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정민의 뺨을 때리고 나니, 나는 기분이 너무 상쾌했다. 형은 왕정민의 눈치를 볼지 몰라도, 나는 아니다.‘내 앞에서 있는 척하긴. 퉷.’애교 누나 역시 왕정민한테 일말의 연민도 느끼지 않는지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왕정민, 이번에 온 목적이 뭔지 모르겠지만, 내가 원하는 걸 주지 않는 한, 이혼이 쉽지는 않을 거야.”애교 누나는 말하면서 핸드폰을 켜더니 그날 내가 화장실에서 찍은 영상을 왕정민에게 보여주었다.왕정민은 자신과 진소민이 그 짓을 하던 게 영상으로 찍힌 걸 알자마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서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이건 어디서 났어?”이윽고 왕정민은 말하면서 애교 누나의 핸드폰을 빼앗으려 했다.하지만 애교 누나가 얼른 핸드폰을 등 뒤로 숨겼다.“어디서 났는지가 중요해? 내 손에 당신이 바람피운 증거가 있다는 거 명심해. 이걸 들고 법원으로 갈 수도 있고, 사무실에 가서 그 여자를 찾을 수도 있어. 그 여자가 이 영상을 보면 당신을 용서하지 않겠지.”그건 맞는 말이다. 전소희는 눈에 흙이 들어가는 걸 절대 용납 못 하는 사람이니. 만약 왕정민이 뒤에서 다른 사람과 바람피웠다는 걸 알게 되면, 전소희는 분명 왕정민의 가죽을 벗기려 들 거다.왕정민은 그제야 겁을 먹고 말투를 누그러뜨렸다.“애교야, 우리가 아무리 그래도 부부인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 그 영상과 사진 이리 줘. 내가 2억 줄게. 아니다, 6억 줄게, 6억은 내 전 재산이야.”왕정민은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었다.애교 누나는 그런 왕정민을 차가운 표정으로 바라보며, 속으로는 왕정민의 회사 지분과 6억 중에 어떤 걸 가질지 고민했다.사실 회사 지분은 애교 누나에게 그다지 유용하지 않다. 그도 그럴 게, 애교 누나가 왕정민 회사에 들어갈 수도 없으니, 회사의 연매출이 얼마인지 전혀 알지 못하니까. 왕정민이 뒤에서 장부에 조작이라도 하면 일전한 푼도 손에 넣지 못할 수도 있다. 게다가 애교 누나는 이혼하고 나서 왕정민과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았다.때
“정수호!”왕정민은 이를 악물며 분을 삼켰다.하지만 왕정민이 분노할수록 나는 너무 상쾌했다.‘그러게 왜 애교 누나를 모함해서는. 꼴 좋다!’“이가 부서지도록 갈아봤자 소용없어. 증거가 우리 손에 있으니 우리가 말한 대로 해. 안 그러면 그 더러운 짓들 다 폭로할 거니까.”“애교 누나가 요구한 게 많지도 않 잖아. 원래 애교 누나 것이기도 하고. 자기 걸 돌려받겠다는 게 뭐가 잘못이지?”애교 누나는 역시 너무 착해서 탈이다. ‘이럴 때 세게 뜯어낼 것이지.’만약 다른 까다로운 여자라면 왕정민은 아마 살가죽이 벗겨지고도 남았을 것이다.이것 역시 내가 애교 누나를 안쓰러워하는 이유다.다른 사람한테 상처받아도 여전히 착함을 유지하는 거.‘이렇게 좋은 아내를 어디서 찾는다고. 왕정민, 정말 복에 겨운 줄도 모르고 이기적인 자식!’“왕정민, 이 일은 수호 씨랑 상관없어. 다른 사람한테 화풀이하지 마.”애교 누나가 나서서 나를 보호했다.애교 누나는 역시 나를 아끼는 모양이다. 왕정민이 나를 해칠까 봐 걱정하는 걸 보면.그때 왕정민은 풀이 죽어 말했다.“일이 이렇게 됐으니 나도 할 말이 없네. 원하는 대로 할게. 하지만 각서를 써. 앞으로 다시는 나한테 매달리지 않고, 그 영상과 사진 유출하지 않겠다고.”‘왕정민, 정말 소인배가 따로 없네. 그렇게 소인배인데 배는 왜 저렇게 나왔는지.’애교 누나는 더 이상 왕정민과 더 이상 엮일 생각이 없었기에 매달릴 리가 없다.‘몇 년 동안 부부로 지냈다며 아직도 애교 누나를 모르나? 애교 누나가 약속을 어길 사람으로 보이나?’역시 사람은 시련을 이기지 못한다. 얼굴 붉히며 싸우고 나니 자기 이익만 챙기고, 감정 따위 고려하지도 않으니.그에 반해 애교 누나는 그저 본인 것을 돌려받고 싶어 할 뿐이니, 너무 착하다.하지만 그런 애교 누나도 왕정민의 행동에 화가 나 버럭 소리쳤다.“그래, 그러면 똑똑히 적어, 집은 원래 내 거고, 돈은 당신이 자발적으로 주는 거라고. 앞으로 다시는 나한테 집적대지 않겠
