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희는 마음이 다른 곳에 가 있어 계단을 내려오다 발목을 삘 뻔했다. 그러다 도아린이 대기실 문 앞에 서 있는 걸 보고 눈빛이 반짝였다.“옷 수선은 다 됐어?”“수선 다 했습니다.” 도아린이 캐리어를 내밀며 말했다. “선생님, 여기서 바로 확인해 보시죠.”두 번째 멘토가 노래를 다 부르고 임진희가 드레스룸에서 나왔다. 그녀의 표정과 걸음걸이는 한층 가벼워지고 기분이 좋아 보였다.임진희는 마지막 무대였다. 무대에 오른 그녀는 평범한 듯한 하얀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지만, 천장에서 조명이 비추자 치맛자락이 연한 파란색 별빛 패턴으로 변했다.시청자들의 채팅창에서 댓글이 폭발적으로 달렸고 프로그램의 신기록을 경신할 정도였다.손보미는 긴장한 채로 백스테이지에서 준비하고 있었기에 임진희의 노랫소리만 들었을 뿐 화면은 보지 못했다. 하여 무대 위에서 임진희가 ‘별들이 떠받들이는 달’ 콘셉트의 드레스를 입고 있는 걸 보고 머릿속이 하얘졌다. 노래 실력도 평범한 그녀는 긴장과 혼란으로 인해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그리고 도전자였던 소유정은 최고 점수를 받아 최저 점수 참가자를 탈락시키고 정식 참가자로 진출했다.거의 11시가 되어서야 프로그램이 끝났고 도아린은 소유정이 메이크업을 지울 때까지 기다렸다가 함께 집으로 갔다.임진희의 비서가 메이크업 룸으로 들어왔고 손보미는 자신을 찾는 줄 알고 바로 다가가 말했다. “선배님 인터뷰 끝났나요? 제가…”임진희의 조수는 손보미를 지나쳐 도아린에게 다가가 말했다. “도아린 씨, 선생님께서 식사에 초대하고 싶다고 하시는데 시간 되세요?”도아린이 잠시 망설이자 비서가 덧붙였다. “친구도 함께 오시죠. 함 선생님도 오실 거예요.”“알겠습니다.”손보미는 임진희의 비서를 따라가서 물었다.“선배님께서 저도 같이 오라고 하시지 않으셨어요?”비서가 머리를 치며 말했다. “아, 깜빡했네요.”손보미는 활짝 웃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어떻게 도아린만 부르고 자기를 부르지 않을 수
“아무 뜻도 아니야. 그저 아현 선생님이 워낙 조용하고 겸손을 유지하는 분이라 내가 여러 사람을 통해 어렵게 그분을 모셔와서 ‘별들이 떠받들이는 달'을 수선하게 했는데 도아린은 이 업계에 들어온 지 고작 보름 만에 그분의 보조가 되고, 그분의 비법까지 배울 수 있다는 게 조금 의아해서.”...임진희가 예약한 식당은 유명한 레스토랑으로 한 번에 한 테이블만 받는 곳이었다.“카톡 추가해도 될까?” 임진희는 함예진과 도아린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도아린은 함예진을 바라봤고 함예진은 요리를 집어 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도아린은 곧바로 휴대폰을 꺼내 들며 말했다.“선생님, 번호를 주시면 제가 추가하겠습니다.”임진희는 번호를 누르며 말했다.“선생님이라 부르지 말고 언니라고 해.”“얘는 나를 이모라고 불러.”함예진이 장난스럽게 말했다.“나이로 따지면 다르게 불러야지. 내가 언니보다 몇 살 어리잖아.” 임진희는 함예진의 목을 끌어안았다.소유정이 간절한 표정으로 물었다.“선생님, 저도 추가할 수 있을까요... 곤란하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요!”“그래, 추가하렴. 하지만 말한 대로 지켜야 해.”소유정은 자리에서 일어나 번호를 받으며 감격했다. 드디어 자신이 존경하는 사람의 번호를 받게 된 것이다.임진희는 먼저 소유정의 실력을 칭찬한 뒤 다음번 대회에서는 더 난이도 있는 곡을 선택하기를 바란다고 했다.소유정은 추천해 줄 곡이 있는지 물어보려 했지만, 임진희는 대화 화제를 돌려 도아린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오늘은 정말 네 덕에 살았어.”그녀는 말을 마치고 함예진을 힐끗 보며 덧붙였다.“내가 멘토 의자에 앉자마자 메시지가 와서 보는 순간 정말 정신이 아찔했어.”“표정은 꽤 행복해 보이던데?”“언니 연기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조금은 숨길 수 있어.” 임진희는 도아린을 보며 물었다.“그 사람이 라이브를 볼 거라고 어떻게 알았어? 혹시 그 사람과 친분이 있는 거야?”함예진은 테이블 아래에서 임진희의 다리를 가볍게 건드렸고 임진희는 급히
