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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화

배건후는 약간 취해서 테라스로 나가 술을 깨고 있었다.

이전 사업 파트너 두 명이 마침 옆 테라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가 그를 보고 낮은 담을 사이에 두고 말을 걸었다.

“배 대표님, 엠파이어 빌딩의 상인들을 스카이 빌딩에서 많이 빼앗아 갔다면서요. 아무리 라윤주의 행운이 있다고 해도 관리가 따라가지 못하면 엠파이어를 이길 수 없죠.”

“라윤주의 행운이라는 건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손보미가 라윤주와 한 번 만난 적이 있다고 밝히더니 그 후로 출연 제의가 끊이지 않잖아요. 차라리 그 운을 빌려 엠파이어의 광고 모델로 쓰는 건 어때요?”

“그건 자네가 잘 몰라서 하는 말이야. 손보미가 빌린 건 라윤주의 행운이 아니라 우리 배 대표님의 총애지.”

둘은 서로 묘한 눈빛을 주고받았다. 뭔가 내막이 있다는 걸 아는 눈치였다.

배건후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클럽 앞 도로를 응시했다. 10시가 넘은 연성은 막 밤 문화가 시작되는 시간이었다.

대도시의 번화함 속에서 젊은이들의 열정은 네온사인이 켜지는 순간 쾌락을 즐기거나 혹은 타락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 두 사람과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지만, 눈치 없는 그들은 계속해서 말을 걸어왔다.

“배 대표님과 손보미 씨가 빨리 결혼 날짜 잡으셔야 딴 마음먹은 것들이 헛짓거리 못 할 건데.”

“누가 감히 배 대표님을 괴롭혀요? 그 여자는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군요! 배 대표님께서 손을 더럽히실 필요 없이 제가 쓰레기를 치워 드릴게요.”

“어이쿠,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왔네요.”

두 사람은 테라스 입구에 서 있는 도아린을 보고 비웃었다.

배건후는 담배꽁초를 끄고 성큼성큼 도아린 앞으로 걸어가 그녀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

“대표님이 저를 부른 건 일부러 망신 주려는 건가요?”

“난 아무 말도 안 했어.”

배건후는 불쾌해했다.

그는 정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아린의 신분을 인정하지도, 그들의 비방을 부인하지도 않았다.

침묵은 귀가 먹먹할 정도로 강렬했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도아린이 발을 들여놓자마자 배건후는 그녀를 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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