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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2화

Author: 골든트리
“그리고 또 한 가지, 절대로 후배에게 직접 묻지 마. 대선배께서 이미 누구든 후배에게 묻지 말라고 단단히 이르셨어. 만약 이 일로 후배가 위험에 처한다면... 대선배께서 직접 너한테 책임을 물을 거야. 대선배가 어떤 분인지 너도 알잖아. 한번 진지하게 나서시면 스승님조차 덜덜 떨 정도인데, 그때 가서 내 말을 듣지 않은 걸 후회해도 소용없다.”

윤선아가 알쏭달쏭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대선배... 그럼 더는 아무것도 묻지 않을게요. 이제 정말 궁금한 게 없어요.”

대선배님이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서명월은 몸을 부르르 떨며 재빨리 입을 다물어 버렸다.

어릴 적 그녀들이 무공을 배울 때 대선배는 산에 자주 머물지 않았지만, 그녀들에게 강한 두려움을 심어주었다.

이도현이 오기 전까지는 대선배가 태허산의 실질적 주인으로 모든 것을 통솔하는 왕과도 같았다.

그녀의 말이 곧 장문의 명령이었고, 감히 거역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이건 스승님이 대선배에게 직접 부여한 권위였다.

특히 대선배가 염황이라는 고위 직책에 오른 이후로 그녀의 기세와 카리스마는 더욱 빛을 발했다. 대선배가 위엄을 한번 발산하면 어린 시절의 그녀들은 겁을 먹고 울음을 터뜨리곤 했다.

그때는 스승님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있어도 대선배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그녀들이 조금만 떼를 쓰거나 눈물을 흘리면 스승님은 곧 마음이 약해져 울고 있는 아이를 안고 사과하며 달래기에 바빴다.

하지만 대선배는 달랐다. 아무도 대선배의 말을 거역하지 못했다.

비록 대선배는 단 한 번도 후배들에게 손을 대지 않았지만 그녀들이 품은 공포는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지금도 대선배를 마주치면 다리가 떨릴 정도였다.

그녀들 중에서도 오직 막내 후배와 세 번째 선배인 인무쌍만이 대선배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세 번째 선배는 어릴 적부터 무공에 매진했을 뿐만이 아니라 냉정하고 말수가 적은 성격이었다. 게다가 대선배가 태허산을 떠난 뒤 그 지위를 계승한 그녀가 두려워할 리 없었다.

막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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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선아와 서명월은 많은 걸 겪어본 사람이라 신기한 것들을 잘 아는 편이었다.그러나 지금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녀들의 상식을 완전히 뒤엎었다.크기를 자유자재로 변환하고 불꽃을 뿜어내며 심상치 않은 기운을 풍기는 붉은 향로는 전설 속의 신물과 다름없었다.신기한 병기들도 보았고 결계, 비경도 겪어봤던 그녀들은 이렇게 신기한 보물을 보기는 또 처음이었다.전설로만 듣던 신물과 다를 게 없었다. 이런 신물은 신선 빼고 가질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후배야... 빨리 작게 해봐. 이럴 수가... 너무 신기해. 이 세상에 이런 보물이 있다니... 정말 보고도 믿기지 않아.”서명월이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그녀의 눈동자는 신대륙을 발견한 탐험가처럼 반짝였다.“신화는 진실을 가리키는 나침반이었어... 그 말이 맞았어. 신화는 허구가 아니라, 숨겨진 진리를 드러내는 열쇠일지도... 신이 실제로 존재했을지도 몰라.”윤선아가 붉은 향로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그녀는 고금의 비경 속에 감춰진 고서들이 떠올랐다. 그 고서들에는 신선에 관한 기이한 기록이 담겨 있었는데 지금에 와서 보니 마치 신화나 전설처럼 느껴지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그런 고서들은 대부분 봉건 왕조 시대 황실의 금고에 간직된 것이라,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것들이었다.심지어 일부는 지금도 국가의 서고에 보관되어 있다. 만약 정말로 쓸모없는 미신이라면 백성들에게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보통 사람이 미신이라 여기는 것들을 은밀히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왜냐하면, 세상 모든 것들이 겉면에 보이는 것처럼 단순한 것은 아니었다.윤선아는 고전 서적들에서 봤던 ‘신화는 진실을 가리키는 나침판’이라는 구절이 떠올랐다.지금 이 문장을 되새기니, 그 말의 무게가 확 와닿았다. 마치 말속에 엄청난 지혜와 진리가 담겨 있고 세상 사람들에게 모종의 진실을 알려주는 것만 같았다.이도현은 윤선아의 혼잣말에 정신이 확 들었다. 그는 뭔가 중요한 사실을 깨달은 것 같으면서도 제대로 알아내지 못한 느낌이 들었다

