어 아무 생각도 없이 이대로 윤미화를 덮쳐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를 제대로 감상하고 싶었다.윤미화는 저를 빤히 쳐다보는 내 눈빛에 너무 당황해했다. 그동안 남편 외의 다른 이성과 이런
나는 영상 하나를 찾아 빨리 내 안의 욕구를 풀 생각이었다.하지만 내가 한창 욕구 해소에 정신이 팔렸을 때, 갑자기 밖에서 들리는 노크 소리에 하마터면 간 떨어질 뻔했다.나는 얼른 영상을 끄고 바지를 올리고는 전전긍긍하며 물었다.“누구세요?”“수호 씨, 나예요.”사모님이었다.‘사장님이랑 끝났나?’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서 문을 열었다.하지만 사모님은 약간 넋이 나간 모습인 데다 기분이 가라앉은 듯했다.“왜 그러세요?”나는 걱정스러워 물었다.‘사모님이 왜 갑자기 기분이 안 좋아지셨지? 표정은 왜 이렇고?’“약욕 시간 다 됐어요. 나랑 같이 호섭 씨 침대에 좀 옮겨요.”사모님은 말을 마치자마자 뒤돌아섰다.사모님은 아무리 봐도 무슨 일이 있는 듯했는데, 먼저 말하지 않으니 나도 물어볼 수 없었다.나는 헐렁한 외투를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하면 부풀어 올라 민망한 내 그곳을 가릴 수 있었으니까.나와 사모님이 욕실로 들어가자 사장님은 난감한 표정으로 사모님을 바라봤다.“유미야, 나...”사장님은 뭔가 말하고 싶은 듯했으나 사모님이 말을 잘랐다.“다 알아. 그러니까 말하지 마. 우선 몸조리부터 잘해.”사장님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두 분 왜 이러지? 설마 사장님이 아까 실패해서 미안해하는 건가?’가끔 어떤 일은 사실을 간파하고 있어도 말하지 않는 게 서로에게 좋다.나는 사모님을 도와 사장님을 방에 옮겼다. 사장님은 침대에 누운 채 시선을 사모님한테서 떼지 못했다.“수호 씨, 오늘 고마웠어. 오늘 더 이상 아무 일 없으니까 가서 쉬어.”“네.”나는 짤막하게 대답하고 객실로 돌아갔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방금 전 일을 생각했다.사모님은 만족하지 못한 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실망한 표정을 할 리 없다. 사장님은 지금 몸 건강이 안 좋아 사모님을 만족하게 하는 게 어려울 거다.‘하, 사장님이 얼른 나아서 두 분 백년해로해야 할 텐데.’사모님이 예쁘고 몸매도 좋은 데다 농염하고 관능적이기까지 하다.
나는 애교 누나에 대한 생각을 오래 하지 않았다. 지금은 신경 써야 할 일이 너무 많았으니까.양동준은 나에게 열흘이라는 기한을 줬고, 민우와 함께 따로 나가서 사업해 보려던 계획도 계속 진행해야 하고, 또 사장님 치료도 신경 써야 했다이 중에 중요하지 않은 일은 없었다.특히 열흘 기한 중에 벌써 이틀이나 지났는데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놓치면 나한테 영영 기회가 오지 않을 수 있었다.내가 한창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욕실 쪽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유미야, 이러지 마. 수호 씨 아직 집에 있어...”그건 분명 사장님 목소리였다. 사장님은 내가 듣지 못하게 하려고 일부러 목소리를 내리 깔았다.곧이어 사모님 목소리도 들렸다.“수호 씨는 지금 방에 있어 못 들을 거야. 호섭 씨, 우리 한동안 안 했었잖아. 내가 뭐 다른 거 하자는 게 아니잖아. 그냥 같이 목욕하자.”