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인은 놀라서 말을 더듬었다,“모르겠어요. 현관이랑 소파는 제가 처리했습니다. 침대 위는 미처 정리를 못했는데 도련님이 돌아오셔서...”“저희가 왔을 때 집에 사람은 한 명도 없고 문도 열려 있고 현관에 핏자국이 있어서요. 도련님, 저흰 정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요......”유강후는 가슴이 심하게 아파와서 그녀를 놓고 성큼성큼 안방으로 걸어갔다.새하얀 시트 위, 온다연이 앉았던 자리에 정말로 핏자국이 있었다.많지 않았지만 눈에 띌 정도였고 핏자국은 이미 말랐다.유강후의 눈이 점점 더 붉어졌다.그 작은 하나하나의 핏자국이 날카로운 칼처럼 그의 심장을 후벼팠다.그는 그가 나갈 때 그녀가 애원하던 모습이 떠올랐다.그때 온다연은 이미 아파서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한 채 자기를 데리고 병원에 가달라고 간청했다. 근데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그는 심장이 너무 심하게 아팠다. 아파서 허리를 제대로 펼 수도 없었다.이 일이 있기 전에는 그는 자신과 온다연 사이에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고 본인이 모든 걸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근데 지금은 아니었다. 그 둘 사이의 균열은 커질 대로 커져서 손도 못 댈 상황이었다.게다가 온다연을 데리고 간 사람은 연락도 안 됐다.불안한 마음은 점점 더 커졌다. 그는 고통스럽게 눈을 감고 손가락으로 말라버린 핏자국을 쓸어내렸다.“다연아...”잠들 수 없는 밤이었다.눈보라가 경원시를 휘몰아쳤고 검은 기운이 꿈틀거리고 있었다.거의 모든 병원에서 긴급점검이 이루어졌다. 그중에서도 특히 산부인과가 가장 심하게 검사를 받았다.병원뿐만이 아니라 크고 작은 호텔에서도 긴급점검이 이루어졌다.한 번 검사한 걸로도 모자라서 아침부터는 두 번째 점검이 시작됐다.하루 만에 경원시 모든 병원과 호텔 사람들이 불안에 휩싸였지만 누구를 찾는 건지는 아무도 몰랐다.하지만 아마 찾으려는 것을 찾지 못한 것인지 점검은 쭉 계속됐다.자연스럽게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누군가는 큰 사건이 발생해서 엄청 중요한 자료를 찾는 거라
온다연은 손이 떨려서 필을 바닥에 떨어뜨렸다.현진화는 미간을 찡그리고 말했다.“적어도 보름은 걸려야 찾아낼 줄 알았는데 이 자식이 이 정도로 실력이 있을 줄 몰랐다. 고작 5, 6일밖에 안됐는데 상황을 뒤집고 무슨 수단을 쓴 건지 우리 집까지 알아내서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었어.”온다연의 얼굴이 창백해지자 현진화는 그녀의 손을 끌어당겼다.“그렇지만 무서워하지는 마. 그가 너를 여기서 데려가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닐 테니까!”말하면서 그녀는 고개를 숙여 온다연의 귓가에 낮은 목소리로 몇 마디 했다.그리고 온다연을 데리고 객실로 갔다.그때 별장으로부터 몇백 미터 떨어진 곳에서부터 두 줄의 제네시스 차량이 빠른 속도로 오고 있었다.몇 분 지나지 않아 차들은 별장 앞에 멈춰 섰다.몇백 명의 건장한 경호원들이 줄줄이 차에서 내려서 별장의 절반쯤을 포위해 버렸다.얼마 지나지 않자 헬리콥터의 요란한 소리가 가까워졌다.어두컴컴한 하늘 아래 헬리콥터 날개는 세차게 돌아갔다. 강력한 바람에는 눈이 섞여 있었고 땅에 있는 마른 나뭇잎까지 끌어올려 별장 외벽에 부딪히는 게 분노에 서린 것 같기도 했다. 안 그래도 안 좋은 날씨가 더 안 좋은 것처럼 보였다.유강후는 헬리콥터에서 빠르게 내려왔다.그는 잔뜩 화가 나 있었는데 검은 코트는 바람에 휘날려서 옷자락이 부딪히는 게 사람 자체가 차가워 보였다.