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민은 신성한 선물이라도 받은 것처럼 두 손으로 받아 다급히 노트를 펼쳤다. 그의 눈이 휘둥그레 떠지더니 감격에 겨워 온몸을 떨기 시작했다.이 노트에 기재된 처방과 약학은 그가 예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차원의 한의학이었다.이 노트만 있다면 자신의 의술은 지금보다 더 높은 경지까지 돌파할 수 있다고 그는 굳게 믿었다.두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시간이 다 되었다. 이도현이 허공에 손을 뻗자 노인의 혈자리에 꽂혔던 침들이 다시 그의 손으로 돌아왔다.침을 제거하자 여자는 다급히 다가가서 노인의 상태를 살폈다.“할아버지! 괜찮아요? 좀 어때요?”노인의 얼굴에는 혈색이 돌아오고 표정도 한결 편해졌다.“아주 좋아. 몸이 많이 가벼워지고 숨을 쉬는 것도 예전처럼 힘들지 않아. 근육통도 사라지고 온몸에 힘이 차고 넘치는 것 같아.”말을 마친 노인은 자리에서 일어서려 힘을 주었다.그는 거짓말처럼 자리에서 일어서서 부축이 없이 신농관 안을 빙 돌았다.예전에는 간경화 때문에 다리가 퉁퉁 부어 걷기도 힘들던 노인은 마치 젊은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육안으로 봐도 노인의 상태는 많이 호전된 것처럼 보였다.“젊은 친구, 정말 고마워. 난 소창열이라고 하네. 앞으로 내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주저 말고 나한테 연락하게. 내가 이래 봬도 염국에서는 힘 좀 쓸 수 있거든.”노인이 이도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노인이 이름을 밝히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표정이 놀라움으로 바뀌었다.소창열이라는 이름은 염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소 장군님…?”“맞아! 저분이 바로 진북 장군 소창열 장군님이셔! 어쩐지 얼굴이 낯이 익다 했는데 장군님이셨어!”모두가 경외에 찬 시선으로 소창열을 바라보았다.진북 장군 소창열, 염국을 위해 위대한 공훈을 세운 노장군이었다. 오랜 시간 염국의 북부를 지키며 수많은 적들을 물리친 불후의 명장!노인은 백성들의 존경과 사랑을 한몸에 받는 위대한 인물이었다.이도훈은 비록 속세를 8년
“저기… 어르신, 일단 앉으세요. 병이 다 나은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너무 흥분하시면 안 좋아요.”이도현이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노인에게 자리를 권했다.그는 조금씩 이 자리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할아버지,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소유정도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입을 삐죽였다.사람들이 어색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장지민이 약 보따리를 들고 나오더니 공손히 말했다.“사부님, 요구한 약재는 여기 넣었습니다.”약재를 확인한 이도현은 흐뭇한 표정으로 장지민을 바라보았다.‘눈치는 빠르다니까!’이 약재만 있으면 한지음의 막힌 혈관을 치료할 수 있었다.약재를 확인한 이도현은 소창열에게 작별인사를 한 뒤, 도망치듯 신농관을 떠났다.여기 계속 있다가는 소창열 손녀와 약혼식 날짜라도 잡힐 것 같았다.‘남자는 자기를 보호할 줄 알아야 돼!’신농관을 나온 이도현은 곧장 옛저택으로 향했다.어제 마당에 널브러져 있던 시체는 모두 사라지고 바닥에 흥건하던 핏자국도 사라졌다. 결전 중에 갈라진 벽과 땅이 파괴된 자국들만 간간이 남아 있었다.이도현은 가족의 위패를 챙겨 재빨리 저택을 나왔다.주변에서 자신을 지켜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저택을 나온 뒤에도 그 시선은 집요하게 따라붙었다.이도현은 속으로 냉소를 지으며 걸음을 재촉했다. 굳이 붙잡고 물어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 것 같았다.어차피 피해갈 수 없는 일이라면 부딪히는 게 나았다.별장으로 돌아와 보니 저택에는 젊고 예쁜 여자들이 메이드 복장을 하고 집안을 청소하고 있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저 굶주린 시선들을 보고 있자니 이도현은 머리털이 곤두섰다.굳이 묻지 않아도 신연주가 데려온 고용인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저 차림새는 아무리 봐도 적응이 될 것 같지 않았다. 누님 머리에는 대체 얼마나 많은 음란마귀들이 살고 있는 거야?“어때? 이 선배가 직접 선별한 고용인들이야. 괜찮지?”이도현을 본 신연주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다가오며 물었다.이도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선배님,
