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검색해 봤어요. 인터넷에서 그러는데 우리나라 여성은 대부분 한평생 오르가슴이 뭔지도 못 느껴본대요. 그리고 그걸 느끼기 어렵대요.”“그거로 병원까지 가기는 민망해서 계속 속에만 담아두고 있었는데, 방금 수호 씨랑 할 때 느꼈어요. 왕정민이 너무 못하는 거였어요. 나를 만족시켜 줄 수 없던 거였어요.”애교는 말하다가 끝내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애교가 왕정민과 결혼한 지 자그마치 7년이다.한 여자의 인생에 7년이 몇 번이나 올까?자기의 가장 예쁜 청춘과 아름다운 세월을 모두 왕정민한테 바쳤는데, 아내가 느껴봐야 할 즐거움조차 경험해 보지 못했고.항상 참으며 아무 말도 안 하고, 사사건건 왕정민을 위해 생각하고 왕정민의 자존심과 체면을 지켜주며 현모양처로 지냈는데, 오히려 배신으로 돌아왔으니애교는 자기 상황이 못내 슬펐다.워낙 보수적인 성격이라 항상 이런 걸 혼자 끙끙 앓기만 해왔으니.만약 태연 혹은 남주 같은 성격이면 이토록 억울한 일을 당하고 있지만 않았을 텐데 말이다.그걸 생각하니 애교는 더 괴로워 났고, 더 슬펐다.30이 넘은 나이에 이제 겨우 여자의 즐거움을 느껴보다니, 일전의 몇 년은 시간만 낭비한 셈이다.나는 그런 애교 누나가 너무 안쓰러워 품에 꼭 껴안고 말했다.“괜찮아요. 지금도 늦지 않았어요. 앞으로 누나 매일 행복하게 해줄게요.”애교 누나는 내 말에 피식 웃더니 먼저 내 위로 올라왔다.“수호 씨, 괜찮아요? 아직 힘 남아 있어요?”나는 애교 누나의 뜻을 단번에 이해하고 바로 대답했다.“당연하죠.”...그 시각, 애교네 집.남주는 비틀거리는 동성과 태연을 보며 숨을 헐떡거렸다.“힘들어 죽겠네. 수호야, 내가 너한테 기회를 마련해주려고 이렇게 고생하니까 실망하게 하지 마.”술을 권하는 남주를 거절하지 못하고 잔뜩 취한 동성은 코까지 골며 자고 있었고, 태연은 혼자 계속 들이붓다가 끝내 취해버렸다.오늘 수호와 애교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고 있기에 그걸 생각하기도, 마주하기도 싫었으니까.그
“목소리가 왜 이상해요? 몸매도 아까랑 완전히 다른데.”이상함을 느낀 나는 곧바로 눈을 떴다.그리고 다음 순간 나는 심장이 철렁했다.내가 안고 있는 사람이 애교 누나가 아닌 남주 누나라는 걸 발견했으니까.하지만 취기가 남아 있어 머리가 여전히 맑지 못했다.심지어 무의식적으로 내가 안고 있던 애교 누나가 왜 갑자기 남주 누나로 변했다고 생각했다.한참 동안 어리둥절해 있던 나는 상황을 파악한 순간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남주 누나, 누나가 왜 여기 있어요? 애교 누나는요?”나는 너무 당황했다.‘내가 방금 안았던 사람이 누구지? 설마 남주 누나였나?’남주 누나는 팔짱을 낀 채 눈을 가늘게 접으며 나를 바라봤다.“어떨 것 같아?”누나의 그런 표정에 나는 점점 더 심하게 식은땀을 흘렸다.“애교 누나, 어디 있어요?”내가 다급히 불러대자 침실에서 애교 누나의 가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나 요기 있어요. 너무 피곤해서 좀 쉴게요.”누나의 대답을 듣자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애교 누나도 있으면 됐어.’그렇다는 건 내가 겪은 게 환각이나 꿈은 아니니까.아까 나랑 같이 뒹굴던 사람도 애교 누나고.남주 누나의 옷차림을 다시 보니 처음부터 이런 차림새로 이곳에 온 모양이었다.나는 그제야 겨우 안도했다.“남주 누나, 놀랐잖아요. 왜 한밤중에 여기까지 왔어요?”그때 남주 누나가 나한테 바싹 다가오더니 호기심 가득한 말투로 물었다.“내 친구 어땠어? 기분 좋지?”“남주 누나, 왜 그런 물음을 물어봐요? 부끄럽지도 않아요?”남주 누나는 내 팔뚝을 힘껏 꼬집었다.“이미 다 잤으면서 부끄러워하긴. 얼른 말해. 애교랑 할 때 어땠어?”그 고통에 나는 하마터면 소리 지를 뻔했다. 심지어 술도 반쯤 깨 다급히 말했다.“당연히 좋죠. 어떻겠어요?”“내 말은 애교는 어땠냐고?”나는 한참 동안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처음에는 긴장해서 몸이 뻣뻣하게 굳어 있었는데 천천히 달래주니 점점 긴장을 풀었어요. 그러다가 나중에는 즐기기도 했고. 속궁