유강후가 신속하게 현관으로 걸어갔지만, 경비가 그를 막아 나섰다.“여기는 개인 별장입니다. 어서 떠나주세요!”말하면서 경비는 손에 있는 총을 꽉 움켜쥐었다. 명백한 경고의 말투였다.유강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십이월의 제일 찬 서리보다도 차가웠다.그가 손을 들어 지시하자 여러 명의 보디가드들이 앞으로 나섰다.두 경비도 일하는 사람이기는 하지만 상대방이 수적 우세가 있으니 무시할 수는 없었다.몇 번의 실랑이 끝에 그 두 사람은 제압당했고 총도 빼앗겼다. 유강후는 현관으로 들어갔다.현관에는 현진화가 집사를 데리고 차가운 얼굴로 서
“뭐라고요?”유강후는 마치 그 단어를 듣고 암살이라도 당한 것 같았다.현진화가 온다연을 데려갔다는걸 알았을 때 그는 조금 안심했다.현진화의 능력이라면 아이 하나 지켜내는 건 쉬운 일이니까 말이다.하지만 유강후에게 돌아온 것이 온다연의 유산 소식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현진화는 일부로 목소리를 높였다, “네가 나한별 옆에서 얼쩡거릴 때 네 애가 없어졌다고, 못 알아듣겠어?”유강후는 누구한테 세게 맞은 것처럼 비틀거리면서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거위 털 같은 함박눈이 그의 몸에 떨어졌다. 빽빽한 바늘 같기도 하고 날카로운 검 같기도 했다.온 하늘과 땅을 덮을 듯한 눈이 그를 찔러와서 아파서 몸을 가누지 못했다.아이는 지키지 못했을 거란 걸 예상하긴 했지만 그는 두 사람의 아이를 여러 번 상상했었다.그는 온다연처럼 유일무이하고 하얗고, 얌전하고 귀여운, 작은 치마를 입은 아이가 그를 따라다니면서 말랑한 목소리로 그를 “아빠”라고 부르는 화면을 상상했었다.하지만 이렇게나 빨리 그 환상은 깨져버렸다.게다가 무려 그가 직접 깨부순 거였다.온다연이 과연 그를 용서할까?유강후는 갑자기 무서워졌다. 아니, 용서하지 않더라도 그녀는 그의 옆에 있어야 했다!온다연은 오직 그의 것이었다. 이번 생에도, 다음 생에도, 그다음 생에도 그녀는 오로지 그에게만 있어야 했다!현진화가 더 뭐라 말을 하기는 했지만 유강후는 거의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그가 손짓하자 가드들이 재빠르게 달려가서 현진화와 집사를 한쪽으로 밀어버렸다.그리고는 매 방마다 수색했다.그리고 마침내 바깥쪽 객실에서 온다연을 찾아냈다.그녀는 커다란 흰 스웨터를 입고 침대에 앉아있었다. 다리에는 담요를 덮고 있었는데 굉장히 얇고 허약해 보였다.그녀의 눈에 더이상 예전 같은 온순함은 없고 오로지 차가움만 있었다.유강후는 한 걸음씩 그녀에게 다가갔다.아이만 생각하면 심장에 만 개의 화살이 박히는 기분이었다.매 한걸음 걸을 때마다 칼날 위를 걷는 듯한 아픔이 느껴졌다.마침내 그녀의 앞에
온다연은 그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제가 어떻게 감히 그래요.”유강후는 제자리에 서서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봤다.온다연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처럼 그의 시선을 피해버렸다.두 사람의 침묵 속에서 분위기는 우울함의 정점을 찍어버렸다.얼마나 지났는지 모를 때쯤 유강후는 허리를 숙여 온다연을 안아 올렸다.온다연은 반항하지 않았다. 어차피 도망치지도 못하니까 말이다.여기서 며칠 쉬었고 현진화의 보살핌을 받은 것만으로 이미 충분한 행운을 누린 거였다. 그녀는 더이상 현진화에게 민폐를 끼칠 수는 없었다.유강후는 두툼한 담요로 그녀를 둘러싸고 그녀를 안은 채 밖으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우리 집에 가자.”온다연은 낮게 비웃으며 말했다. “유강후 씨, 저한테는 집이 없어요. 