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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3화

정말 안되면 이대로 문을 부숴버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것 역시 애교 누나의 도움이 필요하다.

애교 누나는 나에게 그렇게 하라는 눈빛을 보내며 선영의 주의를 돌렸다.

나는 얼른 화장대에서 벽돌처럼 무거운 물병 하나를 들고 문 쪽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그 물병으로 문을 부수려는 순간, 밖에서 실루엣 하나가 보였다. 그것도 남자 실루엣.

그 실루엣의 주인은 덩치가 크고 심지어 눈에 익었다.

“이애교, 감히 나 몰래 집에 다른 남자를 끌어들이고 내 재산까지 노려? 이 여편네가!”

그 실루엣은 다름 아닌 왕정민이었다.

나와 애교 누나는 동시에 당황했다.

이 시간에 왕정민이 갑자기 쳐들어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으니까.

바깥에서 들리는 소리에 선영은 무의식적으로 벌떡 일어섰고, 자연스레 문 앞에 서 있는 나를 발견했다.

선영은 내가 벌거벗은 채 팬티 한 장만 달랑 걸친 채로 갑자기 욕실에 나타난 걸 보자 곧바로 소리 질렀다.

“아!”

“쉿, 선영아, 조용히 해.”

애교 누나는 선영의 입을 막으며 귀띔했다.

“왕정민이 밖에 있어. 그런데 우리 셋이 이 꼴로 욕실에 있다면 분명 이 기회를 이용하려 들 거야. 언니 좀 도와줘.”

그 말에 선영은 멍해졌다. 게다가 단순한 얼굴에 혼란과 공포가 가득했다. 하지만 이내 조심스럽게 물었다.

“내가 뭘 하면 되는데요?”

애교 누나는 한참 생각하다가 말했다.

“사실 수호 씨는 내가 부른 거야. 왕정민이 오늘 찾아올 줄 알고. 왕정민이 계속 나랑 수호 씨 관계 의심해. 그래서 무조건 단념시켜야 해. 그러니 이따가 왕정민이 물으면 수호 씨가 네 남자 친구라고 해.”

애교 누나가 이렇게 대단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위기에서 벗어난 것도 모자라 자기를 도울 방법을 생각하다니.

그야말로 일거양득이었다.

물론 방법이 조금 터무니없지만.

이 욕실 안에 나와 선영 둘뿐이라면 말이 된다. 하지만 지금 욕실 안에는 우리 셋이 함께 있다.

왕정민이 바보도 아니고, 그런 게 통할 리가.

“누나, 형부가 안 믿을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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