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현이 다리를 분지른 남자는 서북후 산하의 서른여섯 고수 중 서열 21위의 강자인 등사로 지급에서도 가장 강한 실력을 갖췄다.이런 고수가 이도현의 한 방에 무너지다니.삼백 명의 서북후 군위중 제일 약한 자는 인급 무사이고, 그중에는 지급 무사도 존재한다. 하지만 삼백 명의 군위는 이도현에게 손을 쓸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이게 사람인가?“넌...... 넌 종급......”여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입을 열었다.“꺼져......”이도현이 쌀쌀맞게 말했다.“너......”여자는 단단히 화가 났다. 감히 그녀에게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처음이다.“요희, 장군님의 명령이다! 반드시 저놈의 머리를 가져가야 해. 그러니 당장 저놈을 죽여!”등사도 만만치 않은 캐릭터다. 다리가 부러졌는데도 이를 악물고 뼈를 살가죽 안으로 밀어 넣더니 옷을 찢어 상처를 싸매고 한 발로 일어섰다.등사의 말에 방금까지도 두려움에 잔뜩 움츠려 있던 요희는 이도현이 안심한 틈을 타 사력을 다해 달려들었다.바람 소리를 들은 이도현은 한 발짝 앞으로 움직이더니 어느새 요희 앞에 멈춰서서 그녀의 공격을 무시한 채 가볍게 한 손을 휘둘렀다.하지만 이 가벼운 손놀림에도 요희는 마치 거대한 쇠 파이프에 맞은 듯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그녀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빨갛고 뜨거운 피가 그녀의 두 귀로, 눈으로, 코로 그리고 입으로 흘러나왔다.그녀가 입고 있었던 갑옷도 순식간에 찢어졌으며, 바닥에 떨어졌을 때 그녀는 이미 숨을 멈췄다.“죽고 싶다면 그렇게 해주지.”이도현의 목소리는 섬뜩할 정도로 싸늘했다.그는 등사도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 기회를 줬는데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은 다시 태어나는 게 더 어울린다.이도현은 등사에게 다가가 단숨에 목숨을 종결시켰다.두 지급 강자가 이렇게 쉽게 죽어버리다니. 바닥에 쓰러진 수백 명의 군위들은 이런 광경을 처음 본다. 그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경악한 기색이 역력했다.“꺼져, 아니면 다 죽인다.”수백 명의 군위 앞에서 이도현은
“네 이놈! 그게 무슨 헛소리야!”서북후가 음침한 어조로 말했다.“하하! 대단한 서북후가, 서북의 황제가, 강씨 가문에 놀아나서 죽으러 왔는데도 정작 본인은 모르고 있다니. 웃겨서 정말.”이도현은 서북후를 비웃었다.“건방진 놈, 장군님이 고작 네 놈의 말에 속을 것 같아?”서북후 뒤에 있던 젊은이가 불쑥 큰 소리로 외쳤다.“주인과 말하는 데 개가 짖네?”이도현은 안색이 싸늘해지며 말했다.“너......”남자는 이도현의 기세에 그대로 눌려버렸다.“한 번만 더 짖으면 넌 죽는다.”“이 자식이, 너 같은 애송이가 날 죽이겠다고?”젊은이는 콧방귀를 뀌었다.이도현은 대답 대신 손을 휘둘렀고, 이내 은침 하나가 날아가 젊은이의 목구멍을 관통했다.갑자기 일어난 상황에 사람들은 미처 반응도 하지 못했다. 젊은이가 바닥에 쓰러져 숨을 멈추자 그제야 그들은 사태 파악을 할 수 있었다.“네 이놈!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서북후는 화를 억누르지 못하고 포효했다.“죽여라!”서북후가 명령을 내리자, 그의 뒤에 있던 노인이 앞으로 나섰다. 상대는 마치 구름처럼 허공에 떠오르더니 삽시에 이도현을 향해 돌진했다.노인의 수단은 아주 악독했고 그의 모든 움직임은 치명적이었다. 