남주 누나는 기지개를 켜며 만족스러운 듯 말했다.“됐어. 나도 이제 가서 잘래. 나중에 시간 되면 우리 인체학에 대해 제대로 연구하자고.”이불을 몸에 걸친 채 남주 누나가 베란다를 넘는 걸 지켜본 나는 누나가 무사히 돌아가자 그제야 침실로 돌아왔다.애교 누나는 술에 너무 취해 안방으로 온 모양이었다.이에 나는 누나를 내 방으로 안아갈지 말지 고민하다가 결국 포기했다.그도 그럴 게, 우리는 술에 취한 듯한 연기를 해야 했으니까.그렇다면 이런 실수를 보여주는 게 오히려 더 좋다.결국 나는 이불 안으로 들어가 등 뒤에서 애교 누나를 꼭 안은 채 꿈나라에 들어갔다.그날 밤, 우리 두 집안 사람들뿐만 아니라 호텔에 묵고 있던 왕정민도 편안히 자지 못했다.아내가 다른 남자와 잤다는 것만 생각하면 기분이 언짢았으니.결국 고민 끝에 부원장 진일권한테 전화해 나를 자르라고 명령했다.“네? 뭐라고요? 여기 너무 시끄러워 안 들려요.”하지만 진일권은 마침 회식을 하고 있어 왕정민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그때 전화 건너편에서 드려오는 여자 목소리에 왕정민은 갑자기 흥미가 생긴 듯 말했다.“지금 어디서 식사 중이죠? 제가 찾아갈게요.”진일권은 곧바로 왕정민에게 위치 정보를 공유했다.그 주소가 마침 왕정민이 묵고 있는 호텔과 얼마 떨어지지 않는 곳이라 왕정민은 곧장 그곳으로 향했다.그곳에 도착하니 현장에는 진일권뿐만 아니라 병원에서 근무하는 젊은 여자들도 있었다.심지어 대부분은 의대를 갓 졸업한 인턴 의사거나 인턴 간호사였다.이번 회식은 병원 내부에서 조직하는 회식이기에 병원 내부 직원만 참석했다.그중에 왕정민은 예쁘장한 어린 여자애 몇 명을 눈독 들였다.그러다 시선이 웬 차가운 인상을 한 여의사에게 멈춘 순간, 그대로 빠져들고 말았다.그 여의사는 바로 사사건건 나와 태클을 거는 윤지은이었다.왕정민은 진일권과 인사한 뒤 쪼르르 달려가 지은의 옆에 앉았다.“성함이 뭐예요? 전에 병원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 같은데.”그러고는 친한 척
“그래요? 그럼 시간 날 때 나도 한번 봐줘 봐요.”왕정민은 또다시 눈웃음을 치며 지은의 완벽한 몸매를 스캔했다.그러면서 속으로 이런 여자는 자빠뜨리면 어떨지 생각했다.하지만 지은이 내내 싸늘하게 무시하는 바람에 목표를 웬 젊은 인턴 진소민으로 바꾸었다. 그도 그럴 게, 오늘 밤 젊은 여자 한 명을 데리고 성욕을 풀고 싶었으니까.그 인턴은 이제 갓 스물을 넘긴 순진무구한 여자애였는데 왕정민이 술을 권하자 거절하지도 못하고 계속 마셔댔다.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취해버렸다.그걸 지켜보고 있던 지은은 당연히 왕정민의 속셈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병원 간부들은 모두 능구렁이들이라 한 명도 나서서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그도 그럴 게, 병원과 왕정민의 거래가 잦으니 이렇게 더러운 일이 벌어져도 눈 딱 감을 수밖에 없었다.“전 이제 그만 먹을 테니, 식사들 하세요.”지은은 본인이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차라리 안 보는 게 마음 상으로 편하니까.지은이 떠난 뒤에도 회식은 계속되었고 사람들은 웃고 떠들며 이야기꽃을 피웠다.그러다 중도에 소민이 화장실을 향할 때 지은이 뒤따랐다.“눈치 못 챘어요? 그 사람이 무슨 생각 하고 있는지?”“윤 쌤, 가신 거 아니었어요?”소민은 놀란 듯 말했다.사실 지은은 확실히 떠났었다. 하지만 소민이 시름 놓이지 않아 다시 돌아왔다.적어도 귀띔이라도 해줘야 할 것 같아서.만약 소민이 오늘 밤 왕정민한테 끌려가면 앞으로 인생이 달라질 거다.그걸 지은은 두고 볼 수 없었다.“감사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왕 대표님과 가야 할 것 같아요.”지은은 눈살을 팍 구겼다.“왜요? 그 남자가 소민 씨한테 나쁜 마음 품고 있다는 거 몰라요? 그러면서도 따라가겠다고요?”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때 소민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사실 모두가 왕 대표님이 저한테 술을 권해서 제가 마지못 해 마셨다고 생각하겠지만, 저 일부러 그랬어요. 왕 대표님 돈 많잖아요. 병원
지은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으며 마음은 너무 복잡해 무슨 기분인지도 알 수 없었다.결국 집에 도착한 지은은 한참 동안 뒤척였지만 끝내 잠이 들 수 없었다.오늘 겪은 일이 너무 충격이라서.지은은 대화할 사람을 찾으려고 연락처를 뒤졌지만 아무도 찾지 못했다.그러다가 한참 뒤 연락처에 있는 나를 보고는 실례된다는 생각도 안 느꼈는지 바로 문자 했다.[자요?]그 시각 나는 마침 한참 자다가 목이 말라 다시 깨어났다.그런데 마침 그때 핸드폰 진동 소리가 들리더니 지은이 보낸 문자 하나가 도착해 있었다.‘새벽 3시가 넘었는데 이런 시간에 왜 전화했지?’‘설마 나를 일부러 시험하는 건가?’