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영 씨! 그저 몇 마리 개미에 불과해요! 그들이 감히 우리 말을 안 듣기나 하겠습니까! 말 안 들으면 내가 그들에게 고통이 무엇인지 보여줄 겁니다!” 황천봉은 아부하는 표정으로 말했다.악천영의 얼굴에는 차가운 미소가 떠올랐고 그 미소는 차갑지만 아름다웠다. “어쨌든 우리는 여전히 이 사람들이 필요해요! 그들의 주인이 우리 손에 있기 때문에 그들은 눈치를 보며 열심히 일하는 거예요!” “네가 이 여자를 죽여버리면 그 비천한 자들이 분명히 방해를 할 거야. 너는 여전히 그 밖의 비천한 자들을 잘 이해하지 못하잖아! 그들은 때로는 충성을 다하는 면이 있어서 정말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어. 그러니 이 더러운 년은 여전히 살려두는 게 필요해!” 이 말을 들은 황천봉의 얼굴에 마치 깨달은 듯한 표정이 떠올랐고 그는 찬양하듯 말했다. “역시 악천영 당신이 제일 똑똑해요. 이렇게 간단한 도리를 왜 나는 깨닫지 못했을까요! 그래서 내가 악천영 당신을 따라다니는 거 아닙니까. 나는 머리가 단순해서 싸우고 죽이는 건 잘하지만 이렇게 머리를 쓰는 일은 정말 서툴거든요! 당신을 따라다니면 이런 머리 쓰는 일은 내가 걱정할 필요도 없고 당신이 하라는 대로만 하면 되잖아요!” 황천봉은 완전히 노예근성을 드러내며 아부하는 말투는 그의 뼛속에서부터 나오는 것처럼 들렸다. 아까의 잔혹한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그만해! 또 헛소리하고 있잖아! 어서 가서 사람들을 시켜 일을 하게 해, 빨리 고분을 열어서 안에 우리가 필요한 것이 있는지 확인해봐!” 여자는 웃으며 꾸짖듯 말했다. 하지만 그런 웃으며 꾸짖는 표정조차도 황천봉에게는 복권에 당첨된 것처럼 보였는지 그는 흥분해서 곧바로 뛰어올랐다! 때때로, 아부하는 사람들의 세계는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이 시각! 조성지 조성문의 조성 대전 안에서는 격노한 소리가 들려왔다. “은혜를 모르는 놈! 그 개자식이 정말 은혜를 모르고 호의를 무시하는 군!” 조성문 문주 김등은 분노하여
“뭐? 그 자식이 도망가려고?” 김등은 벌떡 일어나 초조하게 물었다. “도대체 무슨 상황이야, 왜 그가 조성문을 떠나려고 하지?” 제자가 대답했다. “저는 알지 못합니다!” 김등의 옆에 있던 장로가 물었다. “그가 혼자 떠난 건가 아니면 그와 함께 온 사람들이 모두 떠난 건가?” 제자가 빠르게 대답했다. “그 혼자입니다. 그 두 남자와 그 여자들은 떠나지 않았습니다!” “이도현은 조성지의 해변으로 갔습니다. 거기에 비행기가 왔고 이도현이 비행기를 타고 남쪽으로 날아갔습니다!” 조성문의 문주 김등은 미간을 찌푸렸다. “혼자서 남쪽으로 떠났다고? 거긴 끝없는 바다인데 그가 대체 거기에 왜 가는 거지?” 곧이어 그의 얼굴에 갑자기 흥분의 빛이 떠올랐고 이어서 크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 이건 우리에게 좋은 기회일지도 몰라, 장로, 자네 생각은 어때?” 장로는 순간 멍해졌고 의아해하며 물었다. “문주님 이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도현이 남쪽 해역으로 간다고 해서 염국으로 돌아가는 건 아닙니다! 그가 그곳에 갈 수 있다면 그는 무엇을 하려는 걸까요?” ‘우리는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신경 쓰지 않아!” 김등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지만 눈빛에는 살기가 번쩍였다. “모 장로! 생각해봐, 여긴 바다야! 아래는 끝없는 대양이지. 만약 이도현을 비행기에서 떨어뜨린다면 그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건 절호의 기회야! 지금 바로 출발해서 이도현을 우리에게 데려오도록 해! 이도현이 우리 손에 떨어지기만 하면 그놈의 목숨이든, 그의 몸에 있는 비밀이든, 곤륜옥의 힘이든, 그건 다 우리 것이야! 그때가 되면 나는 그를 단지 생불 여사의 고통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 친구, 여인들도 고통을 겪게 할 거야. 나는 그가 우리 조성문에 맞선 자의 최후가 어떤지 확실히 알게 할 거야...” 김등의 잔인한 말속에서 모 장로는 명령을 받고 재빨리 대전에서 나와 명령을 수행할 준비를 했다.한편, 이도현은 헬기를 타고 등자월이