남자의 차가운 눈빛을 마주하니 도아린은 잠이 완전히 달아났다.“미안해요.” 그녀는 차 문 쪽으로 몸을 옮겼다.배건후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바라봤다. 관계를 정리하려는 행동이 문자 내용보다 더 그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서대은이랑 안 친해?”“그렇게.. 친하지 않아요.”“관계가 어느 정도길래 같이 어묵을 먹을 수 있는 건데?”“...” 도아린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반짝이는 눈동자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 “당신 정말 날 미행했어요?”배건후는 손가락을 살짝 움츠렸다. 예전에는 자신이 도아린에게 미행당했다고 의심했었는데 지금은 도아린에게 의심을 받고 있었다. 인과응보라더니, 도망칠 수 없는 굴레였다.도아린은 비웃음을 터뜨렸다. “당신이 나보고 서대은한테 가서 바다 진주를 사 오라면서요. 그럼 당연히 친해져야죠. 안 그러면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드레스를 고칠 방법이 없잖아요.”“...”배건후는 애꿎은 바지만 매만졌다. 핑계가 너무 어색했다. 누가 어묵을 먹으며 친해지는 거냐 말이다. 그것도 편의점에서.성대호가 그에게 보낸 사진을 여러 번 확대해서 봤었다. 오늘 서대은의 태도까지 봐서는 둘의 관계가 어묵 한 접시로 쌓을 수 있는 단순한 우정이 절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배건후는 속이 울렁거리며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그래서 네가 나한테 가져온 어묵은 너희가 먹고 남은 거야?”도아린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건 아니지.”배건후는 한숨을 내쉬었다.도아린이 말을 이었다. “당신 어묵을 안 먹어봤어요? 그거 따로 나눠진 국물 통에 들어 있는 거잖아요. 먹고 싶은 거 골라서 먹는 거라고요. 우리가 다 먹은 후에 몇 꼬치를 골라서 가져온 거예요.”‘그게 먹고 남은 걸 가져온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배건후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눈빛은 더욱 어두워졌다.차는 터널로 들어섰고 양쪽에서 밝게 비추는 조명이 차 안으로 들어와 남자의 냉랭한 얼굴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냈다.도아린은 그의 눈빛에 베일 것만 같았다. 서대은
하춘녀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 “그 여자는 정말 독해. 그렇게 수모를 당했으면서도 경찰에 신고하다니. 네 아빠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고 연락도 안 돼. 우선 나한테 몸을 숨길만 한 장소 하나 마련해줘.”“그 여자가 수모를 당했다고요?”“아마 그럴 거야. 내가 들어갔을 때는 그런 상태였으니까.”손보미는 차가운 미소를 띠며 지갑에서 두툼한 돈뭉치를 꺼내 하춘녀에게 건넸다. “위치를 보내줄 테니, 그곳에 며칠 머물러 있어요. 일이 잠잠해지면 다시 나와요.”하춘녀는 돈을 주머니에 넣고 문 쪽으로 향하다가 멈춰 섰다. “엄마는 갈아입을 옷이 없어.”손보미는 입지 않는 옷 몇 벌을 찾아 그녀에게 건넸고 하춘녀가 떠난 후 그녀는 온라인에서 도아린의 납치 사건을 검색해 보았지만 어떤 소식도 찾을 수 없었다.하춘녀는 받은 주소를 따라 싸구려 여관으로 찾아갔다. 요금은 저렴했지만, 환경이 무척 지저분했다. 근처에 더 나은 여관이 있나 둘러보려는데 골목에서 오토바이 소리가 들려왔다.그녀가 반응하기도 전에 손에 들고 있던 가방을 갑자기 빼앗겼다.“거기 서! 당장 물건을 돌려줘!”하춘녀는 다급히 쫓아서 뛰어갔지만, 오토바이를 따라잡을 수 없었고 숨을 헐떡이며 그 오토바이가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골목을 돌자 오토바이가 멈췄다. 방우진은 헬멧을 백미러에 걸어두고 가방 안에서 이십몇만 원을 찾아냈다. 그 여자가 입고 있던 옷을 보고 잘 사는 줄 알았는데 사실은 형편없는 신세였다.방우진의 마음엔 분노가 가득했다. 경찰이 그를 찾고 있어서 큰 병원에 갈 수도 없었고 성대호가 준 약은 잠시 고통만 덜어줄 뿐 전혀 치료되지 않았다. 성대호의 통제에서 벗어나려고 반년 월세를 챙기고 도망치려 했지만, 세입자가 돈을 주지 않는다면서 관리부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방우진은 신분이 드러날까 봐 세입자의 손가락을 부러뜨리고 그 틈에 도망쳤다.모든 게 배지유 탓이었다. 그녀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깊이 잠들어 있던 배지유는 전화 소리에 깼다.
