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 돼! 네가 어떻게 봤어?”손보미는 즉시 부인했다.그녀는 율이가 드레스를 만질까 봐 옆방에 보관해 두었기 때문이다.율이는 억울해서 눈가가 촉촉해졌다. 너무 자주 의심을 받아온 탓에 슬펐지만 용감하게 말했다.“정말 봤어요. 선생님은 내가 몰래 과자를 먹을까 봐 선물 상자를 옆방에 뒀거든요. 그날 나는 배가 고파서 과자를 찾으러 갔는데 마침 매니저 언니가 들어오는 바람에 옷장에 숨었어요.”BJ는 완전히 신났다. 손보미의 약점을 또 하나 잡았기 때문이다.그는 손보미의 파렴치한 행동에 여러 번 놀랐고, 도아린을 지켜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몰래 주머니에 손을 넣었지만, 육하경이 그의 어깨를 눌렀다.“손 빼.”“...”BJ는 마지못해 녹음 펜을 꺼냈다.육하경은 녹음 펜을 티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배건후의 동의 없이는 손보미에 대한 어떤 불리한 정보도 외부에 공개할 수 없었다.손보미는 불안한 듯 배건후를 바라보며 초조하게 손을 꼼지락거렸다.“난 그런 내막이 있는 줄 몰랐어. 지민에게 당장 전화해 볼게.”사실 율이는 정확히 보지 못했다.옷장에 숨어 틈 사이로 김지민의 외투를 보았을 뿐, 실제로 외투를 입고 있던 사람은 손보미였다.하지만 이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김지민 탓으로 돌려야 했다.전화를 받자마자 김지민은 아무 말도 할 틈 없이 손보미의 질책을 들어야 했다.“전에 기회를 줬잖아. 근데 또 이렇게 잘못을 반복했으니 내 스튜디오에서 나가.”전화를 끊은 손보미는 미안한 표정으로 도아린을 바라보았다.“미안해. 내가 관리 잘못해서 오해가 생긴 거야. 아린 씨는 돈은 필요 없을 테니 원하는 것이 있다면 다 해줄게. 보상이라고 생각해.”배건후의 얼굴은 계속 굳어 있었고 날카로운 눈빛은 차가운 기운을 담고 있었다.그는 천천히 품속에 있는 도아린을 바라보았다.도아린은 그와 눈을 마주치며 약 올리는 듯 쳐다봤다.배건후는 눈살을 찌푸렸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고 생각보다 먼저 말이 튀어나왔다.“아린아, 너 너무 심한 거 아니
물론 이것은 나중의 이야기였다.배건후가 있는 한 육하경은 도아린을 데려다줄 기회를 얻지 못하고, 대신 달갑지 않은 손보미를 데려갔다....어느덧 주현정의 생일이 되었다.배건후는 격식을 차리기 위해 도아린을 데려가 드레스를 입히고, 메이크업도 시켜 주었다.“이거 너무 과한 거 아닌가요?”예전에는 주현정의 생일이면 가족끼리 간단한 식사를 했었다. 올해 진범준 부부가 온다고 해도 굳이 이렇게까지 화려하게 할 필요는 없었다.배건후는 고급스러운 정장으로 갈아입고 거울 앞에서 옷매무시를 가다듬었다.그는 거울을 통해 도아린을 바라보았다.도아린은 타고난 미모에 약간의 치장만으로도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그녀에게서는 속물적인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고 오히려 고상하고 우아한 분위기가 풍겼다.“엄마는 아빠랑 해외로 나가실 수도 있으니, 많은 친구를 초대하고 싶으신가 봐.”도아린은 주현정의 마음을 이해했다.자녀들을 돌보느라 남편과 오랜 시간 떨어져 살았고, 이제 건강도 점점 안 좋아지니 당연히 남편과 함께 있고 싶어 할 것이다.하지만 그녀와 배건후의 관계는 애매했다.예전에는 비밀 결혼이었고 지금은 곧 이혼해야 하는 상황이니 친척이나 친구들이 물어보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건후 씨, 사람들이 저보고 누구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해요?”주현정은 분명 손님들을 맞이하는 자리에 자신을 동행시킬 것이고 몇몇 가까운 사모님들은 이미 그녀의 신분을 알고 있으니 신분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배건후의 아내라고 소개했다가는 이혼 후에 곤란해질 게 뻔했다.배건후는 불쾌한 듯 눈빛이 어두워졌다.“알아서 해.”“정말요?”도아린은 웃으며 잔머리를 쓸어 넘겼다.“우리가 곧 이혼한다고 말해도 되나요?”결혼 생활은 3년 동안 비밀로 해왔지만, 이혼은 온 세상이 다 알게 생겼다.도아린은 어이없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그녀는 곧 닥칠 곤란한 상황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고 오히려 배건후를 놀렸다.“아니면 어머니께 제가 스승님과 출장을 갔다고 말씀드리는 건 어떠세요
