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인은 바로 비행기에서 이도현과 서로 오해가 있었던 한지음과 이설희다.한지음은 이도현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우리 또 보네요. 비행기 내리고 그렇게 가버리시더니, 힘들게 찾았어요.”이도현이 대답을 하기도 전에 서북후 이 장군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한지음, 다른 사람이 그녀의 신분을 모를지라도, 서북후는 똑똑히 알고 있다.하지만 그런 신분을 가진 한지음이 이도현과 서로 아는 사이라니, 서북후가 알기론 이도현은 그저 과거 강씨 가문의 개보다 못한 데릴사위였을 뿐이다.이런 쓰레기 같은 인생을 사는 사람이 어떻게 한지음같은 인물을 알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한지음은 이도현에게 정중한 말투로 인사를 건넸다.이도현은 조금 어이없다는 듯이 두 여자를 바라봤다.‘왜 하필 지금 온 거지? 시간 하나 기막히게 골랐네. 하필 내가 포위됐을 때, 하필 이 밤에. 이 늦은 밤에 두 여자가 말이야, 집에서 잠이나 잘 것이지 겁도 없이 날 찾아와? 뭐 하려는 짓이야......설마 또 발병한 거야?’“두 여성분이 이 늦은 밤에 여기까지 웬일이죠?”“제 목숨을 구해주셨는데 고맙다는 인사도 못 했어요. 여기 계신 걸 알았으니 당연히 인사드리러 와야죠.”한지음은 이도현을 향해 방긋 웃었다. 어둠 속에서 이도현은 마른침을 삼키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서북후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미간을 찌푸린 채 입을 열었다.“한지음 씨, 이 자식 알아요?”“삼촌, 오랜만이네요. 전보다 더 위엄있어 보여요. 염경에서도 서북후라는 이름이 들리던데요?”“과찬입니다, 한지음 씨.”서북후 이 장군은 한지음 앞에서 놀라울 정도로 공손했다.“삼촌의 실력을 누가 몰라요?근데 이 폐허까진 어쩐 일로 오셨어요? 사람도 많이 대동했네요? 어우, 살벌해. 삼촌 설마 이도현 씨와 오해라도 생겼어요?”한지음은 예쁜 눈을 크게 뜨며 호기심에 가득한 말투로 물었다.바닥에 시신이 널브러져 있는 처참한 광경이, 그녀 눈에는 오해일 뿐이었다.“한지음 씨가 모르는 게 있어요. 이 건
“감히 우리 장군님한테 이딴 식으로 말해?”서북후 곁에 있던 여자가 불쑥 입을 열었다.“닥쳐!”서북후가 여자를 훈계했다.“감히 한지음 씨에게 무례하게 굴다니.”이내 그는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한지음 씨, 한지음 씨의 생명의 은인을 놓아주지 않는 게 아니라요, 이 자식이 제 구역에서 제 고수들을 죽였어요. 서북을 책임진 사람으로서 어떻게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있겠어요.”한지음의 귀엽던 얼굴은 어느새 쌀쌀하게 변했다.“이도현 씨는 제 생명의 은인이죠. 그런데 삼촌이 굳이 이렇게 나오신다면...... 우리 아빠 체면이 말이 아니네요.”“제가 어찌 감히! 부디 제 어려움을 이해해 주시길 바라요. 살인자를 내버려 둔다면 서북은 점점 더 혼란에 빠질 거예요.어르신의 체면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대국을 위해서 내린 결정이니 어르신도 이해해 주실 거라고 믿어요.”서북후는 미소 속에 칼날을 숨긴 채 해명했다.두 사람의 대화 속에서, 옆에 있던 이도현은 한지음의 신분이 보통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하지만 그는 여자의 도움이 하나도 필요 없다.고작 서북후 따위가, 그리고 한 무리의 잔챙이들은 절대 이도현의 앞길을 막을 수 없다.“흥! 웃기시네. 내가 가겠다는데, 고작 당신들 따위가 날 막을 수 있겠어?더 많은 사람을 죽이기 싫어서 잠시 당신들을 살려두지만, 언제까지 살려둘지는 나도 장담 못 해. 한지음 씨의 체면을 봐서 다시 한번 묻는다. 꺼질래, 안 꺼질래?”이도현이 쌀쌀맞게 말했다.그 말에 서북후는 사나운 웃음을 짓더니 언성을 높이며 대답했다.“네 이놈! 넌 오늘 그 건방짐의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 거야. 아주 고통스럽게 죽여줄 것이다!”“죽고 싶다면 원하는 대로 해주지.”말을 끝낸 이도현은 도깨비처럼 빠른 속도로 서북후의 면전까지 다가와 그의 목을 조른 채 허공으로 들어 올렸다.순간,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장군님 내려놔! 아니면 당장 죽여버릴 거야!”“장군님 내려놔......”서북후 산하의