복도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리자 잠에서 깬 손님들은 욕설이 퍼부었다.주인장은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왔지만, 싸우는 두 사람을 떼어놓지 못하고 결국 경찰에 신고하기로 했다.경찰에 신고한다는 소리에 하춘녀는 즉시 당황하며 말했다. “돈 돌려줘, 그럼 더는 소란 떨지 않을게.”방우진은 그녀도 경찰에 신고하는 걸 두려워하는 걸 보고 자신감이 더 생겨 말했다. “내가 당신 돈을 빼앗았다고 증명할 수 있는 증거라도 있어? 이건 협박이야, 주인장 신고해.”“안 돼, 안 돼!” 하춘녀는 방우진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렇게 당당하면 도망가지 마. 내 딸을 불러서 네게 책임을 물게 할 거야!”“그 누가 온다고 해도 나는 맹세코 당신 물건을 안 가져갔어.”방우진은 침을 뱉고는 다리를 절며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하춘녀는 멍하니 서 있었다. 두 사람은 바로 옆방에 묵고 있었다....마이바흐가 에이트 맨션 앞에 멈췄다.도아린은 들어가서 신발을 갈아신었지만, 배건후는 차에서 내리지 않았다. 아마도 손보미에게 갈 예정인듯싶었다.그녀는 위층으로 올라가 옷을 갈아입고 물을 마시러 내려왔는데 배건후가 소파에 기대어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표정이 고통스러워 보였다.“위 아파.”“...”도아린은 못 들은 척 그를 지나쳐갔다.배건후는 미간을 찡그린 채 그녀를 쳐다보며 말했다.“도아린, 이혼하지 않은 이상 너는 내 아내야. 남편이 아프다는데 신경도 안 써? 4천억은 포기할 거야?”도아린은 차갑게 말했다. “내가 뭘 해줄까요?”“아직 밥을 안 먹었어.”“그럼 내가 해주는 대로 먹어요.”도아린은 부엌으로 갔고 배건후는 미간을 찡그리며 핸드폰을 꺼냈다.유럽 프로젝트가 무산되었고 에파이어 2기의 상가들은 해남의 스카이 빌딩으로 가려 하고 도아린은 계속 그에게 이혼을 강요하고... 최근 걱정거리가 하나둘씩 쌓여 그를 심란하게 했다.30분쯤 지나 따뜻하고 향긋한 쌀죽 한 그릇과 아삭한 반찬들이 배건후 앞에 놓였다.아주 간편하게 차린 느낌이었고 아주 무심했
도아린은 그가 어떻게 가게의 자리를 얻게 되었는지 궁금해 도정국을 따라갔다.병실 안에서, 도유준은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흥얼거렸다. 문 앞의 의자가 밀리는 소리가 들려서야 그는 급히 이어폰을 뺐다.“아빠, 누나.”도아린은 바로 도정국이 끌어놓은 의자에 앉았다.도정국은 표정이 어두워졌지만, 도아린에게 부탁할 일이 있어 화를 내지 않고, 다른 의자를 끌어와 그녀 옆에 앉았다.“말해 봐, 도대체 무슨 일이야?”도아린은 가방에서 핸드크림을 꺼내 손등에 짜서 바르고는 다시 가방에 넣으면서 몰래 핸드폰 녹음 버튼을 눌렀다.도유준은 아빠가 자신에게 눈치를 주는 걸 본 후, 일부러 이불 위에 붕대를 감은 손을 올려놓았다.“누나, 제가 친구한테 돈을 빌려서 새 가게의 장비를 샀어. 물건을 받는 날, 가게에 젊은 애가 한 명 왔는데 글쎄 집세를 받으러 왔다고 하더라고. 우리 도울 디저트에서 언제 집세를 낸 적 있었어? 내가 매니저를 부르자고 했는데 그 어린놈이 아무 말 없이 내 손을 부러뜨린 거야. 엠파이어 빌딩은 매형 거잖아. 그놈이 나를 괴롭히는 건 매형을 무시하는 거잖아!”도아린은 핸드크림을 문지르며 담담하게 말했다. “새 가게라니, 어디서 난 거야?”“우리를 속이는 게 재밌어?”도정국은 화가 나서 일어섰다. “유준이 재산을 포기해야만 준다는 거야? 도유준은 내가 인정한 아들이고 내가 인정을 했으면 책임을 질 거야!”도아린은 무심하게 도정국을 한번 쳐다봤다.“그럼 도유준한테 책임을 지겠다면서 왜 나한테 이러는 거죠?”도정국은 말문이 막혔고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 그는 도아린을 노려보다가 서랍에서 서류를 꺼냈다.사실 그들은 이미 준비를 해두었지만, 일부러 주지 않고 미루고 있었다.“도유준은 재산 상속을 포기하고 나를 보살필 의무까지 다하고 있어. 너는 얘랑 비교가 되기나 해?”도정국은 서류를 도아린의 품에 던졌다.도아린은 핸드크림이 모두 흡수된 후 서류를 집어 들고 천천히 살펴본 뒤 확인이 되자 말했다.“그럼 도장을 찍어주세요. 제가
