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가연의 말에 왕의존은 눈초리가 떨렸다.“네, 종문에 있는 모든 사람이 동의해서 제가 문주가 된 것입니다.”“외람되지만 왕의존에게 묻겠습니다. 저도 신약문의 일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까?”공가연은 기세등등하게 밀어붙이며 물었다.“당연한 거 아닙니까? 공의존은 당연히 신약문의 일원입니다.”왕의존은 마음속으로 노기가 솟구쳤지만, 겉으로는 화기애애하게 웃었다.공가연은 그와 빈둥거리기 싫어서 단도직입으로 말했다.“그렇게 인정해 주신다면, 저는 지금 신약문의 일원으로 신약문 문주라고, 자칭하는 왕의존을 부정하려고 합니다.”“네?”떠들썩거리는 소리가 사방에서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제자들은 서로 속닥거리며 의견이 분분했다.“지금 이게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왕의존의 목소리는 약간 차가워졌다.“증조께서 불행을 당하시고 대쟁앙이 지나가고 나서 저희 신약문은 막대한 손실을 보았습니다. 문주 자리는 이미 여러 해 동안 비어있었고 누군가가 나서서 중심이 되어 줘야 할 시기였습니다. 저는 제자와 장로의 신임을 얻고 문주 자리를 이어받게 된 겁니다. 공의존께서 저를 부정하시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설마 신약문 제자와 장로의 뜻을 모두 부정하겠다는 것입니까?”“왕의존, 신약문 제자와 장로를 앞세워 저를 흔들려고 할 필요 없습니다. 왕의존 말도 맞습니다. 신약문에는 새로운 문주가 나와서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 문주는 왕의존 당신이 아닙니다.”이때는 이미 서로 완전히 체면을 구긴 셈이다.왕의존은 냉랭하게 말했다.“왜 제가 하면 안 되는 겁니까? 저에게 편견을 가지고 계시는 거 같은데, 툭 터놓고 얘기하십시오.”“편견은 없습니다. 다만 문주라고 자칭하고 하는 것이 명분이 서지 않는 것 같습니다.”공가연은 아주 총명한 사람이다.왕의존이 연심부과 결탁했다고 말하지 않았다. 필경 그 어떠한 실질적인 증거도 없는 상황이다.영지호의 일방적인 말만 들었고 사실 여부를 아직 확정할 수 없다.그러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왕의존을
최명의 말이 나오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이건 증조께서 그날에 저한테 당부하신 내용입니다. 다들 한 번 보세요.”말하면서 최명은 손을 뻗어 던졌다.역시나 자색 옥간으로 그 위에 신약이라는 두 글자가 있다.최명이 손을 맞대자, 증조의 허영이 나타났다.이전과 달리 이번에는 신념이 아니라 동영상일 뿐이다.증조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최명, 넌 5대 의존 중에서 자격이 가장 오래된 의존이다. 구속을 당하기 싫어하는 성격이라는 것도 알고 있지만, 난 너에 대한 믿음이 크다. 난 이미 공가연의 제자 삼중에게 종문 문주의 자리를 주기로 마음먹었다. 앞으로 넌 네 책임을 다하는 동시에 모든 제자가 삼중을 보조하여 종문내의 모든 일을 잘 처리할 수 있도록 호소해야 한다. 신약문의 전승을 잘 이어 나갈 수 있게 다들 힘을 합쳐야 한다.”“외람되지만, 왜 삼중을 문주의 자리에 앉히시려는 겁니까? 아마 제자들이 그의 뜻에 따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최명의 목소리가 화면에서 울렸다.그러자 증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삼중은 어리기는 하지만 의도에서 보여준 천부적인 재능은 나 또한 거의 본 적이 없었다. 만약 그대로 성장한다면 나 또한 삼중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얼마 전에 진가부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앞으로 신약문에 재앙이 닥칠 것인데, 그 재앙으로 신약문 전체가 전멸할 수도 있다고 했다. 삼중은 재앙을 해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신약문의 전승도 이어갈 수 있다고 했었다.”그리고 영상은 이로써 사라졌고 모두 넋이 나갔다.영상 속 두 사람의 대화에는 드러난 소식이 너무 많고 놀라웠다.사람들은 영상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현우는 입술을 오므렸다.‘증조께서 나를 이렇게 생각하시는 줄은 몰랐어.’“전 평소에 확실히 진지하지 못한 모습만 하고 다녔습니다.”“하지만 이 일에 있어서 저는 그 어떠한 농도 거짓도 없습니다. 전에 공의존께서 의외의 사고를 당하면서 삼중은 용의자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결코 현우가 지나치게 착해서 이런 명령을 내린 건 아니다.난세 속에서 명철히 몸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천하를 구제할 수 있다면 실력과 인의의 표현이기도 하다.그동안 신약문은 왜 수많은 종문들 가운데서 지위가 초연할 수 있었겠는가?그 이유는 많은 사람을 구하고 치료했기 때문이다.이 사람들은 신분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모두 인정을 받아야 한다.