“그쪽은?”“하하하! 자식, 난 네 여덟째 선배야. 어서 예의를 차리지 않는다면 빵댕이를 찰싹 때려줄 거야.”여자는 활짝 웃으며 엉큼한 말을 내뱉었다.그 말에 이도현은 입을 삐죽였다.‘보아하니 또 엉큼한 여자네. 어떻게 빵댕이를 함부로 입에 올려. 예쁜 여자들 하나같이 다들 왜 이래? 힙이라고 하면 될걸.’하지만 이도현은 이미 눈앞의 여자가 바로 그의 여덟째 선배라는 걸 확신했다.다른 이유는 없다. 엉큼한 스승이 가르친 제자가 엉큼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하도 내가 지조가 있으니 말이지, 아니면 똑같이 물들었을걸.’이건 태허노도를 욕보이는 말이 아니라 증거도 있는 사실이다.몇 년 전 이도현은 태허노도가 사는 동굴에 갔다가 의도치 않게 뻘겋게 얼굴이 달아올라 숨을 헐떡이는 태허노도를 발견했다.이도현은 이 늙인이가 혹시라도 죽을까 봐 걱정되는 마음에 달려갔지만, 이내 두 사람은 서로 난처한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태허노도는 몸이 편찮은 것이 아니라 등초스님이라는 책을 보고 있었다. 적당히 일러스트가 있는 그런 책이다.이도현은 그 생동감이 넘치는 그림을 보며 난처함이 극치로 도달했다.게다가 태허노도는 뻔뻔스럽게 그에게 음양 교태의 비밀을 연구하고 있으며 이름하여 남녀의 삼십육묘기라고 했다.터허노도는 새빨간 거짓말을 했다. 이도현은 척추를 잃었지, 눈을 잃은 게 아니다.그 책은 등초스님이 아닌 등채스님이었다.이도현이 아무리 고문을 모른대도 그 몇 글자는 똑똑히 알아봤다.하지만 태허노도의 뻔뻔한 태도에 이도현은 마치 자기가 큰 잘못을 저지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정말 그 말이 맞았다. 내가 창피함을 모르면, 상대방이 대신 창피하다는 말.태허노도의 응큼함과 눈앞에 서 있는 이 여자의 엉큼한 단어를 연결해 보니 빼박이다. 역시 그 스승에 그 제자.“여덟째 선배? 여긴 어떻게 왔어요?”이도현은 어이가 없었다.“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영감탱이한테서 소식 들었어. 내 후배가 완성으로 내려왔으니 많이 도우라고. 내 도움이 아주 많이 필요할
신연주는 염국에서 전설과도 같은 존재였다. 염국의 고위관료이자 권력의 중심에 있는 여자였기에 무림고수 중에 그녀를 모르는 이는 없었다.다른 건 다 제쳐두더라도 황성의 한씨 가문은 몇 년 전까지는 권력과는 거리가 있는 돈 좀 있는 사업가 가문이었다. 그런데 이 여자가 한씨 가문에 손길을 내밀면서 한씨 가문은 수많은 권력을 손에 쥐게 되었고 서북후 같은 권력자도 그 가문 사람들은 함부로 무시하지 못할 정도에 이르렀다.상류사회 사람들은 신연주는 본인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녀가 가진 신분이나 배경이 만만치 않을 거라고 추측하고 있었다. 소문에 그녀가 염국의 여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얘기도 있었다.그녀는 아름다운 외모와 혜안,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잔인한 성격까지 갖춘 사람이었다.“신연주가 이 자식의 선배라고?”서북후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어쩐지 기고만장하더라니, 감히 서북에서 소란이란 소란은 다 일으키고 말이에요! 등 뒤에 신연주가 떡하니 버티고 있었던 거로군요.”서북후의 또다른 부하가 중얼거렸다.“군위님, 이번 일은 쉽지 않겠어요!”“흥! 배후에 누가 있든 오늘 아무도 이 자식을 못 데려가!”서북후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신연주가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지금 뭐라고 했어?”서북후는 신연주의 기습 질문에 몹시 당황했다. 그녀의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차가운 카리스마에 완전히 압도당한 그는 고개를 푹 떨어뜨렸다. 아주 작게 자기들끼리만 들리게 말했는데 도대체 저 여자는 어떻게 들었을까?잠시 고민을 거듭한 서북후 이 장군은 긴 한숨을 토하며 입을 열었다.“거기 아가씨, 아가씨는 돌아가도 좋지만, 저 녀석은 두고 가세요. 아가씨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서북에서 살인사건을 저지르고 다닌 놈인데 이대로 돌려보낼 수는 없습니다!”서북후는 부하들 앞에서 체면을 세우기 위해 억지로 정신을 가다듬고 또박또박 말했다. 신연주가 자신의 말을 알아듣기를 속으로 기도하며.하지만 그 말을 그대로 들을 신연주가 아니었다. 그의
털썩!서북후가 쓰러지는 소리에 현장이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경악한 표정으로 바닥에 널브러진 시체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서북후가 죽었어!”서북 지역의 왕으로 군림하며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던 이 장군이 한 여자의 손에 반항 한번 못해보고 죽었다.“선배님, 이건 좀….”이도현마저 말을 잇지 못했다.무슨 여자가 이렇게 살벌하담?그 역시 서북후를 죽일 실력은 충분하지만, 병권을 장악한 자를 잘못 건드렸다가 나중에 귀찮은 일이 생길까 봐 참고 또 참았는데!이 변태 같은 선배는 칼을 빼드는데 전혀 주저함이 없었다.신연주는 담담한 표정으로 손을 훌훌 털고는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했다. “가자! 이제 널 막을 사람은 아무도 없어! 서북후? 그게 뭔데? 