사모님 목소리는 약간 안달 나 있었다.순간 내 머릿속에 욕실 속 장면이 그려졌다.풍만한 몸매가 얇은 천에 가려졌지만 사모님의 고혹적인 느낌은 가리지 못했다.그 모습을 상상하니 아랫배가 갑자기 뜨거워졌다.그때 사장님은 여전히 거절했다.“안돼. 수호 씨가 들어오면 얼마나 어색해.”“문 잠그면 되지. 호섭 씨, 나 거절하지 마. 나도 정상적인 여자야. 나도 욕구가 있다고. 내가 다른 거 바라는 거 아니잖아. 그냥 나 좀 만져주고 안아주고 키스해 주면 돼.”사모님의 말에 나는 피가 들끓었다.마음 같아서는 내가 나서서 사모님의 욕구를 채워주고 싶었다. 하지만 사장님은 여전히 거절했다.“유미야, 그만 벗어. 계속 이러면 나도 못 참아...”사모님은 약간 넋이 나간 듯 말했다.“못 참겠으면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잖아... 호섭 씨, 나 하고 싶어...”나는 사모님이 이렇게 적나라한 말을 할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아래는 이미 부풀어 올랐다.욕실 안에서는 어느새 말소리가 끊기더니 희미하게 가쁜 숨소리가 들리는 듯했
그랬더니 민우는 고개를 마구 저었다.“난 싸우는 건 괜찮지만 분석하는 건 됐어. 머리는 네가 나보다 더 잘 돌아가잖아.”나는 피식 웃었다. 그렇게 놓고 보면 나와 민우는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사이다. 민우는 싸움 실력이 뛰어나지만 냉정하지 못해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고. 나는 싸움 실력이 달리지만 민우보다 머리가 잘 돌아간다.그 때문에 우리는 함께 협조할 때 호흡이 잘 맞는 거다.“주해진이 무슨 꿍꿍이가 있든 절대 방심하면 안 돼. 1800만 원은 이미 우리 손에 넘어왔으니 도로 가져갈 생각 못 하게 해야지.”이 돈은 우리의 사업 자금이기에 나는 절대 주해진이 도로 빼앗아 가게 둘 생각이 없었다.게다가 이 차가 이렇게 됐는데도 주해진한테서 보상금을 받은 뒤로 마음이 덜 아픈 것 같았다. 나중에 페인트칠 조금 하면 사실 별문제 없으니까.전에 내가 그렇게 흥분한 건 사실 너무 가난해서였다.어렵게 돈 벌어 차를 장만했는데, 할부도 채 갚지 못했는데 엉망이 되면 누구라도 마음이 아플 거다.역시 사람은 돈에 목숨을 건다는 선조들의 말이 맞나 보다.나는 민우를 집에 데려다주고 나서 사모님 댁에 갔다.사모님은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물었지만, 나는 두 분을 걱정하게 하지 않으려고 주해진이 찾아온 일은 말하지 않고 개인적인 일 때문에 지체되었다고만 했다.그러자 사모님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수호 씨, 호섭 씨가 약욕해야 하는데 좀 도와줘요.”“네.”나는 두말없이 사모님을 도왔다.사모님 집 욕실에는 커다란 욕조가 있었는데 마침 약욕을 하기 알맞춤했다.나와 사모님은 헐떡대며 한참을 바삐 돌아친 끝에 겨우 목욕물을 준비했다.뜨거운 물이 증발하면서 욕실 안에 열기가 오른 데다 힘을 썼더니, 나는 어느새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그러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 봤더니 얇은 실크 슬립을 입고 있던 사모님 역시 옷이 수증기에 젖어 몸에 찰싹 달라붙었다. 얇은 옷감에 속이 보일락말락 하는 모습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매번 느끼는 거지만 사모님
