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요? 그럼 시간 날 때 나도 한번 봐줘 봐요.”왕정민은 또다시 눈웃음을 치며 지은의 완벽한 몸매를 스캔했다.그러면서 속으로 이런 여자는 자빠뜨리면 어떨지 생각했다.하지만 지은이 내내 싸늘하게 무시하는 바람에 목표를 웬 젊은 인턴 진소민으로 바꾸었다. 그도 그럴 게, 오늘 밤 젊은 여자 한 명을 데리고 성욕을 풀고 싶었으니까.그 인턴은 이제 갓 스물을 넘긴 순진무구한 여자애였는데 왕정민이 술을 권하자 거절하지도 못하고 계속 마셔댔다.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취해버렸다.그걸 지켜보고 있던 지은은 당연히 왕정민의 속셈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병원 간부들은 모두 능구렁이들이라 한 명도 나서서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그도 그럴 게, 병원과 왕정민의 거래가 잦으니 이렇게 더러운 일이 벌어져도 눈 딱 감을 수밖에 없었다.“전 이제 그만 먹을 테니, 식사들 하세요.”지은은 본인이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차라리 안 보는 게 마음 상으로 편하니까.지은이 떠난 뒤에도 회식은 계속되었고 사람들은 웃고 떠들며 이야기꽃을 피웠다.그러다 중도에 소민이 화장실을 향할 때 지은이 뒤따랐다.“눈치 못 챘어요? 그 사람이 무슨 생각 하고 있는지?”“윤 쌤, 가신 거 아니었어요?”소민은 놀란 듯 말했다.사실 지은은 확실히 떠났었다. 하지만 소민이 시름 놓이지 않아 다시 돌아왔다.적어도 귀띔이라도 해줘야 할 것 같아서.만약 소민이 오늘 밤 왕정민한테 끌려가면 앞으로 인생이 달라질 거다.그걸 지은은 두고 볼 수 없었다.“감사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왕 대표님과 가야 할 것 같아요.”지은은 눈살을 팍 구겼다.“왜요? 그 남자가 소민 씨한테 나쁜 마음 품고 있다는 거 몰라요? 그러면서도 따라가겠다고요?”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때 소민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사실 모두가 왕 대표님이 저한테 술을 권해서 제가 마지못 해 마셨다고 생각하겠지만, 저 일부러 그랬어요. 왕 대표님 돈 많잖아요. 병원
지은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으며 마음은 너무 복잡해 무슨 기분인지도 알 수 없었다.결국 집에 도착한 지은은 한참 동안 뒤척였지만 끝내 잠이 들 수 없었다.오늘 겪은 일이 너무 충격이라서.지은은 대화할 사람을 찾으려고 연락처를 뒤졌지만 아무도 찾지 못했다.그러다가 한참 뒤 연락처에 있는 나를 보고는 실례된다는 생각도 안 느꼈는지 바로 문자 했다.[자요?]그 시각 나는 마침 한참 자다가 목이 말라 다시 깨어났다.그런데 마침 그때 핸드폰 진동 소리가 들리더니 지은이 보낸 문자 하나가 도착해 있었다.‘새벽 3시가 넘었는데 이런 시간에 왜 전화했지?’‘설마 나를 일부러 시험하는 건가?’나는 문자를 무시하고는 물만 마시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핸드폰이 갑자기 진동하기 시작했다.이번에도 역시 지은한테서 온 문자였다.[내가 어떤 여자인 것 같아요?]문자 소리에 깬 나는 눈이 뻑뻑해 더 이상 잠들기조차 어려웠다.결국 핸드폰을 들고 거실로 향했다.[미쳤어요? 늦은 시간에 뭐예요? 이상한 질문이나 하고.][솔직히 대답하면 되지, 뭔 말이 그렇게 많아요?][꼭두새벽에 문자로 남의 잠 방해했으면서 태도가 그게 뭐예요?][말할 거예요 말 거예요? 대답 안 할 거면 삭제할게요.]‘젠장. 지금 나 겁준다 이거야?’하지만 이제 이런 말 따위 조금도 겁나지 않았다. 