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을 들은 김제혁은 어두워진 표정으로 손짓하며 두 순경에게 유정명을 놓으라고 했다. 이 모습을 보고 차갑게 웃던 유정명은 속박에서 벗어나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김 서장님, 알만한 사람끼리 왜 그러세요? 김 서장님도 고 씨 도련님을 건드리기 싫으시잖아요?”“고 씨 도련님...”김제혁은 미간을 찌푸리고 중얼거렸다. 이 모습을 보고 있던 서강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김 서장님, 설마 지금 부하의 잘못된 행동을 감싸려고 하는 겁니까?”이 말을 듣고 몸이 작게 떨린 김제혁은 얼른 서강빈과 권효정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서강빈 씨, 권효정 씨, 잘 모르실 테지만 고세진, 고 씨 도련님은 고씨 가문의 정용 어르신께서 제일 아끼는 손자입니다. 송주에서 정용 어르신은 몇 마디 말로 지금 제 자리를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서강빈 씨, 오늘 밤의 일은 그냥 지나가시죠?”이 말을 들은 서강빈은 김제혁이 고정용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만약 내가 싫다고 하면요?”서강빈의 차가운 대답에 김제혁은 무척 난감한 표정으로 권효정을 보았고 권효정은 쌀쌀하게 말했다.“김제혁 씨, 저도 강빈 씨와 같은 생각입니다. 오늘 밤의 일은 절대 이대로 못 넘어갑니다.”이렇게 되자 김제혁은 진퇴양난의 처지가 되었다. 한편으로 그는 권효정의 말을 거역하고 싶지 않지만, 또 한편으로는 고씨 가문의 고 씨 도련님을 건드릴 용기가 없었다. 유정명은 소리 내어 웃으며 서강빈에게 차갑게 말했다.“야 이 자식아, 네가 고 씨 도련님의 파급력을 잘 모르는가 본데, 이 송주에서 고 씨 도련님은 말 한마디면 누구든 망하게 할 수 있어! 김 서장님은 막론하고 송주에서 제일 높은 분이라도 고 씨 도련님을 건드리고 고씨 가문을 건드린다면 바로 그 자리를 내놓아야 할 거야!”“그래? 그럼 한번 봐야겠네. 당신이 말하는 그 고 씨 도련님이라는 사람이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지.”서강빈의 차가운 대답을 듣고 유정명은 어두운 표정으로 호통쳤다.“미친놈, 목에 칼이
김제혁의 어두운 표정에는 망설임이 더해졌다. 권효정과 서강빈은 차갑고 침착한 표정을 유지한 채 가만히 김제혁을 보고 있었다. 한참 동안 고민을 하던 김제혁은 마음을 먹고 차갑게 명령했다.“얘들아, 잡아!”이 말을 들은 유정명이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비아냥거렸다.“김 서장님, 역시 현명하십니다. 서장님의 결정은 정확했습니다. 이따가 세진 도련님이 도착하시면 제가 서장님을 위해 좋은 얘기를 해줄게요.”유정명이 말을 할 때부터 이미 순경 몇 명은 서강빈을 향해 다가가 그를 제압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를 본 김제혁이 화를 내며 호통쳤다.“지금 뭐 하는 거야? 내 말은 저 자식을 잡으라고!”김제혁은 유정명을 가리키며 성을 냈다. 이 말을 들은 그 순경 몇 명을 포함한 유정명까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유정명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믿기지 않는다는 듯 김제혁을 노려보며 소리쳤다.“김 서장님, 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 서장님 지금 세진 도련님과 적이 되겠다는 뜻입니까?”김제혁은 유정명을 발로 차서 넘어뜨리고 순경들을 보면서 소리쳤다.“가만히 서서 뭐해? 