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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작가: 골든트리
이도현이 다리를 분지른 남자는 서북후 산하의 서른여섯 고수 중 서열 21위의 강자인 등사로 지급에서도 가장 강한 실력을 갖췄다.

이런 고수가 이도현의 한 방에 무너지다니.

삼백 명의 서북후 군위중 제일 약한 자는 인급 무사이고, 그중에는 지급 무사도 존재한다. 하지만 삼백 명의 군위는 이도현에게 손을 쓸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이게 사람인가?

“넌...... 넌 종급......”

여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입을 열었다.

“꺼져......”

이도현이 쌀쌀맞게 말했다.

“너......”

여자는 단단히 화가 났다. 감히 그녀에게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처음이다.

“요희, 장군님의 명령이다! 반드시 저놈의 머리를 가져가야 해. 그러니 당장 저놈을 죽여!”

등사도 만만치 않은 캐릭터다. 다리가 부러졌는데도 이를 악물고 뼈를 살가죽 안으로 밀어 넣더니 옷을 찢어 상처를 싸매고 한 발로 일어섰다.

등사의 말에 방금까지도 두려움에 잔뜩 움츠려 있던 요희는 이도현이 안심한 틈을 타 사력을 다해 달려들었다.

바람 소리를 들은 이도현은 한 발짝 앞으로 움직이더니 어느새 요희 앞에 멈춰서서 그녀의 공격을 무시한 채 가볍게 한 손을 휘둘렀다.

하지만 이 가벼운 손놀림에도 요희는 마치 거대한 쇠 파이프에 맞은 듯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그녀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빨갛고 뜨거운 피가 그녀의 두 귀로, 눈으로, 코로 그리고 입으로 흘러나왔다.

그녀가 입고 있었던 갑옷도 순식간에 찢어졌으며, 바닥에 떨어졌을 때 그녀는 이미 숨을 멈췄다.

“죽고 싶다면 그렇게 해주지.”

이도현의 목소리는 섬뜩할 정도로 싸늘했다.

그는 등사도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 기회를 줬는데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은 다시 태어나는 게 더 어울린다.

이도현은 등사에게 다가가 단숨에 목숨을 종결시켰다.

두 지급 강자가 이렇게 쉽게 죽어버리다니. 바닥에 쓰러진 수백 명의 군위들은 이런 광경을 처음 본다. 그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경악한 기색이 역력했다.

“꺼져, 아니면 다 죽인다.”

수백 명의 군위 앞에서 이도현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이미 공포에 질린 서북후 군위들은 줄줄이 도망가기 시작했다.

우두머리가 죽었는데 도망가지 않으면 다음은 그들의 차례가 될 테니 말이다.

그러나 군위들이 멀리 도망가기도 전에, 갑자기 어둠 속에서 또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건방지군! 서북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간땡이가 아주 단단히 부었어!”

기세등등한 노인이 수십 명의 사람을 거느리고 마당에 나타났다. 그들이 들고 있는 랜턴 덕분에 이도현은 상대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50대의 군복 차림의 남자, 범상치 않은 아우라에 콧대 높고 고고한 표정, 그리고 미간 사이에는 음흉함이 가득했다.

생각할 필요도 없다. 이 사람이 바로 서북후 이 장군이다.

“서북후.”

이도현이 쌀쌀하게 입을 열었다.

“그래, 내가 바로 서북후다. 나한테 이씨 가문 옛 저택에서 기다린다고 전하라고 했다지? 내가 이렇게 친히 왔으니 설명해야지 않겠어?

여긴 서북이다. 아무나 행패를 부릴 수 있는 곳이 아니란 말이다! 내 신군 통령과 고수를 죽였으니 설명 제대로 해야 할 거야.”

서북후는 담담하고 쌀쌀한 말투로 이도현에게 말했다. 하지만 평온한 말투에는 짙은 분노가 배어 있었다.

“해석? 당신 같은 사람한테? 이용당하는 줄도 모르는 단순한 인간이 서북후라고? 이거 참...... 하하하......”

