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나는 내 룸으로 가 문을 닫아걸었다. 이렇게 하면 애교 누나와 단둘이 조용히 얘기할 수 있으니까.애교 누나의 얼굴에는 부드럽고 온화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 미소를 보니 내 마음마저 힐링 되는 기분이었다.’“누나, 너무 보고 싶어요.”나는 영상에 대고 발했다.[보고 싶다면서 왜 먼저 연락하지 않았어요?]“미안해요. 앞으로 시간 날 때면 전화할게요. 누나가 귀찮아하지나 마요.”나는 변명하지 않았다. 이건 확실히 내가 잘못한 거니까.[내가 왜 귀찮아하겠어요. 난 하루 종일 하는 일도 없어 혼자 심심해요. 수호 씨랑 대화하면 시간 때울 수도 있어 오히려 그러길 바라고 있어요.]“누나 동생은요? 갔어요?”나는 얼른 물었다.그러자 애교 누나가 대답했다.[선영은 이번 주 수업이 많이 잡혀 있대요. 안 가면 학업이 지체된다고 오늘 아침 떠났어요.]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너무 흥분되었다.“그러면 오늘 밤 제가 누나 집에 가도 된다는 소리잖아요?”애교 누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갈망하는 눈빛만으로도 모든 걸 설명했다.누나도 내가 얼른 자기 집에 오기를 바라고 있었다.“그럼 오늘 퇴근하고 누나한테 갈게요. 마침 밖에서 지내는 것도 지겹던 참이었어요.”오늘 밤 애교 누나를 품에 안고 잘 수 있다는 생각에 나는 가슴이 벅차오르고 의욕이 넘쳐났다.[수호 씨, 정말 나랑 사귈 생각이에요?]그때, 애교 누나가 갑자기 물었다.나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애교 누나, 앞으로 그런 질문 하지 마세요. 전 누나와 결혼할 생각 확고해요. 그건 제 평생의 꿈이에요.”[내가 왕정민과 이혼한 지 얼마 되지 않고, 수호 씨 형이 왕정민과 가까이 지내는데, 우리가 만나는 걸 알면 왕정민이 수호 씨를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애교 누나는 이걸 걱정했던 거였다.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누나, 그건 걱정할 거 없어요. 누나는 이미 이혼했으니 누구랑 사귀든 그건 누나 자유고 합법이예요. 왕정민도 상관할 수 없고요. 그리고 형은 걱정할 거
오후, 퇴근 시간이 되자 나는 지체 없이 서둘러 퇴근했다.애교 누나를 고작 이틀 보지 못한 것뿐인데 아주 오랫동안 떨어져 있은 것처럼 너무 보고 싶었다.나는 꽃집에 들러 꽃다발을 사고 애교 누나가 좋아하는 반찬도 조금 샀다.그러고는 예고 없이 열쇠로 문을 열고 집에 들어갔다.나는 애교 누나를 깜짝 놀라게 하고 싶었다.집에 들어와 보니 애교 누나는 주방에서 바삐 보내고 있었다.누나는 오늘 파란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으며 앞치마를 두른 채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 모습은 너무 따뜻하고 아늑해 내 마음은 행복감으로 가득 찼다.나는 살금살금 걸어가 애교 누나를 뒤에서 와락 끌어안았다.그 순간 누나는 깜짝 놀라 나를 향해 밥주걱을 마구 휘둘렀다.“누나, 저예요. 수호.”밥주걱에 맞은 나는 황급히 해명했다.애교 누나는 내 목소리에 얼른 동작을 멈추었다.“수호 씨였어요? 왜 소리도 없이 걸어요? 난 또 왕정민이 갑자기 돌아온 줄 알고 놀랐잖아요.”물론 애교 누나한테 한바탕 맞았지만 나는 매우 행복했다.누나가 왕정민은 이렇게 거부하면서 나한테는 늘 잘해주니까.누나는 마음 아픈 듯 내 이마를 문지르며 살살 불어주었다.“안 아파요?”나는 얼른 웃으며 애교 누나의 허리를 끌어안았다.“안 아파요. 사랑의 매잖아요. 전 누나한테 맞는 것도 좋아요.”“말은 참 잘해요.”“누나, 이거 받아요.”나는 등 뒤에 숨겨 두었던 꽃을 누나에게 내밀었다.애교 누나는 내가 준 꽃다발을 보더니 활짝 웃었다.여자는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꽃을 좋아한다는 게 맞는 말은 듯싶다.물론 내가 꽃을 선물한 건 애교 누나의 환심을 사려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주고 싶어서다.“고마워요, 수호 씨.”애교 누나는 까치발을 들고 나에게 입 맞췄다. 누나의 이런 행동은 늘 나에게 힘이 된다.나는 참지 못하고 애교 누나를 끌어안고 슬그머니 손을 허리에 갖다 댔다.애교 누나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오늘은 안 돼요.”“왜요?”“요즘 배란기라 위험해요.”“누나가 임신하
