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형이 왜 부모한테 전화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것도 어쩜 그런 말을 하는지.나는 형의 연락처 차단을 풀고 곧바로 전화했다.“형, 대체 무슨 뜻이야? 왜 우리 부모님한테는 전화해서 나를 그렇게 말해?”형은 덤덤하게 대답했다.[내가 두 분께 말씀드리는 게 뭐 어때서? 내가 뭐 틀린 말 했어?]“틀린 말 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 부모님한테 전화한 것 자체가 잘못된 거지.”나는 화가 나서 강조했다.그러자 형이 갑자기 버럭 소리 질렀다.[누군 뭐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알아? 그러니까 왜 나랑 했던 약속 어겼어?]“내가 언제 약속 어겼는데?”[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소리 질러? 내가 아침에 찾아갔을 때 네가 뭐랬어? 네 형수한테 물어보고 답장 주겠다면서? 그런데 하루 종일 기다렸더니 왜 아무 말도 없어?]내가 답장을 주지 않은 건 형수가 알아서 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보아하니 형수는 아직 형한테 연락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네.’그런데 형이 그 하루조차 기다리지 못해서 나한테 이런다는 게 나는 너무 화가 났다.‘사람은 역시 고쳐 쓰는 게 아니라더니.’“형이 나한테 이래봤자 뭔 소용 있어? 형수가 아직 형을 용서하지 않는데. 형은 나한테 형수 위치를 따져 물을 게 아니라, 어떻게 형수를 보상해 줄지 생가해야지.”나는 생각할수록 형이 너무 어이없었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나를 괴롭혀서 뭐 어쩌겠다는 건지.‘미친 거 아니야?’[씨X, 나더러 어떻게 보상하라고? 네 형수가 현장을 덮쳤는데 나더러 어떡하라고? 지금은 네 형수가 어디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내 돈 모두 네 형수한테 있어. 네 형수가 나한테 일전한 푼 안 주면 내가 그동안 헛고생한 거라고!]나는 완전히 넋이 나갔다.형은 형수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자기 돈을 걱정하는 거였다.나한테 형수의 위치를 계속 캐물은 것도 형수한테 용서를 빌려고 하는 게 아니라 자기 재산을 빼앗아 오기 위해서고.‘그러니까 애초부터 형은 형수의 용서는 바라지도 않은 거였네
[나 자수성가해서 여기까지 왔어. 의지할 곳도 없이 하루하루 노력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가슴에 손을 얹고 나 그동안 네 형수한테 잘못한 일 한 적 한 번도 없어.][그런데 네 형수가 내 돈을 모두 갖고 도망쳤는데, 내가 어떻게 진정하게 생겼어?]나는 형이 안쓰러우면서 한편으로 화가 났다.안쓰러운 건, 형도 나와 같은 시골 출신이기에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지 알아서고, 화가 나는 건, 형이 형수가 돈을 들고 도망쳤다고 말해서다.형이 그동안 고생한 건 맞지만 그렇다고 그게 형수를 의심할 이유는 될 수 없다.형수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것도 아니고.나는 형수와 함께 지낸지 얼마 되지 않는 데도 형수가 얼마나 좋은 여자인지 알겠는데. 게다가 형수는 형과 이혼할 생각조차 없다.하지만 형은 지금 형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나는 너무 화가 나서 버럭 소리쳤다.“형 미쳤어! 그것도 아주 단단히 미쳤어. 형수가 이혼하고 싶었으면 진작 이혼했지, 왜 지금까지 두고 봤겠어? 형은 형수를 너무 몰라. 어쩜 본인 생각으로 다른 사람을 판단할 수 있어? 남들이 다 형처럼 돈밖에 모르는 줄 알아?”“형이 왕정민 꼴이 나면 그건 다 형 탓이야. 남 탓할 생각 하지 마.”나는 단숨에 분노를 모두 쏟아냈다.이 말들을 마음속에 억누르고 있자니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었으니까.동성 형도 내 말에 정신을 차렸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네 형수가 뭐래? 이혼 얘기했어?]“아니! 오히려 형과 절대 이혼 안 할 거라더라.”전화 건너편에서 긴 침묵이 흘렀다.그리고 한참 뒤, 형은 말을 이었다.[왜? 내가 그런 잘못을 저질렀는데, 왜 이혼 안 한대?]“내가 그럴 어떻게 알아? 아무튼 형수가 안 한다고 했어. 그리고 형이 형수한테 아무 느낌 없는 거 알겠으니까 밖에서 뭘 하든 상관 안 하겠대. 그저 예전처럼 경제권만 자기한테 넘기면 된대.”“네 형수가 정말 그렇게 말했어? 네 형수 진짜 좋은 사람이구나.”형은 놀란 듯 감탄했다.그 감탄에 나는 너무 어이없고 화가 났다.