그는 서북후를 안중에도 두지 않은 채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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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이놈! 그게 무슨 헛소리야!”서북후가 음침한 어조로 말했다.“하하! 대단한 서북후가, 서북의 황제가, 강씨 가문에 놀아나서 죽으러 왔는데도 정작 본인은 모르고 있다니. 웃겨서 정말.”이도현은 서북후를 비웃었다.“건방진 놈, 장군님이 고작 네 놈의 말에 속을 것 같아?”서북후 뒤에 있던 젊은이가 불쑥 큰 소리로 외쳤다.“주인과 말하는 데 개가 짖네?”이도현은 안색이 싸늘해지며 말했다.“너......”남자는 이도현의 기세에 그대로 눌려버렸다.“한 번만 더 짖으면 넌 죽는다.”“이 자식이, 너 같은 애송이가 날 죽이겠다고?”젊은이는 콧방귀를 뀌었다.이도현은 대답 대신 손을 휘둘렀고, 이내 은침 하나가 날아가 젊은이의 목구멍을 관통했다.갑자기 일어난 상황에 사람들은 미처 반응도 하지 못했다. 젊은이가 바닥에 쓰러져 숨을 멈추자 그제야 그들은 사태 파악을 할 수 있었다.“네 이놈!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서북후는 화를 억누르지 못하고 포효했다.“죽여라!”서북후가 명령을 내리자, 그의 뒤에 있던 노인이 앞으로 나섰다. 상대는 마치 구름처럼 허공에 떠오르더니 삽시에 이도현을 향해 돌진했다.노인의 수단은 아주 악독했고 그의 모든 움직임은 치명적이었다. 세 수를 주고받은 뒤, 이도현이 말했다.“영감이니까 내가 세 수는 봐줬지만, 이젠 봐 주지 않아.”앞선 세 수에서 이도현은 모두 한 손만 사용했다.그의 말에 노인은 모욕당한 듯 안색이 달아올라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이도현은 노인의 심장을 정확히 가격했다.엄청난 힘은 노인의 심맥을 파열시켰고 그 자리에서 바로 숨을 거두었다.“이공호!”서북후는 이 상황이 믿어지지 않았다.노인은 서북후가 키우는 두 명의 천급 강자 중 한 명이다. 전체 서북에서도 으뜸가는 실력을 갖춘 고수가 이렇게 쉽게 죽어버렸다.“너 대체 뭐 하는 놈이야? 서북에서 소란을 피우는 속셈이 대체 뭐냔 말이다!”서북후가 경계하며 물었다.그는 이도현이 소란을 피우는 데는 반드시 목적이 있을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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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여인은 바로 비행기에서 이도현과 서로 오해가 있었던 한지음과 이설희다.한지음은 이도현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우리 또 보네요. 비행기 내리고 그렇게 가버리시더니, 힘들게 찾았어요.”이도현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서북후 이 장군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한지음, 다른 사람이 그녀의 신분을 모를지라도, 서북후는 똑똑히 알고 있다.하지만 그런 신분을 가진 한지음이 이도현과 서로 아는 사이라니, 서북후가 알기론 이도현은 그저 과거 강씨 가문의 개보다 못한 데릴사위였을 뿐이다.이런 쓰레기 같은 인생을 사는 사람이 어떻게 한지음같은 인물을 알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한지음은 이도현에게 정중한 말투로 인사를 건넸다.이도현은 조금 어이없다는 듯이 두 여자를 바라봤다.‘왜 하필 지금 온 거지? 시간 하나 기막히게 골랐네. 하필 내가 포위됐을 때, 하필 이 밤에. 이 늦은 밤에 두 여자가 말이야, 집에서 잠이나 잘 것이지 겁도 없이 날 찾아와? 뭐 하려는 짓이야......설마 또 발병한 거야?’“두 여성분이 이 늦은 밤에 여기까지 웬일이죠?”“제 목숨을 구해주셨는데 고맙다는 인사도 못 했어요. 여기 계신 걸 알았으니 당연히 인사드리러 와야죠.”한지음은 이도현을 향해 방긋 웃었다. 어둠 속에서 이도현은 마른침을 삼키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서북후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미간을 찌푸린 채 입을 열었다.“한지음 씨, 이 자식 알아요?”“삼촌, 오랜만이네요. 전보다 더 위엄있어 보여요. 염경에서도 서북후라는 이름이 들리던데요?”“과찬입니다, 한지음 씨.”서북후 이 장군은 한지음 앞에서 놀라울 정도로 공손했다.“삼촌의 실력을 누가 몰라요?근데 이 폐허까진 어쩐 일로 오셨어요? 사람도 많이 대동했네요? 어우, 살벌해. 삼촌 설마 이도현 씨와 오해라도 생겼어요?”한지음은 예쁜 눈을 크게 뜨며 호기심에 가득한 말투로 물었다.바닥에 시신이 널브러져 있는 처참한 광경이, 그녀 눈에는 오해일 뿐이었다.“한지음 씨가 모르는 게 있어요. 이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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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히 우리 장군님한테 이딴 식으로 말해?”서북후 곁에 있던 여자가 불쑥 입을 열었다.“닥쳐!”서북후가 여자를 훈계했다.“감히 한지음 씨에게 무례하게 굴다니.”이내 그는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한지음 씨, 한지음 씨의 생명의 은인을 놓아주지 않는 게 아니라요, 이 자식이 제 구역에서 제 고수들을 죽였어요. 서북을 책임진 사람으로서 어떻게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있겠어요.”한지음의 귀엽던 얼굴은 어느새 쌀쌀하게 변했다.“이도현 씨는 제 생명의 은인이죠. 그런데 삼촌이 굳이 이렇게 나오신다면...... 우리 아빠 체면이 말이 아니네요.”“제가 어찌 감히! 부디 제 어려움을 이해해 주시길 바라요. 살인자를 내버려 둔다면 서북은 점점 더 혼란에 빠질 거예요.어르신의 체면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대국을 위해서 내린 결정이니 어르신도 이해해 주실 거라고 믿어요.”서북후는 미소 속에 칼날을 숨긴 채 해명했다.두 사람의 대화 속에서, 옆에 있던 이도현은 한지음의 신분이 보통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하지만 그는 여자의 도움이 하나도 필요 없다.고작 서북후 따위가, 그리고 한 무리의 잔챙이들은 절대 이도현의 앞길을 막을 수 없다.“흥! 웃기시네. 내가 가겠다는데, 고작 당신들 따위가 날 막을 수 있겠어?더 많은 사람을 죽이기 싫어서 잠시 당신들을 살려두지만, 언제까지 살려둘지는 나도 장담 못 해. 한지음 씨의 체면을 봐서 다시 한번 묻는다. 꺼질래, 안 꺼질래?”이도현이 쌀쌀맞게 말했다.그 말에 서북후는 사나운 웃음을 짓더니 언성을 높이며 대답했다.“네 이놈! 넌 오늘 그 건방짐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 거야. 아주 고통스럽게 죽여줄 것이다!”“죽고 싶다면 원하는 대로 해주지.”말을 끝낸 이도현은 도깨비처럼 빠른 속도로 서북후의 면전까지 다가와 그의 목을 조른 채 허공으로 들어 올렸다.순간,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장군님 내려놔! 아니면 당장 죽여버릴 거야!”“장군님 내려놔......”서북후 산하의