신약문에 어려움이 있을 때 단 한마디면 팔방에서 원조하러 올 수 있다.그러므로 신약문의 강대함은 자신에게 구현된 것이 아니라 신약문에 대한 의존과 은혜를 품고 있는 성국 무자가 있기 때문이다.지금 대재앙은 지나갔지만, 성국의 각 세력들은 아직도 권력 다툼 중이다.신약문은 변함없이 우뚝 솟아 있으려면 결코 한쪽으로 치우쳐서는 안 된다.이전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우세를 이용하여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치료해야 한다.사람을 구하는 것은 곧 자신을 구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왕의존은 문주가 되고 나서 모든 사람에게 종문을 축소하라고 명령하였고 종문 대진은 줄곧 유지되어 그게 누구든 밖으로 막아버렸다.많은 사람이 치료를 구하려고 먼 길을 달려왔지만, 신약문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었다.신약문을 마지막 한 가닥 희망으로 여기는 많은 무자를 철저히 절망하게 했다.그래서 이러한 절망 속에서 신약문에 대한 증도 돋아나기 시작했다.신약문에 있어서 내가 너를 구하는 것은 은혜이고 너를 구하지 않는 것은 본분이다.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복잡해서 때로는 이렇게 이해하기 어렵다.비록 구한 사람들 중에도 일부 흉악무도한 무리들이 적지 않았다.앞에서는 감사해하고 뒤에서 냉담하기 그지없었다.신약문에 일이 생기면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고소해 하고 심지어 조용히 때를 기다리라기도 했다.그러나 그런 천성적으로 사악한 무리는 소수이다.현우는 이제 다시 인의의 이름으로 신약문을 뒤덮어 성국에게 신약문 인의의 이름을 알리려 한다.이렇듯 연심부든 다른 강력한 종문 세력이든 신약문에 손을 대려면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그 당
경계가 없어지기 전에 성국은 바깥의 나라와 달리 300일을 1년으로 했었다.대재앙을 겪고 나서 성국 제군은 행방불명되고 진천궁은 와르르 무너졌으며 용위도 참무사도 사상자가 무수했다.진천궁과 성국 제군 같은 성국 통치자가 이미 지나간 과거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무자들은 음력이 아니라 새로운 페이지를 펼치기를 원했다.그래서 이번 새해는 성안 원년으로 되었다.신약진이 다시 사용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신약문은 천하에 선포하였다.매일 신약문으로 와서 의사를 찾는 무자는 셀 수 없이 많다.이와 더불어 기타 산업도 모두 신흥하기 시작하여 점차 지난날 신약진의 번화를 회복하였다.점포와 주택 등도 팔았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았고 무자들이 서로 경쟁하며 값은 하늘로 치솟았다.이로 인해 신약문은 몇억 원에 가까운 중무석 수입을 얻게 되었다.현우는 신약진에 의사도 다양하게 파견했다.100명의 4급 의사, 10명의 5급 의사, 2명의 6급 의사, 그리고 1명의 7급 의존을 한 단위로 석 달에 한 번씩 교체하라고 명을 내렸다.원래 1분기에 현우는 최명 의존을 왕진시키려고 했었다.그러나 왕의존은 스스로 분발하여 천하의 무자를 위해 복지를 도모하겠다고 주동적으로 왕진에 나서려고 했다.현우는 거절하지 않고 그를 신약진으로 왕진 보냈다.그와 동시에 암암리에 일부 사람들을 찾아 시시각각 왕의존을 주시하게끔 하였다.그러나 왕의존은 7급 의존일 뿐만 아니라 진아경 강자이기 때문에 그를 주시하기는 확실히 어렵다.허공 부유도 그의 눈을 피해 갈 수 없다.그래서 현우는 잠시 더 좋은 방법이 없어 일단은 능이특에게 전음을 보냈다.통령에 아직 사람이 얼마나 남았는지 물어보고 그를 도와 왕의존의 행방을 주시할 수 있는지 물었다.원래 성국의 최강 정보기관이라고 하는 천기각도 이런 일을 할 수 있지만, 현우는 천기각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믿지 않았다.능이특은 곧 답장을 보내왔다.현우에게 통령은 그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다고 하고 현우가 이미 신약문 문주가 된 것
현우의 말에 공가연은 감동했지만 의아하기도 했다.“해미와 약속을 했다고? 무슨 약속인데?”현우는 순간 멍해지면서 공가연의 반짝이는 시선을 보고 그녀가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스승님, 오해하지 마세요. 저와 해미 후배 그리고 정인 후배는 이미…….”“정인이 하고도 관련이 있어?”공가연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현우를 바라보는 눈빛도 좀 달라졌다.현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스승님! 저를 어떻게 생각하시는 겁니까! 해미 후배도 정인 후배도 저와 그렇고 그런 사이 아닙니다. 저한테는 처자식이 있는데, 제가 그런 사람으로 보이시는 겁니까?”“미안하다. 내가 순간 오해했다. 계속 말해 보거라.”공가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도 현우가 감정에 불충한 사람이라는 것을 믿지 않는다.“그때 신약문 총 시련에서…….”