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문호는 원경릉의 옷을 입혀주고는 문쪽을 보며 화를 버럭 냈다.“안 꺼져?”문이 조심스럽게 열리더니 그 앞에는 손으로 눈을 가린 서일이 서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손가락 사이를 벌려 원경릉과 우문호가 모두 옷을 입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서일은 화난 우문호의 모습을 보고 흠칫 놀라 몸이 굳었다.“무슨 일이야?” 우문호가 노발대발하며 그를 노려보았다.“왕야, 제왕님께 문제가 생겼습니다.” 서일은 정중하게 보고했다.원경릉은 놀라서 “제왕 금방 가지 않았어?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거야?”라고 물었다.“암살시도가 있었다고 합니다.” 서일이 말했다.“암살?” 우문호의 눈동자가 흔들리며 “그는 지금 어떠한가?”라고 물었다.“많이 다치지는 않아서, 이미 제왕부로 돌아갔다고 합니다.”서일이 말했다.“자객은 잡았어?”우문호는 외투를 입으며 “말을 준비해라!”라고 외쳤다.“나랑 같이 가.”원경릉이 말했다.“아니야, 너무 늦었어. 넌 나오지 마. 제왕이 많이 다치지는 않았다고 하니, 내가 빨리 갔다가 올게.”우문호가 원경릉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말했다. 제왕은 왕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암살을 당할 뻔했다.자객은 한 명뿐이었다. 당시 제왕의 옆엔 호위 무사 한 명과 마부 한 명이 있었다. 다행히 호위가 무술 실력이 좋아 자객을 물리쳤지만, 제왕은 부상을 입고 마차도 파손되었다. 제왕부의 마부가 초왕부로 들어와 마차를 빌려달라고 하자, 탕양과 서일이 제왕이 암살을 당할 뻔한 사실을 알고 급히 가서 상황을 살폈다. 탕양은 제왕의 상처 부위를 지혈한 뒤, 왕부로 데려다주었고, 서일은 이 사실을 우문호에게 보고했다.우문호는 말을 재촉해 제왕부로 갔다.그는 제왕이 많이 다치지 않은 것은 알았지만, 초왕부 근처에서 암살을 시도한 것을 미루어보아 자객이 초왕부를 모함하려는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3개월 내에 연속으로 친왕 세명과 왕비 하나가 암살을 당할 뻔했다. 당초 그가 암살 위협을 당했을 때, 부황은 그가 스스로 자해를
제왕은 울음 섞인 목소리로 “무슨 일이 있거든, 내 앞에서 말하거라. 내가 죽는다고 해도 나를 속이려고 하지 마라.”라고 말했다.주명취는 눈살을 찌푸리며 “무슨 헛소리십니까? 어의도 가벼운 상처라고 한 마당에……. 헛소리 그만하시고 어의 말 잘 듣고 치료 잘 받고 계세요. 제가 초왕님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라고 말했다.제왕은 한순간에 바뀌는 주명취의 표정을 보고 문득 원경릉이 했던 말이 떠올라 만감이 교차해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주명취는 고작 저런 가벼운 찰과상으로 징징거리는 제왕을 보며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내가 이런 한심한 인간에게 시집을 오다니.’주명취는 우문호에게“왕야, 이리로.”라고 하며 자리를 옮겼다.우문호는 주명취를 따라 가며 뒤를 돌아 제왕을 보고 “금방 갔다가 올게.”라고 말했다.제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습니다.”라고 말했다.주명취와 우문호는 접객실로 들어갔다. 그녀는 안에 있던 모든 이들을 밖으로 내보내고 문을 닫으려고 했다.“문은 닫을 필요 없어.”우문호가 말했다. 주명취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한번 슥 보더니 가시 돋친 목소리로 “왜? 