세 수를 주고받은 뒤, 이도현이 말했다.“영감이니까 내가 세 수는 봐줬지만, 이젠 봐 주지 않아.”앞선 세 수에서 이도현은 모두 한 손만 사용했다.그의 말에 노인은 모욕당한 듯 안색이 달아올라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이도현은 노인의 심장을 정확히 가격했다.엄청난 힘은 노인의 심맥을 파열시켰고 그 자리에서 바로 숨을 거두었다.“이공호!”서북후는 이 상황이 믿어지지 않았다.노인은 서북후가 키우는 두 명의 천급 강자 중 한 명이다. 전체 서북에서도 으뜸가는 실력을 갖춘 고수가 이렇게 쉽게 죽어버렸다.“너 대체 뭐 하는 놈이야? 서북에서 소란을 피우는 속셈이 대체 뭐냔 말이다!”서북후가 경계하며 물었다.그는 이도현이 소란을 피우는 데는 반드시 목적이 있을 것이고,
두 여인은 바로 비행기에서 이도현과 서로 오해가 있었던 한지음과 이설희다.한지음은 이도현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우리 또 보네요. 비행기 내리고 그렇게 가버리시더니, 힘들게 찾았어요.”이도현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서북후 이 장군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한지음, 다른 사람이 그녀의 신분을 모를지라도, 서북후는 똑똑히 알고 있다.하지만 그런 신분을 가진 한지음이 이도현과 서로 아는 사이라니, 서북후가 알기론 이도현은 그저 과거 강씨 가문의 개보다 못한 데릴사위였을 뿐이다.이런 쓰레기 같은 인생을 사는 사람이 어떻게 한지음같은 인물을 알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한지음은 이도현에게 정중한 말투로 인사를 건넸다.이도현은 조금 어이없다는 듯이 두 여자를 바라봤다.‘왜 하필 지금 온 거지? 시간 하나 기막히게 골랐네. 하필 내가 포위됐을 때, 하필 이 밤에. 이 늦은 밤에 두 여자가 말이야, 집에서 잠이나 잘 것이지 겁도 없이 날 찾아와? 뭐 하려는 짓이야......설마 또 발병한 거야?’“두 여성분이 이 늦은 밤에 여기까지 웬일이죠?”“제 목숨을 구해주셨는데 고맙다는 인사도 못 했어요. 여기 계신 걸 알았으니 당연히 인사드리러 와야죠.”한지음은 이도현을 향해 방긋 웃었다. 어둠 속에서 이도현은 마른침을 삼키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서북후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미간을 찌푸린 채 입을 열었다.“한지음 씨, 이 자식 알아요?”“삼촌, 오랜만이네요. 전보다 더 위엄있어 보여요. 염경에서도 서북후라는 이름이 들리던데요?”“과찬입니다, 한지음 씨.”서북후 이 장군은 한지음 앞에서 놀라울 정도로 공손했다.“삼촌의 실력을 누가 몰라요?근데 이 폐허까진 어쩐 일로 오셨어요? 사람도 많이 대동했네요? 어우, 살벌해. 삼촌 설마 이도현 씨와 오해라도 생겼어요?”한지음은 예쁜 눈을 크게 뜨며 호기심에 가득한 말투로 물었다.바닥에 시신이 널브러져 있는 처참한 광경이, 그녀 눈에는 오해일 뿐이었다.“한지음 씨가 모르는 게 있어요. 이 건
“감히 우리 장군님한테 이딴 식으로 말해?”서북후 곁에 있던 여자가 불쑥 입을 열었다.“닥쳐!”서북후가 여자를 훈계했다.“감히 한지음 씨에게 무례하게 굴다니.”이내 그는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한지음 씨, 한지음 씨의 생명의 은인을 놓아주지 않는 게 아니라요, 이 자식이 제 구역에서 제 고수들을 죽였어요. 서북을 책임진 사람으로서 어떻게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있겠어요.”한지음의 귀엽던 얼굴은 어느새 쌀쌀하게 변했다.“이도현 씨는 제 생명의 은인이죠. 그런데 삼촌이 굳이 이렇게 나오신다면...... 