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썩!서북후가 쓰러지는 소리에 현장이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경악한 표정으로 바닥에 널브러진 시체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서북후가 죽었어!”서북 지역의 왕으로 군림하며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던 이 장군이 한 여자의 손에 반항 한번 못해보고 죽었다.“선배님, 이건 좀….”이도현마저 말을 잇지 못했다.무슨 여자가 이렇게 살벌하담?그 역시 서북후를 죽일 실력은 충분하지만, 병권을 장악한 자를 잘못 건드렸다가 나중에 귀찮은 일이 생길까 봐 참고 또 참았는데!이 변태 같은 선배는 칼을 빼드는데 전혀 주저함이 없었다.신연주는 담담한 표정으로 손을 훌훌 털고는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했다. “가자! 이제 널 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어! 서북후? 그게 뭔데? 자기가 무슨 큰 벼슬이나 되는 줄 아나 본데 벌레만도 못한 자식이야. 내 후배를 건드리는 녀석들은 다 내 손에 죽어!”“형님!”슬픔에 찬 비명소리와 함께 사람들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서북을 지탱하고 있던 기둥이 무너진 것이다.슬픔에 차 분노의 고함을 지르고 있는 남자는 서북후의 동생 이유진이었다.그는 그렇게 믿었던 형님이 이렇게 쉽게 살해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것도 서북 신군이 있는 자리에서 살해를 당한 상황.“미친년! 죽여 버리겠어!”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이유진은 검을 빼들고 신연주를 향해 달려들었다.“감히 내 선배에게 칼을 겨눠? 죽고 싶구나!”이도현의 눈빛도 싸늘하게 빛나더니 번쩍이는 은침을 빼들었다. 두 갈래의 은침은 공중을 날아 이유진의 두 눈을 관통했다. 눈동자가 터지며 이유진은 비명 한번 지르지 못한 채,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이도현의 실력은 막강했다. 이유진 같은 자를 제거하는 건 바닥을 기어다니는 벌레를 밟아죽이는 것처럼 쉽고 간단했다. 어떻게 죽이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었다.“죽고 싶지 않으면 당장 내 앞에서 꺼져!”이도현은 살기를 번뜩이며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소리쳤다.사람들은 그와 눈을 마주치지도 못하고
이도현은 그녀를 힐끗 흘겨보며 속으로 불만을 터뜨렸다.‘저 불같은 선배한테 걸렸으니, 앞으로 조용히 살기는 글렀군!’하지만 그래도 자신을 위해 나서준 신연주에게 고마웠다.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그를 위협하는 서북후의 목을 따버리다니.이런 관심은 부담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감동이었다.“언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엮이다뇨? 도현 씨는 제 생명의 은인이에요. 비행기에서 처음 만났다고요! 도현 씨를 만나지 않았으면 저 큰 사고를 당했을지도 몰라요!”“언니도 참. 의술이 이렇게 뛰어난 후배가 있으면 진작에 소개를 해줬어야죠! 제가 병마에 몇 년이나 시달렸는데요! 언니가 나빴어요!”한지음이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역시 인연은 인연이네. 목숨을 살려줬으니, 사랑으로 갚겠다는 건가? 귀찮은 소개를 덜어서 좋네. 분명히 월하노인이 너희를 인연으로 묶어주신 거야. 인연이 다가올 때는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법이지!”“지음아, 이 후배 녀석이 바로 내가 너한테 소개해 주고 싶다고 했던 남자가 바로 애야! 어때? 이 몸매 좀 봐. 죽이지?”신연주는 중매쟁이로 둔갑해서 한참을 떠들어댔다.하지만 이도현은 들을수록 불편했다. 소개팅 현장이 아니라 무슨 노예로 팔려가는 느낌이었다.“선배! 말 좀 정상적으로 할 수는 없어요?”듣다못한 이도현이 끼어들었다.“뭐가? 이도현, 너 복 받은 줄 알아? 이 하늘 같은 선배가 너한테 여자친구를 소개해 준다잖아! 그것도 이 나라 최고의 미인인데다가 돈도 많아. 넌 얘랑 결혼하면 아무것도 할 필요 없고 마누라한테 용돈이나 타서 쓰면 돼!”“아… 그러신가요….”이도현은 욕이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아무리 예전에 궁핍한 생활을 좀 했다지만 지금 그의 실력으로 여자한테 빌붙어 사는 건 인력낭비가 아닌가?“언니! 그만해요! 더 얘기하면 화낼 거예요!”한지음이 수치심에 얼굴을 붉히며 다급히 말했다.“그래, 그래. 알았어! 남녀 사이의 일은 당사자끼리 얘기해야지. 어쨌든 지금은 이곳을 벗어나야 할 것 같으니 나중에
