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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9화

도정국은 얼굴에 드러난 분노를 금세 숨겼지만 잠깐이나마 스친 살기마저 도아린은 놓치지 않았다.

“지현이 이제 쉬어야 해요. 그만 돌아가세요.”

“넌 내가 오지 않았어도 쉬게 하지 않았을 거잖아. 하필 내가 오니까 쉬게 하려는 건 뭐니?”

도정국은 불만스럽게 투덜거렸다.

“내 아들이야, 누구보다도 내가 제일 아낀다고!”

도아린은 갑자기 비웃음을 흘렸다.

“제일 아끼는 애를 세 살 이후로 그냥 내버려두더니, 제가 지현이를 보내지 못하게 하자 제 생활비까지 끊어버렸잖아요. 세상에 이런 좋은 아버지가 어디 있죠?”

도정국은 순식간에 얼굴빛이 변하더니 불만스럽게 손을 저었다.

“오늘은 내가 지현이를 돌볼 테니 내일은 네가 돌보거라. 이제 지현이가 깨어났으니 간병인도 필요 없잖아.”

“이모는 제가 고용한 사람이에요. 아빠랑 상관없으니까 이제 지현이도 깨어났고 누가 돌볼지 선택할 권리는 지현이한테 있어요.”

도아린은 고개를 기울인 채 도지현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치, 지현아?”

도지현은 도정국을 흘겨보더니 다시 도아린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봐요, 지현이는 제가 있기를 원하잖아요. 그러니 얼른 도유준과 상의해 보시는 게 좋겠네요. 도대체 도씨 가문의 재산을 누구에게 물려줄 건지.”

도정국은 그제야 도유준이 찾아와 도지현을 자극할까 봐 두려워하는 눈치였다.

“그럼 내일 다시 올게.”

도정국은 할 수 없이 밖으로 나갔다.

도아린은 서둘러 문을 잠그고 병상 옆으로 돌아왔다.

“아빠가 밀었어?”

도지현은 그녀의 눈을 마주하며 핏기 없는 입술을 꼭 다문 채 한참을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누나, 난 이제 쓸모없는 사람이야. 평생 누나를 돌보지도 못하고 오히려 누나에게 짐만 될 거야.”

도지현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목소리까지 메여왔다.

“나 때문에 누나가 배건후한테 시집간 것도 모자라 돈까지 요구하면서 멸시당했잖아.”

“그런 일 없어.”

도아린은 동생의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그녀는 애써 개의치 않은 척하며 동생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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