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정은 한숨을 쉬었다.“나도 돌아와서 가정부에게 들었어. 지유가 울면서 건후에게 전화해서 잘못했다고 빌었는데도 다음 날까지 갇혀 있었고, 밥도 두 끼나 굶었다고 하더라. 지유가 나랑 네 아빠 때문에 버릇없이 자라긴 했지만, 여자애를 무릎 꿇리고 벌 세우는 건 좀 심했잖아.”도아린은 깜짝 놀랐다.배건후는 오늘도 배지유를 감싸주며 돈으로 해결하려 했는데, 그날은 도대체 무슨 더 심한 짓을 했기에 무릎을 꿇리는 벌을 받았을까?자신이 배건후를 너무 모르는 걸까, 아니면 배건후가 너무 위장을 잘하는 걸까.도아린은 배지유가 무릎 꿇은 일이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고 생각했다. 아마 배지유가 육하경한테 너무 들러붙어서 배건후의 체면을 구겼을 것이다.“건후 씨한테 얘기할게요. 훈계 정도로 하고, 가정부들 앞에서 지유 씨 망신 주는 일은 없도록 하라고요.”“이미 지난 일이니 일부러 말할 필요는 없고, 기회가 되면 슬쩍 귀띔해 주면 돼.”저녁에 배건후는 또 서재에서 잤다.도아린은 통화하는 내내 옆방에서 물소리가 계속 들리는 걸 느꼈다.남자는 샤워할 때 대충 씻고 마치지 않나? 어떻게 저렇게 물을 낭비할 수 있지?다음 날, 도아린이 일어났을 때 배건후는 집에 없었다.함예진은 아현에게 고객을 소개해 주면 도아린이 수수료를 받는다는 것을 알고 벌써 두 건이나 소개해 주었다. 임진희도 도아린에게 드레스를 한 벌 맞추기로 하고 파티에 입고 갈 준비를 했다.도아린은 혼자서는 너무 바빠서 LH 스튜디오에 한 건을 맡기고 문나연에게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자신에게 연락하라고 했다.그러고는 병원에 가서 배건후의 약속을 도정국에게 전했다.도정국은 좋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했다.좋은 건 2억을 받아서 사업 자금이 생긴 것이고, 걱정되는 건 배건후가 모든 혜택을 취소하여 새 가게를 빈손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아린아...”도정국은 웃는 얼굴로 말했다.“아빠는 딸이라고는 너 하나뿐인데 내가 버는 건 다 네 거잖아. 그날은 말이 좀 심했던 거지, 흥분해서 그랬
도정국은 그 자리에서 굳어 버렸다. 도아린에게 들킬 줄은 몰랐던 것이다.도유준은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나며 말했다.“누나, 새 가게 이름을 바꾼 건 본점과 지점의 손익을 구분하기 위해서였어. 난 절대로 가게를 빼앗을 생각은 없었다고.” “그래?”도정국은 도아린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마음속에 불안감이 피어올랐다.배건후는 이미 도울 디저트에 대한 모든 혜택을 없앴는데, 도아린을 더 화나게 하면 가게 자리도 내주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납품업체에 손해 배상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체면도 잃게 될 것이다.이해득실을 따져 본 그는 도아린을 먼저 달래기로 했다.“넌 입 다물어!”도유준은 깜짝 놀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아빠...”“가게 이름을 바꾸는 걸 왜 나랑 상의 안 했어?”“...”도유준은 속으로 억울했지만, 도정국의 눈짓에 입을 다물었다.“새 가게를 너한테 관리하라고 한 것은 맞지만, 이름을 바꾸는 것처럼 중요한 일은 나와 상의했어야지.”도유준은 도정국이 자신에게 계기를 만들어 주자 재빨리 말했다.“잘못했어요. 아빠. 가게 이름 하나 바꿨을 뿐인데, 누나가 이렇게 오해할 줄은 몰랐어요.”그는 도아린을 향해 돌아서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누나, 이름이 마음에 안 들면 다시 바꿔. 어차피 아빠 가게이고 나는 그냥 관리하는 법을 배우는 중이니까. 내가 잘못하는 게 있으면 언제든 말해. 고칠게.”부자는 서로 맞장구를 치며 일을 무마하려 했다.도아린은 옅은 미소를 띠며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도유준은 도아린의 시선에 등골이 오싹해져 도정국의 바짓단을 슬쩍 잡아당겼다. 도정국은 그를 노려보며 진정하라는 눈짓을 보냈다.도유준은 영리하고 눈치가 빠르지만, 단점은 성격이 급하다는 거였다. 도아린의 절반만큼이라도 인내심과 의지가 있었다면 벌써 큰일을 해냈을 것이다.하지만... 그는 도씨 가문의 재산을 도아린에게 맡길 수 없었다.“아린아, 유준이가 잘못했으니 혼내야지. 새 가게 오픈하면 월급 석 달 치 깔 거다!”도정