말을 마친 신연주는 다짜고짜 이도현을 끌고 욕실로 들어가며 한지음을 향해 소리쳤다.“올케는 아무데나 앉아서 쉬고 있어.”그러더니 이도현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당황한 이도현은 다급히 그녀의 손을 잡으며 소리쳤다.“선배! 지금 뭐 하는 거예요?”“무슨 이상한 상상을 한 거야?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꿈은 야무지네?”신연주는 매력적인 미소를 짓더니 이도현의 어깨를 툭 쳤다.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얼굴도 빨갛게 상기되어 있었다.“변태 같은 녀석! 선배가 널 잡아먹기라도 해? 몸에 온통 피잖아. 씻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으라고!”“아니! 선배, 이상한 상상한 적 없으니 씻는 건 내가 알아서 할게요!”이도현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말했다.“풉! 뭐야? 부끄러워하는 거야? 이 선배가 강호를 평정하며 무슨 장면을 못 봤겠어? 뭘 선배 앞에서 쑥스러워하고 그래?”신연주는 애써 당당한 척했지만, 토마토처럼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은 숨길 수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이도현을 놓아줄 생각은 없는 듯했다.“자! 도대체 무슨 거물을 숨겼기에 그리 쑥스러워하는지 내 눈으로 확인해야겠어!”말을 마친 그녀가 이도현의 아랫도리로 손을 뻗었다.당황한 이도현이 옷깃으로 몸을 감싸며 뒷걸음질쳤다.“선배, 이러지 마세요! 밖에 사람이 있잖아요! 알아서 씻을 테니까 제발 나가요!”이도현은 다급히 신연주를 밖으로 밀어내고 문을 잠갔다.“저 여자는 미친 여자야. 스승님 말씀이 다 맞았어. 여자가 미치면 남자가 당해낼 수 없어!”이도현은 문에 기댄 채, 가슴을 쓸어내리며 중얼거렸다. 조금이라도 늦었더라면 순결을 잃을 뻔했다.밖에서 신연주의 악마 같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어린 녀석이 무슨 부끄럼이 그렇게 많아? 너 나 밀어낸 거 나중에 후회한다?”한편, 욕실 안의 이도현은 드디어 옷을 벗고 딱딱하게 솟아오른 자신의 분신을 손으로 툭 치며 욕설을 퍼부었다.“자존심도 없는 녀석! 미친 여자한테 반응하다니! 나까지 다 창피하잖아! 여자 맛을 못 본 것도 아니고 이렇게
그렇게 밤이 지나가고 아침이 왔다. 신연주는 잠자고 있는 이도현을 깨워 호신용품을 사러 가야한다면서 그의 팔목을 끌었다.이도현은 그녀가 아주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서북후의 배후에 있는 늙은 독수리가 만만한 상대가 절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하지만 그게 누구든 만약 시비를 걸어온다면 목을 따버릴 자신이 있었다.그는 자신이 어느정도 강한지 가늠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빌어먹을 스승이 그를 산에서 쫓아낼 때 넌 무적이 되었다는 말을 믿었다.한지음과 이설희는 아직 자고 있었다. 어젯밤 한지은은 완성에 며칠 머무르며 치료에 집중할 거라고 했다. 이도현이 괴사한 심맥을 다 복구한 뒤에야 떠나겠다는 말이었다.이도현은 뭔가 귀찮은 일에 엮여버린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지난번에 골수를 기증하면서 계속 여자들과 엮인다는 생각을 뿌리칠 수 없었다.한편, 서북후가 살해당했다는 소식은 하룻밤 사이에 서북 전역에 퍼졌다. 서북구 전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완성 강씨 가문의 호화저택. 강 회장 역시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그는 두려웠다.서북후의 죽음이 그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서북후의 손을 빌려 이도현을 제거하고 아들과 손자손녀의 복수를 하려고 했는데 서북의 최고 통치자 서북후 이 장군이 이렇게 힘없이 죽음을 맞이할 줄은 몰랐다.서북후의 죽음을 위에서 추궁한다면 결국 강 회장은 화를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어떡하지? 이제 어떡해? 서북후를 죽인 여자는 도대체 누구야?”강 회장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제가 알아봤는데 그 여자는 이도현 그 자식의 선배라고 하더라고요. 신연주라고 했나?”강 회장의 맏아들 강석림이 말했다.“이 여자의 배후와 신상에 대해 낱낱이 조사해.”강 회장이 소리쳤다. 그는 어떻게든 피해를 복구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그래야 서북후의 윗선에서 조사가 내려오면 그들에게 할 말이 있었다.“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이 여자를 추적했는데 아무것도 찾지 못했습니다. 이 여자 만만한 상대