손보미는 불안한 마음으로 배건후를 기다리고 있었다. 배건후가 도아린과 함께 다정하게 들어오는 모습을 보자 그녀는 놀라서 표정이 일그러졌다. 주현정의 생일이니 도아린이 오는 것은 당연했다.그러나 배건후는 그녀의 신분을 인정한 적이 없었기에 아마 구석에서 일을 돕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그녀는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나타나 배건후와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손보미는 기껏해야 배건후의 팔짱을 끼는 정도였지만 배건후는 도아린을 품에 안고 손님들에게 인사하며 자랑스러워하는 듯했다.상류층에는 남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아까 손보미를 본 사람들은 그녀와 배건후의 관계를 궁금해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주현정이 성대한 생일 파티를 여는 이유가 두 사람의 결혼을 발표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다.그런데 눈 깜짝할 사이에 배건후는 다른 여자를 끌어안고 당당하게 등장했다.사람들의 시선은 손보미와 도아린을 오가며 두 사람을 유심히 살폈다. 손보미는 긴장한 채 와인 잔을 움켜쥐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그녀가 배건후의 부인이 되면 잘 봐달라고 인사까지 했다. 그런데 이젠 그들을 어떻게 마주 한단 말인가.바로 그때, 누군가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배 대표님.”그는 공손하게 악수를 청하며 도아린을 흘끗 쳐다보았다.“이분은...”배건후가 막 입을 열려는 순간, 주현정이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 도아린의 손을 잡았다.주변 사람들이 다 궁금해하는 걸 보며 그녀는 큰 소리로 말했다.“제 며느리 도아린이에요.”시끌벅적하던 연회장은 순간 조용해졌고 멀리서 들려오는 바이올린 소리만이 우아하게 울려 퍼졌다.사모님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배 대표님이 결혼하셨다고요?”“초대장 받으셨어요? 저는 못 받았는데...”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커져갔다. 손보미는 최대한 눈에 띄지 않으려 애썼지만, 날카로운 시선들이 그녀를 따갑게 찔렀다.그녀는 오늘 몰래 이곳에 온 것을 후회했다.주현정은 손을 들어 분위기를 진정시켰
도아린의 왕관은 심플하면서도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반면, 손보미의 왕관은 자잘한 다이아몬드가 빽빽하게 박혀 답답하고 옹졸해 보였다.보석의 가치만 비교해도 손보미는 도아린에게 상대가 되지 않았다.도아린은 백옥 같은 피부와 차가운 아우라로 마치 타고난 여왕처럼 왕관을 완벽하게 소화했지만 창백한 안색에 병약해 보이는 손보미는 마치 분수에 맞지 않는 자리에 오른 첩실처럼 어색하기만 했다.“어라?”주변의 수군거림을 들은 도아린은 코웃음을 쳤다.그녀의 손을 잡고 있던 남자가 손에 힘을 주며 말했다.“무슨 뜻이야?”“헤어핀이 같네요.”그녀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주변 사람들에게 우아하게 인사를 건넸다. 배건후는 그 말에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완전 다른데.”사람들의 시선과 대화가 견디기 힘들었던 손보미는 결국 드레스 자락을 쥐어 잡으며 다가왔다.“건후 씨... 아린 씨.”배건후는 담담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은 마치 남보다도 못한 낯선 사람을 대하듯 차가웠다.도아린은 비웃음을 머금고 그를 흘깃 보았다.오스카상이라도 줘야 할 연기력이었다.그의 연기는 오히려 손보미보다 잘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둘이 아는 사이가 아닌 줄 알 것이다.그녀는 쓰레기 같은 남자와 여자에게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아 자리를 뜨려고 했지만, 곧 손보미가 그녀를 불러 세웠다.“아린 씨, 여기 예비 장신구 세트가 있는데, 오늘 그쪽 드레스에 잘 어울릴 것 같아... 이걸로 바꿔 착용해 줄래?”손보미는 장신구 상자를 도아린에게 건네며 말했다.“내 작은 성의야. 전에 오해해서 미안했던 것에 대한 사과의 의미로 받아줘.”그녀는 말하는 동안 시선을 도아린의 머리에 고정했다.의도가 너무나 분명했다.도아린은 가식적인 미소조차 짓지 않고 말했다.“싫어.”억울하다는 듯 눈썹을 찡그리는 손보미는 보는 사람이 안쓰러울 정도였다.“아린 씨, 오늘은 아린 씨가 주인공이니, 내가 손님인 걸 생각해서 조금 양보해 주면 안 될까...”“보미 씨, 요구가 너무 지나친 거
