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하지 마세요. 좋은 며느리로 만들어 드릴게요.”“...”육하경의 온화하고 준수한 얼굴은 굳어졌고 마음속으로 도아린에게 미안한 감정이 일었다.그날 저녁, 형제들은 클럽에서 술을 마셨다.성대호는 담배를 돌렸지만, 아무도 피울 생각이 없어 보이자 스스로 담배에 불을 붙였다.“예전 고객과 연락이 닿았는데, 그분도 스카이 빌딩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을 찾았는지 궁금해하더라고.”자신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성대호는 방우진의 의식주를 해결해 준 후 직접 찾아갔고, 마침내 단서를 찾아냈다. “그래서 뭐래?”육하경이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 물었다.“스카이 빌딩 측에서는 그들 대표 여자 친구가 정보를 제공했다고 하더라.”성대호는 이 단서가 자신의 결백을 증명해 줄 거라고 확신했다.자료를 빼낼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의 비서 아니면 배건후의 비서였기 때문이다.배건후는 자리에 앉자마자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명문가 자제들 사이에서 늘 술자리가 많았지만, 그의 주량은 좋지 않았다.와인 한 병이면 취할 정도였다.테이블 위의 와인이 반쯤 줄어들자, 육하경은 와인 병을 자기 앞으로 가져가고 배건후에게 차를 따라주었다.약간 취기가 오른 배건후는 소파에 기대앉아 물었다.“증거 있어?”“두 사람은 정표로 나눈 루비 목걸이가 있대”배건후는 눈을 뜨지 않았지만, 이마에 힘줄이 불끈 솟았고 팔걸이에 올려놓은 손은 주먹을 꽉 쥐었다.성대호는 잠시 침묵하다가 배건후에게 주동적으로 해명했다.“그날 아린 씨가 CCTV 확인하러 왔을 때, 난 급한 일이 생겨서 함께 조사하지 못했고 나중에도 너에게 말하는 걸 깜빡했어. 지유는 아직 어려서 장난이 지나쳤던 거야. 애가 이번엔 진짜 반성했어.”성대호가 육하경의 발을 차자 육하경은 맞장구치며 말했다.“내일 나도 고소 취하할게.”술자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배건후는 피로가 몰려와 우정윤에게 전화를 걸어 데리러 오라고 했지만, 뜻밖에도 도아린의 목소리가 들렸다.주현정의 옷 치수를 재고 있던 도아린은 전화를 받아 귀에 댄 채 말했다.
배건후는 약간 취해서 테라스로 나가 술을 깨고 있었다.이전 사업 파트너 두 명이 마침 옆 테라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가 그를 보고 낮은 담을 사이에 두고 말을 걸었다.“배 대표님, 엠파이어 빌딩의 상인들을 스카이 빌딩에서 많이 빼앗아 갔다면서요. 아무리 라윤주의 행운이 있다고 해도 관리가 따라가지 못하면 엠파이어를 이길 수 없죠.”“라윤주의 행운이라는 건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손보미가 라윤주와 한 번 만난 적이 있다고 밝히더니 그 후로 출연 제의가 끊이지 않잖아요. 차라리 그 운을 빌려 엠파이어의 광고 모델로 쓰는 건 어때요?”“그건 자네가 잘 몰라서 하는 말이야. 손보미가 빌린 건 라윤주의 행운이 아니라 우리 배 대표님의 총애지.”둘은 서로 묘한 눈빛을 주고받았다. 뭔가 내막이 있다는 걸 아는 눈치였다.배건후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클럽 앞 도로를 응시했다. 10시가 넘은 연성은 막 밤 문화가 시작되는 시간이었다.대도시의 번화함 속에서 젊은이들의 열정은 네온사인이 켜지는 순간 쾌락을 즐기거나 혹은 타락하기 시작했다.그는 이 두 사람과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지만, 눈치 없는 그들은 계속해서 말을 걸어왔다.