내가 너를 덮치기라도 할까 봐? 예전에 원경릉이 공주부에서 너한테 했던 것처럼?”라고 말했다.우문호는 호포를 펄럭이며 자리에 앉았다.“생각도 참, 나는 그저 너도 나도 이미 혼인을 했으니 이런 불필요한 행동으로 오해를 만들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래.”우문호가 말했다.“오해?” 주명취가 차가운 표정으로 “언제부터 너랑 나의 사이가 오해가 된 거야? 원경릉을 사랑하다니, 너의 변한 마음 때문에 내가 얼마나 아픈 줄 알아?”라고 말했다.우문호는 눈살을 찌푸리며 “본왕에게 그렇게 말을 하는 저의가 뭐야? 이런 말이라면 본왕은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라고 말했다.“원경릉의 어떤 점이 네 마음을 움직인 거야? 너 그 여자가 얼마나 비겁하고 비열한지 알아?” 주명취는 밖에서 누가 자신의 말을 듣든 말든 제왕부의 모든 사람이 자신의 손아귀에 있었기 때문에 걱
우문호는 주명취와 대화를 마치고 싶었다. 그는 안색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담담한 눈빛으로 주명취를 보았다. “너는 본왕을 여기로 데리고 와서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거야?”주명취는 그를 노려보더니 눈물을 흘렸다.“더 이상 할 말 없어. 그저 제왕이 초왕부 근처에서 암살을 당할 뻔했으니, 네가 이 사건에 연루될까 걱정돼서 그랬을 뿐인데……. 네가 날 그렇게 생각할지는 몰랐어. 넌 나를 슬프게 해. 가 봐. 이제 더 이상 제왕부에 오지 말아 줘.”우문호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아니, 제왕부에는 와야지. 일곱째가 여기 있잖아.”라고 말했다.말을 마친 우문호는 뒷짐을 지고 밖으로 나갔다. 그의 우람한 뒷모습을 보니 적어도 150Kg은 되는 것 같았다. 주명취는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눈물을 닦았다. 눈물은 닦으면 닦을수록 더 많이 흘렀다. 그녀는 심장이 바늘에 찔린 듯 아팠다. 그녀는 우문호가 자신에게 저런 말을 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주명취는 줄곧 우문호가 자신을 제외하고 다른 여자를 마음에 담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왜 원경릉인 것이냐? 왜 그렇게 몰상식하고 혐오스럽기 짝이 없는 그런 여자를 택한 것일까? 그녀를 안지 얼마나 됐다고? 바보같이 그 여자를 믿다니!’“왕야! 방금 제왕비가 한 말이 너무 소름 끼칩니다.” 밖에서 그 둘의 대화를 들은 서일은 혀를 찼다.“닥쳐라!”우문호는 차갑게 소리쳤다.“예!” 서일이 다급히 입을 다물었다.우문호는 제왕을 찾아갔을 때, 그는 이미 상처를 다 치료한 상태였다. 탕양은 제왕의 옆을 지키다가 우문호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소인이 물어봤습니다. 보아하니 상황이 어렵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제왕은 방금 전에 자신을 공격하던 자객의 모습이 떠올라 화가 치밀었다.“다섯째 형님, 자객을 반드시 찾아주셔야 합니다.”우문호는 자리에 앉아 그를 바라보았다. “안심해. 내가 조사해 볼 테니, 근데 지금은 좀 어때?”제왕은 괴로운 듯 “아픕니다!”라고 말했다.“고작 그 정도도 못