나는 나와 형수가 절대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다. 게다가 형수도 이 혼인을 유지하고 싶어 하니 나는 그걸 지켜주고 싶다.그리고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형에게 죄책감을 심어주어 평소에 형수한테 몇 배 더 잘하도록 하는 거다.나는 때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형수가 얼마나 괴로울지 알면서 잘해주기는커녕 함정에 빠뜨리기나 하고, 형 진짜 사람 아니야. 내 형만 아니면 정말 한 대 때렸을 거야.”[수호야, 형이 잘못했어. 그래도 네가 시원하게 욕해줘서 내 잘못을 알았어.]동성 형은 나한테 참회하기 시작했다.사실 나도 속으로는 매우 미안했다. 어쨌든, 나도 형 모르게 뒤에서 몰래 형수와 육체적인 관계를 가졌으니까.하지만 나는 형수를 만족시켜 주기 위해서다.내가 도와주지 않으면 형수는 너무 불쌍하니까.형수와 형 중에 한 사람을 고르라고 하면 나는 형수를 고를 거다.하지만 이 일을 제외하면 나는 형한테 잘못한 게 없다.형이 그동안 나한테 잘해준 건 목적이 있었던 것이니, 은혜에 보답하되 절대 감사하게 생각하지 않을 거다.진심으로 잘해주는 것과 가식적으로 잘해주는 건 완전히 다른 거니까.동성 형은 내가 모든 걸 내놓으면서 보답할 자격이 없다.하지만 형수는 다르다.“형이 그렇게 생각한다니 다행이야. 형수가 며칠 혼자 있고 싶댔어. 기분 풀리면 아마 연락 갈 거야. 그러니까 요즘에는 형수 생각하지 말고 형 할 일이나 해.”“그리고, 형이라서 하는 말인데, 왕정민과 더 이상 엮이지 마. 안 그러면 언젠가는 된통 당할 거야.”형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았어. 그럼 네가 대신 좀 전해줘. 네 형수가 집에 돌아가면 꼭 나한테 얘기해 줘. 내가 아무리 바빠도 돌아갈게. 적어도 얼굴 보고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어.]“알았어, 그렇게 할게.”전화를 끊고 나니 나는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막막했다.예전에 나는 형이 말하는 건 뭐든 따랐고 뭐든 믿었다.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형한테서 거짓말하는 걸 배우고 사람 마음을 주무르는 법을 배웠다.이건
“하지 마, 누가 보면 어떡해.”여자의 목소리가 먼저 들여왔는데 마치 밀당하는 듯했다.곧이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걱정하지 마, 이른 아침에 누가 온다고 그래?”“그래도 안 돼. 만약 오면 어쩌려고.”“만약은 없어. 얼른.”곧이어 남자가 다급히 여자의 치마를 걷어 올렸다.나는 흠칫 놀라 얼른 몸을 감추고 속으로 중얼거렸다.‘이른 아침부터 뭐 하는 거야? 집에서 하지 않고 왜 야외에서 이러는 건데?’‘게다가 여긴 공원인데, 사람들이 볼까 봐 두렵지도 않나?’‘그걸 왜 하필 내가 봐 버려서는. 너무 민망하잖아.’나는 아무것도 못 본 것처럼 지나가려 했다.하지만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누군가 두 사람의 모습을 핸드폰으로 촬영하고 있는 게 보였다.‘이건 너무 부도덕하잖아.’커플끼리 성적 욕구를 푸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인데, 그걸 몰래 촬영하다니. 이건 너무 부도덕한 짓이다.나는 그 사람을 막고 싶었지만 커플을 방해할까 봐 한편으로 걱정이었다.이에 나는 허리를 숙인 채 돌을 찾아 던졌다.몰래 녹화하던 사람은 내 돌에 맞고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하지만 놈은 일부러 두 커플을 향해 ‘뭐 하는 거야?’라고 말하고 난 뒤 도망쳤다.그 결과 내가 그놈을 뒤쫓든 말든 아주 민망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두 커플이 뒤돌아서면 나를 볼 수 있었으니까.남자는 얼른 바지를 입으며 나를 향해 버럭 소리쳤다.“젠장. 당신 변태야? 커플끼리 하는 거 못 봤어?”나는 다급히 설명했다.“오해예요. 방금 내가 도와드렸거든요. 저쪽에 웬 변태가 두 사람을 촬영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일부러 소리 내어 말했더니 그 자식이 도망간 거고요.”“누구를 속여? 어디서 맞으려고!”남자는 나한테 성큼성큼 다가와 당장이라도 때릴 것처럼 행동했다.그때 여자가 다급히 자기 남자 친구를 말렸다.“됐어, 그만해. 얼른 가자.”여자는 남자와 달리 무척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이런 짓을 하다가 발각됐으니 그럴 만도. 그래서인지 새하얀 피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나는 두 남녀