  • 마왕귀환   제20화

    “그쪽은?”“하하하! 자식, 난 네 여덟째 선배야. 어서 예의를 차리지 않는다면 빵댕이를 찰싹 때려줄 거야.”여자는 활짝 웃으며 엉큼한 말을 내뱉었다.그 말에 이도현은 입을 삐죽였다.‘보아하니 또 엉큼한 여자네. 어떻게 빵댕이를 함부로 입에 올려. 예쁜 여자들 하나같이 다들 왜 이래? 힙이라고 하면 될걸.’하지만 이도현은 이미 눈앞의 여자가 바로 그의 여덟째 선배라는 걸 확신했다.다른 이유는 없다. 엉큼한 스승이 가르친 제자가 엉큼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하도 내가 지조가 있으니 말이지, 아니면 똑같이 물들었을걸.’이건 태허노도를 욕보이는 말이 아니라 증거도 있는 사실이다.몇 년 전 이도현은 태허노도가 사는 동굴에 갔다가 의도치 않게 뻘겋게 얼굴이 달아올라 숨을 헐떡이는 태허노도를 발견했다.이도현은 이 늙인이가 혹시라도 죽을까 봐 걱정되는 마음에 달려갔지만, 이내 두 사람은 서로 난처한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태허노도는 몸이 편찮은 것이 아니라 등초스님이라는 책을 보고 있었다. 적당히 일러스트가 있는 그런 책이다.이도현은 그 생동감이 넘치는 그림을 보며 난처함이 극치로 도달했다.게다가 태허노도는 뻔뻔스럽게 그에게 음양 교태의 비밀을 연구하고 있으며 이름하여 남녀의 삼십육묘기라고 했다.터허노도는 새빨간 거짓말을 했다. 이도현은 척추를 잃었지, 눈을 잃은 게 아니다.그 책은 등초스님이 아닌 등채스님이었다.이도현이 아무리 고문을 모른대도 그 몇 글자는 똑똑히 알아봤다.하지만 태허노도의 뻔뻔한 태도에 이도현은 마치 자기가 큰 잘못을 저지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정말 그 말이 맞았다. 내가 창피함을 모르면, 상대방이 대신 창피하다는 말.태허노도의 응큼함과 눈앞에 서 있는 이 여자의 엉큼한 단어를 연결해 보니 빼박이다. 역시 그 스승에 그 제자.“여덟째 선배? 여긴 어떻게 왔어요?”이도현은 어이가 없었다.“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영감탱이한테서 소식 들었어. 내 후배가 완성으로 내려왔으니 많이 도우라고. 내 도움이 아주 많이 필요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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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연주는 염국에서 전설과도 같은 존재였다. 염국의 고위관료이자 권력의 중심에 있는 여자였기에 무림고수 중에 그녀를 모르는 이는 없었다.다른 건 다 제쳐두더라도 황성의 한씨 가문은 몇 년 전까지는 권력과는 거리가 있는 돈 좀 있는 사업가 가문이었다. 그런데 이 여자가 한씨 가문에 손길을 내밀면서 한씨 가문은 수많은 권력을 손에 쥐게 되었고 서북후 같은 권력자도 그 가문 사람들은 함부로 무시하지 못할 정도에 이르렀다.상류사회 사람들은 신연주는 본인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녀가 가진 신분이나 배경이 만만치 않을 거라고 추측하고 있었다. 소문에 그녀가 염국의 여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얘기도 있었다.그녀는 아름다운 외모와 혜안,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잔인한 성격까지 갖춘 사람이었다.“신연주가 이 자식의 선배라고?”서북후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어쩐지 기고만장하더라니, 감히 서북에서 소란이란 소란은 다 일으키고 말이에요! 등 뒤에 신연주가 떡하니 버티고 있었던 거로군요.”서북후의 또다른 부하가 중얼거렸다.“군위님, 이번 일은 쉽지 않겠어요!”“흥! 배후에 누가 있든 오늘 아무도 이 자식을 못 데려가!”서북후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신연주가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지금 뭐라고 했어?”서북후는 신연주의 기습 질문에 몹시 당황했다. 그녀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차가운 카리스마에 완전히 압도당한 그는 고개를 푹 떨어뜨렸다. 아주 작게 자기들끼리만 들리게 말했는데 도대체 저 여자는 어떻게 들었을까?잠시 고민을 거듭한 서북후 이 장군은 긴 한숨을 토하며 입을 열었다.“거기 아가씨, 아가씨는 돌아가도 좋지만, 저 녀석은 두고 가세요. 아가씨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서북에서 살인사건을 저지르고 다닌 놈인데 이대로 돌려보낼 수는 없습니다!”서북후는 부하들 앞에서 체면을 세우기 위해 억지로 정신을 가다듬고 또박또박 말했다. 신연주가 자신의 말을 알아듣기를 속으로 기도하며.하지만 그 말을 그대로 들을 신연주가 아니었다. 그의