“도아린, 네가 만족할 만큼 해줬잖아. 또 이런 식으로 나오는 거야?”도정국은 화가 나서 눈을 부릅뜨며 도아린의 휴대폰을 가리켰다. 목에는 핏줄이 선명하게 도드라졌다.“시장부에서 나한테 직접 전화했어. 그들이 허락하지 않았다면 내가 열쇠를 받아서 인테리어를 할 수 있었겠어? 지금 당장 그들에게 전화해, 내 앞에서!”‘전화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지.’도아린은 시장관리 부문에 전화를 걸고 스피커폰을 눌렀다.“성 팀장님 사무실로 연결 부탁드립니다.”“성 팀장님은 휴가 중입니다.”비서의 태도는 다소 차가웠다.도아린은 문득 육하경이 성대호가 정직당했다고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녀는 도정국을 바라보며 전화에 대고 말했다.“상가 관련해서 확인 부탁드립니다. 며칠 전에 절차를 밟으라고 연락을 받았는데 바빠서 못 갔거든요.”“성함이 어떻게 되시죠?”“도아린입니다.”상대방은 잠시 침묵하더니 의자가 움직이고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잠시 후, 비서는 전화를 다시 받으며 말했다.“죄송하지만 이쪽에 도아린 씨의 명의로 등록된 상가 기록은 없습니다.”도정국은 도아린의 휴대폰을 뺏으려 했지만, 그녀가 피하자 할 수 없이 휴대폰에 가까이 대고 말했다.“다시 한번 확인해 주세요. 며칠 전에 저에게 전화가 와서 절차가 진행 중이니 우선 사용해도 된다고 했어요.” 도정국은 상가 번호까지 불러줬다. 곧 비서는 해당 상가의 소유주가 손 씨라는 정보를 전했다.도정국은 포기하지 않고 재확인해 달라고 고집을 부렸지만, 도아린은 통화를 끊어버렸다.“이게 어떻게 된 거야? 이럴 리가 없어!”도정국은 얼굴이 창백해지고 입술은 하얗게 질리며 의자에 주저앉았다. 큰소리까지 쳤고 개업 날짜도 정해둔 상황에서 상가가 없다고 하니, 이제 친구와 친척들 앞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도유준도 당황해하며 말했다.“누나, 아무리 누나가 나를 싫어한다고 해도 아빠한테 이런 장난을 치면 안 되지. 장비랑 원재료를 이미 다 주문했어. 이제 어떻게 하란 말이야?”“그것들을
순간 도아린은 그가 자신을 구하러 온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도 한순간이었다.그녀는 배건후의 눈빛 속 깊은 의미를 이해하고 웃으며 그의 팔짱을 꼈다.“오래 기다렸죠? 아버지도 동생을 보러 오셔서 잠깐 이야기 나눴어요.”도아린은 배건후를 데리고 나가려 했다.그 상가는 분명 손보미의 명의였고 만약 시장부에서 도정국에게 열쇠를 주지 않았다면 그가 사용할 수 없었을 것이다. 분명 뭔가 수상한 점이 있었다.배건후의 마음속에서 자신보다 손보미가 더 중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도정국이 알게 된다면, 그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수단이 사라질 것이다.도아린은 나가고 싶었지만, 도정국이 그녀를 가로막았다.“건후야, 잘 왔어...”도정국은 몇 걸음 앞으로 나서며 웃었는데 마치 교활한 여우 같았다.“엠파이어의 상가에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자네가 아린에게 준 상가가 왜 다른 사람 명의로 되어 있지?”침대 위의 도유준은 귀를 쫑긋 세우고 듣고 있었다.도아린은 힘껏 배건후의 팔을 꽉 잡았다.배건후는 지긋이 도아린을 한 번 바라보고는 도정국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내가 하는 일을 당신한테 보고해야 하는 거예요?”도정국의 가식적인 웃음은 순간 굳어졌고 두 손은 불안하게 주먹을 쥐었다.배건후가 3년 만에 처음으로 그에게 강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우리는 한 가족 아니냐? 서로 잘 이야기하고 이해해야 오해가 없지 않겠나.”“내 아내에게 함부로 소리치는 사람은 가족이 될 자격이 없어요.”도아린의 마음이 찌릿했다.그가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 얼마나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이 순간의 그의 보호가 지금까지 쌓였던 실망을 잠재웠다.만약 배건후라는 든든한 방패가 없었다면, 도정국은 벌써 도지현을 포기했을 것이고 그녀는 이렇게 편하게 살지 못했을 것이다.도아린은 고개를 숙여 눈에 맺힌 서러움을 감췄다.“대표님, 백 교수님께서 오셨습니다.” 옆에서 우정윤이 조심스레 알렸다. 배건후는 담담하게 말했다.“시장부에 통보해. 도울 디저트에 제공되던 모든 혜택은 즉
이튿날 아침, 차화영은 지나간 일을 다시 끄집어냈다. 이번에는 아들을 자신의 방으로 끌고 갔다.“빚쟁이들은 다 미쳤어. 옥경이한테도 손을 댔단 말이야! 그때 너를 대학에 보내느라고 옥경이는 학교에 다니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했어. 은혜는 잊으면 안 되는 거야. 지금 저 상황을 보고도 네가 가만히 있으면 안 되지!”진범준은 소파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손을 비비고 있었다.“엄마, 안준휘는 각가지 핑계를 대면서 저한테서 가져간 돈이 자그마치 100억이에요. 제가 소개해준 프로젝트도 200억짜리고요. 옥경이한테 빚진 거는 이미 다 갚았어요.”“네가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가 있어? 옥경이가 너를 공부시키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명희를 만날 수 있었겠어? 너희가 어떻게 그렇게 큰 회사를 일으킬 수 있었겠어? 옥경이 만약 학교에 다녔으면 더 좋은 사람한테 시집을 갔을 거고 이렇게 엉망인 일도 없었을 거야! 