그는 속으로 안심했지만, 짐짓 분노한 척하며 도유준의 등을 내리쳤다.“누나에게 고맙다고 해야지! 열심히 일해서 돈 벌어 누나에게 잘해. 누나가 보살펴 주지 않았으면 오늘의 너는 없었을 거야!”도유준은 아직 어려서 눈에 감춰진 불만과 원망을 숨기지 못했다.그는 속으로 도씨 가문의 재산은 다 자기 거라고 생각했고 도아린은 도씨 가문을 위해, 또 자신을 위해 길을 닦아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등짝을 또 한 대 맞고 나서야 도유준은 억지로 고개를 숙였다.“고마워, 누나.”“고맙긴.”도아린은 웃는 얼굴이었지만, 말투는 차가웠다.“잘할 수 있을지는 네 능력에 달렸어.”도아린이 떠난 후 도정국은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그는 다시 한번 상황을 되짚어 보았지만, 문제점을 찾지 못했다. 고개를 들어보니 도유준의 얼굴이 부어있었다.“간호사한테 가서 약 발라. 방금 같은 상황에서 내가 널 때리지 않았으면 아린이가 끝까지 물고 늘어졌을 거다.”백 교수가 보내준 장비는 공항 수송되어 벌써 병원에 도착했고 도지현은 3일간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뚜렷한 차도는 보이지 않았다.도아린이 도지현의 병실에 도착했을 때 안혜진이 간호하고 있었다.안혜진은 이전보다 상태가 많이 좋아져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녀는 도아린에게 의자를 가져다주고 차를 따라 주며 이틀 동안 있었던 크고 작은 일들을 이야기했다.도아린은 조용히 이야기를 다 듣고는 동생을 잘 돌봐 달라고 당부하고 일어섰다. 30분 후, 도유준이 병실에 와서 안혜진에게 2만 원을 쥐여 주며 예전처럼 말했다.“담배 한 갑 사다 줘요.”안혜진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지만, 결국 도유준의 재촉에 못 이겨 나갔다.도유준은 병상으로 다가가 두 손으로 도지현의 머리맡을 짚고 몸을 낮춰 말했다.“도아린처럼 음흉하고 교활한 애가 어떻게 너 같이 멍청한 동생을 두고 있냐!”그는 도지현의 뺨을 짝짝 때렸다.도지현의 창백한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고, 움푹 들어간 이목구비는 마치 부서진 것처럼 보였다.“네
“당신은 누구야?”도유준은 도아린 옆에 서 있는 남자를 노려보았다.육하경은 그의 손을 잡고 도아린을 향해 돌아서며 부드럽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다치진 않았어요?”도아린은 고개를 저었다.누군가 막지 않았다면 도유준의 주먹은 분명 자신의 얼굴에 닿았을 것이다. 그가 이렇게까지 나온다면 그녀도 더 이상 참을 필요가 없었다. “유준아, 손 필요 없는 거지.”도아린은 차갑게 말했다. 도유준의 눈에는 증오와 조롱이 가득했다. “감히 나한테 손대기만 해봐. 아빠가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손 하나에 2조라고 하면 아빠가 기꺼이 허락하지 않을까?”“감히!!”육하경은 잡고 있던 도유준의 주먹을 옆으로 꺾었다.뚝하는 소리와 함께 손목이 탈구되었다.육하경은 한 걸음 다가가 도유준의 손가락을 잡고 위로 꺾었다.연이어 두 번 소리가 나더니 도유준이 돼지 멱 따는 듯한 비명을 질렀다.도아린은 차가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도정국에게 전화를 걸었다.“내가 유준의 손을 부러뜨렸으니 2조를 보상금으로 드리죠. 불만 있으면 고소하세요.”도유준은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고통스러워했고 문 앞의 안혜진은 놀라 눈을 크게 떴다.도아린은 그들 앞에서 항상 온화하고 관대한 모습이었기에 동생을 위해 이렇게까지 단호하고 냉정하게 행동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삐삐! 도지현은 도유준의 비명 소리에 놀랐는지 모니터에서 경고음이 울렸다.안혜진은 정신을 차리고 급하게 의사 불렀다.도아린은 바닥에 쓰러진 도유준을 발로 걷어차며 말했다.“꺼져. 발목까지 분질러 놓기 전에.”도유준은 고통에 땀을 뻘뻘 흘리며 간신히 일어나 병실을 뛰쳐나가다가, 소식을 듣고 달려온 도정국에게 부딪혔다.그는 곧바로 눈물을 쏟으며 말했다.“아빠! 아린이가 사람을 시켜서 내 손을 부러뜨렸어요!”도정국은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한편으로는 그가 못마땅했다.“왜 하필 이런 중요한 시기에 누나를 건드리느냐!”도유준은 아파서 온몸을 덜덜 떨며 거의 기절할 지경이었다. 어쩔 수 없이 도정
