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아는 즉시 우문호를 찾으러 나갔다. 우문호는 만아의 말을 듣자마자 제왕과 함께 급히 안으로 들어왔다. 제발 이 모든 게 사실이 아니길 바랐던 우문호는 기왕부의 하인 청이를 보고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문득 전에 탕양이 자신의 스승을 찾아갔다가 왕부로 돌아와서, 스승이 초왕부의 기운이 좋지 않다며 조심하라고 했다고 말을 전했던 게 떠올랐다. ‘그게 저주인형을 뜻했다니.’우문호는 임신한 원경릉을 향한 질투가 있을 것이라고 여겼지만, 이런 치사한 방법으로 원경릉을 공격할 것이라곤 꿈에도 몰랐다. 그는 화가 났지만 이성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 기왕부로 오라고 했으니 가야지. 저주인형을 누가 만들었건 본왕이 반드시 범인을 잡아 낼 것이다.”원경릉은 왠지 모르게 기왕비가 꾸민 일이 아닐 거라고 믿었다. 기왕비는 현재도 원경릉의 진료를 받고 있다. 만약 저주인형으로 원경릉을 저주해 원경릉이 죽어버린다면 누가 기왕비를 치료해 주겠는가?설사 기왕비가 이 일을 꾸몄다고 해도 그녀는 치밀한 사람이라 누군가가 발견할 곳에 저주인형을 두지 않았을 것이다. ‘기왕비에게 누명을 씌운 것이네, 주명양 제법이구나. 그렇다면 기왕도 주명양과 한 패인가?’제왕 내외가 같이 가겠다고 해서 네 명이 기왕부로 향했고, 희상궁과 만아도 그 뒤를 따랐다. 기왕부에 도착하자 청이가 앞으로 나와 굳게 닫힌 문을 두드리더니 초왕비가 왔다고 전했다. 우문호는 문이 열리는 것을 기다리지 못하고 발로 대문을 뻥 찼다. 기왕부의 모든 사람들이 본관에 있었고, 그 가운데 정좌에 기왕이 화가 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기왕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그들을 보고 얼굴이 어두워졌다. “다섯째 왔구나, 형님으로서 정말 미안하다. 큰 형수가 이런 잘못을 저지르다니. 허나 안심하거라 내가 반드시 죗값을 치르게 할 테니까. 이 악독한 여인을 내가 가만두지 않을 것이야.”우문호는 탁자 위에 놓인 저주인형을 보았다. 저주인형을 자세히 보니 옷도 머리 장식도 모두 원경릉의 모습을 빼다
기왕비는 우문호와 원경릉이 기왕부로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녀는 천천히 일어서서 우문호의 앞으로 걸어갔다. “다섯째, 그 인형을 나에게 보여줄 수 있습니까?”기왕비가 두 손을 내밀었다. 기왕비의 두 손은 마치 닭발처럼 살이 하나도 없이 야위어있었다. 우문호는 저주인형을 들어 그녀의 손에 쥐어주었다. 그녀는 그것을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하고 있던 하고 있던 비녀를 빼서 인형을 갈라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기도 했다.기왕은 그런 기왕비를 보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녀의 손목을 거세게 잡았다.“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게냐? 네 법당에서 찾아낸 저주인형이다! 네가 꾸민 일이 아니라면 그게 거기에서 왜 나왔겠어? 변명의 여지가 없다!”“……”“당장 이 여자를 궁으로 끌고 가 부황께 처분해달라고 하거라!”기왕비는 눈을 가늘게 뜨고 기왕을 바라보았다. “왕야, 걱정 마요! 그러게 보채지 않으셔도 입궁할 겁니다. 