우리 아빠 체면이 말이 아니네요.”“제가 어찌 감히! 부디 제 어려움을 이해해 주시길 바라요. 살인자를 내버려 둔다면 서북은 점점 더 혼란에 빠질 거예요.어르신의 체면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대국을 위해서 내린 결정이니 어르신도 이해해 주실 거라고 믿어요.”서북후는 미소 속에 칼날을 숨긴 채 해명했다.두 사람의 대화 속에서, 옆에 있던 이도현은 한지음의 신분이 보통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하지만 그는 여자의 도움이 하나도 필요 없다.고작 서북후 따위가, 그리고 한 무리의 잔챙이들은 절대 이도현의 앞길을 막을 수 없다.“흥! 웃기시네. 내가 가겠다는데, 고작 당신들 따위가 날 막을 수 있겠어?더 많은 사람을 죽이기 싫어서 잠시 당신들을 살려두지만, 언제까지 살려둘지는 나도 장담 못 해. 한지음 씨의 체면을 봐서 다시 한번 묻는다. 꺼질래, 안 꺼질래?”이도현이 쌀쌀맞게 말했다.그 말에 서북후는 사나운 웃음을 짓더니 언성을 높이며 대답했다.“네 이놈! 넌 오늘 그 건방짐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 거야. 아주 고통스럽게 죽여줄 것이다!”“죽고 싶다면 원하는 대로 해주지.”말을 끝낸 이도현은 도깨비처럼 빠른 속도로 서북후의 면전까지 다가와 그의 목을 조른 채 허공으로 들어 올렸다.순간,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장군님 내려놔! 아니면 당장 죽여버릴 거야!”“장군님 내려놔......”서북후 산하의
“그쪽은?”“하하하! 자식, 난 네 여덟째 선배야. 어서 예의를 차리지 않는다면 빵댕이를 찰싹 때려줄 거야.”여자는 활짝 웃으며 엉큼한 말을 내뱉었다.그 말에 이도현은 입을 삐죽였다.‘보아하니 또 엉큼한 여자네. 어떻게 빵댕이를 함부로 입에 올려. 예쁜 여자들 하나같이 다들 왜 이래? 힙이라고 하면 될걸.’하지만 이도현은 이미 눈앞의 여자가 바로 그의 여덟째 선배라는 걸 확신했다.다른 이유는 없다. 엉큼한 스승이 가르친 제자가 엉큼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하도 내가 지조가 있으니 말이지, 아니면 똑같이 물들었을걸.’이건 태허노도를 욕보이는 말이 아니라 증거도 있는 사실이다.몇 년 전 이도현은 태허노도가 사는 동굴에 갔다가 의도치 않게 뻘겋게 얼굴이 달아올라 숨을 헐떡이는 태허노도를 발견했다.이도현은 이 늙인이가 혹시라도 죽을까 봐 걱정되는 마음에 달려갔지만, 이내 두 사람은 서로 난처한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태허노도는 몸이 편찮은 것이 아니라 등초스님이라는 책을 보고 있었다. 적당히 일러스트가 있는 그런 책이다.이도현은 그 생동감이 넘치는 그림을 보며 난처함이 극치로 도달했다.게다가 태허노도는 뻔뻔스럽게 그에게 음양 교태의 비밀을 연구하고 있으며 이름하여 남녀의 삼십육묘기라고 했다.터허노도는 새빨간 거짓말을 했다. 이도현은 척추를 잃었지, 눈을 잃은 게 아니다.그 책은 등초스님이 아닌 등채스님이었다.이도현이 아무리 고문을 모른대도 그 몇 글자는 똑똑히 알아봤다.하지만 태허노도의 뻔뻔한 태도에 이도현은 마치 자기가 큰 잘못을 저지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정말 그 말이 맞았다. 내가 창피함을 모르면, 상대방이 대신 창피하다는 말.태허노도의 응큼함과 눈앞에 서 있는 이 여자의 엉큼한 단어를 연결해 보니 빼박이다. 역시 그 스승에 그 제자.“여덟째 선배? 여긴 어떻게 왔어요?”이도현은 어이가 없었다.“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영감탱이한테서 소식 들었어. 내 후배가 완성으로 내려왔으니 많이 도우라고. 내 도움이 아주 많이 필요할
