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만 냥을 내 놓던지우문호가 이 말을 듣고 고집스럽게 웃으며, “큰형이 인정하게 만드는 거 어렵네요. 동생인 제가 한바탕 칼부림을 해야 하니 말입니다. 기왕 큰형이 인정하셨으니 잘됐네요. 형이 전에 말끝마다 어떻게 책임질 거냐고 따지셨는데, 지금 묻지요. 큰형은 이 일을 어떻게 책임 지시겠습니까?”기왕은 부글부글 끓어서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나, 꾹 참고 우문호와 얘기하는데 소위 말하는 변명도 마땅한 게 없다.기왕이 손을 들어 왕부의 병사를 앞으로 나오게 하고 우문호에게 사죄하게 했다.기왕부의 병사들이 일제히 앞으로 나와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우문호는 원경릉의 손을 잡고 앉아서 냉엄한 자세로, “큰형, 쓸데없는 말 하지 말죠, 책임진다는 게 고작 병사들이 무릎 꿇고 사죄하는 거면 전혀 필요 없습니다.”기왕은 오늘 꼼짝 없이 우문호의 수중에 잡혀 있어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도 어쩔 도리 없이, “그럼 너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 아바마마 앞에라도 가서 떠들고 싶으냐?”우문호가 차갑게 기왕을 노려보며, “아바마마께서 제일 싫어하시는 게 이런 일인데, 저도 당연히 아바마마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그럼 어떻게 하고 싶은 거야?” 기왕이 몰래 안도하며 아바마마 앞에서 거론하는 것만 아니면 다 괜찮다.우문호는 마치 전부터 다 생각이 있었다는 듯: “십만 냥, 원 선생이 선행으로 공덕을 쌓아서 형의 저주를 풀어야 하지 않겠습니까.”기왕이 얼굴이 하얘져서: “십만 냥이라니? 아예 도둑질을 하지 왜?”우문호가 입꼬리를 올리며 비꼬듯이: “이렇게 큰 기왕부에서 고작 십만 냥도 못 만드는 건 아니겠죠?”기왕비는 한편으로 들으며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십만 냥, 기왕은 낼 수 없다, 주명양이 내주지 않으면.하지만 주명양이 한번에 십만 냥을 낼까?십만 냥이라면 주명양이 시집올 때 패물과 함께 가져온 전액일 것이다.재상이 손녀를 결혼시키면서 비록 십리를 뻗친 행렬만은 못해도 십만 냥은 혼수로 전해줬을 거라고 외부 사람들도 다 알고 있다.다섯째
주명양과 기왕, 원경릉과 우문호기왕은 주명양의 눈물을 닦아주고 손가락으로 얼굴의 상처를 매만지며 가슴 아픈 듯이: “아프지?”주명양이 울면서: “아파요, 이 상처 흉터 남지 않겠죠? 왕야가 저 대신 갚아주세요.”기왕이 음흉한 눈빛으로, “걱정하지 마요, 이번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당신을 대신해서 단단히 따질 테니까.”기왕은 홱 돌아서서 냉정한 눈빛으로 기왕비를 노려보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몹쓸 계집, 잘 하는 짓이다.”기왕비는 입꼬리를 올리고 맑게 웃으며 비꼬는 빛이 가득한 눈으로, “왕야, 저를 내쫓고 싶으시면 그렇게 말씀하시면 될 것을, 뭐 이런 방법을 쓰셔서 명성을 더럽힙니까? 일이 이지경이니 괜히 사이좋은 척 가장할 필요 없겠죠. 오늘 당신이 내 털 한 오라기라도 건드리면 내가 가만 있지 않을 겁니다. 방금 큰오빠에게 소식을 전하라고 풍이를 보냈어요. 