메이드복을 입은 여자들이 이구동성으로 도련님을 외치자 이도현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아무리 들어도 절대 적응할 수 없는 호칭이었다.마치 테마 업소에 들어갔는데 업소녀들이 손님을 부르는 호칭 같았다.‘나와는 절대 안 어울리는 호칭이야!’“멍청한 자식!”그 모습을 지켜보던 신연주가 입을 틀어막으며 꺼이꺼이 웃음을 터뜨렸다.“가자! 식사 이미 준비됐어. 밥부터 먹자. 그런데 손에 그건 뭐야?”신연주는 그제야 이도현의 손에 든 보따리를 발견하고 궁금한 얼굴로 물었다.“한지음 씨 치료에 필요한 약재들이에요.”이도현은 보따리를 테이블에 놓으며 덤덤히 말했다.“이런. 그래도 약혼녀라고 챙기는 걸 보니 기특하네? 여자를 아껴줄 줄도 알고. 철 들었어.”신연주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이도현은 황당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반박했다.“제발 그 약혼녀 소리 좀 그만할 수 없어요? 상의할 일이 있어요.”“무슨 일인데?”신연주는 금세 웃음을 거두고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부모님과 여동생 위패를 여기 모시고 싶은데 괜찮을까요?”이도현이 위패를 꺼내며 그녀에게 말했다.“상의할 필요도 없지. 어차피 널 위해 구매한 저택이니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돼.”신연주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도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장 작은 방으로 가서 위패를 꺼내 놓고 향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부모님 위패에 절을 올린 뒤, 밖으로 나왔다.밖으로 나오자 향긋한 음식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신연주는 벌써 식탁에 앉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한지음과 이설희는 외출하고 돌아오지 않았기에 식탁에는 둘만 남았다.“후배, 빨리 와서 밥 먹어!”신연주가 그를 재촉했다.그렇게 두 사람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식사를 마쳤다. 대부분은 신연주가 질문하고 이도현이 대답하는 식이었다.가장 많이 대화를 나눈 건 이도현의 산에서의 생활과 스승님에 관한것이였다.이도현은 소통에 크게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성격 급하고 곤란한 질문만
산 아래로 내려간 신연주는 대문 앞에 뒷짐을 지고 서 있는 한 청년을 발견했다.남자는 그녀를 보자마자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소리쳤다.“마녀, 오랜만이야!”“왕주영? 새끼 독수리 이 녀석 살아 있었구나? 네가 어쩐 일이야?”신연주는 경계심 가득한 표정으로 상대를 노려보았다.“알면서 왜 물어? 서북후 피살 사건 때문에 왔지. 그 녀석을 나한테 넘기면 넌 건드리지 않을게.”왕주영이 웃으며 말했다.“그럴 수는 없지.”신연주는 단호하게 거절했다.자신이 살기 위해 후배의 목숨을 내놓는 일은 할 수 없었다. 이도현에게 해를 가하는 자는 그게 누구라도 용서할 수 없었다.“마녀, 난 한가하게 의논이나 하려고 여기 온 거 아니야. 성존 사부님의 명령이다. 너와 녀석을 같이 데려오라고 하셨지만 너까지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스승님의 명령을 어기면서까지 너한테 기회를 준 거라고. 착각하지 마.”왕주영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독수리 영감이 선 넘었네. 이건 우리 태허산의 일이다. 너희는 간섭할 자격이 없어. 서북후 그 녀석이 죽음을 자초한 거야. 놈이 먼저 내 후배 녀석을 건드렸다고.”신연주도 지지 않고 차가운 기세로 응수했다.“완강하네. 그럼 어쩔 수 없지. 나중에 날 원망하지나 마!”왕주영이 분노하며 으르렁거렸다.“창영 어르신, 노사 어르신, 저 여자를 제압하세요!”왕주영의 지시가 떨어지자 뒤에 있던 머리가 히끗한 노인 두 명이 험악하게 인상을 구기며 앞으로 나섰다.그들은 왕주영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인 뒤, 신연주에게 다가갔다.두 사람을 알아본 신연주의 표정이 심각해졌다.“신영성존을 모시는 그 창영과 노사?”“그렇다!”한 중년 남자가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순순히 투항하면 목숨은 살려주지.”다른 남자가 거만하게 고개를 치켜들며 한마디 덧붙였다.그들은 마치 자신이 신이라도 된 것처럼 가소로운 눈빛으로 신연주를 바라보았다.“고작 둘이서 나를 무릎 꿇리려고? 독수리 영감이 수족을 보냈다는 건 그만큼 날 존중한다는
