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호!”왕정민은 이를 악물며 분을 삼켰다.하지만 왕정민이 분노할수록 나는 너무 상쾌했다.‘그러게 왜 애교 누나를 모함해서는. 꼴 좋다!’“이가 부서지도록 갈아봤자 소용없어. 증거가 우리 손에 있으니 우리가 말한 대로 해. 안 그러면 그 더러운 짓들 다 폭로할 거니까.”“애교 누나가 요구한 게 많지도 않 잖아. 원래 애교 누나 것이기도 하고. 자기 걸 돌려받겠다는 게 뭐가 잘못이지?”애교 누나는 역시 너무 착해서 탈이다. ‘이럴 때 세게 뜯어낼 것이지.’만약 다른 까다로운 여자라면 왕정민은 아마 살가죽이 벗겨지고도 남았을 것이다.이것 역시 내가 애교 누나를 안쓰러워하는 이유다.다른 사람한테 상처받아도 여전히 착함을 유지하는 거.‘이렇게 좋은 아내를 어디서 찾는다고. 왕정민, 정말 복에 겨운 줄도 모르고 이기적인 자식!’“왕정민, 이 일은 수호 씨랑 상관없어. 다른 사람한테 화풀이하지 마.”애교 누나가 나서서 나를 보호했다.애교 누나는 역시 나를 아끼는 모양이다. 왕정민이 나를 해칠까 봐 걱정하는 걸 보면.그때 왕정민은 풀이 죽어 말했다.“일이 이렇게 됐으니 나도 할 말이 없네. 원하는 대로 할게. 하지만 각서를 써. 앞으로 다시는 나한테 매달리지 않고, 그 영상과 사진 유출하지 않겠다고.”‘왕정민, 정말 소인배가 따로 없네. 그렇게 소인배인데 배는 왜 저렇게 나왔는지.’애교 누나는 더 이상 왕정민과 더 이상 엮일 생각이 없었기에 매달릴 리가 없다.‘몇 년 동안 부부로 지냈다며 아직도 애교 누나를 모르나? 애교 누나가 약속을 어길 사람으로 보이나?’역시 사람은 시련을 이기지 못한다. 얼굴 붉히며 싸우고 나니 자기 이익만 챙기고, 감정 따위 고려하지도 않으니.그에 반해 애교 누나는 그저 본인 것을 돌려받고 싶어 할 뿐이니, 너무 착하다.하지만 그런 애교 누나도 왕정민의 행동에 화가 나 버럭 소리쳤다.“그래, 그러면 똑똑히 적어, 집은 원래 내 거고, 돈은 당신이 자발적으로 주는 거라고. 앞으로 다시는 나한테 집적대지 않겠
“계속 그렇게 뻔뻔하게 나오면 협상 결렬이야. 이혼소송 준비해. 그때 가서 누가 더 손해인지 두고 보자고.”왕정민은 얼굴이 잿빛이 되어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왕정민의 재산이 이것뿐만이 아닌 건 나도 아는 사실이다.그저 애교 누나한테 조금이라도 적게 주려고 머리를 쓰고 있는 것뿐이다.나는 얼른 애교 누나한테 말했다.“애교 누나, 됐어요. 왕정민이 성의도 없어 보이니 그 여자를 찾아가죠.”내 말에 왕정민은 바로 반응했다.“알았어. 그 1억 7300만은 내가 더 송금할게. 각서나 써.”왕정민은 씩씩거리며 애교 누나한테 또 1억 7300만 원을 송금했다.애교 누나는 기분이 안 좋아 마음을 가라앉힐 수 없었던 건지, 각서를 쓰는 일은 나한테 맡겼다.나는 곧바로 각서를 작성했다. 게다가 애교 누나한테 이익이 최대로 보증될 수 있도록 생각나는 건 모두 적었다.쌍방은 협상과 수정을 거쳐 결국 합의하기로 결정했다.“나 내일 오후에 시간 되니까 법무사 사무소에서 봐. 모든 절차가 끝나면 당장 이혼해 줘.”왕정민은 자기의 요구를 제기했다.그러자 애교 누나가 대답했다.“걱정하지 마. 당신만 약속 지키면 돼. 난 절대 약속 어기는 일은 없을 테니까.”왕정민은 그 길로 바로 떠나지 않고 나를 바라봤다.“협상도 했겠다, 이제 내 말에 솔직하게 대답해 봐.”“또 뭔데?”“당신 정수호랑 무슨 관계야?”왕정민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애교 누나는 당황해서 눈빛이 흔들렸다. 하지만 이내 흔들림 없는 말투로 말했다.“우리는 아무 사이도 아니야. 사람 모함하지 마.”“그래? 그렇다면 궁금하네? 정수호를 어떻게 설득했어? 진동성도 속아 넘어갔잖아.”왕정민은 그동안 궁금했던 걸 물었다.나는 애교 누나가 살짝 당황하는 모습을 보자 말실수라도 할까 봐 얼른 나섰다.“형이 나한테 제안할 때부터 난 싫었어. 게다가 애교 누나랑 지내면서, 애교 누나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았고, 상처 주기 싫었어.”“그러니까 갑자기 양심의 가책을 느껴져 나를 배신했다고?”왕정민은 나