  • 마왕귀환   제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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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정은 마치 깊이를 알 수 없는 블랙홀처럼 많은 불을 삼켜버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열기를 뿜어내던 불은 점점 작아졌다. 육각형 건물에서 쏘아져 나오던 불빛도 모두 정 안으로 흡수되었다.이도현을 밀어붙이던 그 태양 그림도 점점 작아지더니 점점 정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다.그 장면을 본 태양대전 밖의 태양신전 사람들은 멍해서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다.태양왕과 에릭도 마찬가지였다.그들은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해보지 않았다.그렇게 크지도 않은 정이 태양대전의 커다란 불을 다 흡수해 버렸다니. 게다가 진법의 위력까지 줄어들게 만들다니.“오마이갓... 저건 뭐야! 정이 어떻게 불을 흡수할 수가... 이럴 수가! 이게 설마 동양 전설 속의 그 성물이야?”“내가 지금 뭘 본 거지? 오마이갓... 정말 너무 무서운 녀석이야! 정말 무서워... 도대체 뭐 하는 놈인 거야.”“동양은 대체 뭐 하는 곳이지? 염국은 참 신비로운 나라야... 이런 신비한 힘을 눈앞에서 직접 보다니...”“전하, 이제 어떡하죠? 이러다가는 태양대전이 무너질 겁니다. 태양대전이 무너지면 끝장입니다. 얼른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엥겔스 마법사가 근심 가득한 목소리로 얘기했다.“어떡해! 이제 어떡해! 누가 좀 얘기해 봐. 저 동양인 손에 든 물건이 대체 뭔지! 왜 태양대전의 불을 흡수할 수 있는 건지! 이게 대체 무슨 일인 거야! 설마... 정말 이 세상에 신이 존재하는 거야? 염국의 그 신화들이 정말 실제 이야기인 거야? 말도 안 돼... 이게 어떻게...”태양왕은 정을 들고 있는 이도현의 행동에 겁을 먹고 말았다. 태양왕은 세상에 이렇게 무서운 물건이 존재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자그마한 정이 모든 것을 삼킬 수 있다니. 정말 두렵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 정은 결국 블랙홀처럼 태양대전의 모든 불을 다 삼켜버렸다. 그러니 놀랍지 않을 수가 없었다.“전하, 지금은 놀랄 때가 아닙니다. 얼른 수단을 취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태양대전이 파괴되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 마왕귀환   제1419화