“뭐지?”창영의 눈빛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근거리에서 불의의 습격을 가했는데 공격이 빗나갈 줄이야.신연주의 반응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가늠조차 가지 않았다.그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등 뒤에서 싸늘한 느낌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 보니 신연준은 태연한 표정으로 그곳에 서 있었다.“젠장!”피하기에는 이미 늦어버렸다. 신연주의 주먹이 그대로 그의 가슴팍을 강타했다.우드득!아찔한 소리와 함께 창영이 피를 뿜으며 뒤로 물러났다.쾅!간신히 중심을 잡은 창영이 창백한 얼굴로 그녀에게 물었다.“너… 어떻게 이렇게 빠를 수가 있지? 무슨 짓을 한 거야?”“이게 빠르다고? 내 후배의 실력을 못 봐서 그런 소리를 하는군.”느긋하게 그녀의 뒤를 따라온 이도현이 그 말을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독이 바짝 올랐는데 그걸 자극하네!’“너….”왕주영도 험악하게 인상을 구기며 신연주를 노려보았다. 내가 상대를 너무 얕잡아본 걸까?“창영 어르신, 괜찮으십니까?”종급 고수인 창영이 이렇게 쉽게 이 여자에게 패배할 거라고 예상치 못했다.“신연주, 꼭 스승님과 대립할 거야? 그 결과가 어떨지 생각은 해봤어?”왕주영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헛소리 그만 지껄이고 당장 꺼져!”신연주의 목소리에서 짜증이 잔뜩 묻어났다.“신연주 너… 옛정을 생각해서 며칠 더 고민할 시간을 주지. 잘 고민하고 결정해. 스승님과 대립해 봐야 너한테 좋을 게 없어. 갑시다.”왕주영은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었지만 창영의 표정을 보고 일단 물러나기로 했다.그는 여느 패배자들이 항상 하던 대사를 끝으로 도망치듯 산을 내려갔다.“어르신, 노사 어르신과 둘이 힘을 합쳐도 그 여자를 제압하는 게 불가능한가요?”차에 오른 왕주영이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확신할 수 없어요.”“그 마녀의 실력은 이미 우리의 예상을 훨씬 초월했어요. 신출귀몰한 몸놀림에 아까 소름이 돋더군요.”“강자끼리는 한수만 실수해도 생사가 판가름 나지요. 그 마녀가 날 죽이려고 마음 먹었으면 난 아마 저세상 가는 길
“맞아요. 전에 한 무인이 그 전설을 듣고 50만 대군을 이끌고 태허산으로 들어갔었지요. 하지만 그 뒤로 아무도 그 무인의 행방을 찾지 못했습니다. 50만 대군과 함께 세상에서 증발한 것처럼 사라졌어요.”“시체도 찾을 수 없었지요. 그 일이 있은 뒤로 태허산에서 도사가 내려와서 이런 저주를 내렸습니다. 다시 군대를 이끌고 태허의 땅을 더럽힐 시, 일국을 멸하게 하겠다고요.”“그 뒤로 태허산은 금기어가 되었습니다. 아무도 군대를 이끌고 태허산으로 들어갈 엄두를 못 냈지요. 대체 얼마나 강한 자가 살기에 50만 대군이 하룻밤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는지 상상조차 가지 않아요.”왕주영은 등골에 소름이 쫙 돋았다. 어린 나이에 천급을 돌파했을 때 그는 자신을 천재라고 칭하며 성존을 제외하고 자신을 막을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다고 자신했다.하지만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는 그 도사에 비하면 범부에 지나지 않았다.50만 대군을 순식간에 공기로 만들어 버릴 만한 실력을 가진 자가 존재한다니.각개 격파를 해도 며칠이 걸릴 인원수였다.“이 일은 사부님께 알리겠습니다. 신연주가 태허산 출신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으니 스승님의 결정에 따라야죠.”왕주영은 신연주의 뒷배경이 그 정도로 강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선배님, 대단한 실력입니다. 뒤에서 지켜보는데 아주 입이 떡 벌어지더군요.”이도현은 손뼉을 치며 신연주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신연주의 얼굴에 가득하던 살기가 순식간에 사라지더니 다시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돌아왔다.“알면 됐어. 앞으로 이 선배가 지켜줄 테니 안심하고 사고 치라고!”“정말인가요? 그럼 나는 민간 여자나 희롱하며 놀고 먹어야겠어요.”이도현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마음에 드는 여자 있으면 선배한테 얘기해. 선배가 납치해다가 깨끗이 씻겨서 네 방으로 보내줄 테니까.”신연주가 어깨를 으쓱하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오히려 이도현이 당황한 표정으로 얼굴을 붉혔다. 신연주를 놀려먹을 생각이었는데 오히려 자신