  • 마왕귀환   제1544화

    “하하하. 장난이야.”서명월이 가볍게 웃어넘겼다.이도현은 분위기가 어색해지기 전에 얼른 화제를 돌렸다.“일곱째 선배. 저한테 방어용 보물이 한 개 더 있는데 이것도 가지고 계세요. 위급할 때 목숨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거예요.”“또 보물을 주다니... 후배한테서 이미 많은 걸 받아서 더는 부담스러워. 이건 네가 잘 간직해라.”서명월이 단칼에 거절했다.“선배. 이 보물은 지금 당장 저한테 필요 없어요. 위험한 상황이 지나면 다시 찾으러 올게요. 선배도 태허산 의술과 담약 제조에 능통하시잖아요. 그러니 이 향로는 선배께 딱 맞는 물건이에요.”이도현이 음양탑에서 붉은빛의 향로를 꺼내며 말했다.“후배... 이 조그만 물건이 바로 네가 말한 그 보물이야?”서명월은 이도현의 손바닥에 있는 자그마한 향로를 유심히 바라보면서 빙그레 웃었다.“선배, 보기엔 작아도 정말 특별한 보물이에요. 한때 제 목숨을 구해준 적도 있어요.”이도현이 향로를 어루만지면서 신기로 향로와 교감했다.‘잠시만 선배에게 빌려드리는 거야. 내가 없는 동안 위험한 일이 생기면 나 대신 선배를 잘 지켜줘.’하지만 향로는 싫다는 듯 빙글빙글 돌며 반기를 들었다. 이도현은 간절히 향로를 달래며 설득해야 했다.‘부탁이야... 내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꼭 도와줘. 선배가 위험에 처할 때만이라도... 제발.’결국 이도현의 애원에 향로가 못 이기는 척 받아들였다.“이 작은 향로가 네 목숨을 구해줬다고? 장난치는 거지?”서명월이 안 믿는다는 말투로 되물었다.서명월뿐만 아니라 윤선아도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심스러운 눈길을 보냈다. 두 사람은 이도현의 손에 든 향로를 보면서 일반 향로랑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선배들. 이게 전부가 아니에요. 지금 보여드릴게요.”이도현이 원력을 주입하자 향로에서 붉은 불꽃이 치솟았다. 순식간에 향로가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책상만 한 크기로 변했다.향로는 붉은빛을 번쩍이면서 하늘로 끊임없이 불꽃을 뿜어댔고 강렬한 기운이 사방을 에워쌌

  • 마왕귀환   제1543화

    “일곱째 선배. 곧 떠나야 하는데 이렇게 가면 둘째 선배와 제가 너무 불안할 것 같아요. 제가 없는 사이에 적들이 찾아와 선배한테 시비를 걸 수 있어요. 이걸로 몸을 보호하는데 보탬이 되세요.”이도현이 진지하게 말하며 품에서 담약들을 꺼냈다.“이 바보 같은 녀석아. 그게 무슨 소리야? 네가 준 공간 반지와 담약만으로도 충분히 고마운데 이렇게 귀한 걸 또 어떻게 받아.”서명월이 토라진 척했지만, 속은 뭉클했다. 두 번 만난 후배가 자신을 이토록 챙기니 마음이 따뜻했다.‘좋은 물건이 생기면 내 몫도 챙겨주고 위험한 길 떠나기 전에는 목숨을 지킬 물건까지 주다니.’“선배. 저를 남으로 생각하면 섭섭해요. 선배는 저에게 친누나처럼 소중한 분이에요.”이도현은 음양탑에서 구현단과 영모단 열 알씩을 꺼내 일곱째 선배에게 건넸다.“선배, 이건 구현단과 영모단이에요. 충성스러운 고수 제자들에게 나눠주시면 복용 후 수행 경지가 한 단계 도약할 거예요.”이도현이 또 다른 병을 꺼내며 말을 덧붙였다.“이 담약들은 제가 직접 제련한 거예요. 구현단보다는 약하지만, 경지 돌파에 충분히 도움이 될 거예요. 재능 있는 이들은 한 경지쯤은 거뜬히 뛰어넘을 테니, 백 알을 전부 드릴게요.”이 담약들은 이도현이 직접 제련해낸 거라 얼마든지 더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래서 있는 만큼 먼저 일곱째 선배에게 모두 드렸다.“아니... 후배야... 이렇게 과분한 선물을... 마음은 고맙지만 받기도 거절하기도 어렵구나.”서명월이 눈살을 찌푸리며 혀를 찼다.“쯧쯧, 이 녀석아. 이렇게까지 할 거면 내가 네 아이를 낳아야 마음이 편해지겠는데? 그래. 담약은 받겠다. 하지만... 너무 많이는 바라지 마. 많아봤자 아이 둘만 낳아줄 거야.”선배의 돌직구에 이도현은 얼굴이 단박에 붉어졌다.“일곱... 일곱째 선배. 그건 좀... 그게...”“호호호. 얼굴이 빨개졌네. 왜? 설마 내가 너한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거야?”서명월이 장난치자, 이도현은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아니