주차장에서 육하경은 좀 미안한 듯이 도아린에게 사실대로 말했다.도아린은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맑고 깨끗한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난 그가 찾아왔으면 해요.”육하경은 도아린의 단호한 눈빛을 보고 말을 멈칫했다.“지난번에 말해주기로 한 건 이제 얘기 안 해도 될 것 같아요.”그는 진범준 부부가 도아린과 친자 확인을 하려 한다는 것을 예상하고 검사 결과까지 확인했지만, 혈액형조차 일치하지 않았다.“말할 필요 없으면 안 하셔도 돼요. 천사 보육원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도아린은 보육원 폐쇄의 진상에 더 관심이 있었다.육민재에게 들은 바로는 영업정지 상태였고 보육원 리모델링은 잠정 중단되었지만 율이에 대한 지원은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어제 율이 보러 갔었는데 아린 씨를 보고 싶어 하더라고요.”“저도 율이를 보러 갈 생각이었어요.”“그럼 같이 가요. 이따가 다시 데려다줄게요.”...뮤직 서바이벌 프로그램 이후 손보미는 배건후를 만나지 못했다.전화를 걸면 그는 비행기를 막 탔거나 보안 검색 중이었다.배건후가 연성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자 그녀는 율이가 그를 보고 싶어 한다는 핑계로 병실로 불렀다.손보미는 율이의 나이에 맞지 않는 조립 모형을 사서 포장을 뜯고 탁자 위에 펼쳐 놓았다.“너무 어려워요.”율이는 두 개의 부품을 들고 쩔쩔맸다.보육원에서는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어른들 일까지 도와야 했기에 이런 조립식 장난감은 본 적도 없었다.손보미는 설명서를 보는 척하며 율이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다.“훈남 아저씨한테 도와달라고 해 봐. 아저씨는 모형 조립을 엄청 잘하셔. 대학교 때 전국 1등도 했어.”율이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아저씨 정말 멋지다!”“당연하지. 아저씨는 월반도 하고 특례 입학도 한 연성대학교 수재야.”“보미 언니랑 훈남 아저씨는 대학교에서 만났어요?”손보미는 자신의 학력을 언급하고 싶지 않았다. 내세울 만한 것이 못 되었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녀는 허영심에 가득 차서 말했다.“난 외국에서 공부했어.”말
“아린 언니!”율이는 구세주라도 만난 것처럼 달려가서 도아린의 다리를 꽉 껴안았다.도아린은 소파에 앉아 서로 껴안고 있는 두 사람을 보고 비웃음을 지었다.“제가 때를 잘못 맞춰 왔네요.”그녀는 율이의 손을 잡고 말했다.“계속하세요. 저는 율이랑 밖에 나가서 놀게요.”배건후는 꼭 둘이 아무 사이도 아닌 것처럼 손보미를 밀치고 일어섰다.그 바람에 손보미는 티 테이블에 등을 부딪쳤다. 전에 다쳤던 곳이라 그녀는 아파서 눈물이 핑 돌았다.“아...”배건후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도아린에게 다가갔다.가까이 다가가서야 그는 도아린의 뒤에 서 있는 육하경을 발견했다. 그들은 또 함께 있었다.알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라 그는 반사적으로 도아린을 끌어안으려 했다.하지만 그녀는 팔꿈치로 그의 갈비뼈를 밀어내고 두 사람만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행동거지 조심하세요. 당신의 하니가 율이 앞에서 망신당하게 하지 말고.”배건후는 콧방귀 뀌면서 도아린을 억지로 품에 안았다.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자신과 무슨 상관인가.“...”율이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보미 언니는 아린 언니가 자신의 약혼자를 빼앗으려 한다고 했는데 지금 보면 아린 언니는 가만히 있는데 훈남 아저씨가 와서 끌어안았기 때문이다.도아린은 어리둥절한 채 그를 바라보았다.배건후는 약이라도 잘못 먹었나?육하경이 옆에 있어서 자신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일까?그가 좋아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이 탐내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건가?손보미는 아픔을 참고 일어섰다. 두 사람이 딱 붙어 있는 모습을 보고 그녀는 참지 못하고 종이를 찢어 버렸다.그녀는 어깨를 감싸 쥐고 문가로 다가가 눈물이 그렁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건후 씨, 나 상처가 다시 터진 것 같아.”배건후는 도아린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흰색 바탕에 반소매 정장 재킷을 입은 도아린은 활기차고 멋있어 보였다. 다만 옷깃이 다소 낮았다.도아린은 허리가 부러질 것 같았지만 손보미가 쩔쩔매는 모습을
