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누군가 지나가면서 도아린은 눈가에 맺힌 눈물을 들키지 않으려 옆으로 비켜서서 배건후에게 등을 돌렸다.배건후는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필요할 땐 달콤한 말을 내뱉으며 그를 방패로 삼더니, 이제 필요가 없어지니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것이었다.그녀가 자신의 동기가 불순하다고 확신하니, 그 뜻대로 해 주기로 했다.“보미가 사과글을 올렸으니, 네가 아현에게 잘 말해줘.”“그렇게 할게요.”도아린은 마치 결과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흔쾌히 대답했다.배건후는 말없이 돌아섰다.도아린은 내려가려는데 배건후가 위층으로 가는 걸 보고 서둘러 따라갔다.“동생 보러 가려는 거예요?”배건후가 병문안을 온 것은 두 번뿐이었다. 한 번은 도지현을 입원시키러 온 것이고, 또 한 번은 결혼 후 처음으로 집을 방문했을 때 도지현을 먼저 보러 왔을 때였다.우정윤이 도아린에게 다가와 조용히 설명했다.“대표님께서 도지현 씨를 위해 전문의를 모셨습니다. 백 교수님이 지금 병실에 계실 겁니다.”도아린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배건후를 바라보았다.남자는 반듯하게 선 자세로 오래된 복도를 걸어갔고 그의 고귀한 아우라는 이 공간과 어울리지 않았다.도아린의 마음속에 의문이 들었다.도지현이 입원한 지 1년이 넘었는데, 심지어 도정국마저도 병실 호수를 확인하려고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었는데 겨우 두 번 왔을 뿐인 배건후는 병실로 가는 길을 잘 알고 있는 듯했다.도아린이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병실 문 앞에 서 있는 백 교수를 보았다.백 교수는 젊은 남자였고 배건후에게 공손하게 인사했다.배건후는 손짓으로 들어가라고 하고는 둘이 함께 병실로 들어갔다.조이서와 안혜진은 도아린에게 자리를 내주며 물러났다.도아린은 침대 발치에 서서 백 교수가 도지현에게 여러 가지 검사를 하는 모습을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지켜보았다.결론은 주치의의 말과 다르지 않았다. 도지현이 깨어날 가능성은 작았다.해외에 뇌를 자극하는 기계가 있는데, 약물과 병행하면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그
도아린은 차갑게 웃었다.손보미가 정말 미안함을 느낀다면, 당연히 열쇠를 자기에게 직접 주는 게 맞지 않나?그녀는 일부러 도아린을 건너뛰고 도정국을 찾아간 것부터가 음모가 깔려 있었다.하지만 배건후는 손보미의 의도가 좋다고 생각하니, 그녀의 악한 본성은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그래서 당신이 말씀하신 뜻은 뭔가요? 손보미가 나에게 상가를 쓰라고 하고, 내 동생 치료를 위해 의사까지 구해줬으니, 내가 그녀에게 감사하며 충성해야 한다는 건가요?”“도아린!” 배건후의 눈빛이 차갑게 번뜩였다.도아린은 차갑게 웃고는 손을 벌리며 말했다.“아니면 당신은 내가 더는 보육원 일에 관여하지 않고, 그냥 망가지도록 내버려 두길 바라시는 건가요? 어차피 나와는 상관없으니까?”“이해할 수가 없군.”배건후는 뒤돌아 나가버렸다.우정윤은 도아린에게 할 말이 있는 듯했지만, 대표님이 가버리자 얼른 뒤따라갈 수밖에 없었다....성대호가 비서의 전화를 받았을 때, 그는 어두운 지하실에 서 있었다.난간의 철근이 두 개 잘려져 있었고 방우진은 도망친 상황이었다.성대호는 짜증스럽게 머리를 쥐어뜯었다. 자신이 상가를 손보미 명의로 옮겨놓는 바람에 도아린 부녀 사이에 갈등이 생긴 것이었다.“찾아보라고 한 상가는 어떻게 되었어?”“팔려는 가게가 하나 있긴 한데 가격도 터무니없이 높고 위에서 사적으로 양도하는 걸 금지하는 통지까지 내렸어요.”비서는 서럽게 말했다. “성 팀장님, 언제 돌아오시는 거예요.”왕이 바뀌면 신하도 바뀌는 법이라, 새로운 팀장은 자신이 키운 사람만을 믿었고 전임자의 비서였던 그녀는 고립된 처지가 되었다.“지금 하는 일만 마치면 돌아갈게.”성대호는 비서를 달래며 자신의 이름으로 상대와 접촉해 도아린 명의로 빨리 매입을 마무리하라고 지시했다.그는 도아린에게 계속 빚을 지고 있는 상황이 싫었다.비서와의 전화를 막 끊자, 배지유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오빠, 나 한 번만 더 도와줄 수 있어?”“말해 봐.”성대호는 담배를 피우며 한 모금 빨