만약 내가 기왕부에서 어떤 재난이나 모욕을 당하면 내 수중에 있던 증거가 전부 큰오빠에게 전해져서 그 사람들과 당신이 서로 싸우게 할 겁니다. 그리고 그 십만 냥은 스스로 조달할 충분한 능력이 있어야 될 걸요. 제 도움을 빌리지 않으려면요. 일을 저지르기 전에 3번은 생각 하세요.”말을 마치고 기왕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싸늘하게 돌아서서 갔다.기왕이 열 받아서 한 발로 탁자를 차서 엎자 하인들이 놀라서 얼른 밖으로 숨었다.주명양도 안에서 우문호가 하는 요구를 들었지만 이 큰 기왕부에서 십만 냥도 못 낼까 생각했다.주명양은 우문호의 수작이 마음에 들지 않고 기왕비가 멋대로 날뛰는 게 더 불만이었다.원망을 담은 말투로: “왕야, 당신은 어쩜 이렇게 허술하게 일을 했어요?”주명양은 확실히 일이 이렇게 커질 줄 생각도 못했고, 만약 우문호 쪽까지 떠들썩하게 할 줄 알았으면 이렇게 허술하게 안 했을 거라고 생각했다.주명양은 주명취만큼 계산이 ‘빠삭’하진 않지만 생각이 없는 사람은 아니다.이번 계획을 보고 기왕에게 약간 실망했다.최근 주명양을 격하고 강압적인 형태로 총애하길래,
북적대는 초왕부와 주명양의 방문원경릉은 사실 기왕부를 나온 뒤로 이런 느낌이었다.왜냐면 기왕비가 없는 기왕은 이빨 없는 호랑이에 불과하다.이빨 없는 호랑이는 죽으면 가죽이나 써먹지, 살아서는 그냥 평범하고 무능할 뿐이다.하지만 황제는 한사코 기왕을 보호하면서 수차례 그에게 기회를 준다.과연 장자라는 신분 때문일까?“왕야가 이 일을 아바마마 앞에 가져가지 않는 것도 그래서야?” 원경릉이 물었다.우문호의 표정에 무력함이 가득해서, “맞아, 이 일을 아무리 크게 난리를 쳐도 설사 네가 기왕부에서 진짜 죽었다고 해도, 아바마마께서 큰형의 목숨은 뺏지 않으실 것이고 심지어 친왕이란 봉호도 빼앗지 않으실 테니까.”소위 은총을 입는 다는 게 언제 겉으로 노력한다고 됐나? 아바마마께서 원 선생을 예뻐 하는 것을 부인하는 게 아니라 이런 사랑은 한계가 있고, 아니나 다를까 우문호가 후궁을 맞는 것을 원 선생이 반대하자 아바마마께서는 안면을 몰수하셨다.하지만 큰형이 한 일이 어찌 이 뿐일까?우문호 자신은 애진작에 알아봐서 크게 상처받지 않는다.하지만 오늘처럼 원 선생 관련된 일을, 우문호는 떳떳하게 입궁해 아바마마께 시시비비를 가리지 못한다.우문호는 속에 천불이 나고 원 선생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우문호는 조용히 탄식하며, “억울하게 했지.”원경릉이 웃으며, “조금도 억울하지 않은데, 오늘 왕야의 솜씨를 봤는 걸. 확 숭배하게 됐어. 왕야, 나랑 살아갈 사람은 왕야지 다른 사람이 아니거든, 난 왕야가 나한테 잘하는 지만 관심있어. 다른 사람은 전혀 안중요해.”우문호는 원경릉의 눈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얼굴에 살포시 걸린 미소는 맑고 순수하면서도 투철하다.우문호가 손을 뻗어 끌어 안으며 원경릉이 우문호를 따른 이래 초왕부에선 거의 하루도 편안한 날이 없고, 오히려 정후부에 쫓겨나고 서야 조용한 나날을 보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쓴웃음이 나며 정후부로 쫓겨난 걸 감사해야 하는구나.초왕부가 북적대기 시작했다.사람이 줄줄이 드나들고 초왕비가