“배 대표님과 손보미 씨가 빨리 결혼 날짜 잡으셔야 딴 마음먹은 것들이 헛짓거리 못 할 건데.”“누가 감히 배 대표님을 괴롭혀요? 그 여자는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군요! 배 대표님께서 손을 더럽히실 필요 없이 제가 쓰레기를 치워 드릴게요.”“어이쿠,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왔네요.”두 사람은 테라스 입구에 서 있는 도아린을 보고 비웃었다.배건후는 담배꽁초를 끄고 성큼성큼 도아린 앞으로 걸어가 그녀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대표님이 저를 부른 건 일부러 망신 주려는 건가요?”“난 아무 말도 안 했어.”배건후는 불쾌해했다.그는 정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도아린의 신분을 인정하지도, 그들의 비방을 부인하지도 않았다.침묵은 귀가 먹먹할 정도로 강렬했다.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도아린이 발을 들여놓자마자 배건후는 그녀를 벽으로
그의 거친 손길이 그녀의 등을 타고 올라와 능숙하게 후크를 풀고 그녀의 몸을 돌아 가슴을 덮었다.“아!”도아린의 신음이 터져 나왔다.“건후 씨, 만지지 말아요!”“그럼 누구한테 만져달라고 할 건데?”남자는 그녀의 귓불을 깨물며 뜨거운 숨결을 불어넣었다.“민재한테? 민재가 외국에 있을 땐 그렇게 큰 억울함도 참아내더니 이제 돌아오니까 네 인내심도 바닥났나 보지? 민재가 널 안 받아주니까 하경이한테 눈을 돌렸어? 아린아, 넌 꼭 그렇게 비참하게 육씨 가문에 시집가야겠니?”도아린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서럽고 억울했다.육민재가 외국에 있을 땐 입도 뻥긋 안 하더니 이제 돌아오니 싸울 때마다 그를 들먹이니 말이다.도대체 누가 육민재의 귀국에 신경 쓰는 건지 모르겠다.징징.배건후의 바지 주머니 속 휴대폰이 진동하자, 도아린은 재빨리 운전석으로 도망치듯 돌아가 차를 몰고 떠났다.그가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도 운전 중에는 무슨 짓을 하지는 않을 것이니까.“왔어.”배건후는 전화를 받으며 도아린을 흘끗 보곤 말했다. “너희도 적당히 마셔. 난 먼저 간다.”전화를 끊자, 배건후는 예상대로 더 이상의 행동은 하지 않고 의자에 기대 눈을 감았다.맨션에 도착하자, 배건후는 먼저 차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갔다.침구를 세탁하고 나가려던 안미자는 도아린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사모님, 대표님께서 위층으로 올라가셨는데, 표정이 안 좋아 보이시던데요.”도아린은 신발을 갈아 신으며 무심하게 대꾸했다.“주기적으로 신경이 예민해지는 것이니 괜찮아요.”안미자는 감히 대꾸하지 못하고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나갔다.배건후가 안방에 없다는 사실에 도아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안미자에게 새 침구 세트를 사 오라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만약 배건후가 정말 여기서 계속 살 거라면, 매일 서재에서 잘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니 그에게 손님방을 내주면 안방을 두고 다툴 필요도 없을 것이다.도아린은 잠옷으로 갈아입다가 옷에 밴 담배와 술 냄새를 맡고 욕실로 향