“계속 그렇게 뻔뻔하게 나오면 협상 결렬이야. 이혼소송 준비해. 그때 가서 누가 더 손해인지 두고 보자고.”왕정민은 얼굴이 잿빛이 되어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왕정민의 재산이 이것뿐만이 아닌 건 나도 아는 사실이다.그저 애교 누나한테 조금이라도 적게 주려고 머리를 쓰고 있는 것뿐이다.나는 얼른 애교 누나한테 말했다.“애교 누나, 됐어요. 왕정민이 성의도 없어 보이니 그 여자를 찾아가죠.”내 말에 왕정민은 바로 반응했다.“알았어. 그 1억 7300만은 내가 더 송금할게. 각서나 써.”왕정민은 씩씩거리며 애교 누나한테 또 1억 7300만 원을 송금했다.애교 누나는 기분이 안 좋아 마음을 가라앉힐 수 없었던 건지, 각서를 쓰는 일은 나한테 맡겼다.나는 곧바로 각서를 작성했다. 게다가 애교 누나한테 이익이 최대로 보증될 수 있도록 생각나는 건 모두 적었다.쌍방은 협상과 수정을 거쳐 결국 합의하기로 결정했다.“나 내일 오후에 시간 되니까 법무사 사무소에서 봐. 모든 절차가 끝나면 당장 이혼해 줘.”왕정민은 자기의 요구를 제기했다.그러자 애교 누나가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당신만 약속 지키면 돼. 난 절대 약속 어기는 일은 없을 테니까.”왕정민은 그 길로 바로 떠나지 않고 나를 바라봤다.“협상도 했겠다, 이제 내 말에 솔직하게 대답해 봐.”“또 뭔데?”“당신 정수호랑 무슨 관계야?”왕정민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애교 누나는 당황해서 눈빛이 흔들렸다. 하지만 이내 흔들림 없는 말투로 말했다.“우리는 아무 사이도 아니야. 사람 모함하지 마.”“그래? 그렇다면 궁금하네? 정수호를 어떻게 설득했어? 진동성도 속아 넘어갔잖아.”왕정민은 그동안 궁금했던 걸 물었다.나는 애교 누나가 살짝 당황하는 모습을 보자 말실수라도 할까 봐 얼른 나섰다.“형이 나한테 제안할 때부터 난 싫었어. 게다가 애교 누나랑 지내면서, 애교 누나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았고, 상처 주기 싫었어.”“그러니까 갑자기 양심의 가책을 느껴져 나를 배신했다고?”왕정민은 나
그걸 인지한 순간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놀란 표정으로 나와 애교 누나를 번갈아 보는 선영의 모습이 보였다.나와 애교 누나는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애교 누나도, 나도 너무 당황했다.그때 애교 누나가 얼른 선영의 손을 잡으며 설명했다.“선영아,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 나랑 수호 씨는 아무 사이도 아니야. 그냥... 그냥...”애교 누나는 머리가 뒤죽박죽이 되어 말에 조리가 없었다. 심지어 한참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이유를 대지 못했다.그걸 보다 못한 내가 얼른 끼어들었다.“선영아, 사실 이건 내가 사람을 위로해 주는 방식이야. 네가 볼 때 무례하다고 생각될 수 있겠지만, 나랑 애교 누나는 이미 익숙해졌어.”선영은 눈을 깜빡거리며 한참을 생각하더니 물었다.“그럼 내 기분이 안 좋아도 그렇게 위로해 줄 거예요?”‘그렇다면 너무 난감한데.’하지만 나는 뻔뻔하게 대답했다.“그렇지. 너만 괜찮다면.”선영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나, 난 괜찮아요. 애교 언니도 수호 오빠 키스를 받고 나서 기분이 좋아진 것 같았어요. 혹시 키스하면 호르몬인가 뭔가 분비되어 기분이 좋아지는 거예요?”나는 그 말에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너 진짜 의대 다니는 애 맞아? 설마 학교에서 공부는 안 하고 시간만 때우는 거 아니지?’나는 이런 물음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이었다.하지만 선영의 단순한 얼굴을 보자 뻔뻔하게 말했다.“맞아. 너무 총명한데.”애교 누나는 은근히 내 허리를 꼬집으며 나의 행동을 지적했다.나는 아픈 허리를 문지르며 중얼거렸다.‘일부러 그런 건데.’이렇게 몰래 썸 타는 기분이 은근히 스릴 있으니까.애교 누나는 더 이상 들킬까 봐 더 이상 나를 건드리지 못하고 눈빛으로 나를 쫓아냈다.나는 애교 누나와 정이라도 나눌 생각에 여기까지 왔는데,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돌아가자니 마음이 근질거렸다. 하지만 그때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라 애교 누나한테 말했다.“애교 누나, 허리 아프다고 하지 않았어요? 허리 문질러줄게요.”“아니에