“선배, 그런 눈으로 보지 마요. 무서워요.”이도현이 팔을 벅벅 긁으며 말했다.“두렵긴 개뿔! 솔직히 말해. 너 지금 어디까지 올라갔어?”신윤주가 눈을 희번덕이며 물었다.그녀는 심히 불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의 실력으로 후배 한 명쯤 지켜주는 건 문제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광대가 되어버린 기분이었다.“선배, 그건… 저도 몰라요. 산을 내려온 뒤에 만난 최강자가 천급이었고 더 대단한 상대는 만나지 못했어요.”이도현은 솔직하게 대답했다.“너 신급이야?”솔직히 말하면 신연주는 이 녀석의 귀뺨이라도 때려주고 싶었다. 천급을 아주 쓰레기 취급하다니!언제부터 천급이 이런 폐급 취급을 당하게 된 건지.“아까 그 영감들 너도 봤지? 네가 상대하면 어떻게 될 것 같아?”신연주가 이를 갈며 물었다.“죽여버릴 수도 있겠죠?”이도현이 자신 있게 대답했다.“그건 나도 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 정도로 크게 싸운다면 나도 중상을 입게 되겠지.”신연주가 말했다.종급의 최절정까지 도달한 그녀가 두 명의 종급 무인을 상대하려면 중상을 피할 수는 없었다.“그러니까 놈들을 죽이는데 얼마나 많은 힘이 필요하냐고?”이도현은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별로 안 세보이던데요? 만약에 저라면….”신연주의 분노한 표정을 보자 이도현은 곧장 말을 바꾸었다.“그들도 강한 편이죠. 4할 정도의 힘을 써야 한방에 보내버릴 수 있을 것 같네요.”“짐승 같은 자식!”신연주는 하마터면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선배!”이도현은 다급히 다가가서 그녀를 부축했다.“어디 다치셨어요? 갑자기 왜 그래요?”그 말을 들은 신연주는 입에 거품을 물었다.‘젠장! 이건 너무하잖아!’4할의 공력으로 한방에 두 명의 종급 무인을 보내버린다니! 그녀가 온힘을 쏟아 부어도 한방에 그들 중 한 명을 보내버리기도 힘들었다.건방진 후배 녀석 같으니라고!“그래… 얘는 내 후배야. 같은 스승님 밑에서 배웠고… 부모도 없고 불쌍하잖아… 그러니까 내가 참아야지….”그녀는 한참 중얼거린 뒤에야 겨
“왜 그래요, 선배?”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이도현이 물었다.신연주는 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별거 아니야. 나 황성에 다녀와야 할 것 같아.”“나랑 같이 황성에 가보지 않을래? 미래의 장인어른 만나서 미리 점수를 따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그녀가 장난스럽게 말했다.이도현은 황당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대꾸했다.“됐어요. 저는 그냥 완성에 남을게요. 부모님 위패를 모신지 얼마나 됐다고 집을 비워요. 별일 아니면 여기 있을게요.”“알았어. 그럼 여기서 얌전히 선배 기다리고 있어. 이 기회에 약혼녀랑 데이트도 좀 하고. 2세까지 미리 만들면 아주 완벽하겠군!”‘무슨 여자가 입만 열면….’“선배, 그런 말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죠.”이도현이 못 말린다는 듯이 말했다.“양심도 없는 녀석! 한지음이 샤워하고 나왔을 때 뚫어지게 쳐다본 놈이 누구였더라?”신연주는 이도현을 내성적인 변태로 생각하는 게 틀림없었다.“그런 거 아니거든요?”이도현이 황당한 얼굴로 반박했다.대충 식사를 마친 뒤, 이도현은 신연주를 배웅하고 돌아와서 한지음에게 먹일 약을 준비하기 시작했다.한지음과 이설희는 저녁때가 되어서야 한 중년 여자와 함께 돌아왔다. 여자는 한지음과 외모가 많이 닮아 있었다. 겉보기에 50대 정도로 보이는 여자는 우아한 기품이 흘러 넘쳤다. 외모만 봐도 분명히 한지음과 밀접한 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도현 씨, 소개할게요. 이분은 저희 엄마세요. 미리 말도 없이 모셔와서 죄송해요.”한지음이 미안한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괜찮아요. 안녕하세요, 저는 이도현이라고 합니다.”“엄마, 이분은 비행기에서 날 구해주신 도현 씨야. 의술도 뛰어나고 연주 언니 후배래! 아주 착한 분이야.”한지음은 엄마에게 이도현을 소개했다.“반가워요. 우리 딸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말은 그렇게 해도 여자의 표정은 별로 좋지 않았다.이도현도 그녀가 자신을 불쾌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아직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딸이 외간남
