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말을 마친 뒤 간호사한테 온다연을 휠체어로 병실까지 옮겨달라고 분부했다.응급실을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아 주위가 웅성거렸다.그녀의 휠체어를 미는 두 어린 간호사가 작은 소리로 떠들기 시작했다.“듣기로는 나씨 집안 아가씨가 자살 시도를 했대. 대동맥을 그어버려서 피가 아주 사방에 다 튀었다지 뭐야.”“맞아. 벌써 네 번째로 응급처치하는 거잖아...”“심각한 우울증이라서 처음 자살 시도 하는 것도 아니래.”“그렇게 행복한데 자살은 왜 한대? 봐봐,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받들어 모시는데!”“저 사람 예비 신랑도 왔대. 그 소문으로만 듣던 유씨 가문 셋째 도련님, 너도 알지, 연예인보다 더 잘생겼잖아.”“어디 보자, 저쪽에 있어?”“어머, 진짜네. 나씨 가문 아가씨를 안고 들어왔어. 쯧, 실물은 처음 봐!”...온다연은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봤다.유강후가 나은별을 안고 수술실에서 나오고 있었다.나은별은 머리를 그의 가슴에 기댄 채 나약한 모습을 보였다. 그 장면을 본 사람이라면 두 사람이 정말 잘 어울리는 커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 누구도 그 둘을 갈라놓을 수 없는 듯했다.온다연은 그 장면에 눈이 극심하게 아려오면서 가슴도 텅 비어버린 것처럼 아팠다.유연서를 제외하고, 그는 나은별에게 감정이 있는 게 분명했다.그녀는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려서 간호사가 휠체어를 밀게 내버려 두었다. 병실에는 현진화가 아직 기다리고 있었다.온다연이 나오는 걸 본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다행히도 애는 무사한 모양이네. 유산했을까 봐 걱정했어.”그녀는 온다연의 손을 끌어당기면서 말했다.“다연아, 무슨 일인지 말해 보렴. 아파트에 있던 그 사람, 애 아빠야?”온다연은 고개를 저었다.유강후가 나은별을 안고 있던 화면을 떠올리자 그녀는 가슴이 아프다 못해 약간 마비된 것 같았다.“애 아빠는 병원에 있어요.”현진화는 크게 화를 냈다.“어디 있어. 내가 가서 찾아봐야겠다. 자기 아내랑 애가 없어졌는데 어떻게 한번을 안 와보니!”
고용인은 놀라서 말을 더듬었다,“모르겠어요. 현관이랑 소파는 제가 처리했습니다. 침대 위는 미처 정리를 못했는데 도련님이 돌아오셔서...”“저희가 왔을 때 집에 사람은 한 명도 없고 문도 열려 있고 현관에 핏자국이 있어서요. 도련님, 저흰 정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요......”유강후는 가슴이 심하게 아파와서 그녀를 놓고 성큼성큼 안방으로 걸어갔다.새하얀 시트 위, 온다연이 앉았던 자리에 정말로 핏자국이 있었다.많지 않았지만 눈에 띌 정도였고 핏자국은 이미 말랐다.유강후의 눈이 점점 더 붉어졌다.그 작은 하나하나의 핏자국이 날카로운 칼처럼 그의 심장을 후벼팠다.그는 그가 나갈 때 그녀가 애원하던 모습이 떠올랐다.그때 온다연은 이미 아파서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한 채 자기를 데리고 병원에 가달라고 간청했다. 근데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그는 심장이 너무 심하게 아팠다. 아파서 허리를 제대로 펼 수도 없었다.이 일이 있기 전에는 그는 자신과 온다연 사이에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고 본인이 모든 걸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근데 지금은 아니었다. 