    “넌 내가 이 태양대전 안에서 죽을 거라고 생각해? 왜 그렇게 자신만만해? 이 태양대전에 아무 문제도 없다고 생각해?”이도현이 차갑게 웃으면서 물었다.“오마이갓. 지금 이 멍청한 원숭이가 뭐라는 거야.”태양왕이 과장한 액션으로 웃으면서 말했다.“벌레만도 못한 주제에 우리 태양신전의 태양대전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려는 거야? 오마이갓. 농담도 참. 엥겔스 마법사, 들었어? 이건 내가 올해 들은 가장 웃긴 농담이야. 하하하.”태양왕은 웃으면서 고꾸라질 것만 같았다. 그 표정과 동작은 절대 연기가 아니었다.“전하의 말씀이 맞습니다. 이건 제가 들은 가장 웃긴 농담입니다.”엥겔스 마법사가 옆에서 거들었다. 다만 말투는 약간 어쩔 수 없이 대답하듯 가식적이었다.왜냐하면 엥겔스는 진법에 대해서는 염국인들이 더 대단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진법은 애초에 염국에서 시작되기도 했고 실력과 이해 또한 염국이 가장 뛰어나니까 말이다.그리고 이 태양대전도 사실은 아주 오래전 염국인이 만든 진법이었다.엥겔스 마법사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염국인인 이도현이 그들보다 진법에 능통하여 태양대전을 풀어버릴까 봐서였다. 태양대전이 무너지면 태양신전은 꼼짝없이 죽을 것이다.하지만 이내 엥겔스 마법사가 가장 걱정하는 일이 일어났다.태양대전 속의 이도현이 차갑게 웃으며 얘기했다.“그러면 두 눈 똑바로 뜨고 잘 봐. 내가 너희들이 아끼는 태양대전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말을 마친 이도현은 정을 하나 꺼내 들었다. 정은 염국인들의 성물이었다. 왜냐하면 염국인들의 이해에 따르면, 정에는 자연의 섭리가 들어있었기 때문이다.그리고 염국에는 정과 얽힌 신화들도 많았다.이도현은 음양탑에서 이 정을 얻은 후 딱 한 번 사용했다. 그것도 연단을 하기 위해서 쓴 것이었다. 그리고 이 정을 받을 때, 이도현은 이 정의 특점을 기억했었다. 이것은 전 세계의 어떠한 불도 집어삼키는 정이라고 말이다. 그러니 지금 이 태양대전의 불을 삼키는 것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이... 이

  • 마왕귀환   제1418화

    손가람은 진법에 갇힌 이도현을 보면서 속이 풀리는 것 같았다.밖에 앉은 손가람은 큰 소리로 웃으면서 아까 쌓인 울분을 토해냈다.“어때? 그 자식이 진법에 갇혔나?”손가람이 화를 풀고 있을 때 태양왕이 태양신전의 장로들을 데리고 도착했다.“태양왕 전하를 뵙습니다. 이도현은 이미 진법에 갇혀서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손가람이 공경하게 얘기했다.“하하하, 잘됐네. 수고했어, 손 장로. 이 공은 내가 잊지 않으리. 누구든지 이 태양진법 안에 갇히게 되면 저절로 고분고분해질 거야. 하하하.”태양왕이 흥분해서 얘기했다.“존경하는 태양왕 전하. 축하드립니다!”에릭이 얼른 아부하면서 입을 열었다.“하하하, 좋아. 얼른 가서 다른 장로와 마법사들에게 알려라. 진법을 잘 제어하라고. 이 동양인에게 살 희망조차 주지 말라고 말이야!”태양왕이 으스대면서 얘기했다.“알겠습니다, 존경하는 태양왕 전하. 충신인 이 에릭이 지금 당장 명령을 전하겠습니다.”에릭은 태양왕의 개처럼 바로 시키는 일을 하러 갔다.개노릇도 오래 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숙련된다. 에릭은 태양왕의 개로 오랜 시간 일하며 이미 이 모든 것에 익숙해졌다.태양왕은 불에 휩싸인 이도현을 보면서 웃음을 지었다.“이도현, 나는 태양신전의 왕이다. 이렇게 만나게 되어서 유감이군. 너를 이곳에 가둔 것은 어쩔 수 없었던 일이다. 널 해치고 싶은 건 아니야. 그저 너한테 얘기할 게 있어서 그래. 만약 네가 가만히 있어 준다면 너를 꺼내주지.”진법 안의 이도현은 날아오는 공격들을 피하면서 물었다.“무슨 얘기지? 한 번 들어나 보자.”“그래, 역시 시원시원해서 좋아. 나는 너처럼 단도직입적인 사람이 좋아. 그러니 나도 솔직하게 얘기하겠어. 칠색 동백꽃을 내놔. 그리고 곤륜옥에서 얻은 모든 물건을 다 나한테 내놔! 네가 모든 비책과 보물들을 꺼내놓는다면, 그리고 곤윤옥의 신비한 힘도 꺼내놓는다면 널 살려주도록 하지. 어때?”태양왕이 큰 소리로 물었다.진법 안의 이도현은 불빛을 상대하면서 소리쳤다.“