눈 깜짝할 사이에 생기발랄하던 한 사람이 시체가 되었다.마법사의 몸은 수분이 싹 빠지고 피와 살도 전부 없어졌다. 마치 불에 탄 것처럼 검고 말라 섬뜩하기 그지없었다.“아... 어떻게 된 거예요? 왜 혈박쥐님이 우리를 해치는 거예요?”“우리를 보호하라고 소환한 건데 어떻게 우리를 해칠 수 있어요? 이럴 수가...”“마법책에 이런 상황이 적혀 있지 않아요. 이럴 리가 없는데...”“도망칩시다...”놀라움에 빠진 몇몇 마법사는 소리를 쳤다. 그들은 혈박쥐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혈박쥐가 왜 그들에게 손을 댔고 그들의 피를 빨아먹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그들은 분명 이도현을 상대하라고 혈박쥐를 소환한 건데 이도현을 죽이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동료 한 명을 죽였다.마법사 한 명이 도망치자고 말하고 나서야 그들은 정신을 번쩍 차리고 피신하기 시작했다.방금 흡혈을 마친 혈박쥐는 몸에서 붉은빛을 반짝이더니 날개의 구멍이 기적처럼 회복되었다.그의 새빨간 눈은 힘을 얻은 것처럼 그전보다 더욱 빨개졌고 방금의 낭패함이 온데간데없어졌다.찍찍.입가에 피가 잔뜩 묻은 혈박쥐는 줄행랑을 친 몇 명의 마법사를 보고 분노하며 으르렁거렸다.곧이어 입에서 매우 나지막하지만, 침투력이 강하고 날카로운 신음을 냈다. 소리는 매우 리듬 성이 있었는데 한참 길게 늘어지다가 또 다급하게 변조되어 모종의 경이로운 주문 같았다.그리고 혈박쥐의 이 소리와 함께 이미 조금 도망친 몇몇 마법사가 갑자기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아... 아파요... 머리가 너무 아파요... 아...”“저도 머리가 너무 아파요... 왜 이러는 거죠? 영혼이 찢어지는 것 같아요...”“혈박쥐님이 내는 소리인 것 같아요. 아... 맞아요... 이 소리...”“영혼 헌제... 이게 바로 마법책에서 말하는 마법 헌제인가요? 아... 아파요...”“아... 너무 아파요... 무슨 방법이 없어요? 저의 몸에서 무언가가 분리되어 나갈 것만 같아요...”“너무 아파요...”몇 명의 마법사는
혈박쥐는 고함을 지르며 커다란 두 발로 바닥을 두드렸다. 이에 땅이 흔들리면서 지면에 큰 구멍을 만들어내기까지 했다.혈박쥐는 날개가 축 처져있었고 얇은 날개에 한줄기 또 한줄기 검 자국이 배어있었으며 어떤 곳은 이미 찢겨 마치 너덜너덜한 행주같이 전혀 패기가 없었다.날개가 이토록 상처투성이고 구멍이 숭숭 나 있으니 하늘에서 떨어져 세게 내동댕이칠 만도 했다.“혈박쥐님... 괜... 괜찮으십니까?”한 마법사가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말했다. 그는 눈앞의 불가사의한 장면을 보고 지금 꿈을 꾸고 있거나 헛것을 보는 줄 알았다.찍찍.혈박쥐는 또 아우성치더니 새빨간 눈에서 흡혈의 빛을 뿜어내며 허공에 머물러 있는 이도현을 향해 엄니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렸다.“당신도 별 볼 일 없는 쥐새끼구먼. 다음 검에 보내버리지.”이도현은 하찮다는 듯이 말했다.혈박쥐와 수십 번 교전한 이도현은 이미 그의 스킬을 모조리 꿰뚫었다.혈박쥐는 확실히 실력이 녹록지 않았다. 특히 괴이하게 피같이 빨간 불빛을 내뿜을 때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안 되었다.만약 그 붉은 불빛에 비추었다면 큰일 났을 것이다.이도현은 이미 그 붉은색 불빛에 강렬한 부식 작용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불빛에 조금이라도 닿는다면 살을 에는듯한 고통에 시달릴 것이었다.게다가 혈박쥐의 불빛은 사람의 육체를 부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맥과 원력도 부식할 수 있어 매우 무서웠다.이도현의 실력이 높아서 다행이지, 아니면 상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비록 음양신갑의 보호를 받고 있지만, 내공이 높지 않았더라면 오늘 큰 손해를 봤을 것이다.혈박쥐의 기술을 완전히 장악한 후 이도현은 더 이상 싸움을 끌지 않고 몇 방으로 적의 날개를 망가뜨리고 땅에 떨어지게 했다.찍찍. 찍찍.혈박쥐는 이도현을 향해 엄니를 드러내며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그러고는 몸을 홱 돌려 거대한 발로 주변의 마법사 한 명을 잡았다.“아... 혈박쥐님... 뭐하시는 겁니까? 저는 혈박쥐님의 충실한 하인입니다... 뭐... 뭐하시
하지만 그때 이미 원수에게 괴롭힘을 많이 당한 그들은 이 두 글자를 바로 무시했다. 이렇게 강한 마법 책을 보자마자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바로 수련을 시작했다.책이 강대한만큼 무조건 수련하기 어려울 거로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여덟 명이 고작 하루 만에 소환술을 배워냈다.이 책은 마치 마법이 있는 것처럼 정혈로 제사를 지낸 뒤 수련을 시작하자 마치 어둠 속에 그들의 수렴을 도와주는 신비한 힘이 있는 것처럼 그들로 하여금 아주 빨리 그 속의 도리를 깨닫게 했다.소환술을 배운 뒤, 그들 중 6명은 소환술을 사용해보고 싶어 안달이 났다.역시 책에서 말한 것대로 그들은 큰 박쥐를 불러냈다.혈박쥐는 그들의 요구대로 그들을 추격하는 적을 전부 다 해치웠다.그 후로 그들 여덟 명은 성지의 바깥 둘레에 자리를 잡고 자기들에게 아주 쩌렁쩌렁한 별명을 지었으며 성지 귀혼족이라 자칭했다.그들은 혈박쥐의 힘을 빌려 성지 바깥 둘레에서 제일 강한 세력으로 되었다.