나는 뱃가죽이 터질 것 같아 기지개를 켰다.“와, 배부르다. 앞으로 매일 이랬으면 좋겠네.”“그럼 앞으로 여기서 지내요. 나 혼자 있으면 밥하기 귀찮거든요.”“좋아요. 그럼 그렇게 해요.”“이렇게 통쾌하다고요? 형수와 상의하지 않고요?”형수를 언급하자 나는 한숨이 나왔다.“형수는 지금 아마 본인 하나 챙기기 바빠 저를 신경 쓸 겨를이 없을 거예요.”“수호 씨, 형과 형수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나는 아직 두 사람의 일을 말할 수 없었다. 어쨌든 사람마다 비밀이 있고 개인사정이 있으니.“형과 형수 사이에 오해가 생겼어요. 하지만 잘 해결할 거라고 믿어요.”“사실 이 기회에 형수를 얼른 자빠뜨려요.”애교 누나는 또 한 번 귀띔했다.하지만 누나가 모르겠지만, 나와 형수가 진작 잠자리를 가졌다. 다만 아직 누나한테 말하지 않았을 뿐.때문에 나는 거절하는 척 연기했다.“누나, 형수랑은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정말 못 하겠어요.”“그게 뭐 어때서요? 나라고 생각하거나 남주라고 생각하면 되잖아요.”“남주 누나 말은 하지도 마요. 다시는 남주 누나를 보고 싶지 않으니까요.”나는 화가 나서 말했다.애교 누나는 내가 이상하다는 걸 바로 눈치채고 물었다.“왜 그래요? 남주가 화나게 했어요?”“아니요.”“아니긴. 말투만 들어도 화난 거면서.”나는 이 일을 입 밖에 꺼내고 싶지 않았는데, 말이 나온 김에 참지 못하고 애교 누나의 손을 잡고 물었다.“애교 누나, 남주 누나는 대체 어떤 사람이에요? 가볍고 만나는 남자도 많죠?”“어... 상세한 건 나도 몰라요. 남주도 사실 태연과 비슷해요. 모두 말만 그렇게 했지 실제로는 절대 함부로 할 성격 아니에요.”나는 입가에 냉소를 지었다.“그럴 리가요. 누나가 단단히 속은 거예요. 사실 이틀 전에 제가 갈 데가 없어 남주 누나 집에서 신세 졌거든요. 그런데 어제 다시 전화했더니 집에 다른 남자를 끌어들였더라고요. 그리고 그 남자가 뭐라는 줄 알아요? 남주 누나가 자기 여자래요.”그 일을
나는 겉으로 남주 누나를 헐뜯었지만 솔직히 속으로는 신경 쓰고 있었다.때문에 남주 누나가 나를 장난감처럼 놀다 버렸다는 걸 안 순간 이토록 화난 거다.남주 누나가 나한테 이런 짓을 저질렀다는 것도 화나고, 내가 남주 누나의 유일한 남자가 아니라는 것도 화가 났다.나도 내가 이기적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 이런 일에서 누가 이기적이지 않을 수 있을까?모든 미녀가 자기 주위를 맴돌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을 거다.“남주를 좋아해요?”애교 누나가 뜬금없이 물었다.그 말에 나는 깜짝 놀라 펄쩍 뛰며 부인했다.“아니요. 그럴 리가요. 제 마음속에는 누나뿐이에요.”나는 너무 무서웠다. 애교 누나가 나를 바람둥이라고 생각할가 봐.하지만 애교 누나의 대답은 의외였다.“수호 씨가 남주를 좋아한다고 해도 괜찮아요. 남주는 예쁘고 성격도 좋고, 몸매는 더 말할 것도 없는 데다 남자 기분 달랠 줄도 알잖아요. 내가 남자여도 남주 같은 성격을 좋아할 거예요.”나는 애교 누나가 일부러 반대로 말하는 거라고 생각해 얼른 해명했다.“저 정말 남주 누나 안 좋아해요. 아니, 솔직히 말하면 아내감이 아니라고 생각해요.”“바보, 그런 말 다른 여자 앞에서 하면 상대가 기분 나빠 할 거예요.”애교 누나는 부드럽게 말했다.하지만 나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왜요? 제가 뭐 잘못 말했어요?”애교 누나는 나한테 차근차근 설명했다.“그 어떤 여자도 남자한테서 아내감이라는 말을 듣는 게 싫을 거예요. 여자들이 듣고 싶은 말은 ‘네가 내 유일한 사람이고, 내가 가장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고, 가장 지켜주고 싶은 사람이다’라는 말이에요.”“그게 뭐가 달라요?”나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내 입장에서 볼 때 그건 내가 한 말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그때 애교 누나가 내 볼을 살짝 꼬집었다.“완전히 다르죠. 아내감이라는 말은 결혼해서 집안일을 맡길 거라는 거랑 별반 다를 게 없어요. 그런데 유일한 사람이고, 결혼하고 싶고 아껴주고 싶은 사람이라면 뜻은 완전히 다르죠