그 둘 사이의 균열은 커질 대로 커져서 손도 못 댈 상황이었다.게다가 온다연을 데리고 간 사람은 연락도 안 됐다.불안한 마음은 점점 더 커졌다. 그는 고통스럽게 눈을 감고 손가락으로 말라버린 핏자국을 쓸어내렸다.“다연아...”잠들 수 없는 밤이었다.눈보라가 경원시를 휘몰아쳤고 검은 기운이 꿈틀거리고 있었다.거의 모든 병원에서 긴급점검이 이루어졌다. 그중에서도 특히 산부인과가 가장 심하게 검사를 받았다.병원뿐만이 아니라 크고 작은 호텔에서도 긴급점검이 이루어졌다.한 번 검사한 걸로도 모자라서 아침부터는 두 번째 점검이 시작됐다.하루 만에 경원시 모든 병원과 호텔 사람들이 불안에 휩싸였지만 누구를 찾는 건지는 아무도 몰랐다.하지만 아마 찾으려는 것을 찾지 못한 것인지 점검은 쭉 계속됐다.자연스럽게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누군가는 큰 사건이 발생해서 엄청 중요한 자료를 찾는 거라
온다연은 손이 떨려서 필을 바닥에 떨어뜨렸다.현진화는 미간을 찡그리고 말했다.“적어도 보름은 걸려야 찾아낼 줄 알았는데 이 자식이 이 정도로 실력이 있을 줄 몰랐다. 고작 5, 6일밖에 안됐는데 상황을 뒤집고 무슨 수단을 쓴 건지 우리 집까지 알아내서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었어.”온다연의 얼굴이 창백해지자 현진화는 그녀의 손을 끌어당겼다.“그렇지만 무서워하지는 마. 그가 너를 여기서 데려가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테니까!”말하면서 그녀는 고개를 숙여 온다연의 귓가에 낮은 목소리로 몇 마디 했다.그리고 온다연을 데리고 객실로 갔다.그때 별장으로부터 몇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부터 두 줄의 제네시스 차량이 빠른 속도로 오고 있었다.몇 분 지나지 않아 차들은 별장 앞에 멈춰 섰다.몇백 명의 건장한 경호원들이 줄줄이 차에서 내려서 별장의 절반쯤을 포위해 버렸다.얼마 지나지 않자 헬리콥터의 요란한 소리가 가까워졌다.어두컴컴한 하늘 아래 헬리콥터 날개는 세차게 돌아갔다. 강력한 바람에는 눈이 섞여 있었고 땅에 있는 마른 나뭇잎까지 끌어올려 별장 외벽에 부딪히는 게 분노에 서린 것 같기도 했다. 안 그래도 안 좋은 날씨가 더 안 좋은 것처럼 보였다.유강후는 헬리콥터에서 빠르게 내려왔다.그는 잔뜩 화가 나 있었는데 검은 코트는 바람에 휘날려서 옷자락이 부딪히는 게 사람 자체가 차가워 보였다.유강후가 신속하게 현관으로 걸어갔지만, 경비가 그를 막아 나섰다.“여기는 개인 별장입니다. 어서 떠나주세요!”말하면서 경비는 손에 있는 총을 꽉 움켜쥐었다. 명백한 경고의 말투였다.유강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십이월의 제일 찬 서리보다도 차가웠다.그가 손을 들어 지시하자 여러 명의 보디가드들이 앞으로 나섰다.두 경비도 일하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상대방이 수적 우세가 있으니 무시할 수는 없었다.몇 번의 실랑이 끝에 그 두 사람은 제압당했고 총도 빼앗겼다. 유강후는 현관으로 들어갔다.현관에는 현진화가 집사를 데리고 차가운 얼굴로 서
“뭐라고요?”유강후는 마치 그 단어를 듣고 암살이라도 당한 것 같았다.현진화가 온다연을 데려갔다는걸 알았을 때 그는 조금 안심했다.현진화의 능력이라면 아이 하나 지켜내는 건 쉬운 일이니까 말이다.하지만 유강후에게 돌아온 것이 온다연의 유산 소식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현진화는 일부로 목소리를 높였다, “네가 나한별 옆에서 얼쩡거릴 때 네 애가 없어졌다고, 못 알아듣겠어?”유강후는 누구한테 세게 맞은 것처럼 비틀거리면서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거위 털 같은 함박눈이 그의 몸에 떨어졌다. 