엄마는 죽었고, 아빠도 없고, 이모는 나 버렸고, 유씨 가문 사람들은 저를 개처럼 취급하는데. 저는 진작에 집 같은 건 없었어요.”주한이 있을 때만 해도 그녀는 갈 곳이 있었는데 주한이 죽고 나서 그녀는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았다.유강후는 굳어버린 채 손을 달달 떨었다.그러고 나서 한참이 지나서야 말했다.“집 있어. 내가 있는 데가 네 집이야.”온다연은 고개를 저으면서 명확하게 말했다. “아뇨. 당신이 있는 곳은 감옥이에요. 나를 죽을 때까지 가둬둘 감옥! 당신은 유씨 가문 사람이죠. 그 사람들이랑 한집 식구죠.”유강후의 마음이 이미 갈가리 찢어진 듯했다. 그는 눈을 감으면서 억지로 가슴의 고통을 참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다연아, 그런 말은 하지 마.”온다연이 낮게 말했다. “유강후 씨. 사실 그날 밤 병원에서, 당신이 은별 씨 안고 수술실에서 나오는 거 봤어요. 그때 저도 응급실에서 갓 나왔거든요.”온다연은 그때의 상황을 떠올렸다. 매 순간이 눈에 보이는 것처럼 선명했다.그녀는 가슴이 아픈 걸 참으려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은 아끼는 사람 챙겨요. 저한테 그걸 말릴 권리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왜 제가 병원에 가지 못하게 막은 거예요? 유강후 씨, 나
돌아오는 길, 두 사람은 각자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두세 시간 되는 거리였지만 두 사람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차량 내부는 밖 온도보다 더욱 낮은 것만 같았다.집에 도착했을 때, 유강후는 온다연을 안고 차에서 내리려고 했다. 하지만 온다연이 차갑게 그를 밀어내면서 얘기했다.“나도 걸을 줄 알아요.”유강후는 그런 온다연의 고집을 꺾고 온다연을 안은 채 침실에 들어갔다.그리고 조심스레 그녀를 침대에 내려주고 그녀가 입는 잠옷으로 갈아입혀 주었다.온다연은 반항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잘 알았기에 그저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 두었다.이 남자가 얼마나 강압적인지, 독점욕이 얼마나 강한지, 온다연은 상상도 할 수 없다.그와 같이 산다는 건 개인 시간이나 공간이 전혀 없다는 뜻이다.옷이나 신발부터 바디 워시, 화장품까지 다 그가 직접 골라주는 것이다.심지어는 그녀의 속옷까지도 유강우가 직접 고른 것이다.처음에는 그저 유강후가 플레이를 좋아하는 타입인 줄 알았다.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유강후의 집착은 더욱더 강해졌다. 결국 온다연이 참을 수 없는 정도가 되어버린 것이다.마치 절벽 끝에 서 있는 사람 같았다.반항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로즈향의 바디로션을 좋아하지 않았던 터라 몰래 인터넷에서 다른 향의 바디로션을 샀었다.하지만 한번 발랐을 뿐인데 유강후가 그걸 발견해 버렸다.그는 조용히 다시 바디로션을 바꿔놓았다. 온다연이 그 바디 로션을 다시 사려고 봤을 때, 그 매장은 이미 사라졌다.게다가 그 제품의 원료 중에 유해물질이 있다면서 영원히 판매 정지가 되었다.또 한번은 온다연이 타 먹는 밀크티를 두 번 정도 샀었다. 세 번째로 구매하려고 했을 때, 그 매장은 또 사라졌다.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시간이 지나니 이제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게다가 유강호는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그는 지금도 온다연의 옷을 갈아입혀 주면서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거기서 이상한 거 먹은 거 아니지? 약은 먹었어? 위는 괜찮아?”결국