두 무리 중 하나는 바로 장승문의 모 장로였다! 다른 한 무리는 고무계 공작제국의 국사, 현원왕과 그의 손녀였다.두 사람이 섬에 올라서는 순간, 그들도 깜짝 놀라 무서워했다. 특히 어린 소녀는 겁에 질려 바로 뛰어올랐다.땅에 가득한 독충과 독사들, 온갖 종류의 알록달록한 벌레들이 땅에서 꿈틀대고 있었고 빽빽하게 모여있는 이 모습만으로도 소름이 끼쳤다.게다가 이 독충과 독사들은 사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면 마치 먹잇감을 발견한 듯 계속 사람에게 기어오르기 시작했다.이 장면이야말로! 어느 소녀가 두려워하지 않겠는가!소녀는 비명을 지르며 할아버지의 품으로 뛰어들어 머리를 숨기고는 무서워서 고개를 들지 못한 채 계속 소리쳤다.“빨리 가요! 할아버지 빨리 가요, 벌레가 너무 많아요, 빨리 가요...”“허허허! 현원왕 손녀도 두려워하는 게 있나? 세상을 두려워하지 않는 내 손녀가 지금 벌레 때문에 할아버지 품으로 뛰어들다니, 하하하...” 현원왕은 크게 웃으며 손녀의 등을 다정하게 두드려주었다.“할아버지도 참! 빨리 가요, 빨리 가요! 나 여기 못 올라가겠어요! 빨리 가요! 돌아가요...” 소녀는 정말 무서운 듯했다.“하하하! 알겠어, 알겠어! 이제 봐, 거기에 무슨 독충이 있나!” 현원진은 크게 웃으며 몸에서 약병을 꺼내 한 알을 소녀의 주머니에 넣어주었다.“할아버지! 거짓말하면 할아버지 수염을 다 뽑아버릴 거예요!” 소녀는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려 살펴보았다.그 순간, 정말로 조금 전까지 빽빽하게 있던 독충들이 사라져버린 것을 확인했다! 주변 십여 미터 이내에는 독충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정말 없어졌네! 할아버지, 대단해요! 어떻게 한 거예요?” 소녀는 기뻐하며 웃음을 터뜨렸고 현원진의 얼굴에 입맞춤을 한 후, 뛰어내렸다.“하하! 너 이 녀석, 독충 정도로! 우리 집에 그렇게 많은 독충 쥐 개미를 쫓아내는 약이 있는데 네가 안 챙겨가고 이제야 중요한 걸 알았지?” “할아버지가 네
거대한 포효 소리가 연이어 들려오자 이도현은 밖에서 듣고도 약간 충격을 받았다.동굴 안에서는 고분의 마지막 문이 열리더니 그 안에서 커다란 하얀 원숭이가 뛰쳐나왔다. 이 하얀 원숭이는 뾰족한 입에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눈에서는 살기를 띠고 새빨간 눈으로 무덤 안으로 침입한 사람들을 노려보며 맹렬히 공격을 시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제일 먼저 고분에 들어간 조씨 가문의 제자들은 이 흰 원숭이에 의해 갈기갈기 찢겨졌다.“악천영 씨! 이건 무덤을 지키는 흉수입니다! 이 안에 분명히 보물이 있을 거예요!” 황천봉은 흥분해서 소리쳤다.“입 다물어! 그걸 이쪽으로 끌어들이지 마!” 악천영은 흉포한 흰 원숭이를 보며 꾸짖듯 말했다.그러나 그녀는 그 원숭이의 눈을 보면서 밝은 표정을 지었다. 흉수가 지키고 있는 무덤이라면 그 안에는 틀림없이 좋은 것이 있을 것이다. 이 말은 그녀가 이곳에 온 것이 옳았다는 것을 의미했다.만약 무덤 안의 보물을 얻을 수만 있다면 그녀가 귀령문의 차기 문주를 계승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었다.“지금 어떻게 할까요, 천영 씨? 내가 가서 저 짐승을 죽일까요?” 황천봉은 침을 삼키며 흥분해서 물었다.“안 돼! 내가 고서에서 본 적이 있는데 이 흰 원숭이는 귀명원후라고 불리는 매우 흉포한 흉수야. 사람을 먹는 걸 좋아하는데 사람을 배불리 먹고 나면 순해진다고 해! 우리는 지금 아무것도 하지 말고 여기서 기다리자. 이 흰 원숭이가 저 사람들을 다 먹어 치우면 아마 배가 부를 거야. 그때가 되면 성격이 온순해질 거고 우리가 그때 다가가면 돼. 그러면 이 원숭이가 우리를 무덤 안으로 데려다줄 거야! 운이 좋으면 이 귀명원후를 길들일 수도 있어! 정말로 이걸 길들일 수 있다면 내 실력도 한층 더 올라갈 거야. 그럼 귀령문의 문주 자리는 내 것이 될 거야!”악천영의 얼굴에는 흥분한 표정이 드러났고 두 눈은 조씨 가문의 제자들을 뜯어먹고 있는 흰 원숭이를 반짝이며 바라보았다.“정말 대단해요! 미리 축하할게요. 당신이 우리 귀령문
“어응...”갑자기! 조혜영을 잡으려던 흰 원숭이가 가슴을 찢는 듯한 포효를 내질렀다. 그와 동시에 혈안개가 뿜어져 나왔고 혈안개와 함께 검기가 번개처럼 빠르게 하늘에서 스쳐 지나갔다.검기는 흰 원숭이의 거대한 팔을 단숨에 잘라버렸다! 잘린 팔에서 피가 마치 물처럼 쏟아져 나와 무덤 벽을 새빨갛게 물들였다.“우르르!”극심한 고통에 흰 원숭이가 포효하며 더더욱 흉포해졌고 남은 한쪽 팔을 휘두르며 날뛰었다. 곧이어 또 하나의 검기가 날아와 이번에는 흰 원숭이의 커다란 머리를 단번에 잘라버렸다. 머리를 잃은 흰 원숭이는 모든 동작을 멈추었고 거대한 몸뚱이가 땅에 쿵 하고 쓰러지며 땅이 흔들리며 모든 것이 끝났다.“천영 씨! 정말 대단해요! 당신... 검기가 이 정도까지 숙달되다니, 진짜 신의 경지에 이른 거예요!” 황천봉은 쓰러진 흰 원숭이를 보며 놀라서 말했다. 그는 이 모든 것이 악천영이 한 일이라 생각했다.“내가 한 게 아니야! 이건... 정말 강력한 검기야. 도대체 누굴까...” 악천영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라서 멍하니 서 있었다. 방금 본 검기는 그녀에게 엄청난 위압감을 주었고 이런 검기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뭐? 당신이 한 게 아니라고요?”황천봉은 깜짝 놀랐다! 그제야 그는 정신을 차리고 흰 원숭이가 쓰러진 방향을 바라보았다.