나는 문자를 무시하고는 물만 마시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핸드폰이 갑자기 진동하기 시작했다.이번에도 역시 지은한테서 온 문자였다.[내가 어떤 여자인 것 같아요?]문자 소리에 깬 나는 눈이 뻑뻑해 더 이상 잠들기조차 어려웠다.결국 핸드폰을 들고 거실로 향했다.[미쳤어요? 늦은 시간에 뭐예요? 이상한 질문이나 하고.][솔직히 대답하면 되지, 뭔 말이 그렇게 많아요?][꼭두새벽에 문자로 남의 잠 방해했으면서 태도가 그게 뭐예요?][말할 거예요 말 거예요? 대답 안 할 거면 삭제할게요.]‘젠장. 지금 나 겁준다 이거야?’하지만 이제 이런 말 따위 조금도 겁나지 않았다. 오늘 이미 애교 누나를 완전히 내 여자로 만들었고, 앞으로 이 여자를 찾아갈 생각도 없었기에 삭제하든 말든 상관없었다.때문에 나는 아주 딱딱하게 대답했다.[마음대로 해요.]곧이어 나는 배운다는 목적으로 야동 사이트에 들어갔다. 더 많은 걸 배워 나중에 애교 누나와 함께 해보려고.하지만 얼마 못 가 지은의 문자 한 통이 또 도착했다.[감히 나한테 그런 테도로 말해요? 먹고 버리겠다는 거예요? 나한테 보낸 은밀한 사진들 다 프린트해서 동네방네 붙여놓는 수가 있어요.]지은의 문자에 나는 순간 멍해졌다.[미쳤어요? 그러면 그쪽한테 뭐가 좋
[뒤끝 있고 매몰차다고요? 그쪽이 뭔데 나를 그렇게 말하는 건데요?][아니에요? 남자 친구가 배신했다고 아무 남자랑 자는 거면 뒤끝 있는 거 아닌가? 그리고 항상 나를 공제하려 하고 고고한 척하고, 내가 자기 기분 거스르면 바로 협박하는 게 매몰찬 거 아니면 뭐예요?]나는 더 이상 지은만 있는 게 아니기에 말하는 데 아무 거리낌도 없었다.심지어 지은이 화를 내든 말든 상관이 없었다.안 그래도 앞으로 다시는 만나지 않으려고 결심했으니.한편, 문자를 본 지은은 저를 평가한 문장에 화가 치밀었다.“이 개자식, 감히 나를 이렇게 말해? 뭐 하자는 거지?”하루 사이에 갑자기 변한 나의 태도에 도저히 갈피를 잡지 못했고, 내가 무슨 생각인지 아무리 머리를 써봐도 답을 얻지 못했다.결국 말 없이 전에 받았던 나의 사적인 사진을 찾아 연속 몇 십 장 보내 버리고는 전화를 꺼버렸다.그 때문에 이번에는 내가 오히려 잠을 잘 수 없었다.난 혼자 한참 동안 우울해 있다가 결국 피곤함을 이기지 못해 다시 침실로 돌아가 애교 누나를 끌어안고 누웠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깊이 잠들어 버렸다.다음날.형과 형수 그리고 남주 누나는 모두 술에 취해 아무것도 기억 못하는 것처럼 나에게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저들은 애교 누나네 집에서 자고 나와 애교 누나는 여기서 잤는지 물었다.분명 모든 걸 알고 있으며 아무것도 모르는 척 연기하는 세 명을 보자 나는 저도 모르게 감탄이 나왔다.만약 내가 계획을 알고 있지 않았다면 아마 깜짝 속았을 거다.결국 나는 기억 안 난다며 연기했다.그러자 세 명은 애교 누나를 찾아갔다.애교 누나도 연기에 가담하여 고개를 저으며 너무 취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변명했다.“다들 너무 취해서 기억이 안 나는 것 같은데 동성 씨가 가서 아침 좀 사와. 난 숙취 때문에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아.”형수의 말에 형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먼저 나갈 테니까 다들 준비해.”형이 떠난 뒤 남주 누나와 애교 누나도 짐을 챙겨
형수는 멍하니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실의에 빠진 듯 말했다.“그러니까 진작 애교랑 짜고 나를 속였던 거네요?”“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 애교 누나를 해치는 일 하고 싶지 않아요.”“알겠어요. 다 알아요.”“형수...”“말하지 마요. 사실 수호 씨 선택이 맞아요. 그렇다는 건 수호 씨가 진심으로 애교를 지켜주고 싶어 한다는 뜻이니까. 애교 좋은 여자예요, 애교랑 만난다면 축복해 줄게요.”왠지 모르게 형수는 이 말을 할 때 무척 고단해 보였다.심지어 쓸쓸한 느낌마저 들었다.그걸 보니 내 마음도 너무 괴로웠다.내가 형수를 속여 형수가 이렇게 속상해하는 것이니.하지만 뭐라 위로해야 할 지 도저히 몰랐다.그때 형수가 숨을 크게 들이쉬더니 싱긋 웃었다.“수호 씨 계획대로 해요. 나랑 형 생각은 하지 말고. 난 이미 원하는 걸 얻었어요.”“형수, 저...”“이젠 좋아하는 사람을 지킬 줄도 알고, 다 컸네. 오히려 대견해요.”“남자는 일을 할 때 이것저것 너무 가리면 안 돼요. 안 그러면 발목 잡힐 일이 너무 많거든요. 