“애교 누나, 앞으로 그런 말 하지 마요. 누나는 제 여신이에요. 전 한 번도 누나 나이가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 적 없어요.”내 말은 모두 진심이다.더군다나 애교 누나는 워낙 동안이고 예쁜지라 나이를 말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30대로 보지 않을 거다.아마 교복을 입으면 학생으로 봐줄지도 모른다.애교 누나는 뭐라 말하려 했지만 나는 바로 누나의 입을 막아버렸다.이윽고 내 혀를 누나의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40분 뒤, 나는 만족스럽게 애교 누나를 끌어안았다.“애교 누나, 앞으로 매일 이렇게 누나를 안고 잠들 걸 생각하니 너무 행복해요.”“수호 씨, 오늘 저녁 형과 형수랑 술자리에 나갔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 이렇게 빨리 돌아왔어요?”“하, 말도 마요.”술자리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나는 기분이 우울해졌다.“왜 그래요? 무슨 기분 나쁜 일이라도 있었어요?”애교 누나는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이제 곧 애교 누나와 연인 관계가 될 텐데, 숨길 필요도 없지.’나는 오늘 저녁 술자리에서 있었던 일을 곧이곧대로 애교 누나한테 얘기했다.“네? 동성 시가 수호 시를 소여정한테 보냈다고요? 이건 죽으라는 것밖에 더 돼요?”“애교 누나, 혹시 소여정을 알아요?”애교 누나는 고개를 저었다.“아는 건 아니지만 그 여자 이름은 많이 들어봤어요. 소여정이라는 여자, 엄청 예쁘고 화려하게 생겼죠?”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여자가 예쁘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그때 애교 누나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런데 사람들이 뒤에서 그 여자를 불여우라고 하는 거 알아요?”“왜요?”“왜긴 왜예요? 임천호한테 아내가 있는 걸 알면서 자발적으로 정부 노릇을 하고 있으니 불여우가 아니면 뭐예요?”애교 누나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생각해 보니 확실히 그런 듯싶다.그때 애교 누나가 말을 이었다.“그리고 그 여자 쉬운 상대 아니에요. 소문에 그 여자가 부유해진 뒤 계속 임천호한테서 도망치려고 했대요. 하도 임천호가 그 여자를 총애하니 망정이지, 다른 사람이
내가 불안에 떨고 있을 때, 갑자기 핸드폰이 진동했다.당연히 형수일 거라고 생각해 확인해 봤지만, 그건 낯선 번호, 그것도 S시의 번호였다.‘난 S시에 친구가 없는데? 이렇게 늦은 밤에 누구지?’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결국 전화를 받았다.그랬더니 전화 건너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강아지, 뭐해?”“헉, 제 핸드폰 번호는 어떻게 알았어요?”나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그랬더니 애교 누나도 내 행동에 놀라 따라 일어나면서 작은 소리로 물었다.“왜 그래요?”나는 입을 뻥끗하며 소리 없이 대답했다.“소여정이에요. 그 여자한테서 전화 왔어요.”애교 누나는 금세 불안해했다.그도 그럴 게, 우리 모두 소여정이 이 늦은 밤 전화를 한 목적이 뭔지 알고 있으니까.나는 얼른 핸드폰을 스피커폰 모드로 바꾸었다.그때 전화 건너편에서 소여정이 낮은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내가 알려고 하는 건 뭐든 찾아낼 수 있어. 더욱이 고작 우리 강아지 번호잖아.”나는 화가 나 얼른 경고를 날렸다.“강아지라고 부르지 마요.”“부를 건데. 부르면 어쩔 건데?”나는 눈알을 굴리며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말했다.“그래요. 계속 불러요. 어디 침대에서 부르는 것처럼 한번 불러봐요.”내 말에 애교 누나는 웃음이 터져 나와 얼른 입을 막았다.그사이 전화 건너편에 침묵이 흐르다가 갑자기 소여정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나를 잊지 못했을 줄 몰랐네. 나를 얻지 못했으니까 침대에서 어떤 소리를 내는지 알고 싶어? 본인 판타지를 충족하려고?”나는 애교 누나가 오해할까 봐 다급히 말했다.“헛소리하지 마요? 내가 언제 당신을 얻고 싶어 했다고 그래요? 그때는 무의식적으로 행동한 거거든요?”“그래? 그럼 내 카톡 추가할 배짱은 있어?”‘얘기하다 말고 갑자기 웬 카톡?’‘싫거든? 추가했다가 무슨 꼴을 당할 줄 알고.’나는 왠지 이 여자와 더 얽히면 절대 좋은 일이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바로 거절했다.“맞아요. 그럴 배짱 없어요. 됐죠?
