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네 할아버지 대신에 때리는 거야.”짝!“이건 송주의 법을 위해 때리는 거야.”짝!“이건 온전히 네가 눈에 거슬려서 때리는 거야.”뺨을 몇 번 더 맞은 서강빈은 이미 정신을 못 차렸고 입가에는 피가 흐르는 채로 바닥에 쓰러졌다. 그는 살이 베일듯한 날카로운 눈빛으로 서강빈을 노려보았다.“도련님... 세진 도련님...”유정명은 다급하게 달려가서 고세진을 부축했다. 실로 참혹한 모습이었다. 고세진의 잘생긴 얼굴은 이미 맞아서 일그러졌고 유정명보다 더 비참했다. 한참 후에야 고세진은 정신을 차렸고 가슴을 파고드는 듯한 얼굴의 통증도 그가 잃어버린 체면과 존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20년을 넘어 살면서 송주에서 그는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존재였다. 아무도 그를 이렇게 대하지는 못했다.‘이 자식이, 감히 나를 이렇게 때려... 너는 이제 반드시 죽어야 한다.’“젠장, 미친놈! 이런 정신 나간 놈! 내가 너 죽여 버릴 거야! 지금 당장 죽여 버릴 거야!”이성을 잃고 일어선 고세진은 유정명의 허리춤에 있는 총을 꺼내 들고 서강빈을 가리키며 소리쳤다.“무릎 꿇어! 당장 나한테 무릎 꿇고 빌어! 아니면 지금 당장 죽여 버릴 거야!”현장은 쥐죽은 듯 조용했고 고세진이 바락바락 악을 쓰는 소리만 들려왔다.“어디 한번 쏴 봐.”총을 마주 선 서강빈은 겁먹은 기색이 하나도 없이 태연하게 말했다.“죽어!”자극받은 고세진은 방아쇠를 당기려 했다. 바로 이때, 호통 소리가 건물 전체에 울려 퍼졌다.“멈춰!”우렛소리와도 같은 목소리에 사람들은 고개를 돌려 문을 쳐다보았다. 거기에는 나이가 지긋한 인영 하나가 사람들을 데리고 황급하게 달려왔다.“할아버지?”고세진은 그 모습을 보고 놀랐다가 이내 크게 기뻐하면서 미친 듯이 소리쳤다.“할아버지, 저 자식이 나를 때렸어요. 지금 당장 저 자식을 죽여 버릴 거에요.”김제혁과 권효정은 고정용이 사람들을 데리고 오는 것을 보자 가슴이 철렁하였다.‘큰일 났다. 이제 완전히 끝났어.’오늘 밤의 일은 그
지금 복도 전체에는 폭풍전야처럼 고요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고씨 가문의 어르신인 고정용이 서강빈한테 사과를 한다고? 송주의 실세가?’이 장면은 사람들의 뇌리에 박혔다. 유정명은 유독 얼굴이 사색이 되어 정신을 놓아버린 것처럼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는 자신이 이제 큰일 났다는 것을 깨달았다.의문스러운 표정의 김제혁도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이었다. 눈앞에 있는 서른도 안 되는 젊은이의 출신이 그 정도로 대단하여 고 씨 어르신께서도 고개 숙여 용서를 구해야 할 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예쁜 두 눈을 깜빡이며 서강빈을 쳐다보던 권효정은 그가 점점 더 신비롭게 느껴졌다.고세진은 넋이 나갔다... 자신의 할아버지는 어떤 사람인가? 송주에서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실세이고 누구도 감히 거역할 수 없는 존재이다. 송주의 제일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도 할아버지의 말 몇 마디면 그 자리에서 끌어내릴 수 있다. 하여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이 고세진은 황당했다. 할아버지가 눈앞의 이 자식에게 사과했다. 그것도 아주 비굴하고 공손한 태도로 말이다..“할아버지, 정신이 어떻게 되셨어요? 이 자식한테 지금 사과한 거예요?”고세진은 아직도 객기를 부리며 거칠게 소리쳤다. 