현우는 그와 우해미, 그리고 염정인까지 세 사람이 한 약속을 알려 주었다.다만 현우와 우해미를 모두 난처하게 한 일은 숨겼다.그때 현우가 좀 비겁했던 건 사실이다.하지만 그도 그때는 어쩔 수 없었다.그때 현우는 실력이 강하지 못하고 일이 급박하여 신분 지위와 실력이 상대적으로 약하지 않은 동료들을 끌어들여야 했다.그러나 변화는 항상 계획보다 빠르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한 차례의 대재앙은 모든 것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그리고 지금 염정인은 행방불명되어 생사도 알 수 없다.위해미도 자신이 싫어하는 남자에게 시집가야 하는 상황이다.하지만 약속은 약속이다.만약 현우가 몰랐다면 아랑곳하지 않아도 용서할 만하다.그러나 이미 알게 된 이상 실력도 어느 정도 있으니 나서지 않을 수 없다.우해미를 불구덩이에서 구출해야 한다.“그래! 그럼, 같이 가자. 근데 본래 모습을 보여줄 작정이야?”공가연이 물었다.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신약문 문주의 신분으로 간다면 연심부와 선전포고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수라의 신분으로 가면 무슨 일이 있어도 수라가 짊어지면 그만이다.연심부는 수라가 신약문 문주라 천하에 폭로해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는 성질이 나태하고 나름 감상적이라 경사스러운 일을 보게 되면 자꾸 눈물부터 흘리는 편입니다. 오히려 분위기를 망칠 수도 있으니 좋은 일에 폐를 끼치지 않습니다.”최명은 말을 마치고도 곧장 자리를 떠났다.다른 건 둘째 치고 연심부에 가기 싫은 건 사실이다.그는 연심부에 대해 내심 꺼리는 바가 있다.연심부와 전에 접촉한 적이 있는데 형언할 수 없는 음산한 기운이 있어 불편함을 느끼곤 했다.게다가 문주도 가지 않는 이상 더더욱 가고 싶지 않았다.유의존과 노의존은 눈을 마주치고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공가연의 말을 듣게 되었다.“해미는 제 휘하의 제자입니다. 제자의 좋은 일에 스승으로서 당연히 참석해야 합니다. 내일은 친정의 신분으로 해미를 보내러 가겠습니다.”문심은 원래 다소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공가연의 말을 그제야 다시 미소를 지었다.“그럼, 공의존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공가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다른 세 분은 오실 수 있습니까?”문심은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왕의존은 활짝 웃으며 심지어 비위를 맞추는 뉘앙스도 띠었다.“당연히 참석해야죠. 다만 소부주께 무엇을 선물해 드리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왕의존께서 왕림해 주신 것만으로도 최고의 선물입니다. 소부주께서 매우 기뻐하실 것이라 믿습니다. 무슨 축하 선물을 드릴지 고민할 필요 없습니다.”문심도 활짝 웃으며 말했다.유의존과 노의존은 잠시 생각하다가 함께 입을 열었다.“그렇다면 저도 참석하겠습니다.”“좋습니다. 그럼, 청첩장 잘 챙기시고 전 이만 실례하겠습니다.”문심은 임무를 완수하고 몸을 돌려 떠났다.왕의존은 특별히 문하 제자들에게 그를 신약문 밖으로 배웅해 드리라고 당부하였다.신약문을 나서자, 문심은 얼굴이 차가워졌다.“신약문 문주? 흥, 파렴치한 인간이야!”옆에 있던 왕의존 제자는 공손하게 말했다.“문심 장로의 말씀이 맞으십니다. 삼중은 오만방자한 인간으로서 언젠가는 울게 될 것입니다.”문심은 소매를 뿌리치며
현우는 능이특의 푸념하는 쓸데없는 말을 듣지 않고 전음부를 가루로 만들었다.그는 여인숙에서 외출하지 않고 이틀 동안 폐관 수련하였다.이틀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현우는 막 솟아오른 아침 햇살을 바라보며 연심부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마음속에는 온통 아름과 솔이 생각뿐이었다.벌써 그녀들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한시라도 빨리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우해미를 구하고 관련된 일을 해결하고 나서 현우는 중영으로 돌아갈 예정이다.신약문은 공가연과 최명에게 맡기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연심부에서 눈에 핏발이 서지 않는 한 신약문은 안전할 것이다.도중에 사람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다.모두 연심부로 달려가 소부주 정진의 결혼을 하객이다.그중에는 청첩장을 받은 거물도 있고 초대를 받지 못한 졸개도 있다.모두 연심부를 등에 업고 이득을 좀 볼까 하는 마음에 온 것이다.사람 마음이라는 게 본래 이렇다.이상하게 여길 필요는 전혀 없다.연심부가 있는 곳은 하나의 성이다.이 도시는 그리 크지 않지만 방호 등급은 매우 높다.대재앙을 겪고 나서 폐허로 변했지만, 곧 정리되어 다시 우뚝 솟은 건물을 지었다.정자와 누각, 붉은 벽과 푸른 기와, 인조 산과 흐르는 물이 어울려져 아름답기 그지없다.