그들 앞에는 어느새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그 남자는 조혜영의 곁에 쭈그리고 앉아 그녀를 살펴보고 있었다. 그는 거의 죽어가던 조혜영을 부드럽게 안아 올려 얼굴의 피를 닦아주며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곧이어 남자의 손에는 어느새 몇 개의 은바늘이 쥐어져 있었다! 그는 빠르게 조혜영의 몸에 은바늘을 꽂았다.은바늘이 몇 번 떨어지자 두 사람은 방금까지 거의 죽어가던 조혜영의 얼굴에 혈색이 돌고 기운도 많이 회복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남자는 그들이 놀라 어찌할 바를 모르는 사이 다시 한번 여자의 입에 알약을 넣어주었다. 알약을 먹자 여자의 상태는 아까보다 훨씬 나아진 것이 분명했다.“도현
“낭비! 이 자식, 진짜 너무 낭비하는군!” 황천봉은 더욱 분노하여 이도현을 이를 악물고 노려보았다. 그건 천급 담약이었고 게다가 최상급 천급 담약이었고 한 알 한 알이 너무나도 귀한 것이었다. 그런 귀한 담약을 이도현이 쓸모없는 여자 하나를 살리는데 쓰다니,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악천영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이도현이 등장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 이제 그녀는 확신했다. 귀명원후는 이도현이 죽인 것이고 그 두 번의 검격은 그녀에게 있어 정말로 천지를 뒤흔드는 것이었다. 그 검법의 강력함은 그녀를 놀라게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이도현이 천급 담약을 그 여자에게 써서 치료한 것이 그녀를 또 한 번 경악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강력한 검법을 지닌 자가 그것도 천급 최상급 담약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면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상대였다. 알다시피, 천급 담약은 귀령문에서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더욱이 그런 귀한 담약을 이런 외상 치료에 쓰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도 자신들의 눈에는 거의 개미와도 같은 사람을 치료하는데 말이다. “야! 넌 누구냐!” 황천봉이 냉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는 악천영 앞에서 자신을 돋보이고 싶어서 이런 기회가 생기면 늘 앞장섰다. 이때 이도현은 이미 조혜영의 손의 상처를 모두 치료한 상태였다. 그는 천천히 일어나 조혜영을 등에 업었고 고개를 들어 차가운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냉정하게 말했다. “너희들... 다 죽어야 해.” 그 말이 끝나자 이도현은 손에든 음양검을 한 번 더 휘둘렀다!순식간에 검광이 번개처럼 번뜩이며 귀령문의 사람들을 향해 날아갔다. 밖에서 막 도착한 현연왕과 그의 손녀, 그리고 먼저 도착한 천현종의 성녀 지성윤, 손옥성 등은 그 강력한 검기에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게... 도대체 어떤 경지에서나 나올 수 있는 기술이지...”“빨리... 안으로 들어가자!" 그렇게 말하며 바깥의 사람들은 서
모두가 경악했다!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 제국급 강자가 한 검에 완전히 처리당해 흔적조차 남기지 못할 줄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 자식아! 감히 우리 귀령문의 제자를 죽이다니! 네 놈은 죽었다...” 귀령문의 한 장로가 포효하며 뛰쳐나왔다! 그의 손에는 장창이 들려 있었고 분노에 찬 그는 그 창을 이도현에게 거칠게 휘둘렀다. 분노로 그의 표정은 일그러졌고 손에 든 장창은 마치 독룡처럼 이도현을 삼키려 들었다. “귀령문! 좋아! 내가 꼭 기억해두겠다! 조만간 내가 너희 귀령문을 찾아갈 것이다!” 이도현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며 그의 분노는 이전보다 더 거세졌다. 곧이어 그는 조혜영을 등에 업고 몸을 날렸다! 그의 손에 들린 음양검이 바로 로자의 공격을 맞받아쳤다. 이도현의 속도는 굉장히 빨랐다. 거의 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창을 든 로자 앞에 나타났다. 음양검을 무자비하게 휘둘렀고 강력한 힘이 음양검에서 폭발해 나왔다! 검은빛과 붉은빛이 마치 사신의 빛처럼 로자의 장창을 밀어냈다. “너...!” 귀령문의 로자는 한 번의 공격에 밀려났고 그의 눈빛에는 공포가 서렸다! 놀랄 틈도 없이 이도현의 검광이 다시 그를 향해 내려쳤다! 로자는 급하게 방어를 시도했지만 허둥대며 장창을 이도현의 보검 앞에 겨우 막아섰다. 쨍! 하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검은 장창이 두 동강이 났고 로자는 목덜미에 차가운 기운을 느꼈다. 