그중 한 명은 모자와 마스크를 쓴 채 자신을 꽁꽁 가리고 있었지만 소여정은 아니었다.소여정의 독특한 분위기는 한 눈에도 알 수 있다.하지만 눈앞의 여자는 조금 더 차갑고, 사람한테 들키는 게 두려운지 매우 조심스러워 보였다.그에 반해 다른 여자는 비교적 해맑았다. 게다가 가족 옷과 가죽 바지가 아주 멋있었다.다만 몸이 너무 말라 가슴이 작았다.이른 아침은 손님이 별로 없기에 우리는 보통 로비에 앉아 손님의 선택을 기다리곤 한다.그때 가죽옷을 입은 여자가 주위를 빙 둘러보더니 나를 선택했다.“그쪽한테 받을게요. 지은아, 네가 보기에는 어때?”가죽옷을 입은 여자가 미라처럼 꽁꽁 싸맨 여자를 보며 물었다.그러자 꽁꽁 싸맨 여자가 나를 보는 체도 하지 않고 말했다.“아니면 그냥 가자.”여자는 말하면서 밖으로 나가려 했다.그러자 가죽옷을 입은 여자가 얼른 그 여자를 잡아당겼다.“가긴 어딜 가? 여기까지 왔으면서 마사지는 받고 가. 너도 그것 때문에 고생하는 건 싫잖아. 그러니까 고민하지 마. 이 사람들은 소경이라 아무것도 못 볼 거야. 그런데 뭘 걱정해?”가죽옷을 입은 여자의 말에 나는 기분이 확 나빠졌다.소경이라니?맹인 혹은 시각 장애인이라는 단어도 있는데.물론 가자이긴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존중은 길러야 하는 거 아닌가?꽁꽁 싸맨 여자는 가죽옷을 입은 여자의 설득에 넘어가 결국 룸으로 들어갔다.그 뒤를 나는 곧장 따랐다.그러자 뒤에서 동료들의 부러움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한꺼번에 2명씩이나. 그것도 이렇게 젊고 예쁜 미녀들이라니. 수호 씨 복 받았네.”“제가 젊은 걸 어떡해요.”나는 헤실 웃으며 받아쳤다.나도 동료들이 아니꼽게 생각하지 않을 거란 확신이 들기에 이런 농담을 던졌다.김진호는 보통 로비에 나와 손님들의 선택을 기다리지 않으니까. 김진호는 항상 자기가 잘나간다고 자신한다.때문에 그 자식이 내 말을 들을 거란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방에 들어온 뒤 나는 준비물을 챙기며 물었다.“누구부터 하실 건가요?”
형수도 그렇고 애교 누나도 그렇고, 심지어 남주 누나와 윤지은도 모두 완벽한 콜라병 몸매에 S라인이 선명한 미녀들이다.때문에 나는 정현처럼 가슴이 평평한 여자는 처음 본다.하지만 정현은 가슴이 평평하지만 얼굴은 못생기지 않았다.오히려 보이시한 느낌이 있다.이렇게 중성적인 매력이 있는 여자들은 가슴이 크면 오히려 이상할 거다. 가슴이 크면 사람 자체가 요염하고 섹시해 보이니까. 차라리 이렇게 평평한 게 생김새와 분위기에 더 어울린다.게다가 전에 영상으로 본 적 있는데, 모든 여자의 가슴이 다 큰 것만은 아니다. 가슴이 작은 여자도 있다.하지만 가슴이 작다고 매력 없는 건 절대 아니다.때문에 이건 어디까지나 느낌을 봐야 한다.나는 너무 신선한 나머지 여자를 한참 동안 빤히 바라봤다.그러다가 하마터면 들킬 뻔했다.정현은 갑자기 내 앞으로 손을 내밀며 마구 흔들어 댔다.“이봐요. 보이는 거예요?”나는 얼른 마음을 가다듬고 덤덤하게 말했다.“저는 맹인이에요. 그러니 보일 리가 없죠.”“그럼 선글라스 벗어 봐요. 눈 좀 보게.”선글라스를 벗으면 지은이 나를 무조건 알아볼 거다.때문에 나는 절대 벗을 수 없었다.결국 나는 뻔뻔하게 거짓말했다.“제가 어릴 때 사고를 당해 눈알이 많이 튀어나왔어요. 보는 사람마다 놀라니까 안 보는 게 나을 거예요.”“헐, 그러면 됐어요.”정현은 내 말에 얼른 단념했다.한참동안 대화를 하던 나는 고개를 들었다가 무심코 지은이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그 순간 나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그와 동시에 걱정이 앞섰다.‘설마 들킨 건 아니겠지?’나는 얼른 마스크를 찾아 꼈다. 하지만 왠지 계속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처럼 마음이 불안했다.나는 정현 앞에 다가와 물었다.“어디가 불편하세요?”나는 이렇게 물으면서 선글라스 뒤에서 몰래 지은을 훔쳐봤다.지은은 여전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순간 들켰다는 생각에 나는 더 불안해 났다.하지만 지은은 나를 까발릴 생각이 없어 보였다.보아하니
그 눈빛은 마치 나더러 자기 친구한테 못된 짓 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 같았다.‘내가 조금 있으면 너도 마음껏 만질 텐데, 네 친구는 더 말할 것도 없지.’‘이건 너희들이 직접 찾아온 거니까 날 탓하면 안 되지.’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정현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하지만 이건 내가 여색을 밝혀 기회를 노린 것만은 아니다. 나는 정현에게 어떻게 마사지해야 하는지, 혈 자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차근차근 가르쳐 주었다.