기왕비의 속마음이 십만 냥은 주명양이 팔만 냥, 기왕비가 만 냥 그리고 나머지를 기왕 자신이 마련한 것이다.주명양은 원경릉에게 딱 한 마디 하길, “같잖게 사람 깔보지 마요. 십만 냥은 나한테 별거 아니니까.”말을 마치고 약간 상처가 남은 얼굴을 들고 냉랭하게 떠났다.원경릉이 이 말을 듣고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기왕비는 가지 않고 약을 더 달라고 했다.이제 수액을 맞을 필요도 없어서 며칠 안 왔는지라 원경릉에게 검사를 받아야 했기에 그 참에 얘기를 나누었다.“주명양은 왜 따라 온 거예요?” 원경릉이 물었다.기왕비가 웃으며: “적당히 하인들을 시켜서 보낼 은자가 아니라고요. 기왕도 직접 오기 싫어서 나한테 맡겼는데 주명양은 그게 안심이 안된 거죠. 어쨌든 본인이 팔만 냥을 내고 난 겨우 만 냥을 냈을 뿐이니까.”“만 냥을 또 냈어요?” 원경릉이 의아해서, “왜 기왕을 도와줘요?”기왕비가 웃으며, “이 만 냥은 초왕비가 나에게 돌려줄 거라고 생각해서지요.”원경릉이 고개를 흔들며, “아뇨.”기왕비가 완전 불쌍하게, “내가 지금 모아 놓은 것도 별로 없고, 계속 친정에 달라고 할 수도 없어요. 이 만 냥은 돌려주세요.”“그럼 반드시 말해야 해요. 왜 기왕에게 만 냥을 줬는지.” 원경릉이 물었다.기왕비가 한숨을 쉬며, “좀 편히 지내볼까 하구요, 은자 만 냥을 주는 건 가슴 아픈 일이고 그럴 가치도 없지만 적어도 기왕이 계속 날 괴롭힐 수 없게 하는 힘은 발휘할 테니까, 나도 내 일을 할 시간을 벌 수 있죠.”기왕비의 마르고 약한 얼굴은 여전히 창백한 채 숨을 들이쉬며: “어쨌든 살아야 지요, 내 딸도 기왕부에 있고 난 갈 수 없어요.”아이를 위해서라면 원경릉은 이해가 갔다.이 시대의 합의 이혼은 이혼한 뒤에도 아이를 만날 수 있거나 아이의 양육권을 쟁취할 수 있는 현대와는 판이하게 달랐다.만약 기왕비가 합의 이혼한다면 다시는 자신의 딸을 볼 수 없게 된다.사람의 마음은 가지각색이지만 엄마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매한가지
허심탄회사실 기왕비가 이 얘기는 세번째다.원경릉은 아예 마음의 벽을 허물고 툭 터놓았다, “나와 다섯째는 그 자리에 별로 흥미가 없어요. 언젠가 우리가 쟁탈하려고 한다면 그건 그 자리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예요.”기왕비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죠? 왜 그 자리에 흥미가 없어요? 나한테 왜 이런 입에 발린 말을 해요?”원경릉이 진지하게 기왕비에게: “태자가 되고 황제가 되는 게 뭐가 좋아요?”기왕비가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앉아 원경릉을 보며: “진심으로 얘기하는 거예요?”“진심이예요.” 원경릉이 말했다.기왕비가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왜 태자가 되거나 황제가 되는 게 안 좋다고 생각해요? 권력이란 말이죠, 권력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당신들 사고방식이 이상한 거 아니에요?”원경릉이 배를 만지며 작게 한숨을 쉬며, “권력에 비해 전 한 식구가 잘 지내는 거, 충만한 삶을 살길 훨씬 원해요.”원경릉 원래가 일개 백성으로 원하는 연구를 하고 자기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했고, 그녀의 인생은 충실하게 채워져 있었다.이런 마음 상태를 20년 넘게 가져왔으니 시공을 초월해 이 권력의 중심에 떨어져서도 변함이 없다.권력다툼의 현장은 커다란 자기장으로 사람들을 비이성적으로 각축하게 만든다.원경릉 입장에서 봤을 때 상당히 병적인 상태다.눈 앞의 기왕비도 마찬가지다.