“배건후, 이 나쁜 놈아!”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도아린은 옆에 있던 목욕 스펀지를 집어던졌다.배건후는 여유롭게 스펀지를 받아내더니 욕조 안으로 휙 던져버렸다. 순간 거품이 도아린의 얼굴에 튀어 그녀는 기침을 쏟아냈다.그녀가 얼굴을 닦고 나니 배건후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정말 치사하고 유치해. 내가 왜 저 자식이랑 결혼하려고 했던 거지? 제정신이 아니었던 게 분명해.’도아린이 샤워를 마치고 머리를 말리고 있는데 소유정에게서 전화가 왔다.“내가 고른 노래, 임진희 선생님께 인정받았어!”“잘됐네! 축하해.”“네가 도전 명단에 넣어준 덕분이지.”소유정 쪽이 좀 시끄러운 걸 보니 밖에서 밥을 먹고 있는 것 같았다.도아린은 유진혁이 그녀에게 광어회를 먹을지 도미회를 먹을지 묻는 소리도 들었다.소유정은 그에게 아무거나 시키라고 하고는 말을 이었다.“있잖아. 천사 보육원 폐쇄됐대. 인터넷에 그 뚱보 둘하고 마른 사람 하나가 경찰차에 실려 가는 사진이 돌아다니더라.”도아린은 좀 의외였다.배건후가 뒷배를 봐주고 있으니 설마 신고당한다 해도 버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진행될 줄은 몰랐던 것이다.“하경 씨가 신고한 거 아냐?”“아닌 것 같아. 내가 얘기했을 때 그 사람도 꽤 놀라던데.”소유정은 누군가 음식을 먹여주는 듯 입에 음식을 가득 문 채로 물었다.“혹시 네가 납치당한 일 때문에 건후 씨가 그들에게 화풀이를 한 건 아닐까?”도아린은 코웃음을 쳤다.그녀는 수건을 한쪽에 던져놓고 화장대 앞에 앉아 크림을 발랐다.“아마 전에 피해를 입었던 여자아이가 신고한 걸 수도 있어. 건후 씨가 말하길, 나를 납치한 사람들은 보육원과는 관련이 없다고 했어.”“그래. 난 건후 씨가 널 사랑하는데 자기 마음도 모르는 건 줄 알았는데 말이야.”소유정의 목소리에 아쉬움이 묻어났다.“너나 잘해. 넌 먹으면서도 꼭 그렇게 사랑받는 티를 내야겠니.”소유정은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무슨 소리야~~ 나중에 얘기하자. 내일 만나서 얘기해
주현정은 한숨을 쉬었다.“나도 돌아와서 가정부에게 들었어. 지유가 울면서 건후에게 전화해서 잘못했다고 빌었는데도 다음 날까지 갇혀 있었고, 밥도 두 끼나 굶었다고 하더라. 지유가 나랑 네 아빠 때문에 버릇없이 자라긴 했지만, 여자애를 무릎 꿇리고 벌 세우는 건 좀 심했잖아.”도아린은 깜짝 놀랐다.배건후는 오늘도 배지유를 감싸주며 돈으로 해결하려 했는데, 그날은 도대체 무슨 더 심한 짓을 했기에 무릎을 꿇리는 벌을 받았을까?자신이 배건후를 너무 모르는 걸까, 아니면 배건후가 너무 위장을 잘하는 걸까.도아린은 배지유가 무릎 꿇은 일이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고 생각했다. 아마 배지유가 육하경한테 너무 들러붙어서 배건후의 체면을 구겼을 것이다.“건후 씨한테 얘기할게요. 훈계 정도로 하고, 가정부들 앞에서 지유 씨 망신 주는 일은 없도록 하라고요.”“이미 지난 일이니 일부러 말할 필요는 없고, 기회가 되면 슬쩍 귀띔해 주면 돼.”저녁에 배건후는 또 서재에서 잤다.도아린은 통화하는 내내 옆방에서 물소리가 계속 들리는 걸 느꼈다.남자는 샤워할 때 대충 씻고 마치지 않나? 어떻게 저렇게 물을 낭비할 수 있지?다음 날, 도아린이 일어났을 때 배건후는 집에 없었다.함예진은 아현에게 고객을 소개해 주면 도아린이 수수료를 받는다는 것을 알고 벌써 두 건이나 소개해 주었다. 임진희도 도아린에게 드레스를 한 벌 맞추기로 하고 파티에 입고 갈 준비를 했다.도아린은 혼자서는 너무 바빠서 LH 스튜디오에 한 건을 맡기고 문나연에게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자신에게 연락하라고 했다.그러고는 병원에 가서 배건후의 약속을 도정국에게 전했다.도정국은 좋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했다.좋은 건 2억을 받아서 사업 자금이 생긴 것이고, 걱정되는 건 배건후가 모든 혜택을 취소하여 새 가게를 빈손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아린아...”도정국은 웃는 얼굴로 말했다.“아빠는 딸이라고는 너 하나뿐인데 내가 버는 건 다 네 거잖아. 그날은 말이 좀 심했던 거지, 흥분해서 그랬