그러니 모질 때는 모질어야 하고, 밀고 나가야 할 때는 밀고 나가야 해요. 하루빨리 진정한 남자가 되길 바랄게요.”형수는 나를 보며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었다.이에 나 역시 진지하고 의미심장하게 말을 꺼냈다.“형수, 저 애교 누나도 사랑하지만 형수도 사랑해요. 누가 형수 괴롭히면 모든 걸 제쳐주고 지켜줄 거예요.”“하하, 말뿐이라도 고마워요. 됐으니 가서 씻어요. 왕정민도 이제 곧 올 시간인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생각해야 하니까.”형수가 뭐라 말 하려 할 때 갑자기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역시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왕정민이 전화를 걸어왔다.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왕정민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어떻게 됐어요? 성공했어요?”형수가 나를 바라보며 의견을 묻자 나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형수는 내 뜻대로 대답했다.“성공했어요.”“그럼 사진과 동영상은요? 나한테 보내와요.”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한편, 왕정민은 희색이 만면했다.그도 그럴 게, 이제 겨우 애교가 바람피웠다는 증거를 손에 넣은 것도 모자라 어제 인턴이 그에게 아주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해주었으니까.때문에 이제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 심지어 대놓고 소민을 곁에 두었다.“어제 아주 좋았어. 오늘도 나 기분 좋게 해주면 내가 진 부원장한테 말해서 정규직으로 만들어 줄게.”왕정민은 소민의 늘씬한 다리를 만지며 음탕한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소민은 추행을 당했는데도 개의치 않고 오히려 신이 나서 말했다.“왕 대표님 너무 짓궂어요, 어떻게 하필 차에서. 그러다가 교통경찰한테 잡히기라도 하면 어떡해요?”“무서울 거 뭐 있어? 오솔길로 빠지면 교통경찰한테 잡힐 일도 없어. 어제 너무 무리했더니 오늘 피곤해서 그래. 나 기운 차리게 하지 않으면 잠들지도 몰라.”“대표님 정력이 이렇게 좋을 줄 몰랐네요. 그럼 준비해요, 바로 가요.”소민은 말하면서 안전벨트를 풀더니 왕정민 쪽으로 기어갔다.그로부터 한 시간 뒤.왕정민은 소민을 데리고 집에 돌아왔다.심지어 관계를 과시하기라도 하는 듯 친근하게 팔짱을 낀 채로 말이다.그 시각, 함께 테이블에 둘러앉아 아침을 먹던 우리는 갑자기 들리는 노크 소리에 안색이 변했다.그도 그럴 게, 왕정민이 돌아왔다는 걸 모두 알고 있었으니까.연기하는 우리 사이에, 형만 반갑게 왕정민을 맞이하러 달려 나갔다.“어, 정민아...”하지만 다음 순간 형의 미소는 그대로 굳어버렸다.왕정민 옆에 있는 여자를 본 형은 멍하니 있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누구야? 왜 여기까지 데려왔어?”“내 친척 동생 소민이야. 단순한 사이니까 걱정 마. 자기 형수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다고 해서 데려왔어.”세 살짜리 애도 속지 않을 헛소리였다.하지만 이미 사람을 데려왔기에 동성도 뭐라 말할 수 없어 결국 두 사람을 안으로 들였다.왕정민이 소민을 데리고 집에 들어서자 애교는 꿈쩍도 하지 않은 채 싸늘하게 말했다.“어제 하루종일 집에 안 오고 외박했던데, 동생이라는 이
여준휘도 사실 무서웠다.우리한테 증인과 물증 모두 있다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에 불안했다.이번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연승호에게 또 혼나는 건 당연했다.결국 여준휘는 연승호의 다리를 잡고 애원했다.“도련님, 전 안 돼요. 저는 힘도 없고 백도 없는데 정수호 저놈이 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도련님이 나서주세요.”연승호는 당장이라도 여준휘를 차버리고 싶었다.평소에 쓸모없는 것도 모자라 중요한 타이밍에도 실수했으니. 이제는 도망치고 싶어도 나와 민우가 이미 문 앞에 도착해 노크하고 있는 탓에 도망칠 수도 없었다.그 시각.“수호야. 연승호가 문 열까?”민우는 문을 두드리다가 갑자기 싱글벙글 웃으며 물었다.“안 열면 차라리 더 좋아. 바로 경찰에 신고하면 되니까. 증거도 있는데 무서울 거 뭐 있어?”