그러자 고정용이 고개를 돌려 그를 꾸짖었다.“너는 닥쳐!”고정용의 호통 소리는 그 울림이 복도 전체를 꽉 메워 고세진은 몸을 떨면서 얼른 고개를 숙였다.“서 거장, 제 체면을 봐서라도 이번 일은 이쯤에서 끝내는 게 어떻겠습니까? 제가 반드시 서 거장이 만족할 만한 조처를 하도록 하겠습니다.”고정용이 거의 애원하듯 얘기하자 서강빈은 차갑게 그를 한번 보더니 대답했다.“정용 어르신께서 직접 그렇게 얘기하시니 저도 어르신을 더 난처하게 할 생각 없습니다.”서강빈은 차갑게 고세진을 쳐다보며 말했다.“알아서 처신 잘해.”지금 고세진은 숨소리도 크게 내지 못했고 감히 뭐라고 얘기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불만이 가득했고 눈가에는 원망이 내비쳤다
이윽고 서강빈은 뒤돌아 위층으로 향했다. 이때, 위층 유정명의 사무실에 있는 진기준은 표정이 일그러진 채로 무척 초조해했다. 김제혁이 여기로 온 것도 모자라 몇 분 뒤 고씨 가문의 어르신도 도착했다. ‘고 씨 어르신이 왜 갑자기 오신 거지?’진기준은 일이 틀어진 것 같은 느낌에 마음이 불안해졌다. 한참 생각하던 진기준은 당장 여기를 떠나기로 하고 황급히 문 쪽으로 다가갔다.바로 이때, 사무실 문이 누군가에 의해 거칠게 열린 탓에 마침 문 앞까지 갔던 진기준은 문에 맞아서 코피가 터졌다.“악... 젠장, 누구야?”진기준은 피가 흐르는 코를 움켜쥐고 소리쳤다. 고개를 든 진기준은 걸어들어오는 사람이 서강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서강빈? 네가 어떻게 올라왔어? 너는 지금 취조실에서...”진기준은 당황해서 말을 뱉다가 이내 하려던 말을 거두었다. 서강빈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아래층 취조실에서 심문을 받아야 하는데 말이지?”“나는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진기준은 바로 시치미를 뗐다. 차갑게 소리 내 웃은 서강빈은 바로 진기준의 배를 걷어찼고 진기준은 바닥에 엎어져 배를 움켜쥐고 난리를 피웠다.“젠장! 서강빈, 감히 내 몸에 손을 대? 여기가 어딘지 몰라?”진기준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고 이를 본 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알지.”말을 마친 서강빈은 또 한 번 걷어찼고 이번에 진기준은 토를 했다.“그만, 때리지 마. 내가 잘못했어. 내가 사과할게...”진기준은 황급히 용서를 빌었다. 차가운 표정의 서강빈은 쌀쌀하게 말했다.“진기준, 오늘은 해인이를 봐서 널 살려주는 거야. 하지만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있다면 절대 이 정도로 끝나지 않을 거야.”말을 마친 서강빈은 뒤돌아 떠났다. 방금 그는 진기준의 숨통을 끊고 싶었지만, 송해인이 결혼할 사람이라는 것이 생각나 그만두었다. 서강빈이 떠난 후, 아픈 배를 움켜잡고 일어난 진기준은 악랄한 눈빛으로 이를 갈며 소리쳤다.“서강빈! 오늘의 수모는 내가 꼭 기억하고
양미란과 송태호를 포함한 사람들이 달려 들어왔을 때는 베란다에 서서 분노하는 진기준의 모습이 보였다.“기준아, 왜 그래?”양미란이 긴장한 말투로 물었다. 침대 시트를 들고 있는 진기준은 분노한 얼굴로 소리쳤다.“당신들 사람을 어떻게 지키고 있었던 거야? 송해인은?”“이게...”이 모습을 본 양미란은 눈치채고 당황하기 시작했다. 송해인이 또 도망간 것이다.“얘가 왜 자꾸 이러는 거야?”화가 난 양미란은 얼굴이 사색이 된 채로 송태호한테 소리쳤다.“가만히 서서 뭐해? 얼른 찾아!”“네네.”송태호는 황급히 뒤돌아 사람들을 데리고 찾으러 갔다....이때, 만물상점으로 돌아간 서강빈과 권효정은 멀리서부터 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송해인을 보았다.