기왕비는 원경릉의 말이 불가사의하게 들려서, “그 말은 다섯째가 태자가 되면 당신들은 잘 살 수 없다는 건가요? 황제가 되면 누가 감히 당신을 해칠 수가 있어요? 이거야 말로 가장 큰 보장이죠.”원경릉이 반문했다, “그럼 당신은 왜 다섯째를 도우려고 하죠?”“당연히 내 딸의 퇴로를 확보해 두는 거죠, 내가 당신들을 도우면 당신들은 내 딸과 사위를 홀대하지 않을 게 분명하니까요.” 기왕비가 말했다.원경릉이: “당신이 기왕을 도와서 그가 나중에 황제가 되면, 당신 딸은 공주가 되니 그게 훨씬 더 나은 거 아닌가요?”기왕비가 냉랭하게: “일단, 그는
짠순이 원경릉기왕비가 놀라서 문 쪽을 보니 문에 기댄 다섯째가 보이는데 얼굴색이 우수에 차 있다.기왕비가 머쓱해 하며: “돌아왔어요? 초왕 얘기가 아니라 천하의 남자들은 변할 수 있다는 일반론일 뿐이에요, 초왕 얘기 아니에요.”우문호가 자신의 특정 부위를 쳐다보며 작게 한숨을 쉬고: “형수는 제가 남자인 걸 의심하시는 겁니까?”기왕비가 얼른 손을 내저으며, “아뇨, 그런 뜻 절대 아니에요.”“이게 남자 게 아니란 건가요?”“그, 그 뜻 아니에요.”기왕비가 상당히 난처한데, 다른 부부사이 감정을 이간질하려다 딱 마주쳤으니. 확실히 난감하다. 기왕비는 집에 일이 있다고 핑계를 대고 서둘러 갔다.우문호가 답답한 표정으로 걸어 들어 오는 것을 보고 원경릉이 웃으며, “기왕비가 뭘 어쨌다고 그래? 당신을 포함해 늑대 같은 남자를 경계하라고, 그냥 좋은 뜻으로 얘기한 거야.”“원 선생,” 우문호가 걸어와서 원경릉의 볼을 꼬집더니 표독스럽게: “사람이 양심이 있어야지, 내가 어떻게 늑대 같은 남자야? 너와 네 뱃속에 세 쌍둥이 주변을 맴돌며 꼬리 흔드는 멍멍 강아지구만.”원경릉이 웃다가 눈물이 찔끔 나면서, “멍멍 강아지? 테디 베어야? 왜 아주 날 웃겨 죽이지? 맞다, 오늘 어떻게 이렇게 일찍 돌아왔어? 겨우 오시(午時 오전 11시~오후 1시) 지났는데.”“오늘이 기한이라 은자 받았는지 확인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우문호가 탁자 위의 한 무더기 은자를 보고 잔인한 눈빛으로, “전부 내 꺼야, 몰래 감추지 마.”원경릉이 한손으로 찰싹 때리며: “감히 한 장이라도 손 대면 끝인 줄 알아, 왕야는 매달 용돈이 은자 두 냥, 큰돈 쓰면 영수증 끊어와, 은자 어디에 썼는지 설명할 수 있게.”우문호가 입에 침을 튀기며: “하지만 이달은 내가 관아에 복직해서 접대도 좀 있고 은자 두 냥으로 부족해.”“접대해야 하면 나한테 얘기해, 내가 줄 테니까.” 원경릉이 어음을 전부 소매속에 넣는데 상당히 두툼해서 다 들어가질 않자 탕양에게 들어오라고 해서 가져가
원경릉의 화장을 돕는 우문호우문호는 원경릉이 농담한다고 생각했다. 의대라니? 그게 뭐야? 의술을 가르치는 건가? 원경릉 같은 의술은 여기 사람들은 배울 수 없어, 왜냐면 어쩌구 저쩌구 하는 도구가 없으니까.원경릉은 진지했다.이 생각도 지금 문득 든 게 아니다. 처음 우문호와 길을 걷다가 의원 앞에 길게 줄을 서 있는 것을 보고, 현재 의료 제도가 어떻게 이뤄져 있는지 물어본 뒤부터 이 생각을 품게 되었다.하지만 그때는 그저 생각 단계로 결국 가시화 시키려면 자본, 인력, 물자, 광고 등이 필요하다.옷을 갈아 입고 원경릉이: “오늘 기왕비가 그러는데 기왕비가 왕야를 태자 자리에 올라가는 걸 도와줄 수 있데.”우문호가 어렴풋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 얘기 처음은 아니잖아.”“그래서 왕야는 어떻게 생각해?” 원경릉이 화장대 앞에 앉아서 자기는 화장을 했다. 