정말 너무 위험했다. 애교 누나의 귀띔이 아니었다면 나는 소여정의 꼬임에 넘어갔을 거다.“애교 누나, 누나 덕에 살았어요. 누나가 아니었다면 또 저 여자한테 당했을 거예요.”그때 내 답장을 얻지 못한 소여정이 나한테 전화를 걸어왔다.“이봐, 강아지, 설마 나랑 장난한 거야? 친구 추가 요청 보냈는데 왜 수락하지 않아?”나는 진지하게 말했다.“방금 다시 생각했는데, 찌질한 나도 인정할게요. 하지만 그쪽과는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아요. 그쪽 손에 이미 약점이 잡혔는데, 여기서 더 이상 붙어 지내면 정말 입이 열 개라도 억울함을 호소하지 못해요.”“흥! 지금 후회하기엔 늦었어. 당장 수락해. 안 그러면 사진을 그 사람한테 보내 버릴 테니까.”‘또 이골 협박하는 거야? 정말 어이없네.’“이봐요, 좀 그만하면 안 돼요? 상류 사회 사람이라면서 왜 매번 이렇게 비열한 방법을 사용해요?”나는 여자를 추켜 세우며 여자를 설득하려 했지만, 여자가 어떤 속임수를 쓸지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그때 여자가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나 같은 게 무슨 상류 사회 사람이라는 거야? 예로부터 정부가 상류 사회 사람인 적은 없잖아.”그 말에 나는 애교 누나를 향해 도움의 눈빛을 보냈다. 그러자 애교 누나는 저도 방법이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그때, 형수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나는 다급히 소여정의 전화를 끊고 형수의 전화를 받았다.형수가 어디 있냐고 묻는 말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로 돌아간다는 대답했다.이윽고 애교 누나와 작별한 뒤, 베란다를 넘어 집으로 돌아갔다.“내 생각이 맞았네요. 애교 집에 갔던 거죠?”형수는 내 방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나는 다급히 다가가 형수의 손을 잡았다.“형수, 설마 질투하는 거예요?”“질투는 무슨. 수호 시와 애교 일 내가 모르는 것도 아니고.”“그럼 다행이고요. 참, 형과는 얘기 다 끝났어요?”나는 이게 가장 궁금했다.“앞으로 그런 일 다시는 안 하겠다고 약속했어요. 그리고, 내가 수호 씨의 씨를
그 시각, 안방.형은 침대에 앉아 벽에 귀를 대고 옆방 기척을 살피고 있었다.형은 형수와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정말 내 의견을 묻고 있는 게 맞는지 몰래 엿들을 생각이었다.하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형은 점점 불안했다. 결국 참지 못한 형은 조심스럽게 안방에서 나와 내 방 쪽으로 걸어왔다.그러고는 문에 귀를 대고 우리의 대화 내용을 엿들었다.그걸 알 리 없는 나와 형수는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 채 대화를 나눴다.“형수, 시간도 늦었는데 얼른 가서 쉬어요.”“급할 거 뭐 있어요? 수호 씨는 이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데요?”형수는 말하면서 일부러 내 옆에 앉았다.따뜻한 온기가 느껴지자 나는 곧바로 형수의 뜻을 알아채고 형수를 품에 안았다.“두고 봐야 할 것 같아요. 형이 겉으로 허락했지만 마음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거예요. 게다가 저는 형한테 미안한 일을 할 수 없어요.”나는 일부러 형수를 놀릴 생각으로 손은 진작 형수를 만져댔다.형수는 내 손길에 점점 느끼더니 결국 나한테 세게 입 맞췄다. 그러더니 내 어깨에 엎드려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수호 씨 형이 집에 없었더라면 당장 수호 씨를 잡아먹었을 거예요.”나도 형수의 귀에 대고 소곤댔다.“저도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지금은 조심하는 게 좋아요.”“한 번만 더 키스해 줘요. 그럼 갈게요.”나는 얼른 형수한테 진하게 키스했다.형수 역시 나한테 협조하고 있었다.나는 형수가 나를 좋아하는 것도, 나한테 만족감을 느낀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솔직히 애교 누나가 없었다면 난 아마 미친 듯이 형수한테 구애했을 거다.“됐어요, 이만 갈게요.”형수는 아쉬워하며 나를 밀어냈다.어찌 됐든, 형도 집에 있기에 너무 거리낌 없이 행동하면 안 된다.뭐든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문밖에 있던 형은 떠나겠다는 형수의 말에 다급히 화장실로 숨어 들었다.그리고 문을 여는 순간, 형수와 나는 이내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아왔다.한편, 화장실 안에 숨은 형은 자책하고 있었다.“수호랑