자기가 무슨 큰 벼슬이나 되는 줄 아나 본데 벌레만도 못한 자식이야. 내 후배를 건드리는 녀석들은 다 내 손에 죽어!”“형님!”슬픔에 찬 비명소리와 함께 사람들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서북을 지탱하고 있던 기둥이 무너진 것이다.슬픔에 차 분노의 고함을 지르고 있는 남자는 서북후의 동생 이유진이었다.그는 그렇게 믿었던 형님이 이렇게 쉽게 살해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것도 서북 신군이 있는 자리에서 살해를 당한 상황.“미친년! 죽여 버리겠어!”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이유진은 검을 빼들고 신연주를 향해 달려들었다.“감히 내 선배에게 칼을 겨눠? 죽고 싶구나!”이도현의 눈빛도 싸늘하게 빛나더니 번쩍이는 은침을 빼들었다. 두 갈래의 은침은 공중을 날아 이유진의 두 눈을 관통했다. 눈동자가 터지며 이유진은 비명 한번 지르지 못한 채,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이도현의 실력은 막강했다. 이유진 같은 자를 제거하는 건 바닥을 기어다니는 벌레를 밟아죽이는 것처럼 쉽고 간단했다. 어떻게 죽이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었다.“죽고 싶지 않으면 당장 내 앞에서 꺼져!”이도현은 살기를 번뜩이며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소리쳤다.사람들은 그와 눈을 마주치지도 못하고
이도현은 그녀를 힐끗 흘겨보며 속으로 불만을 터뜨렸다.‘저 불같은 선배한테 걸렸으니, 앞으로 조용히 살기는 글렀군!’하지만 그래도 자신을 위해 나서준 신연주에게 고마웠다.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그를 위협하는 서북후의 목을 따버리다니.이런 관심은 부담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감동이었다.“언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엮이다뇨? 도현 씨는 제 생명의 은인이에요. 비행기에서 처음 만났다고요! 도현 씨를 만나지 않았으면 저 큰 사고를 당했을지도 몰라요!”“언니도 참. 의술이 이렇게 뛰어난 후배가 있으면 진작에 소개를 해줬어야죠! 제가 병마에 몇 년이나 시달렸는데요! 언니가 나빴어요!”한지음이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역시 인연은 인연이네. 목숨을 살려줬으니, 사랑으로 갚겠다는 건가? 귀찮은 소개를 덜어서 좋네. 분명히 월하노인이 너희를 인연으로 묶어주신 거야. 인연이 다가올 때는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법이지!”“지음아, 이 후배 녀석이 바로 내가 너한테 소개해 주고 싶다고 했던 남자가 바로 애야! 어때? 이 몸매 좀 봐. 죽이지?”신연주는 중매쟁이로 둔갑해서 한참을 떠들어댔다.하지만 이도현은 들을수록 불편했다. 소개팅 현장이 아니라 무슨 노예로 팔려가는 느낌이었다.“선배! 말 좀 정상적으로 할 수는 없어요?”듣다못한 이도현이 끼어들었다.“뭐가? 이도현, 너 복 받은 줄 알아? 이 하늘 같은 선배가 너한테 여자친구를 소개해 준다잖아! 그것도 이 나라 최고의 미인인데다가 돈도 많아. 넌 얘랑 결혼하면 아무것도 할 필요 없고 마누라한테 용돈이나 타서 쓰면 돼!”“아… 그러신가요….”이도현은 욕이 나오려는 것을 억지로 참았다.아무리 예전에 궁핍한 생활을 좀 했다지만 지금 그의 실력으로 여자한테 빌붙어 사는 건 인력낭비가 아닌가?“언니! 그만해요! 더 얘기하면 화낼 거예요!”한지음이 수치심에 얼굴을 붉히며 다급히 말했다.“그래, 그래. 알았어! 남녀 사이의 일은 당사자끼리 얘기해야지. 어쨌든 지금은 이곳을 벗어나야 할 것 같으니 나중에
말을 마친 신연주는 다짜고짜 이도현을 끌고 욕실로 들어가며 한지음을 향해 소리쳤다.“올케는 아무데나 앉아서 쉬고 있어.”그러더니 이도현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당황한 이도현은 다급히 그녀의 손을 잡으며 소리쳤다.“선배! 지금 뭐 하는 거예요?”“무슨 이상한 상상을 한 거야?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꿈은 야무지네?”신연주는 매력적인 미소를 짓더니 이도현의 어깨를 툭 쳤다.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얼굴도 빨갛게 상기되어 있었다.“변태 같은 녀석! 선배가 널 잡아먹기라도 해? 몸에 온통 피잖아. 씻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으라고!”“아니! 선배, 이상한 상상한 적 없으니 씻는 건 내가 알아서 할게요!”이도현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말했다.“풉! 뭐야? 부끄러워하는 거야? 이 선배가 강호를 평정하며 무슨 장면을 못 봤겠어? 뭘 선배 앞에서 쑥스러워하고 그래?”