빽빽한 바늘 같기도 하고 날카로운 검 같기도 했다.온 하늘과 땅을 덮을 듯한 눈이 그를 찔러와서 아파서 몸을 가누지 못했다.아이는 지키지 못했을 거란 걸 예상하긴 했지만 그는 두 사람의 아이를 여러 번 상상했었다.그는 온다연처럼 유일무이하고 하얗고, 얌전하고 귀여운, 작은 치마를 입은 아이가 그를 따라다니면서 말랑한 목소리로 그를 “아빠”라고 부르는 화면을 상상했었다.하지만 이렇게나 빨리 그 환상은 깨져버렸다.게다가 무려 그가 직접 깨부순 거였다.온다연이 과연 그를 용서할까?유강후는 갑자기 무서워졌다. 아니, 용서하지 않더라도 그녀는 그의 옆에 있어야 했다!온다연은 오직 그의 것이었다. 이번 생에도, 다음 생에도, 그다음 생에도 그녀는 오로지 그에게만 있어야 했다!현진화가 더 뭐라 말을 하기는 했지만 유강후는 거의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그가 손짓하자 가드들이 재빠르게 달려가서 현진화와 집사를 한쪽으로 밀어버렸다.그리고는 매 방마다 수색했다.그리고 마침내 바깥쪽 객실에서 온다연을 찾아냈다.그녀는 커다란 흰 스웨터를 입고 침대에 앉아있었다. 다리에는 담요를 덮고 있었는데 굉장히 얇고 허약해 보였다.그녀의 눈에 더이상 예전 같은 온순함은 없고 오로지 차가움만 있었다.유강후는 한 걸음씩 그녀에게 다가갔다.아이만 생각하면 심장에 만 개의 화살이 박히는 기분이었다.매 한걸음 걸을 때마다 칼날 위를 걷는 듯한 아픔이 느껴졌다.마침내 그녀의 앞에
온다연은 그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제가 어떻게 감히 그래요.”유강후는 제자리에 서서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봤다.온다연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처럼 그의 시선을 피해버렸다.두 사람의 침묵 속에서 분위기는 우울함의 정점을 찍어버렸다.얼마나 지났는지 모를 때쯤 유강후는 허리를 숙여 온다연을 안아 올렸다.온다연은 반항하지 않았다. 어차피 도망치지도 못하니까 말이다.여기서 며칠 쉬었고 현진화의 보살핌을 받은 것만으로 이미 충분한 행운을 누린 거였다. 그녀는 더이상 현진화에게 민폐를 끼칠 수는 없었다.유강후는 두툼한 담요로 그녀를 둘러싸고 그녀를 안은 채 밖으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우리 집에 가자.”온다연은 낮게 비웃으며 말했다. “유강후 씨, 저한테는 집이 없어요. 엄마는 죽었고, 아빠도 없고, 이모는 나 버렸고, 유씨 가문 사람들은 저를 개처럼 취급하는데. 저는 진작에 집 같은 건 없었어요.”주한이 있을 때만 해도 그녀는 갈 곳이 있었는데 주한이 죽고 나서 그녀는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았다.유강후는 굳어버린 채 손을 달달 떨었다.그러고 나서 한참이 지나서야 말했다.“집 있어. 내가 있는 데가 네 집이야.”온다연은 고개를 저으면서 명확하게 말했다. “아뇨. 당신이 있는 곳은 감옥이에요. 나를 죽을 때까지 가둬둘 감옥! 당신은 유씨 가문 사람이죠. 그 사람들이랑 한집 식구죠.”유강후의 마음이 이미 갈가리 찢어진 듯했다. 그는 눈을 감으면서 억지로 가슴의 고통을 참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다연아, 그런 말은 하지 마.”온다연이 낮게 말했다. “유강후 씨. 사실 그날 밤 병원에서, 당신이 은별 씨 안고 수술실에서 나오는 거 봤어요. 그때 저도 응급실에서 갓 나왔거든요.”온다연은 그때의 상황을 떠올렸다. 매 순간이 눈에 보이는 것처럼 선명했다.그녀는 가슴이 아픈 걸 참으려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은 아끼는 사람 챙겨요. 저한테 그걸 말릴 권리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왜 제가 병원에 가지 못하게 막은 거예요? 유강후 씨, 나