나는 아예 누나를 여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그도 그럴 게, 누나와 지내면 지낼수록 애교 누나가 내 유일한 아내라는 확신이 섰으니까.“누구더러 여보라는 거예요?”애교 누나는 여보라는 말에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혔다.나는 애교 누나를 품에 와락 안았다. 이 순간이 나는 너무 행복했다.우리는 저녁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애교 누나를 끌어안고 자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고 만족스러웠다.다음 날 아침.나는 애교 누나를 끌어안고 한참 동안 입을 맞췄다. 내가 계속해서 몰아붙이자 애교 누나는 숨을 헐떡였다.“됐어요, 수호 씨. 얼른 씻고 출발해요. 늦겠어요.”나는 너무 아쉬워 애교 누나를 빤히 바라봤다.“싫어요. 내 아래가 너무 아쉽대요.”나는 말하면서 애교 누나의 손을 그곳에 얹었다.그 순간 애교 누나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이렇게 단단해졌어요?”“네. 이걸 해결하지 않으면 바지를 입을 수 없어요.”솔직히 너무 괴로웠다.이건 내가 일어나기 싫어 농땡이부리는 게 아니라 일어날 수 없는 거다. 너무 괴로워서.“누나, 도와줘요. 네?”나는 애원하는 눈빛으로 애교 누나를 바라봤다.“아주 나빴어요. 매일 이렇게 나 못살게 굴다가 내가 망가지기라도 하면 어떡해요?”애교 누나는 나를 째려보며 말했다.그 모습에 나는 입꼬리를 비틀며 피식 웃었다.“누나가 저를 유혹한 거니까 저를 탓하면 안 되죠. 누나 생리는 언제 끝나요?”나도 누나를 이렇게 괴롭히기 싫다. 때문에 누나의 생리 주기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애교 누나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실망하게 됐네요. 어제 왔어요. 보통 끝나려면 닷새 정도는 걸릴 거예요.”“네? 그러면 다섯 날 동안 쭉 이렇게...”애교 누나의 얼굴을 더 빨개졌다. 너무 빨갛다 못해, 당장이라도 피가 나올 것만 같았다.“안 돼요. 나 못 견뎌요. 아니면 오늘 밤은 집에 오지 마요.”나는 절대 그러고 싶지 않았다.저녁에 애교 누나를 끌어안고 자는 건 호텔에서 혼자 자는 것보다 몇 배나 좋은지
동성 형은 어색하게 웃더니 말했다.“나도 안 된다고 한 적 없어. 애교 씨 좋은 여자야, 두 사람 만나는 거 어쩌면 좋은 일이야.”“형, 그 말 진심이야?”나는 진지하게 물었다.사실 나는 형이 다시 예전의 착한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누구보다 바라고 있다. 어쨌든, 형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야 형수와 잘 지낼 테니까.형은 내 눈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응, 내가 지금 한 얘기 진심이야. 요 며칠 혼자 집에서 지내보니 정말 죽도록 괴롭더라. 너랑 형수가 다시 돌아와서 예전처럼 웃으며 지내고 싶어.”형의 눈을 보면 이 말들이 모두 진심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나는 형의 손을 덥석 잡고 내 진심을 토로했다.“그럴 거야. 모두 잘될 거야. 내가 오늘 형수한테 또 연락해서 언제 돌아올지 물어볼게. 사실 나도 형과 형수가 잘 지냈으면 좋겠어. 게다가 아이까지 있으면...”나는 순간 내가 실수했다는 걸 인지하고 바로 입을 다물었다.동성 형은 아이라는 말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내 지금 상태로는 네 형수와 아이 가지기 어려워. 수호야, 혹시 전에 약속했던 거 기억해?”나는 당연히 기억한다. 동성 형이 나한테 형수와 아이를 가지라고 부탁했던 일을.하지만 나는 단번에 거절했다.“형, 난 애교 누나랑 결혼할 거야. 때문에 그럴 수 없어. 차라리 형이 달라져 보는 건 어때? 시험관 아기도 형과 형수의 아이니까 더 좋은 거 아니야?”“나도 그러고는 싶어. 하지만 네 형수가 나한테 기회를 안 줄까 봐 걱정이야. 게다가 아이가 없으면 우리 혼인 정말 유지하기 어려워.”동성 형은 약간 두려워하는 듯했다.때문에 아이로 형수를 묶어두고 싶어 했다.다시 말해 지금 형은 매우 불안한 상태이기에 나한테 이런 부탁을 한 거다.하지만 나는 다시 한번 거절했다.“안 돼요. 난 애교 누나한테 미안한 짓을 할 수 없어요. 그리고 형수가 거절할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하,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매일 너무 머리가 아파.”“형, 우선 아이
