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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서강빈은 권효정이 다른 사람과 얘기를 나누는 틈을 타 위스키 한 잔을 들고 갑판 위 구석진 곳에 있는 난간에 기대어 쓸쓸하게 혼자 호수 경치를 구경했다.

수증기가 섞인 습한 호수 바람이 불어오면서 그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순간 모든 고민이 다 사라진 것 같은 기묘한 기분이 들었다.

또각또각.

갑자기 뒤에서 하이힐 소리가 들려왔다.

서강빈이 눈살을 살짝 찌푸리고 고개를 돌려보니 빨간 가슴 V라인 드레스를 입은 송해인이 피곤한 얼굴로 걸어왔다.

너무 어두운 탓에 송해인은 서강빈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녀는 두 손으로 난간을 잡고 눈을 감은 채 얼굴을 젖히고는 호수 바람을 느꼈다.

그 순간, 그녀의 머리카락이 호수 바람에 흩날리면서 그녀의 손꼽힐 정도로 아름다운 얼굴이 드러났다.

‘너무 아름답네.’

서강빈은 3년 전 송해인을 처음 만났을 때처럼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3년 사이에 그녀는 많이 변했다.

하지만 또 변하지 않은 것 같았다.

서강빈은 고개를 돌리고 더는 그녀에게 관심을 주지 않고 술 한 모금을 마셨다.

송해인은 갑자기 옆에 있는 서강빈을 발견했다. 그녀는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고는 고개를 돌려 그를 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서강빈도 여기 있는 거야?’

송해인은 서강빈이 회사를 차리는 데 대해 불만이 있었는지라 콧방귀를 뀌고는 고개를 돌려 호수 면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호숫물처럼 요동쳤다.

5분 후, 송해인의 얼굴은 불만으로 가득했다.

‘서강빈 이 자식은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거야?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진짜 연을 끊고 살겠다는 거야? 나쁜 자식!’

또 몇 분이 지났는데도 서강빈은 여전히 말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송해인이 먼저 어색한 분위기를 깨뜨리고자 말을 꺼냈다.

“서강빈, 나한테 할 말 없어?”

서강빈은 고개를 돌려 송해인을 힐끗 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호수 면을 보면서 자신을 비웃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할 말이 뭐가 있겠어.”

“나와 경쟁하려고 회사 차리는 거 아니야?”

송해인은 불쾌한 표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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