“너 왜 또 왔어?”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서강빈이 돌아온 것을 본 송해인은 곁에 서 있는 권효정도 무시하고 달려가서는 서강빈을 안고 엉엉 울면서 말했다.“서강빈, 나를 떠나지 마. 우리 재결합하자.”갑작스러운 송해인의 행동과 말에 서강빈은 온몸이 굳었다. 곁에 있던 권효정의 표정도 순식간에 일그러졌다.“참나!”권효정이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깜짝 놀란 서강빈이 서둘러 송해인을 떼어내고는 굳은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송해인, 헛소리하지 마.”“아니, 나 헛소리하는 거 아니야. 아까부터 깨닫게 되었어. 나는 널 사랑해. 항상 널 사랑하고 있었어. 서강빈, 나랑 재결합하자. 응?”송해인은 눈물을 흘리면서 서강빈을 보고 있었다. 더 참지 못하겠던 권효정이 나서서 서강빈을 자신의 곁으로 끌어당기며 불쾌하다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송해인 씨, 너무한 거 아니에요? 진기준이랑 결혼한다면서 또 강빈 씨랑 재결합하고 싶다고요? 자기가 갖기는 싫고 남한테 주기는 아까웠던가요?”권효정의 불만 섞인 질타를 듣던 송해인은 눈물을 닦더니 지지 않을 기세로 되물었다.“그쪽이랑 상관없는 일이잖아요? 권효정 씨, 제가 알고 있는 게 틀리지 않는다면 그쪽이랑 서강빈은 아직 연인 사이가 아니잖아요. 아무
그렇다. 권효정이 보는 앞에서 송해인도 서강빈에게 입맞춤을 했다. 서강빈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넋이 나가 그 자리에 굳어있었다. 송해인의 입맞춤은 더욱 거칠었고 소유욕이 넘쳤으며 심지어 분노도 섞여 있어 서강빈의 입술을 깨물어 상처를 냈다. 숨을 들이쉴 때 은은하게 느껴지는 따끔한 느낌은 순간 서강빈이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그는 송해인은 밀어내고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너 미쳤어?”송해인은 입술을 닦으며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소리쳤다.“나 안 미쳤어! 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고 너랑 재결합하고 싶어. 왜 다른 사람이랑 사귈 수 있으면서 나랑은 안 돼? 서강빈, 네가 아직 나 사랑하는 거 알아. 맞지?”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렸다. 송해인이 이렇게까지 막무가내라는 걸 처음 느끼게 되었다. “아니. 송해인, 그만해. 우리 사이는 이혼합의서에 도장을 찍은 순간부터 이미 다 끝났어.”송해인은 서강빈의 말을 듣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아니, 그럴 리가 없어. 너 지금 나한테 거짓말하고 있어. 나는 알아. 서강빈, 네가 아직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만약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이씨 가문의 일이 생겼을 때 왜 나를 구하러 왔어? 만약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내가 납치를 당했을 때, 왜 구하러 왔던 거야? 만약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방금 내가 쓰러졌을 때 왜 나를 구했어?”울면서 말을 잇던 눈물이 가득 담긴 눈으로 서강빈에게 다가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서강빈, 아직 나 사랑하지, 맞지?”