그걸 인지한 순간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놀란 표정으로 나와 애교 누나를 번갈아 보는 선영의 모습이 보였다.나와 애교 누나는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애교 누나도, 나도 너무 당황했다.그때 애교 누나가 얼른 선영의 손을 잡으며 설명했다.“선영아,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 나랑 수호 씨는 아무 사이도 아니야. 그냥... 그냥...”애교 누나는 머리가 뒤죽박죽이 되어 말에 조리가 없었다. 심지어 한참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이유를 대지 못했다.그걸 보다 못한 내가 얼른 끼어들었다.“선영아, 사실 이건 내가 사람을 위로해 주는 방식이야. 네가 볼 때 무례하다고 생각될 수 있겠지만, 나랑 애교 누나는 이미 익숙해졌어.”선영은 눈을 깜빡거리며 한참을 생각하더니 물었다.“그럼 내 기분이 안 좋아도 그렇게 위로해 줄 거예요?”‘그렇다면 너무 난감한데.’하지만 나는 뻔뻔하게 대답했다.“그렇지. 너만 괜찮다면.”선영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나, 난 괜찮아요. 애교 언니도 수호 오빠 키스를 받고 나서 기분이 좋아진 것 같았어요. 혹시 키스하면 호르몬인가 뭔가 분비되어 기분이 좋아지는 거예요?”나는 그 말에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너 진짜 의대 다니는 애 맞아? 설마 학교에서 공부는 안 하고 시간만 때우는 거 아니지?’나는 이런 물음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이었다.하지만 선영의 단순한 얼굴을 보자 뻔뻔하게 말했다.“맞아. 너무 총명한데.”애교 누나는 은근히 내 허리를 꼬집으며 나의 행동을 지적했다.나는 아픈 허리를 문지르며 중얼거렸다.‘일부러 그런 건데.’이렇게 몰래 썸 타는 기분이 은근히 스릴 있으니까.애교 누나는 더 이상 들킬까 봐 더 이상 나를 건드리지 못하고 눈빛으로 나를 쫓아냈다.나는 애교 누나와 정이라도 나눌 생각에 여기까지 왔는데,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돌아가자니 마음이 근질거렸다. 하지만 그때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라 애교 누나한테 말했다.“애교 누나, 허리 아프다고 하지 않았어요? 허리 문질러줄게요.”“아니에
“애교 누나, 앞으로 그런 말 하지 마요. 누나는 제 여신이에요. 전 한 번도 누나 나이가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 적 없어요.”내 말은 모두 진심이다.더군다나 애교 누나는 워낙 동안이고 예쁜지라 나이를 말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30대로 보지 않을 거다.아마 교복을 입으면 학생으로 봐줄지도 모른다.애교 누나는 뭐라 말하려 했지만 나는 바로 누나의 입을 막아버렸다.이윽고 내 혀를 누나의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40분 뒤, 나는 만족스럽게 애교 누나를 끌어안았다.“애교 누나, 앞으로 매일 이렇게 누나를 안고 잠들 걸 생각하니 너무 행복해요.”“수호 씨, 오늘 저녁 형과 형수랑 술자리에 나갔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 이렇게 빨리 돌아왔어요?”“하, 말도 마요.”술자리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나는 기분이 우울해졌다.