나는 미간을 찌푸린 채 주해진을 바라봤다.“왜 이렇게 쉽게 돈을 주는 거지?”주해진이 오늘 이 사달을 벌이느라 분명 적지 않은 돈을 썼을 텐데, 나한테 2천만 원 가까이 되는 돈까지 배상하니 또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건 아닌지 심히 의심됐다.“이 전에는 이대로 넘어가는 게 도저히 용납이 안 댔는데, 두 사람 실력을 보니 승복했거든. 두 사람 말대로 나도 젊을 때는 이 바닥에서 몇 년을 굴렀는데, 한 번도 두 사람처럼 죽기 살기로 싸우는 사람을 못 봤거든.”사실 주해진은 말을 아꼈다. 그가 가장 두려운 건 우리의 믿기지 않는 전투력이 아니라 궁지에 몰렸으면서 상황을 역전한 거였다. 그거야말로 가장 두려운 거였으니까.주해진은 우리를 맹수라고 느꼈다. 그것도 싸울수록 더 미쳐 날뛰는 맹수. 심지어 궁지로 몰아넣으면 넣을수록 우리는 오히려 피에 굶주린 모습을 드러냈다.주해진은 제 체면을 회복하고 싶어 그동안 승복하지 않은 거였는데, 우리가 절대 건드리면 안 되는 존재라는 걸 알았으니 더 이상 저항할 필요가 없었다. 어쨌든 그는 이미 손을 씻었고, 이제는 그저 장사를 하며 지내기에 어렵게 얻은 걸 망치고 싶지 않았다.나는 여전히 반신반의했지만 민우는 나더러 먼저 돈을 받으라고 계속 눈을 깜박거렸다.나도 민우의 뜻을 알고 있었다. 이걸 나중에 우리의 사업 자금에 보태자는 뜻이었다. 1800만 원이나 되는 돈을 보니 나도 확실히 마음이 동해 결국은 말없이 받았다. 주해진은 김진호와 안명훈더러 우리에게 사과하게 했고, 두 사람은 찍소리 못하고 순순히 사과했다.떠나갈 때 주해진은 제 차를 나에게 주면서 몰고 가라고 했다.그 순간 나는 오히려 경계심이 곤두섰다.“돈도 배상했으면서 차는 왜 주는 거야? 설마 또 해코지하려고?”주해진은 호탕하게 웃었다.“경계심 너무 많은 거 아니야? 그냥 친구 삼고 싶어서 주는 거야.”“그런데 난 그쪽이랑 친구하기 싫은데.”나는 고민도 없이 거절했다.주해진은 여전히 너털웃음을 터뜨렸다.“너무 빡빡하게 굴지 말고. 친
김진호는 속이 좁고 질투심이 강하지만 실력은 별로 없다. 특히 일이 터지면 항상 겁을 먹고 뒤로 물러난다.그런데 주해진이 자기를 내밀자 안명훈보다 더 겁을 먹었다.“싫어요... 안 돼요... 해진 형, 저 자식 차를 망가뜨리라고 한 건 형이잖아요. 저더러 형 대신 뒤집어쓰게 하면 안 되죠.”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김진호는 제가 한 짓에 책임지지 못하고 주해진의 체면을 바닥에 짓밟았다.주해진은 너무 쪽팔려서 김진호의 뺨을 내리치면서 버럭 소리쳤다.“사과하라면 해. 어디서 말이 그렇게 많아? 젠장. 내가 널 돕지 않았다면 수호 동생한테 미움 살 일이 있었겠어?”한창 화를 내고 있던 나는 그 말에 순간 멍해졌다.‘수호 동생? 지금 나를 말하나?’‘젠장, 내가 언제 제 동생이 됐다는 거야?’“어디서 친한 척이야? 너희 셋 다 내려와.”나는 차를 또다시 쾅쾅 내리쳤다.민우 역시 차 위에서 나를 협조해 주었다.승합차가 우리 때문에 완전히 뒤집힐 지경이 되자 주해진은 우리와 연맹을 맺으려는 듯 은근슬쩍 나를 회유했다.“수호 동생, 그만해. 내려갈게. 우리 사이에는 원한이 없잖아. 수호 동생이랑 원한 있는 건 김진호잖아. 그리고 안명훈 저 자식도 자기 여자 친구더러 동생 친구 꼬시라고 했어. 저 둘 중에 좋은 놈 하나 없어. 내가 지금 바로 이 두 놈 내려 보내겠으니까 마음대로 처리해.”주해진은 말을 마치자마자 정말로 김진호와 안명훈을 끌어내 앞에 내팽개쳤다.내 분노는 사실 김진호와 안명훈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 가장 큰 원인은 내 차가 박살 난 것 때문이다. 그리고 주범은 바로 주해진이다.때문에 나는 화가 잔뜩 나서 주해진을 향해 파이프를 휘둘렀다.“이 자식들 빚은 내가 천천히 받을 거야. 하지만 내 차를 망가뜨린 건 어쩔 건데?”주해진은 고개를 돌려 내 차를 흘긋 보더니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마도 배상할 수 있는 저렴한 차라 안도한 듯했다.“수호 동생, 저 차는 1600만 정도 하지? 내가 나중에 새 차 하나 뽑아줄게.”주해진이