네가 옥경이한테 빚진 것은 평생 갚아도 못 갚아!”“엄마, 옥경이가 학교를 그만둔 건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옥경이가 돈을 벌러 나간 건 온전히 저 하나만을 위한 것이었어요?”진범준은 엄마를 쳐다보았고 눈빛 속에는 실망감이 가득했다.“만약 엄마가 돈 많은 사람한테 시집갔다면 저희는 재벌 2세였겠죠. 저는 고생해서 회사를 일으킬 필요도 없었고 옥경이도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했겠죠. 문제의 근원은 엄마예요.”차화영은 벼락을 맞은 듯했다.그녀는 평생 일을 하지 않았고 남편의 사망으로 얻은 위로금은 진작에 바닥이 났다.진범준은 자신이 일해서 학비를 벌 수 있다고 했지만, 차화영은 진옥경이 학교를 그만두고 일하라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경제적 지원이 없게 된다. 분명 본인의 이기심을 위한 선택이었는데 진범준이 평생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라고 말하고 있다.“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렇게 말할 수가 있어?”“저는 이렇게 말하면 안 되죠. 그런데 엄마도 모든 잘못을 저한테 덮어씌우면 안 됐어요.”진범준은 주머니에서 카드를 한 장 꺼내 테이블 위에 놓았다
도아린은 담담하게 훑어보고는 파편을 건너서 소파에 앉았다.“제가 민아에게 프로젝트를 위조하라고 시켰나요? 제가 민아에게 사채를 발행하라고 했나요? 만약 저랑 재민 씨가 그 저택을 달라고 하지 않았더라면 도유준은 진작에 민아 몰래 그걸 팔아버렸을 거예요.”차화영은 그런 것들은 신경 쓰지 않았고 안민아가 결혼하자마자 빚이 200억이 생긴 것만 생각했다.돈을 갚지 못하면 감옥에 가야 했다. 그녀의 외손녀가 어떻게 감옥에 갈 수 있단 말인가!“너 자신을 그렇게 깨끗하게 말하지 마! 네가 민아를 강씨 가문에 데리고 가지 않았더라면 민아가 도유준에게 몹쓸 짓을 당할 일도 없었을 것이고 오늘 같은 일도 생기지 않았을 거야! 네가 민아에게 잘못했으니 네가 민아에게 보상해줘야지!”“안민아는 지금까지도 어떻게 강씨 가문을 떠나게 되었는지 말하지 않고 있어요. 민아가 스스로 잘못된 일을 했는데 그 책임을 저한테 지라고 하면 저는 안 합니다.”도아린의 태도는 강력했고 말투는 날카로웠다.“가서 경찰서에 신고하라고 설득했는데 왜 신고하지 않은 거죠? 떳떳하지 못한 짓을 하고 저의 죄책감을 이용해서 진씨 가문에서 더 많은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거잖아요!”윤명희가 뭐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도아린의 눈짓에 입을 다물었다.차화영한테 불효라는 수식어는 그녀 한 사람만 짊어지면 됐다.“할머니라고 부르면서 어른으로서 존경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께서 도리를 따지지 않고 막무가내로 그러시면 제가 예의 없다고 탓하지 마세요.”“너...”차화영은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었고 도아린을 가리키며 윤명희에게 말했다.“이런 게 바로 잘난 네 딸이란다. 어디 한번 봐봐. 똑바로 봐!”윤명희는 약상자를 가정부에게 주면서 말했다.“제 딸이 얼마나 좋은데요. 함정에 빠지지도 않고 위법적인 행동을 하지도 않고요.”“올케, 제발 부탁할게요. 제발 저희를 도와주세요!”진옥경은 윤명희의 손을 덥석 잡고 윤명희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200억이라는 돈은 오빠한테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저희
그는 손을 중간에 놓고 있었다. 도아린은 밖을 쳐다보면서 손을 그의 손 위에 덮었다.강재민은 빠르게 손을 잡았고 손깍지를 꼈다. 말하는 말투도 훨씬 들떠있었다.“사실 제가 외국에 있을 때 혼자 요리를 해 먹었지만, 스테이크를 굽는 것밖에 몰라요. 어떻게 굽든 다 먹을 수 있으니까 말이에요.”“재민 씨.”도아린이 천천히 말을 건넸다.“제가 왜 성을 고치지 않은 지 알아요?”강재민의 말이 끊기도 그는 그녀의 말을 따라 대답했다.“진씨 가문의 재산을 받기 싫어서요? 사실 수혁이와 경수는 모두 아린 씨를 환영하고 아저씨와 아주머니도 모두 기꺼이 당신에게 주고 싶어 하는 거예요. 너무 부담을 느낄 필요 없어요.”“재혼할 때 다른 요소에 방해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에요.”도아린은 고개를 돌려 강재민의 옆모습을 쳐다보며 천천히 말했다.“저는 상대가 제일 먼저 좋아하는 게 저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누구의 딸이거나 어느 회사의 책임자여서가 아니라. 물론 이것들은 모두 호감을 높이는 좋은 요소들은 맞죠. 하지만 저는 제가 아무것도 없을 때 상대가 여전히 저를 받아주기를 원해요.”