당장 수갑을 채워!”놀라서 어리둥절해진 두 순경은 정신을 차리고 빠르게 다가가서 바닥에 쓰러진 유정명을 제압하고 수갑을 채웠다. 유정명은 발버둥을 치면서 악을 썼다.“김 서장님, 미쳤어요? 머리가 어떻게 됐습니까? 세진 도련님이 당장 도착하신다는데 이렇게 하시면 서장님이 어떻게 도련님한테 얘기하시려는 건지 제가 똑똑히 보겠습니다! 각오하세요. 세진 도련님의 심기를 건드린다면 김 서장님께서 무사하지 못할 것입니다!”아직도 건방진 소리를 해대는 유정명에 화가 치밀어 오른 김제혁이 호통쳤다.“닥쳐! 너 같은 쓰레기는 내가 경찰 옷을 벗는 한이 있어도 반드시 잡아넣을 거야!”이 모습을 본 서강빈과 권효정은 살짝 의외라고 생각했다. 김제혁이 이렇게 정직하고 올곧은 사람이라는 것을 몰랐었다.김제혁은 한숨을 내쉬었고 빠르게 뛰는 심장 소리와 떨리는 몸을 애써 감추었다. 사실, 김제혁도 두려운 마음이 컸다. 하
이 말은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을 깜짝 놀라게 했다.‘누가 감히 이런 얘기를? 감히 고세진 앞에서 이런 얘기를 해? 미친 건가? 죽고 싶어서 환장했네.’표정이 더 어두워진 김제혁은 큰 난리가 날 듯한 예감이 들었다. 놀란 유정명도 정신을 차리고 나서는 차가운 웃음으로 일그러진 표정을 지었다.‘하하하! 이 자식은 끝났어. 이제 죽은 목숨이야. 감히 세진 도련님 앞에서 저렇게 건방져? 저건 죽으려는 거네.’권효정의 얼굴에도 긴장과 걱정이 서렸다. 송주 고씨 가문, 고 씨 어르신의 지위는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천주 권씨 가문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송주 땅에 있지 않은가. 아무리 세력의 차이가 난다고 해도 늑대의 소굴에 들어온 이상 호랑이도 힘을 못 쓴다. 정용 어르신이 마음먹고 손자를 지키려 든다면 권효정도 어쩔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서강빈이 이런 식으로 고세진에게 얘기하는 것은 자신에게 화를 부르는 것과 다를 바 없다.그 말을 듣고 표정이 어두워진 고세진은 사나운 눈빛으로 서강빈을 보면서 차갑게 물었다.“너는 뭐야?”서둘러 자신을 제압한 손길에서 벗어난 유정명은 달려가서 고세진에게 말했다.“세진 도련님, 바로 이 자식입니다. 아까 건방진 태도로 완전 도련님을 무시했어요.”“너구나.”소리 내서 웃어 보이던 고세진은 서강빈을 깔보는 태도로 오만하게 말했다.“너에게 10초 고민할 시간을 줄게. 무릎을 꿇고 나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용서를 빌어. 그렇지 않으면 너는 뼈도 못 추릴 거야.”“그래?”서강빈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네 할아버지조차도 감히 내 앞에서 그렇게 얘기 못 해.”이 말이 울려 퍼지자 현장의 분위기는 신속하게 가라앉았다. “건방진 놈! 네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기나 해? 그렇게도 살고 싶지 않아?”유정명이 소리쳤다. 서강빈도 봐주는 것 없이 바로 그의 뺨을 내리쳤고 순식간에 날아간 유정명은 이가 부서진 채 바닥에 쓰러져서 신음을 냈다.이 모습을 본 고세진의 표정은 더욱 일그러졌다. 감히 자신의 앞에서 자기