사실 오늘 안명훈은 이곳에 오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주해진이 기어코 자기 위엄을 보여주겠다고 불러냈다.그런데 주해진의 위엄은 못 보고 오히려 나와 민우의 미친 모습만 보게 된 거다. 그러니 혼비백산이 되지 않을 리가 있나?안명훈은 필사적으로 차 문을 흔들었다.“나 내릴래. 내려줘...”주해진은 안명훈의 뺨을 후려갈기더니 씩씩거리며 욕설을 퍼부었다.“사내자식이 내리긴 어딜 내려? 네가 문을 내리면 저놈들이 올라올 거잖아. 문 열면 안 돼. 얌전히 앉아 있어. 설마 저 자식이 문을 부수겠어?”펑!나는 승합차를 향해 쇠 파이프를 세게 휘둘렀다.그러면서 속으로는 방금 전의 울분을 토해냈다.‘내 자식 같은 새 차, 아직 할부도 안 끝나 얼마나 애지중지했는데. 네놈들 때문에 고물이 됐잖아.’나는 승합차를 내리치면서 욕설을 퍼부었다.“나와. 차 안에 숨어 있는 게 겁쟁이랑 뭐가 달라?”차 안 세 사람 눈에 나는 충혈되어 시뻘게진 눈을 가진 분노한 맹수나 다름없었을 거다.안명훈은 완전히 겁을 먹어 나한테 끊임없이 간청했다.“오늘 밤 일은 나랑 상관없어... 제발 살려줘. 제발...”주해진도 솔직히 속으로는 무서웠지만 안명훈이 저 하나 살려고 자신을 배신한 걸 보자 화가 나서 그를 발로 차버렸다.안명훈은 그 힘에 못 이겨 옆으로 벌러덩 굴러 넘어졌다.그때, 마침 유리창을 깨뜨린 나는 쇠 파이프로 주해진을 가리키며 소리쳤다.“셋 셀게, 당장 내려. 안 그러면 죽이는 수가 있어.”주해진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그럴 필요까지 있어? 내가 사람을 불러 모으긴 했지만 무기는 안 들었잖아. 게다가 저놈들은 겁을 먹고 이미 도망쳤어. 너희 둘도 크게 다치지 않았으먼서 꼭 미친 짐승처럼 나를 그렇게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겠어?”나는 이를 악물었다.“난 짐승처럼 네 놈을 물고 늘어지는 거로 안 끝나. 아주 뼈도 안 남기고 씹어 먹을 거야. 내가 얼마나 어렵게 산 차인데, 평소 아까워서 조심조심 다뤘는데, 네 놈 때문에 폐차하게 생겼잖아. 내 차 물어
나는 여전히 손에 든 쇠 파이프를 필사적으로 휘둘렀다. 분명 이길 수 없다는 걸 알았지만 그렇다고 기죽을 수도 없었다.민우가 말한 적이 있는데, 싸울 때 가장 무서운 건 싸우기 전부터 겁을 먹는 것이라고 했다.하지만 한참 싸우다 보니 나는 점점 힘에 부쳤다. 놈들 인원수가 너무 많아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았다.그렇다고 이대로 쓰러질 수는 없었다.인체에는 자극을 받으면 잠재력을 자극하는 혈 자리가 있는데, 그 혈 자리가 자극을 받으면 잠재력이 폭발했다가 나중에 한동안은 몸이 나른해진다.하지만 이 상화에서 다른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기에 나는 고민 없이 혈 자리를 눌렀다. 그 순간 온몸에 힘이 솟아나면서 내가 마치 거인이 된 느낌이었다.“야! 다 죽었어!”나는 고함을 지르는 동시에 쇠 파이프를 휘두르면서 달려갔다.