도아린은 냉소했다.손보미의 연기력이 많이 는 것 같았다. 그 억울한 표정에 자신도 마음이 아플 지경이었으니까.허리를 감싸고 있던 손에 머뭇거림이 느껴지자, 도아린은 갑자기 힘을 주어 빠져나왔다.거의 동시에 맞은편 모퉁이에서 뭔가 번쩍했다.“거기 누구야!”고함 소리와 함께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 허둥대는 발소리가 들렸다.육하경은 곧바로 달려가 남자의 목덜미를 잡고 돌아왔다손보미의 창백한 얼굴은 더욱 하얗게 질렸다. 배건후의 시선이 느껴지자, 그녀는 주먹을 꽉 쥔 채 눈에 띄게 불안한 듯 고개를 숙였다.도아린은 그 남자가 어디서 본 듯했지만, 어디에서 봤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육하경은 그의 몸에서 휴대폰 두 대와 보조 배터리 하나를 찾아냈다. 그중 한 대는 방송 중이었고, 시청자는 3만 명이 넘었다. 그들이 채팅창의 욕설을 보기도 전에 휴대폰의 배터리가 나갔다.추궁 끝에 남자는 모든 것을 자백했다. 그는 뮤직 서바이벌 프로그램 녹화 당시, 임진희의 분장실에 몰래 들어가 방송을 하다가 손보미에게 들켜 방송국에서 쫓겨난 BJ였다.그 방송으로 그는 엄청난 조회 수를 얻었고, 그의 독특한 해설 덕분에 5~6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했다.인기를 유지하기 위해 그는 손보미를 몰래 따라다니며 방송을 계속했다.최근 손보미는 드라마 촬영과 병원 방문 외에는 별다른 일정이 없었기에 방송 시청자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그래서 오늘 좀 늦게 왔는데, 우연히 엄청난 싸움 현장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그는 즉시 방송을 시작했다.처음에는 사람들은 도아린이 다른 사람의 약혼자를 유혹한다고 욕했다. 하지만 배건후가 도아린을 억지로 끌어안자 사람들은 이번에는 배건후를 쓰레기이고 바람둥이라고 욕하기 시작했다.그 후 손보미가 나타나 배건후를 차지하려 하자 시청자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다들 누가 이 남자를 차지할 것인가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그는 발각되고 말았다.물론 그는 사람들이 배건후를 바람둥이라고 욕한 것은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누구도
“말도 안 돼! 네가 어떻게 봤어?”손보미는 즉시 부인했다.그녀는 율이가 드레스를 만질까 봐 옆방에 보관해 두었기 때문이다.율이는 억울해서 눈가가 촉촉해졌다. 너무 자주 의심을 받아온 탓에 슬펐지만 용감하게 말했다.“정말 봤어요. 선생님은 내가 몰래 과자를 먹을까 봐 선물 상자를 옆방에 뒀거든요. 그날 나는 배가 고파서 과자를 찾으러 갔는데 마침 매니저 언니가 들어오는 바람에 옷장에 숨었어요.”BJ는 완전히 신났다. 손보미의 약점을 또 하나 잡았기 때문이다.그는 손보미의 파렴치한 행동에 여러 번 놀랐고, 도아린을 지켜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몰래 주머니에 손을 넣었지만, 육하경이 그의 어깨를 눌렀다.“손 빼.”“...”BJ는 마지못해 녹음 펜을 꺼냈다.육하경은 녹음 펜을 티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배건후의 동의 없이는 손보미에 대한 어떤 불리한 정보도 외부에 공개할 수 없었다.손보미는 불안한 듯 배건후를 바라보며 초조하게 손을 꼼지락거렸다.“난 그런 내막이 있는 줄 몰랐어. 지민에게 당장 전화해 볼게.”사실 율이는 정확히 보지 못했다.옷장에 숨어 틈 사이로 김지민의 외투를 보았을 뿐, 실제로 외투를 입고 있던 사람은 손보미였다.하지만 이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김지민 탓으로 돌려야 했다.전화를 받자마자 김지민은 아무 말도 할 틈 없이 손보미의 질책을 들어야 했다.“전에 기회를 줬잖아. 근데 또 이렇게 잘못을 반복했으니 내 스튜디오에서 나가.”전화를 끊은 손보미는 미안한 표정으로 도아린을 바라보았다.“미안해. 내가 관리 잘못해서 오해가 생긴 거야. 아린 씨는 돈은 필요 없을 테니 원하는 것이 있다면 다 해줄게. 보상이라고 생각해.”배건후의 얼굴은 계속 굳어 있었고 날카로운 눈빛은 차가운 기운을 담고 있었다.그는 천천히 품속에 있는 도아린을 바라보았다.도아린은 그와 눈을 마주치며 약 올리는 듯 쳐다봤다.배건후는 눈살을 찌푸렸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고 생각보다 먼저 말이 튀어나왔다.“아린아, 너 너무 심한 거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