“이건 네 할아버지 대신에 때리는 거야.”짝!“이건 송주의 법을 위해 때리는 거야.”짝!“이건 온전히 네가 눈에 거슬려서 때리는 거야.”뺨을 몇 번 더 맞은 서강빈은 이미 정신을 못 차렸고 입가에는 피가 흐르는 채로 바닥에 쓰러졌다. 그는 살이 베일듯한 날카로운 눈빛으로 서강빈을 노려보았다.“도련님... 세진 도련님...”유정명은 다급하게 달려가서 고세진을 부축했다. 실로 참혹한 모습이었다. 고세진의 잘생긴 얼굴은 이미 맞아서 일그러졌고 유정명보다 더 비참했다. 한참 후에야 고세진은 정신을 차렸고 가슴을 파고드는 듯한 얼굴의 통증도 그가 잃어버린 체면과 존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20년을 넘어 살면서 송주에서 그는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존재였다. 아무도 그를 이렇게 대하지는 못했다.‘이 자식이, 감히 나를 이렇게 때려... 너는 이제 반드시 죽어야 한다.’“젠장, 미친놈! 이런 정신 나간 놈! 내가 너 죽여 버릴 거야! 지금 당장 죽여 버릴 거야!”이성을 잃고 일어선 고세진은 유정명의 허리춤에 있는 총을 꺼내 들고 서강빈을 가리키며 소리쳤다.“무릎 꿇어! 당장 나한테 무릎 꿇고 빌어! 아니면 지금 당장 죽여 버릴 거야!”현장은 쥐죽은 듯 조용했고 고세진이 바락바락 악을 쓰는 소리만 들려왔다.“어디 한번 쏴 봐.”총을 마주 선 서강빈은 겁먹은 기색이 하나도 없이 태연하게 말했다.“죽어!”자극받은 고세진은 방아쇠를 당기려 했다. 바로 이때, 호통 소리가 건물 전체에 울려 퍼졌다.“멈춰!”우렛소리와도 같은 목소리에 사람들은 고개를 돌려 문을 쳐다보았다. 거기에는 나이가 지긋한 인영 하나가 사람들을 데리고 황급하게 달려왔다.“할아버지?”고세진은 그 모습을 보고 놀랐다가 이내 크게 기뻐하면서 미친 듯이 소리쳤다.“할아버지, 저 자식이 나를 때렸어요. 지금 당장 저 자식을 죽여 버릴 거에요.”김제혁과 권효정은 고정용이 사람들을 데리고 오는 것을 보자 가슴이 철렁하였다.‘큰일 났다. 이제 완전히 끝났어.’오늘 밤의 일은 그
지금 복도 전체에는 폭풍전야처럼 고요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고씨 가문의 어르신인 고정용이 서강빈한테 사과를 한다고? 송주의 실세가?’이 장면은 사람들의 뇌리에 박혔다. 유정명은 유독 얼굴이 사색이 되어 정신을 놓아버린 것처럼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는 자신이 이제 큰일 났다는 것을 깨달았다.의문스러운 표정의 김제혁도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이었다. 눈앞에 있는 서른도 안 되는 젊은이의 출신이 그 정도로 대단하여 고 씨 어르신께서도 고개 숙여 용서를 구해야 할 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예쁜 두 눈을 깜빡이며 서강빈을 쳐다보던 권효정은 그가 점점 더 신비롭게 느껴졌다.고세진은 넋이 나갔다... 자신의 할아버지는 어떤 사람인가? 송주에서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실세이고 누구도 감히 거역할 수 없는 존재이다. 송주의 제일 꼭대기에 있는 사람들도 할아버지의 말 몇 마디면 그 자리에서 끌어내릴 수 있다. 하여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이 고세진은 황당했다. 할아버지가 눈앞의 이 자식에게 사과했다. 그것도 아주 비굴하고 공손한 태도로 말이다..“할아버지, 정신이 어떻게 되셨어요? 이 자식한테 지금 사과한 거예요?”고세진은 아직도 객기를 부리며 거칠게 소리쳤다. 그러자 고정용이 고개를 돌려 그를 꾸짖었다.“너는 닥쳐!”고정용의 호통 소리는 그 울림이 복도 전체를 꽉 메워 고세진은 몸을 떨면서 얼른 고개를 숙였다.“서 거장, 제 체면을 봐서라도 이번 일은 이쯤에서 끝내는 게 어떻겠습니까? 제가 반드시 서 거장이 만족할 만한 조처를 하도록 하겠습니다.”고정용이 거의 애원하듯 얘기하자 서강빈은 차갑게 그를 한번 보더니 대답했다.“정용 어르신께서 직접 그렇게 얘기하시니 저도 어르신을 더 난처하게 할 생각 없습니다.”서강빈은 차갑게 고세진을 쳐다보며 말했다.“알아서 처신 잘해.”지금 고세진은 숨소리도 크게 내지 못했고 감히 뭐라고 얘기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불만이 가득했고 눈가에는 원망이 내비쳤다