성대호는 입술을 살짝 깨물며 억지로 웃어 보였다.“누가 차를 긁어서 그 사람을 찾을 수 있을지 보려고 왔어요. 아린 씨는요?”“나는 A18 상가의 CCTV를 보러 왔어요. 누가 우리 아버지 양아들의 손가락을 부러뜨렸거든요.”도아린은 말하는 내내 성대호의 얼굴을 주시했고 그는 눈을 깜빡이며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잠시 후, 성대호는 경호 팀장에게 담배 한 개비를 던지며 물었다.“A18의 CCTV는 연결됐어?”이렇게 명백하게 힌트를 주자, 경호 팀장은 성대호의 뜻을 알아차리고 대답했다.“그 상가는 아직 절차가 끝나지 않아서, CCTV가 연결되지 않았습니다.”도아린은 말없이 그들이 짜고 치는 것을 지켜보았다.성대호는 몇 마디 더 물어본 뒤, 도아린에게 설명했다.“아직 절차가 끝나지 않은 상가는 CCTV 영상이 본사에 연결되지 않아요. 그래도 근처 가게 CCTV를 확인해 볼 수 있도록 도와줄게요. 근처 상가들은 자체 CCTV가 있어서 뭔가 찍혔을지도 몰라요.”성대호는 도아린과 함께 근처 상가 CCTV를 확인하러 가려는 듯했지만, 도아린은 여전히 앉은 자리에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갑시다. CCTV를 확인하고 싶다면서요?”도아린은 눈에 웃음기 없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 미소에 성대호의 등골이 서늘해졌다.그녀는 배건후의 기세를 흉내 내면서 가냘픈 몸에서 오싹한 압박감을 내뿜었다.성대호의 미소가 굳어질 때쯤,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늦어서 미안해요.”육하경은 성대호를 보고 살짝 멈칫하더니 의아하게 도아린을 바라봤다.도아린은 웃으며 일어나서 말했다.“잘 왔어요. 성 팀장님 차가 긁혀서 CCTV를 확인하려 한다고 해요. 도와줄 수 있죠?”그 말을 듣고 성대호의 표정이 굳었고 손에 들고 있던 담배가 떨어질 뻔했다.그는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중요한 일이 아닌데 뭐. 내가 알아서 할 수 있어. 너는 뭐 하러 온 거야?”“난 아린 씨랑 함께 CCTV를 보러 왔지.” 육하경이 말을 마치자, 성대호는 그를 문밖으로 데리고 나
성대호는 옆에 있는 사람에게 눈짓했고 그 사람은 차를 준비하는 척하며 CCTV의 전원을 끊었다.“어? 이게 무슨 일이지?” 경호 팀장은 당황하여 말했다. “전기기사 불러서 누가 전기 차단기를 잘못 건드린 건 아닌지 확인해봐.”직원은 잠시 멈칫하다가 상황을 알아차렸다.CCTV 백업 컴퓨터는 옆방에 있었지만, 그는 상사가 자신에게 정확히 무엇을 하라고 하는지 알지 못했다.CCTV 실에서 도아린은 성대호가 메시지를 보내는 것을 보고 사태가 단순하지 않다고 짐작했다.육하경은 그녀의 눈빛을 주시하고 있다가 정수기 뒤쪽 전원이 꺼진 것을 재빨리 발견했다.그는 조용히 다가가 전원을 다시 연결했다.옆방의 CCTV 화면도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고 화면이 켜지는 순간 그 직원은 컴퓨터 앞에서 일어났다.성대호는 화면이 너무 많아 그 직원의 행동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것에 다행이라 생각하며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나 세심한 육하경은 그의 긴장과 안도감을 놓치지 않았다.“가요. 옆 가게 CCTV도 한번 봅시다.” 도아린은 일어나며 나갈 채비를 했다. 이제 더는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었다.육하경과 성대호도 함께 따라 나왔다.성대호는 육하경에게 담배를 건네며 말했다.“CCTV 조사는 나에게 맡겨. 꼭 찾아줄게.”도아린은 고개를 돌려 그를 보며 말했다.“성 팀장은 자기 차 CCTV는 조사 안 하나요?”“그냥 긁힌 거라 괜찮아요.” 성대호는 복잡한 표정으로 도아린 옆에 다가섰다.“아린 씨 아버지는 양아들과 함께 길에서 아린 씨에게 치욕을 주었는데 아린 씨는 그 사람을 위해 CCTV를 확인해 주는 거예요? 나쁜 사람은 언젠가 벌을 받게 되어 있어요. 그 사람은 당해도 싸요.”“저는 그의 생사에 관심이 없어요. 저는 그저 누군가 뒤에서 음모 꾸미는 게 싫은 것뿐이에요.”도아린은 성대호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성대호는 바로 시선을 피하며 육하경을 보았다.“누가 감히 그래요? 여긴 엠파이어 빌딩인데 건후가 그렇게 두지 않을 거예요.”육하경은 도아