유강후는 큰 충격에 빠져버렸다. 반항하는 온다연을 잡고 그녀를 침대에 눕힌 채 격정적인 키스를 퍼부었다.약간 이성을 잃은 그는 입술을 부딪쳐가면서 몰아붙였다. 온다연은 아픈 나머지 온 힘을 다해 그를 밀었다. 하지만 유강후는 밀리지 않았다. 이 행동은 유강후의 독점욕을 불러일으키는 행동이었다.그는 한 손으로 온다연의 손을 묶어놓은 후 다른 손으로 그녀의 배를 매만지면서 온기를 느끼려고 했다.이성을 잃은 탓에 손에 들어가는 힘이 조금 더 세졌다.온다연의 눈물과 반항은 아무 작용도 하지 못했다.어느새 이 키스는 다음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유강후의 호흡도 점점 거칠어졌다.온다연은 유강후의 신체 반응을 느꼈다.놀라고 두려웠던 온다연은 미친 듯이 유강후를 밀면서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했다.“날 놔요! 놓으라고요! 미친 새끼...”유강후는 며칠 동안이나 온다연을 보지 못했다. 지금 그에게 있어 온다연은 마약과도 같았다.온다연의 입술을 약간 씹은 유강후는 천천히 그녀의 몸을 만졌다.유강후의 손이 점점 아래로 향하자 온다연은 미칠 것만 같았다.어디서 나온 힘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녀는 결국 유강후를 밀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손을 들어 그의 뺨을 때렸다.짝.소리와 함께 공간이 갑자기 조용해졌다.두 사람은 멍하니 서로를 바라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얼마나 지났을까, 유강후가 몸을 일으켰다.그는 맞은 뺨을 매만지더니 차가운 시선으로 온다연을 쳐다보았다.온다연은 그 시선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한기가 등줄기를 타고 올라오는 것 같아서 그녀는 몸을 옹송그렸다.유강후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온다연, 이 세상에서 날 때린 여자는 네가 처음이야.”그의 차가운 말투에 공기마저 차가워진 것 같았다. 온다연은 약간 두려워서 저도 모르게 배를 그러안았다. 그리고 바로 침대에서 내려가 도망치려고 했다.하지만 얼마 가지 못해 유강후한테 붙잡혔다.온다연은 무섭고 또 두려웠다.유강후는 강압적인 사람이다. 게다가 생각도 깊고 총명한 사람이다. 그래
온다연은 그가 뭘하려는지 몰랐다. 벌을 주려는 줄 알고 그저 도망칠 뿐이었다.유강후는 온다연의 발길질에 몇 번 차였다. 그래서 그녀의 발을 묶어둘 수밖에 없었다.그는 다시 온다연을 침대에 눕힌 후 그녀를 바라보면서 말했다.“내가 널 때릴 것 같아?”온다연은 그가 정말 때릴 줄 알았다. 게다가 배를 때릴 줄 알고 무서워서 뒤로 몸을 내뺐다.유강후는 두려워하는 그녀의 눈빛을 보고 가슴이 아파왔다.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이 세상에서 모든 사람이 그를 두려워해도 온다연은 그러지 않기를 바랐다.그가 손을 뻗어 온다연을 만지려고 하자 온다연은 더욱 세게 반항했다.온다연이 반항할수록, 유강후의 심정은 처절해져만 갔다. 반항심이 불거져 꼭 그녀를 만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다가 온다연이 이마를 침대 끄트머리에 박았다.세게 부딪혔는지, 온다연의 머리에 커다란 혹이 생겼다.온다연은 아픈 것도 모르고 유강후가 정신을 판 사이에 또 도망치려고 했다.하지만 유강후는 그녀의 하얀 이마에 혹이 부어오른 것을 보면서 마음 아파하고 또 화가 났다.