하지만 입궁하기 전 경조부윤인 다섯째와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꼭 나눠야겠습니다. 왕야께서는 이 손을 놓고 제 말 좀 들어보시지요.”“이제 와서 무슨 말을 하겠다는 거야?” 기왕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의 손목을 거칠게 잡아당겼다.“다섯째, 걱정말게. 이 여자의 죗값은 내가 반드시 치르게 할 테니.” 기왕이 말했다.그러자 원경릉이 기왕의 팔을 잡았다. “잠시만요. 기왕비께서 할 말이 있으신 것 같으니 일단 들어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기왕은 원래 이 일을 조용히 자기 선에서 처리하고 부황에게는 보고만 하려고 했다. 하지만 청이가 초왕부에 가서 이 소식을 전했고, 사람들이 기왕부로 왔다. 기왕은 생각보다 일이 커져서 골치가 아팠다. 기왕은 애써 당황하지 않은 척했지만 사실 다섯째가 대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기왕은 자신의 팔을 잡은 원경릉을 노려보며 날카롭게 말했다.“초왕비, 이 여자의 말은 들을 필요 없네. 죄인의 변명을 들어서 뭐 하겠는가?”“이 일은 저와 관련이 있지 않습니까? 저는 이 사건의 진상을 알
주명양은 사식이를 건드려봤자 득이 될 것이 하나 없다는 것을 알고 우문호를 향해 올린 손을 거두었다. 기왕비는 우문호가 자신을 믿어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가 편을 들어주자 이에 깜짝 놀라 그를 쳐다보다가 눈시울을 붉혔다. 그녀는 잠시 지난날의 자신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어릴 적부터 누구의 도움 없이 모든 일을 혼자서 계획하고 해결하고 결과에 책임을 진 기왕비. 지금까지 그녀를 믿어주고, 힘들고 어려울 때 그녀의 편을 들어준 사람이 있었는지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그녀는 자신이 인생을 헛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왕비가 청이를 시켜 원경릉을 기왕부로 오게 한 이유는 초왕비가 자신을 오해를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다. 오늘 기왕부에서 벌어진 일을 추후에 초왕비가 듣게 된다면 그녀가 얼마나 큰 충격을 받겠는가?기왕비는 그녀가 사건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나면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기왕비는 기왕의 창백한 얼굴을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원래대로라면 전 오늘 초왕부에 갔을 겁니다. 하지만 주명양이 법당에 들어와 참배를 하다가 불상 뒤에서 저주인형을 발견했고, 그 소식을 전해 들은 기왕이 저를 기왕부에 가둬두었습니다. 기왕과 주명양은 이 일을 제가 꾸몄다고 하는데, 저는 맹세코 이 일을 모릅니다. 초왕비의 사주팔자도 모르는데 제가 이런 걸 어떻게 만들겠습니까?”“네 법당에서 찾았는데 그게 네 것이 아님 누구 것이겠느냐?” 기왕이 코웃음을 쳤다. “마음만먹으면 누구 것인지 금방 찾을 수 있습니다. 왕야께서는 진범이 누구인지 조사조차도 하지 않으시잖아요.”기왕은 확신으로 찬 기왕비의 눈빛에 소름이 끼쳐 당황한 표정으로 기왕비의 손목을 잡아끌었다.“조사는 무슨! 부황께 보고 드리고 부황의 뜻에 따르면 된다!”그가 기왕비를 끌고 밖으로 나가자 우문호가 그 뒤를 따라나섰다.“형님께서 입궁하신다면 저도 함께 입궁하겠습니다.”“이 일에 대해서 참견하지 말거라. 본왕이 직접 처리할 것이다!”“저주