이어 모두는 그의 머리가 높이 날아올라 땅에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이건... 말도 안 돼...” “귀령문의 장창 로자가 성급 강자인데 한 검에 이렇게 베어지다니, 이건...” 지성윤의 아름다운 눈이 커다랗게 뜨였고 그녀는 그 머리가 떨어지는 것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며 온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그가... 도대체 어떤 경지에 있는 거지, 설마 성급을 초월한 것인가?” 현연왕의 손녀는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하며 극도의 충격에 빠졌다. “장창 장로가...” 귀령문의 악천영이 비명을
검기가 충돌하면서 강력한 힘이 폭발해 고분 전체가 흔들렸고 주변 벽이 그 힘을 견디지 못해 거대한 돌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푸!”곧이어 또 한 번 보검이 살을 꿰뚫는 소리가 들렸다! 연기가 모두 사라진 후 모두가 목격한 것은 이도현의 손에 든 보검이 언제부터인지 이미 모대천의 가슴에 꽂혀 있다는 것이었다. 모대천은 자신의 가슴을 뚫고 들어온 검을 보며 입가에서 서서히 피가 흘러나왔다. 그는 이도현을 보며 말했다. “너... 너 대체 누구냐! 왜...”하지만 이도현은 그의 쓸데없는 말을 들을 생각이 없었다. 모대천이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쓱 소리가 나며 이도현은 보검을 회수했다! 모대천의 몸도 그와 함께 쓰러지며 숨이 끊어졌다. 이전 장창 장로에 비해 모대천의 죽음은 더 편안했다. 적어도 그는 온전한 시신으로 남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죽음이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다, 가장 두려운 것은 죽어서 시신조차 남기지 못하는 것이다.이 순간, 악천영은 기겁할 정도로 겁에 질렸다. 그녀의 창백한 얼굴과 떨리는 몸은 이도현을 바라보며 완전히 마비된 듯했다. 그녀는 한 번도 자신이 이런 끔찍한 상황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이도현이 보검을 들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자 그녀는 계속해서 뒷걸음질치기 시작했다.“너... 너 오지 마! 나... 나는 고무계 귀령문의 문주의 후계자야. 너... 너 오지 마! 너는 나를 죽일 수 없어... 너 만약 나를 죽이면... 귀령문 전체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우리 귀령문에는 많은 강자가 있어...” 악천영은 몸을 떨며 후퇴하면서 이도현을 위협하려 했다. 그렇게 하면 이도현이 그녀에게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도현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그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고 계속해서 그녀에게 다가갔다. “아... 오지 마, 제발... 오빠... 제발 오지 마... 나를 살려줘... 이건 내 잘못이 아니야... 다 그들이 한 일이야, 진짜로
이도현은 형수가 차린 밥상을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밥을 먹다가 문제라도 생길까 봐 다급하게 말했다.“형수, 저 먹고 왔어요! 번거롭게 차리지 않으셔도 돼요!”이도현은 말을 마치고 급히 노문호에게 눈길을 돌렸다.그는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수유 중인 형수의 가슴이 너무도 풍만하여 이도현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 기세는 이도현이 침을 놓을 때보다 더 매서웠다.“노 선생, 그동안 잘 계셨나요? 집안에도 별일 없으시죠?”이도현은 급히 화제를 돌렸다.“그럼요, 무탈합니다! 그저 한의원이 너무 바쁠 따름이죠. 게다가 도현 씨의 명성이 자자하여 한동안 많은 사람이 도현 씨의 명성을 듣고 찾아왔다가 없다니까 그냥 돌아갔어요.”“그래도 우리 한의원이 이제 많이 유명해져서 예전보다 훨씬 바빠졌어요. 도현 씨가 오지 않았더라면 이 늙은 몸이 곧 쓰러졌을 거예요.”“좋은 소식이네요. 이건 노 선생의 의술이 뛰어나기에 백성들이 다 믿고 맡긴다는 거잖아요.”이도현이 웃으며 대답했다.“에잇! 놀리지 말아요! 저의 의술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도현 씨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얼른 가서 좀 쉬다가 일하러 와요! 저는 계속 일해야 하니까 이만 가볼게요. 도현 씨가 돌아온 걸 축하할 겸 우리 저녁에 영식이네 집에 모여서 밥 먹어요!”“그... 괜찮을까요? 또 형수를 귀찮게 해야 하는데.”솔직히 말해서, 이도현은 형수 집에 가서 밥 먹고 싶지 않았다. 형수의 요리가 맛없는 것도 아니고, 꽃무늬 이불이 푹신하지 않아서도 아니었다. 그저 형수가 무서울 뿐이었다.“귀찮을 게 뭐 있어요. 도현 씨는 아이의 양아버지이고, 한집안 식구끼리 이런 말을 하면 섭섭하죠! 계속 그런 말을 하면 저희를 무시하는 거로 여길 거예요!”이도현이 거절하려는 기미를 보이자 형수가 다급하게 말했다.이도현은 형수가 다급하게 그런 말까지 하는 것을 보고 더는 거절하지 못했다. 더 거절하면 그가 찔리는 것이 있어서 초대에 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도현 씨, 현진