호성 대진은 계속 열린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이는 시시각각 많은 무석을 소모해야 한다.이로부터 연심부의 재물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대재앙이 일어나기 전에 4부 중에서 연심부는 꼴찌였다.실력도 세력도 다른 3부보다 못했다.그러나 이제 연심부는 엄연히 성국의 최강 세력이 되었다.그 공로는 정진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연심부는 일찍이 계획이 있었고 내포는 헤아릴 수 없이 깊었다.암암리에 정신력으로 장악한 세력이 매우 많았다.참혹하게 큰 타격을 입고 나서 정진은 신속하게 연심부 사물을 인수하여 전에 정신력으로 장악했던 무자들을 모두 모았다.이 무자들은 대재앙 속에서 적지 않게 죽었지만, 살아남은 이들도 많았다.무자들은 정진의 부름을 받고
붉은 천이 펄럭이고 오색기가 나부끼고 있다.초롱이 흔들리는 가운데 은은한 향기가 가득하다.정진의 결혼식까지 아직 몇 시간이 남았지만, 하객들로 장내는 북적거렸다.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광장을 가득 채웠다.대략 수만 명이나 있다.그들의 화제는 거의 이번 재난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그 외에도 새로 부상한 일부 종문과 세가, 그 밖에 진천궁, 4부7전 13족 등 오래된 세력에 대한 탄식, 성국 제군의 행방, 삶과 죽음에 대한 추측 등이었다.주위에는 연심부의 제자들이 둘러서서 통일된 붉은 복식을 입고 가지런히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연심부의 주요 인물은 한 명도 등장하지 않았다.신분과 지위가 초연한 많은 거물은 내전으로 초청되어 휴식을 취하고 기다리고 있다.현우가 지금 변장한 신분으로는 자연히 내전에 들어갈 자격이 없다.그는 광장에 서서 닥치는 대로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이리저리 이야기를 들어보았다.누군가가 그의 신분을 물으면 그는 그 장로의 신분을 보여주었다.신분이 높지도 낮지도 않자, 사람들은 별로 개의치 않았다.지위가 너무 낮은 사람이 여기에 나타나거나 지위가 너무 높으면 모두 사람들의 시선을 끌게 되는데, 중간쯤에 있는 사람은 오히려 주목을 끌지 못하게 된다.마치 한 반의 평범한 학생들과 같다.담임 선생님을 제외하고 담당 선생님은 이런 평범한 학생을 기억하기 어려워한다.“신약문 4대 의존께서 오셨습니다.”시끌벅적한 가운데 저력 있는 우렁찬 소리로 울려 퍼졌다.사람들은 잇달아 고개를 들어 보았는데, 신약문 왕의존, 유의존, 노의존 및 공가연 공의존이 다가왔다.그들은 쉬지 않고 바로 내전으로 인도되었다.사람들은 또 의논이 분분하기 시작했다.신약문이 과연 지위가 초연하고 전승이 유구하며 대재앙을 겪고도 여전히 보통이 아니라고 찬탄을 금치 못했다.어떤 의존이라도 나타나면 큰 파문을 일으킬 수 있다.비위를 맞추려는 사람은 헤아릴 수 없이 많아 같은 등급의 강자들보다 인기가 많다.필경 이런 최고 의존들과 관계를 잘 맺으면 관건이
서현우와 진아람은 빛줄기가 되어 먼 곳을 향해 날아갔다.번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종적을 감췄다.다음 순간, 번산이 서현우의 머리로 돌아왔다.“무슨 일이 일어났어?”“내 여동생이 잡혔어.”“누구한테?”“몰라, 하지만 상대방이 단서를 남겼어...”반나절이 지난 후 번산이 갑자기 말했다.“이 방향은... 큰일이야, 수라곡이야!”“수라곡?”“그곳은 진정한 수라가 존재하는 곳이야, 수라 선조가 뼈를 묻은 땅이지!”“나는 수라 혈맥이고, 극락도 수라 혈맥인데, 설마 우리가 진정한 수라가 아닌 거야?”“우리 모두가 수라 선조의 혈맥을 전승하고 있잖아!”“설마 수라 선조가 죽지 않았단 말이야?”“죽었어, 하지만...”번산의 표정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면서 말했다.“알겠다. 너는 제물이야.”“제물?”서현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자신이 노복의 힘에 침식된 후에 느꼈던 그 모든 것을 생각했다.“네 여동생은 너를 대신해서 제물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너는 지금 정말 가려는 거야? 아마도 우리 모두는 그곳에서 죽어야 할 거야!”“당연히 네가 수라계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여야 하지 않아?”“하지만 그건 수라 선조야... 수라 선조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단을 남겼는지는 아무도 몰라. 나는 고사하고 역사상의 모든 수라를 포함해서 진짜 극락조차도, 수라곡에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현우의 마음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절망감이 생겨났다.‘설마 해결할 방법이 없단 말이야?’‘나영이나 내가 반드시 제물이 되야 하는 건가?’쾅!바로 그때, 멀리서 귀청이 터질 듯한 폭발 소리가 울렸다.하늘에는 핏빛 빛줄기가 미친 듯이 퍼져나갔다.끝없는 핏빛은 하늘을 찌를 듯한 거인의 모습을 구축했다.몹시 화가 난 듯이 손을 뻗어서 전방의 허공을 움켜쥐었다.그리고 그 방향에서 핏빛의 형상이 허공을 갈랐다.눈 깜짝할 사이에 서현우 등과는 이미 백 리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나영아!”핏빛의 형상이 혼수상태에 빠진 나영이를 바로 품에 안는 모습을 보았다.