“주후궁, 더 할 말 있는가?” 기왕비가 주명양에게 물었다. 주명양은 퉁퉁 부은 뺨을 감싼 채 기왕비를 보며 “기왕비가 궤변을 늘어놓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궤변인지 아닌지는 여기 경조부윤이 있으니 조사를 해보면 알겠지.”“경조부윤? 어디요? 경조부윤에서 이미 잘린 지 오래 아닙니까?”주명양이 웃었다. “정직이 됐던 건 맞지만, 황제께서 초왕을 경조부윤으로 복직시킨 것 모르시나요? 초왕께서는 여전히 경조부윤이십니다.” 원용의가 말했다.“복직? 그래요? 그럼 황제의 성지가 있습니까? 복직을 했다는 증거가 있을 거 아닙니까?” 주명양이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었다.우문호는 그 말을 듣고 옆에 있는 서일을 불렀다. “서일, 관아에 가 보좌관과 포도대장은 지금 당장 기왕부로 오라고 전하거라. 그리고 필적 검사를 진행할 것이니 냉대인도 모셔오너라.”“다섯째, 이건 너무하지 않느냐? 기왕부에서 일어난 일을 왜 관아에서 처리하느냐?” 기왕이 말했다. “형님께서 방금까지 입궁해서 이 일을 해결한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입궁을 해서 부황께 말씀을 드리면 부황께서 분명히 경조부 신하들을 시켜 진상규명을 실시할 겁니다.”“이건 황실의 일이니 황실 사람들끼리 해결하면 되지 않느냐? 왜 이렇게 일을 크게 만드는 것이야?”우문호는 기왕의 말에 눈하나 깜빡하지 않고 오히려 한걸음 가까이 기왕에게 다가갔다. “제가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원경릉의 사주팔자가 적힌 저주인형이 있는 이상 이 일은 기왕부만의 일이 아니라고!”“너……”“서일! 뭐 하고 서있어 당장 관아에 가서 본왕의 말을 전하거라!”“예!”서일이 빠르게 뛰어갔다. 달려가는 서일의 뒷모습을 보던 기왕은 부병들을 시켜 서일의 앞을 가로막았다. “본왕의 허락 없이는 아무도 기왕부를 나갈 수 없다!”부병들은 서일을 저지했고 서일은 무기로 완전 무장을 한 부병들을 보며 당황한 표정으로 우문호의 명령을 기다렸다. “나가거라!” 우문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서일이 장검을 뽑아 들었다.“기왕부에는 백여
기왕부의 난투극우문호가 몸을 일으킴과 동시에 장검을 휘둘러 두 사람을 베어내며 사식이의 포위망을 풀었다.사식이가 낭랑한 목소리로: “왕야 감사합니다!”“돌아가서 왕비를 지켜줘!” 우문호가 가볍게 내려앉았다가 하늘로 날아오르며 연환퇴를 시전하자 원용의 앞에 2명의 기왕부 병사가 나가떨어지고, 동시에 고개를 돌려 사식이에게 얘기까지 했다.그러나 사식이는 돌아가지 않고 그쪽은 만아로 충분하니 우문호와 원용의를 도와 계속 싸웠다.원경릉은 가슴이 철렁했다. 밖에는 기왕부 병사가 잔뜩 있고 우문호는 상처도 아직 낫지 않았는데 벌써 싸우기 시작했으며, 기왕부 병사들은 그가 왕야 신분이라 감히 중상을 입히진 못해도 얕은 상처를 무수히 입혔다.게다가 우문호는 무공이 허접 해서 구사한테도 맞아서 멍 들고 얼굴이 붓는 지경 아닌가.만아가 위로하길: “왕비마마 안심하세요. 왕야께서 서일을 여기서 나가게 하실 겁니다.”과연 우문호의 초식이 민첩하고 빨라서 장검이 꽃처럼 원형으로 피어나며, 연속으로 몇명을 쓰러뜨리는데 중상을 입히지 않고 가볍게 넘어뜨리는 정도다.검에 불꽃이 튀는 와중에 우문호는 여유작작 기왕부 병사들 사이를 맴돌다가 여러 차례 눈 앞에서 포위되었는데도, 빛처럼 번쩍 날아올라 허공에서 검을 회전시켜 번번히 포위를 벗어나 여러 명을 찔렀다.