  • 마왕귀환   제1542화

    “그래. 모두 네 뜻대로 하자.”윤선아가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지금 당장 돌아간다고? 안 돼. 둘째 선배와 도현 후배가 이렇게 먼 길을 왔는데 며칠 더 놀다 가야지. 벌써 가지 마.”서명월이 아쉬움을 드러내며 손사래를 쳤다.“명월 후배. 우리가 천사국에서 이토록 난동을 부렸는데 더 이상 이곳에서 지내는 건 너무 위험하지 않겠어? 차라리 우리와 함께 동방으로 돌아가는 게 어때? 네가 혼자 이 먼 곳에 있는 게 항상 마음에 걸렸어. 우리랑 같이 돌아가자. 그래야 우리도 마음이 놓여.”윤선아가 설득에 나섰다.“맞아요, 일곱째 선배. 이런 외딴곳에 계실 게 뭐가 있어요? 같이 돌아가요.”이도현도 거들었다.“안 돼. 내가 이곳에 온 것은 태허산을 위한 거점을 세우기 위해서야. 이제 막 기반을 닦았는데 이렇게 포기할 수는 없어.”서명월이 단호하게 말했다.“둘째 선배도 알잖아요. 동방과 서방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에요. 그저 천하의 한구석일 뿐이죠. 도현 후배가 강해질수록 우리는 더 넓은 세상을 마주하게 될 거고... 이곳에 거점을 두는 것은 앞으로 우리 태허산에 이득이 될 거예요.”서명월의 눈빛이 갑자기 깊어졌다.“일곱째 선배...”이도현이 더 말하려 하자 서명월이 단호히 그의 말을 막았다.“됐어, 이놈아. 너는 네 길을 가고, 나는 내 사명을 지킬 거야. 사명을 다하면 나도 자연스럽게 떠날 거야. 둘째 선배랑 돌아가야 한다면 조금 있다가 가. 내 걱정은 하지 말고. 나도 이곳에서 지낸 세월이 있으니 내 앞가림은 할 수 있어.”서명월이 평소답지 않게 엄숙한 태도로 말했다.“네...”이도현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이도현은 선배가 얘기한 사명이 뭔지는 모르지만 평소 장난기 가득한 일곱째 선배의 얼굴에서 진지하고 확고한 다짐을 보았다.“됐어, 도현 후배. 더 이상 명월 후배를 난감하게 하지 마.”윤선아가 갑자기 말머리를 돌렸다.‘사명'이라는 말에 그녀의 눈동자에 잠깐의 그림자가 스치더니 더는 서명월을 설득하지 않았다.그녀는 이도현