“누구야!”혈하신존의 부릅뜬 눈이 터질 듯했다.‘이렇게 많은 중견 역량들이 뜻밖에도 동시에 죽다니!’‘누가 이렇게 할 수 있어?’그리고 그 허황된 모습을 정확하게 보았을 때, 혈하신존은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극락 선조?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극락 선조?”수많은 눈빛이 번산의 몸에 집중되었다.싸움도 멈추었다.몇 초가 지난 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수많은 사람들이 노도 같은 기세로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이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이다!극락이라는 이름은 수만 년 동안 더없이 놀라운 이름으로, 전대미문의 인물이다!그와 같은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극도 등 세 사람은 흥분해서 미친 듯이 날뛰었다.“위풍당당하신 선조님이시여!”이미 혈하신존 앞에 나타난 번산이 입을 열었다.“혈하성궁은 제명됐어.”“아니야!”혈하신존은 미친 듯이 소리쳤다.“네가 극락 선조일 리가 없어! 어떻게 천지의 규칙을 피할 수 있어? 그럴 리 없어!”“중요하지 않아.”번산이 큰 손으로 잡았다.혈하신존은 피하려고 했지만, 온 천지가 억지로 벗겨져서 피할 공간이 전혀 없다는 걸 발견했다.“안 돼!”혈하신존은 다시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극락 선조님,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람을 내놓겠습니다!”“너무 늦었어.”번산이 뻗었던 손을 꽉 쥐었다.피식...신의 경지 중기로 최강 전력으로 일컬어지던 혈하신존은 이렇게 허무하게 핏빛 안개로 사라졌다.모든 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멍하니 이 장면을 보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듯이 느꼈다.혈도는 그 자리에 선 채 벌벌 떨면서, 도망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천수 랭킹 1위?’‘이런 강자 앞에서는 여전히 한낱 벌레와 다르지 않아!’“노부는 살육을 많이 하고 싶지 않다. 항복한 사람은 죽이지 않겠다.”번산이 입을 열었다.응답하는 사람이 없었다.그러나 아무도 감히 반대하지 않았다.곧이어 혈하성궁 소속 무자들이 무릎을 꿇고 투항했다.남은 네 명의
“싸우면 싸우는 거야. 극락산은 분수도 모르고 날뛰는데, 마침 이 기회를 틈타 일거에 극락산을 멸망시켜야겠어. 극락이 수만 년의 신화를 이어왔는데, 오늘 끝내는 거야!”“그래, 싸우자! 극락산을 멸망시키면 마침 자원을 좀 더 차지할 수 있어!”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분분히 전쟁 준비를 했다.경사스러운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멀찌감치 달아난 손님들은 긴장한 채 주목했다.‘이 싸움은 정말 시작될까?’‘극락산은 도대체 무슨 미친 짓이야?’“왔다, 왔어! 극락산이 진짜 왔어!”“맙소사... 정말 전쟁 보루야! 극락산 저 자들이 혈하성궁과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게 분명해!”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전쟁을 목격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긴장과 격동 속에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존재한다.‘도대체 왜?’사람들이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도무지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그리고 이 스산한 긴장 속에서, 극락산의 전쟁 보루가 혈하성궁 밖에 도착했다.혈하성궁은 이미 방어진법으로 뒤덮여 있었다.혈하신존을 비롯한 혈하성궁의 고수들은 모두 대진 밖에 선 채 음산하고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극도! 오늘 네가 극락산에서 우리 혈하성궁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끝장을 보겠어. 나 혈하가 너희 극락산을 멸망시킬 것을 맹세하겠어!” 혈하신존이 크게 외쳤다.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설명? 무슨 설명을 해? 우리 극락산 직계 후손의 아내를 빼앗은 너희 혈하성궁에서 해명을 해야지!” 극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와...”떠들썩한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모두가 경악했다.‘혈도의 신부가 뜻밖에도 극락산 직계 후계자의 아내야? 이건 너무 엄청난데?’“X자식! 극도 네가 감히 이렇게 우리 혈하성궁을 욕보이다니, 정말 끝장을 보겠다는 거야?”혈하신존은 크게 노했다.혈도의 안색도 아주 좋지 않았다.자신은 영문도 모른 채 남의 아내를 뺏은 간악한 도적이 된 것이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사람을 내놓든지 전쟁을 시작하든지 결정해!”“그럼 싸우자! 혈