나를 에워싸고 있던 놈들은 내가 더 이상 전투력이 없다는 걸 보고 모두 긴장을 푼 상태였다. 하지만 나는 갑자기 미친 것처럼 놈들의 코뼈를 하나씩 부러뜨렸다. 심지어 손이 무척 매웠다.나는 피가 들끓어 끊임없는 힘이 솟구치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매번 파이프를 휘두를 때마다 젖 먹던 힘까지 짜냈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는데도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나도 한방에 놈들 뼈를 부러뜨릴 수 있다는 것에 흥분됐다.‘만약 동준 형님이 이 모습을 본다면 나에게 재능이 있다고 여기지 않을까?’싸울수록 피가 끓고 힘이 솟아났다. 놈들은 심지어 나를 보자 연신 뒷걸음쳤다.옆에 있던 민우마저 나를 보면서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물었다.“수호야, 너 대체 어떻게 한 거야? 난 지금 힘들어 죽겠는데...”나는 혈 자리를 가리켰다.그러자 민우는 바로 눈치챘다.민우 역시 의학을 전공한 지라 말하지 않아도 바로 알 수 있었다. 곧이어 민우 역시 스스로 한 대 치더니 갑자기 피가 솟구치는 것처럼 흥분했다.“하하하, 나도 다시 회복했어. 너희들 죽었어.”우리는 서로 협조하면서 놈들한테 달려가 퍽퍽, 주먹을 날렸다.우리를 끝장내버리겠다고 큰소리치던 놈
전에는 누가 와서 소란을 피울까 봐 민우더러 나와 함께 가게에서 지내자고 했지만, 지금 사장님 댁에 머물고 있는데 민우까지 데려올 수는 없었다. 때문에 뭐든 나 혼자 해결해야 했다.민우를 집에 데려다 두는 길에 그는 나에게 함께 사장님 댁에 있어 달라냐며 물었다. 그러면 서로 보살필 사람이 있다면서.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걸 생각해 보지 않은 적 없어. 하지만 사장님을 돌보려고 그 집에서 지내고 있는데 너까지 데려가면 이상하잖아.”“난 그 개자식들이 또 너한테 무슨 짓 할까 봐 그러지.”“나도 무서워. 하지만 이미 준비해 뒀어.”나는 의자 밑에서 도구 몇 개를 꺼냈다.민우는 그 도구들을 손에 들고 무게를 가늠해 보더니 말했다.“이 도구들은 조금 도움이 될 뿐이야. 그래도 내가 너한테 가르쳐준 방법을 사용해.”민우는 말하면서 손을 움켜쥐는 동작을 했다.그 동작에 나는 풉, 하고 웃음이 터져 버렸다.“그 방법 확실히 좋더라...”우리가 한창 얘기하고 있을 때 백미러에 언뜻거리는 차 한 대가 비쳤다.무의식적으로 뒤에 따라붙은 사람이 운전할 줄 모른다며 투덜거리던 나는 갑자기 이상한 낌새를 챘다. 그도 그럴 게, 뒤에서 달려오는 차는 속도가 아주 빨랐는데 마치 나를 강제로 세울 것처럼 굴었으니까.“잘 앉아.”나는 불안한 예감에 다급히 액셀을 밟아 속도를 냈다.다만 내 차의 유일한 단점은 속도를 너무 빨리 낼 수 없다는 거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뒤 차에 따라잡혔다.놈들은 내 차를 강제로 멈추게 할 작정인 듯했다. 하지만 나는 멈추고 싶지 않았다. 상대방 차량은 승합차였는데, 그런 승합차는 용량이 커 적어도 열댓 명을 태울 수 있었다.만약 차에서 열 몇 명이 우르르 내리면 나와 민우 둘이 대처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때문에 나는 액셀을 밟았다. 하지만 승합차 두 대는 좌우에서 협공하며 내 차를 가운데 몰아 끼긱끼긱, 하며 긁히는 소리가 났다. 분명 차가 내는 소리였지만 내 살점이 뜯겨나가는 기분이었다.아직 차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