정현의 가슴은 비록 작았지만 촉감이 아주 좋았다.게다가 무척 귀여웠다.솔직히 아주 마음에 들었다.다만 이 여자가 나중에 결혼하면 아이를 배불리 먹을 수 있을지 걱정될 뿐이었다.“아, 정말 뜨거워졌어. 지은아, 정말 뜨거워.”혈 자리를 누르면 가슴이 뜨거워지기 마련이다.때문에 열기가 느껴지자 정현은 흥분해서 소리쳤다.그러자 지은은 차가운 표정으로 쌀쌀맞게 말했다.“내가 예전에 가르쳐 줄 때는 듣는 체도 안 하더니, 왜 갑자기 그렇게 열정적이야?”“그게 어디 같아? 여자인 네가 내 가슴을 주무르는 건 너무 이상하다고. 그런데 잘생긴 오빠는 또 다르지. 그것도 모자라 가슴도 커질 수 있으니 일석이조 아니야.”정현은 아주 개방적이었다.심지어 내 흥미를 불러일으켰다.이런 여자와 사귀면 분명 재미있을 거다.대로는 재미있는 영혼이 재미없는 육체보다 나을 때가 많으니까.나는 정현과 대화하는 재미에 푹 빠져버렸다.대화를 하며 알게 되었는데 여자의 이름은 하정현이었다.이름도 역시나 듣기 좋았다.“잘생긴 오빠는 이름이 뭐예요?”나는 지은한테 들켰다는 걸 이미 알았기에 더 이상 숨기지 않고 내 이름을 솔직히 말했다.“정수호.”“그게 이름이에요?”정현은 내 이름을 듣더니 피식 웃었다.“시골에서 낳고 자란 데다 어릴 때 건강이 안 좋았거든요. 그래서 부모님이 흔한 이름을 지어줬어요. 흔한 이름이면 적어도 평균은 가겠지 해서요.”“어쩐지, 이름이 좀 흔하다 생각했어요.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괜찮은 것 같기도 하네요.”“어? 뭐
나는 울 수도 웃을 수도 없었다.‘고백을 거절했다고 내 탓이라는 건가?’이건 내 사상이 너무 뒤떨어져서인지, 아니면 내가 너무 보수적이라서 그런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요즘 여자들은 왜 다들 이렇게 개방적인지. 요즘 여자들은 마치 사랑이 아무것도 차닌 것처럼 구는 것 같다.나는 예속해서 정현을 마사지해 줬다. 혈 자리가 열리며 정현의 가슴은 점점 빨갛게 되었다.게다가 정현이 참지 못하고 신음을 내뱉는 바람에 듣는 사람마저 얼굴이 화끈 달아오를 지경이었다.나는 성적인 쪽으로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정현의 야릇한 표정을 보니 참을 수가 없었다.그런데 그때, 지은이 갑자기 다가오더니 차갑게 말했다.“왰어요, 오늘은 이만해요.”지은이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었기에 나는 얼른 손을 뗐다.하지만 정현은 아직 만족스럽지 못한 모양이었다.“왜 그래? 나 마침 기분 좋았는데. 아, 알겠다. 너도 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지? 그럼 네가 해.”정현은 지은의 뜻을 단단히 왜곡했다.이런 오해를 받자 지은은 나를 매섭게 노려봤다.‘내가 뭘 했다고 이래? 왜 나를 노려보는 건데? 미친 게 틀림없어.’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그때 지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하기 싫어졌어. 우리 가자.”“가긴 어딜 가? 나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못 가!”정현은 분명 지은이 부끄러워할까 봐 먼저 시범을 보인 건데, 지은이 갑자기 하지 않겠다고 하니 너무 어이없었다. 이러면 괜히 옷을 벗은 것 아닌가?정현은 지은을 침대에 밀어버리더니 오늘 마사지 안 받으면 가만 두지 않겠다며 협박했다.지은은 바로 변명하려 했지만, 정현의 말이 지은의 입을 단단히 막아버렸다.“너 방금 뭔가 이상했는데 솔직히 말해. 너 혹시 이 마사지사를 알아? 설마 예전에 나 몰래 여기 온 적 있어?”지은은 당황하며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가. 이런 곳은 나도 처음이거든.”“그런데 아까 왜 이 마사지사를 계속 빤히 쳐다봤는데? 이 마사지사가 나를 마사지해 줄 때 네 표정 엄청
하지만 형수는 너무 오랫동안 침대에만 누워 있어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에 반해 양춘옥은 힘이 넘쳐나 손쉽게 형수를 제압했다.형수는 순간 폭발해 버렸다.“당, 당신 뭐 하는 거야?”양춘옥은 얼른 아들에게 말했다.“아들, 뭐 해? 얼른 밧줄을 찾아오지 않고. 이 여자 윗몸만 움직일 수 있고 아래는 못 움직여. 너한테 마침 좋은 기회잖아.”양춘옥의 아들은 얼른 벨트를 풀더니 형수의 손을 묶으려고 다가갔다.그 순간 나는 방으로 쳐들어가 그 남자를 발로 걷어찼다.양춘옥은 그 순간까지 현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그때 나는 양춘옥의 머리채를 잡고 그녀의 뺨을 내리쳤다.나는 양춤옥이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뺨을 후려갈겼다.