모든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명령은 이미 하달되었으니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모두 돌아가서 전쟁 준비를 했다.극락산의 분위기는 금세 무거워졌다.그리고 극락산에서 영혼의 수정석을 고가로 사들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혈도의 혼례는 큰 행사다.56개 구역의 무수한 사람들이 이 성대한 혼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전송진을 타고 왔다. 그 중에는 영혼의 수정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비싼 값에 팔기 위해서든 극락산에 아부하기 위해서든 영혼의 수정석을 잇달아 보냈다.하나씩 잇달아 들어왔다.날이 밝기 전까지 모두 800여 개의 영혼의 수정석을 수집했다.성과는 만족스러웠다.물론 극락산에서 지불한 대가도 만만치 않았다.앞으로 5년간의 자원을 모두 썼다고 할 수 있다.하나라도 잘못된다면, 극락산은 무너질 것이다.그러나 극도 등 세 신존은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신의 경지 후기인 극락 선조님이 계셔.’‘모든 노력은 가치가 있어.’이 영혼의 수정석이라면 번산이 4, 5 번 손을 쓰기에 충분했다.신의 경지에 이르면, 전기 경지의 10명이 반드시 중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중기 경지 10명이 후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도 아니다.‘혈하성궁이 아무리 강해도, 신의 경지 후기 한 명과 중기 3사람을 동시에 대처할 수는 없어!’‘이 실력이면 모든 걸 깔아뭉갤 수 있어!’해가 떴다.극락산에 모든 사람이 모이자 스산한 기운이 가득했다.호기심이 가득한 사람들을 향해서 극도가 손을 휘저었다.“오늘 이후, 더 이상 혈하성궁은 없다! 우리 극락산이 수라계 1위가 되는 거야! 극락 선조님의 눈부신 무적의 영광을 이어가자!”“무적! 무적!”많은 사람들이 분분히 맞장구를 쳤다.비록 이 늙은이가 술을 마시고 정신이 나갔는지 뭘 잘못 먹고 갑자기 이렇게 자신감이 생겼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신들은 이미 극락산과 생사를 같이 하는 처지이기에 전혀 관여
세 사람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그리고 급히 대전 뒤쪽의 벽에 걸려 있는 한 폭의 그림을 보았다.그림 속에는 천하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독보적인 패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그... 극... 극락 선조님?”세 사람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자신에게 환각이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그게 어떻게 가능해?’‘극락 선조는 수만 년의 인물이야.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규칙의 제한을 벗어날 수는 없어. 절대 지금까지 살 수 없어!’“노부는 바로 극락이다. 육신을 버리고 영혼체로 존재하지. 시간의 규칙이 없는 곳에서 수만 년 동안 잠들어 있다가 이 아이에 의해 깨어나게 되었다.”위엄 있게 입을 연 번산의 모습은 완전히 극락과 똑같았다.그 자체가 극락의 악념의 화신이니, 이 세상에 번산보다 극락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삼대 신존이 잇달아 무릎을 꿇었다.“너희들이 아직도 나를 조상으로 여기는 거야?”“선조님, 화를 가라앉히시지요. 저희 못난 후손들 어떤 점 때문에 선조님께서 이렇게 화가 나셨는지 모르겠습니다.”세 사람은 안절부절 못하면서 물으면서, 마음속으로는 또 미친 듯이 기뻐했다.‘극락 선조님이 여전히 계신다면, 육신이 없더라도 신의 경지 후기인 영혼체는 현재 수라계의 모든 신의 경지 강자들을 쉽게 이길 수 있어.’‘혈하성궁은 개뿔!’‘극락산이 당연히 1위야!’“예전에 노부는 천하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천하무적이었어. 너희 못난 후손들은 오히려 극락산을 이렇게 쇠락한 모습으로 만들었고, 혈하성궁을 두려워하고 있지. 노부가 어떻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어?”“선조님, 노여움을 푸세요!” 세 사람은 얼른 머리를 조아렸다.자신들은 억울했지만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필경 예전의 극락 선조는 정말 무적의 존재였다.한 시대를 짓눌러 버린 것이다그러나 후손들은 극락 선조의 휘황찬란했던 업적을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이 아이는 우리 극락산 사람이야. 이 아이의 아내 역시 우리 극락