돌아오는 길, 두 사람은 각자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두세 시간 되는 거리였지만 두 사람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차량 내부는 밖 온도보다 더욱 낮은 것만 같았다.집에 도착했을 때, 유강후는 온다연을 안고 차에서 내리려고 했다. 하지만 온다연이 차갑게 그를 밀어내면서 얘기했다.“나도 걸을 줄 알아요.”유강후는 그런 온다연의 고집을 꺾고 온다연을 안은 채 침실에 들어갔다.그리고 조심스레 그녀를 침대에 내려주고 그녀가 입는 잠옷으로 갈아입혀 주었다.온다연은 반항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잘 알았기에 그저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 두었다.이 남자가 얼마나 강압적인지, 독점욕이 얼마나 강한지, 온다연은 상상도 할 수 없다.그와 같이 산다는 건 개인 시간이나 공간이 전혀 없다는 뜻이다.옷이나 신발부터 바디 워시, 화장품까지 다 그가 직접 골라주는 것이다.심지어는 그녀의 속옷까지도 유강우가 직접 고른 것이다.처음에는 그저 유강후가 플레이를 좋아하는 타입인 줄 알았다.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유강후의 집착은 더욱더 강해졌다. 결국 온다연이 참을 수 없는 정도가 되어버린 것이다.마치 절벽 끝에 서 있는 사람 같았다.반항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로즈향의 바디로션을 좋아하지 않았던 터라 몰래 인터넷에서 다른 향의 바디로션을 샀었다.하지만 한번 발랐을 뿐인데 유강후가 그걸 발견해 버렸다.그는 조용히 다시 바디로션을 바꿔놓았다. 온다연이 그 바디 로션을 다시 사려고 봤을 때, 그 매장은 이미 사라졌다.게다가 그 제품의 원료 중에 유해물질이 있다면서 영원히 판매 정지가 되었다.또 한번은 온다연이 타 먹는 밀크티를 두 번 정도 샀었다. 세 번째로 구매하려고 했을 때, 그 매장은 또 사라졌다.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시간이 지나니 이제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게다가 유강호는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그는 지금도 온다연의 옷을 갈아입혀 주면서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거기서 이상한 거 먹은 거 아니지? 약은 먹었어? 위는 괜찮아?”결국
유강후는 큰 충격에 빠져버렸다. 반항하는 온다연을 잡고 그녀를 침대에 눕힌 채 격정적인 키스를 퍼부었다.약간 이성을 잃은 그는 입술을 부딪쳐가면서 몰아붙였다. 온다연은 아픈 나머지 온 힘을 다해 그를 밀었다. 하지만 유강후는 밀리지 않았다. 이 행동은 유강후의 독점욕을 불러일으키는 행동이었다.그는 한 손으로 온다연의 손을 묶어놓은 후 다른 손으로 그녀의 배를 매만지면서 온기를 느끼려고 했다.이성을 잃은 탓에 손에 들어가는 힘이 조금 더 세졌다.온다연의 눈물과 반항은 아무 작용도 하지 못했다.어느새 이 키스는 다음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유강후의 호흡도 점점 거칠어졌다.온다연은 유강후의 신체 반응을 느꼈다.놀라고 두려웠던 온다연은 미친 듯이 유강후를 밀면서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했다.“날 놔요! 놓으라고요! 미친 새끼...”유강후는 며칠 동안이나 온다연을 보지 못했다. 지금 그에게 있어 온다연은 마약과도 같았다.