오늘 이미 애교 누나를 완전히 내 여자로 만들었고, 앞으로 이 여자를 찾아갈 생각도 없었기에 삭제하든 말든 상관없었다.때문에 나는 아주 딱딱하게 대답했다.[마음대로 해요.]곧이어 나는 배운다는 목적으로 야동 사이트에 들어갔다. 더 많은 걸 배워 나중에 애교 누나와 함께 해보려고.하지만 얼마 못 가 지은의 문자 한 통이 또 도착했다.[감히 나한테 그런 테도로 말해요? 먹고 버리겠다는 거예요? 나한테 보낸 은밀한 사진들 다 프린트해서 동네방네 붙여놓는 수가 있어요.]지은의 문자에 나는 순간 멍해졌다.[미쳤어요? 그러면 그쪽한테 뭐가 좋
[뒤끝 있고 매몰차다고요? 그쪽이 뭔데 나를 그렇게 말하는 건데요?][아니에요? 남자 친구가 배신했다고 아무 남자랑 자는 거면 뒤끝 있는 거 아닌가? 그리고 항상 나를 공제하려 하고 고고한 척하고, 내가 자기 기분 거스르면 바로 협박하는 게 매몰찬 거 아니면 뭐예요?]나는 더 이상 지은만 있는 게 아니기에 말하는 데 아무 거리낌도 없었다.심지어 지은이 화를 내든 말든 상관이 없었다.안 그래도 앞으로 다시는 만나지 않으려고 결심했으니.한편, 문자를 본 지은은 저를 평가한 문장에 화가 치밀었다.“이 개자식, 감히 나를 이렇게 말해? 뭐 하자는 거지?”하루 사이에 갑자기 변한 나의 태도에 도저히 갈피를 잡지 못했고, 내가 무슨 생각인지 아무리 머리를 써봐도 답을 얻지 못했다.결국 말 없이 전에 받았던 나의 사적인 사진을 찾아 연속 몇 십 장 보내 버리고는 전화를 꺼버렸다.그 때문에 이번에는 내가 오히려 잠을 잘 수 없었다.난 혼자 한참 동안 우울해 있다가 결국 피곤함을 이기지 못해 다시 침실로 돌아가 애교 누나를 끌어안고 누웠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깊이 잠들어 버렸다.다음날.형과 형수 그리고 남주 누나는 모두 술에 취해 아무것도 기억 못하는 것처럼 나에게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저들은 애교 누나네 집에서 자고 나와 애교 누나는 여기서 잤는지 물었다.분명 모든 걸 알고 있으며 아무것도 모르는 척 연기하는 세 명을 보자 나는 저도 모르게 감탄이 나왔다.만약 내가 계획을 알고 있지 않았다면 아마 깜짝 속았을 거다.결국 나는 기억 안 난다며 연기했다.그러자 세 명은 애교 누나를 찾아갔다.애교 누나도 연기에 가담하여 고개를 저으며 너무 취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변명했다.“다들 너무 취해서 기억이 안 나는 것 같은데 동성 씨가 가서 아침 좀 사와. 난 숙취 때문에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아.”형수의 말에 형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먼저 나갈 테니까 다들 준비해.”형이 떠난 뒤 남주 누나와 애교 누나도 짐을 챙겨
형수는 멍하니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실의에 빠진 듯 말했다.“그러니까 진작 애교랑 짜고 나를 속였던 거네요?”“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 애교 누나를 해치는 일 하고 싶지 않아요.”“알겠어요. 다 알아요.”“형수...”“말하지 마요. 사실 수호 씨 선택이 맞아요. 그렇다는 건 수호 씨가 진심으로 애교를 지켜주고 싶어 한다는 뜻이니까. 애교 좋은 여자예요, 애교랑 만난다면 축복해 줄게요.”왠지 모르게 형수는 이 말을 할 때 무척 고단해 보였다.심지어 쓸쓸한 느낌마저 들었다.그걸 보니 내 마음도 너무 괴로웠다.내가 형수를 속여 형수가 이렇게 속상해하는 것이니.하지만 뭐라 위로해야 할 지 도저히 몰랐다.그때 형수가 숨을 크게 들이쉬더니 싱긋 웃었다.“수호 씨 계획대로 해요. 나랑 형 생각은 하지 말고. 난 이미 원하는 걸 얻었어요.”“형수, 저...”