  • 마왕귀환   제1541화

    이도현은 선배들을 제외하면 두려움을 모르는 자였다.그러니 마룡 천왕이나 광명왕 같은 자들이 무슨 수작을 부리든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천사국 땅에서 그들이 감히 덤빈다면 그는 단칼에 죽여버리면 그만이었다.싸움을 건다면 맞서 싸우면 그만이지, 두려울 게 하나도 없었다.이도현이 자신의 물건을 되찾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고 누구에게도 미안할 필요가 없었다.상대를 죽이는 것은 그들이 제 발로 죽음을 자초했기 때문이다.이도현은 이런 일들을 전혀 마음에 담지 않았다.게다가 그는 서양인들이 득실대는 이 땅에 더 머무를 마음이 없었기에 이미 돌아갈 채비를 마친 상태였다.이도현은 광명왕의 성을 나와 황량하게 펼쳐진 산과 들판에 이르자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더니 텅 빈 하늘을 올려다보며 소리쳤다.“둘째 선배, 일곱째 선배. 인제 그만 나타나시죠. 제가 성안으로 들어갈 때부터 두 분이 뒤따라오셨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더 숨을 필요가 있나요?”사실 광명왕의 성채 안으로 들어갈 때부터 이도현은 이미 두 선배가 자신의 뒤를 따랐다는 것을 눈치챘다. 하지만 선배의 체면을 생각해 모르는 척 연기했던 것이었다.이도현이 광명왕의 성채에서 행동을 자제한 것도 선배들 때문이었다. 일을 크게 만들었다가 선배들까지 나서면 그녀들이 위험에 빠질까 봐 걱정되었다.그래서 광명왕의 성채에 있을 때, 이도현은 마구 살인을 저지르지 않고 참았다.그렇지 않고 그의 성격대로 했으면 광명왕은 아마 이렇게 가벼운 상처만 입는 것이 아니라 마룡 천왕보다 더 비참한 결말을 맞이했을 것이다.“히히히... 결국 네놈한테 들통났구나. 이 못된 놈아, 조금만 더 모르는 척해주지. 굳이 나와 선배를 드러내 체면을 구겨야만 했어?”서명월과 윤선아가 먼 산봉우리에서 모습을 드러내면서 날아내려 왔다. 서명월이 이도현을 바라보면서 퉁명스럽게 말했다.“선배들도 참. 제가 따라오지 말라고 했잖아요. 다행히 위험한 상황은 없었지만... 만에 하나 무슨 일이 일어났다면 제가 선배들을 위험에 빠뜨린 셈이 되잖

  • 마왕귀환   제1540화

    “안 됩니다... 천왕 전하, 어찌 이러실 수 있습니까… 제발 다시 한번 생각해 주십시오…”사람들은 순식간에 경악하며 소리쳤다.광명왕의 한 마디에 그들은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들은 오늘의 지위에 오르기까지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았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광명왕의 단 한마디로 무너져 버렸으니, 누구도 이 결과를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왜냐고? 그런 질문을 할 면목이 아직도 남아 있더냐? 무슨 이유인지 너희가 더 잘 알 텐데.”광명왕은 비꼬듯이 말했다.“존귀하신 천왕 전하, 설령 우리에게 잘못이 있다 해도 이렇게까지 하시는 건 너무 하는 거 아닙니까? 우리는 지금껏 천왕 전하의 곁을 묵묵히 지켜왔습니다. 그동안의 정을 생각해서라도 이렇게 매정하게 나오시면 안 됩니다...”한 마법사가 분노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그들은 위험한 상황에서 자신의 목숨부터 챙기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다. 죽을 거 뻔히 알면서 무턱대고 달려드는 것이야말로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했다. “그동안의 정? 하하하. 너희들이 날 위해서 뭘 그렇게 많이 했는데? 내가 매정해? 내가 왜 너희들을 여태까지 곁에 끼고 살았는데? 강적이 나타났을 때 누군가가 나를 위해 앞장서서 방패가 되어주길 바라기 때문이지. 그런데 너희들이 방금 무엇을 했더냐? 뒤로 물러선 것도 모자라 내가 자존심을 내려놓고 적을 돌려보내니까 그제야 나서서 염치없는 빈말이나 하지 않았더냐? 정말 역겨워서 못 들어주겠더라.”“본 왕은 조금 전의 명령을 거두어들일 생각이 없으니까 남고 싶은 사람은 남고 떠나고 싶은 사람은 떠나도 좋다. 나는 더 이상 쓸모없는 자들을 먹여 살릴 생각이 없으니까 떠나고 싶은 사람은 지금 당장 떠나라.”광명왕은 말을 마치고 더 이상 그들을 돌아보지 않고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오늘 광명왕은 체면을 완전히 잃었다. 하지만 그는 이 굴욕을 그냥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이도현은 반드시 죽어야 한다. 반드시.’그는 다른 천왕들과 손을 잡고 이도현을 처리할 생각이었다. 그는 이