형수는 위험한 순간에 나타난 나를 보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나 역시 형수가 깨어난 걸 보니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형수!”“수호 씨, 타이밍 너무 좋았어요. 이 둘은 인간도 아니에요! 감히...”형수는 흐느끼며 말을 잇지 못했다.나는 얼른 형수의 두 손을 꼭 잡았다.“알아요. 다 알아요. 형수, 걱정하지 마요. 이 사람들이 한 짓 내가 모두 찍었어요. 지금 경찰에 신고할게요.”양춘옥은 경찰에 신고한다는 내 말에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마구 달려들어 내 손에 있는 핸드폰을 빼앗으려고 했다.나는 또다시 양춘옥의 뺨을 내리쳤다.그러자 이번에는 양춘옥의 아들이 나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모자 둘이 달려들어도 내 상대는 아니었다.양춘옥은 더 이상 방법이 없자 그제야 무릎 꿇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정 사장님, 제발 신고하지 말아 주세요. 제 아들이 이제 막 출소했는데 또 잡히면 이번에는 끝장이에요.”나는 이를 악물며 양춘옥을 바라봤다.“당신 아들 생각하기 전에 우리 형수는 생각했어? 내가 마침 집에 오지 않았다면 당신과 당신 아들이 형수한테 끔찍한 짓을 저질렀을 거잖아.”“내가 아줌마를 얼마나 믿었는데, 이렇게 보답하는 거야? 정말 악독하기도 하지. 오늘 당신도 법의 처벌을 받게 될 거야.”“안 돼요. 정 사장
“뭐요? 너무 까다로운 거 아니에요?”“까다로운 게 아니라 원래부터 얌전하지 않은 여자인 것 같아. 남편과 잘 지내지 않고 별 같잖은 남자랑 바람이 났어. 정수호라는 사람인데, 매일 이 여자 몸을 닦아주러 와서 이 여자를 형수라고 불러...”“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니에요? 이런 일이 다 있다니. 이 여자도 참 뻔뻔하네요.”아들의 말에 양춘옥이 말했다.“그러니까 내가 널 불러온 거잖아. 이 여자도 워낙 얌전하지 않은 여자니까 너도 욕구나 풀어보라고. 아들, 너 이제 막 감방에서 나와 많이 쌓였을 거 아니야?”“밖에서 아가씨 찾기보다 이 여자한테 욕구를 푸는 게 더 나아. 적어도 이 여자는 깨끗하잖아.”고태연은 두 모자의 대화를 들으면 들을수록 화가 치밀어 당장이라도 일어나 양춘옥의 뺨을 후려갈기고 싶었다.하지만 결국 그녀가 가장 걱정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것도 그녀가 혼자 집에 있을 때 말이다.이런 상황에서 당하면 다른 사람은 아무도 모를 거다.고태연은 너무 무섭고 두려웠다. 심지어 이 두 모자에게 이토록 모욕당할 바에는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리고 그 시각 양춘옥과 아들의 대화를 들은 나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하지만 나는 서둘러 안으로 쳐들어가지 않았다.나는 우선 거실에 설치했던 감시 카메라를 찾았다. 그랬더니 카메라는 어느새 구석으로 옮겨졌다.‘이 아줌마가! 나는 그래도 믿고 매일 카메라를 돌려보지 않았는데, 이런 짓을 하다니.’나는 핸드폰 녹화 기능을 켜고 방 안을 몰래 촬영했다.탐정 사무소에서 일을 하게 된 이후로 나는 뭐든 증거싸움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때 남자가 형수 몸에 바짝 붙어 다리에 코를 가져다 대며 냄새를 맡았다.“냄새 좋다. 식물인간한테서 이렇게 좋은 냄새가 나다니. 피부도 이렇게 좋고. 대박, 몸매도 완전 끝내주잖아.”양춘옥은 옆에서 키득거렸다.“당연하지. 그리고 무엇보다 이 여자는 깨끗해. 아들, 얼른 하지 않고 뭐 해?”“헤헤. 그럼 엄마는 밖에서 망 좀 봐...”양춘옥은
“나 그만 놀려요. 내가 보고 싶은데 왜 애교 누나 집에 와서 혼자 술을 마셔요?”나는 아직 어려 정치계 판을 잘 모른다지만 그렇다고 바보는 아니다.남주 누나는 내 말에 피식 웃었다.“우리 푸들 많이 똑똑해졌네? 예전처럼 타격감이 좋지 않아. 하지만 점점 더 귀여워.”나는 자꾸만 내 몸을 타고 올라오는 남주 누나의 손을 덥석 잡았다.“말해요. 대체 무슨 일이에요? 일에 무슨 문제 생겼어요?”“응. 이 세상에서 날 괴롭힐 수 있는 건 일밖에 없어.”“왜죠? 왜 혼인이나 가정 문제는 될 수 없어요?”“헛소리 아니야? 혼인과 가정이 나보다 중요할 리 없잖아.”‘맞다. 누나도 가정보다 자기 지위가 우선인 여자였지. 백연우처럼.’“그래서 일은 해결됐어요?”나는 그 말을 내뱉은 순간 후회했다. 해결되었으면 술로 기분을 달랠 리 없을 테니까.하지만 남주 누나는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해결된 셈이지. 하지만 강등됐어.”“얼마나요?”“아무 실권도 없는 말단직으로. 그래도 괜찮아. 이제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내 약점을 잡고 나 협박하는 사람 없을 테니까.”