강재민의 표정은 눈에 띄는 변화가 없었지만, 그의 입가 근육이 살짝 움찔하였다. 그 비릿한 표정은 도아린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도아린은 손을 빼내려고 했지만, 강재민이 다시 잡았다.“죄송해요. 오늘 그들에게 아린 씨를 소개한 것은 우리의 신분이 어울린다는 것을 증명하려던 게 아니에요. 저는 그저 배건후를 떠난 당신이 얼마나 반짝이는 존재인지 배건후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강재민은 세게 도아린의 손을 잡고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을 이용해서 배건후를 자극했으면 안 됐어요. 하지만 저는 그저 배건후가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던 게 화가 나서 그랬어요.”그의 눈가에는 한줄기 살기가 스쳤지만 이내 사라졌다.진씨 저택에 도착해서 강재민은 도아린의 손을 놓았고 도아린은 손을 털었다. 세게 잡혀있던 손이 얼얼했다.“잘 자요.”“내일 영화 보러 갈래요?”강재민은 두 걸
두 사람의 행동을 보면 아주 잘 알고 있는 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최지우는 육청아의 귓가에 대고 말을 몇 마디 했고 육청아는 갑자기 도아린을 쳐다보았다.그녀의 눈빛은 도발적이었다. 그 도발은 이내 불안으로 바뀌었다.“가요.”강재민은 도아린의 곁으로 가서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그녀는 도아린의 발걸음을 따라 움직였지만, 시선은 여전히 육청아를 보고 있었다.육청아는 눈에 띄게 당황했고 도망가려는 듯했지만 어떻게 도망가야 소리소문없이 도망갈 수 있을지 모르는 듯했다.‘그녀가 두려워하는 사람은 강재민인가?’이 생각이 도아린의 마음속에 피어올랐고 거의 확신하게 되었다.강재민이 바로 LY의 현무였고 육청아는 그의 부하이다. “왜 그래요?”도아린의 기분 변화를 느낀 강재민이 발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아무것도 아니에요.”도아린은 어깨에 올린 손을 밀어내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렇게 친밀하게 행동하지 않겠다고 아까 약속했잖아요.”강재민은 미소를 지으며 손은 주머니에 넣고 그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었다.그는 신사적으로 차 문을 열고 도아린의 머리를 보호하면서 차에 오르게 한 다음 문을 닫았다.차에 시동이 걸리고 도아린은 백미러로 연회장 문 앞에 서 있는 배건후를 보았다.그의 주변에는 분위기가 차갑고 무겁게 가라앉았고 어떤 여자가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넸지만, 그의 차가운 눈빛에 놀라서 돌아갔다.“뭐 먹고 싶어요?”가로등의 빛이 빠르게 달리는 차 안을 비춰 강재민의 옆모습은 밝아졌다가 어두워졌다가 했다. 그 모습은 마치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천사와 악마의 모습이었다.그의 시선은 빠르게 도아린을 훑고는 계속해서 차를 운전했다.“양식을 먹을 거예요, 한식을 먹을 거예요?”“일식이요.”도아린은 대답하고 고개를 돌려 밖을 쳐다보았다.강재민에 대한 그녀의 마음이 조금 열리자마자 그녀는 받아들일 수 없는 정보를 얻게 되었다.서대은의 정보에 따르면 현무는 그녀가 은퇴한 후에 모습을 드러내 점차 전임 현무의 자리를 대체했다
“그래서...”도아린이 물었다.“미팅 자리라고 할 수 있죠.”도아린은 하마터면 그네에서 떨어질 뻔했다.“지금 저를 데리고 미팅 자리에 온 거예요?”“당연히 아니죠!”강재민의 웃음이 점점 더 환해졌다.“저처럼 이렇게 나이가 많은 남자가 어렵게 솔로 탈출하게 되었는데 당연히 와서 자랑해야죠.”도아린은 이마를 짚었다.“재민 씨, 우리 정말...”강재민은 그네를 멈추고 그녀의 앞으로 가서 한쪽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들어 그녀의 눈을 쳐다보았다.“저를 거절하지 말아요. 적어도 당장 거절하지는 말아요. 저한테 기회를 한번 주세요. 그리고 아린 씨 본인한테도 기회를 주세요. 만약 우리가 정말 어울리지 않는다면 아린 씨한테 절대 매달리지 않을 거라고 약속해요.”도아린이 뭐라고 말하려는 데 손가락이 입술을 막았다.쉿, 강재민이 작게 말했다.“분명 제가 먼저 아린 씨를 만났는데 당신의 눈에는 제가 없었어요. 저는 물러서고 싶지 않았어요. 저는 그저 경기를 졌을 뿐인데 어떻게 제 행복까지 지게 만들 수 있겠어요! 저는 집안의 사업을 이어받고 싶지 않았어요. 저는 홀로 사업을 시작했고 배건후가 경영하고 있는 사업을 모두 어느 정도 알고 있어요. 도아린 씨,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공부했지만 결국 시험에 참여할 자격조차 없다고 통보를 받은 기분이 어떤 건지 아세요?”“...”도아린은 강재민의 눈을 쳐다보았다.그의 얼굴은 담담한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눈은 촉촉하게 빛이 났다.