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각 벚꽃루 안은 이미 혼란 그 자체였다.놀러 왔던 사람들은 벌써 다른 곳에 마음이 사로 잡혔다. 아름다운 여인들도 좋지만, 이런 구경거리를 보는 것이 훨씬 더 재밌었다.여인은 언제든 오면 다시 만날 수 있고, 술도 언제든지 마실 수 있지만 이런 재미나는 장면은 놓치면 다시는 볼 수 없었다.여인은 내일 와도 벚꽃루에 있는 것이고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해 줄 것이며 술 역시 내일 마셔도 변함없는 맛일 것이다. 그러나 이 구경은 오늘만 할 수 있는 것이었다.그래서 벚꽃루에서 즐기던 사람들은 즉시 바지를 추켜올리고 나와 구경하기 시작했다.이도현이 단 한 검으로 대단한 파괴력을 선보인 것을 본 사람들은 구경하러 나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장면을 구경하는 것은 술을 마시는 것보다, 여인들과 노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었다.잠시 후 벚꽃루의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안전하다고 생각한 장소에 숨어서 이 흔치 않은 광경을 구경했다.그들은 이도현이 대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지켜볼 생각이었다.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수많은 큰일을 경험해 봤지만, 이도현처럼 이렇게 오만한 자를 본 적이 없었다.이도현이 벚꽃루에 쳐들어갔다는 소식은 재빨리 퍼지더니 금세 천사국 곳곳에 널리 퍼졌다.“뭐라고? 동방에서 온 그 악마 같은 놈이 이번에는 벚꽃루에 가서 난동을 부린다고?”“맙소사... 저놈은 천사 황제 밑에 있는 십이 대천왕과 모두 한 번씩 겨뤄볼 생각인 거야?”“저 동양인은 대체 무슨 배짱으로 이렇게 천사국에서 날뛰는 거지? 도대체 무슨 용기로 이러는 걸까? 저놈은 본인의 뜻대로 움직이는 걸까 아니면 뒤에서 누군가의 사주를 받은 걸까?”“글쎄... 그건 정말 알 수 없는 일이야.”“그런 것을 고민하고 앉아있을 바에는 그냥 가서 확인해 보면 되잖아. 그놈이 자기 뜻대로 움직이는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사주를 받아서 움직이는 것인지 직접 보면 알겠지.”“맞아. 가자. 이건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좋은 구경거리야. 마룡 천왕 성채에서 일어났던 일은 아쉽게 놓쳤지
야나기 고로오의 차가운 기운은 엄동설한처럼 사람들에게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를 안겨주었다.“야나기 어르신께서 노하셨어.”“젠장. 이런 상황에서 화를 안 낼 사람이 어딨어? 화를 내지 않는 게 더 이상한 거지.”“닥쳐라. 함부로 말했다가는 불똥이 튈 수도 있어.”...이도현은 야나기 고로오의 말을 전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냉랭하게 말했다.“이 천하에 나를 죽일 수 있는 사람이 분명 존재한다 해도 그게 너는 아니다.”“건방진 놈.”야나기 고로오가 분노하면서 외쳤다. 그는 곧바로 움직이면서 두 손으로 사무라이 칼을 뽑으려고 했다.그러나 그가 칼에 손을 대려고 할 때 이도현은 이미 자리를 옮겼다.모두가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진 사이, 이도현은 마치 귀매처럼 순식간에 야나기 고로오의 앞에 나타났다. 이도현이 어느새 움직였는지 아무도 보지 못했다.심지어 윤선아와 서명월조차도 이도현의 움직임을 포착하지 못했다. 두 선배는 이도현의 몸놀림에 완전히 놀라고 말았다.모두가 멍하니 바라보는 가운데, 이도현은 발로 야나기 고로오의 사무라이 칼을 걷어찼다.칼이 날아 난 바로 다음 순간, 이도현은 또 손바닥으로 야나기 고로오의 얼굴을 후려쳤다.찰싹.맑고 쩌렁쩌렁한 소리가 벚꽃루 안에 울려 퍼졌다. 사람들은 눈앞의 광경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야나기 고로오 본인 역시 이도현에게 뺨을 맞고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는 눈앞의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것만 같았고 머리가 완전히 멍해졌다.뺨따귀 한방에 그는 정신을 잃을 뻔했고 작은 수염이 달린 그의 얼굴은 이미 부어올랐다.“아직도 내가 건방지다고 생각해?”이도현이 조롱하듯 말했다.벚꽃루에서 구경거리를 보던 사람들을 그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순간 냉기를 한 모금 들이마셨다.“스읍.”조금 전의 상황을 보고 모두가 충격에 빠졌다. 그리고 이도현이 마룡 천왕의 뺨을 때렸다는 얘기가 사실이라는 것을 그제야 깨달았다.야나기 고로오는 광명왕 밑에서 제일가는 강자였다. 심지어 그에게 신비로운 스승이 계시는데 그분은 천사