도정국은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다. 도아린에게 들킬 줄은 몰랐던 것이다.도유준은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나며 말했다.“누나, 새 가게 이름을 바꾼 건 본점과 지점의 손익을 구분하기 위해서였어. 난 절대로 가게를 빼앗을 생각은 없었다고.” “그래?”도정국은 도아린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마음속에 불안감이 피어올랐다.배건후는 이미 도울 디저트에 대한 모든 혜택을 없앴는데, 도아린을 더 화나게 하면 가게 자리도 내주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납품업체에 손해 배상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체면도 잃게 될 것이다.이해득실을 따져 본 그는 도아린을 먼저 달래기로 했다.“넌 입 다물어!”도유준은 깜짝 놀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아빠...”“가게 이름을 바꾸는 걸 왜 나랑 상의 안 했어?”“...”도유준은 속으로 억울했지만, 도정국의 눈짓에 입을 다물었다.“새 가게를 너한테 관리하라고 한 것은 맞지만, 이름을 바꾸는 것처럼 중요한 일은 나와 상의했어야지.”도유준은 도정국이 자신에게 계기를 만들어 주자 재빨리 말했다.“잘못했어요. 아빠. 가게 이름 하나 바꿨을 뿐인데, 누나가 이렇게 오해할 줄은 몰랐어요.”그는 도아린을 향해 돌아서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누나, 이름이 마음에 안 들면 다시 바꿔. 어차피 아빠 가게이고 나는 그냥 관리하는 법을 배우는 중이니까. 내가 잘못하는 게 있으면 언제든 말해. 고칠게.”부자는 서로 맞장구를 치며 일을 무마하려 했다.도아린은 옅은 미소를 띠며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도유준은 도아린의 시선에 등골이 오싹해져 도정국의 바짓단을 슬쩍 잡아당겼다. 도정국은 그를 노려보며 진정하라는 눈짓을 보냈다.도유준은 영리하고 눈치가 빠르지만, 단점은 성격이 급하다는 거였다. 도아린의 절반만큼이라도 인내심과 의지가 있었다면 벌써 큰일을 해냈을 것이다.하지만... 그는 도씨 가문의 재산을 도아린에게 맡길 수 없었다.“아린아, 유준이가 잘못했으니 혼내야지. 새 가게 오픈하면 월급 석 달 치 깔 거다!”도정
그는 속으로 안심했지만, 짐짓 분노한 척하며 도유준의 등을 내리쳤다.“누나에게 고맙다고 해야지! 열심히 일해서 돈 벌어 누나에게 잘해. 누나가 보살펴 주지 않았으면 오늘의 너는 없었을 거야!”도유준은 아직 어려서 눈에 감춰진 불만과 원망을 숨기지 못했다.그는 속으로 도씨 가문의 재산은 다 자기 거라고 생각했고 도아린은 도씨 가문을 위해, 또 자신을 위해 길을 닦아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등짝을 또 한 대 맞고 나서야 도유준은 억지로 고개를 숙였다.“고마워, 누나.”“고맙긴.”도아린은 웃는 얼굴이었지만, 말투는 차가웠다.“잘할 수 있을지는 네 능력에 달렸어.”도아린이 떠난 후 도정국은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그는 다시 한번 상황을 되짚어 보았지만, 문제점을 찾지 못했다. 고개를 들어보니 도유준의 얼굴이 부어있었다.