이윽고 서강빈은 뒤돌아 위층으로 향했다. 이때, 위층 유정명의 사무실에 있는 진기준은 표정이 일그러진 채로 무척 초조해했다. 김제혁이 여기로 온 것도 모자라 몇 분 뒤 고씨 가문의 어르신도 도착했다. ‘고 씨 어르신이 왜 갑자기 오신 거지?’진기준은 일이 틀어진 것 같은 느낌에 마음이 불안해졌다. 한참 생각하던 진기준은 당장 여기를 떠나기로 하고 황급히 문 쪽으로 다가갔다.바로 이때, 사무실 문이 누군가에 의해 거칠게 열린 탓에 마침 문 앞까지 갔던 진기준은 문에 맞아서 코피가 터졌다.“악... 젠장, 누구야?”진기준은 피가 흐르는 코를 움켜쥐고 소리쳤다. 고개를 든 진기준은 걸어들어오는 사람이 서강빈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서강빈? 네가 어떻게 올라왔어? 너는 지금 취조실에서...”진기준은 당황해서 말을 뱉다가 이내 하려던 말을 거두었다. 서강빈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아래층 취조실에서 심문을 받아야 하는데 말이지?”“나는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진기준은 바로 시치미를 뗐다. 차갑게 소리 내 웃은 서강빈은 바로 진기준의 배를 걷어찼고 진기준은 바닥에 엎어져 배를 움켜쥐고 난리를 피웠다.“젠장! 서강빈, 감히 내 몸에 손을 대? 여기가 어딘지 몰라?”진기준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고 이를 본 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알지.”말을 마친 서강빈은 또 한 번 걷어찼고 이번에 진기준은 토를 했다.“그만, 때리지 마. 내가 잘못했어. 내가 사과할게...”진기준은 황급히 용서를 빌었다. 차가운 표정의 서강빈은 쌀쌀하게 말했다.“진기준, 오늘은 해인이를 봐서 널 살려주는 거야. 하지만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있다면 절대 이 정도로 끝나지 않을 거야.”말을 마친 서강빈은 뒤돌아 떠났다. 방금 그는 진기준의 숨통을 끊고 싶었지만, 송해인이 결혼할 사람이라는 것이 생각나 그만두었다. 서강빈이 떠난 후, 아픈 배를 움켜잡고 일어난 진기준은 악랄한 눈빛으로 이를 갈며 소리쳤다.“서강빈! 오늘의 수모는 내가 꼭 기억하고
양미란과 송태호를 포함한 사람들이 달려 들어왔을 때는 베란다에 서서 분노하는 진기준의 모습이 보였다.“기준아, 왜 그래?”양미란이 긴장한 말투로 물었다. 침대 시트를 들고 있는 진기준은 분노한 얼굴로 소리쳤다.“당신들 사람을 어떻게 지키고 있었던 거야? 송해인은?”“이게...”이 모습을 본 양미란은 눈치채고 당황하기 시작했다. 송해인이 또 도망간 것이다.“얘가 왜 자꾸 이러는 거야?”화가 난 양미란은 얼굴이 사색이 된 채로 송태호한테 소리쳤다.“가만히 서서 뭐해? 얼른 찾아!”“네네.”송태호는 황급히 뒤돌아 사람들을 데리고 찾으러 갔다....이때, 만물상점으로 돌아간 서강빈과 권효정은 멀리서부터 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송해인을 보았다.“너 왜 또 왔어?”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서강빈이 돌아온 것을 본 송해인은 곁에 서 있는 권효정도 무시하고 달려가서는 서강빈을 안고 엉엉 울면서 말했다.“서강빈, 나를 떠나지 마. 우리 재결합하자.”갑작스러운 송해인의 행동과 말에 서강빈은 온몸이 굳었다. 곁에 있던 권효정의 표정도 순식간에 일그러졌다.“참나!”권효정이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깜짝 놀란 서강빈이 서둘러 송해인을 떼어내고는 굳은 얼굴로 차갑게 말했다.“송해인, 헛소리하지 마.”“아니, 나 헛소리하는 거 아니야. 