“왜 그래요? 무슨 기분 나쁜 일이라도 있었어요?”애교 누나는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이제 곧 애교 누나와 연인 관계가 될 텐데, 숨길 필요도 없지.’나는 오늘 저녁 술자리에서 있었던 일을 곧이곧대로 애교 누나한테 얘기했다.“네? 동성 시가 수호 시를 소여정한테 보냈다고요? 이건 죽으라는 것밖에 더 돼요?”“애교 누나, 혹시 소여정을 알아요?”애교 누나는 고개를 저었다.“아는 건 아니지만 그 여자 이름은 많이 들어봤어요. 소여정이라는 여자, 엄청 예쁘고 화려하게 생겼죠?”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여자가 예쁘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그때 애교 누나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런데 사람들이 뒤에서 그 여자를 불여우라고 하는 거 알아요?”“왜요?”“왜긴 왜예요? 임천호한테 아내가 있는 걸 알면서 자발적으로 정부 노릇을 하고 있으니 불여우가 아니면 뭐예요?”애교 누나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생각해 보니 확실히 그런 듯싶다.그때 애교 누나가 말을 이었다.“그리고 그 여자 쉬운 상대 아니에요. 소문에 그 여자가 부유해진 뒤 계속 임천호한테서 도망치려고 했대요. 하도 임천호가 그 여자를 총애하니 망정이지, 다른 사람이
내가 불안에 떨고 있을 때, 갑자기 핸드폰이 진동했다.당연히 형수일 거라고 생각해 확인해 봤지만, 그건 낯선 번호, 그것도 S시의 번호였다.‘난 S시에 친구가 없는데? 이렇게 늦은 밤에 누구지?’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결국 전화를 받았다.그랬더니 전화 건너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강아지, 뭐해?”“헉, 제 핸드폰 번호는 어떻게 알았어요?”나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그랬더니 애교 누나도 내 행동에 놀라 따라 일어나면서 작은 소리로 물었다.“왜 그래요?”나는 입을 뻥끗하며 소리 없이 대답했다.“소여정이에요. 그 여자한테서 전화 왔어요.”애교 누나는 금세 불안해했다.그도 그럴 게, 우리 모두 소여정이 이 늦은 밤 전화를 한 목적이 뭔지 알고 있으니까.나는 얼른 핸드폰을 스피커폰 모드로 바꾸었다.그때 전화 건너편에서 소여정이 낮은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내가 알려고 하는 건 뭐든 찾아낼 수 있어. 더욱이 고작 우리 강아지 번호잖아.”나는 화가 나 얼른 경고를 날렸다.“강아지라고 부르지 마요.”“부를 건데. 부르면 어쩔 건데?”나는 눈알을 굴리며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말했다.“그래요. 계속 불러요. 어디 침대에서 부르는 것처럼 한번 불러봐요.”내 말에 애교 누나는 웃음이 터져 나와 얼른 입을 막았다.그사이 전화 건너편에 침묵이 흐르다가 갑자기 소여정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나를 잊지 못했을 줄 몰랐네. 나를 얻지 못했으니까 침대에서 어떤 소리를 내는지 알고 싶어? 본인 판타지를 충족하려고?”나는 애교 누나가 오해할까 봐 다급히 말했다.“헛소리하지 마요? 내가 언제 당신을 얻고 싶어 했다고 그래요? 그때는 무의식적으로 행동한 거거든요?”“그래? 그럼 내 카톡 추가할 배짱은 있어?”‘얘기하다 말고 갑자기 웬 카톡?’‘싫거든? 추가했다가 무슨 꼴을 당할 줄 알고.’나는 왠지 이 여자와 더 얽히면 절대 좋은 일이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바로 거절했다.“맞아요. 그럴 배짱 없어요. 됐죠?