야나기 고로오는 하늘을 향해 울부짖으며 분노에 찬 외침을 내질렀다. 이도현은 그런 야나기 고로오를 보고 있으니, 특히 그의 코 아래쪽에 달린 작은 수염을 보고 있다니 혐오감이 자꾸만 밀려왔다.이도현은 원래 더 이상 때리고 싶지 않았지만 야나기 고로오의 수염을 보자 저도 모르게 손이 또 나갔다. 그는 다시 한번 야나기 고로오의 뺨을 향해 손을 내리 휘둘렀다.찰싹.조금 전보다 더 강한 힘으로 야나기 고로오의 뺨을 갈겼다. 이 한 방에 야나기 고로오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야... 이 짐승 같은 놈아.”“소리 지르지 말고 그 입 다물어.”이도현은 야나기 고로오를 보면 볼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야나기 고로오가 지국 사람이어서 그런지, 아니면 저 작은 수염 때문인지 모르지만 어쨌든 야나기 고로오를 볼 때마다 화가 났다.말하는 사이 이도현은 발로 역겹게 느껴지는 야나기 고로오의 얼굴을 사정없이 짓밟았다.“얼굴이 이렇게 두꺼우니 뺨을 맞아도 느낌이 없지... 그럼 내 발바닥 맛이나 제대로 느껴봐. 260 사이즈의 발바닥이 얼굴을 밟으면 어 기분인지 한번 잘 느껴봐. 이놈아...”사실 이도현도 무식하게 행동하고 싶지 않았지만,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지국 사람들이 정말 매를 버는 것인지 아니면 염국인의 유전자 속에 지국인에 대한 혐오와 증오가 새겨져 있어서 그런 건지 알 수 없었다. 어찌 됐든 그는 매번 지국 사람들을 마주할 때마다 차분함을 유지할 수 없었다.이도현도 처음에는 좋게좋게 말하려고 했지만 정말 참을 수가 없었다.“아... 이 짐승 같은 놈아... 네가 감히... 너를 죽여 버릴 거다... 아... 짐승 같은 놈아... 아...”야나기 고로오는 울부짖으면서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 그는 일어서서 이도현과 싸우려 했지만 비참하게도 자신이 이도현의 발밑에 짓밟혀 아무리 몸부림쳐도 꼼짝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짐승 같은 놈아... 너는 반드시 후회하게 될 거야... 나는 너를 생지옥으로 만들어 줄 거야... 아... 나를
강대한 힘이 순식간에 날라왔고 마치 공기를 얼어버릴 것만 같았다. 이도현은 아무리 해도 더 이상 발을 내릴 수 없었다.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주루 안쪽을 바라보았다.갑자기 튀어나온 힘에 그는 깜짝 놀라 심장이 벌렁이었고 상대를 이길 수 없다는 느낌이 들기까지 했다.‘아직 얼굴을 드러내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런 압도적인 기운이 느껴지다니. 조금 전 이 사람의 내공과 도행이 나보다 한참 위인 게 분명해.’태허산에서 내려온 이후로 이도현은 지금까지 이런 위기감을 느낀 적이 단 두 번밖에 없었다.한 번은 중주왕의 저택 밖에서 제야의 가문 진씨 가문의 장로 네 분에게 습격당했을 때, 그때는 정말 목숨이 위태로웠다. 나머지 한 번이 바로 지금이다. 단지 상대의 기운만으로도 이도현은 깊은 위기감을 느꼈다.“젊은 친구가 왜 이렇게 어린 나이에 벌써 이토록 마음이 독한 거야? 앞으로는 더 무서워지겠네. 감히 내 제자를 죽이려고 들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허공에서 노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목소리는 마치 세상 만물을 꿰뚫어 본 득도한 고인의 목소리 같았고 어떠한 감정도 깃들어 있지 않았다.그의 소리를 듣는 순간, 이도현은 더욱 강한 위기감을 느꼈으며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이는 지난번 진씨 가문의 네 장로에게 공격당했을 때보다 훨씬 더 큰 위기감이었다.이도현은 은신해 있는 강자의 실력이 분명히 자신보다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 지금까지 마주했던 그 어느 고수보다도 훨씬 높은 경지였다.이도현이 현재까지 만났던 최고의 고수는 고작 영급 중기 수준이었다. 음양탑의 힘을 빌렸을 때 그는 그런 고수들을 혼자서도 처단할 수 있었다.나중에 선학신침을 몇 개 더 정제한 후, 그는 아주 쉽게 그들을 처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 은신해 있는 강자는 아무리 음양탑의 힘을 빌린다고 해도 절대 이길 수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이도현은 도망칠 생각을 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의 몸은 강력한 기운에 의해 완전히 제압당했고 도
