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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화

“우리 가족끼리 이야기 나누는 중이니 보미 씨는 이 자리에 모시지 않을게요.”

주현정의 말은 겉보기엔 정중했지만, 그녀에게 얼른 사라지라는 뜻이었다.

손보미는 그 말뜻을 이해하고 마음이 아팠지만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녀는 억울한 눈빛으로 배건후를 바라봤으나 그는 진범준 부부에게 차를 따라주는 한편, 도아린의 귀 옆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어깨 뒤로 넘기는 데 여념이 없었다.

질투심에 손보미의 심장이 욱신거렸다. 그녀는 선물 상자를 꽉 움켜쥐었다.

어떻게든 주현정에게 선물을 보여줘야 했다. 큰돈을 들여 어렵게 구한 물건인데 자신의 성의를 보여주지 못하면 나중에 배씨 가문의 도움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녀는 일부러 배지유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가 탁자 위의 상자를 눈짓으로 가리키며 신호를 보냈다.

배지유는 선물 상자를 집어 주현정에게 건넸다.

“엄마, 보미 언니는 엄마가 비취를 좋아하신다는 걸 알고, 특별히 오래된 광산에서 나온 최상급 얼음 느낌의 옥불을 구해 왔대요. 게다가 엄마의 안녕을 기원하며 스님께 부탁해서 복을 비는 의식까지 했다잖아요.”

배지유가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주현정이 끝까지 외면하면, 배씨 가문이 손님을 무시하는 것처럼 보일 터였다.

주현정은 딸이 손보미와 한통속이 된 모습에 속으로는 불쾌했지만, 가문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 손을 내밀어 상자를 받았다.

“내가 비취를 좋아하는 건 내 며느리가 좋아하기 때문이야.”

주현정은 상자를 열며 말했다.

“아린아, 너 옥불을 모시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 이게 마음에 들어?”

그러고는 상자를 윤명희에게 건네며, 자신의 마음속엔 오직 도아린뿐임을 보여주려 했다.

손보미는 손톱이 부러질 듯 주먹을 꽉 쥐었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그녀를 모욕하다니, 정말 배건후와 결혼하게 된다면, 저 할망구를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그녀의 감정이 폭발하기 직전, 배지유는 재빨리 상자를 빼앗았다.

“엄마, 이건 보미 언니가 엄마를 위해 모신 거란 말이에요. 새언니에게 주고 싶으시면 따로 준비하셔야죠. 그래야 성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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