어쨌든 나와 형은 같은 동네에서 자랐기에 계속 우정을 유지하면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때문에 예전의 일이 모두 지나가고 다시 원래의 생활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나는 화인당으로 출발하려고 시동을 걸었다.그때, 익숙한 실루엣이 나에게로 걸어왔다.그 사람은 다름 아닌 윤지은이었다.보아하니 지은은 나에게로 오는 모양이었다.똑똑똑-아니나 다를까, 지은은 내 차 유리창을 두드렸다.나는 얼른 차창을 내렸다.“무슨 일이에요?”“내려요. 할 말 있어요.”지은은 여전히 싸늘한 표정이었고 말투 역시 명령투였다.매번 지은이 이러는 걸 볼 때마다 나는 참지 못하고 맞서게 된다.“윤 선생님, 여긴 한의원이 아니에요. 그러니 난 그쪽 말을 들을 필요가 없는 것 같은데요? 할 말 있으면 그냥 해요, 역시도 들을 수 있으니까.”내 태도에 지은의 표정은 싸늘해졌다.하지만 나와 실랑이를 벌이기 싫다는 듯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어제 일, 다른 사람한테 말하지 마요. 만약 조금이라도 흘리고 다니면 가만 두지 않을 거예요!”나는 지은이 무슨 걸 가리키는지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물었다.“무슨 일이요? 직접 말해줘야 알 것 같은데요? 내가 워낙 기억력이 안 좋아서 제대로 말해주지 않으면 기억이 안 나요.”“시치미 그만 떼요. 내가 무슨 얘기 하는지 알고 있잖아요.”나는 일부러 고민하는 듯 한참 뜸 들이다 말했다.“아, 혹시 내가 마사지해 줬을 때...”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은은 내 입을 막아버렸다.그 순간 지은의 향기가 내 코끝을 간지럽혔다.지은은 나를 매섭게 노려보며 경고했다.“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왜 또 말해요? 죽고 싶어요?”나는 일부러 코를 킁킁거리며 변태 같은 모습을 보였다.그러자 지은은 역겹다는 듯 손을 뒤로 뺐다.“징그러워! 파렴치하고 변태 같긴!”지은은 나를 향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그 말에 기분이 팍 상한 나는 얼른 반박했다.“누가 파렴치하고 변태 같은 게 누군데요. 매번 나를 만나면 잡아먹지 못해 안달난 것처럼 시비를 걸
“이봐요, 뭐 하는 짓이에요? 당장 내려가요.”나는 너무 놀라 두 손을 높이 들고 지은에게 돈도 대지 않았다.하지만 지은은 내 위로 올라오자마자 옷을 벗기며 말했다.“내가 덮쳤다면서요? 그러니까 돌려주겠다고요. 앞으로 다시 만나면 그런 말 하지 마요.”이른 아침 애교 누나 때문에 가뜩이나 많이 참았는데, 지은의 꼬드김에 나는 금방 괴로워졌다.더욱이 지은은 하필 내 그곳에 앉아 아파 미칠 지경이었다.나는 할 수 없이 지은의 엉덩이를 들어 올렸다.“미쳤으면 곱게 미쳐요. 나 이러다 지각해요, 얼른 비켜요.”“싫어요. 지금 돌려줘야 해요. 그러고 앞으로 또다시 내가 덮쳤다고 말하고 다니면 그땐 죽여버릴 거예요!”지은은 또다시 내 다리 위에 앉았다.그 순간 나는 혼이 빠질 뻔했다.계속 이렇게 하다간 내 목숨이 아니라 내 아래가 망가질지도 몰랐다.“해요. 이렇게 됐는데도 안 하면 남자도 아니에요.”지은은 내 옷을 벗기면서 나를 자극했다.가뜩이나 참고 있는데, 이런 자극을 받으니 나는 더 이상 참기 힘들었다.게다가 지은이 하필 내 그곳에 앉아 너무 괴로웠다.나는 결국 퉁명스럽게 말했다.“지금 누구더러 남자도 아니라는 거예요? 어떤 게 남자인지 제대로 보여줄게요.”나는 지은의 치마를 들추었다.곧이어 차는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그로부터 반 시간 뒤, 지은은 내 품에 나른하게 안겼고, 나는 지은을 끌어안은 채로 숨을 헐떡였다.그제야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자각한 나는 충격에 휩싸였다.내가 윤지은과...그것도 형수 차에서 이런 짓을 벌이다니.‘헐, 방금 본 사람 없겠지?’하지만 현재는 한창 출근할 시간이라 아마 사람들이 오며 가며 우리를 봤을 거다.나는 너무 불안했고 앞으로 어떻게 고개를 들고 다닐지 걱정되었다.“이게 다 그쪽 때문이에요!”나는 화가 나서 지은을 향해 소리쳤다.그때 지은이 발그스레한 얼굴을 들어 올렸다.“무슨 뜻이에요?”나는 방금 전 상황을 설명했다.“여기가 어디인지 잘 봐요. 지나가던 사람들이 우리를
윤미화가 소리 지르려 할 때 나는 재빠르게 그녀의 입을 막았다.“윤 사장님이 제 방에 들어온 거예요. 게다가 분명 먼저 저를 키스했잖아요. 전 꿈이라고 착각했어요. 이건 제 탓 아니라고요. 소리도 치지 마요. 한밤중에 소리 지르면 사모님이 올 텐데, 이 상황 어떻게 설명할 거예요?”나는 한꺼번에 말을 내뱉었다.‘젠장, 누가 잘 자고 있는데 이 여자가 갑자기 내 이불 속으로 들어올 줄 알았겠냐고?’게다가 나는 진짜 꿈에서 애교 누나를 만난 줄 알았다. 사귀는 사이에 이런 짓을 하는 건 정상 아닌가? 그런데 상대가 윤미화일 줄이야. 진짜 귀신 곡할 노릇이다.윤미화는 얼른 옷을 정리하고는 씩씩거리며 내 등을 찰싹찰싹 때렸다.나는 상대가 더 이상 소리 지르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서고 나서야 손을 풀었다.