아까부터 깨닫게 되었어. 나는 널 사랑해. 항상 널 사랑하고 있었어. 서강빈, 나랑 재결합하자. 응?”송해인은 눈물을 흘리면서 서강빈을 보고 있었다. 더 참지 못하겠던 권효정이 나서서 서강빈을 자신의 곁으로 끌어당기며 불쾌하다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송해인 씨, 너무한 거 아니에요? 진기준이랑 결혼한다면서 또 강빈 씨랑 재결합하고 싶다고요? 자기가 갖기는 싫고 남한테 주기는 아까웠던가요?”권효정의 불만 섞인 질타를 듣던 송해인은 눈물을 닦더니 지지 않을 기세로 되물었다.“그쪽이랑 상관없는 일이잖아요? 권효정 씨, 제가 알고 있는 게 틀리지 않는다면 그쪽이랑 서강빈은 아직 연인 사이가 아니잖아요. 아무
그렇다. 권효정이 보는 앞에서 송해인도 서강빈에게 입맞춤을 했다. 서강빈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넋이 나가 그 자리에 굳어있었다. 송해인의 입맞춤은 더욱 거칠었고 소유욕이 넘쳤으며 심지어 분노도 섞여 있어 서강빈의 입술을 깨물어 상처를 냈다. 숨을 들이쉴 때 은은하게 느껴지는 따끔한 느낌은 순간 서강빈이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그는 송해인은 밀어내고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너 미쳤어?”송해인은 입술을 닦으며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소리쳤다.“나 안 미쳤어! 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고 너랑 재결합하고 싶어. 왜 다른 사람이랑 사귈 수 있으면서 나랑은 안 돼? 서강빈, 네가 아직 나 사랑하는 거 알아. 맞지?”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렸다. 송해인이 이렇게까지 막무가내라는 걸 처음 느끼게 되었다. “아니. 송해인, 그만해. 우리 사이는 이혼합의서에 도장을 찍은 순간부터 이미 다 끝났어.”송해인은 서강빈의 말을 듣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아니, 그럴 리가 없어. 너 지금 나한테 거짓말하고 있어. 나는 알아. 서강빈, 네가 아직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만약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이씨 가문의 일이 생겼을 때 왜 나를 구하러 왔어? 만약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내가 납치를 당했을 때, 왜 구하러 왔던 거야? 만약 네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방금 내가 쓰러졌을 때 왜 나를 구했어?”울면서 말을 잇던 눈물이 가득 담긴 눈으로 서강빈에게 다가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서강빈, 아직 나 사랑하지, 맞지?”서강빈은 눈물범벅이 된 송해인을 보고 가슴이 떨렸다. 권효정은 냉담한 모습으로 이 모든 것을 보고 있었다.“미안해.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아.”잠깐의 망설임 후, 서강빈은 송해인에게 제일 잔인한 말을 내뱉었다. 이 말은 비수처럼 송해인의 가슴에 꽂혔다. 서강빈의 팔을 붙잡은 송해인의 손도 천천히 힘이 빠지고 영혼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곁에 있던 권효정도 이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서강빈은 넋이 나간 송해인을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