신연주는 염국에서 전설과도 같은 존재였다. 염국의 고위관료이자 권력의 중심에 있는 여자였기에 무림고수 중에 그녀를 모르는 이는 없었다.다른 건 다 제쳐두더라도 황성의 한씨 가문은 몇 년 전까지는 권력과는 거리가 있는 돈 좀 있는 사업가 가문이었다. 그런데 이 여자가 한씨 가문에 손길을 내밀면서 한씨 가문은 수많은 권력을 손에 쥐게 되었고 서북후 같은 권력자도 그 가문 사람들은 함부로 무시하지 못할 정도에 이르렀다.상류사회 사람들은 신연주는 본인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녀가 가진 신분이나 배경이 만만치 않을 거라고 추측하고 있었다. 소문에 그녀가 염국의 여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얘기도 있었다.그녀는 아름다운 외모와 혜안,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잔인한 성격까지 갖춘 사람이었다.“신연주가 이 자식의 선배라고?”서북후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어쩐지 기고만장하더라니, 감히 서북에서 소란이란 소란은 다 일으키고 말이에요! 등 뒤에 신연주가 떡하니 버티고 있었던 거로군요.”서북후의 또다른 부하가 중얼거렸다.“군위님, 이번 일은 쉽지 않겠어요!”“흥! 배후에 누가 있든 오늘 아무도 이 자식을 못 데려가!”서북후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신연주가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지금 뭐라고 했어?”서북후는 신연주의 기습 질문에 몹시 당황했다. 그녀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차가운 카리스마에 완전히 압도당한 그는 고개를 푹 떨어뜨렸다. 아주 작게 자기들끼리만 들리게 말했는데 도대체 저 여자는 어떻게 들었을까?잠시 고민을 거듭한 서북후 이 장군은 긴 한숨을 토하며 입을 열었다.“거기 아가씨, 아가씨는 돌아가도 좋지만, 저 녀석은 두고 가세요. 아가씨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서북에서 살인사건을 저지르고 다닌 놈인데 이대로 돌려보낼 수는 없습니다!”서북후는 부하들 앞에서 체면을 세우기 위해 억지로 정신을 가다듬고 또박또박 말했다. 신연주가 자신의 말을 알아듣기를 속으로 기도하며.하지만 그 말을 그대로 들을 신연주가 아니었다. 그의
털썩!서북후가 쓰러지는 소리에 현장이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경악한 표정으로 바닥에 널브러진 시체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서북후가 죽었어!”서북 지역의 왕으로 군림하며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던 이 장군이 한 여자의 손에 반항 한번 못해보고 죽었다.“선배님, 이건 좀….”이도현마저 말을 잇지 못했다.무슨 여자가 이렇게 살벌하담?그 역시 서북후를 죽일 실력은 충분하지만, 병권을 장악한 자를 잘못 건드렸다가 나중에 귀찮은 일이 생길까 봐 참고 또 참았는데!이 변태 같은 선배는 칼을 빼드는데 전혀 주저함이 없었다.신연주는 담담한 표정으로 손을 훌훌 털고는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했다. “가자! 이제 널 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어! 서북후? 그게 뭔데? 자기가 무슨 큰 벼슬이나 되는 줄 아나 본데 벌레만도 못한 자식이야. 내 후배를 건드리는 녀석들은 다 내 손에 죽어!”“형님!”