그랬더니 윤미화가 나를 째려봤다.“아주 땡잡았겠네? 오늘 일 절대 입 밖에 내지 마.”“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이걸 왜 말하겠어요? 그리고 왜 갑자기 제 방에 들어와서 이불 속으로 팍 들었는데요? 그것도 모자라 키스까지. 혹시 예전부터 저랑 자고 싶었던 거 아니에요?”윤미화는 어이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내 남편이 수호 씨보다 훨씬 잘생기고 돈도 많은데, 내가 왜 수호 씨를 좋아하겠어? 잠결에 내 집인 줄 알아서 그랬지. 게다가 수호 씨가 내 남편인 줄 알기도 했고...”그렇다면 참 난감해진다나는 상대가 애교 누나인 줄 알고, 상대는 내가 제 남편인 줄 알았다니.그래도 끝까지 가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하지만 왠지 모르게 내 머릿속에는 불을 켰을 때 봤던 윤미화의 나른하고 매혹적인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특히 밖에 훤히 드러난 가슴이 유독 매력적이었다.아마도 내가 자기 전에 너무 참아서 그런지 이 순간 윤미화의 이런 모습을 보니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심지어 아무 생각도 없이 이대로 윤미화를 덮쳐 그녀의 아름다운 몸매를 제대로 감상하고 싶었다.윤미화는 저를 빤히 쳐다보는 내 눈빛에 너무 당황해했다. 그동안 남편 외의 다른 이성과 이런
나는 영상 하나를 찾아 빨리 내 안의 욕구를 풀 생각이었다.하지만 내가 한창 욕구 해소에 정신이 팔렸을 때, 갑자기 밖에서 들리는 노크 소리에 하마터면 간 떨어질 뻔했다.나는 얼른 영상을 끄고 바지를 올리고는 전전긍긍하며 물었다.“누구세요?”“수호 씨, 나예요.”사모님이었다.‘사장님이랑 끝났나?’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서 문을 열었다.하지만 사모님은 약간 넋이 나간 모습인 데다 기분이 가라앉은 듯했다.“왜 그러세요?”나는 걱정스러워 물었다.‘사모님이 왜 갑자기 기분이 안 좋아지셨지? 표정은 왜 이렇고?’“약욕 시간 다 됐어요. 나랑 같이 호섭 씨 침대에 좀 옮겨요.”사모님은 말을 마치자마자 뒤돌아섰다.사모님은 아무리 봐도 무슨 일이 있는 듯했는데, 먼저 말하지 않으니 나도 물어볼 수 없었다.나는 헐렁한 외투를 걸치고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하면 부풀어 올라 민망한 내 그곳을 가릴 수 있었으니까.나와 사모님이 욕실로 들어가자 사장님은 난감한 표정으로 사모님을 바라봤다.“유미야, 나...”사장님은 뭔가 말하고 싶은 듯했으나 사모님이 말을 잘랐다.“다 알아. 그러니까 말하지 마. 우선 몸조리부터 잘해.”사장님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두 분 왜 이러지? 설마 사장님이 아까 실패해서 미안해하는 건가?’가끔 어떤 일은 사실을 간파하고 있어도 말하지 않는 게 서로에게 좋다.나는 사모님을 도와 사장님을 방에 옮겼다. 사장님은 침대에 누운 채 시선을 사모님한테서 떼지 못했다.“수호 씨, 오늘 고마웠어. 오늘 더 이상 아무 일 없으니까 가서 쉬어.”“네.”나는 짤막하게 대답하고 객실로 돌아갔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방금 전 일을 생각했다.사모님은 만족하지 못한 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으면 그렇게 실망한 표정을 할 리 없다. 사장님은 지금 몸 건강이 안 좋아 사모님을 만족하게 하는 게 어려울 거다.‘하, 사장님이 얼른 나아서 두 분 백년해로해야 할 텐데.’사모님이 예쁘고 몸매도 좋은 데다 농염하고 관능적이기까지 하다.
나는 애교 누나에 대한 생각을 오래 하지 않았다. 지금은 신경 써야 할 일이 너무 많았으니까.양동준은 나에게 열흘이라는 기한을 줬고, 민우와 함께 따로 나가서 사업해 보려던 계획도 계속 진행해야 하고, 또 사장님 치료도 신경 써야 했다이 중에 중요하지 않은 일은 없었다.특히 열흘 기한 중에 벌써 이틀이나 지났는데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놓치면 나한테 영영 기회가 오지 않을 수 있었다.내가 한창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욕실 쪽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유미야, 이러지 마. 수호 씨 아직 집에 있어...”그건 분명 사장님 목소리였다. 사장님은 내가 듣지 못하게 하려고 일부러 목소리를 내리 깔았다.곧이어 사모님 목소리도 들렸다.“수호 씨는 지금 방에 있어 못 들을 거야. 