다섯째와 단둘이 방에 있을 때 원경릉은 누가 와서 시중들게 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우문호는 원경릉을 뒤에서 끌어 안으며: “넌 어떻게 생각해?”기왕비 인맥이 넓으니까 끌어 올 수 있으면 확실히 왕야에겐 유리하지. 당연히 이런 관계 구축은 왕야가 전에 말했던 대로 한바탕 싸운 다음을 전제로 하는 거지만. 여전히 그럴 생각인 거야?”우문호가 원경릉의 눈썹을 그려 주려고 돌아들어 갔다. 원경릉은 눈썹 모양이 예뻐서 끝에 약간 그려주면 완벽하다.“모르겠어, 내 마음도 왔다 갔다 해. 그 자리에 흥미가 없는데 계속 이렇게 눌려서 사는 것도 싫고.”원경릉이 ‘흠’하더니, “그래서 왕야도 거부하진 않겠다?”우문호가 눈썹 연필을 내려놓고 원경릉의 옷 매무새를 가다듬어 주며 손을 가슴팍에 올려놓아 원경릉의 질문을 회피하고자, “여기가 조여 드네.”원경릉이 우문호를 보고, “자기 아내를 왕야는 걸핏하면 어떻게 한번 할까만 궁리해?”우문호가 억울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그냥 하자는 것도 아니고, 지금도 내가 건드리지 못하게 철벽을 치고, 저녁에 좀 해 보려고 하면 내가 널 어떻게 하기라도 할 것처럼 맨날
밤일에 관하여원경릉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전혀, 그런 생각 안 해, 걸핏하면 나 동정하는 거 하지 마.”우문호가 약간 실망하며, “왜 생각 안 해? 이걸 어떻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어? 구사한테 물어봤어.”원경릉이 우문호에게 눈을 흘기며, “구사한테는 왜 물어봐? 구사가 여자 경험이 얼마나 많다고? 그리고 우리 부부문제를 왜 구사한테 상담을 해?”“구사한테 완전 다 털어놓은 건 아니고, 어쩌다가 탕양이랑 정언이랑 그 사람들도 애기하고.”원경릉은 아주 기가 막혀서, 우문호를 보고 아주 제대로 정색할 할 필요성이 확 들었다.“왕야, 앉아봐, 우리 얘기, 좀 해.” 원경릉 자신이 먼저 자리에 앉았다.원경릉은 우문호를 보며 자신이 임신한 기간에 왜 끊임없이 일이 터질까 생각해보니, 우문호가 이런 생각을 못하게 하려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원경릉이: “앞으로 구사와 왕래하는 거 허락하지 않겠어. 더군다나 우리 그 일은 얘기하지 마.”우문호가 당황하며, “남자들이 같이 있으면서 이런 애기 아니면 무슨 얘기를 할 수 있는데? 내내 시나 악부를 토론할 수는 없잖아?”“다른 건? 조정은? 일은?”우문호가 고개를 흔들며, “그런 건 공적인 거고, 사적으론 얘기 안 해.”“얘기해봐, 구사랑 냉정언이랑 내 무슨 얘기 했어?” 원경릉이 아예 까놓고 물었다.우문호가 원경릉의 안색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이런 정도 지 뭐.”“다른 건 없었어?”우문호가 생각해 보더니, “다른 건 없었어.”그럼 이 화제로 무슨 얘기 했어?” 원경릉이 다시 물었다.우문호가: “그러니까 뭐를.”원경릉은 순간 그를 팰까 하는 충동을 느꼈다.원경릉은 화도 나고 창피하기도 해서 꾸물거리며 일어서는데, “당신들은 언제부터 이런 얘기를 한 거야? 얼마나 됐어?”“우리 사이가 좋아진 뒤부터지. 나만 말한 건 아니고 그들도 자기 얘기를 했다고.” 우문호가 우물쭈물하면서, “당신은 왜 이렇게 화를 내고 그래? 남자들이 같이 있으면 다 이런 얘기해. 다른 사람한테는 비밀로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