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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화

손보미는 주현정의 날카로운 눈빛에 못 이겨 마지못해 배지유를 따라 나갔다.

윤명희의 따뜻한 위로에 도아린은 마음이 훈훈해졌다.

그녀는 집안 배경도 좋지 않고 배건후에게 의지해야 할 부분도 너무 많아 저항할 힘이 없었다.

처음에는 윤명희가 자신을 양딸로 받아준 건 단순히 생명의 은인에 대한 형식적인 감사 표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자신을 위해 배씨 가문과 맞설 줄이야.

사람은 지지 기반이 있어야 힘이 생기는 법이다.

식사가 시작되고 두 가문은 술잔을 주고받으며 분위기가 점차 누그러졌다.

배석준은 배지유와 함께 식사하지 못하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그는 화장실에 간 후 복도에서 담배를 피우며 배지유를 불러냈다.

“집에 무슨 일 있었어? 네 엄마가 예전과 좀 달라진 것 같아.”

배지유는 몇 마디 떠보면서 아빠가 주현정이 자신 때문에 화병으로 기억을 잃은 일을 모른다는 걸 확신하고, 곧바로 도아린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아빠가 외국 나간 이후로 엄마는 아린이만 엄청 챙겨요. 분명 진씨 가문 사모님을 구한 건 나인데, 엄마는 그 공을 아린에게 돌렸잖아요. 아린이가 진씨 가문의 양딸이 되면 모건 그룹을 도울 수 있다면서요.”

“모건 그룹이 언제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할 처지가 되었대?”

배석준은 담배를 세게 쥐었다.

처음 해외 진출을 결정한 것은 주현정의 생각이었다.

국내 시장은 경쟁이 너무 치열했기에 해외 시장을 개척하면 모건 그룹이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배석준은 야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모건 그룹이 연성에서 10위 안에 들고 자식들이 잘 자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삶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아내의 꿈을 위해 열심히 일했고 아들은 모건 그룹을 연성 3위 안에 들게 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그러니 해남의 진씨 가문과 협력하는 것은 쓸데없는 짓이었다.

두 집안은 서로 마주칠 일 없이 지내는 게 최선이었다.

배지유는 자신과 도아린 사이의 갈등을 부풀리고 왜곡하여 이야기했다. 배석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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