“이번 일은 그냥 교훈으로 받아들이거라.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듯이 네 그깟 실력으로는 일반적인 고수를 충분히 상대할 수 있지만, 진정한 고수 앞에서는 꿈쩍도 못한다. 지금 당장 나와 함께 돌아가. 그리고 언제 살신일도참과 패도를 깨우치거든 다시 나와서 방탕하게 살든가.”노자는 이도현을 무시한 채 야나기 고로오에게 말했다.야나기 고로오는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고 두려운 눈빛으로 스승을 바라보며 억울함을 토해냈다.“스승님... 죄송합니다. 이 제자가 못나서 스승님의 체면을 구겼습니다.”“창피하다는 것을 알았으면 이제 제대로 무공을 연습해라. 광명왕에게는 내가 알아서 얘기해 줄 테니까 너는 앞으로 수련에만 전념해.”노자가 단호하게 말했다.“네. 스승님.”“그만 물러나라. 스승이 대신 복수해주마. 옆에서 잘 지켜봐.”말을 마친 노자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도현을 다시 한번 노려보았다.“녀석... 스스로 목숨을 거둘래? 아니면 내가 도와줄까?”압도적인 기세가 느껴지는 말투였고 감히 거역할 수 없는 명령이었다.“이 두 가지 제안이 다 싫다면?”이도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노자를 빤히 쳐다보며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하지만 등 뒤에 있는 손은 두 선배에게 빨리 떠나라는 신호를 보냈다.그는 도망갈 시간을 일 분이라도 더 쟁취하고 싶었다. 두 선배만 무사히 빠져나간다면 그는 순조롭게 도망칠 자신이 있었다. 표묘신공에 음양탑의 힘까지 더해진다면 이도현은 싸움에서 이기지 못하더라도 도망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표묘신공이 있는 한 그는 기회만 잘 잡는다면 쉽게 도망칠 수 있으리라 믿었다.“이놈아, 뒤에서 허튼수작 부리지 마라. 난 저 두 계집애를 죽일 생각이 없다. 살려두었다가 이제 내 제자가 수련하면서 욕구를 해소하는 데 쓸 생각이다. 내 패도와 살신일도참은 모두 강렬하고 호전적인 무공이라 수련 과정에 강한 욕구가 생기거든. 이럴 때 여자를 통해 해소하지 않으면 쉽게 사도에 빠져서 안 돼. 마침 저 두 계집애가 엄청 아름답게 생겼네. 내 제자의 욕
그러나 바로 이때 하늘에서 갑자기 빛 한 줄기가 번쩍이었다. 이 빛은 순간 이도현의 앞을 막아섰고, 노자의 압도적인 기세도 막아버렸다.곧이어 벚꽃루 밖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야 족제비. 이 매국노야. 왜 네 집에 얌전히 처박혀 있지 않고 여기 와서 내 제자를 괴롭히는 거야? 죽고 싶어? 이 배신자, 나라를 팔아먹고 조상까지 팔아먹은 짐승보다 못한 놈아. 네가 감히 내 제자를 협박해?”모든 사람이 이 강렬한 목소리에 다시 한번 충격을 받았다.조금 전의 노자도 이미 충분히 대단했다. 그는 강력한 기세만으로도 사람을 무릎 꿇게 만들 수 있었다.그런데 그런 사람이 또 한 명 나타났고 심지어 입을 열자마자 노자를 ‘매국노’, ‘배신자’, ‘나라를 팔아먹은 놈’, ‘조상을 팔아먹은 놈’, ‘짐승보다 못한 놈’이라고 욕했다. 이 오만한 말투만으로 사람들은 목소리의 주인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예상할 수 있었다.사람들의 놀라운 눈빛 속에서 옷차림이 지저분한 노도사 한 분이 헌 신짝을 신고 이도현이 망가뜨린 대문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이 노도사의 첫인상은 지저분하고 더러웠다. 거지꼴이라고 하기에도 거지들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정도였다.이도현은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노도사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생각했다.‘누구시지? 조금 전 말투로 봐선 나의 스승님인 것 같은데 이런 차림이라니... 설마.’이도현의 스승은 평소에 아무리 지저분해도 사람 구실을 했지만 눈앞의 이 노도자는 정말 눈 뜨고 봐주기 힘들 정도로 지저분했다.이도현이 당황하는 사이, 윤선아는 눈을 부릅뜨고 노도사를 바라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사조님... 아... 아직 살아 계셨습니까?”윤선아는 너무 놀라서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자신의 사조님이, 태허산의 전전대 장문인이 아직 살아있다니.윤선아는 아주 어릴 때 사조님을 한 번 본 적이 있고 그 후로 더는 본 적이 없었다. 그녀의 스승인 태허노도는 사조님이 이미 세상을 떠났을 거라고 했다.그런데 이렇게 눈앞에 불쑥 나타나니 윤선아는 놀라움을 감출
“이 매국노야, 죽고 싶은 게로구나. 지금 당장 너를 죽도록 두들겨 패줄까?”노도사는 이도현의 말을 듣자마자 버럭 화를 내며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그의 몸에서 보이지 않는 힘이 폭발하더니 바로 이도현의 몸을 풀어주었다.“제자 이도현이 사조님께 인사드립니다.”이도현은 무릎을 꿇고 인사를 드렸다.“하하하. 좋아. 너 이 녀석 참 좋아. 나도 너의 사적에 대해 어느 정도 들은 게 있어. 아주 대단하더구나. 너는 너의 게으르고 겁 많은 스승 그리고 나보다 훨씬 낫다. 듣는 말에 의하면 네가 동방의 고전 무술 왕족을 완전히 제압했고, 외국의 잡종들도 싹 해치웠다고 하더라고. 그리고 고무계의 거만한 놈들도 다 네가 혼쭐을 내줬다고 하지? 정말 멋지다.”“손제자야, 넌 정말 대단해. 