정말 너무 위험했다. 애교 누나의 귀띔이 아니었다면 나는 소여정의 꼬임에 넘어갔을 거다.“애교 누나, 누나 덕에 살았어요. 누나가 아니었다면 또 저 여자한테 당했을 거예요.”그때 내 답장을 얻지 못한 소여정이 나한테 전화를 걸어왔다.“이봐, 강아지, 설마 나랑 장난한 거야? 친구 추가 요청 보냈는데 왜 수락하지 않아?”나는 진지하게 말했다.“방금 다시 생각했는데, 찌질한 나도 인정할게요. 하지만 그쪽과는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아요. 그쪽 손에 이미 약점이 잡혔는데, 여기서 더 이상 붙어 지내면 정말 입이 열 개라도 억울함을 호소하지 못해요.”“흥! 지금 후회하기엔 늦었어. 당장 수락해. 안 그러면 사진을 그 사람한테 보내 버릴 테니까.”‘또 이골 협박하는 거야? 정말 어이없네.’“이봐요, 좀 그만하면 안 돼요? 상류 사회 사람이라면서 왜 매번 이렇게 비열한 방법을 사용해요?”나는 여자를 추켜 세우며 여자를 설득하려 했지만, 여자가 어떤 속임수를 쓸지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그때 여자가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나 같은 게 무슨 상류 사회 사람이라는 거야? 예로부터 정부가 상류 사회 사람인 적은 없잖아.”그 말에 나는 애교 누나를 향해 도움의 눈빛을 보냈다. 그러자 애교 누나는 저도 방법이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그때, 형수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나는 다급히 소여정의 전화를 끊고 형수의 전화를 받았다.형수가 어디 있냐고 묻는 말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로 돌아간다는 대답했다.이윽고 애교 누나와 작별한 뒤, 베란다를 넘어 집으로 돌아갔다.“내 생각이 맞았네요. 애교 집에 갔던 거죠?”형수는 내 방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나는 다급히 다가가 형수의 손을 잡았다.“형수, 설마 질투하는 거예요?”“질투는 무슨. 수호 시와 애교 일 내가 모르는 것도 아니고.”“그럼 다행이고요. 참, 형과는 얘기 다 끝났어요?”나는 이게 가장 궁금했다.“앞으로 그런 일 다시는 안 하겠다고 약속했어요. 그리고, 내가 수호 씨의 씨를
그 시각, 안방.형은 침대에 앉아 벽에 귀를 대고 옆방 기척을 살피고 있었다.형은 형수와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정말 내 의견을 묻고 있는 게 맞는지 몰래 엿들을 생각이었다.하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형은 점점 불안했다. 결국 참지 못한 형은 조심스럽게 안방에서 나와 내 방 쪽으로 걸어왔다.그러고는 문에 귀를 대고 우리의 대화 내용을 엿들었다.그걸 알 리 없는 나와 형수는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 채 대화를 나눴다.“형수, 시간도 늦었는데 얼른 가서 쉬어요.”“급할 거 뭐 있어요? 수호 씨는 이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데요?”형수는 말하면서 일부러 내 옆에 앉았다.따뜻한 온기가 느껴지자 나는 곧바로 형수의 뜻을 알아채고 형수를 품에 안았다.“두고 봐야 할 것 같아요. 형이 겉으로 허락했지만 마음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거예요. 게다가 저는 형한테 미안한 일을 할 수 없어요.”나는 일부러 형수를 놀릴 생각으로 손은 진작 형수를 만져댔다.형수는 내 손길에 점점 느끼더니 결국 나한테 세게 입 맞췄다. 