우문호는 서일의 머리를 두 대 쥐어박은 후에 말을 타고 왕부로 돌아왔다.원경릉은 안절부절못해 잠도 자지 않고 그가 오기를 기다렸다.녹주가 왕야가 돌아왔다고 하자마자 그녀가 밖으로 나와 그를 맞이했다.우문호는 오랜만에 밤중에 말을 타고 달리니 기분이 좋아져서, 탕양에게 제왕부의 정황을 묻지 않았다. 말에서 내린 우문호는 탕양을 집으로 불렀다.“얼마나 다쳤어? 심각해?”원경릉이 다급히 물었다.우문호는 그녀를 끌어당기며 “별로 심각하지 않던데, 두 군데 정도 작은 상처가 있었어. 검 끝에 찔린 것 같아.”라고 말했다.“망할 자객!” 원경릉은 마음이 놓였다. 그녀는 제왕이 걱정되기보다는, 제왕이 그녀에게 얻어맞은 후에 초왕부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암살을 당할 뻔한 것에 더 신경이 쓰였다.우문호는 탕양에게 “제왕부의 상황을 말해보거라.”라고 말했다.“왕야의 시위(侍衛)와 마부에게 물었더니, 검은 옷을 입고 얼굴을 가린 자객이 골목 어귀의 모퉁이에서 나타났는데, 무공이 그리 높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마차가 뒤집히는 바람에 그 틈에 자객이 제왕을 공격했고 시위가 자객을 때리자 자객이 도망 갔다고 했습니다.” 탕양이 말했다.탕양의 말을 들은 원경릉은 이상함을 감지했다.“무공이 별로인데, 달리는 마차를 뒤집어 왕을 공격한다고? 제왕은 무공 실력이 좋잖아요? 그리고 시위는?”원경릉의 말이 끝나자 탕양과 우문호의 눈이 마주쳤다.“그래서?” 원경릉은 우문호를 보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라고 물었다.“자객의 무공 실력이 좋지 않아 일곱째를 못 죽인 게 아니야. 자객은 일곱째에게 경상을 입혀 암살당할 뻔했다고 착각하게 만들어 사람들에게 일곱째와 성문의 일이 연결시키려고 했어. 성문 사건을 조사한 뒤 누군가 일부러 소란을 피운 것이라면? 이 모든 일은……”우문호가 말했다.“제왕비의 잘못도 아니고, 사고는 더욱 아닐거야. 누군가가 제왕부를 음해하려고 하는 거야.”원경릉이 답했다.우문호는 그녀의 말을 감상하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보다시피, 이
“솔직하게 말해봐.” 원경릉의 눈빛이 반짝였다.“그 여자가 뭐라고 했어?” 원경릉은 그의 무릎 위에 앉아 두 손으로 목을 감은 채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우문호는 귓가를 간지럽히는 그녀의 목소리에 이성을 잃을 뻔했지만, 탕양이 당시에 한 말이 떠올랐다.‘여자에게는 사실의 절반만 말해야 한다.’“그 여자가 네가 예전에 저지른 일을 언급하며 너를 비겁하고 비열하다고 하길래, 내가 화가 나서 반박했다. 너는 선량하고 대범하고 현명하다고, 오점을 찾을 수 없는 너를 함부로 욕하다니 내가 어찌 그냥 넘어가겠어? 내가 한바탕 쏘아붙였다. 그리고 이 사건은 내가 공정하게 조사할 것이니 나쁜 생각은 하지 말라고 했다.”“정말 그렇게 말했다고?”원경릉은 웃으며 그를 쳐다보며 “그렇게 말하니까 걔가 뭐래?”라고 물었다.“화를 내더니 앞으로 제왕부에 오지 말라고 하더라.”원경릉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정말? 거짓말이지?”라고 물었다.우문호는 손을 들고 맹세했다. “거짓말이 아니다. 만약 거짓 말이라면……”그녀가 손으로 그의 입을 막았다. 그는 깜짝 놀라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응? 만약 그렇다면?” 원경릉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우문호는 이를 악 물었다.“네 방에 한 발자국도 들어가지 않겠다.”그의 입술이 원경릉의 입술에 포개졌다. 원경릉은 그를 밀치며 “잠깐만, 내가 뭐 좀 가져와야 할 게 있어.”라고 말했다.“뭘 가져와? 이따가 해!” 그녀는 다시 그녀의 하얀 목에 얼굴을 묻었다.“안돼, 지금 가져와야 해! 기다려 내가 옷 벗고 기다릴게.” 그녀는 그의 손을 잡고 요염하게 웃었다.우문호는 어쩔 수 없이 일어서며 “뭘 가져와?”라고 말했다.원경릉은 문을 열고 캄캄한 정원을 가리키며 “저기 밖에 너의 염낭을 두고 왔어 가져와줘.”라고 말했다.“너 정말!” 우문호는 그녀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밀더니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그가 나가자 그녀는 문을 닫고 문고리를 걸었다.우문호는 화가 나서 미친 듯이 문을 두드렸다.“원경릉! 또 이렇게