  • 마왕귀환   제1417화

    손가람은 미간을 찌푸리고 진중한 시선으로 이도현을 쳐다보았다. 그는 눈앞의 이도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이도현은 모든 것을 다 알면서 자진하여 태양대전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이걸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그냥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이도현은 개의치 않고 태양대전 중의 선학신침으로 걸어갔다. 태양대전이 무슨 진법인지 알아볼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절대적인 실력 앞에서 다른 술수들은 소용없으니까 말이다.테이블 앞에 온 이도현이 바로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붉은색의 선학신침이 놓여있었다. 태양의 빛을 받은 선학신침은 익숙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이도현이 손을 휘저어 선학신침을 손에 넣었다.그리고 그가 선학신침을 갖게 된 그 순간, 육각형 건물의 각 위에서 강렬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이윽고 그곳에서 불같은 빛이 하늘로 치솟더니 공중에서 커다란 구 모양의 불을 만들어냈다.그 불은 마치 태양처럼 이글거리며 뜨거웠다.불은 그치지 않고 점점 커갔고 너무 뜨겁고 밝아서 눈이 부실 정도였다. 그리고 어느새 육각형의 건물은 이 불로 뒤덮여버렸다. 이도현도 그 안에 들어가게 되었다.하지만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용암 같은 비가 하늘에서 내려와 태양 그림 위에 쏟아졌다. 이도현은 빠르게 그 용암들을 다 피해버렸다.용암을 맞은 태양 그림은 갑자기 각성한 것처럼 점점 더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하늘에 떠 있는 태양의 힘까지 흡수해 더욱 많은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어느덧 건물뿐만이 아니라 건물 주변의 바닥도 불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태양대전은 이 불로 완벽히 감싸져 있었다.쿵.태양 그림에서 불빛이 쏘아 나오더니 이도현을 공격했다.이도현은 또 빠르게 몸을 놀려 피했다. 발밑은 이미 불바다가 되어 이도현은 공중에 떠 있을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태양대전은 이도현에게 쉴 틈도 주지 않았다. 제단에서 또 불빛이 쏘아져 나와 이도현을 공격했다.“젠장...”이도현은 놀라서 욕설을 뱉으며 또 공격을 피했다.하

  • 마왕귀환   제1416화

    그리고 태양 그림 중앙에는 테이블이 놓여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상자 하나가 있었다.그 상자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에 이도현은 익숙한 기분이 들었다.이도현은 바로 알게 되었다. 이건 선학신침의 기운이라고 말이다. 이도현은 선학신침의 기운을 잘 알고 있었다.드디어 찾았구나!이도현은 속으로 기뻐했다.손가람이 이도현에게 태양신전에 선학신침이 있다고 했을 때, 이도현은 믿지 않았다. 그저 본인을 유인해 가려는 수단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태양신전에 진짜 선학신침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태양신전에서 이도현에게 던진 미끼가 진짜 미끼여서 다행이었다.함정을 만드는 데 있어서 동양인은, 그중에서도 특히 염국인들은 세상의 인정을 받을 정도로 강했다. 염국인이 만든 함정 앞에서 다른 사람들은 그저 아무것도 모르고 헤실헤실 웃으면서 덫에 걸려들 것이다.하지만 그것도 예전의 일이 되었다.이제는 서양인들이 기술 면에서 발달하여 염국인들을 넘어서게 되었다.그 당시의 염국에는 부패한 관료들이 많았다. 그리고 국왕이 백성을 통치하기 위해 폐관 쇄국을 실행하며 사람들의 사상을 통제했고 발전을 싫어했다. 그래서 어느덧 이런 것들은 미신이라고 믿게 되었다. 이도현은 그런 사람들이 웃겼다. 폐관을 실행하여 외부의 것은 배우지 않으려 하지만 또 선조들이 남겨준 지혜는 미신이라고 생각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서양인들의 과학기술이 얼마나 발달했던지, 함정과 책략 면에서는 동양인을, 특히 염국인을 이길 수 없었다. 그리고 역사를 되짚어 올라가 보면 서양에서 쓰는 무기들도 원래는 다 동양에서 만든 것이었다.물론 서양인들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은 아니지만, 책략과 함정 면에서는 동양인을 따라올 수 없었다.“이도현 씨, 아마 이도현 씨도 뭔가를 느꼈을 겁니다. 제가 이도현 씨를 속인 게 아니에요!”이도현의 표정을 본 손가람이 웃으면서 얘기했다.“속인 게 아닌지 맞는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알 거예요. 원래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정말 못 참겠네요. 이런 비열한 수는 세