그러더니 내 어깨에 엎드려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수호 씨 형이 집에 없었더라면 당장 수호 씨를 잡아먹었을 거예요.”나도 형수의 귀에 대고 소곤댔다.“저도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지금은 조심하는 게 좋아요.”“한 번만 더 키스해 줘요. 그럼 갈게요.”나는 얼른 형수한테 진하게 키스했다.형수 역시 나한테 협조하고 있었다.나는 형수가 나를 좋아하는 것도, 나한테 만족감을 느낀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솔직히 애교 누나가 없었다면 난 아마 미친 듯이 형수한테 구애했을 거다.“됐어요, 이만 갈게요.”형수는 아쉬워하며 나를 밀어냈다.어찌 됐든, 형도 집에 있기에 너무 거리낌 없이 행동하면 안 된다.뭐든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문밖에 있던 형은 떠나겠다는 형수의 말에 다급히 화장실로 숨어 들었다.그리고 문을 여는 순간, 형수와 나는 이내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아왔다.한편, 화장실 안에 숨은 형은 자책하고 있었다.“수호랑
형수의 이 방법은 너무나도 좋았다. 단번에 책임을 형한테 넘겨버렸으니.형은 헤실 웃으며 대답했다.“미안한 일을 한 건 아니야. 그냥 갑자기 자기가 너무 좋다는 걸 발견해서 그래.”형수는 당연히 형의 말을 믿지 않았다.남자는 갑자기 여자한테 잘해줄 리도 없고, 아무 이유 없이 자책하지도 않으니까.무조건 미안한 일을 해야 갑자기 이런 반응이 나온다.형수도 이런 갑작스러운 자책과 후회가 사랑이 아니라 짧은 소유욕이라는 걸 알고 있다.남자가 여자를 사랑하는 건 행동 하나하나에서 드러나지, 이렇게 말로만 나불거리는 게 아니니까.때로는 여자가 뭐든 너무 꿰뚫어 보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니다. 마치 형수처럼.형수는 형이 왜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지 이미 눈치챘다. 그리고 전에 자기 요구에 동의한 것도 진심으로 동의한 게 아니라 일종의 시험에 불과하다는 걸 알아챘다. 그와 동시에 슬픔과 실망감이 밀려왔다.‘진동성, 그렇게 좋은 남편인 척하더니 계속 나를 의심했던 거였어? 이게 사랑이야?’하지만 형이 아무리 나빠도 왕정민 정도는 아니라 형수도 이혼할 생각까지는 없었다.이 혼인은 형수한테 있으나 없으나 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또 깨기는 아까운 것이기도 하다. 그저 버티다 보면 함께 계속 생활할 수야 있지만, 열정과 사랑이 늘 부족할 거고.형수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형수의 손등을 톡톡 두드렸다.“됐어, 늦었으니까 그만 자.”그런데 형은 갑자기 흥이 났는지 형수한테 달라붙었다.“한 번만 하고 자자.”형수는 역겨운 듯 말했다.“서지도 못하면서 뭘 하겠다는 거야?”“자기가 도와주면 될지도 몰라.”“내가 당신 도우면, 누가 날 돕는데? 예전에도 도와줬는데 본인이 어땠는지 잊었어?”형수는 말을 마치고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형은 민망했지만 헤실 웃으며 얼른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됐어, 그만 화 풀어. 내가 몸조리 잘할게.”이에 형수는 너무 어이없어 몸조리 잘한다 쳐도, 애 가질 수나 있냐고 따져 물으려 했다. 하지만 앞으로 계속 형과 함께 살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