하지만 형수는 너무 오랫동안 침대에만 누워 있어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에 반해 양춘옥은 힘이 넘쳐나 손쉽게 형수를 제압했다.형수는 순간 폭발해 버렸다.“당, 당신 뭐 하는 거야?”양춘옥은 얼른 아들에게 말했다.“아들, 뭐 해? 얼른 밧줄을 찾아오지 않고. 이 여자 윗몸만 움직일 수 있고 아래는 못 움직여. 너한테 마침 좋은 기회잖아.”양춘옥의 아들은 얼른 벨트를 풀더니 형수의 손을 묶으려고 다가갔다.그 순간 나는 방으로 쳐들어가 그 남자를 발로 걷어찼다.양춘옥은 그 순간까지 현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그때 나는 양춘옥의 머리채를 잡고 그녀의 뺨을 내리쳤다.나는 양춤옥이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뺨을 후려갈겼다.형수는 위험한 순간에 나타난 나를 보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나 역시 형수가 깨어난 걸 보니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형수!”“수호 씨, 타이밍 너무 좋았어요. 이 둘은 인간도 아니에요! 감히...”형수는 흐느끼며 말을 잇지 못했다.나는 얼른 형수의 두 손을 꼭 잡았다.“알아요. 다 알아요. 형수, 걱정하지 마요. 이 사람들이 한 짓 내가 모두 찍었어요. 지금 경찰에 신고할게요.”양춘옥은 경찰에 신고한다는 내 말에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마구 달려들어 내 손에 있는 핸드폰을 빼앗으려고 했다.나는 또다시 양춘옥의 뺨을 내리쳤다.그러자 이번에는 양춘옥의 아들이 나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모자 둘이 달려들어도 내 상대는 아니었다.양춘옥은 더 이상 방법이 없자 그제야 무릎 꿇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정 사장님, 제발 신고하지 말아 주세요. 제 아들이 이제 막 출소했는데 또 잡히면 이번에는 끝장이에요.”나는 이를 악물며 양춘옥을 바라봤다.“당신 아들 생각하기 전에 우리 형수는 생각했어? 내가 마침 집에 오지 않았다면 당신과 당신 아들이 형수한테 끔찍한 짓을 저질렀을 거잖아.”“내가 아줌마를 얼마나 믿었는데, 이렇게 보답하는 거야? 정말 악독하기도 하지. 오늘 당신도 법의 처벌을 받게 될 거야.”“안 돼요. 정 사장
“뭐요? 너무 까다로운 거 아니에요?”“까다로운 게 아니라 원래부터 얌전하지 않은 여자인 것 같아. 남편과 잘 지내지 않고 별 같잖은 남자랑 바람이 났어. 정수호라는 사람인데, 매일 이 여자 몸을 닦아주러 와서 이 여자를 형수라고 불러...”“너무 막 나가는 거 아니에요? 이런 일이 다 있다니. 이 여자도 참 뻔뻔하네요.”아들의 말에 양춘옥이 말했다.“그러니까 내가 널 불러온 거잖아. 이 여자도 워낙 얌전하지 않은 여자니까 너도 욕구나 풀어보라고. 아들, 너 이제 막 감방에서 나와 많이 쌓였을 거 아니야?”“밖에서 아가씨 찾기보다 이 여자한테 욕구를 푸는 게 더 나아. 적어도 이 여자는 깨끗하잖아.”고태연은 두 모자의 대화를 들으면 들을수록 화가 치밀어 당장이라도 일어나 양춘옥의 뺨을 후려갈기고 싶었다.하지만 결국 그녀가 가장 걱정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것도 그녀가 혼자 집에 있을 때 말이다.이런 상황에서 당하면 다른 사람은 아무도 모를 거다.고태연은 너무 무섭고 두려웠다. 심지어 이 두 모자에게 이토록 모욕당할 바에는 죽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리고 그 시각 양춘옥과 아들의 대화를 들은 나도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하지만 나는 서둘러 안으로 쳐들어가지 않았다.나는 우선 거실에 설치했던 감시 카메라를 찾았다. 그랬더니 카메라는 어느새 구석으로 옮겨졌다.‘이 아줌마가! 나는 그래도 믿고 매일 카메라를 돌려보지 않았는데, 이런 짓을 하다니.’나는 핸드폰 녹화 기능을 켜고 방 안을 몰래 촬영했다.탐정 사무소에서 일을 하게 된 이후로 나는 뭐든 증거싸움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때 남자가 형수 몸에 바짝 붙어 다리에 코를 가져다 대며 냄새를 맡았다.“냄새 좋다. 식물인간한테서 이렇게 좋은 냄새가 나다니. 피부도 이렇게 좋고. 대박, 몸매도 완전 끝내주잖아.”양춘옥은 옆에서 키득거렸다.“당연하지. 그리고 무엇보다 이 여자는 깨끗해. 아들, 얼른 하지 않고 뭐 해?”“헤헤. 그럼 엄마는 밖에서 망 좀 봐...”양춘옥은