방우진은 한쪽 다리를 절뚝이며 A18 가게에서 나왔다. 그는 당황한 듯 주위를 둘러보더니 오토바이에 올라탔고 방향을 돌릴 때 차량 번호판이 드러났다.사흘 뒤 밤, 방우진은 경찰차 소리를 듣자마자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창문을 통해 탈출해 오토바이에 올라타고 도망쳤지만, 골목을 빠져나오자마자 체포당했다.같은 방식으로 창문을 통해 도망치던 하춘녀도 반대 방향으로 도망치다 방우진이 경찰차에 태워지는 것을 보고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도아린이 경찰서에 도착했을 때, 육하경과 배건후는 취조실에서 나오고 있었다.며칠 동안 배건후는 집에 돌아오지 않았고 도아린은 큰 계약을 따내며 돈을 버는 일과 도지현의 치료를 챙기느라 그를 완전히 잊고 있었다. 오랜만에 배건후의 모습을 보았는데 그는 많이 지쳐 보였다.“자백했어요?” 도아린은 육하경을 바라보며 물었다.배건후의 눈빛이 차갑게 식었고 얇은 입술이 굳어졌다.도아린의 태도는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였다.육하경은 배건후를 잠시 바라보다가 망설이며 말했다.“아무것도 말하지 않으려 해요.”도아린은 배건후를 바라보았고 희망이 담긴 눈빛이 차갑게 식어갔다.“건후 씨, 상가는 당신이 손보미에게 줬는데, 왜 방우진이 임대료를 받고 있는지 설명해 줄래요?”배건후의 냉랭한 시선이 더욱 어두워졌고 주머니 속에서 손은 단단히 주먹을 쥐었다.그는 방우진이 잡힌 이유가 그 오토바이 번호판 덕분이라는 것, 그리고 그 번호판을 찾아낸 사람이 도아린과 육하경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배건후는 도아린의 팔을 잡고 반쯤 끌고 가듯 그녀를 휴게실로 데리고 갔다.“네가 육하경과 함께 CCTV를 조사했으면, 나한테 먼저 설명을 해야 했던 거 아닌가?”남자의 시선은 칼처럼 날카로웠고 도아린은 손목이 부러질 것 같은 고통을 느꼈다.아팠지만 그녀는 웃음을 지었다.“당신은 내 말을 절대 믿지 않으면서 무슨 설명을 바라는 거예요? 성대호 씨는 당신 사람이잖아요. 내가 CCTV를 조사하러 갔다고 말하지 않았다면, 당신에게 문제가 있는
도아린은 밀쳐내려 했지만, 소용이 없자 그의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악! 도아린, 너 개야?”도아린은 손등으로 입을 닦으며 말했다.“여기 경찰서예요!”그녀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고 복도에서 육하경을 보자 다시 입을 닦았다.뒤따라 나온 배건후는 도아린의 허리를 감싸 안고 그대로 그녀를 품에 가둬 버렸다.그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육하경이 들을 만큼 충분히 컸다.“집에 가서 얘기하자.”“...”분명 그가 잘못했는데 마치 그녀가 쩔쩔매는 것처럼 상황이 흘러갔다.육하경은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금세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방금 화장실에서 나왔는데 대호와 지유가 왔다는 얘기를 들었어.”도아린은 흥미로운 구경거리를 예상하며 눈썹을 치켜들었다.잠시 후, 성대호가 배지유를 부축하고는 나오면서 다정하게 달리고 있었다.배지유는 입을 막고 울다가 육하경을 보자마자 성대호의 품에서 재빨리 벗어났다.성대호는 잠시 멍해 있다가 이내 깨닫고 눈에 자조적인 기색이 스쳤다.“왜 온 거야.” 배건후는 차갑게 물었다.“저는…” 배지유는 도아린을 한 번 바라보고는 마음속 분노를 억누르려 애썼다.모두 도아린 탓이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방우진이 잡히지 않았을 것이다.“왜 아린이를 쳐다봐.” 배건후는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배지유는 그 말에 깜짝 놀라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오빠, 집에 가서 얘기하면 안 돼요?”성대호는 배지유가 꾸짖음을 당할까 봐 함께 가고 싶었지만, 배지유는 육하경 앞에서 그와의 관계를 끊으려 애쓰고 있었다.결국, 성대호는 육하경의 차를 타고 먼저 떠날 수밖에 없었다.배지유는 차에 오르면서 도아린에게 말했다.“새언니, 나 오빠랑 단둘이 할 얘기가 있어.”“아린이도 우리 집 식구고 네 새언니야.” 배건후는 도아린을 안고 뒷자리에 탔고 배지유는 못마땅했지만 할 수 없이 천천히 조수석에 앉았다.그들은 주현정의 기분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에이트 맨션으로 향했다.배지유는 사실대로 다 말하지 않고 일부만 말했다.그녀는