신연주는 애써 당당한 척했지만, 토마토처럼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은 숨길 수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이도현을 놓아줄 생각은 없는 듯했다.“자! 도대체 무슨 거물을 숨겼기에 그리 쑥스러워하는지 내 눈으로 확인해야겠어!”말을 마친 그녀가 이도현의 아랫도리로 손을 뻗었다.당황한 이도현이 옷깃으로 몸을 감싸며 뒷걸음질쳤다.“선배, 이러지 마세요! 밖에 사람이 있잖아요! 알아서 씻을 테니까 제발 나가요!”이도현은 다급히 신연주를 밖으로 밀어내고 문을 잠갔다.“저 여자는 미친 여자야. 스승님 말씀이 다 맞았어. 여자가 미치면 남자가 당해낼 수 없어!”이도현은 문에 기댄 채, 가슴을 쓸어내리며 중얼거렸다. 조금이라도 늦었더라면 순결을 잃을 뻔했다.밖에서 신연주의 악마 같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어린 녀석이 무슨 부끄럼이 그렇게 많아? 너 나 밀어낸 거 나중에 후회한다?”한편, 욕실 안의 이도현은 드디어 옷을 벗고 딱딱하게 솟아오른 자신의 분신을 손으로 툭 치며 욕설을 퍼부었다.“자존심도 없는 녀석! 미친 여자한테 반응하다니! 나까지 다 창피하잖아! 여자 맛을 못 본 것도 아니고 이렇게
그렇게 밤이 지나가고 아침이 왔다. 신연주는 잠자고 있는 이도현을 깨워 호신용품을 사러 가야한다면서 그의 팔목을 끌었다.이도현은 그녀가 아주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서북후의 배후에 있는 늙은 독수리가 만만한 상대가 절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하지만 그게 누구든 만약 시비를 걸어온다면 목을 따버릴 자신이 있었다.그는 자신이 어느정도 강한지 가늠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빌어먹을 스승이 그를 산에서 쫓아낼 때 넌 무적이 되었다는 말을 믿었다.한지음과 이설희는 아직 자고 있었다. 어젯밤 한지은은 완성에 며칠 머무르며 치료에 집중할 거라고 했다. 이도현이 괴사한 심맥을 다 복구한 뒤에야 떠나겠다는 말이었다.이도현은 뭔가 귀찮은 일에 엮여버린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지난번에 골수를 기증하면서 계속 여자들과 엮인다는 생각을 뿌리칠 수 없었다.한편, 서북후가 살해당했다는 소식은 하룻밤 사이에 서북 전역에 퍼졌다. 서북구 전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완성 강씨 가문의 호화저택. 강 회장 역시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그는 두려웠다.서북후의 죽음이 그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었기 때문이다.서북후의 손을 빌려 이도현을 제거하고 아들과 손자손녀의 복수를 하려고 했는데 서북의 최고 통치자 서북후 이 장군이 이렇게 힘없이 죽음을 맞이할 줄은 몰랐다.서북후의 죽음을 위에서 추궁한다면 결국 강 회장은 화를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어떡하지? 이제 어떡해? 서북후를 죽인 여자는 도대체 누구야?”강 회장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제가 알아봤는데 그 여자는 이도현 그 자식의 선배라고 하더라고요. 신연주라고 했나?”강 회장의 맏아들 강석림이 말했다.“이 여자의 배후와 신상에 대해 낱낱이 조사해.”강 회장이 소리쳤다. 그는 어떻게든 피해를 복구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그래야 서북후의 윗선에서 조사가 내려오면 그들에게 할 말이 있었다.“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이 여자를 추적했는데 아무것도 찾지 못했습니다. 이 여자 만만한 상대
어떤 것들은 정말 믿을 수밖에 없다. 특히 여러 번 그런 경험을 한 이도현은 지금은 깊이 믿게 되었다. 이런 것들은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존재를 부정할 수는 없다. 다행히 이도현은 얼마 전 주씨의 아내와 그의 장인과 관련된 일을 겪고 나서, 미리 대비해 몇 가지 부적을 더 준비해 두었다. 음양탑에 보관해 두면 급하게 필요할 때 주사와 황지를 찾아다녀야 했다. 주사는 약국이나 특수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만이 집에 비축해 둘 법한 물건이다. 그러니 대비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지금처럼 바로 쓸 수 있게 말이다. 이도현은 임산부의 동생을 돌려세우고 그녀를 방에서 잠시 나가게 한 후, 황색 부적 한 장을 꺼내 임산부의 몸에 대고 몇 번 그리며 주문을 중얼거렸다. 임산부의 기운이 변하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지자, 그는 비로소 멈췄다. 이 과정을 거친 그는 상당히 지쳤다. 몇십 분 동안 정신과 체력이 크게 소모되어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제 언니는 어떤가요? 