아주 멋진 일을 해냈고 내가 감히 하지 못했던 일까지도 해냈어. 정말 기특하구나...”노도사는 흥분한 나머지 말을 가리지 않고 막 했다.“사조님...”이도현은 당황스러워서 몸 둘 바를 몰랐다.연세 가득한 사조님의 입에서 거친 말들이 연달아 나오니 순간 양아치 느낌이 물씬 풍겼다.“다른 건 다 둘째 치고 넌 정말 대단해. 우리 태허산의 위상을 제대로 높여줬어. 30살도 안 되는 나이에 이미 천하무적이라니. 넌 천하의 무사들을 감히 고개도 못 들게 만들었어. 아주 대단해. 게다가 지국의 황제를 죽이고 그 개 같은 지선산도 없애버렸다고 들었어. 넌 정말 영웅이야.”“너의 스승은 실력이 별로지만 제자를 받고 가르치는 실력 하나는 인정해 줘야 한다니까. 여제자도 하나같이 실력이 뛰어나고 네 이 후계자도 아주 잘 골랐어. 너의 스승은 이제 죽어서 태허산의 조상들을 당당히 볼 수 있겠어. 우리 착한 손제자야, 넌 정말 대단해.”노도사는 이도현을 바라보며 매우 만족스러워했다.“사조님...”사조님의 칭찬에 이도현은 몸 둘 바를 몰랐다.네 사람은 이렇게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그들은 주변 사람들을 완전히 무시한 채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다른 사람들은
그는 몇십 년 전의 일을 뚜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노도사와 싸웠을 때, 그는 거의 죽을 뻔했다.복수를 위해 그는 염국을 떠나 손바닥만 한 지국에 가서 스승을 찾고 무술을 배웠다.지국의 고수에게 성의를 보여주기 위해 그는 염국의 수많은 무공과 여러 파벌의 약점을 모두 지국의 고수에게 알려주었다.이것이 바로 지저분한 노도사가 그를 보자마자 ‘매국노’라고 불렀던 이유였다. 그는 개인의 이익을 위해 염국의 무림계를 팔아넘긴 것이었다.하지만 그는 염국의 무림계를 팔아먹은 대가로 정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었다. 그는 지국에서 살신일도참과 패도라는 두 가지 절묘한 기술을 비롯해 많은 훌륭한 무공을 배웠다.그는 비록 인품이 형편없었지만, 재능만큼은 정말 뛰어났다. 단 3년 만에 지국의 이 두 가지 절묘한 기술을 완전히 습득했고 스승을 능가하는 경지에 이르렀다.살신일도참과 패도를 마스터한 후 그는 즉시 자신의 스승에게 도전장을 내밀었고 도전 과정에 아이러니하게도 이 두 기술로 스승을 죽이고 말았다.정말 잔인한 사람이었다.염국으로 돌아온 후 그는 제일 먼저 노도사를 찾아가 복수했다.그러나 노도사와 다시 맞붙은 결과 그는 안타깝게도 노도사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지국에서 강한 기술을 배웠다고 자신만만하던 그는 여전히 노도사를 이길 수 없었다.비록 이전보다는 오래 버텼지만 결국에는 또 비참하게 패배하고 말았다.그때 노도사가 살생을 꺼리지 않았더라면 그는 이미 이 세상에 없었을 것이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수십 년 동안 은둔 생활을 해야 했고 하마터면 우울증에 걸릴 뻔했다. 어느날 그는 계속 이렇게 숨어서 살아가는 것도 답이 아니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이렇게 주구장창 동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 사람과 어울리며 살아가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하지만 세상 밖으로 나오면 또다시 노도사를 만날까 봐 겁이 나서 결국 천사국으로 왔던 것이다.노도사와 마주칠 걱정이 없는 이곳에서 그는 드디어 안락한 삶을 살 수 있었다.그는 천사국에서 그야말로 부귀
그러나 오늘 이렇게 까다로운 상대를 만나 큰 망신을 당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이 녀석... 우리가 누구인지 알기나 하고 까부는 거냐?”“이놈, 너 죽었어. 네가 오늘 우리를 건드린 것은 성역 전체를 건드린 것이나 다름없다. 넌 앞으로 평생 추격당할 것이다.”“이 빌어먹을 자식, 너 오늘 죽었어. 감히 우리를 건드려? 딱 기다리고 있어.”“우리는 성역의 가장 강력한 일곱 세력에서 결계의 문을 지키라고 파견된 자들이다. 방금 네가 죽인 사람은 주작제국의 수호자이고, 대진제국의 어전 호위무사는 생사를 알 수 없어. 우리 또한 모두 네 손에 다쳤고. 네놈은 이제 끝이다.”노자들은 분노에 찬 얼굴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그들은 이도현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살기 위해 자신의 뒤에 있는 세력을 내세울 수밖에 없었다.마치 어린아이들이 싸움에서 지면 부모를 거들먹거리며 으름장을 놓는 모습 같았다.“지금 나를 협박하겠다는 것이냐?”이도현이 냉랭하게 말했다.“이건 협박이 아니라 사실이다. 이 결계는 성역의 가장 강력한 일곱 세력에서 함께 지키고 있는 곳이다. 우리 일곱 명이 각자 한 세력을 대표한다. 성역의 가장 강력한 일곱 세력은 4대 제국과 3대 종파로 이루어졌다.”“네가 지금 하는 행동은 성역의 가장 강력한 일곱 세력을 도발한 것과 다름없다. 