호섭 씨, 우리 한동안 안 했었잖아. 내가 뭐 다른 거 하자는 게 아니잖아. 그냥 같이 목욕하자.”사모님 목소리는 약간 안달 나 있었다.순간 내 머릿속에 욕실 속 장면이 그려졌다.풍만한 몸매가 얇은 천에 가려졌지만 사모님의 고혹적인 느낌은 가리지 못했다.그 모습을 상상하니 아랫배가 갑자기 뜨거워졌다.그때 사장님은 여전히 거절했다.“안돼. 수호 씨가 들어오면 얼마나 어색해.”“문 잠그면 되지. 호섭 씨, 나 거절하지 마. 나도 정상적인 여자야. 나도 욕구가 있다고. 내가 다른 거 바라는 거 아니잖아. 그냥 나 좀 만져주고 안아주고 키스해 주면 돼.”사모님의 말에 나는 피가 들끓었다.마음 같아서는 내가 나서서 사모님의 욕구를 채워주고 싶었다. 하지만 사장님은 여전히 거절했다.“유미야, 그만 벗어. 계속 이러면 나도 못 참아...”사모님은 약간 넋이 나간 듯 말했다.“못 참겠으면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잖아... 호섭 씨, 나 하고 싶어...”나는 사모님이 이렇게 적나라한 말을 할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아래는 이미 부풀어 올랐다.욕실 안에서는 어느새 말소리가 끊기더니 희미하게 가쁜 숨소리가 들리는 듯했
그랬더니 민우는 고개를 마구 저었다.“난 싸우는 건 괜찮지만 분석하는 건 됐어. 머리는 네가 나보다 더 잘 돌아가잖아.”나는 피식 웃었다. 그렇게 놓고 보면 나와 민우는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사이다. 민우는 싸움 실력이 뛰어나지만 냉정하지 못해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고. 나는 싸움 실력이 달리지만 민우보다 머리가 잘 돌아간다.그 때문에 우리는 함께 협조할 때 호흡이 잘 맞는 거다.“주해진이 무슨 꿍꿍이가 있든 절대 방심하면 안 돼. 1800만 원은 이미 우리 손에 넘어왔으니 도로 가져갈 생각 못 하게 해야지.”이 돈은 우리의 사업 자금이기에 나는 절대 주해진이 도로 빼앗아 가게 둘 생각이 없었다.게다가 이 차가 이렇게 됐는데도 주해진한테서 보상금을 받은 뒤로 마음이 덜 아픈 것 같았다. 나중에 페인트칠 조금 하면 사실 별문제 없으니까.전에 내가 그렇게 흥분한 건 사실 너무 가난해서였다.어렵게 돈 벌어 차를 장만했는데, 할부도 채 갚지 못했는데 엉망이 되면 누구라도 마음이 아플 거다.역시 사람은 돈에 목숨을 건다는 선조들의 말이 맞나 보다.나는 민우를 집에 데려다주고 나서 사모님 댁에 갔다.사모님은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물었지만, 나는 두 분을 걱정하게 하지 않으려고 주해진이 찾아온 일은 말하지 않고 개인적인 일 때문에 지체되었다고만 했다.그러자 사모님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수호 씨, 호섭 씨가 약욕해야 하는데 좀 도와줘요.”“네.”나는 두말없이 사모님을 도왔다.사모님 집 욕실에는 커다란 욕조가 있었는데 마침 약욕을 하기 알맞춤했다.나와 사모님은 헐떡대며 한참을 바삐 돌아친 끝에 겨우 목욕물을 준비했다.뜨거운 물이 증발하면서 욕실 안에 열기가 오른 데다 힘을 썼더니, 나는 어느새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그러다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 봤더니 얇은 실크 슬립을 입고 있던 사모님 역시 옷이 수증기에 젖어 몸에 찰싹 달라붙었다. 얇은 옷감에 속이 보일락말락 하는 모습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매번 느끼는 거지만 사모님
나는 미간을 찌푸린 채 주해진을 바라봤다.“왜 이렇게 쉽게 돈을 주는 거지?”주해진이 오늘 이 사달을 벌이느라 분명 적지 않은 돈을 썼을 텐데, 나한테 2천만 원 가까이 되는 돈까지 배상하니 또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건 아닌지 심히 의심됐다.“이 전에는 이대로 넘어가는 게 도저히 용납이 안 댔는데, 두 사람 실력을 보니 승복했거든. 두 사람 말대로 나도 젊을 때는 이 바닥에서 몇 년을 굴렀는데, 한 번도 두 사람처럼 죽기 살기로 싸우는 사람을 못 봤거든.”사실 주해진은 말을 아꼈다. 그가 가장 두려운 건 우리의 믿기지 않는 전투력이 아니라 궁지에 몰렸으면서 상황을 역전한 거였다. 그거야말로 가장 두려운 거였으니까.주해진은 우리를 맹수라고 느꼈다. 그것도 싸울수록 더 미쳐 날뛰는 맹수. 심지어 궁지로 몰아넣으면 넣을수록 우리는 오히려 피에 굶주린 모습을 드러냈다.주해진은 제 체면을 회복하고 싶어 그동안 승복하지 않은 거였는데, 우리가 절대 건드리면 안 되는 존재라는 걸 알았으니 더 이상 저항할 필요가 없었다. 