  • 마왕귀환   제1415화

    “도착입니다. 이도현 씨, 이 앞이 바로 태양신전의 대문입니다.”손가람은 자만하는 이도현을 못 봐줄 정도였다. 다행인 것은 이제 태양신전에 거의 도착한다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손가람은 인내심이 다 해 이도현에게 주먹을 날렸을지도 모른다.“벌써 도착이라니. 그러면 길을 안내해요. 나를 상대하기 위해 준비한 것도 다 꺼내고 덤비세요. 굳이 숨기면서 연기할 필요 없어요.”이도현이 직설적으로 얘기했다.“이도현 씨의 말이 무슨 뜻인지 전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 태양신전은 그저 이도현 씨와 친구가 되고 싶은 거랍니다. 그래서 이번에 발견한 선학신침을 이도현 씨에게 드리려는 것이고요. 그러니 이렇게 자꾸만 태양신전을 모독하거나 깔보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손가람이 약간 화가 난 것처럼 얘기했다.“하하하, 그래요? 연기 좀 그만해요. 힘들지도 않아요? 여기까지 오는 동안 당신은 나한테 화를 7번 냈고 15번이나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그 감정들을 다 억눌렀죠. 불편하지도 않아요? 참을 인 자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는데. 당신은 도합 21번이나 참았어요. 정말 대단하네요. 다른 사람이었다면 진작 나한테 손을 댔거나 화병으로 죽었을 겁니다.”이도현은 손가람의 연기에 같이 놀아나 줄 생각이 없는 듯 바로 얘기했다.손가람은 그 말을 듣고 놀라서 그대로 굳어버린 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도현을 쳐다보았다.손가람은 이도현이 이렇게 무서운 사람인 줄 몰랐다. 여기까지 오면서 이도현은 손가람의 호흡, 느껴지는 기운을 다 관찰하고 있었던 것이다. 너무 소름이 돋아서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였다.손가람은 본인이 오는 길에 화를 몇 번 냈는지, 몇 번이나 살기를 품었는지 몰랐다. 하지만 이도현은 그걸 모두 알아차리고 기억했다.“하하하, 이도현 씨, 오해입니다. 저는 이도현 씨에게 그런 감정을 가진 적이 없습니다. 농담도 참. 제가 만약 분노하거나 살기를 가졌다면 그건 이도현 씨를 향한 감정이 아니라 이도현 씨를 위협하는 사람들을 향한 감정일 겁니다.

  • 마왕귀환   제1414화

    “설마 태양신전에 잡혀가는 사람인가?”“그럴 리가! 저 이도현이라는 사람, 꽤 대단한 사람 같던데. 손가람 혼자서 이도현을 이길 순 없을 거야!”“그건 모르는 일이지. 손가람도 쉬운 사람은 아니야.”한 사람이 얘기했다.“얼른 소문을 내. 그 동양인이 태양신전의 사람과 같이 태양신전으로 가고 있다고.”“어서... 가서...”...어느새 수많은 사람들이 이도현을 먹잇감 보듯이 지켜보았다. 하지만 손가람의 뒤를 따르는 이도현을 보면서, 아무도 이도현을 건드리지 못했다.태양신전과 척을 질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지금 이도현을 건드리는 것은 태양신전의 지위에 도전하는 것과 같았다.태양신전과 사탄 지옥 조직은 성지의 양대세력이다. 두 조직이 양대세력으로 불리는 것은 다른 세력들에 비해 압도적인 힘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래서 태양신전의 사람들이 이도현을 데리고 가니 다른 사람들은 뭐라 할 수 없이 그저 묵묵히 지켜보기만 했다.태양신전으로 향하는 길, 이도현은 수많은 사람들이 이도현을 지켜보는 것을 발견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탐욕스러운 시선으로 이도현을 훑어보고 있었다.이도현은 손가람이 속한 조직이 성지에서 영향력이 있는 조직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그렇지 않으면 수많은 사람들이 이도현을 가만히 두지 않았을 것이다.이도현은 지금 이 상황이 나름 만족스러웠다. 손가람 덕분에 불필요한 걱정을 덜었기 때문이다.“이도현 씨! 바로 앞이 태양신전입니다. 곧 도착할 수 있어요.”손가람이 뒤를 돌아 이도현을 보면서 얘기했다.손가람의 말투에는 오만함과 자신감이 가득했다. 그래서 이도현은 손가람이 쓸데없이 나댄다고 생각했다.“왜 그렇게 자신만만해하는 거죠?”이도현이 싸늘한 말투로 물으면서 불만을 드러냈다.손가람은 이도현이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을 줄 몰라서 그대로 굳어버렸다. 하지만 당황하지 않고 대답을 이어 나갔다.“이도현 씨, 오해입니다. 우리 태양신전은 성지에서 가히 1등이라고 할 수 있는 실력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목소리에 힘이 들