그러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아?”“이놈, 우리는 네가 강하고 재능이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를 건드리면 하나님이 와도 널 구해줄 수 없다.”“이놈아, 너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지금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하라. 마음 깊이 잘못을 인정하고 스스로 무공을 폐하면 우리가 기분 좋게 너의 목숨을 살려둘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성역의 7대 최강 세력에서 너에게 본때를 보여줄 것이다.”“그때가 되면 너 혼자 죽는 것이 아니라 너와 관련된 모든 사람이 죽는다.”“이 녀석아, 넌 우리를 때렸지만, 성역의 7대 세력을 때린 것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된 이상 너와
“아...”누군가 비명을 질렀다.“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이 녀석 왜 이리 강해...”“이 녀석 도대체 무슨 경지이길래 이렇게 무서운 거야...”“어쩌죠? 우리가 힘을 합쳐도 저놈을 이길 수 없을 것 같아요...”“설마 어느 강대한 종파에서 매장당했던 제자인 걸까요...”“하지만 분명 서른 살도 채 안 되어 보여요. 저렇게 젊은 녀석이 강한 종파의 제자일 리가 없어요...”“혹시 빙의 당한 거 아니겠죠...”다섯 명은 고통을 참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 이도현에게 발로 차이거나 주먹으로 맞은 노자들은 오장육부가 욱신거렸고, 뼈가 부러질 것만 같았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들은 이도현의 강대한 실력에 경악하며 통증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그들도 강자들을 많이 봐왔다. 회도경지, 도급경지, 심지어 큰 종파의 고인물도 본 적이 있다. 무릎 꿇고 인사해야 하는 그런 인물들 말이다.그들은 이런 사람들이 왜 강대한지 이해할 수 있었다. 어쨌든 수많은 세월을 살아왔으니 강대할 법도 했다.그러나 이도현처럼 서른 살도 채 안 되는 나이에 이런 무서운 경지에 도달한 고수는 정말 본 적이 없었다.“이건 경고에 불과하다. 죽고 싶지 않다면 당장 비켜라. 난 너희를 죽이고 싶지 않다.”노자들이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세우려고 할 때 이도현이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다.“너...”그들은 마음속에 분노가 가득 찼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그들은 이곳을 지키기 위해 파견된 자들로써 여기에서 황제처럼 군림하며 살았고 아주 긴 세월 동안 아무도 그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과거 그들에게 시비를 걸었던 자들은 하나같이 불행을 당했다.이곳에서 그들은 문신과 같은 존재였다. 그들 뒤에 있는 문으로 들어가 결계를 통과해 성역으로 들어가려면 반드시 그들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수년 동안, 수많은 사람이 각종 방법을 써가며 그 문을 넘으려고 했다. 미녀로 유혹하거나 수련 자원으로 매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관계를 써서 들어가려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막무가내로
그들은 이도현이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는 것도 깨달았다.이도현이 처음 나타났을 때, 그들은 이도현의 몸에서 아무런 기운도 느끼지 못했고 진원의 파동도 감지하지 못했다.따라서 그들은 이도현을 수련한 적이 없는 일반인이라 여겼다. 그저 조금 전의 사내에게 속아 이곳까지 왔고, 그를 이용해 성역으로 통하는 결계를 넘어가려고 하는 줄 알았다.이도현이 단 한 방으로 대진제국의 어전 호위무사를 쓰러뜨렸을 때, 그들은 비로소 이도현이 무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하지만 자신이 헛것을 본 줄 알고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찌 됐든 이도현은 겨우 삼십 살도 안 되는 청년이었기 때문이다.그들은 이 나이의 무사가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같은 세대의 사람보다 강할 뿐 자신들의 상대가 안 될 거라고 생각했다.수백 년 동안 수련해온 그들은 자신의 강력한 내공이 시간을 들여야만 얻을 수 있는 결과라고 믿었다. ‘천재라 해도 내공이 하루아침에 폭증할 리가 없어. 천재는 일반인보다 수련 속도가 빠를 뿐, 무제한으로 강해지는 것도 아니잖아.’