어찌 됐든 연승호는 이번에 도망칠 수 없다.연승호도 계속 숨어서 나오지 않는 게 좋은 방법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문을 열었다.그 순간 나는 우리가 잡은 높을 발로 걷어차 우리 넘어뜨렸다.“네 사람이야!”연승호는 겉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내 사람이라니?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는데?”“계속 잡아떼. 이 자식이 이미 다 불었어. 네가 우리 가게 앞에 쓰레기 터러와 똥 테러를 해서 우리 가게 이미지를 망치라고 지시했다고. 여기 영상 증거도 있는데 볼래?”민우는 말하기도 귀찮다는 듯 핸드폰을 꺼내 영상을 재생했다.영상 속에서 놈은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다.그걸 확인한 연승호는 갑자기 버럭 소리쳤다.“내가 지시했다고 하는데 증거 있어? 이 개자식이. 너 지금 나 모함하는 거지?”연승호는 말하면서 민우에게 달려들어 일부러 과장된 동작으로 주먹질과 발길질을 했다.그 순간 나는 얼른 민우를 뒤로 잡아끌었다.연승호는 때리는 척하면서 기회를 노려 민우 핸드폰을 뺏으려는 수작이었다.민우도 그걸 눈치채고 신속히 연승호와 거리를 두었다.“연승호, 증거 인멸하려고? 잘 들어. 소용없어. 이 자식이 네가 송금한 기록까지
“사실 다연이 좋은 아이예요. 평소 소통을 많이 하세요.”내가 이 선생님과 얘기하고 있을 때 민우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나는 무슨 일이라도 있을까 봐 다급히 베란다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 수신 버튼을 누르자마자 민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수호야, 네 말이 맞았어. 그 사람들 뭔가 문제 있어.]“혹시 무슨 일 있어? 넌 괜찮아?”[난 괜찮아. 그 사람들이 문제지. 그 자식들이 우리 가게 문 앞에 쓰레기 테러랑 똥 테러를 했어. 내가 소리를 듣자마자 뒤로 돌아 겁줬더니 소리 지르며 도망쳤어.]“사람은 잡았어?”[한 놈만 잡았어. 지금 가게에 묶어 놨어. 이 사람들 누가 보낸 것 같아?]“연승호야.”나는 고민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민우는 내 대답에 놀란 듯 물었다.[어떻게 알았어?]“나 지금 당장 갈게. 너도 조심해.”나는 민우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건 추측할 필요도 없었으니까.임천호는 그렇게 유치하고 비열한 수단은 쓸 리 없고 주광덕은 아직 내가 천수당 사람이라는 걸 모르니, 남은 건 연승호뿐이었다.연승호는 전에 나한테 당했으니 절대 그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다. 그 때문에 이런 유치한 방법으로 복수한 것일 테고.이건 역시나 막무가내 재벌2세가 생각할 법한 방법이긴 했다.다만 부하들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덜미를 잡혔을 뿐이다.나는 이 선생님 내외와 작별하고 곧바로 천수당으로 향했다.남자는 민우한테 입이 틀어 막힌 채로 묶여 있었다.“저 자식 불었어?”“다 불었어. 이렇게 돈 받고 일하는 놈들은 깡다구도 없어. 겁 좀 주니까 바로 불던데. 그래도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모두 녹화했어. 연승호가 또 아니라고 잡아뗄까 봐.”영상을 확인했더니 놈은 역시나 모든 사실을 털어 놓았다. 영상 증거도 인고 증인도 있으니 일은 많이 쉬워졌다.“가자. 연승호 찾으러.”“늦었는데 그 자식이 아직도 가게에 있을까?”“큰 공을 들여서 이 짓을 준비했으니 분명 직접 지켜볼 거야.”민우는 내 말을 듣더니 당장이라도 달려갈 듯 말했다
이다연은 반항심이 너무 강했기에 나는 인내심을 갖고 말했다.“왜? 놀 기분 아니야? 그럼 게임하지 말고 요즘 뭐 했는지 대화할까?”이다연은 침대에 엎드려 나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예기할 거 없어요. 친구도 없는데요, 뭘. 그냥 매일 먹고 자는 것뿐이에요.”“그래? 역시 심심했겠네. 혹시 뭐 해볼 생각 없어?”나는 계속해서 대화를 유도했다.그때 이다연이 갑자기 나를 발로 걷어찼다.“싫어요. 아무것도 하기 싫으니까 가요. 앞으로 오빠도 안 만날래요.”“그래. 그럼 갈게.”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는 척하면서 이다연의 반응을 살폈다.아니나 다를까 이다연은 내가 가려고 하니 벌떡 일어나 앉았다.