도아린은 밥을 짓고 고기 요리 하나와 채소 요리 하나를 준비했다.막 앞치마를 벗으려던 참에 배건후와 배지유가 얘기를 마치고 식사실로 들어왔다.식탁 위에 놓인 청경채 찜과 소고기볶음을 보자 배지유는 못마땅한 듯 입을 삐죽 내밀었다. 오빠는 재산이 수십조인데 도아린은 이렇게 초라한 음식이나 만들다니, 돈을 엄청 많이 빼돌린 게 분명했다.“오빠, 난 엄마랑 같이 먹고 오후에 다시 올게요.”배지유는 가방을 들고 가려고 했다.“다시 올 것 없어. 당분간 특별한 일 없으면 외출하지 마.”배건후는 한마디 당부하고는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도아린이 혼자서 밥을 퍼서 먹기 시작하자 배건후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를 쳐다봤다.“내 밥은?”“다이어트 식단으로 배달시켰어요. 곧 도착할 거예요.”“...나 방금 비행기에서 내렸는데 배달음식을 먹으라고?”배건후의 목소리가 싸늘해졌다.도아린은 젓가락으로 식탁을 가리켰다.“내가 만든 밥을 안 먹을 거라면서요? 그럼 나더러 어쩌라는 거죠?”“아린아, 적당히 해. 하루라도...”“하루라도 이혼하지 않으면 난 배씨 가문 사모님이겠죠.”도아린은 그의 말을 가로채며 비웃었다.“어느 부잣집 사모님이 삼시 세끼를 직접 차려요? 나중에 에이트 맨션에 정착하면 최고급 요리사를 고용해서 식사를 책임지게 할게요. 괜히 배 대표가 아내를 홀대한다는 소문이 돌면 안 되잖아요.”배건후는 원래 위가 아팠는데 지금은 화가 나서 머리까지 아파 오기 시작했다.도아린은 더 이상 그에게 관심을 주거나 비위를 맞추지 않았고 말하는 태도는 담담했으며 눈빛에는 안쓰러워하는 기색이라곤 전혀 없었다.그는 손가락을 움츠렸다 펴기를 반복하더니 젓가락을 들어 음식을 한두 입 맛보았다...밥을 반 공기쯤 비운 뒤에야 배건후는 젓가락을 내려놓았다.오늘 반찬은 기름기가 많아 다소 느끼했지만, 경련을 일으키던 위는 한결 편안해졌다.몸이 편안해지자 말투 또한 부드러워졌다.“치료비와 영양제 비용 외에 도유준에게 보상금으로 2억을 더 줄게.”도아린은 씹던 동
걱정하지 마세요. 좋은 며느리로 만들어 드릴게요.”“...”육하경의 온화하고 준수한 얼굴은 굳어졌고 마음속으로 도아린에게 미안한 감정이 일었다.그날 저녁, 형제들은 클럽에서 술을 마셨다.성대호는 담배를 돌렸지만, 아무도 피울 생각이 없어 보이자 스스로 담배에 불을 붙였다.“예전 고객과 연락이 닿았는데, 그분도 스카이 빌딩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을 찾았는지 궁금해하더라고.”자신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성대호는 방우진의 의식주를 해결해 준 후 직접 찾아갔고, 마침내 단서를 찾아냈다. “그래서 뭐래?”육하경이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 물었다.“스카이 빌딩 측에서는 그들 대표 여자 친구가 정보를 제공했다고 하더라.”성대호는 이 단서가 자신의 결백을 증명해 줄 거라고 확신했다.자료를 빼낼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의 비서 아니면 배건후의 비서였기 때문이다.배건후는 자리에 앉자마자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명문가 자제들 사이에서 늘 술자리가 많았지만, 그의 주량은 좋지 않았다.와인 한 병이면 취할 정도였다.테이블 위의 와인이 반쯤 줄어들자, 육하경은 와인 병을 자기 앞으로 가져가고 배건후에게 차를 따라주었다.약간 취기가 오른 배건후는 소파에 기대앉아 물었다.“증거 있어?”“두 사람은 정표로 나눈 루비 목걸이가 있대”배건후는 눈을 뜨지 않았지만, 이마에 힘줄이 불끈 솟았고 팔걸이에 올려놓은 손은 주먹을 꽉 쥐었다.성대호는 잠시 침묵하다가 배건후에게 주동적으로 해명했다.“그날 아린 씨가 CCTV 확인하러 왔을 때, 난 급한 일이 생겨서 함께 조사하지 못했고 나중에도 너에게 말하는 걸 깜빡했어. 지유는 아직 어려서 장난이 지나쳤던 거야. 애가 이번엔 진짜 반성했어.”성대호가 육하경의 발을 차자 육하경은 맞장구치며 말했다.“내일 나도 고소 취하할게.”술자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배건후는 피로가 몰려와 우정윤에게 전화를 걸어 데리러 오라고 했지만, 뜻밖에도 도아린의 목소리가 들렸다.주현정의 옷 치수를 재고 있던 도아린은 전화를 받아 귀에 댄 채 말했다.