도아린은 배건후에게 첫눈에 반했다. 마음속에 배건후가 있었기 때문에 모든 걸 바쳐서 그와 함께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살고 싶었다.그녀는 기꺼이 그를 위해 요리를 했고 그의 가족들을 돌봤다. 배건후가 자신의 사업을 위해 모든 마음을 기울일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배건후는 한 번도 그녀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 다정한 말이라도 말이다.지금 이렇게 마음을 다해 고백하는 말에 감동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이미 상처를 받아 흉터가 덕지덕
“신사님! 손이...”지나가던 종업원이 발견하고 서둘러 그를 휴게실로 데리고 가서 처치하려고 했지만, 배건후는 듣지 않고 도아린에게로 걸어갔다.“재민 도련님! 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떴나요, 여자분을 데리고 오시다니요!”“재민 도련님께서 평생 혼자 지내실 줄 알았는데 여자의 치마폭에 결국 항복하셨군요.”재벌가의 후계자 몇 명이 다가가서 인사를 건넸다.강재민은 도아린의 팔을 놓고 자연스레 도아린의 허리를 감싸 안고 다정하게 말했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아요. 이 사람이 겁이 많아서 겁먹고 도망간다면 모두 각오하세요.”도아린은 그와 너무 가까이 붙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강재민은 자연스러운 동작 같아도 사실 팔에 힘을 세게 주고 있어 철사처럼 그녀를 얽매고 있었다.도아린은 어쩔 수 없이 억지웃음을 지으며 다른 사람들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응답할 수밖에 없었다.“저희한테 소개해주지 않으시겠어요?”누군가가 궁금해서 물었다. 도대체 누구길래 강재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나 말이다.“도아린 씨. 진씨 가문에서 오래전에 잃어버린 딸이에요. 티파니 주얼리의 디자인 총괄이고 JS 픽처스의 프로젝트 기획자예요. 그리고 탑 주얼리 디자이너인데 예명은 비밀이에요.”강재민은 도아린의 모든 정체를 한 번씩 다 말할 기세였다. 그는 살짝 고개를 돌려 품 안의 사람을 쳐다보았다.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남자의 눈빛은 꿀이 떨어졌고 손으로 그녀의 잔머리를 넘겨주었다.“이 사람은 고생을 무척 많이 하고 저를 만난 거예요. 제가 이 사람을 제일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건 운명이 정한 일이죠.”도아린은 몸을 돌려 그의 넥타이를 정리해주는 척하며 이를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적당히 해요!”아주 연기 천재가 납셨다.“부족해요. 턱없이 부족해요.”강재민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저는 저의 전부를 당신에게 줄 거예요.”도아린은 그를 흘겨보았고 강재민의 웃음은 더욱 활짝 피었다.“도아린!”익숙한 목소리가 갑자기 그녀의 뒤에서 들려왔다. 고개를 돌린 도아린은 굳은 표
...도아린은 안에서 일어나는 소란을 보지 못했지만 얼마나 난리가 났을지 짐작이 갔다.차에 올라타기 전, 그녀는 뒤돌아 한번 보았다.“마음이 약해졌어요?”강재민이 피식 웃었다.“아니요.”안준휘는 항상 진범준에게 프로젝트를 놓쳤다느니, 강씨 가문에서 그에게 경고했다느니, LY에서 그를 겨냥하고 있다느니, 다른 사람의 함정에 빠졌다느니 하는 얘기들을 토로했다...다 거짓말이다.그는 진씨 가문을 돈줄로 생각했고 이런 이유로 돈을 빌리고 갚지도 않았다. 그래도 돈을 얻지 못하면 안민아의 결혼을 핑계로 고가의 혼수를 요구했다.도유준의 가짜 프로젝트는 사실 안민아가 생각해낸 것이었다. 그녀는 안준휘한테서 이런 것들을 배웠고 이게 결국 자신의 아버지를 함정에 빠뜨린 것이다.“그렇게 많은 돈을 가져갔는데 어디에 투자했는지 소문이 없어요.”강재민은 핸드폰으로 도유준의 주소를 사기당한 사람들에게 보내주었다.“안준휘는 밖에 사생아가 있어요. 진옥경이 자신에게 난리를 피울까 봐 돈을 진작에 거기로 빼돌렸죠.”약혼식 날, 안준휘는 술에 취해 기사에게 진옥경을 집으로 데려다주라고 하고는 자신은 사우나에 가겠다고 했는데 사실은 내연녀에게로 간 것이다.일남이 그를 따라갔다가 모든 걸 보게 되었다. 그들은 안민아가 강씨 가문에 시집가게 되어 더 많은 이득을 볼 수 있게 되었다고 축하를 했고 안준휘는 그날 거기서 밤을 보냈다.그들이 감히 진씨 가문에게 해를 끼치려 한다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도유준이 사채로 돈을 준 사람들은 모두 서대은이 보낸 사람들이었고 결국 그 돈은 돌고 돌아 다시 진범준에게로 가게 되었다.“제가 맞장구를 쳐서 같이 연기를 해줬으니 저한테 상이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강재민은 한쪽 눈썹을 치켜들었다. 도아린은 턱을 괴었다.“둘째 오빠가 볼일이 있다고 저를 찾았던 게 갑자기 생각났어요.”“진경수도 연성으로 갔어요.”강재민은 그녀의 핑계를 눈치채고 기사에게 떠나자고 지시했다.오늘 밤에는 상류 인사들이 작은 모임이