이렇게 강한 그들이 왜 성지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가 하고 묻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그것은 성지 속의 사람들이 천사국으로 가는 사람들의 몸에서 재물을 약탈하는 것으로 나날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성지 밖에서 이런 것들을 누릴 수 있으니 그들의 말대로라면 성지에 가기 무서워서 안 가는 것이 아니라 성지 바깥도 살기 좋다는 것이다.혈박쥐를 성공적으로 소환해 낸 뒤로 매번 혈박쥐가 나타나면 그들은 기세가 등등했다. 아무리 강한 적이라도 혈박쥐의 날카로운 발톱 아래서 모두 반항할 수 없었다.많아봤자 세 라운드를 견딜 수 있는데 결국에는 혈박쥐의 먹이가 된다.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다른 것 같다. 혈박쥐는 이도현과 한참 동안 싸웠지만, 아직도 끝이 나지 않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벌써 십몇 분이 지났는데 공중에서는 아직도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이에 그들은 조금 어안이 벙벙했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평일에 혈박쥐님은 아무리 강한 적을 만나도 다 손쉽게 해치울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왜 이렇게 오래 싸우는
“찍찍찍!”이도현이 공격을 한 것 때문에 혈박쥐는 제대로 화가 났다. 붉은 두 눈에서 무서운 빛을 발사했고 비명을 지르면서 날개를 치며 날아올랐다. 거대한 발톱은 마치 강철처럼 예리한 검과 같았고 이도현을 향해 달려들었다.“짐승 놈이 죽으려고.”이도현은 펄쩍 날아올라 손에 든 음양검을 번쩍 들어 올렸다. 오색의 검기가 보검에서 날뛰었다.곧바로 보검은 혈박쥐를 향해 내리 베었다.혈박쥐는 몸이 방대했지만, 몸놀림은 아주 민첩했다. 그는 공중에서 이리저리 피하면서 이도현의 음양검과 부딪치지 않았다.그는 이도현의 손에 든 보검의 이상함을 감지할 수 있었다. 검에 담긴 기운 때문에 혈박쥐는 무서운 느낌이 들기도 했다.눈 깜짝할 새에 이도현과 혈박쥐는 공중에서 수십 차례의 라운드를 주고받았다.그들이 공중에서 싸움하는 동안 강대한 힘은 주변까지 영향을 미쳤다. 주변에 있던 큰 산과 바위들은 여러 개의 검기와 붉은 발톱 자국 때문에 가루가 되었고 아래의 풀과 나무는 완전히 재가 되어 날아가 버렸다.그중에서 제일 크게 봉변을 당한 것은 바로 성지의 변두리에서 아직 죽지 않은 귀혼족의 마법사들이다.그들은 땅에 무릎을 꿇은 채 혈박쥐가 이도현을 가죽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혈박쥐에게 아부를 떨었다.그들이 생각하기를 혈박쥐가 손을 쓰기만 하면 이도현은 독수리 앞에 서 있는 병아리처럼 발버둥 칠 새도 없이 순식간에 혈박쥐의 먹이로 될 줄 알았다. 그들은 이런 장면을 수도 없이 봤었다. 전에 그들은 자기들이 감당하지 못할 상대를 만났을 때 수차례 혈박쥐님을 소환해내곤 했다.비록 혈박쥐님을 소환해내는데 정혈과 영혼을 바쳐야 하지만 그들은 다른 수가 없었다. 이렇게 강한 배후는 누구나 다 원하는 것이다.정혈을 조금 바친다고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영혼이야 그저 하는 말인 줄 알았다. 매번 구호를 부르는 것처럼 영혼을 바친다고 말했지만, 솔직히 영혼이 뭔지 그들도 모르고 있다.혈박쥐님을 소환해냈지만, 자기들이 죽지 않았으니 영혼을 쓰진 않았
이도현은 박쥐가 내는 음파에 모종의 힘이 들어있다는 것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런 미세한 힘의 파동 아래서 이도현 체내의 혈기가 조금씩 들썩이고 들끓기 시작했다.“찍찍찍.”공중에 떠 있는 박쥐는 또 한바탕 소리를 냈다. 이도현은 그의 소리에서 기쁨과 흥분을 읽어낼 수 있었다.“혈박쥐님. 저희가 혈박쥐님을 속이지 않았습니다. 혈박쥐님의 충실한 하인은 거짓을 말했을 리가 없습니다. 이 동방 인의 혈기가 매우 강합니다. 혈박쥐님이 좋아하실 거라고 믿고 있었습니다.”“뭘 기다리십니까? 얼른 저놈의 피를 전부 뽑아먹으십시오. 저놈의 선혈을 빨아먹고 맛있는 식사를 즐기십시오.”거대한 박쥐는 이 말을 듣더니 또 한바탕 찍찍찍 소리를 냈다. 마치 그들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것처럼 대꾸했다.“하하하. 혈박쥐님께서 신이 나셨네. 흥분하셨어. 네 이 버러지 같은 놈 이제는 죽었어.”“성지에 있는 우리 귀혼족과 맞서 싸울 때부터 이런 결말일 거라고 예상했어야지.”“맞아. 저놈의 끝장은 기필코 선현을 다 빨아 먹혀서 가죽만 남게 될 거다.”“하하하. 우리는 좋은 구경이나 하자. 저놈이 도대체 어떻게 가죽만 남게 되는지 두고 보자. 혈박쥐님. 어서 식사를 맛있게 하십시오...”땅에 무릎을 꿇은 마법사들은 지금 너무 방자한 태도를 보였다. 그들이 보기에 이도현은 절대 죽을 운명이고 그 누구도 혈박쥐의 입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다.그들은 이미 다 생각을 마쳤다. 혈박쥐가 이도현을 빨아먹은 다음 그들은 여자 세 명에게 쫓아가서 다시 재미나게 놀 생각이었다.방금 이도현에게 죽임을 당한 일행들에 대해서는 일말의 상심도 없었다. 죽었으면 죽었지 별다른 감회가 없었다.성지의 바깥 변두리에서 지내다 보면 언제든지 죽을 수 있다. 이곳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같이 지낸 그들은 매일 사람이 죽어 나가는 것을 보았기에 진작에 익숙해졌다.게다가 슬퍼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다행이라고 느꼈다. 일행이 죽은 만큼 앞으로 물건을 나눌 때, 그만큼 더 많이 나누어 가질 수 있다