왜 아직 깨어나지 않는 거죠?” 여동생은 이도현의 치료가 끝나자 조급히 물었다. “나는 의사이지, 신선이 아니야. 모든 일에는 과정이 있는 법이야. 가서 그녀의 남편을 불러 몸을 따뜻한 물로 닦아 주게 해.” 이도현은 피곤한 얼굴로 답했다. 그의 의술은 뛰어났지만, 이 여인의 상태는 이미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것은 억지로 생명을 구하는 것이었고, 마치 염라대왕과 생명을 놓고 다투는 것과 같았다. 만약 그렇게 빨리 효과가 난다면, 그는 진정 신선이 된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여동생은 무언가 할 말이 있었지만, 방금 이도현이 보인 위엄을 떠올리며 입을 다물고 언니의 남편을 불러왔다. 두 사람은 이도현의 지시에 따라 여인의 몸을 따뜻한 물로 닦기 시작했다. 뜨거운 물 덕분에 여인의 미약했던 숨소리가 점차 강해지더니, 마침내 여인이 신음하며 눈을 떴다. “살았다! 내 아내가 살아났어. 그녀가 죽지 않았어.” 남자의 격한 말에 밖에서 기다리던 사람
곧 이도현의 차가운 시선이 절 안의 스님들에게 향했다. 그는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사람을 살리는 동안 방해라도 한다면, 즉시 지옥으로 보내주겠다!”“내가 할 말은 여기까지다. 너희들이 듣든 말든 상관없지만, 감히 방해하려 한다면, 그 순간 너희의 마지막이 될 거다!”이도현은 말을 마치며 손을 휘저어 은침 하나를 던졌다. 은침은 대전 앞에 서 있는 돌사자를 명중했다.쿵!큰 소리와 함께, 거대한 돌사자가 순식간에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이 광경을 본 절의 스님들은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서 있다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방금까지 하고 있던 생각들은 한순간에 머리 속에서 사라지고, 마치 귀신을 본 듯한 얼굴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뒤로 물러섰다.이 정도로 강한 사람은 처음이었다. 작은 침 하나를 사용했을 뿐인데 돌사자가 산산이 부서져 버리다니, 이게 그들의 몸에 닿기라도 한다면 무사할 리 없었다.아무리 그들이 뚱뚱하다 해도 이런 강한 힘을 버틸 수는 없었다.“뭘 멍하니 서 있느냐! 빨리 방을 찾아서 이 사람을 안으로 옮겨!” 이도현은 차가운 목소리로 소리쳤다.이도현의 위압적인 분위기 아래, 스님 몇 명이 거의 숨이 끊어질 듯한 여인을 한 방으로 옮겨놓았다.“모두 나가라! 그리고 따뜻한 물을 준비해라. 내 허락 없이 누구도 들어오면 안 돼!”“너는 따라 들어와라!” 이도현은 사람들 가운데 있는 한 여인을 가리켰다. 아마도 이 부부의 친척일 터였다.“저요?” 여인은 자신을 가리키며 놀란 듯 물었다.“들어와! 내가 하는 말 잘 듣고 따라 해! 산모와 어떤 사이냐?” 이도현의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그녀는 제 언니예요.” 여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방금 돌사자를 산산조각 내는 이도현의 모습을 보고 겁에 질려 몸을 떨고 있었다.대답을 들은 이도현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여인을 한 번 더 보고, 남편을 보며 더욱 할 말을 잃었다.아내가 이 지경인데,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아내와 처제를 데리고 산속으로 오다니, 대체
“스님. 제 아내는 아직 죽지 않았어요! 심장이 뛰고 있어요! 제발 그녀를 살려주세요...”남자는 거의 무너질 듯한 목소리로 떨며 외쳤다.보아하니, 아내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 같았다. 그런데 왜 이 사람은 이런 스님들을 믿는 걸까? 그리고 아내가 이렇게 배가 부른데, 병원이 아닌 이 산으로 온 이유는 뭘까?요즘 같은 시대에 아이를 낳으면서 병원에 안 가는 경우가 있을까? 산간 마을이라고 해도 최소한 마을 의사나 경험 많은 산파나 어르신을 부르기라도 할 것이다.이 남자는 참으로 용감한 건지 무모한 건지, 아내를 데리고 이 깊은 산속에 와서 아이를 낳으려 하다니. 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걸까.“아미타불! 시주님, 이 여 시주는 이미 세상을 떠났습니다. 마음을 편히 하세요. 이번 생의 죄업은 이미 갚았고, 업보도 끝났으니, 다음 생엔 반드시 큰 부귀와 건강을 누릴 것입니다!”“시주님, 이제 길을 비켜주세요. 이 썩은 껍데기를 태워버리게 해주세요. 아미타불, 꽃이 피고 지고, 사람이 나고 죽고,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생로병사는 모두 정해진 법입니다. 이 모두가 전생의 업이고 현세의 결과입니다. 시주님, 왜 그리 집착하십니까?”스님은 두 손을 합장하고 눈을 감고선 진지한 표정으로 계속 중얼거렸다. 이를 본 이도현은 속이 끓어올랐다. 대체 이게 무슨 허튼소리인가.