“이것 봐! 내가 뭐라고 했어! 내가 방금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했지. 이 젊은이는 부귀의 상이고 걸음걸이도 씩씩한 데다가 온몸에서 은은한 보라색 빛을 반짝이고 있어. 딱 봐도 부귀영화를 누릴 상이지, 절대 그렇게 소질 없는 사람이 아니야! 이제야 믿겠어? 내 말이 맞는다는 거!”제일 먼저 반응한 할아버지께서 나서서 이도현을 가리키며 듣기 좋은 단어만 골라서 칭찬했다.그러나 이도현은 계속 입을 삐죽거렸다. 바로 이 할아버지께서 조금 전까지 그를 파렴치한으로 몰았는데, 지금에 와서 말을 바꾸다니 참으로 낯가죽이 두꺼운 사람이었다.“그러니까! 나도 그랬지. 이 젊은이는 딱 봐도 복이 있고 부귀한 사람이라고. 근데 너희는 귓등으로 듣기만 했어!”다른 사람도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이신의, 만나서 반갑네. 난 이춘식이야. 우리 같은 이씨로서 오백 년 전에 한 가족이었을 거야. 넌 정말 우리 이씨 가문에 큰 체면을 세워줬어!”“이신의, 난 김두만이라 하고 나의 외할아버지도 성이 이씨야. 우리도 한 집안이라고 볼 수 있어!”“이신의, 나도 이씨 성을 가진 외할아버지가 있는데, 자네와 똑같이 생겼어!”수염이 새하얗고 이가 싹 빠진 한 할아버지가 말했다.이도현은 그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서 몸을 파르르 떨었다.‘연세가 이렇게 많으신 분이라면 이분의 외할아버지는 진작에 돌아가셨을 건데, 이렇게 나와 친한 척한다고! 자기 외할아버지더러 날 저승으로 데려가라는 거야 뭐야!’ “퉤! 뻔뻔스럽기는! 고아 주제에 어디 감히 외할아버지가 있다고 이신의와 친한 척하려고 해! 우리 어머니의 외할아버지야말로 이씨야!”뻔뻔한 사람이 또 한 명 나타났다.이도현은 더 이상 들어줄 수가 없었다. 이 어르신들이 너무 무서웠다.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거짓말할뿐더러 그럴듯하게 말하여 진짜인 줄 알았다. 이것도 모종의 경지라고 볼 수 있는 정도였다.이도현은 황급히 한의원 안으로 도망쳤고 그제야 고요함을 되찾았다.“도현 씨, 돌아왔군요! 하하하... 이 자식, 왜 이제야 돌아왔
이도현은 더는 말을 하지 못하고 쭈뼛쭈뼛하게 내디딘 걸음을 도로 거두었다. 그는 성급 고수보다 눈앞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더 무섭게 느껴졌다.이도현이 자신이 이곳의 의사라고 설명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을 때 노영식이 한 할머니를 부축하면서 걸어 나왔다.“할아버지, 할머니들, 그만 떠드세요! 다 진료해드릴 테니까 새치기하지 말고 줄 서서 기다리세요.”“신의 양반, 우리가 진료 보는 데 방해하려고 떠들어댄 것이 아니라, 반반하게 생긴 도시 사람이 염치없이 새치기하려고 해! 규칙을 어기려고 해!”한 할아버지가 울분을 터뜨리며 말했다.이도현은 이 말을 듣고 얼굴색이 확 어두워졌다.‘이런! 내가 언제 염치없이 굴었어?’“새치기! 누가 새치기했어요?”노영식이 물었다.“이 사람이요!”“바로 저 젊은이예요. 도덕심이라고는 일도 없어요!”“맞아요! 염치가 전혀 없어요! 우리가 온 오전 줄을 서도 새치기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저 사람은 오자마자 새치기했어요. 그러고도 도시 사람이라고! 퉤!”또 한차례의 비난을 받은 이도현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그냥 들어가서 일하려는 것뿐인데,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잠깐 사이에 벌써 세 번이나 욕을 먹었어. 게다가 한의원에 발을 들이지도 않았는데, 이렇게까지 욕먹을 일인가? 설사 내가 진짜 진료받으러 왔다고 해도, 새치기하면 어때서? 한번 욕하면 그만이지, 끝없이 욕할 줄이야. 시골 사람이 제일 순박하다고 들었건만 왜 이 어르신들은 이렇게 다르지?’“이도현 씨... 돌아왔어요...”노영식은 이도현을 보고 깜짝 놀라더니 기뻐하며 그에게 달려갔다.이도현은 손을 뻗으며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그는 오늘 운이 안 좋았다.“언제 돌아온 거예요? 미리 전화하지 그랬어요. 저희가 알았으면 마중하러 가는 건데! 어서... 안으로 들어가요... 삼촌이 이도현 씨를 오랫동안 그렸어요... 그리고 저의 아내도 거의 매일 밤 이도현 씨 얘기를 했어요. 도현 씨가 돌아오기만 하면 아이의 양아버지로 모시겠다고!”노영식은 감