소유정과 한소희는 모두 장군 가문의 자녀이기에 일을 결코 흐지부지하게 처리하지 않는다. 게다가 멍청한 짓을 하지도 않는다.드라마나 소설에서 보면 연애에 빠진 여주인공들은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남자 주인공이 빨리 가라고 하는데도 절대 떠나지 않고 반드시 같이 가려고, 아니면 같이 죽으려고 한다. 마치 자기의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보여주려고 하는 것처럼.그런 여주인공들은 남자 주인공이 왜 가라고 하는지 절대 생각해 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들이 떠나야만 남자 주인공은 더욱 싸움에 집중할 수 있고 도망친다고 할지라도 더욱 마음을 놓고 도망칠 수가 있다.여주가 이렇게 얽매여 있으면 결국에는 둘 다 죽는 수밖에 없다.정말 사랑을 하는 건지 멍청한 것인지 모르는 정도다.만약 실력이 강한데 남겠다고 하면 그건 의리가 깊어서 일지 모른다. 하지만 나약한 실력 주제에 남겠다고 하면 그건 정말 멍청한 것이 틈림없다.장군 가문에서 자란 소유정과 한소희는 지금이 의리를 따질 때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게 했다가는 이도현의 발목만 잡게 된다.그녀들이 이곳에서 도망쳐서 안전한 곳에 숨어있어야만 이도현은 마음을 다잡고 적을 상대할 수 있으며 다른 곳에 정신을 팔지 않을 수 있다. 이래야만 이도현도 제일 안전할 수 있다.그녀들은 이도현에게 도움이 안 되지만 그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도현 오빠. 꼭 조심하세요. 기다릴게요..."소유정이 크게 소리쳤다. 이 순간 그녀는 자기 마음속의 생각을 추호도 감추지 않고 눈빛에는 온통 걱정과 흠모로 가득 찼으며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도현 오빠. 꼭 조심하세요. 우리가 잘 숨어있을 테니 우리를 상관하지 마세요. 저도 오빠를 기다릴게요...”한소희의 얼굴에는 걱정이 한가득했다.지성윤은 두 여자를 보면서 뭐라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입가까지 나온 말을 결국 내뱉지 못했다. 그녀는 이도현을 그윽하게 한눈 바라보고는 소유정과 한소희를 데리고 급히 떠났다.“하하하. 도망칠 수 없다. 너희들은 도망칠 수가 없다..
검고 붉은 색의 먹구름이 끊임없이 공중에서 소용돌이쳤다. 마치 세계 종말이 들이닥치기라도 한 것처럼 무서웠다.소용돌이치는 피구름이 공중에서 끊임없이 변화했다. 뭇사람들의 놀란 눈빛에서 뜻밖에도 아주 커다란 검붉은 색의 육각망성으로 변했다.공중에 있는 검붉은 색의 육각망성과 바닥에 있는 육각망성이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더욱 이상한 것은 이미 바닥에 떨어져 혈적색의 육각망성에 침투되었던 피가 아주 괴상하게 다시 바닥에서 솟아올랐다.천천히 올라오면서 검붉은 색의 육각망성에 주입되었다. 그것은 마치 이 육각망성에서 무엇인가가 피를 빨아먹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바닥에 떨어진 피뿐만이 아니라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서방 마법사들이 손목을 그어서 뿜어져 나온 피마저도 하늘로 끌려갔다.이 광경을 뉴턴이 보면 관에서 벌떡 일어날 지경이다.땅이 중력을 잃은 것만 같았다.하지만 중력을 어기든 말든 상관하는 사람이 없었다. 모든 사람의 눈길은 다 하늘에 있는 검붉은 색의 육각망성에 이끌렸다.바닥의 피가 끊임없이 빨려 들어가자 공중에 있는 검붉은 색의 육각망성은 더더욱 이상하게 변했다. 심지어 육각망성의 중심에 아주 커다란 소용돌이가 생겼다.소용돌이가 끊임없이 회전하면서 블랙홀이 생겼다.홀 안에서 번개가 번쩍이고 우레가 울렸는데 그것은 마치 다른 한 개의 미지 공간으로 가는 통로처럼 보였다. 그 속에서는 세상 종말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저게 뭐야? 저게 뭐야? 왜 이렇게 무서울까? 아주 무서운 기운이야.”“저건...”주변의 어둠 속에 있던 사람들이 이 광경을 보고 대경실색하며 말했다.“저건 뭐야... 어떻게 저렇게 사악할 수가 있지?”“뭔가 저 안에 아주 커다란 맹수가 잠복해 있을 것만 같아.”...하늘을 바라보면서 이도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검은 소용돌이가 이룬 블랙홀은 그를 아주 가슴이 두근거리게 했다.그 안에는 마치 아주 흉악한 것이 들어있는 것만 같았다. 그는 그 속에 아주 무서운 존재가 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나오십시오.