남주 누나는 강등된 건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 그건 아마도 자기 위로일 수 있었다.“이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시간도 아까운데 계속 즐겨볼까?”남주 누나는 또다시 나에게 다가왔다. 심지어 리듬 있는 음악을 틀어 놓아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며 나에게 또 충격을 안겨주었다.나와 남주 누나는 그사이 애교 누나가 집에 다녀갔다는 사실을 몰랐다.애교 누나는 내가 걱정되어 직접 와 봤다. 하지만 방에서 들리는 나와 남주 누나의 소리에 얼굴을 붉히며 물러났다.“남주였네. 다른데 좀 가지. 왜 우리 집에서 수호 씨를 꼬시는 거야?”애교 누나는 입을 삐죽거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뒤돌아섰다.나와 남주 누나는 한밤중까지 몸을 섞고 피곤한 몸을 한 채 잠이 들었다.오랜만에 푸는 욕구에 우리 둘 다 너무 흥분해 버린 탓이었다.심지어 남주 누나는 열정적이다 못해 심지어 내가 지금 동영상 촬영 현
남주 누나는 헤실 웃으며 말했다.“정수호네. 이리 와, 와서 한잔해.”나는 남주 주나 쪽으로 걸어갔다. 가까이 가봤더니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와인 두 병 중 한 병은 이미 텅 비어 있었고, 남주 누나도 이미 술에 취했는지 얼굴이 발그스름했다.“누나, 혼자 이렇게 마신 거예요?”남주 누나는 똑바로 앉아 내 팔을 감싸안았다.“너 아니면 애교를 불러 곁에 있어 달라고 부탁하려고 했는데 요즘 바쁘다고 해서 안 불렀어. 그런데 마침 이렇게 와 버렸네? 나랑 한잔해.”나는 지난번 남주 누나를 봤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 누나도 기분이 안 좋아 보였는데 아마도 일 때문인 것 같았다.그런데 이번에 이토록 취해 있는 걸 보니 일이 잘 안 풀리는 모양이었다.나는 남주 누나 손에 있는 와인을 빼앗았다.“그만 마셔요. 취했어요. 부축해 줄 테니 방에서 휴식해요.”“정수호, 예전에 너한테 장난치던 때가 그리워. 도 장난칠 테니까 내 장난 받아줘. 응? 나도 기분 좀 좋아지게.”남주 누나는 몽롱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그게 대체 뭐가 그립다는 건지.’나는 그때 너무 단순해 항상 남주 누나한테 농락당했다. 심지어 몇 번이나 나를 유혹하는 남주 누나를 눈앞에 두고 입맛만 다시며 마음을 졸였었다. 하지만 나는 그때가 조금도 그립지 않았다. 나는 하고 싶을 때면 마음대로 하는 지금이 더 좋다.“내가 네 소원 들어줄게.”남주 누나는 내 목을 끌어안고 취한 말투로 말했다.누나의 완벽한 몸매를 보니 나도 솔직히 몸이 달아올랐다. 하지만 남주 누나는 지금 많이 취한 상태고, 기분도 안 좋아 보이니 몸을 섞는다고 즐겁지는 않을 거다.“됐어요. 누나 지금 취했어요. 부축해 줄 테니 방에서 자요.”“나 많이 안 마셨어. 그냥 조금 알딸딸한 정도야. 나도 내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알아.”“있잖아. 나 요즘 너무 바빠서 남자 만날 시간도 없었어. 그러니 오늘 너 땡잡은 거야.”남주 누나는 말하면서 나를 자기 쪽으로 잡아당겼다.나는 술에 취한
“정 사장님, 물 바꿔드릴까요?”내가 형수의 팔을 닦아주는 동안 양춘옥이 방에 들어와 열정적으로 물었다.그 모습에 나는 간단히 말했다.“아니에요. 거의 다 닦아요.”나는 형수가 뭘 걱정하는지 몰랐다. 무엇보다 양춘옥이 문제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그때 양춘옥이 목적성이 다분한 질문을 했다.“정 사장님, 요즘 안 보이시던데 바쁘셨나요?”“네. 요즘 일이 바빠서 매일 오지 못해요. 그러니 이모님이 우리 형수님 잘 돌봐주세요. 참, 요즘도 제가 바쁘니 부탁드릴게요.”양춘옥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며 싱긋 웃었다.“정 사장님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무조건 잘 돌봐드릴게요.”“형수, 다 닦았어요. 형수가 깨끗한 걸 좋아하는 거 알고 특별히 피부 관리하는 스킨로션도 발라줬어요.”나는 형수를 돌본 뒤 옆에서 대화를 나누다가 고아연이 돌아온 뒤에야 떠났다.고아연은 나를 집 앞까지 마중하며 물었다.“요즘 바빠?”“네, 왜 그래요?”“아니, 별 건 아니고. 지난번에 찍는다던 영상을 안 찍었길래 바쁜가 해서.”“요즘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었어요.”이건 단순한 오락이라 돈을 버는 것에 비하면 당연히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그래. 그럼 앞으로 안 찾을게. 내 연락처 삭제해.”고아연은 갑자기 말투가 날카로워졌다.그 말에 나는 순간 멍해졌다.“여자들은 다 이래요? 심심하면 연락처 삭제하고? 이런 거 엄청 예의 없는 거 알아요?”고아연은 팔짱을 낀 채 웃었다.“우리는 원래부터 아는 사이도 아니었어. 그런데 지금 바빠서 영상 찍을 시간도 없다는데 내가 네 연락처를 왜 남겨? 난 원래 이래. 연락 자주 하지 않는 사람은 삭제해. 수호 씨도 마찬가지야.”나는 일부러 고아연에게 맞섰다.“그럼 형수가 지금 이러니까 형수도 삭제했겠네요?”“그래.”“흥. 누가 믿을 줄 알고.”“믿든 말든.”고아연의 모습은 거짓 같지 않았다.나는 이 순간 고아연을 또다시 봤다.“바쁜 일 다 처리하면 도와줄게요. 연락처 삭제하지 마요. 앞으로 또다시 추가하