계속해서 전송진을 통과하면서 반나절도 안 돼 수라계의 핵심 구역인 수라역에 도착했다.다른 곳과 다를 바 없이 핏빛이 천지를 뒤덮고 있었다.하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번화한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어떤 도시에도 큰 짐승이 대지 위에 포복하는 것과 같다. 왕래하는 무자는 가장 약한 자도 모두 생사경의 경지였다.생사경 이하의 사람들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서현우는 깊은 시름에 빠진 채 극무 등을 따라 극락산으로 돌아왔다.극락산은 하나의 산맥으로, 주위의 네 개의 약간 낮은 산봉우리가 중간에 있는 아주 높은 산봉우리를 둘러싸고 있다.네 개의 낮은 산은 극락산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제자, 내외문 제자들, 고위 지도층과 장로들, 그리고 극락산과 관계가 있거나 종속된 크고 작은 가문의 거주지이다.중간의 아주 높은 산봉우리는 직계 후계자만 거주할 수 있다.극락노조의 혈맥을 품고 있는 적통만 극락산에 장기 거주할 수 있는 것이다.다른 사람들도 극락산에 올라갈 수는 있지만 오래 머무를 수는 없다.서현우의 출현은 극락산을 들끓게 했다.거의 모든 직계 자제들이 서현우를 보러 달려왔고, 궁금해하거나 불만을 내비치면서 서현우와 겨루면서 실력을 한 번 보고 싶어했다.특히 극상 등이 서현우에게 한 수만에 졌다는 소식을 듣자, 손이 근질거리면서 서현우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넘치게 되었다.그러나 극무는 서현우를 데리고 다른 두 신급 강자들을 만나러 갔다.하얀 수염을 기른 노인은 극도라고 하고, 또 체구가 크고 우람한 남자는, 극전이라고 한다.서현우를 훑어보는 두 사람의 시선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극락노조의 혈맥은 밖에서는 거의 전해지지 않았는데, 네가 혈맥을 이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구나. 앞으로 극락산에서 편히 살면서 잘 수련하도록 해라.” 두 사람은 서현우에게 매우 친절했다.아무래도 직계 혈맥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서현우는 예를 갖추면서 물었다.“감히 두 신존에게 여쭙겠습니다. 혈도가 곧 결혼할 상대의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극무는 갑자기 흥미를 느꼈
“일이 좀 늦어졌어요. 수확은 그런대로 괜찮았어요.”서현우가 얼버무리며 말했다.“그럼 됐어요.”홍세령은 고개를 끄덕였다.“곧 나갈 거예요. 준비하세요.”서현우도 알았다고 말했다.홍세령이 말한 준비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지금은 갱도 세계의 통로가 닫히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이 시점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걸 바라지 않았다. 만약 나가는 시간이 지체되어 이 안에서 말살된다면 너무 가치가 없는 일이다.하지만, 나간 뒤에는 확실하지가 않았다.아주 혼란스러운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예로부터 이처럼 재물 때문에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였다.윙...곧 문이 열렸다.거의 백만 명에 가까운 무자들이 몰려나왔다.서현우가 뒤를 돌아보니 빛줄기들이 잇달아 스쳐 지나갔다.그것은 신급의 강자들이다.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어쩔 수 없다는 기색이 드러났다.11층과 12층을 왔다갔다하면서 찾았다.거의 물샐틈없는 수색이었다.그러나 결국 만령광모의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어떻게 그들이 실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서현우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핥았다.‘만령광모가 내게 있다는 이 비밀을 끝까지 지켜야 해.’이번 갱도 세계로의 여정에서 최대 승자가 된 서현우가 환고광맥의 중심부로 돌아왔다.짧은 침묵 끝에 싸움이 시작되었다.신급의 강자들은 이에 대해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최고 세력의 대열에서도 감히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주화입마된 자들이 예외적으로 이들을 건드렸지만, 모두 빨리 죽게 되었다.모두들 공중으로 솟아올라서 전쟁처럼 미친 듯이 싸우는 지면을 바라보며 무표정한 표정을 지었다.“가자, 이제 떠나야지.”극무가 담담하게 말했다.홍세령은 서현우를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시간이 있으면 다시 함께 탐험하도록 해요.”“그래요.” 서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지내세요.”“잘 지내세요, 아마도 곧 극락산에 갈 거예요. 그때 다시 이야기하죠.”“안녕히 계세요.”서현우를 보고 또 홍세령을 보