슬픔에 찬 비명소리와 함께 사람들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서북을 지탱하고 있던 기둥이 무너진 것이다.슬픔에 차 분노의 고함을 지르고 있는 남자는 서북후의 동생 이유진이었다.그는 그렇게 믿었던 형님이 이렇게 쉽게 살해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것도 서북 신군이 있는 자리에서 살해를 당한 상황.“미친년! 죽여 버리겠어!”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이유진은 검을 빼들고 신연주를 향해 달려들었다.“감히 내 선배에게 칼을 겨눠? 죽고 싶구나!”이도현의 눈빛도 싸늘하게 빛나더니 번쩍이는 은침을 빼들었다. 두 갈래의 은침은 공중을 날아 이유진의 두 눈을 관통했다. 눈동자가 터지며 이유진은 비명 한번 지르지 못한 채,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이도현의 실력은 막강했다. 이유진 같은 자를 제거하는 건 바닥을 기어다니는 벌레를 밟아죽이는 것처럼 쉽고 간단했다. 어떻게 죽이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었다.“죽고 싶지 않으면 당장 내 앞에서 꺼져!”이도현은 살기를 번뜩이며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소리쳤다.사람들은 그와 눈을 마주치지도 못하고
이도현은 그녀를 힐끗 흘겨보며 속으로 불만을 터뜨렸다.‘저 불같은 선배한테 걸렸으니, 앞으로 조용히 살기는 글렀군!’하지만 그래도 자신을 위해 나서준 신연주에게 고마웠다.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그를 위협하는 서북후의 목을 따버리다니.이런 관심은 부담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감동이었다.“언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엮이다뇨? 도현 씨는 제 생명의 은인이에요. 비행기에서 처음 만났다고요! 도현 씨를 만나지 않았으면 저 큰 사고를 당했을지도 몰라요!”“언니도 참. 의술이 이렇게 뛰어난 후배가 있으면 진작에 소개를 해줬어야죠! 제가 병마에 몇 년이나 시달렸는데요! 언니가 나빴어요!”한지음이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역시 인연은 인연이네. 목숨을 살려줬으니, 사랑으로 갚겠다는 건가? 귀찮은 소개를 덜어서 좋네. 분명히 월하노인이 너희를 인연으로 묶어주신 거야. 인연이 다가올 때는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법이지!”“지음아, 이 후배 녀석이 바로 내가 너한테 소개해 주고 싶다고 했던 남자가 바로 애야! 어때? 이 몸매 좀 봐. 죽이지?”신연주는 중매쟁이로 둔갑해서 한참을 떠들어댔다.하지만 이도현은 들을수록 불편했다. 소개팅 현장이 아니라 무슨 노예로 팔려가는 느낌이었다.“선배! 말 좀 정상적으로 할 수는 없어요?”듣다못한 이도현이 끼어들었다.“뭐가? 이도현, 너 복 받은 줄 알아? 이 하늘 같은 선배가 너한테 여자친구를 소개해 준다잖아! 그것도 이 나라 최고의 미인인데다가 돈도 많아. 넌 얘랑 결혼하면 아무것도 할 필요 없고 마누라한테 용돈이나 타서 쓰면 돼!”“아… 그러신가요….”이도현은 욕이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아무리 예전에 궁핍한 생활을 좀 했다지만 지금 그의 실력으로 여자한테 빌붙어 사는 건 인력낭비가 아닌가?“언니! 그만해요! 더 얘기하면 화낼 거예요!”한지음이 수치심에 얼굴을 붉히며 다급히 말했다.“그래, 그래. 알았어! 남녀 사이의 일은 당사자끼리 얘기해야지. 어쨌든 지금은 이곳을 벗어나야 할 것 같으니 나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