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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 보니 도복을 입은 한 중년 남자가 입에 담배를 물고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행색이 꼬질꼬질한 것이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지는 모습이었다.

“영감, 나한테 또 구미호라고 하면 그 수염 다 뽑아버릴 줄 알아!”

신연주가 짜증스럽게 대꾸했다.

꼬질남은 어느새 그들의 앞으로 가까이 다가오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도현을 아래위로 훑었다.

그러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뭐야? 연하남 취향이었어? 선수라지만 그래도 아무의 손을 타지 않은 새것이니 땡잡았네, 미호야.”

그 말을 들은 이도현은 당장 녀석을 걷어차고 싶은 욕구를 억지로 참았다. 진지한 표정을 짓길래 무슨 대단한 말을 하려는 건 줄 알았는데 이 무슨 헛소리인가!

‘내가 여자한테 빌붙어 사는 관상이란 말이야? 이런 미친놈이!’

“꺼져, 선수는 무슨! 얘 내 남자야!”

신연주는 정색하며 이도현을 두둔했다.

“아! 그랬어? 눈이 정수리에 달려서 남자 보는 눈이 까다로운 줄 알았는데. 그럼 제대로 한번 봐야지!”

꼬질남은 충격에 빠진 표정을 짓더니 다시 이도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괜찮네. 아주 괜찮은 녀석이야.”

그러더니 갑자기 이도현을 괜찮은 녀석이라며 치켜세웠다.

“어린 친구! 만나서 반가워! 난 동현자 선생의 36대 제자, 현동자야. 첫만남에 주는 선물이니 받아둬. 필요할 것 같아서 준비했어.”

꼬질남은 아주 진지하게 자기소개를 하더니 주머니에서 약병을 하나 이도현에게 건넸다. 약병에는 큼지막하게 “석가모니 방망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 글자만 봐도 좋은 물건 같지는 않아 보였다.

“자, 어린 친구. 이거 받아. 좋은 거야! 정말 구하기 힘든 거라고.”

이도현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현동자는 기름때가 덕지덕지한 손으로 이도현의 손에 약병을 쥐여주었다.

“영감! 그 더러운 물건 당장 안 치워? 내 남자 더럽히면 죽여 버릴 거야!”

신연주는 다급히 이도현의 손을 낚아채고는 혐오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이도현은 이 상황이 어이가 없었다. 이 선배라는 여자는 도대체 어떤 사람들과 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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