조금 거친 섬섬옥수로 능수능란하게 계산기를 눌렀는데 그런 진지한 모습이 여자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듯했다.그 여자는 다름 아닌 노영식의 아내, 이도현의 형수였다.한의원이 확실히 아주 바빠 보였다. 그렇지 않다면 아이를 낳은 지 몇 달도 안 되는 형수가 이렇게 나와서 일을 도울 리 없었다.그러나 형수의 얼굴에 행복이 가득한 것을 보아하니 그녀가 이 일에 얼마나 만족하는지 알 수 있었다.하긴 한의원에서 일하면 한 달에 오십만 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고 게다가 지금 월급이 올랐을지도 모른다. 이건 농촌에 있어서 아주 훌륭한 일자리였다.그리고 지금 부부가 모두 한의원에서 일하기에 한 달에 최소 백만 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정도는 무조건 농촌에서 고소득이라고 볼 수 있었다.더군다나 부부가 다 저녁에 집에 돌아가서 가정을 돌볼 수 있었다. 일도 지체하지 않고, 돈도 벌 수 있으니, 이 일자리는 그야말로 정부 기관에서 일하는 것 못지않았다.이도현은 이 부부가 하는 일이 마을 사람들의 부러움을 잔뜩 받았을 것으로 생각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미 질투에 눈이 멀었을지도 모른다.그러나 이 부부도 충분히 빡세게 살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형수는 아이를 낳은 지 겨우 몇 달밖에 안 되는데 벌써 일하러 나왔다.백성들은 역시나 응석받이로 자라지 않았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아이를 낳으면 1년은 쉬었을 것이었다.물론 도시 사람들의 생활 조건이 좋으니 휴식을 많이 취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돈을 버는 거 아니겠어?이도현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한의원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나 겨우 두 발짝 걸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그를 불러 세웠다.“에잇! 거기! 앞에 총각! 너 뭐 하는 거야! 양심이 있다면 뒤에 가서 줄을 서라. 이렇게 많은 사람이 줄 서고 있는 게 안 보이냐? 빨리 가서 줄 서!”“맞아! 맞아! 뒤에 가서 줄 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줄을 서는 거 못 봤냐! 어디서 새치기야! 뒤에 가서 얌전히 줄 서! 참! 요
이도현은 이 가족의 감사 인사를 마다하고는 남자에게 앞으로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신앙이 있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너무 지나치지 않는 것이 좋다.어떤 일이든 도가 지나치면 본연의 가치를 잃기도 하는데 좋은 마음에서 출발한 일도 나쁜 일로 만들 수 있었다.특히 이번 일처럼, 만일 가족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면 그것은 신앙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해치는 것이었다.이튿날 아침이 되자마자 남자는 사람을 불러 아내와 아이를 들것에 싣고 산에서 내려왔다. 떠날 때 그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절의 스님을 쳐다보았다.그 표정은 마치 앞으로는 이곳에 두 번 다시 발을 들이지 않을 것이고, 돈을 어디에 쓰든 절대 너희 같은 양심 없는 가짜 스님에게 바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이도현도 떠나갔다. 그는 재물을 탐내고 하마터면 사람까지 죽일 뻔한 이곳에 1분도 더 머물고 싶지 않았다. 조금 더 머무르다가 사람을 죽이고 싶어질까 두려웠다.물론 그는 아무것도 폭로하지 않았다. 마치 하늘과 땅에 밝은 것과 어두운 것이 있는 것처럼, 이 세상에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기 마련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천지의 도리를 이루었다.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좋은 사람이 있으면 나쁜 사람도 있는 법이었다. 만약 모두가 좋은 사람이라면 이 세상은 완전하지 못할 것이었다.만물이 존재하는 데는 그만한 도리가 있는 법이고, 하물며 나쁜 사람은 그들보다 한층 더 나쁜 사람에게 응징받을 것이기에 이도현은 쓸데없는 일에 참견할 필요가 없었다.게다가 이도현이 보기에는 이 스님들이 구제 불능한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어젯밤 이도현이 그 자리에 있지 않았더라면 임산부는 결국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었다. 게다가 스님이 이 모든 것을 초래한 것도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결국은 여자의 남편이 너무 미신을 믿어서 출산을 앞둔 아내를 데리고 부처님께 예배드리러 왔다가 이런 일이 생겼던 것이었다.누가 옳은지 그른지, 또 누구의 책임인지 분명히 따질 수 없었다. 다행