“나 그만 놀려요. 내가 보고 싶은데 왜 애교 누나 집에 와서 혼자 술을 마셔요?”나는 아직 어려 정치계 판을 잘 모른다지만 그렇다고 바보는 아니다.남주 누나는 내 말에 피식 웃었다.“우리 푸들 많이 똑똑해졌네? 예전처럼 타격감이 좋지 않아. 하지만 점점 더 귀여워.”나는 자꾸만 내 몸을 타고 올라오는 남주 누나의 손을 덥석 잡았다.“말해요. 대체 무슨 일이에요? 일에 무슨 문제 생겼어요?”“응. 이 세상에서 날 괴롭힐 수 있는 건 일밖에 없어.”“왜죠? 왜 혼인이나 가정 문제는 될 수 없어요?”“헛소리 아니야? 혼인과 가정이 나보다 중요할 리 없잖아.”‘맞다. 누나도 가정보다 자기 지위가 우선인 여자였지. 백연우처럼.’“그래서 일은 해결됐어요?”나는 그 말을 내뱉은 순간 후회했다. 해결되었으면 술로 기분을 달랠 리 없을 테니까.하지만 남주 누나는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해결된 셈이지. 하지만 강등됐어.”“얼마나요?”“아무 실권도 없는 말단직으로. 그래도 괜찮아. 이제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내 약점을 잡고 나 협박하는 사람 없을 테니까.”남주 누나는 강등된 건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 그건 아마도 자기 위로일 수 있었다.“이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시간도 아까운데 계속 즐겨볼까?”남주 누나는 또다시 나에게 다가왔다. 심지어 리듬 있는 음악을 틀어 놓아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며 나에게 또 충격을 안겨주었다.나와 남주 누나는 그사이 애교 누나가 집에 다녀갔다는 사실을 몰랐다.애교 누나는 내가 걱정되어 직접 와 봤다. 하지만 방에서 들리는 나와 남주 누나의 소리에 얼굴을 붉히며 물러났다.“남주였네. 다른데 좀 가지. 왜 우리 집에서 수호 씨를 꼬시는 거야?”애교 누나는 입을 삐죽거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뒤돌아섰다.나와 남주 누나는 한밤중까지 몸을 섞고 피곤한 몸을 한 채 잠이 들었다.오랜만에 푸는 욕구에 우리 둘 다 너무 흥분해 버린 탓이었다.심지어 남주 누나는 열정적이다 못해 심지어 내가 지금 동영상 촬영 현
남주 누나는 헤실 웃으며 말했다.“정수호네. 이리 와, 와서 한잔해.”나는 남주 주나 쪽으로 걸어갔다. 가까이 가봤더니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와인 두 병 중 한 병은 이미 텅 비어 있었고, 남주 누나도 이미 술에 취했는지 얼굴이 발그스름했다.“누나, 혼자 이렇게 마신 거예요?”남주 누나는 똑바로 앉아 내 팔을 감싸안았다.“너 아니면 애교를 불러 곁에 있어 달라고 부탁하려고 했는데 요즘 바쁘다고 해서 안 불렀어. 그런데 마침 이렇게 와 버렸네? 나랑 한잔해.”나는 지난번 남주 누나를 봤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 누나도 기분이 안 좋아 보였는데 아마도 일 때문인 것 같았다.그런데 이번에 이토록 취해 있는 걸 보니 일이 잘 안 풀리는 모양이었다.나는 남주 누나 손에 있는 와인을 빼앗았다.“그만 마셔요. 취했어요. 부축해 줄 테니 방에서 휴식해요.”“정수호, 예전에 너한테 장난치던 때가 그리워. 도 장난칠 테니까 내 장난 받아줘. 응? 나도 기분 좀 좋아지게.”남주 누나는 몽롱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그게 대체 뭐가 그립다는 건지.’나는 그때 너무 단순해 항상 남주 누나한테 농락당했다. 심지어 몇 번이나 나를 유혹하는 남주 누나를 눈앞에 두고 입맛만 다시며 마음을 졸였었다. 하지만 나는 그때가 조금도 그립지 않았다. 나는 하고 싶을 때면 마음대로 하는 지금이 더 좋다.“내가 네 소원 들어줄게.”남주 누나는 내 목을 끌어안고 취한 말투로 말했다.누나의 완벽한 몸매를 보니 나도 솔직히 몸이 달아올랐다. 하지만 남주 누나는 지금 많이 취한 상태고, 기분도 안 좋아 보이니 몸을 섞는다고 즐겁지는 않을 거다.“됐어요. 누나 지금 취했어요. 부축해 줄 테니 방에서 자요.”“나 많이 안 마셨어. 그냥 조금 알딸딸한 정도야. 나도 내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알아.”“있잖아. 나 요즘 너무 바빠서 남자 만날 시간도 없었어. 그러니 오늘 너 땡잡은 거야.”남주 누나는 말하면서 나를 자기 쪽으로 잡아당겼다.나는 술에 취한
“정 사장님, 물 바꿔드릴까요?”내가 형수의 팔을 닦아주는 동안 양춘옥이 방에 들어와 열정적으로 물었다.그 모습에 나는 간단히 말했다.“아니에요. 거의 다 닦아요.”나는 형수가 뭘 걱정하는지 몰랐다. 무엇보다 양춘옥이 문제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그때 양춘옥이 목적성이 다분한 질문을 했다.“정 사장님, 요즘 안 보이시던데 바쁘셨나요?”“네. 요즘 일이 바빠서 매일 오지 못해요. 그러니 이모님이 우리 형수님 잘 돌봐주세요. 참, 요즘도 제가 바쁘니 부탁드릴게요.”양춘옥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며 싱긋 웃었다.“정 사장님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무조건 잘 돌봐드릴게요.”“형수, 다 닦았어요. 형수가 깨끗한 걸 좋아하는 거 알고 특별히 피부 관리하는 스킨로션도 발라줬어요.”나는 형수를 돌본 뒤 옆에서 대화를 나누다가 고아연이 돌아온 뒤에야 떠났다.고아연은 나를 집 앞까지 마중하며 물었다.“요즘 바빠?”“네, 왜 그래요?”“아니, 별 건 아니고. 지난번에 찍는다던 영상을 안 찍었길래 바쁜가 해서.”