“정말 가려고요? 이젠 나 상관 안 할 거예요?”나는 자리에 서서 이다연을 바라봤다.“나도 상관하고 싶은데 네가 협조 안 하는데 어떡해? 난 너를 치료하려고 하는데 넌 나한테 흑심이나 품고. 그러면 돼 안 돼?”나는 이다연의 마음을 단번에 들추었다.이럴수록 숨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대놓고 얘기해서 직접적으로 문제를 직면하게 하고 이런 일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려줘야 한다.사람은 일정한 나이가 되면 누구나 이런 일에 부딪히기 마련이니까.이다연의 얼굴은 단번에 빨개지더니 내 눈을 피했다.“어, 어떻게 알았어요?”“네가 내 눈을 속일 수 있을 것 같아?”나는 이다연의 핸드폰을 주워 돌려주면서 말했다.“나도 너처럼 아무것도 몰랐던 적이 있어. 넌 지금 너무 자신을 꽁꽁 숨기고 있고 다른 사람을 만날 기회가 없는 데다 평소에 가족과도 대화를 안 해서 부모님 사랑이 고프고 관심받고 싶을 때야.”“그래서 다른 사람이 조금만 잘해줘도 그게 사랑이라고 오해해. 하지만 그렇지 않아. 네가 깨닫지 못한 것뿐이야.”이다연은 나를 똑바로 바라봤다.“난 오빠 사랑해요. 오빠를 만나지 못하면 잠도 못 자요.”“난 어릴 때 집이 가난해서 다른 남자애들이 갖고 노는 총 장난감을 보고 나도 갖고 싶어 했어.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나한테 권총 장
돌다리도 두르려 보고 건너야 한다고 나는 좀 더 주의를 기울였다.나는 차에 오르자마자 민우에게 문자 했다.[너 잠시 돌아가지 마. 이따가 가게로 다시 가 봐. 무조건 인기척 내지 말고 몰래 확인해. 다른 사람이 너를 보지 못 하게.]민우는 곧바로 내 뜻을 알아차렸다.[왜 그래? 무슨 일 있어?]나는 내 의심을 민우에게 말했다.그러자 민우는 곧바로 나에게 답장했다.[알았어. 지금 당장 돌아가서 확인할게.][조심해. 정 안 되면 도망치고.][알았어.]나는 이 모든 게 내가 너무 예민했던 것이었기를 바랐다.하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아 차 안에서 잠시 더 관찰하기로 했다.그렇게 심 몇 분 동안 확인했지만 이상한 점은 발견하지 못해 나는 내가 너무 예민했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민우가 이미 가게로 돌아갔으니 마음 놓고 이 선생님 집으로 출발했다.이 선생님은 나를 보자 매우 열정적으로 맞이했다.“왔나? 우리 딸이 요즘 매일 자네를 찾으며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네.”“네? 대체 무슨 상황이에요?”이다연은 전에 이 정도로 상태가 심각하지 않았다.이 선생님은 아무 설명도 없이 딸의 방문을 두드렸다.“다연아, 수호 오빠 왔어. 문 열어!”이다연은 순식간에 문을 열었다.“왜 이제야 와요? 얼른 들어와요. 계속 점수 좀 올려줘요.”이다연은 나를 방 안으로 끌어들이더니 문을 ‘쾅’ 닫아버렸다.사실 이다연은 게임이 목적이 아니라 나와 단둘이 있고 싶어 했다.그런데 내가 왔으니 오늘은 단둘이 오래 있을 생각이었다.나는 그런 이다연의 마음을 모르기에 심각한 표정으로 이다연의 맥을 짚어 보았다.“다행이네. 상태가 많이 안정됐네. 그런데 왜 이 선생님이 요즘 네가 밥도 못 먹고 잠도 안 잔다고 하는 거야?”이다연의 속내를 모르는 나로서는 의사의 각도로 문제를 볼 수밖에 없었다.이다연은 내 손을 덥석 잡았다.“오빠가 나 데리고 게임하지 않아서 그렇잖아요. 혼자서 너무 심심해서 막 이상한 생각이 든다고요.”“게임은 단지 오락 행위일 뿐이지 네
나는 그걸 보고는 바로 무시했다.하지만 임화영이 연달아 몇 번이나 친구 구가를 해왔다.그러다가 내가 계속 무시하자 화가 난 듯 버럭 화를 냈다.“정수호라는 사람 대체 뭐야? 내가 친구 추가를 세 번이나 신청했는데 왜 통과하지 않지?”주해진은 술을 마시며 말했다.“바쁜 거나 못 봤나 보지.”“그런데 1시간에 한 번씩 보냈단 말이야. 아무리 바빠도 핸드폰 볼 시간도 없어?”임화영은 내가 일부러 그런다고 확신했다.그때 주해진이 술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이런 방법을 사용하려면 왜 미리 말하지 않았어? 너 내 여자야. 다른 놈 꼬시기 전에 내 마음은 어떨지 생각해 봤어?”임화영은 다급히 애교 부렸다.“꼬시는 거 아니야. 그냥 내가 마음껏 주무르려고 그런 거야. 남자는 여자한테 마음을 빼앗기면 아랫도리로만 생각해.”“그 세 명 걱정된다며? 내가 그렇다고 매일 그 가게에 붙어있을 순 없잖아. 우리한테 소식을 전해다 줄 사람을 만들면 좋은 거 아니야?”주해진은 임화영을 품에 와락 끌어안았다.“그런데 질투 나. 오늘 밤 어떻게 보상해 줄 거야?”임화영은 눈빛으로 프라이빗 룸을 가리켰다.