스님의 신호를 받고, 젊고 힘센 스님 몇 명이 무릎을 꿇고 울고 있는 남자를 억지로 끌어올렸다. 그리고는 여인을 다른 곳으로 옮겨 불태우려는 참이었다.이쯤 되자, 이도현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이건 두 생명이 달린 일인데, 이렇게 두고 볼 수는 없었다.“멈춰!” 이도현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치며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단번에 여인을 태우려는 스님들을 발로 차며 막아섰다.“뭐 하는 거에요!” 여인을 태우려던 스님이 분노하며 소리쳤다.“뭐 하는 거냐고? 사람을 구하려는 거지. 저 여인은 아직 죽지 않았는데도 네가 사람을 태우려 하니, 정말 출가한 사람 맞는 거냐? 출가한 자는 자비를
이도현의 진심 어린 마음과 성의 가득한 기부금 덕에 뚱뚱한 스님은 얼굴에 미소를 가득 띠었다. “아미타불! 시주님도 신앙심이 깊고 지혜의 뿌리를 가진 분이시군요!” 예기치 않은 큰돈을 받은 뚱뚱한 스님은 한층 더 자비로워진 말투로 말했다.“혜명아! 이 시주님을 위해 방 하나를 깨끗이 청소해 드리거라! 부처님의 자비는 만인을 구원하니, 고통받는 이를 외면할 수 없다, 아미타불...” 이 뚱뚱한 스님은 매우 자비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말만 듣자면 훌륭한 고승 같았지만, 비싼 차를 타고 다니는지는 알 수 없었다.그때, 모여 있던 사람 중 한 명이 갑자기 외쳤다. “안 되겠어요! 빨리 응급 전화를 걸어야 해요! 이 아가씨는 지금 심장 박동이 거의 없고, 호흡도 많이 약해졌어요. 이러다 목숨이 위태로워질 거예요!” “스님!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제 아내가 대체 어떻게 된 거죠? 아내를 살릴 수 있다고 하셨잖아요. 왜 이렇게 된 겁니까! 제발 제 아내를 살려주세요!” “아미타불. 시주님! 빈승이 보니 아내의 뱃속에 있는 태아가 업장이 깊어 부처님께서도 구제할 수 없음을 아뢰오니, 마음을 추스르세요.” 이 스님이 내뱉은 말은 이도현을 놀라게 하였다. 이게 대체 무슨 시대인데 이런 이상한 짓을 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니, 이 사찰은 역시 정통 스님이 없는 것 같았다. “아니... 그럴 리가 없어요! 처음에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잖아요. 전에 아내와 함께 이곳에 와서 향을 피우며 기도했을 때, 당신들은 제 아내 뱃속의 아이가 문곡성의 환생이라 앞으로 부귀영화를 누릴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나요?”“또한 우리가 진심으로 부처님께 기도하고 매달 초하루와 보름마다 향을 피우러 오면 부처님께서도 우리 아이를 보호해 주어서 평안히 태어나고 성장하게 해 주신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왜 지금 와서 이러시는 거죠?”이도현은 이 남자의 말을 듣고 어이없었다. 이런 시대에 아직도 이런 말을 믿는 사람이 있다니, 문곡성 환생이라니. 이 사기꾼 스님 이런
“소령사!”이것이 이 사찰의 이름이었다. 규모로 보아 크지 않은 사찰이었지만, 입구의 문은 꽤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문만 보더라도 이 사찰의 재정이 상당히 좋아 보였다. 돈이 없다면 이렇게 화려한 문을 짓지 못했을 것이다.“안에 있는 이들도 술과 고기를 먹는 스님들은 아니겠지?”이도현은 속으로 생각했다.아마 대학 시절, 몇몇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부유하고 살찐 스님들이 고급 차를 타고 다니는 모습을 본 영향이었을 것이다. 그 당시 그는 부유한 자들에 대한 반감이 있었는데 이것은 그런 모습을 가지고 있는 스님들에게도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웠다.그래서 그의 마음속에 스님들은 늘 좋지 않은 인물로 각인되어 있었다.그렇기에 속으로 살찐 스님을 보자마자 "좋은 사람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자동으로 떠올랐다.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찰나, 사찰 안에서 갑자기 여자의 비명이 들려왔다.“아!”“이런!”그 소리를 듣는 순간, 이도현은 깜짝 놀랐다. 그 비명은 그의 머릿속에 불길한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민간 여자를 납치한 건가? 음탕한 도적들인가?”이런 단어들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 갔다. 상상 속에서 뚱뚱하고 음탕한 웃음을 짓는 스님이 벌거벗은 채 한 공포에 빠진 여성을 앞에 두고 그녀에게 다가가는 장면이 그려졌다.“이런 빌어먹을 것들! 그 여자를 놓아라!”악에 받쳐 이도현은 소리쳤고, 사찰의 문을 단숨에 발로 차 열어젖히며 분노에 찬 채 뛰어 들어갔다.그는 한 명의 영웅이 되어 위기에 있는 미녀를 구해내고자 했다!그러나 그가 안으로 뛰어든 순간,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멍해지고 말았다.사찰은 정말로 크지 않았다. 정문 맞은편에는 부처님을 모신 대전이 있었고, 양쪽에는 작은 방과 자그마한 뒤뜰이 있었다.그리고 대전의 한쪽에는 몇 명의 뚱뚱한 스님과 다른 사람들이 둘러서 있었는데, 틈 사이로 보니 그들이 한 여성을 둘러싸고 있었다. 여자는 바닥에 누워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이도현은 깜짝 놀라며 급하게 멈춰 섰다. 조금만 더 나아갔다면 뚱뚱