그들은 이렇게 생각했기에 이도현을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조금 전, 이도현이 단 한 방으로 자신의 동료를 죽인 것을 본 후에야 그들은 비로소 눈앞의 상대가 만만찮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같이... 저놈을 죽입시다...”한 노자가 큰소리로 외치며 가장 먼저 달려들었다. 그도 주먹을 사용했다. 순간, 검은빛이 주먹을 감쌌고 거대한 늑대 머리가 그의 주먹에서 튀어나와 사납게 이도현을 향해 돌진했다.한 명이 나서자 나머지 네 명도 즉시 공격에 가담했다. 맨손으로 달려드는 자도 있었고, 무기를 사용하는 자도 있었다. 어쨌든 이 시각, 그들은 각자의 필살기를 모두 꺼내 이도현을 죽이려 했다.하지만 이도현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이곳에 도착한 순간 이미 모든 사람의 실력을 보아냈다.성역의 결계를 지키는 일곱 명의 무사는 모두 영급 경지밖에 안 되었다.조금 전 이도현이 한 방으로 죽인 노자와 바닥에 쓰러져 죽은 척하고 있는 어전 호위
이도현은 냉랭하게 이 모든 광경을 바라보았다. 여섯 명의 노자는 이도현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가 보는 앞에서 대놓고 논의했다.하여 이도현은 결국 화가 치밀어 올랐다. 노자들은 그를 무시하다 못해 하나의 장난감으로 여기며 심지어 돌아가면서 가지고 놀겠다고 했다.한 사람이 다 놀면 다음 사람에게 넘기겠다는 식으로 말이다.이도현은 그들의 대화에서 큰 모욕감을 느껴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함께 덤벼라.”이도현이 차갑게 말했다.하지만 이 말을 꺼내자마자 이도현은 어딘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노자들이 자신을 어떻게 가지고 놀지에 대한 의논에 응답해버린 것이었다.참으로 멍청한 짓이었다.“이 늙은이들,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이도현은 고함을 지르며 곧바로 달려들었다.참 기막힌 하루였다. 조금 전에는 여자처럼 칭얼대는 사내를 만났고 이제는 이렇게 오만하고 멍청한 노자들을 만났으니 말이다.안 그래도 그 사내 때문에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는데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노자 여섯 명까지 만나니 이도현은 더 이상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이도현이 가까스로 억누르던 분노가 결국 폭발했다.이도현은 으르렁거리며 제자리에서 사라졌고 눈 깜짝할 사이에 여섯 노자 앞에 나타났다.“이 녀석, 죽으려고...”노자는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크게 소리쳤다.그들은 이도현이 어떻게 눈앞에 나타났는지조차 보지 못했다. 그리고 이도현의 속도에 깜짝 놀랐다.하지만 노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도현은 주먹을 날려 노자의 가슴을 쳤다.쾅.굉음과 함께 거대한 주먹이 노자의 가슴에 정확히 맞았고, 이도현의 주먹에서 푸른 용의 허영이 튀어나와 노자의 가슴을 관통했다.펑.둔탁한 소리가 들리더니 노자의 몸이 피안개로 되어 사람들 무리에서 퍼져 없어졌다.한 방. 겨우 한 방으로 조금 전까지 누가 먼저 이도현을 상대할 것인지 논의하던 노자가 시체도 남기지 않은 채 사라졌다.이도현의 이 한 방에 오만하던 다른 노인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들은 그제야 이
연기 속에서 이도현의 조롱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전까지 잘난 체하던 어전 호위무사는 표정이 확 변하더니 마치 귀신이라도 본 듯한 얼굴로 앞을 바라보며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어전 호위무사는 두려움에 가득 찬 눈빛으로 앞을 바라보았고, 앞쪽의 먼지가 서서히 걷히더니 이도현의 모습이 점차 드러났다.이도현은 한 올의 상처도 없이 제자리에 멀쩡히 서 있었다. 그리고 그가 밟고 있던 땅도 무사했다. 마치 어전 호위무사의 방금 한 방이 이도현이 서 있던 곳만 교묘하게 피해간 것처럼 보였다.“너... 왜... 멀쩡해? 말도 안 돼... 이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방금 그 검기는 회도경지에 이른 고수도 감히 버티지 못하는데 네가 어떻게... 말도 안 돼. 믿을 수 없어...”어전 호위무사는 귀신이라도 본 듯한 얼굴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눈앞에 벌어진 일을 믿을 수 없었다.“실력도 없으면서 말이 참 많아. 넌 이미 날 두 번이나 공격했으니 이제 내 차례다.”이도현은 차갑게 말하며 순식간에 어전 호위무사 앞에 나타나 상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주먹을 날렸다.쿵.뼈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어전 호위무사는 비명을 지르며 날려 나가더니 그들이 지키던 커다란 돌문에 부딪혀 땅에 떨어졌다.