  • 마왕귀환   제1539화

    “아... 천왕님.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천사는 충격에 빠진 얼굴로 광명왕을 바라보며 혹시나 잘못 들었나 싶어 다시 물었다.‘광명왕이 나를 죽이려 한다니, 그것도 참살하겠다니... 믿을 수가 없어.’천사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못 들었나? 다시 한번 말해줄까? 네놈을 참살하겠다고 했다.”광명왕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아… 천왕님… 제발 그러지 마십시오. 존귀하신 천왕 전하,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제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저를 죽이려 하시는 겁니까… 제발…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천사는 그제야 비로소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오늘의 행동이 지나쳤음을 알아차렸다.“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른다고? 네 놈이 본 왕을 얼마나 오랫동안 속이고 기만했는데 어떻게 모른다는 말이 나와? 내가 정말 바보로 보이냐? 너희들이 평소에 나를 속이던 것은 한 눈감아줄 수 있어. 그런데 강적이 나타났는데도 어떻게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아? 그저 자기에게 피해가 갈까 봐 하나같이 머리를 숙이고 나를 앞세우고는 뒤에서 조용히 숨어 있었지.”“본 왕이 자존심을 버리고 이도현을 돌려보내니까 그제야 나서서 너희들이 얼마나 잘났고 용감한지 보여주겠다고? 조금 전에는 왜 나서지 않았어? 이도현이 있을 때는 왜 아무도 입을 열지 못하고 겁에 질려 벌벌 떨기만 했는데, 이제 와서 공을 세운 것처럼 굴고 있느냐?”“끌어내서 참살해라.”광명왕은 격앙된 목소리로 병사들에게 명령했다.그러자 병사 몇 명이 쏜살같이 달려들어 그 천사의 팔다리를 끌고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천왕님… 존귀하신 천왕 전하, 제발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을 저지르지 않겠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저는 천왕 전하께 충심을 다하겠습니다. 위대하신 전하… 제발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힌 천사는 발버둥 치며 애걸했다. 하지만 목소리가 점점 멀어져 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밖에서 처참한 비명이 들려왔다. 참살당한 것이 분명했다.

  • 마왕귀환   제1538화

    과거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광명왕은 늘 싸우려는 자들을 말리면서 진정시키곤 했다.그래서 사람들은 겉으로만 분노를 표현하며 형식적으로 열의를 보이다가, 광명왕이 달래주면 마지못해 물러나는 척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자신의 용기와 충성을 동시에 과시할 수 있었고, 광명왕 역시 그들의 충성심과 용기를 칭찬하며 인정해 주었다. 그렇게 되면 그들은 싸우지도 않고 광명왕에게 잘 보이는 목적을 달성한 셈이었다.이번에도 예전과 마찬가지로 흘러갈 줄 알고 다른 사람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가장 먼저 나서서 전쟁을 청한 것이었다. 또한, 첫 번째로 나서서 눈도장도 찍으려 했다.하지만 그는 광명왕의 태도가 바뀔 줄을 꿈에도 몰랐다. 광명왕이 평소대로 움직이지 않고 뜻밖에도 승낙해버린 것이다.그는 갑작스러운 응답에 당황한 나머지 이미 준비했던 말을 결국 꺼내지 못했다.솔직히 말해서 그는 광명왕이 자신을 말릴 때 어떤 감정으로 어떻게 대답할지까지 다 예상해 놓았다.하지만 광명왕이 갑작스럽게 승낙하자 그는 준비했던 말을 모두 할 수 없게 되었다.한순간 그는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저 멍한 얼굴로 광명왕을 바라보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쩍 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광명왕은 그런 부하의 모습을 보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머릿속에 과거의 같은 장면들이 떠올라 기분이 매우 언짢았다.그는 예전의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이제야 깨달았다. 부하들에게 바보처럼 속여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뿐더러 그것을 자랑으로 여겼으니 말이다.만약 이번에 이도현이 찾아오지 않았다면, 아마도 그는 계속해서 저들에게 속이며 어리석게 살아갔을 것이다.이전에 충성심과 용기가 있다고 여긴 자들을 지금 다시 보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역겹기 그지없었다.“가라고 했다. 왜 아직도 거기 서 있는 거냐? 본 왕이 허락했으니까 당장 가서 이도현의 머리를 베어라. 어서...”광명왕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존경하는 광명왕 전하. 저는... 저는...”그 천사는 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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