이튿날 아침, 차화영은 지나간 일을 다시 끄집어냈다. 이번에는 아들을 자신의 방으로 끌고 갔다.“빚쟁이들은 다 미쳤어. 옥경이한테도 손을 댔단 말이야! 그때 너를 대학에 보내느라고 옥경이는 학교에 다니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했어. 은혜는 잊으면 안 되는 거야. 지금 저 상황을 보고도 네가 가만히 있으면 안 되지!”진범준은 소파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손을 비비고 있었다.“엄마, 안준휘는 각가지 핑계를 대면서 저한테서 가져간 돈이 자그마치 100억이에요. 제가 소개해준 프로젝트도 200억짜리고요. 옥경이한테 빚진 거는 이미 다 갚았어요.”“네가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가 있어? 옥경이가 너를 공부시키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명희를 만날 수 있었겠어? 너희가 어떻게 그렇게 큰 회사를 일으킬 수 있었겠어? 옥경이 만약 학교에 다녔으면 더 좋은 사람한테 시집을 갔을 거고 이렇게 엉망인 일도 없었을 거야! 네가 옥경이한테 빚진 것은 평생 갚아도 못 갚아!”“엄마, 옥경이가 학교를 그만둔 건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옥경이가 돈을 벌러 나간 건 온전히 저 하나만을 위한 것이었어요?”진범준은 엄마를 쳐다보았고 눈빛 속에는 실망감이 가득했다.“만약 엄마가 돈 많은 사람한테 시집갔다면 저희는 재벌 2세였겠죠. 저는 고생해서 회사를 일으킬 필요도 없었고 옥경이도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했겠죠. 문제의 근원은 엄마예요.”차화영은 벼락을 맞은 듯했다.그녀는 평생 일을 하지 않았고 남편의 사망으로 얻은 위로금은 진작에 바닥이 났다.진범준은 자신이 일해서 학비를 벌 수 있다고 했지만, 차화영은 진옥경이 학교를 그만두고 일하라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경제적 지원이 없게 된다. 분명 본인의 이기심을 위한 선택이었는데 진범준이 평생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라고 말하고 있다.“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렇게 말할 수가 있어?”“저는 이렇게 말하면 안 되죠. 그런데 엄마도 모든 잘못을 저한테 덮어씌우면 안 됐어요.”진범준은 주머니에서 카드를 한 장 꺼내 테이블 위에 놓았다
도아린은 담담하게 훑어보고는 파편을 건너서 소파에 앉았다.“제가 민아에게 프로젝트를 위조하라고 시켰나요? 제가 민아에게 사채를 발행하라고 했나요? 만약 저랑 재민 씨가 그 저택을 달라고 하지 않았더라면 도유준은 진작에 민아 몰래 그걸 팔아버렸을 거예요.”차화영은 그런 것들은 신경 쓰지 않았고 안민아가 결혼하자마자 빚이 200억이 생긴 것만 생각했다.돈을 갚지 못하면 감옥에 가야 했다. 그녀의 외손녀가 어떻게 감옥에 갈 수 있단 말인가!“너 자신을 그렇게 깨끗하게 말하지 마! 네가 민아를 강씨 가문에 데리고 가지 않았더라면 민아가 도유준에게 몹쓸 짓을 당할 일도 없었을 것이고 오늘 같은 일도 생기지 않았을 거야! 네가 민아에게 잘못했으니 네가 민아에게 보상해줘야지!”“안민아는 지금까지도 어떻게 강씨 가문을 떠나게 되었는지 말하지 않고 있어요. 민아가 스스로 잘못된 일을 했는데 그 책임을 저한테 지라고 하면 저는 안 합니다.”도아린의 태도는 강력했고 말투는 날카로웠다.“가서 경찰서에 신고하라고 설득했는데 왜 신고하지 않은 거죠? 떳떳하지 못한 짓을 하고 저의 죄책감을 이용해서 진씨 가문에서 더 많은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거잖아요!”윤명희가 뭐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도아린의 눈짓에 입을 다물었다.차화영한테 불효라는 수식어는 그녀 한 사람만 짊어지면 됐다.“할머니라고 부르면서 어른으로서 존경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께서 도리를 따지지 않고 막무가내로 그러시면 제가 예의 없다고 탓하지 마세요.”“너...”차화영은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었고 도아린을 가리키며 윤명희에게 말했다.“이런 게 바로 잘난 네 딸이란다. 어디 한번 봐봐. 똑바로 봐!”윤명희는 약상자를 가정부에게 주면서 말했다.“제 딸이 얼마나 좋은데요. 함정에 빠지지도 않고 위법적인 행동을 하지도 않고요.”“올케, 제발 부탁할게요. 제발 저희를 도와주세요!”진옥경은 윤명희의 손을 덥석 잡고 윤명희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200억이라는 돈은 오빠한테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저희