얼마나 되었을까 우문호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문밖에 있을 때, 우문호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원경릉이 왜 이렇게 화를 내는지 냉정하게 생각해보았다. 그는 그 이유가 주명취와 단둘이 만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앞으로 절대 주명취와 단둘이 만나지 않겠다.” 그는 원경릉 앞에서 다짐했다.원경릉은 그를 보고 “나는 지금 질투를 하는 것도, 화를 내는 것도 아니야. 난 그저 네가 처신을 잘 못하는 것 같아. 설령 네가 주명취에 대해 아무 감정이 없다고 해도, 어린 시절을 같이 보낸 정이라는 게 있잖아. 그 여자가 그 정을 이용해 너를 모함할 수도 있어. 공주부에서 있었던 일 잊은 거 아니지?”라고 말했다.원경릉은 자신이 공주부에서 저지른 부끄러운 일을 들먹이면서까지도, 그에게 교훈을 주고 싶었다.이 말을 들은 우문호는 감동하는 동시에 원경릉의 얼굴이 두껍다고 생각해다. ‘무슨 자신감으로 공주부 일을 입 밖으로 꺼내지?’그는 속마음을 숨기고 그녀의 말대로 앞으로 처신을 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원경릉이 말한 모함, 사실 우문호도 주명취가 자신을 모함할 것을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비록 제왕부 접객실 밖에 서일이 있었다고 해도, 그를 제외하고는 모두 주명취의 사람들이었다. 만약 당시에 그녀가 무슨 일을 꾸며 그를 모함했더라면, 그는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주명취를 얕잡아 보면 안된다.’ 원경릉의 화가 조금 가라앉은 듯하자 우문호는 얌전한 표정으로 그녀의 옷을 하나씩 벗겼다.“왕비의 말이 맞아, 앞으로 본왕이 주의하겠다…….”원경릉은 화가 나서 그의 손을 때렸다.“머릿속에 온통 그 생각뿐이야?”“무슨 생각?”“그……!” 원경릉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그의 입술이 그녀를 덮쳤다. 그녀는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날 밤, 우문호와 원경릉은 서로 부둥켜안은 채 잠이 들었다.다음 날, 두 사람은 각자 다른 곳으로 향했다. 원경릉은 회왕부로, 우문호는 관아로 돌아가 물건들을 챙겨 입궁하여 사건 보고를 했다.원경릉이 회왕부
우문호는 입을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사건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방금 내가 다 말씀 드리지 않았는가?’우문호는 난처한 듯 눈썹을 만졌다.“짐의 뜻대로 하게. 나가봐.” 명원제가 말했다.우문호는 고개를 저으며 “아뇨, 부황, 소자는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그럼 짐의 명령을 따르지 않겠다는 것이냐?”명원제가 분노했다.“부황.” 우문호가 한 걸음 걸어 나오며 “원걸은 공을 세웠습니다. 공을 세운 신하에게 죄를 뒤집어 씌운다면, 다른 신하들이 어떤 마음을 갖겠습니까.”라고 말했다.명원제는 화난 표정으로 우문호를 노려보았다.“네가 할 수 없다면, 내가 다른 사람을 시켜 처리하면 된다. 나가거라!”우문호가 반박을 하려고 하자 목여태감이 다가왔다.“소인이 왕야를 배웅해 드리겠습니다.”목여태감은 우문호에게 더 이상 명원제를 자극하지 말라는 눈짓을 보냈다.우문호도 부황의 성격을 잘 알고 있기에 물러났다. 