이런 깨달음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기에 타인에게 가르쳐 줄 수 없는 것이었다. 같은 사물이라도 사람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게 되고, 같은 사람이라도 시기에 따라 다르게 보게 된다.이것이 도가에서 흔히 말하는 산을 볼 때 산이 아니고, 물을 볼 때 물이 아니며, 마침내 산은 산이고 물은 물로 보인다는 경지다. 요컨대 이건 아주 오묘한 개념으로, 스스로 깨달아야 하며 명확히 설명하기는 어렵다.이도현은 길을 따라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이동했다. 아침노을과 하얀 이슬, 저녁의 노을과 산바람, 둥지로 돌아오는 피곤한 새, 풀 속에 울리는 풀 벌레 소리, 하늘을 유유히 떠다니는 구름.이 모든 것이 이도현에게 아주 특별하게 다가왔다. 낮에는 초목 사이를 거닐고, 밤에는 큰 바위 위에서 잠을 청했다. 모든 것이 마치 생명력이 깃든 듯했다. 귀 기울여 듣고 있으면, 그들이 자신들의 세계를 알려주는 것 같았다. 이도현은 걸음에 걸음을 더하다가, 어느덧 산 위에 도착했다. 밤의 산은 참으로 고요했지만, 산 정상에는 몇 개의 등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산 정상으로 향했다. 이 깊은 산속에 어떻게 불빛이 있을 수 있을까? 혹시 누군가 살고 있는 걸까?이도현은 지금처럼 물욕이 넘치는 세상에서 산으로 들어와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사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속담에 “산을 보고 달리다 말 한 마리가 죽는다”는 말이 있듯이, 눈에 보이는 불빛이 그리 멀지 않아 보였지만, 한참을 걸어야만 닿을 것 같았다.그는 한 시간이 넘어서야 불빛이 있는 곳에 도착했다.목적지에 도착한 이도현은 그곳이 민가가 아닌 사찰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사찰이면 이해가 되었다. 산속에 사는 사람은 없을 수도 있지만, 사찰이 산에 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게다가 요즘 스님들은 현대화되었고, 대부분 큰돈을 가지고 있어 사찰도 화려해지고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최대 사찰인 소림사 주지는 나올 때 수십억 원짜리 고급 차를 타고 나온다는 소문이 있다.예전에는 돈
이와 같은 일이 영강국에서만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이도현과 갈등이 있었던 다른 서방 국가들에서도 거의 영강국과 동일한 결정을 내렸다.이들 국가의 국왕들은 각국에서 논의를 거친 후, 서로 만났다. 그리하여 몇몇 국가가 연합하여 염황에게 공동으로 비난서를 보냈다.이들의 태도는 매우 강경했다. 비난서에는 이도현의 수많은 죄악이 기록되어 있었으며, 그들의 말에 따르면 이도현은 용서받을 수 없는 악의 화신이었다. 그의 존재는 이미 세상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으며, 반드시 제거되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또한 이도현이 염국 출신이므로 염황에게 막대한 책임이 있다고 적혀 있었다. 염황이 이도현을 처형하지 않으면, 그들은 세계 평화를 위협한 죄목으로 연합해 염국에 전쟁을 선포해 멸망시키겠다고 위협했다.하지만 그리 놀랄 것은 없었다. 영강국은 이런 일을 자주 해왔기 때문에 영강국 국왕은 그저 큰소리만 치는 개에 불과하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겉으로는 이빨을 드러내고 으르렁거리지만, 실상은 별것 없었다.그를 달래면 달랠수록 더욱 오만해지고 점점 더 자신이 강하다고 착각하며 위세를 떨 것이다. 하지만 상대방이 그를 무시하고 그와 맞서면 그는 곧바로 자기의 꼬리를 내리는 사람이다. 그러기에 이런 상대에게 맞설 때는 단호한 태도로 대응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한 방 크게 때려 주어 그의 이빨을 부러뜨리면, 이내 겁에 질려 순한 강아지가 될 것이다.염황은 이런 영강국의 행태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비난서를 받자마자 염황은 읽어보지도 않고 바로 찢어버렸다. 그러고는 싸우고 싶으면 끝까지 상대해 주겠다고 말했다. 염황의 이 강경한 발언에 영강국 국왕과 그를 따르는 추종자들은 모두 어리둥절했다. 염황의 이런 대응은 이전과 완전히 다른 태도였다. 과거에는 염국이 이런 상황에서 그냥 비난을 받아내는 데에 그쳤다.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강하게 맞서니, 그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어리둥절해졌다.정말 싸움을 시작해야 하는 걸까? 그들도 사실 감히 나서지 못했다. 하지