어쨌든 그는 이미 손을 씻었고, 이제는 그저 장사를 하며 지내기에 어렵게 얻은 걸 망치고 싶지 않았다.나는 여전히 반신반의했지만 민우는 나더러 먼저 돈을 받으라고 계속 눈을 깜박거렸다.나도 민우의 뜻을 알고 있었다. 이걸 나중에 우리의 사업 자금에 보태자는 뜻이었다. 1800만 원이나 되는 돈을 보니 나도 확실히 마음이 동해 결국은 말없이 받았다. 주해진은 김진호와 안명훈더러 우리에게 사과하게 했고, 두 사람은 찍소리 못하고 순순히 사과했다.떠나갈 때 주해진은 제 차를 나에게 주면서 몰고 가라고 했다.그 순간 나는 오히려 경계심이 곤두섰다.“돈도 배상했으면서 차는 왜 주는 거야? 설마 또 해코지하려고?”주해진은 호탕하게 웃었다.“경계심 너무 많은 거 아니야? 그냥 친구 삼고 싶어서 주는 거야.”“그런데 난 그쪽이랑 친구하기 싫은데.”나는 고민도 없이 거절했다.주해진은 여전히 너털웃음을 터뜨렸다.“너무 빡빡하게 굴지 말고. 친
김진호는 속이 좁고 질투심이 강하지만 실력은 별로 없다. 특히 일이 터지면 항상 겁을 먹고 뒤로 물러난다.그런데 주해진이 자기를 내밀자 안명훈보다 더 겁을 먹었다.“싫어요... 안 돼요... 해진 형, 저 자식 차를 망가뜨리라고 한 건 형이잖아요. 저더러 형 대신 뒤집어쓰게 하면 안 되죠.”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김진호는 제가 한 짓에 책임지지 못하고 주해진의 체면을 바닥에 짓밟았다.주해진은 너무 쪽팔려서 김진호의 뺨을 내리치면서 버럭 소리쳤다.“사과하라면 해. 어디서 말이 그렇게 많아? 젠장. 내가 널 돕지 않았다면 수호 동생한테 미움 살 일이 있었겠어?”한창 화를 내고 있던 나는 그 말에 순간 멍해졌다.‘수호 동생? 지금 나를 말하나?’‘젠장, 내가 언제 제 동생이 됐다는 거야?’“어디서 친한 척이야? 너희 셋 다 내려와.”나는 차를 또다시 쾅쾅 내리쳤다.민우 역시 차 위에서 나를 협조해 주었다.승합차가 우리 때문에 완전히 뒤집힐 지경이 되자 주해진은 우리와 연맹을 맺으려는 듯 은근슬쩍 나를 회유했다.“수호 동생, 그만해. 내려갈게. 우리 사이에는 원한이 없잖아. 수호 동생이랑 원한 있는 건 김진호잖아. 그리고 안명훈 저 자식도 자기 여자 친구더러 동생 친구 꼬시라고 했어. 저 둘 중에 좋은 놈 하나 없어. 내가 지금 바로 이 두 놈 내려 보내겠으니까 마음대로 처리해.”주해진은 말을 마치자마자 정말로 김진호와 안명훈을 끌어내 앞에 내팽개쳤다.내 분노는 사실 김진호와 안명훈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다. 가장 큰 원인은 내 차가 박살 난 것 때문이다. 그리고 주범은 바로 주해진이다.때문에 나는 화가 잔뜩 나서 주해진을 향해 파이프를 휘둘렀다.“이 자식들 빚은 내가 천천히 받을 거야. 하지만 내 차를 망가뜨린 건 어쩔 건데?”주해진은 고개를 돌려 내 차를 흘긋 보더니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마도 배상할 수 있는 저렴한 차라 안도한 듯했다.“수호 동생, 저 차는 1600만 정도 하지? 내가 나중에 새 차 하나 뽑아줄게.”주해진이
사실 오늘 안명훈은 이곳에 오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주해진이 기어코 자기 위엄을 보여주겠다고 불러냈다.그런데 주해진의 위엄은 못 보고 오히려 나와 민우의 미친 모습만 보게 된 거다. 그러니 혼비백산이 되지 않을 리가 있나?안명훈은 필사적으로 차 문을 흔들었다.“나 내릴래. 내려줘...”주해진은 안명훈의 뺨을 후려갈기더니 씩씩거리며 욕설을 퍼부었다.“사내자식이 내리긴 어딜 내려? 네가 문을 내리면 저놈들이 올라올 거잖아. 문 열면 안 돼. 얌전히 앉아 있어. 설마 저 자식이 문을 부수겠어?”펑!나는 승합차를 향해 쇠 파이프를 세게 휘둘렀다.그러면서 속으로는 방금 전의 울분을 토해냈다.‘내 자식 같은 새 차, 아직 할부도 안 끝나 얼마나 애지중지했는데. 네놈들 때문에 고물이 됐잖아.’나는 승합차를 내리치면서 욕설을 퍼부었다.“나와. 차 안에 숨어 있는 게 겁쟁이랑 뭐가 달라?”차 안 세 사람 눈에 나는 충혈되어 시뻘게진 눈을 가진 분노한 맹수나 다름없었을 거다.안명훈은 완전히 겁을 먹어 나한테 끊임없이 간청했다.“오늘 밤 일은 나랑 상관없어... 제발 살려줘. 제발...”주해진도 솔직히 속으로는 무서웠지만 안명훈이 저 하나 살려고 자신을 배신한 걸 보자 화가 나서 그를 발로 차버렸다.안명훈은 그 힘에 못 이겨 옆으로 벌러덩 굴러 넘어졌다.그때, 마침 유리창을 깨뜨린 나는 쇠 파이프로 주해진을 가리키며 소리쳤다.“셋 셀게, 당장 내려. 안 그러면 죽이는 수가 있어.”주해진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그럴 필요까지 있어? 내가 사람을 불러 모으긴 했지만 무기는 안 들었잖아. 게다가 저놈들은 겁을 먹고 이미 도망쳤어. 너희 둘도 크게 다치지 않았으먼서 꼭 미친 짐승처럼 나를 그렇게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겠어?”나는 이를 악물었다.“난 짐승처럼 네 놈을 물고 늘어지는 거로 안 끝나. 아주 뼈도 안 남기고 씹어 먹을 거야. 내가 얼마나 어렵게 산 차인데, 평소 아까워서 조심조심 다뤘는데, 네 놈 때문에 폐차하게 생겼잖아. 내 차 물어