지금 그가 나선다고 해도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 것 같았다. 그는 공수를 한 채 “소자 이만 물러나겠습니다.”라고 말했다.목여태감이 그를 배웅하러 문밖으로 나왔다. 그는 우문호에게 할 말이 있는 듯 몸을 기울였다.“오늘 새벽에 제왕부 사람이 황상을 찾아와 제왕비의 임신 소식을 알렸습니다.”우문호는 평온한 눈빛으로 “알겠습니다.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태감.”이라고 말했다.목여태감은 탄식하며 “왕야 이만 돌아가시지요. 원걸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 잘못됐다는 것을 황상도 알고 계십니다. 추후에 황상께서 원걸에게 반드시 보상을 내릴 겁니다.”라고 말했다.우문호는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추후에 보상을 한다고 해도, 정의를 잃은 마음은 어떻게 회복시킨단 말인가.궁에서 나온 그는 관아로 돌아가지 않았다. 명원제가 한 말을 신하들에게 어떻게 전해야 좋을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그날 경조부의 많은 병사들 모두가 원걸이 최선을 다한 것을 알고 있었다. 만약 원걸이 벌을 받게 된다면 경조부의 많은 병사들이 사기를 잃고, 국가를
“어떠한 결정을 내리던 왕야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습니다. 제가 듣자 하니 그날 초왕비도 성 밖에서 사람을 구하는데 힘을 썼다고 하던데, 맞습니까?” 냉정언이 침착하게 말했다.“그렇습니다.”우문호는 그의 입에서 원경릉이 언급되자 불안함을 느끼고 “초왕비를 이 일에 엮지 마세요.”라며 냉정언에게 경고했다.“초왕비와 엮어야지요!”냉정언이 말했다.우문호는 탁자를 내리쳤다. “어림없는 소리!”“왕야 일단 소인의 말을 다 듣고 판단하시지요.”우문호는 더 이상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손을 저었다.“그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오든 궁금하지 않습니다.”“왕비께서 성 밖에 사람들을 구하는 것을 백성들이 보았죠? 그래서 초왕비가 마음씨가 좋고 인품이 곱다는 소문이 백성들 사이에 파다하게 퍼지지 않았습니까? 이 사건엔 초왕비가 제격입니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겁니까?” 우문호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았다.“지금 태상황님께서 가장 총애하는 사람이 누구입니까? 요즘 백성들에서 인기가 많은 왕비가 누구입니까? 초왕비가 벌을 받는다면 태상황님께서 가만히 계시겠습니까? 그리고 초왕비는 홍등군주를 구했으니 황숙(皇叔)께서도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겁니다.”“협박 아닙니까?” 우문호는 이러한 행동이 부황을 협박하는 것이라고 여겼다.부황의 심기를 잘못 건드렸다가는 원경릉이 곤장을 맞을 수도 있었다. 자신의 여인을 걸고 도박을 하다니, 우문호는 냉정언의 방법이 내키지 않았다.냉정언은 우문호의 어깨를 두드리며 “제 말을 들으십시오. 초왕비가 제격입니다.”라고 말했다.우문호는 그를 노려보며 “만약 일이 잘못된다면…….”“그건 책임은 왕야께서 지셔야죠!” 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이거 완전 양아치 아닌가!”냉정언에게 물어보는 게 아니었다.우문호는 국자감에서 나와 말을 타고 원걸이 있는 성문으로 갔다.성문에는 어깨와 팔을 붕대로 감은 원걸이 있었다. 그는 그날 사람들을 구하려다가 부상을 입었다.“왕야!” 원걸이 환하게 이를 드러내고 웃으며“삼식아, 왕야께 차를 대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