온다연의 입술을 약간 씹은 유강후는 천천히 그녀의 몸을 만졌다.유강후의 손이 점점 아래로 향하자 온다연은 미칠 것만 같았다.어디서 나온 힘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녀는 결국 유강후를 밀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손을 들어 그의 뺨을 때렸다.짝.소리와 함께 공간이 갑자기 조용해졌다.두 사람은 멍하니 서로를 바라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얼마나 지났을까, 유강후가 몸을 일으켰다.그는 맞은 뺨을 매만지더니 차가운 시선으로 온다연을 쳐다보았다.온다연은 그 시선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한기가 등줄기를 타고 올라오는 것 같아서 그녀는 몸을 옹송그렸다.유강후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온다연, 이 세상에서 날 때린 여자는 네가 처음이야.”그의 차가운 말투에 공기마저 차가워진 것 같았다. 온다연은 약간 두려워서 저도 모르게 배를 그러안았다. 그리고 바로 침대에서 내려가 도망치려고 했다.하지만 얼마 가지 못해 유강후한테 붙잡혔다.온다연은 무섭고 또 두려웠다.유강후는 강압적인 사람이다. 게다가 생각도 깊고 총명한 사람이다. 그래
온다연은 그가 뭘하려는지 몰랐다. 벌을 주려는 줄 알고 그저 도망칠 뿐이었다.유강후는 온다연의 발길질에 몇 번 차였다. 그래서 그녀의 발을 묶어둘 수밖에 없었다.그는 다시 온다연을 침대에 눕힌 후 그녀를 바라보면서 말했다.“내가 널 때릴 것 같아?”온다연은 그가 정말 때릴 줄 알았다. 게다가 배를 때릴 줄 알고 무서워서 뒤로 몸을 내뺐다.유강후는 두려워하는 그녀의 눈빛을 보고 가슴이 아파왔다.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이 세상에서 모든 사람이 그를 두려워해도 온다연은 그러지 않기를 바랐다.그가 손을 뻗어 온다연을 만지려고 하자 온다연은 더욱 세게 반항했다.온다연이 반항할수록, 유강후의 심정은 처절해져만 갔다. 반항심이 불거져 꼭 그녀를 만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다가 온다연이 이마를 침대 끄트머리에 박았다.세게 부딪혔는지, 온다연의 머리에 커다란 혹이 생겼다.온다연은 아픈 것도 모르고 유강후가 정신을 판 사이에 또 도망치려고 했다.하지만 유강후는 그녀의 하얀 이마에 혹이 부어오른 것을 보면서 마음 아파하고 또 화가 났다.그는 온다연을 잡은 후 전화를 걸어 장화연에게 구급상자를 가져오라고 했다.알콜이 온다연의 피부에 닿자 온다연은 그제야 진정했다.하지만 여전히 배를 보호한 상태로 경계심 가득한 채 유강후를 쳐다보고 있었다.유강후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유강후는 그 시선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안 볼 수도 없는 일이었다.그는 조심스레 온다연의 이마를 소독해주면서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그렇게 보지 마. 안 때릴 거니까.”온다연은 여전히 경계심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가 이마에 연고를 발라줄 때, 온다연이 입을 열었다.“안 믿어요.”유강후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약을 발라준 후 유강후는 구급상자를 정리하고 바닥에 떨어진 옷을 정리하면서 말했다.“너 이 옷을 좋아하던 거 아니었어? 자주 입던 거 같은데.”온다연이 차갑게 그를 보면서 대답했다.“당신이 골라준 옷은 다 싫어해요. 다 쓰레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