나는 여전히 손에 든 쇠 파이프를 필사적으로 휘둘렀다. 분명 이길 수 없다는 걸 알았지만 그렇다고 기죽을 수도 없었다.민우가 말한 적이 있는데, 싸울 때 가장 무서운 건 싸우기 전부터 겁을 먹는 것이라고 했다.하지만 한참 싸우다 보니 나는 점점 힘에 부쳤다. 놈들 인원수가 너무 많아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았다.그렇다고 이대로 쓰러질 수는 없었다.인체에는 자극을 받으면 잠재력을 자극하는 혈 자리가 있는데, 그 혈 자리가 자극을 받으면 잠재력이 폭발했다가 나중에 한동안은 몸이 나른해진다.하지만 이 상화에서 다른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기에 나는 고민 없이 혈 자리를 눌렀다. 그 순간 온몸에 힘이 솟아나면서 내가 마치 거인이 된 느낌이었다.“야! 다 죽었어!”나는 고함을 지르는 동시에 쇠 파이프를 휘두르면서 달려갔다.나를 에워싸고 있던 놈들은 내가 더 이상 전투력이 없다는 걸 보고 모두 긴장을 푼 상태였다. 하지만 나는 갑자기 미친 것처럼 놈들의 코뼈를 하나씩 부러뜨렸다. 심지어 손이 무척 매웠다.나는 피가 들끓어 끊임없는 힘이 솟구치는 느낌이었다. 게다가 매번 파이프를 휘두를 때마다 젖 먹던 힘까지 짜냈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는데도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나도 한방에 놈들 뼈를 부러뜨릴 수 있다는 것에 흥분됐다.‘만약 동준 형님이 이 모습을 본다면 나에게 재능이 있다고 여기지 않을까?’싸울수록 피가 끓고 힘이 솟아났다. 놈들은 심지어 나를 보자 연신 뒷걸음쳤다.옆에 있던 민우마저 나를 보면서 가쁜 숨을 몰아 쉬며 물었다.“수호야, 너 대체 어떻게 한 거야? 난 지금 힘들어 죽겠는데...”나는 혈 자리를 가리켰다.그러자 민우는 바로 눈치챘다.민우 역시 의학을 전공한 지라 말하지 않아도 바로 알 수 있었다. 곧이어 민우 역시 스스로 한 대 치더니 갑자기 피가 솟구치는 것처럼 흥분했다.“하하하, 나도 다시 회복했어. 너희들 죽었어.”우리는 서로 협조하면서 놈들한테 달려가 퍽퍽, 주먹을 날렸다.우리를 끝장내버리겠다고 큰소리치던 놈
전에는 누가 와서 소란을 피울까 봐 민우더러 나와 함께 가게에서 지내자고 했지만, 지금 사장님 댁에 머물고 있는데 민우까지 데려올 수는 없었다. 때문에 뭐든 나 혼자 해결해야 했다.민우를 집에 데려다 두는 길에 그는 나에게 함께 사장님 댁에 있어 달라냐며 물었다. 그러면 서로 보살필 사람이 있다면서.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나도 그걸 생각해 보지 않은 적 없어. 하지만 사장님을 돌보려고 그 집에서 지내고 있는데 너까지 데려가면 이상하잖아.”“난 그 개자식들이 또 너한테 무슨 짓 할까 봐 그러지.”“나도 무서워. 하지만 이미 준비해 뒀어.”나는 의자 밑에서 도구 몇 개를 꺼냈다.민우는 그 도구들을 손에 들고 무게를 가늠해 보더니 말했다.“이 도구들은 조금 도움이 될 뿐이야. 그래도 내가 너한테 가르쳐준 방법을 사용해.”민우는 말하면서 손을 움켜쥐는 동작을 했다.그 동작에 나는 풉, 하고 웃음이 터져 버렸다.“그 방법 확실히 좋더라...”우리가 한창 얘기하고 있을 때 백미러에 언뜻거리는 차 한 대가 비쳤다.무의식적으로 뒤에 따라붙은 사람이 운전할 줄 모른다며 투덜거리던 나는 갑자기 이상한 낌새를 챘다. 그도 그럴 게, 뒤에서 달려오는 차는 속도가 아주 빨랐는데 마치 나를 강제로 세울 것처럼 굴었으니까.“잘 앉아.”나는 불안한 예감에 다급히 액셀을 밟아 속도를 냈다.다만 내 차의 유일한 단점은 속도를 너무 빨리 낼 수 없다는 거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뒤 차에 따라잡혔다.놈들은 내 차를 강제로 멈추게 할 작정인 듯했다. 하지만 나는 멈추고 싶지 않았다. 상대방 차량은 승합차였는데, 그런 승합차는 용량이 커 적어도 열댓 명을 태울 수 있었다.만약 차에서 열 몇 명이 우르르 내리면 나와 민우 둘이 대처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때문에 나는 액셀을 밟았다. 하지만 승합차 두 대는 좌우에서 협공하며 내 차를 가운데 몰아 끼긱끼긱, 하며 긁히는 소리가 났다. 분명 차가 내는 소리였지만 내 살점이 뜯겨나가는 기분이었다.아직 차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