“이젠 좋아하는 사람을 지킬 줄도 알고, 다 컸네. 오히려 대견해요.”“남자는 일을 할 때 이것저것 너무 가리면 안 돼요. 안 그러면 발목 잡힐 일이 너무 많거든요. 그러니 모질 때는 모질어야 하고, 밀고 나가야 할 때는 밀고 나가야 해요. 하루빨리 진정한 남자가 되길 바랄게요.”형수는 나를 보며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었다.이에 나 역시 진지하고 의미심장하게 말을 꺼냈다.“형수, 저 애교 누나도 사랑하지만 형수도 사랑해요. 누가 형수 괴롭히면 모든 걸 제쳐주고 지켜줄 거예요.”“하하, 말뿐이라도 고마워요. 됐으니 가서 씻어요. 왕정민도 이제 곧 올 시간인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생각해야 하니까.”형수가 뭐라 말 하려 할 때 갑자기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역시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왕정민이 전화를 걸어왔다.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왕정민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어떻게 됐어요? 성공했어요?”형수가 나를 바라보며 의견을 묻자 나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형수는 내 뜻대로 대답했다.“성공했어요.”“그럼 사진과 동영상은요? 나한테 보내와요.”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한편, 왕정민은 희색이 만면했다.그도 그럴 게, 이제 겨우 애교가 바람피웠다는 증거를 손에 넣은 것도 모자라 어제 인턴이 그에게 아주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해주었으니까.때문에 이제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 심지어 대놓고 소민을 곁에 두었다.“어제 아주 좋았어. 오늘도 나 기분 좋게 해주면 내가 진 부원장한테 말해서 정규직으로 만들어 줄게.”왕정민은 소민의 늘씬한 다리를 만지며 음탕한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소민은 추행을 당했는데도 개의치 않고 오히려 신이 나서 말했다.“왕 대표님 너무 짓궂어요, 어떻게 하필 차에서. 그러다가 교통경찰한테 잡히기라도 하면 어떡해요?”“무서울 거 뭐 있어? 오솔길로 빠지면 교통경찰한테 잡힐 일도 없어. 어제 너무 무리했더니 오늘 피곤해서 그래. 나 기운 차리게 하지 않으면 잠들지도 몰라.”“대표님 정력이 이렇게 좋을 줄 몰랐네요. 그럼 준비해요, 바로 가요.”소민은 말하면서 안전벨트를 풀더니 왕정민 쪽으로 기어갔다.그로부터 한 시간 뒤.왕정민은 소민을 데리고 집에 돌아왔다.심지어 관계를 과시하기라도 하는 듯 친근하게 팔짱을 낀 채로 말이다.그 시각, 함께 테이블에 둘러앉아 아침을 먹던 우리는 갑자기 들리는 노크 소리에 안색이 변했다.그도 그럴 게, 왕정민이 돌아왔다는 걸 모두 알고 있었으니까.연기하는 우리 사이에, 형만 반갑게 왕정민을 맞이하러 달려 나갔다.“어, 정민아...”하지만 다음 순간 형의 미소는 그대로 굳어버렸다.왕정민 옆에 있는 여자를 본 형은 멍하니 있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누구야? 왜 여기까지 데려왔어?”“내 친척 동생 소민이야. 단순한 사이니까 걱정 마. 자기 형수가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다고 해서 데려왔어.”세 살짜리 애도 속지 않을 헛소리였다.하지만 이미 사람을 데려왔기에 동성도 뭐라 말할 수 없어 결국 두 사람을 안으로 들였다.왕정민이 소민을 데리고 집에 들어서자 애교는 꿈쩍도 하지 않은 채 싸늘하게 말했다.“어제 하루종일 집에 안 오고 외박했던데, 동생이라는 이