서강빈은 눈물범벅이 된 송해인을 보고 가슴이 떨렸다. 권효정은 냉담한 모습으로 이 모든 것을 보고 있었다.“미안해.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아.”잠깐의 망설임 후, 서강빈은 송해인에게 제일 잔인한 말을 내뱉었다. 이 말은 비수처럼 송해인의 가슴에 꽂혔다. 서강빈의 팔을 붙잡은 송해인의 손도 천천히 힘이 빠지고 영혼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곁에 있던 권효정도 이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서강빈은 넋이 나간 송해인을 보면서
권효정은 화가 치밀어서 소리쳤다.“송해인 씨 왜 이렇게 막무가내에요? 강빈 씨가 말했잖아요. 더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요! 왜 이렇게 뻔뻔하게 집착하는 거예요?”송해인은 고개를 쳐들고 말했다.“서강빈은 언제가 됐든 다시 나를 사랑하게 될 거예요. 그러니 이 부분에 대해서는 권효정 씨가 신경 쓸 일이 아닙니다. 오늘 밤, 나는 여기서 잘 거예요.”이 말을 들은 권효정은 가만히 있지 못하고 서강빈에게 소리쳤다.“강빈 씨, 어떻게 좀 해봐요.”서강빈은 한숨을 내쉬고 송해인을 보면서 말했다.“늦었어. 빨리 돌아가.”“아니. 나는 절대 안 갈 거야.”송해인은 강경하게 말했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밖에서는 갑자기 번개가 치고 우레가 울며 비가 퍼붓기 시작했다.“잘됐네. 이제 나를 쫓아내려고 해도 안 되게 생겼네.”송해인은 웃으면서 자연스레 자리에 앉았다. 권효정은 밖에서 퍼붓는 비를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르다가 털썩 앉았다.서강빈은 난처한 표정이었다. 이 망할 날씨는 왜 갑자기 또 비가 내리는지 모를 일이다. 하필이면 비가 와서 어쩔수 없이 서강빈은 하룻밤 자고 가겠다는 송해인의 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만물상점에는 방이 두 개 있었기에 권효정과 송해인이 하나씩 쓰고 서강빈은 소파에서 자면 됐다. 잠이 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권효정이 살그머니 방에서 나와서는 다짜고짜 서강빈의 품속으로 들어가서 함께 소파에서 자려고 했다.“권효정 씨, 지금 뭐 하는 거예요?”서강빈은 깜짝 놀라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권효정은 그를 꼭 안고 있었다. 권효정이 얇은 옷을 입고 있는 데다가 세게 안으니 서강빈은 그녀의 부드러운 살결과 풍만한 몸매가 그대로 느껴졌다.“저는 오늘 강빈 씨를 안고 자겠어요.”달빛 아래서 고개를 빼꼼 쳐든 권효정은 반짝이는 두 눈으로 서강빈을 쳐다보고 있었다. 조금 방심한 사이에 서강빈이 사라지기라도 할 듯 애달팠다. 난처한 서강빈이 뭐라고 말하려던 때 송해인의 방문이 살며시 열렸다. 소파 쪽으로 쭈뼛쭈뼛 걸어오는 송해
“두 사람이 소파에서 자. 나는 방으로 가서 잘게.”서강빈의 말에 송해인과 권효정은 서로 눈을 마주 보더니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 일어나서 각자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작은 소란은 그렇게 끝이 났다. 서강빈은 피로가 몰려와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소파에 누웠다. 여자들의 고집을 꺾으려면 가끔 이렇게 강경하게 대응해야 했다.이튿날, 서강빈은 일어난 후 먼저 양반다리를 하고 한참 있다가 두 여자의 아침밥을 준비하러 주방으로 향했다. 아침은 간단하게 계란후라이와 우유 두 잔을 준비했다. 