  • 마왕귀환   제1413화

    “선학신침?”이도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손가람이 선학신침을 알고 있을 줄 몰랐다.“그렇습니다! 바로 선학신침입니다!”손가람은 이도현의 표정이 변한 것을 보고 환한 웃음을 드러냈다.“저는 이도현 씨가 태허산의 제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태허산은 의술에 능하여 죽은 사람을 살릴 수도 있죠. 태허산은 또 아주 대단한 침술을 갖고 있는데, 그게 바로 대대로 내려오는 선학신침입니다! 선학신침은 몇 년 동안 보이지 않아 사라진 줄로만 알았지만 마침 태양신전에서 우연히 선학신침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이도현 씨가 성지에 왔다는 것을 알고 찾아온 겁니다. 이도현 씨와 함께 태양신전에 가서 이 신침이 정말 선학신침인지 알아보려고 말입니다.”손가람은 아주 조리 정연하게 얘기했다.사실 손가람도, 이도현도 알고 있었다. 그들이 선학신침을 이용해 이도현을 유인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하지만 그런 더러운 본질을 그럴싸한 말로 감싸니 꽤 듣기 좋았다.“그러면 앞장서요.”이도현은 더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길을 떠났다.이도현이 성지에 온 원인이 바로 선학신침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었던가. 이제 선학신침이 어디 있는지 알았으니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상대방이 이도현을 위해 함정을 짜놓았다고 해도 두렵지 않았다.“하하하, 역시 이도현 씨는 말이 잘 통하는군요. 태허산의 제자라서 그런 모양입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리고, 걱정하지 마십쇼. 전 그저 이도현 씨와 친구가 되고 싶은 생각뿐입니다. 다른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손가람은 반복해서 얘기하며 강조했다.“말 다 했습니까? 얼른 앞장서요!”이도현이 귀찮다는 듯 얘기했다.손가람은 그저 입술을 비죽 내밀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동양인, 특히 염국인들은 예의를 아주 중요하게 여겼다. 그래서 손가람은 예의가 없는 이도현이 불쾌하게 느껴졌다.억지로 가식적인 미소를 짓느라 어느새 얼굴 근육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할 줄 아는 아부란 아부는 다 했지만 이도현은 여전히 그대로였다.그런 이도현을 보면서 손

  • 마왕귀환   제1412화

    손 장로는 꽤 오래전에 이곳에 왔었다. 지금은 6, 70대로 보이지만 실제 나이는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래 살았다.“당신은 누굽니까.”이도현이 차갑게 물었다.“저는 손가람이라고 합니다. 이도현 씨를 만나 뵙게 되어서 영광이네요.”손 장로가 대답했다.“손가락?”이도현이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뭔 이런 이상한 이름이 다 있지?’“하하하, 역시 농담도 재밌군요. 제 이름은 손가람입니다. 손 씨에 가자, 람자를 쓰고 있죠.”손가람이 해명했다.하지만 속으로는 예의 없는 이도현을 욕하고 있었다.‘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노인을 상대로 이름으로 놀리는 게 재미있나? 누가 미쳤다고 이름을 손가락이라고 지어! 정말 어이없군.’“당신도 동양인이네요?”이도현이 물었다.“네. 맞습니다. 전 연경시 출신입니다. 하지만 이곳에 온 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죠. 지금 그곳이 어떻게 변했는지는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오늘 이도현 씨 같은 훌륭한 고수를 만나서 영광입니다. 젊은 나이에 이런 기능을 익혔으니 정말 자랑스럽네요. 동방에서는 천년에 한 번씩 천재가 나온다고 하더니, 그게 바로 이도현 씨인 것 같습니다!”손가람은 이도현을 칭찬하면서 얘기했다. 원래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손가람은 온화한 얼굴로 웃으면서 이도현과 얘기했다.하지만 이도현한테는 먹히지 않는 것 같았다. 이도현은 그저 차갑게 손가람에게 대답했다.“쓸데없는 말이 많네.”“하하하, 이도현 씨는 말이 적은 편인가 봅니다. 다 같은 출신 사람으로서 타지에서 만난 것도 인연이 아니겠습니까? 저를 그리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 주세요.”손가람은 가볍게 웃으면서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했다.“난 당신이랑 친하지 않은데 왜 굳이 그래야 하죠? 이곳에 온 목적을 얘기해 봐요!”이도현은 체면을 봐주지 않고 밀어붙였다.왜냐하면 이 시점에 나타난 낯선 사람은 의심스러웠으니까 말이다. 이도현은 손가람에게 불순한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곳은 성지다. 사람 사이의 불신이 가득한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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