형은 무척 당황한 기색을 했다.“수호야, 너 무슨 말이야? 너 전에 분명 애교 씨가 너를 자꾸 유혹한다며 왕정민을 도와 증거 수집하겠다고 했잖아. 증거는? 얼른 가져와.”형의 모함에 나는 순간 화가 치밀었다.“형, 내가 언제 그런 소리 했어?”내 싸늘한 물음에 형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러다가 몰래 내 팔을 쿡쿡 찌르며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수호야, 너 왜 그래? 왕정민이 이 순간을 얼마나 오래 기다렸는데 왜 중요한 타이밍에 그래?”나는 여전히 의자에 앉아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사실 왕정민이 애교 누나를 모함하려고 할 때, 왕정민과 형 외에 다른 사람들은 모두 애교 누나를 지켜주고 있었다.왕정민은 애교 누나에게 재산을 물려주기 싫어 그런다 쳐도 형은?어릴 때부터 우상으로 여겨왔던 형은 항상 정직하고, 착하고, 공부도 잘하고 나를 지켜주던 사람이다.때문에 나중에 커서 꼭 형 같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자기 이익을 위해 애교 누나를 해치려 할 때부터 형은 완전히 변해버렸다. 이제 더 이상 착하고 정직하던 사람이 아니다.그럼에도 나는 형이 이 나쁜 길을 끝까지 가기를 원치 않기에 형한테 다시 희망을 걸었다. 형이 예전 모습대로 돌아오리라고.때문에 나는 형한테 진지하게 말했다.“형, 미안해. 내가 형 속였어.”그 말을 들은 순간 형은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얼빠진 상태로 변했다.머리는 백지장이 되어버렸고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동성아, 둘이 대체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야?”그때 인내심을 잃은 왕정민이 형을 다그쳤다.나는 너무 당황해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는 형을 내 자리에 앉히고 대신 일어나 왕정민을 향해 차갑게 말했다.“미안해요, 제가 속였어요. 사실 애교 누나랑 같이 잔 적 없어요.”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왕정민의 낯빛은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내가 저를 속였으니 왕정민이 내 껍질을 벗겨버릴 듯 구는 것도 당연했다.왕정민은 테이블을 쾅 치며 일어나더니 마치 눈에서 불을 내뿜을 것처럼 나
애교 누나는 얼굴도 예쁘고 집안도 좋아 젊을 때 조금만 깨어 있었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고 우아한 생활을 했을 거다. 적어도 지금처럼 엉망은 아닐 거다.이런 경험을 하면 그 어떤 여자라도 후회할 거다.나는 애교 누나의 심정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너무 마음 아팠다.매일 베개를 베고 자는 남편한테 모함당하다니.이 세상에 이것보다 더 구역질 나는 일은 없을 거다.“애교야, 슬퍼하지 마. 우리 이제 저 쓰레기 자식이 바람피운 증거도 모았으니까 이혼하면 그만이야.”남주 누나가 냉정하게 애교 누나를 위로했다.그때 왕정민이 주위를 둘러보며 숨을 씩씩거리더니 버럭 화를 냈다.“다들, 다들 나를 속였다 이거야? 진동성, 고태연, 내가 두 사람 얼마나 믿었는데, 감히 이렇게 날 배신해?”그 말에 형이 다급히 일어나 해명했다.“정민아, 나 너 속인 적 없어. 이 일은 나도 모르는 거야. 수호야, 형 대신 말 좀 해줘.”