이게 그들이 말한 보호란 말인가! 보호해 준다고 해놓고, 아내는 이 절에서 죽을 뻔했다니.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그 남자는 정말 후회스러웠다. 과거의 자신이 그저 미련한 바보 같았다. 자신의 월급 절반을 절에 바치고 돈을 그렇게 냈는데, 결과가 이 모양이었다. 바로 그때, 막 정신을 차린 여자가 배를 움켜잡고 비명을 질렀다. “여보. 나 배가 너무 아파. 아마 곧 낳을 것 같아. 여보 나 좀 살려줘.” 이도현은 그 말을 듣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어휴. 하느님! 당신이 나를 이렇게 시험에 들게 하시나요!” 그는 미칠 것만 같았다. 의술은 자신 있지만, 출산 경험은 전혀 없었다. 게다가 그는 남자다. 그러나 여기에서 의사라곤 그 혼자뿐이었다. 발가락으로 생각해도 이 일은 그의 몫이었다. “세상에 대체 어떻게 이 타이밍에 애를 낳겠다는 거야? 조금만 더 참아서 내일 병원에서 낳으면 안 되나? 이 시점에서 출산이라니, 너무 사람을 힘들게 하는 거 아니야?” 이도현은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건 단순한 치료가 아니다. 그는 해본 적도 없는 출산을 도와야 했다. “신의여! 제발 제 아내를 구해주세요! 그녀가 곧 아이를 낳아요!” 남자는 이도현 앞에 달려와 애원했다. “어서 뜨거운 물을 다시 준비해라. 정말 너희 집안에 큰 빚을 져서 갚는 것 같은 기분이다! 너는 남고 나머지는 다 나가라!” 이도현은 한숨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네.” 다른 사람들은 더 이상 말을 못 하고 급히 방을 나갔고, 겁먹은 동생만 남았다. “뭐 하려고 멀뚱히 서 있어! 얼른 산모의 바지를 내려! 안 내리면 입으로 애를 낳게 하려는 거야? 아이고! 너도 여자이면서 아무것도 모르냐?” 이도현은 짜증을 내며 그녀를 나무랐다. 당황한 여자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언니의 바지를 내렸다.그 후 이도현의 지시에 따라 침대 시트로 여인의 하체를 가렸다. 그는 여인에게 침을 놓으며 기를 돌게 했다. 정신없이 손을 움직인 지 약 30분
어떤 것들은 정말 믿을 수밖에 없다. 특히 여러 번 그런 경험을 한 이도현은 지금은 깊이 믿게 되었다. 이런 것들은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존재를 부정할 수는 없다. 다행히 이도현은 얼마 전 주씨의 아내와 그의 장인과 관련된 일을 겪고 나서, 미리 대비해 몇 가지 부적을 더 준비해 두었다. 음양탑에 보관해 두면 급하게 필요할 때 주사와 황지를 찾아다녀야 했다. 주사는 약국이나 특수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만이 집에 비축해 둘 법한 물건이다. 그러니 대비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지금처럼 바로 쓸 수 있게 말이다. 이도현은 임산부의 동생을 돌려세우고 그녀를 방에서 잠시 나가게 한 후, 황색 부적 한 장을 꺼내 임산부의 몸에 대고 몇 번 그리며 주문을 중얼거렸다. 임산부의 기운이 변하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지자, 그는 비로소 멈췄다. 이 과정을 거친 그는 상당히 지쳤다. 몇십 분 동안 정신과 체력이 크게 소모되어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제 언니는 어떤가요? 왜 아직 깨어나지 않는 거죠?” 여동생은 이도현의 치료가 끝나자 조급히 물었다. “나는 의사이지, 신선이 아니야. 모든 일에는 과정이 있는 법이야. 가서 그녀의 남편을 불러 몸을 따뜻한 물로 닦아 주게 해.” 이도현은 피곤한 얼굴로 답했다. 그의 의술은 뛰어났지만, 이 여인의 상태는 이미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것은 억지로 생명을 구하는 것이었고, 마치 염라대왕과 생명을 놓고 다투는 것과 같았다. 만약 그렇게 빨리 효과가 난다면, 그는 진정 신선이 된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여동생은 무언가 할 말이 있었지만, 방금 이도현이 보인 위엄을 떠올리며 입을 다물고 언니의 남편을 불러왔다. 두 사람은 이도현의 지시에 따라 여인의 몸을 따뜻한 물로 닦기 시작했다. 뜨거운 물 덕분에 여인의 미약했던 숨소리가 점차 강해지더니, 마침내 여인이 신음하며 눈을 떴다. “살았다! 내 아내가 살아났어. 그녀가 죽지 않았어.” 남자의 격한 말에 밖에서 기다리던 사람