“우리 가족끼리 이야기 나누는 중이니 보미 씨는 이 자리에 모시지 않을게요.”주현정의 말은 겉보기엔 정중했지만, 그녀에게 얼른 사라지라는 뜻이었다.손보미는 그 말뜻을 이해하고 마음이 아팠지만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녀는 억울한 눈빛으로 배건후를 바라봤으나 그는 진범준 부부에게 차를 따라주는 한편, 도아린의 귀 옆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어깨 뒤로 넘기는 데 여념이 없었다.질투심에 손보미의 심장이 욱신거렸다. 그녀는 선물 상자를 꽉 움켜쥐었다.어떻게든 주현정에게 선물을 보여줘야 했다. 큰돈을 들여 어렵게 구한 물건인데 자신의 성의를 보여주지 못하면 나중에 배씨 가문의 도움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그녀는 일부러 배지유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가 탁자 위의 상자를 눈짓으로 가리키며 신호를 보냈다. 배지유는 선물 상자를 집어 주현정에게 건넸다.“엄마, 보미 언니는 엄마가 비취를 좋아하신다는 걸 알고, 특별히 오래된 광산에서 나온 최상급 얼음 느낌의 옥불을 구해 왔대요. 게다가 엄마의 안녕을 기원하며 스님께 부탁해서 복을 비는 의식까지 했다잖아요.”배지유가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주현정이 끝까지 외면하면, 배씨 가문이 손님을 무시하는 것처럼 보일 터였다.주현정은 딸이 손보미와 한통속이 된 모습에 속으로는 불쾌했지만, 가문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 손을 내밀어 상자를 받았다.“내가 비취를 좋아하는 건 내 며느리가 좋아하기 때문이야.”주현정은 상자를 열며 말했다.“아린아, 너 옥불을 모시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 이게 마음에 들어?”그러고는 상자를 윤명희에게 건네며, 자신의 마음속엔 오직 도아린뿐임을 보여주려 했다.손보미는 손톱이 부러질 듯 주먹을 꽉 쥐었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그녀를 모욕하다니, 정말 배건후와 결혼하게 된다면, 저 할망구를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그녀의 감정이 폭발하기 직전, 배지유는 재빨리 상자를 빼앗았다.“엄마, 이건 보미 언니가 엄마를 위해 모신 거란 말이에요. 새언니에게 주고 싶으시면 따로 준비하셔야죠. 그래야 성의가
손보미가 이 자리에 온 것 자체가 배건후의 잘못인데, 감히 자신의 딸과 함께 앉게 하다니.도아린에게 뒷배가 없다고 생각하는 건가, 아니면 진씨 가문 사람들이 호락호락하다고 생각하는 건가.배지유는 진 씨 사모님이 화났다는 것을 알았지만 오늘은 그녀 엄마의 생일잔치였다. 아무리 진씨 가문이라도 그건 해남에서 통하는 이야기였다.오늘 이 자리에는 연성의 유력 인사들이 많이 참석했으니 진씨 가문이라고 해도 함부로 난동을 부릴 수는 없을 것이다.하지만 어떤 말은 자신이 하는 것보다 배건후가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다.“오빠...”배건후는 차가운 눈으로 여동생의 애원하는 눈빛과 손보미의 억울한 표정을 번갈아 보았다.“네 친구니까 네가 알아서 챙겨.”배지유는 의기양양하게 미소 지었다. 하지만 미소가 채 만개하기도 전에 배건후의 말이 이어졌다.“지배인에게 가서 자리를 따로 마련해 달라고 해.”“...”따로 마련해?따로 어디로 가라는 말인가?그녀는 배씨 가문의 천금으로 당연히 주빈석에 앉아야 했다.배지유가 손보미와 눈빛을 교환하기도 전에 배건후는 이미 지배인을 불렀다.“이 두 사람 자리 안내해 줘요.”“싫어요!”배지유는 즉시 얼굴을 붉혔다.“나는 배씨 가문 사람인데 왜 손님 석에 가야 해요?”손보미 역시 당황하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배지유의 손을 잡고 말했다.“아린 씨가 진 씨 가문 사람들이랑 같이 있잖아. 우리가 모두 있으면 자리가 너무 좁으니까 내가 너랑 같이 밖에 나가 앉을게.”갈등의 화살은 도아린을 향했다.며느리라는 작자는 외부인인 진범준 부부와 함께 주빈석에 떡하니 앉아 있는데, 정작 배씨 가문의 천금인 그녀는 친구 하나 데려오지도 못하고 쫓겨나야 한단 말인가.과연 배지유는 도아린을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녀는 자리를 떠나지 않고 배석준의 팔을 붙잡았다.“아빠... 일 년 만에 겨우 만났는데 같이 식사도 못 해요?”배석주는 얼굴을 굳히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도아린을 쏘아보았다.“네가 보미와 사이가