“요즘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었어요.”이건 단순한 오락이라 돈을 버는 것에 비하면 당연히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그래. 그럼 앞으로 안 찾을게. 내 연락처 삭제해.”고아연은 갑자기 말투가 날카로워졌다.그 말에 나는 순간 멍해졌다.“여자들은 다 이래요? 심심하면 연락처 삭제하고? 이런 거 엄청 예의 없는 거 알아요?”고아연은 팔짱을 낀 채 웃었다.“우리는 원래부터 아는 사이도 아니었어. 그런데 지금 바빠서 영상 찍을 시간도 없다는데 내가 네 연락처를 왜 남겨? 난 원래 이래. 연락 자주 하지 않는 사람은 삭제해. 수호 씨도 마찬가지야.”나는 일부러 고아연에게 맞섰다.“그럼 형수가 지금 이러니까 형수도 삭제했겠네요?”“그래.”“흥. 누가 믿을 줄 알고.”“믿든 말든.”고아연의 모습은 거짓 같지 않았다.나는 이 순간 고아연을 또다시 봤다.“바쁜 일 다 처리하면 도와줄게요. 연락처 삭제하지 마요. 앞으로 또다시 추가하
애교 누나 얘기를 언급하니 내 기분은 저절로 다운되었다.“난 누구랑 결혼할지도 모르겠어.”“왜? 애교 누나랑 사이가 틀어졌어?”민우가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그런 건 아니야. 그냥 애교 누나랑 나는 결혼할 사이가 같지 않아. 애교 누나가 나한테 너무 관대하고 너무 풀어줘. 그래서 너무 진실감이 없어.”“헐. 여자 친구가 풀어주는 게 얼마나 좋은데? 네가 밖에서 다른 여자 만나도 뭐라 안 하고 오히려 응원해 준다며? 그렇게 좋은 여자 손전등 켜고 찾아도 없어.”현성과 민우는 나를 부러워했다.사실 나도 예전에는 똑같은 마음이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애교 누나는 너무 좋고 너무 관대하여 질투도 하지 않아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심지어 가끔 이 모든 게 허상이라는 생각도 들곤 한다.그에 반해 윤지은은 또 나에게 너무 현실을 체감하게 해준다. 좋아할 때도 질투할 때도 있어 오히려 더 커플 같은 느낌이 들곤 한다.“정수호, 너 진짜 쓰레기네. 너 설마 애교 누나 버리려고 그래?”현성이 갑자기 물었다.“헛소리. 내가 언제 버린다고 했어?”“그럼 아까 발언 무슨 뜻인데?”“난 그냥 애교 누나가 너무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뜻이지 버리겠다는 뜻 아니야. 함부로 누명 씌우지 마.”나는 바로 현성을 반박했다.하지만 그때 민우가 바로 끼어들었다.“사실 나도 네가 좀 쓰레기 같아. 아마 네가 만난 누나들이 다 너 같은 나쁜 남자를 좋아하나 보다.”“젠장. 내가 너희들한테서 무슨 좋은 말을 듣겠냐?”그날 저녁 퇴근 후 나는 형수네 집에 들렀다.그동안 너무 바빠 형수를 보러 오지도 못하고 몸을 닦아주지도 못했기에, 나는 얼른 따뜻한 물을 담아 형수 몸 곳곳을 닦아주었다.형수는 이렇게 오랫동안 누워만 있었지만 뺌은 여전히 발그스름하고 피부도 백옥 같은 피부에 핑크빛이 감돌았다.아마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그저 잠자고 있다고 생각할 거다.내가 형수의 몸을 닦아주는 동안 형수의 가슴은 사실 콩닥콩닥 북을 쳤다.‘수호 씨가 이제야 날
“이 얘기는 이쯤에서 하고. 말해요, 서나연 씨 일 외에 다른 볼 용건 있어요?”나는 화제를 다시 끌어왔다.그러자 소여정은 내 턱을 잡으며 생글생글 웃었다.“있지 그럼. 너 놀리러 왔어. 내가 너 놀리는 거 오랜만이잖아.”“미쳤어요?”나는 다급히 소여정의 손을 쳐냈다.“날 미친X 취급해? 내가 진짜 너 가만 안 둔다?”“못 믿겠어요. 나 이제 임천호도 안 두려운데 소여정 씨를 두려워하겠어요?”나는 소여정에게 계속 휘둘리고 싶지 않았다.소여정은 대단하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오호라. 며칠 새에 많이 컸네? 그런데 그런 모습 점점 더 좋아지는데?”소여정은 정말 역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매번 나타났다 하면 나에게 귀찮은 일을 던져주곤 한다.물론 내가 이제 임천호를 두려워하지 않는다지만 그렇다고 귀찮은 일에 휘말리고 싶지는 않았다.나는 그저 장사를 잘해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내가 소여정을 무시하자 소여정도 나를 보는 체도 하지 않고 스스로 가게 안을 둘러봤다. 그러다가 결국 몇 가지 선물 세트를 골랐다.소여정이 계산하려고 할 때 나는 다시 그녀에게 다가갔다.“선물 세트 사서 누구한테 주려고요?”“이젠 임천호 안 두렵다며? 내가 누구한테 주든 무슨 상관이야? 아니면 내가 이 선물을 가져갔다가 이 가게에서 샀다는 걸 들킬까 봐 그러는 거야?”소여정은 마치 내 배에서 나오기라도 한 것처럼 나를 빠삭하게 알았다.“찾아오겠으면 찾아오라고 해요. 소여정 씨는 정상적인 소비예요.”나는 말발로 소여정을 이길 수 없다는 생각에 바로 뒤돌아 떠나갔다. 하지만 마음은 여전히 후들거렸다.소여정은 물건을 구매한 뒤 가게에서 택배로 보낼 수 있는지 물었다. 그 질문에 점원 한 명이 가능하다고 대답했다.소여정은 주소 하나를 남기고 직원더러 선물 세트를 주소에 적인대로 보내달라고 당부했다.소여정이 떠난 뒤 나는 그 위에 적힌 주소를 확인했다. 주소는 H시로 되어 있고, 받는 이는 ‘소원규’로 되어 있었다.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은 이름에 한참을 떠