펑.튼튼한 몸이 땅에 거세게 떨어져 먼지를 일으켰다. 어전 호위무사는 죽은 것처럼 땅에 쓰러져 오랫동안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대단한 녀석이네. 역시 제법 실력이 있군. 하지만 이렇게 쉽게 저 친구를 쓰러뜨리다니, 우리를 너무 얕잡아본 게 아니냐?”목소리와 함께 양쪽의 방에서 대여섯 명의 노자가 나타나 이도현의 앞을 가로막았다.“이 녀석, 정말 오만하구나. 이곳에 함부로 쳐들어온 것도 모자라 대진제국의 수호자까지 다치게 하다니. 너 때문에 우리가 너무 우스워졌잖아. 그러니 널 죽여야겠다. 알겠냐?”한 노자가 거만하게 말했다.“뭔 말이 그렇게 많아요. 그냥 죽이고 얼른 저 녀석을 구합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도 무사하지 못할 수 있어요.”“맞아요. 윗사람들이
어전 호위무사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았다. 이도현이 그의 직업을 무시한 것은 그에게 있어 가장 큰 모욕이었다.그는 어전 호위무사 중에서도 대진제국 황제 앞에서 검을 차고 서 있는 호위무사였다.그런데 그의 그 검, 40미터 길이의 거대한 검이 이도현에 의해 맨손으로 부수어졌으니 호위무사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맨손이 아니라 주먹으로 부수었더라도 호위무사가 이렇게까지 화내지 않았을 것이다.이는 그를 존중하지 않을뿐더러 그의 직업까지 모욕한 것이나 다름없다.잔뜩 화가 난 어전 호위무사는 몸에서 강력한 기운을 내뿜으며 전신의 힘을 검에 주입하고는 다시 이도현을 향해 내리쳤다.“죽어라...”거대한 검기는 이전보다 몇 배나 더 강력했고 수십 미터 길이의 검기는 하늘과 땅을 갈라버릴 듯한 기세로 떨어졌다.그러나 이처럼 강력한 공격에도 이도현은 여전히 꿈쩍하지 않고 제자리에 서서 검기가 떨어지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의 실력 차이는 천지 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컸다.영급 경지의 어전 호위무사는 현재의 이도현에게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했다.이도현은 나중에 찾은 두 개의 선학신침을 제련하기 전에도 이미 음양탑의 힘으로 회도경지에 이른 고수를 거뜬히 죽일 수 있었다.그리고 두 개의 선학신침을 제련하고, 담약의 효과에 이어 용주과의 500년 원력까지 얻었으니, 지금의 이도현은 전에 천사국에서 만났던 고수 족제비마저 가볍게 죽일 수 있었다.영급 경지의 무사 따위, 지금의 이도현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보잘것없었다.이도현은 전보다 더욱 지나치게 행동했다. 전에는 적어도 손을 들어 검을 막았지만, 이번에는 어전 호위무사가 내려친 거대한 검을 보고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마치 겁에 질려 멍하니 서서 검기가 떨어지길 기다리는 것 같았다.꽝.굉음이 들리더니 이도현이 서 있던 곳은 거대한 검기에 의해 사방으로 갈라졌고, 지면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깊고 긴 구멍이 생겼다. 그 구멍은 이도현의 뒤로 수백 미터 밖까지 이어졌다.삽시에 현장은 모래바람이 날려 아무것
“어서 가요. 성역에 데려다주겠다고 했던 말 꼭 지킬게요. 우리가 처음 만났던 곳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제가 다음엔 꼭 성역에 데려다줄게요.”“동생을... 못 믿겠어... 어떻게 날 속일 수 있어... 정말 나빴어... 동생이 미워...”동백은 아주 억울한 표정으로 이도현을 한번 쳐다보고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울면서 달아났다.이도현은 동백의 반응에 소름이 끼쳤다.‘뭔 남자가 저래... 왜 응석을 부리고 난리야... 이름도 하필 동백이고...’방금 동백은 마치 남자에게 배신당한 여자처럼 행동했다. 하지만 이런 행동을 남자가 하니, 이도현은 속이 울렁거렸다.“젠장... 꼴 보기 싫어서 못 봐주겠네. 자네가 싫든 말든 나랑 뭔 상관이야.”이도현은 기분이 몹시 언짢았다. 그는 문지해보다 훨씬 더 역겨웠다.“뭐야? 어디서 굴러온 놈인데 저렇게 행동하는 거야? 남자면 남자답게 행동해야지.”어전 호위무사는 울며 달아나는 사내를 바라보며 참지 못하고 말했다.“그쪽이랑 친한 사이야?”어전 호위무사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물었다.“아니, 전혀. 그런 사이 아니야. 함부로 말하지 마.”어전 호위무사가 툭 던진 말에 이도현은 화들짝 놀라며 급히 부정했다.‘날 엿 먹이는 거야 뭐야.’이도현은 이런 사람이랑 친하게 지낼 리가 없었다.“아까 친하게 부르던데.”어전 호위무사는 이도현의 말을 믿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관심 꺼. 난 성역에 들어갈 건데 들여보낼 거야 말 거야?”이도현은 황급히 화제를 돌렸다.“흥. 이 녀석, 결계를 통과해 성역에 들어가고 싶으면 그만한 실력을 보여줘. 넷째 황자를 건드린 네 놈의 앞날이 벌써 보인다. 네가 얼마나 대단한지 한번 보자. 덤벼라...”말을 마친 어전 호위무사는 허리춤에서 보검을 뽑아 단번에 이도현을 향해 내려쳤다.순간 수십 미터 길이의 검이 이도현을 향해 날아갔다.이 상황에서 이도현은 서둘러 맞서 싸우지도 검을 꺼내 막지도 않았다. 그저 제자리에 서서 40미터 길이의 긴 검이 자신