그는 손을 중간에 놓고 있었다. 도아린은 밖을 쳐다보면서 손을 그의 손 위에 덮었다.강재민은 빠르게 손을 잡았고 손깍지를 꼈다. 말하는 말투도 훨씬 들떠있었다.“사실 제가 외국에 있을 때 혼자 요리를 해 먹었지만, 스테이크를 굽는 것밖에 몰라요. 어떻게 굽든 다 먹을 수 있으니까 말이에요.”“재민 씨.”도아린이 천천히 말을 건넸다.“제가 왜 성을 고치지 않은 지 알아요?”강재민의 말이 끊기도 그는 그녀의 말을 따라 대답했다.“진씨 가문의 재산을 받기 싫어서요? 사실 수혁이와 경수는 모두 아린 씨를 환영하고 아저씨와 아주머니도 모두 기꺼이 당신에게 주고 싶어 하는 거예요. 너무 부담을 느낄 필요 없어요.”“재혼할 때 다른 요소에 방해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에요.”도아린은 고개를 돌려 강재민의 옆모습을 쳐다보며 천천히 말했다.“저는 상대가 제일 먼저 좋아하는 게 저라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누구의 딸이거나 어느 회사의 책임자여서가 아니라. 물론 이것들은 모두 호감을 높이는 좋은 요소들은 맞죠. 하지만 저는 제가 아무것도 없을 때 상대가 여전히 저를 받아주기를 원해요.”강재민의 표정은 눈에 띄는 변화가 없었지만, 그의 입가 근육이 살짝 움찔하였다. 그 비릿한 표정은 도아린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도아린은 손을 빼내려고 했지만, 강재민이 다시 잡았다.“죄송해요. 오늘 그들에게 아린 씨를 소개한 것은 우리의 신분이 어울린다는 것을 증명하려던 게 아니에요. 저는 그저 배건후를 떠난 당신이 얼마나 반짝이는 존재인지 배건후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강재민은 세게 도아린의 손을 잡고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당신을 이용해서 배건후를 자극했으면 안 됐어요. 하지만 저는 그저 배건후가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던 게 화가 나서 그랬어요.”그의 눈가에는 한줄기 살기가 스쳤지만 이내 사라졌다.진씨 저택에 도착해서 강재민은 도아린의 손을 놓았고 도아린은 손을 털었다. 세게 잡혀있던 손이 얼얼했다.“잘 자요.”“내일 영화 보러 갈래요?”강재민은 두 걸
두 사람의 행동을 보면 아주 잘 알고 있는 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최지우는 육청아의 귓가에 대고 말을 몇 마디 했고 육청아는 갑자기 도아린을 쳐다보았다.그녀의 눈빛은 도발적이었다. 그 도발은 이내 불안으로 바뀌었다.“가요.”강재민은 도아린의 곁으로 가서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그녀는 도아린의 발걸음을 따라 움직였지만, 시선은 여전히 육청아를 보고 있었다.육청아는 눈에 띄게 당황했고 도망가려는 듯했지만 어떻게 도망가야 소리소문없이 도망갈 수 있을지 모르는 듯했다.‘그녀가 두려워하는 사람은 강재민인가?’이 생각이 도아린의 마음속에 피어올랐고 거의 확신하게 되었다.강재민이 바로 LY의 현무였고 육청아는 그의 부하이다. “왜 그래요?”도아린의 기분 변화를 느낀 강재민이 발걸음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아무것도 아니에요.”도아린은 어깨에 올린 손을 밀어내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렇게 친밀하게 행동하지 않겠다고 아까 약속했잖아요.”강재민은 미소를 지으며 손은 주머니에 넣고 그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었다.그는 신사적으로 차 문을 열고 도아린의 머리를 보호하면서 차에 오르게 한 다음 문을 닫았다.차에 시동이 걸리고 도아린은 백미러로 연회장 문 앞에 서 있는 배건후를 보았다.그의 주변에는 분위기가 차갑고 무겁게 가라앉았고 어떤 여자가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넸지만, 그의 차가운 눈빛에 놀라서 돌아갔다.“뭐 먹고 싶어요?”가로등의 빛이 빠르게 달리는 차 안을 비춰 강재민의 옆모습은 밝아졌다가 어두워졌다가 했다. 그 모습은 마치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천사와 악마의 모습이었다.그의 시선은 빠르게 도아린을 훑고는 계속해서 차를 운전했다.“양식을 먹을 거예요, 한식을 먹을 거예요?”“일식이요.”도아린은 대답하고 고개를 돌려 밖을 쳐다보았다.강재민에 대한 그녀의 마음이 조금 열리자마자 그녀는 받아들일 수 없는 정보를 얻게 되었다.서대은의 정보에 따르면 현무는 그녀가 은퇴한 후에 모습을 드러내 점차 전임 현무의 자리를 대체했다
“그래서...”도아린이 물었다.“미팅 자리라고 할 수 있죠.”도아린은 하마터면 그네에서 떨어질 뻔했다.“지금 저를 데리고 미팅 자리에 온 거예요?”“당연히 아니죠!”강재민의 웃음이 점점 더 환해졌다.“저처럼 이렇게 나이가 많은 남자가 어렵게 솔로 탈출하게 되었는데 당연히 와서 자랑해야죠.”도아린은 이마를 짚었다.“재민 씨, 우리 정말...”강재민은 그네를 멈추고 그녀의 앞으로 가서 한쪽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들어 그녀의 눈을 쳐다보았다.“저를 거절하지 말아요. 적어도 당장 거절하지는 말아요. 저한테 기회를 한번 주세요. 그리고 아린 씨 본인한테도 기회를 주세요. 만약 우리가 정말 어울리지 않는다면 아린 씨한테 절대 매달리지 않을 거라고 약속해요.”도아린이 뭐라고 말하려는 데 손가락이 입술을 막았다.쉿, 강재민이 작게 말했다.“분명 제가 먼저 아린 씨를 만났는데 당신의 눈에는 제가 없었어요. 저는 물러서고 싶지 않았어요. 