“누구한테 들었어?”“그건 상관하지 마요. 맞는지 아닌지만 대답해요.”나는 얼렁뚱땅 넘기려고 했다.다행히 소여정은 내 질문을 회피하지 않고 바로 인정했다.“맞아. 나도 예전에 윤지은과 임유미처럼 잘 사는 집 딸이었어. 안 그러면 우리 넷이 왜 친구가 됐겠어?”하긴. 소여정은 나를 바라보더니 갑자기 물었다.“뭐 하나만 물을게. 소씨 가문 사람들이 강북에 있지?”“그걸 어떻게 알아요?”나는 흠칫 놀랐다.그 말에 소여정이 대답했다.“어떻게 알았는지는 알려고 하지 마. 맞는지 아닌지만 말해.”소여정이 이렇게 묻는다는 건 이미 단서를 찾았다는 뜻이기에 나는 사실대로 대답했다.“맞아요. 임천호 아내가 강북에 와서 요즘 유미 사모님과 같은 동네인 백조의 호수에 살아요.”“백조의 호스? 보아하니 나도 그곳에 집을 마련해야겠네.”소여정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그 말에 내 눈은 휘둥그레졌다.“지금 제정신이에요? 소씨 가문 사람들이 그곳에 있는데 멀리 숨지는 못할망정, 같은 동네에 살겠다고요? 대체 무슨 생각인 거예요? 설마 서나연 씨를 쫓아내고 본인이 임천호 아내가 되려고 그래요?”소여정은 생글생글 웃으며 물었다.“안돼? 임천호가 얼마나 대단해. 나한테도 잘해주고.”“대단하긴 무슨. 부시장님과 윤 회장님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더만.”나는 내가 임천호 뒷담화를 하는 날이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소여정은 나를 다시 봤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정수호, 대단하네. 임천호를 그렇게 말하고. 임천호가 안 뒤 죽이려고 할까 봐 두렵지 않아?”“내가 임천호 산하의 대출 회사도 무너뜨렸는데, 임천호를 무서워하는 거로 보여요?”나도 비록 내가 너무 잘난체 한다는 걸 알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정말 참을 수가 없다.이 세상에 허영심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게다가 이건 내가 평생 자랑스럽게 말하고 다닐 일이기도 하다.소여정은 입을 가리며 웃었다.“아주 어깨뽕이 하늘로 치솟는구먼? 그 대출 회사 임천호한테 엄청 중요한 회사인 건
“오, 오빠가 뭘 하려는지 알아요. 만약 하고 싶으면 날 오빠한테 줄 수 있어요.”주선영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옷자락을 잡고 긴장한 표정으로 고백했다.이건 현성에 대한 인정이었다. 현성은 너무 설레어 심장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그는 두말없이 주현영을 와락 끌어안았다.그러자 주현영이 이내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여, 여기서는 안 돼요. 우리... 호텔 가요.”“그래, 바로 가자.”나는 현성과 주현영이 손잡고 뛰쳐나오는 걸 본 순간, 현성이 오늘 소원을 이룰 거라는 걸 알았다.나는 싱긋 웃으며 현성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파이팅.”“당연하지.”현성은 헤헤 웃으며 말했다.이윽고 두 사람은 손을 잡고 기쁜 얼굴로 떠나갔다.나는 얼른 이 기쁜 소식을 민우에게 알려주려고 전화했다.[수호야. 왜 그래? 나 지금 바빠.]민우는 목소리를 한껏 낮추고 말했다.그 목소리에 나는 의아했다.“너 지금 뭐 해? 가게 보는 거 아니었어?”[설아가 점심에 나 찾아와서 지금 설아랑 호텔에 있어.]“헐, 너 뭐야? 임설아랑 결실을 보는 거야?”‘왜 친구들한테 버림당해 혼자가 되었다는 느낌이 들지?’민우는 헤실 웃었다.[이만 끊어. 설아가 샤워하러 갔다가 지금 나와. 우리 오늘 마지막까지 갈 거거든.]민우는 말을 마치자마자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이 상황에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대충 음식을 먹고 가게로 돌아가는 것뿐이었다.하지만 혼자 사무실에 앉아 있을수록 기분이 안 좋았다.예전에는 내가 민우와 현성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었는데, 현재는 내가 두 사람을 부러워하는 꼴이 되었으니.하지만 윤지은과 애교 누나한테는 연락할 엄두도 나지 않고 형수는 아직 혼미해 있으니 누구를 찾아야 할지 고민이었다.나는 주위에 여자가 끊이지 않다고 이렇게 외로이 혼자 남는 날이 오게 될 줄은 몰랐다.‘정수호 몰락했네. 몰락했어!’내가 속으로 감개무량해하고 있을 때 아래층에서 직원 한 명이 나를 불렀다.“정 사장님, 누가 찾아왔어요.”“알았어요. 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