“당신 설마 신영성존의 사람이야?”강 회장이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물었다.“가끔은 모르는 게 약일 때도 있어.”남자가 싸늘한 목소리로 경고했다.“네, 그럼요. 어서 앉으세요. 아는 건 전부 대답해 드리리다!”강 회장은 급격히 태도를 바꾸고 공손하게 남자를 대접했다.하지만 남자는 그의 말을 무시한 채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볼 뿐이었다.“이 장군은 죽인 범인은 신연주와 그녀의 후배인 이도현입니다.”“신연주? 역시 그 여자였네!”남자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지금 놈들은 어디 있지?”“그건 몰라요. 어제 저택에서 이 장군을 살해한 뒤에 차를 타고 도시를 벗어났습니다. 어디로 갔는지는 우리 애들도 추적하고 있으니 곧 좋은 소식이 있겠지요.”강 회장이 말했다.“멍청한 것들!”남자가 욕설을 퍼부었다.“내가 그 여자를 찾아내기를 기도해야 할 거야. 그렇지 않으면 당신들 목숨을 내놓을 각오해.”“서북후의 죽음은 당신들에게도 책임이 있어. 스승님의 처분을 기다리면서 지금 살아 있는 순간을 즐기도록 해. 시간이 얼마 남지는 않았지만!”말을 마친 남자는 안색이 창백해진 강 회장 일가를 뒤로하고 어딘가로 사라졌다.“끝장이야, 이제 우린 끝장이라고!”남자가 떠난 뒤, 강학연 회장은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아버지! 저 인간은 누군데요? 그렇게 무서운 존재인가요?”강석림이 그를 부축하며 물었다.“더 이상 묻지도 마! 아는 게 적을수록 안전하니까! 지금 당장 가족들에게 연락해서 염국을 떠나야 해. 해외로 나가서 숨어 살고, 내 지시 없이는 절대로 돌아오지 마!”강 회장이 다급히 말했다.“아버지! 그래서 그 인간이 도대체 누군데 그렇게까지 해야 해요?”강석림이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로 따지듯 물었다.“알 필요 없다니까? 지금 당장 떠나! 안 그러면 늦어. 모든 재산을 챙겨서 이 나라를 떠나!”강 회장은 굉장히 겁에 질린 얼굴이었다.“아버지….”“어서 가! 불효자식 같으니라고! 이제 아비 말도 안 듣겠다는 거야? 우리 가문 대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 보니 도복을 입은 한 중년 남자가 입에 담배를 물고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행색이 꼬질꼬질한 것이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지는 모습이었다.“영감, 나한테 또 구미호라고 하면 그 수염 다 뽑아버릴 줄 알아!”신연주가 짜증스럽게 대꾸했다.꼬질남은 어느새 그들의 앞으로 가까이 다가오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도현을 아래위로 훑었다.그러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뭐야? 연하남 취향이었어? 선수라지만 그래도 아무의 손을 타지 않은 새것이니 땡잡았네, 미호야.”그 말을 들은 이도현은 당장 녀석을 걷어차고 싶은 욕구를 억지로 참았다. 진지한 표정을 짓길래 무슨 대단한 말을 하려는 건 줄 알았는데 이 무슨 헛소리인가!‘내가 여자한테 빌붙어 사는 관상이란 말이야? 이런 미친놈이!’“꺼져, 선수는 무슨! 얘 내 남자야!”신연주는 정색하며 이도현을 두둔했다.“아! 그랬어? 눈이 정수리에 달려서 남자 보는 눈이 까다로운 줄 알았는데. 그럼 제대로 한번 봐야지!”꼬질남은 충격에 빠진 표정을 짓더니 다시 이도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괜찮네. 아주 괜찮은 녀석이야.”그러더니 갑자기 이도현을 괜찮은 녀석이라며 치켜세웠다.“어린 친구! 만나서 반가워! 난 동현자 선생의 36대 제자, 현동자야. 첫만남에 주는 선물이니 받아둬. 필요할 것 같아서 준비했어.”꼬질남은 아주 진지하게 자기소개를 하더니 주머니에서 약병을 하나 이도현에게 건넸다. 약병에는 큼지막하게 “석가모니 방망이”라고 쓰여 있었다.그 글자만 봐도 좋은 물건 같지는 않아 보였다.“자, 어린 친구. 이거 받아. 좋은 거야! 정말 구하기 힘든 거라고.”이도현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현동자는 기름때가 덕지덕지한 손으로 이도현의 손에 약병을 쥐여주었다.“영감! 그 더러운 물건 당장 안 치워? 내 남자 더럽히면 죽여 버릴 거야!”신연주는 다급히 이도현의 손을 낚아채고는 혐오스럽다는 듯이 말했다.이도현은 이 상황이 어이가 없었다. 이 선배라는 여자는 도대체 어떤 사람들과 접