에드워드 가문이 멸망했다는 소식은 서방 전체를 휩쓸었다.가장 먼저 소식을 접한 몇몇 고루국의 오래된 가문들과 왕실은 에드워드 가문의 자원을 약탈하기 위해 신속히 인원을 보냈다.그러나 에드워드 가문이 있는 곳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고성이 완전히 무너진 것을 보았다. 또한 주변의 황폐한 모습을 보고는 가슴이 서늘해졌다.보물 창고 입구를 발견하자, 여러 가문은 서로 보물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다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다툼 속에 죽는 이는 없었다. 서로의 관계는 긴장감으로 팽팽하게 대립하게 되었다.마침내 누군가가 보물을 서로 평등하게 분배하자는 제안을 하였다. 그제서야 싸움은 멈추었고, 모두 함께 지하 보물 창고로 들어갔다.그러나 보물 창고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텅 빈 보물 창고 안을 보고 분노에 찬 욕설을 내뱉었다.“젠장! 빌어먹을!”보물은커녕, 보물의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바깥에서 그토록 치열하게 싸움을 벌였는데, 사실은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을 보자 허탈감이 그들을 휘감았다.결국 그들은 분노에 차서 떠날 수밖에 없었다.그들은 자신들이 한낱 연국인에게 놀아났다고 느꼈다. 그 사람이 모든 보물을 쓸어간 뒤에야 와서 보물을 빼앗으려 했으니, 결국 아무것도 건질 수 없었던 것이었다고 생각했다. 화가 나면서도, 한편으로 그들은 이도현이 도대체 어떻게 에드워드 가문의 재산을 가져갔는지 궁금해졌다. 그들은 단지 비행기 한 대가 떠나는 것만 확인했을 뿐, 다른 어떤 것도 보지 못했다.‘설마 에드워드 가문이 그토록 가난했다는 말인가? 수천 년을 이어 온 보물이 겨우 헬리콥터 한 대에 실려 나갔다니, 말도 안 돼!’그들은 에드워드 가문이 가난했을 것이라는 생각은 절대 믿을 수 없었다. 만약 그랬다면 이 가문은 진작에 멸망했을 것이고, 어떻게 고루 제일의 가문이 되었겠는가.그래서 그들은 이도현이 에드워드 가문의 보물을 어디에 숨겨놓아서 나중에 천천히 옮길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생각하면 할수록 이 추론은 그럴 듯해 보
“갔다! 그 지독한 여자가 드디어 떠났어, 정말 숨이 막혔다고!”“천벌 받을 놈아! 네가 그런 사나운 선배를 아내로 얻다니, 앞으로 고생길이 활짝 열렸다. 자유롭게 살고 싶다 해도 쉽지 않을 거야!”도광은 윤선아가 떠나는 것을 보며 깊이 숨을 내쉬었다. 온몸이 가벼워진 기분이었다.“입 닥쳐! 이 죽일 놈의 늙은이야. 더 이상 한마디도 하지 마. 선배님의 수련 경지는 네가 상상할 수도 없는 경계를 넘어섰어. 네가 여기서 떠드는 것조차 다 듣고 있을지도 모르지. 큰코다치고 나서 내가 경고하지 않았다고 탓하지 마라!”“선배가 만약 들었다면, 이번에는 그냥 깨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거야. 세 다리를 무사히 지킬 수 있을지도 장담 못 한다!”이도현이 어이없어하며 말했다.도광은 정말로 겁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둘째 선배가 떠났는지 아닌지도 모른 채 이렇게 말을 내뱉었다. 만약 둘째 선배가 방금 도광의 말을 들었다면, 그를 죽이지 않더라도 가만둘 리 없을 것 같았다.도광은 이도현의 말에 겁먹어 목을 움츠리고 두리번거렸다.“선배님! 오해예요! 저 안 했어요! 다른 사람 말한 거예요. 절대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세요. 편하게 가세요. 저는 먼저 가 보겠습니다!”도광은 허공에 대고 조심스럽게 작은 목소리로 외친 뒤 잽싸게 달아났다.“저 녀석! 정말 겁이 없구나. 선배님까지 험담하다니. 자업자득이지!”문지해가 수염을 만지며 자못 뿌듯한 얼굴로 말했다.지금 그는 우월감에 젖어 있었다. 자신의 스승이야 원래부터 대단히 뛰어난 인물이었지만, 이제 그보다 더 뛰어난 스승의 선배가 나타났다. 그는 후배로서 혜택을 가장 많이 보고 있었다. 이전에 윤선아를 처음 만나 절하며 예를 올렸더니, 그 선배님께서 바로 하급 종사 담약을 선물해 주었다.그때 그는 거의 너무 기뻤다. 이렇게 귀한 약을 받은 건 처음이었다. 아마 고무 가문이나 그에 대항하는 세력조차도 갖지 못할 정도로 귀중한 담약이었다.이 선배는 후배들을 챙길 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좋은 물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