찬 바람에 우문호의 옷자락이 나부끼며 추상같은 눈빛에 무지개 같은 검기가 피어 오른다. 서일과 일종의 암묵적으로 공격과 방어 짝을 이뤄, 둘 사이에 눈빛조차 교환하지 않아도 절묘하게 어울렸다.원경릉은 이때야 비로소 서일이 매번 그렇게 바보 짓을 하고 함부로 입을 놀려도 여전히 우문호가 서일을 곁에 두고 내쫓지 않는 이유를 알았다.하지만 기왕부 병사가 너무 많고 강호인이 난투극에 끼어들지를 않나 심지어 제왕을 압박하는 사람까지 있는데, 제왕은 잠시 숨었다가 결국 다시 나와, 원용의가 포위 당한 것을 보고 손에 아무 무기도 들지 않은 채로 달려들어 원용의를 한 손으로 끌어냈다.원용의가 자세를 가다듬고 약간 당황하더
기왕부에서의 한판 승부주명양이 격분해서 소리 질러, “원경릉, 나는 널 안 건드렸는데, 네가 날 건드려?”주명양이 손에 붉은 채찍을 들어 올리자 번갯불이 하늘에 번쩍이듯 채찍이 ‘쉭’하는 바람 소리를 내며 바로 원경릉의 배에 휘둘러졌다.만아가 대경실색하고 마음 속에 주명양에 대해 갖고 있던 두려움도 잊고 격하게 손을 뻗어 채찍을 잡자 주명양이 냉소를 지으며 채찍을 거둬들이는데 채찍엔 쇠로 된 못이 박혀있어 만아의 손은 온통 시뻘겋게 피와 살이 엉겨 붙었다.원경릉이 이 상황을 보고 화가 나서 배가 아플 지경이라 어장을 휘두르며 때리는데 만아가 앞에서 보호하니 주명양은 채찍을 거둬들이지도 못하고 심지어 채찍을 바닥에 떨어뜨려 머리를 감싸 쥐고 숨으며 날카로운 소리로 “왕야 살려주세요.”하고 외쳤다.기왕이 고개를 돌리자 주명양이 원경릉에게 뚜드려 맞고 있는 것을 보고 얼른 달려가는데, 기왕비가 날쌔게 와서 막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왕야, 오늘 이 재미난 연극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말려들 줄 상상도 못했죠? 절 내쫓겠다고 아주 애를 많이 쓰셨어요.”“이 미친 여자가, 꺼져!” 기왕은 주명양이 걱정돼서 격노하며 손을 들어 조금도 사정을 두지 않고 기왕비의 따귀를 때렸다.기왕은 기왕비에게 지금 오직 증오와 미움만 있고 더욱이 기왕비의 병색이 완연한 얼굴을 보면 짜증이 났다.기왕비는 몸이 마르고 약해서 이 한대에 거의 바닥에 널브러졌다.기왕비가 비틀거리자 기왕이 재빠르게 앞으로 가려고 했다. 이때 기왕비가 갑자기 뒤에서 달려들어 기왕의 목을 누르고 손을 얼굴 위로 들어 머리채를 완전히 잡고 뒤로 끌어당기니 기왕은 순간 그대로 쓰러졌다. 기왕비는 원숭이처럼 잽싸게 올라타서 양 손으로 뺨을 때리는데 숨이 가빠져서 씩씩거릴 때까지 쉬지 않았다.기왕비의 이런 동작은 오래 연습한 것 같아서 폭발력이 어마어마했다.기왕이 손을 흔드는 순간 기왕비는 이미 비수로 그의 목을 누르고 머리카락이 뒤엉켜 흘러내린 가운데 얼음장 같은 눈빛이 형형하며, “어디 한번 움직여
기왕과 담판하는 우문호기왕이 차갑게 우문호를 노려보고 제왕에게, “일곱째야, 원인이야 어떻든지 간에 아바마마께서 하문하시면 너도 책임을 벗어날 수 없어. 황자들이 치고 받아 반드시 벌을 내릴 테니, 일을 만들고 싶지 않거든 얼른 후궁을 데리고 나가거라.”제왕은 원래 귀찮은 걸 싫어하고 실오라기 하나도 책임지기 싫어하는 성격인데 이건 황후의 잔소리 탓이다.그리고 제왕은 형제 간에 다섯째랑 비교적 좋은 관계긴 하지만 사실상 누구한테도 미움 받기 싫다.게다가 큰형에 대해서는 경외하는 마음도 있다.기왕이 제왕을 보내주기만 하면 오늘 이 일도 황제 앞에서 변명할 수 있는 것이, 제왕이 저주인형 사건을 인정하지 않으면 아바마마도 제왕 한 사람만은 처벌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제왕은 꼼짝 않고 서서 잠시 머뭇거렸다.