“자기가 원하는 대로 보상해 줄게.”주해진이 시작하려고 할 때 임화영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내가 친구 추가를 동의한 거라고 확신하며 핸드폰을 꺼내던 임화영은 흠칫 놀랐다.“우리 남편이야!”알고 보니 임화영과 주해진은 부부가 아니었고 두 사람이 각자 가정이 있으면서 바람을 피우는 상태였다.“남편이 당장 집에 오래. 아이가 나 찾는다고.”임화영은 다급히 짐을 정리했다.그 순간 주해진은 언짢은 듯 기분이 팍 상했다.“오늘 밤은 나 보상해 주기로 했잖아. 이게 보상이야?”임화영은 다급히 주해진 품에 안겨 애교를 부렸다.“아잉, 왜 그래? 나 지금 집에 안 가면 들켜. 우리 사이 들키고 싶어?”두 사람이 얘기하던 그때 주해진의 핸드폰도 갑자기 울렸다.주해진이 꺼낸 핸드폰에 화면에 ‘마누라’라는 글자가 떠 있었다.“가 봐. 나중에 나 몇 배로 보상해
나는 온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나도 그동안 여자가 애교 부리는 모습은 수 없이 봐왔다. 남주 누나나 소여정, 혹은 백연우가 자주 애교 부렸으니까.그런데 누나들이 애교 부릴 때는 온몸이 짜릿했는데 임화정은 워낙 첫인상이 나빠서 그런지 욕망이 생기지 않았다.나는 차라리 임화영이 전처럼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게 더 편할 것 같았다.남자가 여자한테서 호감을 느끼려면 얼굴이나 몸매보다 느낌이 더 결정적인 작용을 한다.때문에 만약 여자한테 그런 느낌이 없다면 아무리 예쁘고 몸매가 좋아도 관심이 생기지 않는다.나는 임화영한테 넘어간 것처럼 열쇠를 내어주며 말했다.“됐어요. 가서 쉬기나 해요.”임화영은 생글생글 웃으며 열쇠를 받았다.“그럼 갈게요. 수호 씨도 힘들면 올라와요.”여자는 말을 마친 뒤 허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떠나갔다.임화영이 가자 현성과 민우가 바로 다가왔다.“대박. 이렇게 바로 저 여자를 해결한 거야?”민우는 농담조로 말했다.나는 두말없이 민우의 엉덩이를 발로 걷어찼다.“내가 지금 나를 희생해서 너의 구한 거야. 그런데 그렇게 기뻐한다고? 내가 당장 저 여자 끌어내서 너희를 괴롭히게 할까?”“아니, 아니! 난 유부녀는 감당 못 해. 너 혼자 감당해.”“나도. 난 유부녀는 싫어. 나한테는 선영이처럼 어린애가 좋다고.”‘이거 왜 들으면 들을수록 이상하지?’“너희 지금 내가 유부녀를 좋아한다는 거야?”“아니. 우리 일 하러 가볼게.”‘저런 것도 친구라고.’나는 민우와 현성이가 무심코 그런 말을 했다는 걸 알기에 마음에 두지 않았다.임화영은 약 두 시간 정도 휴식하고는 일이 있다면서 다급히 떠났다.여자가 떠난 뒤에야 나는 다시 시무실로 올라갔다.할아버지가 남긴 의서 복사본이 사무실에 있기에 나는 서나연과 비슷한 상황이 있는지 확인해 봐야 했다.하지만 사무실에 들어선 순간 이불이 구겨진 채 널브러져 있는 게 눈에 들어와, 나는 순간 열이 뻗쳤다.임화영은 사무실을 사용하고 정리하지도 않았다.안 그래도 평소에 침대가 지저
임화영은 씩씩거리며 구석에 앉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궁리했다.우리 셋이 모두 자기를 적대시한다는 걸 눈치챈 임화영은 사람을 고용해 우리를 혼내줘야겠다고 결심했다. 다만 그녀 마음속에 나는 성깔이 나쁘고, 민우는 불같아 그나마 현성이 가장 만만해 보였다.직원들한테 수소문하여 우리 셋이 모두 싱글이라는 걸 알아낸 임화영은 자기처럼 매력 있고 성숙한 유부녀가 우리 같은 애송이를 상대하는 건 식은 죽 먹기라고 자신했다.목표를 정한 임화영은 바로 자기 계획을 실행하기로 했다. 그녀는 현성을 찾아가 일부러 팔로 현성을 툭 치고는 먼저 말을 걸었다.“현성 씨, 방금 나만 괜찮으면 같이 자자고 한 거 진짜예요?”현성은 이런 상황이 처음인지라 무척 당황했다. 그동안 항상 자신이 여자들을 쫓아다니고 항상 자기가 먼저 좋아하고 모든 걸 바쳐 좋아한 게 이미 익숙해진 탓이었다.때문에 임화영이 애교를 부리며 매력을 발산하자 현성은 버티지 못했다.물론 임화영의 매력에 홀랑 넘어갔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너무 놀라 도망쳐 버렸다.“수호야. 큰일 났어.”현성은 나한테 달려와 도움을 요청했다.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현성은 임화영이 한 짓을 곧이곧대로 말했다.“그 여자가 왜 그러는지 갑자기 먼저 찾아와서 같이 자자고 해. 순수한 내 몸을 그 여자한테 바칠 수없어.”나는 잠깐 머리를 굴려본 끝에 임화영의 꿍꿍이를 대충 파악했다.“그 여자가 너를 자기 마음대로 휘둘러서 자기가 시키는 대로 하게 하려는 거야.”“그러니까 그게 왜 나야? 너 아니면 민우라면 모를까.”“왜긴 왜야? 네가 만만하니까 그렇지.”나는 내 생각을 말했다.그러자 현성은 퍽 기분 상한 듯 말했다.“난 단순한 거지 바보는 아니거든. 나를 제멋대로 휘두르려고? 어림도 없지.”나는 순간 아이디어가 떠올라 현성에게 말했다.“현성아, 우선 이렇게 해... 그 여자가 원하는 대로 하는 것처럼 맞춰 줘. 그러면 그 여자가 유령처럼 계속 가게를 돌아다니지 않을 거잖아.”“비록 방해하는 건 아니지만 계