두 사람이 기상한 것을 보고 서강빈이 소리쳤다.“아침 먹어.”송해인과 권효정은 빠르게 씻고 나와서 식탁에 앉았는데 서로 못마땅해하는 눈빛이었다.“송해인 씨, 언제 돌아가요?”권효정의 물음에 송해인은 차갑게 웃으며 되물었다.“내가 왜 가요?”“해인 씨는 진기준과 결혼해야 하잖아요?”일부러 이 말을 꺼내는 권효정을 보면서 송해인은 얼른 대답했다.“결혼 안 해요.”권효정은 웃으며 말했다.“해인 씨 정말 제멋대로네요. 결혼을 무른다면 무르는 게 꼭 그때 이혼할 때와 같네요. 이혼하고 싶어서 이혼했으면서 지금은 또 재결합하고 싶다고 떼쓰고 있네요.”권효정의 이 말은 조롱하고 비꼬는 뜻이 다분했기에 송해인은 가지런한 눈썹을 찡그리며 짜증 냈다.“왜요? 효정 씨, 부러워요?”“그게 부러울 것까지는 없죠. 그저 해인 씨가 이렇게 하는 게 참 쓰레기 같아서요.”웃으며 말하는 권효정을 보고 송해인은 화가 나서 얼굴이 빨갛게 됐다.“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아무것도 아니에요.”권효정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그저 송해인 씨가 참 이기적이라고 생각돼서요. 그때는 송해인 씨가 먼저 이혼하자고 강빈 씨한테 상처를 줬으면서 지금에 와서는 재결합하고 싶다고 매달리는 거잖아요? 강빈 씨를 도대체 뭐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갖고 싶으면 갖고 버리고 싶으면 버리는 물건 정도로 생각하는 거예요?”권효정의 말에 분위기는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송해인은 미간을 찌푸리고 곁눈질로 서강빈
양미란과 송태호의 표정은 경악으로 물들었다.“재결합?”양미란이 큰 소리로 말했다.“해인아, 너 미쳤어? 이 자식이랑 재결합하겠다고?”“네, 엄마. 저는 이미 마음먹었어요.”송해인의 대답에 화가 치밀어 오른 양미란은 송해인의 뺨을 세게 내리치며 꾸짖었다.“이미 마음을 먹었다고? 분명히 말하는데, 송해인, 너는 나 양미란의 딸이고 송씨 가문의 사람이야. 이 자식이랑 재결합하는 건 절대 안 돼! 우리는 절대 허락하지 않을 거야!”“그래, 누나. 머리가 어떻게 된 거야? 이 자식이랑 재결합하면 그 구렁텅이에 다시 한번 빠지겠다고? 기준이 형이 어디가 싫은데?”송태호도 맞장구를 쳤다.‘누나가 미친 건지 아니면 서강빈이 약을 먹인 건지, 재결합할 생각을 하다니?’송해인은 자신의 뺨을 만지면서 눈물이 가득 찬 눈으로 소리쳤다.“엄마, 저 정말 마음먹었어요. 저는 서강빈과 재결합을 할 거예요. 이건 절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어요.”“너, 너 정말 엄마가 화가 나서 죽는 걸 보고 싶어?”화가 난 양미란은 떨리는 손끝으로 가슴을 움켜잡고 숨을 크게 몰아쉬면서 소리쳤다. “송해인, 네가 이 자식이랑 재결합한다면 너는 더는 내 딸이 아니다! 송씨 가문에서도 당장 나가!”“더는 내 누나도 아니야!”송태호도 따라서 소리쳤다. 이 말을 들은 송해인은 몸을 떨면서 서럽게 소리쳤다.“엄마, 왜 허락하지 않는 거예요? 서강빈이 도대체 어디가 마음에 안 들어서 계속 이 사람을 싫어하는 거예요?”“다 마음에 안 들어!”양미란이 씩씩거리며 말했다.“송해인, 나도 솔직하게 말할게. 서강빈처럼 보잘것없고 쓰레기 같은 자식이 내 사위가 되는 일은 절대 없어! 나한테 사위는 진기준뿐이야.”“엄마...”다급해진 송해인은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씩씩거리며 송해인을 흘겨보던 양미란은 고개를 돌려 날카롭고 차가운 눈빛으로 서강빈을 보면서 화를 냈다.“서강빈, 너 내 딸한테 이상한 약을 먹였지?”“나는 아무것도 안 했어요.”살짝 미간을 찌푸리고 대답하는 서강빈에 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