“간호사한테 가서 약 발라. 방금 같은 상황에서 내가 널 때리지 않았으면 아린이가 끝까지 물고 늘어졌을 거다.”백 교수가 보내준 장비는 공항 수송되어 벌써 병원에 도착했고 도지현은 3일간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뚜렷한 차도는 보이지 않았다.도아린이 도지현의 병실에 도착했을 때 안혜진이 간호하고 있었다.안혜진은 이전보다 상태가 많이 좋아져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녀는 도아린에게 의자를 가져다주고 차를 따라 주며 이틀 동안 있었던 크고 작은 일들을 이야기했다.도아린은 조용히 이야기를 다 듣고는 동생을 잘 돌봐 달라고 당부하고 일어섰다. 30분 후, 도유준이 병실에 와서 안혜진에게 2만 원을 쥐여 주며 예전처럼 말했다.“담배 한 갑 사다 줘요.”안혜진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지만, 결국 도유준의 재촉에 못 이겨 나갔다.도유준은 병상으로 다가가 두 손으로 도지현의 머리맡을 짚고 몸을 낮춰 말했다.“도아린처럼 음흉하고 교활한 애가 어떻게 너 같이 멍청한 동생을 두고 있냐!”그는 도지현의 뺨을 짝짝 때렸다.도지현의 창백한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고, 움푹 들어간 이목구비는 마치 부서진 것처럼 보였다.“네
“당신은 누구야?”도유준은 도아린 옆에 서 있는 남자를 노려보았다.육하경은 그의 손을 잡고 도아린을 향해 돌아서며 부드럽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다치진 않았어요?”도아린은 고개를 저었다.누군가 막지 않았다면 도유준의 주먹은 분명 자신의 얼굴에 닿았을 것이다. 그가 이렇게까지 나온다면 그녀도 더 이상 참을 필요가 없었다. “유준아, 손 필요 없는 거지.”도아린은 차갑게 말했다. 도유준의 눈에는 증오와 조롱이 가득했다. “감히 나한테 손대기만 해봐. 아빠가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손 하나에 2조라고 하면 아빠가 기꺼이 허락하지 않을까?”“감히!!”육하경은 잡고 있던 도유준의 주먹을 옆으로 꺾었다.뚝하는 소리와 함께 손목이 탈구되었다.육하경은 한 걸음 다가가 도유준의 손가락을 잡고 위로 꺾었다.연이어 두 번 소리가 나더니 도유준이 돼지 멱 따는 듯한 비명을 질렀다.도아린은 차가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도정국에게 전화를 걸었다.“내가 유준의 손을 부러뜨렸으니 2조를 보상금으로 드리죠. 불만 있으면 고소하세요.”도유준은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고통스러워했고 문 앞의 안혜진은 놀라 눈을 크게 떴다.도아린은 그들 앞에서 항상 온화하고 관대한 모습이었기에 동생을 위해 이렇게까지 단호하고 냉정하게 행동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삐삐! 도지현은 도유준의 비명 소리에 놀랐는지 모니터에서 경고음이 울렸다.안혜진은 정신을 차리고 급하게 의사 불렀다.도아린은 바닥에 쓰러진 도유준을 발로 걷어차며 말했다.“꺼져. 발목까지 분질러 놓기 전에.”도유준은 고통에 땀을 뻘뻘 흘리며 간신히 일어나 병실을 뛰쳐나가다가, 소식을 듣고 달려온 도정국에게 부딪혔다.그는 곧바로 눈물을 쏟으며 말했다.“아빠! 아린이가 사람을 시켜서 내 손을 부러뜨렸어요!”도정국은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한편으로는 그가 못마땅했다.“왜 하필 이런 중요한 시기에 누나를 건드리느냐!”도유준은 아파서 온몸을 덜덜 떨며 거의 기절할 지경이었다. 어쩔 수 없이 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