사내는 온몸을 덜덜 떨면서 믿기지 않는 듯한 눈빛으로 이도현을 쳐다보았다. 이 모든 것이 꿈이길 바라면서 볼을 꼬집었지만 조금 전에 들은 것은 전부 사실이었다.사내는 성역에 들어가서 어떻게 단련하고 어떻게 체력을 기를지 계획했었다. 실력을 제고하고 금의환향하면 이웃들이 아주 부러워할 것이다.사내는 앞으로 꽃길만 걷게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젊은 아버지의 힘을 빌려서 사업을 한다면 언젠가는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다고 여겼다.사내의 이름은 동백이었다. 사내의 아버지가 지어준 예쁜 이름이었다.그러나 지금 모든 것이 수포가 되었다. 동백이 아버지라고 부르며 아첨했지만 눈앞에 서 있는 이 젊은이는 초대받은 귀한 손님이 아니라 대진제국과 천현문의 원수였다.동백은 다리에 힘이 풀려서 주저앉고 말았다. 괜히 아버지라고 부르면서 따라다니다가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상상만으로도 행복했던 미래가 암흑으로 뒤덮였다.“아버지, 정말 대진제국의 손님이 아니었단 말이에요? 나를 속인 거예요?”동백은 울먹이면서 물었다. 입을 열자마자 어깨가 들썩이면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렸다.남자가 바람난 모습을 목격한 여자처럼 온몸을 떨면서 슬프게 울었다.“나는 내가 대진제국과 천현문에서 초대한 손님이라고 말한 적 없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당신 혼자 제멋대로 생각하고 따라온 거잖아요. 나는 초대받은 것이 아니라 사람을 죽이러 가는 거예요. 무슨 상황인지 알겠어요?”이도현이 차분하게 말했다. 그는 점점 일그러지는 동백의 표정을 보면서 통쾌해했다. 나이가 많은 남자가 자신을 아버지라고 부를 때부터 언짢았던 것이다.“아, 아니에요. 아버지, 지금 나를 놀리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죠? 나한테 장난친 거라고 당장 말해요. 아무리 나를 놀리고 싶었다고 해도 장난이 너무 심하잖아요.”동백은 이도현의 말을 믿고 싶지 않았다.“장난이 아니라 사실이에요. 만약 같이 성역에 들어가고 싶다면 말리지 않을게요. 하지만 들어간 후에 알아서 하세요. 나는 사람을 죽이러 가는 거라서
멍청한 사내를 자식으로 둔 부모가 불쌍하다고 생각되었다.“네 아버지가 사람이라고? 어디 보자. 네 아버지가 진짜 사람인지 아닌지 봐야겠어.”사내의 말에 웃음을 터뜨린 한 사람이 걸어 나오면서 말했다. 흉악하게 생긴 그 중년 남자는 덩치가 컸고 언뜻 보면 백정 같았다. 그 남자의 몸에서 강렬한 기운이 흘러나왔다.이도현은 그 남자가 영급 강자라는 것을 단번에 눈치챘다. 영급 강자라면 고무계에서 일교의 교주이거나 고수들을 지휘하는 강자일 것이다.그러나 이곳에서 영급 강자는 문지기에 불과했다.“네 아버지가 어디에 있는지 말해보거라. 진짜 사람인지 아닌지 두 눈으로 확인할 테니 당장 내 앞에 데려와. 어떤 놈인지 궁금해지는구나. 만약 거짓말이라면 네 놈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중년 남자가 사내를 쳐다보면서 피식 웃었다.“대인, 이분이 바로 저의 아버지예요. 대진제국과 천현문에서 성역으로 초대한 귀한 손님이라고요. 워낙 중요한 일이라서 이렇게 부탁드리는 거예요. 저희가 지나갈 수 있게 해주세요.”사내는 겉보기에 멍청한 것 같아도 상대를 협박할 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대진제국과 천현문을 들먹였다는 건 사내한테 뒷배가 있으니 똑똑하게 처사하라고 경고하는 것과 같았다.“대진제국에서 초대한 손님이라면 내가 모를 리 없어. 손님이 이 결계를 넘지 못할까 봐 미리 나 같은 어전 호위무사한테 알려줬을 거란 말이야. 손님한테 밉보이면 안 되니까 며칠 전에 알려주면서 깍듯이 대하라고 했을 텐데... 오늘 손님이 온다는 소식은 없었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중년 남자는 씩 웃으며 이도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대진제국의 귀한 손님이라... 네 이름이 무엇인지 말해 봐.”중년 남자가 이도현을 향해 물었다.이도현은 눈앞에 서 있는 남자가 대진제국의 어전 호위무사일 줄 꿈에도 몰랐다. 비록 호위무사가 이곳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맡고 있는지 몰랐지만 결국 별 볼 일 없는 놈이라는 뜻이었다.아무리 덩치가 크고 강한 기운이 느껴져도 두렵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