“너... 자식. 너 뭐라고 했어? 우리더러 너를 주인으로 모시라고? 너... 너는 우리가 누구인지 알아?”한 사나이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당신들이 뭐 하는 놈인지 무슨 상관이야. 당신들이 누구든지 내 앞에서는 다 쓸모없는 놈이야.”이도현은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나쁜 자식... 수없이 많은 해 동안, 그 누구도 감히 우리를 이렇게 모욕할 수 없었다. 이곳 성지에서 아무도 우리를 모욕할 수 없다는 것을 내가 오늘 똑똑히 보여줄게. 특히 이 구역에서는 우리를 건드릴 놈이 더더욱 없다.”“형제들. 더는 실력을 감추지 말고 이젠 비장의 솜씨까지 다 보여주자고. 오늘은 기필코 이 짐승 같은 자식을 대가 치르게 할 거야.”“저놈을 죽이고 말 거다...”“저놈을 갈기갈기 찢어놓을 거야...”“시작하자. 다 같이 마법을 써서 그분을 불러내...”한 사나이가 말했다.곧이어 그들은 더는 이도현을 상관하지 않고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이상한 손짓을 하기 시작했다.입에는 말이 끊이지 않았다.“위대하신 혈박쥐님. 그대의 충실한 하인이 지금 도움이 필요합니다. 저희는 피와 영혼을 혈박쥐님께 바치고 싶습니다. 얼른 나타나 주세요!”“위대한 혈박쥐님. 그대의 충실한 하인이 지금 요청을 드립니다. 얼른 나타나 주십시오.”사람들은 중얼중얼하면서 아주 경건한 모습을 보였다. 그들의 움직임에 따라서 갑자기 하늘에 아주 미세한 변화가 일어났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맑던 하늘이 순식간에 먹구름으로 뒤덮였다. 검은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른 것이 아주 무서워 보였다.지성윤과 소유정, 한소희 세 여자의 안색이 확 바뀌었다. 변하는 하늘은 마치 세상이 멸망할 것만 같았다. 그녀들은 겁을 잔뜩 먹고 저도 모르게 이도현을 향해 달려가서 그의 몸 뒤에 숨었다.이도현만 있으면 자기들이 안전할 거라고 그녀들은 굳게 믿고 있다.이건 맹목적인 믿음이었다. 마치 연애에 빠진 여자가 자기의 남자친구를 못 하는 게 없는 사람, 무슨 일이 일어나든 다 자기를 보호해 줄 거로 생각하는 것
...그들은 대놓고 이도현을 비웃고 조롱하면서 이도현이 터져 죽는 모습을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그들이 비웃으면서 떠들고 있을 때, 이도현은 마치 귀매처럼 제자리에서 사라졌다.강자들이 마치 귀신을 본 것만 같은 표정을 짓고 있을 때, 이도현이 그들의 앞에 다시 나타났다.그들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이도현의 주먹이 곧장 그들을 향해 날아왔다.주먹 한 방을 내 치자 이도현 몸의 기운이 쫙 퍼졌다.강대한 기운은 순식간에 이 공간을 공포로 가득 차게 했다.주변의 나무들은 바람이 없이도 흔들렸고 땅에 있는 돌멩이와 흙은 바닥에서 붕 떠올랐다.후!무거운 소리가 전해진 뒤이어서는 비명이 울렸다.“아... 너...”비명과 함께 이도현의 주먹이 마법사를 쳤는데 마법사는 아예 뒤로 날아가 버렸다.“쿵쾅!”거대한 소리와 함께 뒤로 날아간 마법사의 몸이 공중에서 곧바로 터져버리더니 피범벅이 되어 바람에 흩날려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쿵!이도현은 전혀 멈출 뜻이 없어 보였고 주먹을 또 한대 내리쳤다.비명과 함께 다른 한 명의 마법사도 몸이 터져버렸다.연이어 두 명의 마법사가 이도현의 주먹에 터져버리는 것을 보고서야 서방 마법사들은 정신을 차렸다.“젠장.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오! 빌어먹을 하나님.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버러지 놈이 갑자기 이렇게 강해지다니. 이게 말이 돼?”“맙소사! 빌어먹을 하나님. 지금 나랑 장난해? 내가 지금 뭘 본 거지?”...상황 파악을 마친 서방 마법사는 놀란 마음을 안고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더니 이도현의 주먹이 자기 몸에 떨어질까 봐, 다음에 터질 사람이 자기가 될까 봐 미친 듯이 뒤로 물러섰다.“스스로 죽으라니 당신들이 싫다고 했잖아. 그럼 내가 해결해 줄 수밖에 없지. 죽어...”이도현은 멈출 생각이 없었다. 허공에 서서 손에 음양검을 불러내더니 말하는 새에 곧바로 검기를 내리 휘둘렀다.그는 자신의 실력을 일도 감추지 않고 백이십 프로의 힘을 써서 이 검을 휘둘렀다.순간, 천지를 부슬 것만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