손보미는 주현정의 날카로운 눈빛에 못 이겨 마지못해 배지유를 따라 나갔다.윤명희의 따뜻한 위로에 도아린은 마음이 훈훈해졌다.그녀는 집안 배경도 좋지 않고 배건후에게 의지해야 할 부분도 너무 많아 저항할 힘이 없었다.처음에는 윤명희가 자신을 양딸로 받아준 건 단순히 생명의 은인에 대한 형식적인 감사 표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자신을 위해 배씨 가문과 맞설 줄이야.사람은 지지 기반이 있어야 힘이 생기는 법이다.식사가 시작되고 두 가문은 술잔을 주고받으며 분위기가 점차 누그러졌다.배석준은 배지유와 함께 식사하지 못하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그는 화장실에 간 후 복도에서 담배를 피우며 배지유를 불러냈다.“집에 무슨 일 있었어? 네 엄마가 예전과 좀 달라진 것 같아.”배지유는 몇 마디 떠보면서 아빠가 주현정이 자신 때문에 화병으로 기억을 잃은 일을 모른다는 걸 확신하고, 곧바로 도아린에게 책임을 떠넘겼다.“아빠가 외국 나간 이후로 엄마는 아린이만 엄청 챙겨요. 분명 진씨 가문 사모님을 구한 건 나인데, 엄마는 그 공을 아린에게 돌렸잖아요. 아린이가 진씨 가문의 양딸이 되면 모건 그룹을 도울 수 있다면서요.”“모건 그룹이 언제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할 처지가 되었대?”배석준은 담배를 세게 쥐었다.처음 해외 진출을 결정한 것은 주현정의 생각이었다.국내 시장은 경쟁이 너무 치열했기에 해외 시장을 개척하면 모건 그룹이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배석준은 야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모건 그룹이 연성에서 10위 안에 들고 자식들이 잘 자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삶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는 아내의 꿈을 위해 열심히 일했고 아들은 모건 그룹을 연성 3위 안에 들게 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였다.그러니 해남의 진씨 가문과 협력하는 것은 쓸데없는 짓이었다.두 집안은 서로 마주칠 일 없이 지내는 게 최선이었다.배지유는 자신과 도아린 사이의 갈등을 부풀리고 왜곡하여 이야기했다. 배석준의
“어머니~”도아린은 윤명희를 껴안았다.“고마워요.”“바보. 엄마한테 무슨 고맙다는 말을 해.”윤명희는 도아린의 목에 얼굴을 묻고 눈물을 글썽였다.손님들을 배웅하고 돌아온 배건후가 말했다.“진 대표님, 사모님, 위층에 방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제가 안내해드리죠.”“괜찮아요.”진범준은 눈가의 눈물을 훔쳤다.친딸이 눈앞에 있는데도 알아볼 수 없고 양딸이라고 불러야 하다니. 그는 무력감을 느꼈다.“저희는 돌아가 봐야 해서. 배 대표님...”“그냥 건후라고 불러주세요.”배건후는 진범준에게 담배를 건넸다.이는 그들을 경쟁 상대가 아닌 어른으로 대우한다는 의미였다.“그럼 사양하지 않겠네.”진범준은 담배를 받아 배건후가 불을 붙여주자 한 모금 깊게 빨아들였다. 그리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아린이가 이전에 배씨 가문에서 어떤 대우를 받았든 이제 아린은 우리 진씨 가문의 딸일세. 만약 아린이가 조금이라도 억울한 일을 당한다면 우리는 즉시 딸을 데려갈 거야.”진씨 가문의 단호한 태도에 배건후는 부담감과 동시에 놀라움을 느꼈다.도아린은 윤명희에게 응급처치했고, 배지유는 구급차를 불렀다.엄밀히 말하면 두 사람 모두 은인인데 진씨 가문은 두 사람을 완전히 다르게 대했다.도아린을 양딸로 삼은 것만 해도 큰 은혜를 베푼 것인데 도아린을 감싸고 배지유의 체면을 무시하는 것은 지나친 처사였다.“진 대표님...”진범준은 손을 내저으며 배건후의 말을 끊고 아내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말했다.“아린이랑 쇼핑 간다고 하지 않았어? 갑시다.”“맞아. 아린아. 우리 쇼핑 가자. 옷이랑 장신구 몇 벌 사 줄게. 괜히 누구 때문에 기분 망치지 말고.”윤명희가 도아린의 손을 잡아끌자 도아린은 그들의 호의를 거절할 수 없어 배건후에게 인사를 하고 함께 차에 올랐다.배건후는 차가 멀어지는 것을 보며 손에 든 담배를 꺾어 버렸다....윤명희는 도아린을 데리고 여러 브랜드 매장을 돌아다니며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평소에 어떤 스타일의 옷을 입는지 물었다.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