이도현은 그들이 대화에 단 한 마디도 낄 수 없었다. 하지만 보아하니 두 사람 사이는 줄곧 이래왔던 것 같았다.“이 친구를 준다고? 아쉽네….”이도현에게 준다는 말에 현동자는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셨다.“당장 가져와. 그건 내 후배가 입어야 가치가 있는 거라고!”“남자가 왜 그런 걸 입어? 아니, 설마 얘 남자가 아니었어?”현동자가 부루퉁한 목소리로 대꾸했다.“이 영감이 오늘따라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내가 정말 아끼는 후배거든? 얘 무시하면 영감은 내 손에 죽어!”신연주가 이를 갈며 경고했다.“아끼는 후배가 남자라… 정말 난잡하군.”현동자는 이상한 소리를 중얼거리며 두 사람을 이끌고 가게로 왔다.이곳은 수많은 가게가 줄지어 선 지하상가였다. 방문하는 손님들도 꽤 많았는데 겉으로 보이는 것들은 비교적 정상적인 물건이었지만 가게 안쪽에는 아주 이상한 기물만 모아놓고 있었다.고대의 서적이나 약재, 그리고 고대인의 무덤에서 발굴한 금은보화에 비싼 명화와 골동품, 심지어 여자나 아이들, 총기와 보검까지 없는 게 없었다.현동자를 따라 가게로 들어가자 현동자는 그들을 가장 안쪽에 있는 방으로 안내하더니 박스를 하나 들고 왔다.“여기. 지난번에 사가라고 할 때는 못생겼다고 안 산다면서?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어 직접 찾아나섰대? 게다가 이걸 남자 후배에게 선물한다니! 미호야, 남자한테 이용만 당하고 버려지지 않게 조심해.”현동자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그 말에 이도현은 참고 있던 분노가 폭발했다.아무리 선배의 지인이라고는 하지만 정말 너무 예의를 밥 말아 드신 것 아닌가!“그 입 조심해! 선배 지인이라고 계속 참고만 있었는데 대놓고 사람 무시하네! 당신, 죽고 싶어?”이도현이 싸늘하게 경고했다.“어린 녀석이 성깔 있네? 이마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허세는.”현동자는 눈을 가늘게 뜨며 이도현을 쳐다보더니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한번 붙어볼래?”이도현이 말했다.“아이고, 무서워라. 그런다고 내가 무서워할 것 같아? 어디 한번
“내가 전에 이 갑옷을 입어본 적 있거든? 이거 정력 상승에도 아주 탁월해! 신기하지?”현동자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젠장. 이 변태 같은 영감이! 자꾸 헛소리 지껄이면 영원히 남자구실 못 하게 만들어 버린다?”신연주는 혐오스럽다는 듯이 욕설을 퍼부었다.“아니, 진짜라고! 돌아가서 한번 체험해 보는 것도….”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도현이 진한 살기가 담긴 눈으로 쏘아보자, 그는 어색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어쨌든 효능에 대한 소개는 끝났으니 이제 돈 얘기를 해야겠군. 우린 오래 알고 지낸 사이지만 친할수록 계산은 똑바로 해야 하는 법이지. 이 갑옷은 지난번에 얘기했던 그 가격에 저 어린 친구 체면을 생각해서 20프로 할인해 줄게.”현동자가 탐욕스럽게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영감 주제에 욕심은! 그래! 우리 예쁜 후배한테 선물하는 거니까 가격 후려치기는 하지 않을게. 이건 그 가격대로 주고 내가 쓰는 표창은 20만 원에 줘.”신연주가 말했다.“젠장! 그건 너무하잖아! 그 표창 하나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인력과 자원이 소비되는지 알아? 게다가 주재료가 운석이라고! 얻기 힘든 재료야. 그걸 어떻게 20만 원에 달라고 할 수 있어? 이 강도야!”현동자는 과장된 표정으로 손짓발짓 섞어가며 억울함을 토로했지만 두 사람에게는 그냥 협잡꾼이 돈을 더 뜯어내려는 노력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그만! 그따위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아. 이거 제외하고 은침 천 개까지 주문할게. 재료는 내가 쓰는 표창이랑 똑같은 재료로 부탁해.”신연주가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냥 날 죽여!”현동자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앉으며 절규했다.옆에 있던 이도현마저 이건 너무하다 싶었다. 신연주가 사용하는 표창을 한번 본 적 있는데 정말 값비싼 재료로 만들어졌다. 부피는 작지만, 무기를 잘 다루는 사람에게는 보검에 견줄만한 값어치 있는 물건이었다.신연주가 20만 원이라고 딱 잘라 얘기했지만 재료 값만 어마어마하게 들어갈 것이다.“선배, 침은 백 개 정도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