애교 누나 얘기를 언급하니 내 기분은 저절로 다운되었다.“난 누구랑 결혼할지도 모르겠어.”“왜? 애교 누나랑 사이가 틀어졌어?”민우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그런 건 아니야. 그냥 애교 누나랑 나는 결혼할 사이가 같지 않아. 애교 누나가 나한테 너무 관대하고 너무 풀어줘. 그래서 너무 진실감이 없어.”“헐. 여자 친구가 풀어주는 게 얼마나 좋은데? 네가 밖에서 다른 여자 만나도 뭐라 안 하고 오히려 응원해 준다며? 그렇게 좋은 여자 손전등 켜고 찾아도 없어.”현성과 민우는 나를 부러워했다.사실 나도 예전에는 똑같은 마음이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애교 누나는 너무 좋고 너무 관대하여 질투도 하지 않아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심지어 가끔 이 모든 게 허상이라는 생각도 들곤 한다.그에 반해 윤지은은 또 나에게 너무 현실을 체감하게 해준다. 좋아할 때도 질투할 때도 있어 오히려 더 커플 같은 느낌이 들곤 한다.“정수호, 너 진짜 쓰레기네. 너 설마 애교 누나 버리려고 그래?”현성이 갑자기 물었다.“헛소리. 내가 언제 버린다고 했어?”“그럼 아까 발언 무슨 뜻인데?”“난 그냥 애교 누나가 너무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뜻이지 버리겠다는 뜻 아니야. 함부로 누명 씌우지 마.”나는 바로 현성을 반박했다.하지만 그때 민우가 바로 끼어들었다.“사실 나도 네가 좀 쓰레기 같아. 아마 네가 만난 누나들이 다 너 같은 나쁜 남자를 좋아하나 보다.”“젠장. 내가 너희들한테서 무슨 좋은 말을 듣겠냐?”그날 저녁 퇴근 후 나는 형수네 집에 들렀다.그동안 너무 바빠 형수를 보러 오지도 못하고 몸을 닦아주지도 못했기에, 나는 얼른 따뜻한 물을 담아 형수 몸 곳곳을 닦아주었다.형수는 이렇게 오랫동안 누워만 있었지만 뺌은 여전히 발그스름하고 피부도 백옥 같은 피부에 핑크빛이 감돌았다.아마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그저 잠자고 있다고 생각할 거다.내가 형수의 몸을 닦아주는 동안 형수의 가슴은 사실 콩닥콩닥 북을 쳤다.‘수호 씨가 이제야 날
“이 얘기는 이쯤에서 하고. 말해요, 서나연 씨 일 외에 다른 볼 용건 있어요?”나는 화제를 다시 끌어왔다.그러자 소여정은 내 턱을 잡으며 생글생글 웃었다.“있지 그럼. 너 놀리러 왔어. 내가 너 놀리는 거 오랜만이잖아.”“미쳤어요?”나는 다급히 소여정의 손을 쳐냈다.“날 미친X 취급해? 내가 진짜 너 가만 안 둔다?”“못 믿겠어요. 나 이제 임천호도 안 두려운데 소여정 씨를 두려워하겠어요?”나는 소여정에게 계속 휘둘리고 싶지 않았다.소여정은 대단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오호라. 며칠 새에 많이 컸네? 그런데 그런 모습 점점 더 좋아지는데?”소여정은 정말 역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매번 나타났다 하면 나에게 귀찮은 일을 던져주곤 한다.물론 내가 이제 임천호를 두려워하지 않는다지만 그렇다고 귀찮은 일에 휘말리고 싶지는 않았다.나는 그저 장사를 잘해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내가 소여정을 무시하자 소여정도 나를 보는 체도 하지 않고 스스로 가게 안을 둘러봤다. 그러다가 결국 몇 가지 선물 세트를 골랐다.소여정이 계산하려고 할 때 나는 다시 그녀에게 다가갔다.“선물 세트 사서 누구한테 주려고요?”“이젠 임천호 안 두렵다며? 내가 누구한테 주든 무슨 상관이야? 아니면 내가 이 선물을 가져갔다가 이 가게에서 샀다는 걸 들킬까 봐 그러는 거야?”소여정은 마치 내 배에서 나오기라도 한 것처럼 나를 빠삭하게 알았다.“찾아오겠으면 찾아오라고 해요. 소여정 씨는 정상적인 소비예요.”나는 말발로 소여정을 이길 수 없다는 생각에 바로 뒤돌아 떠나갔다.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후들거렸다.소여정은 물건을 구매한 뒤 가게에서 택배로 보낼 수 있는지 물었다. 그 질문에 점원 한 명이 가능하다고 대답했다.소여정은 주소 하나를 남기고 직원더러 선물 세트를 주소에 적인대로 보내달라고 당부했다.소여정이 떠난 뒤 나는 그 위에 적힌 주소를 확인했다. 주소는 H시로 되어 있고, 받는 이는 ‘소원규’로 되어 있었다.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이름에 한참을 떠