하지만 나는 형을 도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형과 왕정민이 내 눈앞에서 꺼졌으면 좋겠으니까.그때 형수가 나서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동성 씨는 정민 씨 안 속였어요. 내가 속였지.”“젠장! 뭐라고? 나를 속였다고?”왕정민은 형수를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나는 형수가 이러는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형수가 화를 낼 때 이토록 무서울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때 형수가 퉁명스럽게 말했다.“정민 씨가 한 짓이 너무 비겁해서요. 한 여자가 자기 청춘을 바쳤는데 정민 씨는 뭘 했죠? 미색을 취하고 뽑아 먹을 대로 다 뽑아 먹고는 뻥 차버렸잖아요. 정민 씨는 진짜 인간도 아니에요.”형수의 말에 왕정민은 끝내 폭발했다.“고태연, 너 뭐라고 했어? 감히 나한테 그런 말을 해? 살고 싶지 않나 봐?”솔직히 지금의 왕정민은 무척 무서웠다. 심지어 남자인 나조차도 겁이 나는데 형수는 오히려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심지어 왕정민의 뺨까지 후려갈기는 바람에 왕정민은 순간 넋을 잃었다.왕정민은 화끈거리는 뺨을 감싸 쥐고 한참
“진동성, 너 대단하네. 내일 너희 회사 부도날 줄 알아.”왕정민의 말에 형은 심장이 철렁했다.“정민아, 난 정말 몰랐어. 나 좀 믿어줘. 우리 회사 네 도움 없으면 안 돼. 우리 몇 년지기 친구잖아, 나 좀 도와주라.”형은 마치 방향을 잃은 아이처럼 어쩔 줄 몰라 했다. 심지어 무릎이라도 꿇고 빌려고 했지만 형수가 마침 막아 나섰다.“무릎 꿇을 필요 없어. 계약서는 내 손에 있으니까. 계약을 어기면 몇억에 달하는 위약금을 물어야 해.”“뭐? 자기 계약서 손에 넣었어?”그동안 이 사실을 모르고 있던 형은 형수의 말을 듣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그러자 형수는 핸드폰을 켜 형에게 계약서를 보여주었다.그걸 본 형은 울다 웃다 마치 정신이 이상해진 사람처럼 굴었고, 옆에서 이 모든 걸 지켜보던 왕정민은 너무 화가 나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애초에 형수에게 도움을 청하려고 계약서를 미리 줬는데, 형수가 그걸 손에 넣은 뒤 배신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으니까.그때 형수가 형에게 말했다.“진동성, 당신도 알고 있지? 왕정민은 한 번도 당신 친구로 생각한 적 없어. 그저 자기를 떠받들어주는 걸 즐기는 것뿐이야. 그동안 왕정민을 도와준 게 회사 때문이라는 거 알아. 이제 계약서도 손에 넣었으니 당분간 회사도 문제없을 거야. 그러니 왕정민과 관계 끊고 영원히 왕래하지 마. 할 수 있겠어?”형수의 갑작스러운 요구에 형은 마음의 준비도 할 수 없었다.게다가 일이 이 지경으로 발전할 걸고는 예상치 못했기에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형수는 형을 몰아붙이는 대신 덤덤하게 말했다.“생각할 시간 줄게. 하지만 한 가지는 꼭 알아둬. 앞으로 절대 왕정민과 왕래하지 마. 인성에 문제 있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당신도 언젠가 나쁜 물 드니까. 내가 애초에 당신과 결혼한 건 당신이 정직하고 착해서 같이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야.”“그런데 지금 너무 변했어. 내가 못 알아볼 만큼. 그렇다면 우리 결혼생활을 더 이어 나가야 할지도 고민해 볼 거야.”형수의 말에 놀란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