“무슨 뜻이야?” 서현우의 안색이 변했다.“흥분하지 말고 내 말을 들어.”번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육신이 없어. 일단 손을 써서 공간의 장벽을 열면 령혼체는 순식간에 공간의 역량에 의해 없어지게 돼.”“나한테 빙의하면 안 돼? 그때 극무를 속인 것처럼?” 서현우가 다급하게 말했다.번산이 말했다.“그때는 내 영혼의 힘이 약해서 너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안 돼. 너의 육신의 강도가 이미 내 영혼의 부착을 지탱하기에 부족해.”서현우의 얼굴은 더없이 일그러졌다.“설마 다른 방법이 없단 말이야?”“내가 한 신급의 강자에게 공간의 장벽을 열도록 강요할 수는 있어. 그러나 지구의 좌표를 확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야. 게다가 그 신급 강자가 너에게 열어준 것이 바로 지구의 공간 장벽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어. 만약 어떤 험악한 곳으로 전송되면, 다시 지구의 좌표점을 찾는 것이 더없이 어려워질 거야.”‘사실 번산은 아주 보수적으로 말한 거야.’‘완전히 낯선 세상에서 길을 잃는다면, 지구의 좌표를 알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야.’‘게다가 그곳에 신급의 강자가 있는지, 수라계의 공간 장벽을 다시 뚫을 수 있는지도 확실치 않아.’‘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아.’‘억지로 강행한다면 목숨을 가지고 농담을 하는 거야.’“방법이 또 있어?” 침묵하던 서현우가 물었다.“그리고.”번산이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강제로 내가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은 깨달음을 너에게 주입할 수 있지만, 반드시 네가 나의 깨달음을 복제해서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야. 너는 사람마다 길이 다르고 깨달음이 다르며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는 방향도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해.”“게다가, 너의 바탕과 축적된 실력은 신급 경지와 비교해서, 아직 일정한 차이가 있어. 일단 실패하면, 결과는 네가 잘 알 거야.”서현우는 이를 악물었다.비록 가슴이 설렜지만,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나도 내 영혼의 힘을 없애
만령에게 감격한 번산이 웃었다.“고마워, 만령. 만약 네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오래 걸려야 이 정도로 회복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아빠 말을 들은 거예요.” 서현우의 곁으로 달려간 만령은 한 손을 안고서 의지하는 표정을 지었다.서현우는 만령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이 새로 얻은 딸에 대해서도 보호의 정이 더 많아졌다.번산은 활짝 웃으면서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얼마나 남았어?” 서현우가 번산에게 물었다.번산과 공생 계약이 있기에 서현우도 번산의 영혼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이 사실에 서현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영혼의 수정석은 아주 드물고 얻기 어려워. 정말 밖에서 찾는다면 수라계 전체를 다 찾아도 천 개를 찾을 수 없을 거야.’‘이렇게 많은 양으로도 번산의 영혼체를 완전히 회복시키지 못했으니 정말 엄청난 거야.’‘그리고 신경 후기인 강자의 영혼체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어.’“지금 내 실력은 신의 경지에 막 들어갔다고 할 수 있어. 2천 개만 더 있으면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것 같아.”번산이 기대하는 말투로 말했다.서현우는 혀를 내둘렀다.‘말은 편하게 하네.’‘만약 만령이라는 만령광모의 존재가 없었다면, 번산은 평생 영혼체를 복구할 수 없었을 거야.’“완전히 복구되면 신의 경지 후기에 도달할 수 있어?”서현우가 물었다.“그래.”번산은 아주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러나 내가 손을 대면 영혼의 힘을 소모하게 돼. 영혼의 수정석만 이를 보충할 수 있어.”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음을 표시했다.‘육신을 가지고 있는 무자는, 흡수하는 것이 정기든 혈악의 힘이든 모두 천지 사이에서 보충할 수 있어.’‘육신이 그릇과 같은 역할을 하는 거지.‘그러나 번산은 영혼체야. 그에게 가장 적합한 악의 몸은 이미 부패하고 소멸되었어. 이 세상에는 아마도 누구의 몸도 지금의 번산을 수용할 수 없을 거야.’‘번산은 영혼체의 상태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야.’‘육신이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