저는 그저 경기를 졌을 뿐인데 어떻게 제 행복까지 지게 만들 수 있겠어요! 저는 집안의 사업을 이어받고 싶지 않았어요. 저는 홀로 사업을 시작했고 배건후가 경영하고 있는 사업을 모두 어느 정도 알고 있어요. 도아린 씨,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공부했지만 결국 시험에 참여할 자격조차 없다고 통보를 받은 기분이 어떤 건지 아세요?”“...”도아린은 강재민의 눈을 쳐다보았다.그의 얼굴은 담담한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눈은 촉촉하게 빛이 났다.도아린은 배건후에게 첫눈에 반했다. 마음속에 배건후가 있었기 때문에 모든 걸 바쳐서 그와 함께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살고 싶었다.그녀는 기꺼이 그를 위해 요리를 했고 그의 가족들을 돌봤다. 배건후가 자신의 사업을 위해 모든 마음을 기울일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배건후는 한 번도 그녀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 다정한 말이라도 말이다.지금 이렇게 마음을 다해 고백하는 말에 감동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이미 상처를 받아 흉터가 덕지덕
“신사님! 손이...”지나가던 종업원이 발견하고 서둘러 그를 휴게실로 데리고 가서 처치하려고 했지만, 배건후는 듣지 않고 도아린에게로 걸어갔다.“재민 도련님! 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떴나요, 여자분을 데리고 오시다니요!”“재민 도련님께서 평생 혼자 지내실 줄 알았는데 여자의 치마폭에 결국 항복하셨군요.”재벌가의 후계자 몇 명이 다가가서 인사를 건넸다.강재민은 도아린의 팔을 놓고 자연스레 도아린의 허리를 감싸 안고 다정하게 말했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아요. 이 사람이 겁이 많아서 겁먹고 도망간다면 모두 각오하세요.”도아린은 그와 너무 가까이 붙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강재민은 자연스러운 동작 같아도 사실 팔에 힘을 세게 주고 있어 철사처럼 그녀를 얽매고 있었다.도아린은 어쩔 수 없이 억지웃음을 지으며 다른 사람들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응답할 수밖에 없었다.“저희한테 소개해주지 않으시겠어요?”누군가가 궁금해서 물었다. 도대체 누구길래 강재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나 말이다.“도아린 씨. 진씨 가문에서 오래전에 잃어버린 딸이에요. 티파니 주얼리의 디자인 총괄이고 JS 픽처스의 프로젝트 기획자예요. 그리고 탑 주얼리 디자이너인데 예명은 비밀이에요.”강재민은 도아린의 모든 정체를 한 번씩 다 말할 기세였다. 그는 살짝 고개를 돌려 품 안의 사람을 쳐다보았다.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남자의 눈빛은 꿀이 떨어졌고 손으로 그녀의 잔머리를 넘겨주었다.“이 사람은 고생을 무척 많이 하고 저를 만난 거예요. 제가 이 사람을 제일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건 운명이 정한 일이죠.”도아린은 몸을 돌려 그의 넥타이를 정리해주는 척하며 이를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적당히 해요!”아주 연기 천재가 납셨다.“부족해요. 턱없이 부족해요.”강재민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저는 저의 전부를 당신에게 줄 거예요.”도아린은 그를 흘겨보았고 강재민의 웃음은 더욱 활짝 피었다.“도아린!”익숙한 목소리가 갑자기 그녀의 뒤에서 들려왔다. 고개를 돌린 도아린은 굳은 표
...도아린은 안에서 일어나는 소란을 보지 못했지만 얼마나 난리가 났을지 짐작이 갔다.차에 올라타기 전, 그녀는 뒤돌아 한번 보았다.“마음이 약해졌어요?”강재민이 피식 웃었다.“아니요.”안준휘는 항상 진범준에게 프로젝트를 놓쳤다느니, 강씨 가문에서 그에게 경고했다느니, LY에서 그를 겨냥하고 있다느니, 다른 사람의 함정에 빠졌다느니 하는 얘기들을 토로했다...다 거짓말이다.그는 진씨 가문을 돈줄로 생각했고 이런 이유로 돈을 빌리고 갚지도 않았다. 그래도 돈을 얻지 못하면 안민아의 결혼을 핑계로 고가의 혼수를 요구했다.도유준의 가짜 프로젝트는 사실 안민아가 생각해낸 것이었다. 그녀는 안준휘한테서 이런 것들을 배웠고 이게 결국 자신의 아버지를 함정에 빠뜨린 것이다.“그렇게 많은 돈을 가져갔는데 어디에 투자했는지 소문이 없어요.”강재민은 핸드폰으로 도유준의 주소를 사기당한 사람들에게 보내주었다.“안준휘는 밖에 사생아가 있어요. 진옥경이 자신에게 난리를 피울까 봐 돈을 진작에 거기로 빼돌렸죠.”약혼식 날, 안준휘는 술에 취해 기사에게 진옥경을 집으로 데려다주라고 하고는 자신은 사우나에 가겠다고 했는데 사실은 내연녀에게로 간 것이다.일남이 그를 따라갔다가 모든 걸 보게 되었다. 그들은 안민아가 강씨 가문에 시집가게 되어 더 많은 이득을 볼 수 있게 되었다고 축하를 했고 안준휘는 그날 거기서 밤을 보냈다.그들이 감히 진씨 가문에게 해를 끼치려 한다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도유준이 사채로 돈을 준 사람들은 모두 서대은이 보낸 사람들이었고 결국 그 돈은 돌고 돌아 다시 진범준에게로 가게 되었다.“제가 맞장구를 쳐서 같이 연기를 해줬으니 저한테 상이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강재민은 한쪽 눈썹을 치켜들었다. 도아린은 턱을 괴었다.“둘째 오빠가 볼일이 있다고 저를 찾았던 게 갑자기 생각났어요.”“진경수도 연성으로 갔어요.”강재민은 그녀의 핑계를 눈치채고 기사에게 떠나자고 지시했다.오늘 밤에는 상류 인사들이 작은 모임이