“악!”진경옥의 비명이 들렸고 그녀의 등은 재떨이에 세게 맞아 고통이 가슴을 파고들었다.그녀는 비틀거리며 바닥에 엎어졌다.“엄마!”안민아는 놀라서 창백해진 얼굴로 달려가 진옥경을 안았고 미친 듯이 도아린을 향해 소리 질렀다.“왜 우리 엄마를 밀어! 내가 너보다 못 지내니까 기분이 좋지! 무슨 불만이 더 있길래 우리 엄마한테 화풀이하는 거야!”“민아야...”진옥경은 그녀의 손을 잡고 고통을 참으며 말했다.“아린이가... 나를 밀지 않았더라면... 나는 머리를 맞았을 거야...”커다란 손이 도아린을 잡아끌었고 불쾌하다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다친 데 없어요?”강재민은 전화를 받은 탓에 그들보다 몇 분 늦게 들어왔고 들어서자마자 안준휘가 행패를 부리는 것을 보았다.안민아가 도아린을 밀어버릴 때, 그는 막으려 했지만 늦었다. 그는 자신이 도아린을 먼저 올라오게 해서는 안 됐다고 생각했다.“괜찮아요.”도아린의 대답을 듣고도 강재민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아 아래위로 한번 훑어보았고 그녀가 정말 다치지 않고 조금의 생채기도 생기지 않은 것을 보고 분노가 조금 사그라들었다.안민아는 강재민을 보고 마음이 무척 복잡해졌다.그녀가 결혼할 때, 강재민은 참석하지 않았는데 그녀는 그를 보고 싶기도 하지만 보기가 두렵기도 했다.강재민이 자신의 계획을 알고 그녀에게 실망할까 봐 두려웠고 또 그를 보게 된다면 그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숨기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오늘 그녀가 처량하게 가족들에게 질타를 받고 있는데 강재민이 갑자기 나타나서 그녀는 한순간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강재민의 신경은 온통 도아린에게로 갔었고 안민아의 마음속에는 질투심이 더욱더 날뛰었다.온 가족이 와서 그녀를 까밝히는 건 다 도아린이 선동한 것이다! 그녀는 강재민까지 데리고 왔고 일부러 그의 앞에서 넘어지기까지 했다!”“재민 씨, 저는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엄마가 너무 걱정되는 마음에 당황해서 그랬어요. 언니를 세게 밀지 않았어요!”강재민의 각진 얼굴은 엄숙한
상가는 말이 많았고 소식이 많으니 전하는 사람도 많았다.결국, 누군가가 안준휘의 프로젝트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챘다.안준휘는 프로젝트를 가지고 강씨 가문으로 갔고 강재민은 강씨 가문에서 이 프로젝트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으며 프로젝트에 찍힌 인장은 다 위조된 것이라고 했다.저택 안에서는 축하에 미친 두 사람이 새로운 자세를 시도하려 하고 있었는데 대문이 갑자기 거칠게 열렸다.“도유준! 너 당장 나와!”도유준은 놀라서 바로 무기를 들었고 안민아는 그를 밀쳐냈다. 두 사람은 서둘러 옷을 입었다.“우리 아빠가 왜 오신 거지?”도유준은 간사한 눈빛을 하고 바지만 입은 채 문을 나갔다.“아버님...”짝하는 소리가 났고 안준휘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따귀를 때렸다. 그리고는 프로젝트를 도유준의 얼굴에 던졌다.“제대로 해명해!”“사돈, 일단 화내지 마세요. 여기에는 반드시 무슨 오해가 있을 겁니다.”강홍련은 얼른 아들을 끌고 안으로 들어가면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강씨 가문에서 프로젝트 계약서를 준 걸 나는 왜 들은 적이 없어. 누가 준 거야?”안민아는 허겁지겁 달려 나와서 도유준의 얼굴을 붙잡고 말했다.“아빠, 왜 사람을 때려요!”사람을 때린다고? 지금 마음으로는 죽여버리고 싶었다.협력자들이 찾아와 돈을 토해내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사기죄로 고소한다고 했다.그가 고생해서 이루어낸 회사는 아무리 발버둥을 쳐봐도 200억이 되지 않았다.안준휘는 사람을 잡아먹을 듯 사나운 늑대 같은 눈을 하고 말했다.“도유준, 오늘 제대로 얘기해봐. 왜 나를 속였어! 제대로 설명 못 하면 네 다리를 부러뜨릴 거야!”“도유준은 아빠를 속이지 않았어요!”안민아는 도유준을 등 뒤에 숨기며 말했다.“그 프로젝트는 저도 알아요. 프로젝트는 가짜지만 투자는 진짜예요!”안준휘는 때리려고 손을 들었는데 진옥경과 도아린이 말렸다.“삼촌, 일단 화내지 말고 민아의 얘기를 들어봐요.”도아린은 진옥경이 불렀다.그녀는 만약 소란이 크게 번지면 자신이 안준휘를 막고 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