“누구한테 들었어?”“그건 상관하지 마요. 맞는지 아닌지만 대답해요.”나는 얼렁뚱땅 넘기려고 했다.다행히 소여정은 내 질문을 회피하지 않고 바로 인정했다.“맞아. 나도 예전에 윤지은과 임유미처럼 잘 사는 집 딸이었어. 안 그러면 우리 넷이 왜 친구가 됐겠어?”하긴. 소여정은 나를 바라보더니 갑자기 물었다.“뭐 하나만 물을게. 소씨 가문 사람들이 강북에 있지?”“그걸 어떻게 알아요?”나는 흠칫 놀랐다.그 말에 소여정이 대답했다.“어떻게 알았는지는 알려고 하지 마. 맞는지 아닌지만 말해.”소여정이 이렇게 묻는다는 건 이미 단서를 찾았다는 뜻이기에 나는 사실대로 대답했다.“맞아요. 임천호 아내가 강북에 와서 요즘 유미 사모님과 같은 동네인 백조의 호수에 살아요.”“백조의 호스? 보아하니 나도 그곳에 집을 마련해야겠네.”소여정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그 말에 내 눈은 휘둥그레졌다.“지금 제정신이에요? 소씨 가문 사람들이 그곳에 있는데 멀리 숨지는 못할망정, 같은 동네에 살겠다고요? 대체 무슨 생각인 거예요? 설마 서나연 씨를 쫓아내고 본인이 임천호 아내가 되려고 그래요?”소여정은 생글생글 웃으며 물었다.“안돼? 임천호가 얼마나 대단해. 나한테도 잘해주고.”“대단하긴 무슨. 부시장님과 윤 회장님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더만.”나는 내가 임천호 뒷담화를 하는 날이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소여정은 나를 다시 봤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정수호, 대단하네. 임천호를 그렇게 말하고. 임천호가 안 뒤 죽이려고 할까 봐 두렵지 않아?”“내가 임천호 산하의 대출 회사도 무너뜨렸는데, 임천호를 무서워하는 거로 보여요?”나도 비록 내가 너무 잘난체 한다는 걸 알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정말 참을 수가 없다.이 세상에 허영심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게다가 이건 내가 평생 자랑스럽게 말하고 다닐 일이기도 하다.소여정은 입을 가리며 웃었다.“아주 어깨뽕이 하늘로 치솟는구먼? 그 대출 회사 임천호한테 엄청 중요한 회사인 건
“오, 오빠가 뭘 하려는지 알아요. 만약 하고 싶으면 날 오빠한테 줄 수 있어요.”주선영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옷자락을 잡고 긴장한 표정으로 고백했다.이건 현성에 대한 인정이었다. 현성은 너무 설레어 심장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는 두말없이 주현영을 와락 끌어안았다.그러자 주현영이 이내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여, 여기서는 안 돼요. 우리... 호텔 가요.”“그래, 바로 가자.”나는 현성과 주현영이 손잡고 뛰쳐나오는 걸 본 순간, 현성이 오늘 소원을 이룰 거라는 걸 알았다.나는 싱긋 웃으며 현성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파이팅.”“당연하지.”현성은 헤헤 웃으며 말했다.이윽고 두 사람은 손을 잡고 기쁜 얼굴로 떠나갔다.나는 얼른 이 기쁜 소식을 민우에게 알려주려고 전화했다.[수호야. 왜 그래? 나 지금 바빠.]민우는 목소리를 한껏 낮추고 말했다.그 목소리에 나는 의아했다.“너 지금 뭐 해? 가게 보는 거 아니었어?”[설아가 점심에 나 찾아와서 지금 설아랑 호텔에 있어.]“헐, 너 뭐야? 임설아랑 결실을 보는 거야?”‘왜 친구들한테 버림당해 혼자가 되었다는 느낌이 들지?’민우는 헤실 웃었다.[이만 끊어. 설아가 샤워하러 갔다가 지금 나와. 우리 오늘 마지막까지 갈 거거든.]민우는 말을 마치자마자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이 상황에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대충 음식을 먹고 가게로 돌아가는 것뿐이었다.하지만 혼자 사무실에 앉아 있을수록 기분이 안 좋았다.예전에는 내가 민우와 현성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었는데, 현재는 내가 두 사람을 부러워하는 꼴이 되었으니.하지만 윤지은과 애교 누나한테는 연락할 엄두도 나지 않고 형수는 아직 혼미해 있으니 누구를 찾아야 할지 고민이었다.나는 주위에 여자가 끊이지 않다고 이렇게 외로이 혼자 남는 날이 오게 될 줄은 몰랐다.‘정수호 몰락했네. 몰락했어!’내가 속으로 감개무량해하고 있을 때 아래층에서 직원 한 명이 나를 불렀다.“정 사장님, 누가 찾아왔어요.”“알았어요. 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