“악!”진경옥의 비명이 들렸고 그녀의 등은 재떨이에 세게 맞아 고통이 가슴을 파고들었다.그녀는 비틀거리며 바닥에 엎어졌다.“엄마!”안민아는 놀라서 창백해진 얼굴로 달려가 진옥경을 안았고 미친 듯이 도아린을 향해 소리 질렀다.“왜 우리 엄마를 밀어! 내가 너보다 못 지내니까 기분이 좋지! 무슨 불만이 더 있길래 우리 엄마한테 화풀이하는 거야!”“민아야...”진옥경은 그녀의 손을 잡고 고통을 참으며 말했다.“아린이가... 나를 밀지 않았더라면... 나는 머리를 맞았을 거야...”커다란 손이 도아린을 잡아끌었고 불쾌하다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다친 데 없어요?”강재민은 전화를 받은 탓에 그들보다 몇 분 늦게 들어왔고 들어서자마자 안준휘가 행패를 부리는 것을 보았다.안민아가 도아린을 밀어버릴 때, 그는 막으려 했지만 늦었다. 그는 자신이 도아린을 먼저 올라오게 해서는 안 됐다고 생각했다.“괜찮아요.”도아린의 대답을 듣고도 강재민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아 아래위로 한번 훑어보았고 그녀가 정말 다치지 않고 조금의 생채기도 생기지 않은 것을 보고 분노가 조금 사그라들었다.안민아는 강재민을 보고 마음이 무척 복잡해졌다.그녀가 결혼할 때, 강재민은 참석하지 않았는데 그녀는 그를 보고 싶기도 하지만 보기가 두렵기도 했다.강재민이 자신의 계획을 알고 그녀에게 실망할까 봐 두려웠고 또 그를 보게 된다면 그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숨기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오늘 그녀가 처량하게 가족들에게 질타를 받고 있는데 강재민이 갑자기 나타나서 그녀는 한순간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강재민의 신경은 온통 도아린에게로 갔었고 안민아의 마음속에는 질투심이 더욱더 날뛰었다.온 가족이 와서 그녀를 까밝히는 건 다 도아린이 선동한 것이다! 그녀는 강재민까지 데리고 왔고 일부러 그의 앞에서 넘어지기까지 했다!”“재민 씨, 저는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엄마가 너무 걱정되는 마음에 당황해서 그랬어요. 언니를 세게 밀지 않았어요!”강재민의 각진 얼굴은 엄숙한
상가는 말이 많았고 소식이 많으니 전하는 사람도 많았다.결국, 누군가가 안준휘의 프로젝트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챘다.안준휘는 프로젝트를 가지고 강씨 가문으로 갔고 강재민은 강씨 가문에서 이 프로젝트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으며 프로젝트에 찍힌 인장은 다 위조된 것이라고 했다.저택 안에서는 축하에 미친 두 사람이 새로운 자세를 시도하려 하고 있었는데 대문이 갑자기 거칠게 열렸다.“도유준! 너 당장 나와!”도유준은 놀라서 바로 무기를 들었고 안민아는 그를 밀쳐냈다. 두 사람은 서둘러 옷을 입었다.“우리 아빠가 왜 오신 거지?”도유준은 간사한 눈빛을 하고 바지만 입은 채 문을 나갔다.“아버님...”짝하는 소리가 났고 안준휘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따귀를 때렸다. 그리고는 프로젝트를 도유준의 얼굴에 던졌다.“제대로 해명해!”“사돈, 일단 화내지 마세요. 여기에는 반드시 무슨 오해가 있을 겁니다.”강홍련은 얼른 아들을 끌고 안으로 들어가면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강씨 가문에서 프로젝트 계약서를 준 걸 나는 왜 들은 적이 없어. 누가 준 거야?”안민아는 허겁지겁 달려 나와서 도유준의 얼굴을 붙잡고 말했다.“아빠, 왜 사람을 때려요!”사람을 때린다고? 지금 마음으로는 죽여버리고 싶었다.협력자들이 찾아와 돈을 토해내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사기죄로 고소한다고 했다.그가 고생해서 이루어낸 회사는 아무리 발버둥을 쳐봐도 200억이 되지 않았다.안준휘는 사람을 잡아먹을 듯 사나운 늑대 같은 눈을 하고 말했다.“도유준, 오늘 제대로 얘기해봐. 왜 나를 속였어! 제대로 설명 못 하면 네 다리를 부러뜨릴 거야!”“도유준은 아빠를 속이지 않았어요!”안민아는 도유준을 등 뒤에 숨기며 말했다.“그 프로젝트는 저도 알아요. 프로젝트는 가짜지만 투자는 진짜예요!”안준휘는 때리려고 손을 들었는데 진옥경과 도아린이 말렸다.“삼촌, 일단 화내지 말고 민아의 얘기를 들어봐요.”도아린은 진옥경이 불렀다.그녀는 만약 소란이 크게 번지면 자신이 안준휘를 막고 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