이때 원용의가 제왕 앞에 서서 담담하게: “우린 안가요, 관아 사람이 오는 걸 기다리죠 뭐, 오늘 일은 우리가 직접 봤으니 증인이잖아요.”제왕이 바로: “맞아요, 우리 안가요.”기왕이 화를 내며, “너……”우문호가 검을 손에 쥐고 아무렇지도 않은 눈빛으로: “큰형, 아직도 죽기 살기로 덤비실 겁니까? 저 오늘 형이랑 끝까지 갈 겁니다.”기왕의 안색이 파랗게 질리더니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고개를 돌려 기왕비를 찢어발길 듯이 노려봤다.오늘의 이런 변고를 기왕은 생각조차 해본 적 없다.원경릉을 저주인형 당사자로 삼은 것은 그녀가 아이를 가졌고 아바마마의 사랑이 깊어서 였다. 아바마마께서 훑어보시기만 해도 원경릉은 죄를 물어 벌을 받을 수밖에 없다.기왕은 이런 중차대한 시점에 다섯째가 와서 소란을 피울 줄 상상도 못했다.기왕에겐 불리하다.기왕은 어서 주명양을 정비의 자리에 올려 주씨 집안의 도움을 받을 생각 밖에 없다. 왜냐면 몹쓸 계집의 친정에서 천천히 자금줄을 조여오며 더이상 그를 돕지 않기 때문이다.기왕에겐 절박한 상황인데, 몹쓸 계집이 사람을 시켜 다섯째를 오게 할 줄이야. 일곱째까지 올 줄은 더군다나 몰랐다.기왕은 지금 속으
십만 냥을 내 놓던지우문호가 이 말을 듣고 고집스럽게 웃으며, “큰형이 인정하게 만드는 거 어렵네요. 동생인 제가 한바탕 칼부림을 해야 하니 말입니다. 기왕 큰형이 인정하셨으니 잘됐네요. 형이 전에 말끝마다 어떻게 책임질 거냐고 따지셨는데, 지금 묻지요. 큰형은 이 일을 어떻게 책임 지시겠습니까?”기왕은 부글부글 끓어서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나, 꾹 참고 우문호와 얘기하는데 소위 말하는 변명도 마땅한 게 없다.기왕이 손을 들어 왕부의 병사를 앞으로 나오게 하고 우문호에게 사죄하게 했다.기왕부의 병사들이 일제히 앞으로 나와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우문호는 원경릉의 손을 잡고 앉아서 냉엄한 자세로, “큰형, 쓸데없는 말 하지 말죠, 책임진다는 게 고작 병사들이 무릎 꿇고 사죄하는 거면 전혀 필요 없습니다.”기왕은 오늘 꼼짝 없이 우문호의 수중에 잡혀 있어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도 어쩔 도리 없이, “그럼 너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 아바마마 앞에라도 가서 떠들고 싶으냐?”우문호가 차갑게 기왕을 노려보며, “아바마마께서 제일 싫어하시는 게 이런 일인데, 저도 당연히 아바마마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그럼 어떻게 하고 싶은 거야?” 기왕이 몰래 안도하며 아바마마 앞에서 거론하는 것만 아니면 다 괜찮다.우문호는 마치 전부터 다 생각이 있었다는 듯: “십만 냥, 원 선생이 선행으로 공덕을 쌓아서 형의 저주를 풀어야 하지 않겠습니까.”기왕이 얼굴이 하얘져서: “십만 냥이라니? 아예 도둑질을 하지 왜?”우문호가 입꼬리를 올리며 비꼬듯이: “이렇게 큰 기왕부에서 고작 십만 냥도 못 만드는 건 아니겠죠?”기왕비는 한편으로 들으며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십만 냥, 기왕은 낼 수 없다, 주명양이 내주지 않으면.하지만 주명양이 한번에 십만 냥을 낼까?십만 냥이라면 주명양이 시집올 때 패물과 함께 가져온 전액일 것이다.재상이 손녀를 결혼시키면서 비록 십리를 뻗친 행렬만은 못해도 십만 냥은 혼수로 전해줬을 거라고 외부 사람들도 다 알고 있다.다섯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