민우는 나와 현성의 손을 잡으며 흥분한 듯 말했다.“자, 이리 와. 우리 사진 찍자!”이 순간은 우리한테 특별한 의미가 있다.그때 여자 한 명이 갑자기 튀어나와 끼어들려고 했다.“나도 같이 찍어요. 난 우리 남편을 대표하니까.”그 여자는 다름 아닌 임화영이었다.임화영이 끼어들자 민우와 현성은 바로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심지어 민우는 여자의 체면도 봐주지 않고 타박했다.“환자분이 우리 세 명한테 감사 패넌트를 선물한 건데 그쪽이랑 무슨 상관이죠?”“왜 상관없어요? 이건 우리 한의관이 따낸 영예나 다름없는데. 내가 주 사장 마누라인데, 파트너나 다름없잖아요. 그러니 나도 같이 영예를 누려야죠!”여자는 당연하다는 듯 뻔뻔한 얼굴로 말했다.민우는 너무 열이 뻗쳐 여자를 째려봤다.그때 현성도 맞장구치려 했지만 내가 막아섰다.“됐어.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는데 일 크게 벌려서 좋을 거 없어. 사람들이 웃어.”나는 무엇보다 일을 크게 만들어 한의관 내부 직원끼리 불화가 있다는 걸 남한테 보여주기 싫었다. 이건 우리 한의관 발전에 불리하게 작용할 거다.결국 현성과 민우도 입을 다물었다.다만 갑자기 억지를 피우는 여자 때문에 우리 마음은 여전히 불편했다.임화영과 사진을 찍은 뒤 우리 셋도 단독으로 사진을 남겼다.이건 우리만의 아름다운 추억이자 영광이었다.허대길이 준 태넌트 덕에 우리 가게 손님은 두 배 늘었다.허대길은 우리 셋을 식사 자리에 초대하려고 했지만 나는 거절했다. 그도 그럴 게, 내가 그날 이렇게 많이 받을 정도로 도움을 준 건 아니었으니까.“그래요, 그럼 나중에 도움이 필요하면 또 찾아올게요.”우리 셋은 허대길을 배웅했다.문턱이 닳도록 가게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을 보며 민우는 기뻐서 발을 어쩔 줄 몰라했다.“너무 잘 됐다. 역시 노력은 사람을 배신하지 않나 봐!”“됐어. 이제 일하자.”민우와 현성은 각자 자리로 돌아가 일하기 시작했다.그때 임화영이 다가왔다.“이봐요, 나도 사무실 하나 마련해 줘요.”그 말에 나
임화영은 피식 웃었다.“상관하라고 해도 안 해요.”“그럼 좋아요. 그렇게 해요.”임화영과 주해진은 내가 그렇게 흔쾌히 승낙할 거라고 생각지 못했는지 구석에 숨어 다시 수군대기 시작했다.임화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저 사람이 자기랑 김진호더러 한의관 일에 끼어들지 모하게 한다며? 왜 단번에 동의하는 건데?”주해진도 멍한 얼굴이었다.“나도 몰라. 알 게 뭐야. 우선 당심부터 안에 파고들어. 경고하는데 저 자식 성깔 더러우니까 절대 부딪히지 마.”임화영은 정신이 딴 데 팔려 있었다. 그도 그럴 게, 그녀는 나에게 복수할 생각으로 계속 나를 노려보고 있었으니까. 심지어 주해진의 말을 들은 순간 자기 남편이 너무 겁이 많다고 생각했다.임화영은 어물쩍 넘어갔다.“알았어. 알았다고. 자기는 가서 일 봐.”주해진이 떠난 뒤 임화영은 나한테 그동안 정리한 장부를 요구했다.하지만 고수연이 오늘 휴가를 낸 탓에 나는 내일 그녀가 돌아오면 보여주겠다고 넘겼다.내 대답을 들었으면서 임화영은 떠나지 않고 계속 가게 안을 돌아다녔다.그래도 장사를 방해하지만 않으면 상관없었다.다행히 우리가 며칠 동안 계획을 실시한 덕에 가게 손님이 점점 많아지는 추세였다.현성은 나를 사무실로 불러들여 깔깔 웃으며 말했다.“수호야, 네 아이디어 진짜 짱이다. 주 사장네 그쪽 문제 터졌어. 오늘 가게에 손님들이 찾아와 소란 피웠대.”“다른 손님들도 그걸 보고 바로 도망갔고. 그래서 오늘 우리 가게에 손님이 많아졌나 봐.”이 모든 건 이미 예상했던 바다.가짜 약을 팔았으니 당연히 근본적으로 병을 고치지 못했을 거다. 비록 단기간에 수익을 냈겠지만 시간이 지나도 약효를 보지 못하면 고객의 불만은 당연히 커질 거다.게다가 내가 그동안 찾아가 신경을 긁은 것 때문에 워낙 예민했던 주광덕은 그 일을 제대로 처리할 정신도 아니었다.나는 현성을 바로 경고했다.“아직 긴장을 풀지 마. 요즘 계속 계획대로 해서 저쪽이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게 해야 해.”“알았어!”현성은 자기가 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