곧 이도현의 차가운 시선이 절 안의 스님들에게 향했다. 그는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사람을 살리는 동안 방해라도 한다면, 즉시 지옥으로 보내주겠다!”“내가 할 말은 여기까지다. 너희들이 듣든 말든 상관없지만, 감히 방해하려 한다면, 그 순간 너희의 마지막이 될 거다!”이도현은 말을 마치며 손을 휘저어 은침 하나를 던졌다. 은침은 대전 앞에 서 있는 돌사자를 명중했다.쿵!큰 소리와 함께, 거대한 돌사자가 순식간에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이 광경을 본 절의 스님들은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서 있다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방금까지 하고 있던 생각들은 한순간에 머리 속에서 사라지고, 마치 귀신을 본 듯한 얼굴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뒤로 물러섰다.이 정도로 강한 사람은 처음이었다. 작은 침 하나를 사용했을 뿐인데 돌사자가 산산이 부서져 버리다니, 이게 그들의 몸에 닿기라도 한다면 무사할 리 없었다.아무리 그들이 뚱뚱하다 해도 이런 강한 힘을 버틸 수는 없었다.“뭘 멍하니 서 있느냐! 빨리 방을 찾아서 이 사람을 안으로 옮겨!” 이도현은 차가운 목소리로 소리쳤다.이도현의 위압적인 분위기 아래, 스님 몇 명이 거의 숨이 끊어질 듯한 여인을 한 방으로 옮겨놓았다.“모두 나가라! 그리고 따뜻한 물을 준비해라. 내 허락 없이 누구도 들어오면 안 돼!”“너는 따라 들어와라!” 이도현은 사람들 가운데 있는 한 여인을 가리켰다. 아마도 이 부부의 친척일 터였다.“저요?” 여인은 자신을 가리키며 놀란 듯 물었다.“들어와! 내가 하는 말 잘 듣고 따라 해! 산모와 어떤 사이냐?” 이도현의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그녀는 제 언니예요.” 여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방금 돌사자를 산산조각 내는 이도현의 모습을 보고 겁에 질려 몸을 떨고 있었다.대답을 들은 이도현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여인을 한 번 더 보고, 남편을 보며 더욱 할 말을 잃었다.아내가 이 지경인데,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아내와 처제를 데리고 산속으로 오다니, 대체
“스님. 제 아내는 아직 죽지 않았어요! 심장이 뛰고 있어요! 제발 그녀를 살려주세요...”남자는 거의 무너질 듯한 목소리로 떨며 외쳤다.보아하니, 아내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 같았다. 그런데 왜 이 사람은 이런 스님들을 믿는 걸까? 그리고 아내가 이렇게 배가 부른데, 병원이 아닌 이 산으로 온 이유는 뭘까?요즘 같은 시대에 아이를 낳으면서 병원에 안 가는 경우가 있을까? 산간 마을이라고 해도 최소한 마을 의사나 경험 많은 산파나 어르신을 부르기라도 할 것이다.이 남자는 참으로 용감한 건지 무모한 건지, 아내를 데리고 이 깊은 산속에 와서 아이를 낳으려 하다니. 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걸까.“아미타불! 시주님, 이 여 시주는 이미 세상을 떠났습니다. 마음을 편히 하세요. 이번 생의 죄업은 이미 갚았고, 업보도 끝났으니, 다음 생엔 반드시 큰 부귀와 건강을 누릴 것입니다!”“시주님, 이제 길을 비켜주세요. 이 썩은 껍데기를 태워버리게 해주세요. 아미타불, 꽃이 피고 지고, 사람이 나고 죽고,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생로병사는 모두 정해진 법입니다. 이 모두가 전생의 업이고 현세의 결과입니다. 시주님, 왜 그리 집착하십니까?”스님은 두 손을 합장하고 눈을 감고선 진지한 표정으로 계속 중얼거렸다. 이를 본 이도현은 속이 끓어올랐다. 대체 이게 무슨 허튼소리인가.스님의 신호를 받고, 젊고 힘센 스님 몇 명이 무릎을 꿇고 울고 있는 남자를 억지로 끌어올렸다. 그리고는 여인을 다른 곳으로 옮겨 불태우려는 참이었다.이쯤 되자, 이도현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이건 두 생명이 달린 일인데, 이렇게 두고 볼 수는 없었다.“멈춰!” 이도현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치며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단번에 여인을 태우려는 스님들을 발로 차며 막아섰다.“뭐 하는 거에요!” 여인을 태우려던 스님이 분노하며 소리쳤다.“뭐 하는 거냐고? 사람을 구하려는 거지. 저 여인은 아직 죽지 않았는데도 네가 사람을 태우려 하니, 정말 출가한 사람 맞는 거냐? 출가한 자는 자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