그는 온다연을 잡은 후 전화를 걸어 장화연에게 구급상자를 가져오라고 했다.알콜이 온다연의 피부에 닿자 온다연은 그제야 진정했다.하지만 여전히 배를 보호한 상태로 경계심 가득한 채 유강후를 쳐다보고 있었다.유강후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유강후는 그 시선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안 볼 수도 없는 일이었다.그는 조심스레 온다연의 이마를 소독해주면서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그렇게 보지 마. 안 때릴 거니까.”온다연은 여전히 경계심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가 이마에 연고를 발라줄 때, 온다연이 입을 열었다.“안 믿어요.”유강후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약을 발라준 후 유강후는 구급상자를 정리하고 바닥에 떨어진 옷을 정리하면서 말했다.“너 이 옷을 좋아하던 거 아니었어? 자주 입던 거 같은데.”온다연이 차갑게 그를 보면서 대답했다.“당신이 골라준 옷은 다 싫어해요. 다 쓰레기예요!”
“정말 웃기기도 하지. 당신은 내가 이런 꽃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이 꽃을 보면 바람피우는 남자가 생각나요. 그날의 당신처럼요! 내가 아픈 걸 알면서, 내가 그렇게 빌었는데 다른 여자를 보러 갔잖아요.”그녀는 고개를 들고 차가운 시선으로 유강후를 바라보았다.“그때 내 눈에 당신이나 우리 아빠가 똑같았어요.”유강후는 주먹을 꽉 쥐었다가 다시 천천히 풀었다.그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안 좋아한다는 거 왜 안 알려준 거야?”온다연이 풉하고 웃었다.“알려주면 어쩔 건데요? 내가 좋아하지도 않는 옷을 입게 하고, 싫어하는 옷을 입게 하고 그런 화장품들을 쓰게 하잖아요. 어느 것 하나 내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요. 나도 반항해봤지만, 당신이 그때마다 무슨 짓을 했는지 기억나요? 제품의 회사를 망하게 하고 결국 당신의 뜻을 따르게 만들었잖아요!”그녀는 한번 한숨을 내쉬고 이어서 얘기했다.“유강후 씨, 당신은 정말 최악의 남자예요.”그 말을 끝으로 방에는 다시 정적만 남았다.이 싸움에 승자는 없다.두 사람 다 많은 상처를 입었다.한참 있다가 유강후가 입을 열었다.“마음에 안 드는 물건은 버려. 꽃도 뽑고 네가 좋아하는 거로 심을게.”얼마나 주먹을 꽉 쥐어서 핏줄이 도드라질 정도였다. 그의 감정을 억제하느라 노력 중인 것 같았다.그리고 최대한 부드러운 말투로 말하려고 애썼다.“네가 좋아하는 해바라기를 심자. 응?”“싫어요!”온다연은 차갑게 얘기했다.“이런 누추한 곳에 해바라기를 심을 생각 절대 하지 말아요!”말을 마친 온다연은 침대에 기대서 벌을 기다리듯 눈을 감았다.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벌은 내려지지 않았다. 그저 유강후가 문을 열고 나가는 소리가 들릴 뿐이었다.온다연은 눈을 뜨고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이곳을 떠나야 한다. 무조건 떠나야 한다.조금만 버티면...그 일만 처리되면 바로 떠날 것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유강후가 다시 돌아왔다.그는 손에 작은 그릇을 들고 있었는데 안에 담긴 건 계화탕이었다. 위에는 계
유강후는 잠시 멈칫하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아니다. 우리 셋이 모이면 현수 씨랑 지원이가 서운하다고 난리 치겠네. 차라리 내가 미리 연락할게. 시간 괜찮다고 하면 이쪽으로 오라고 할게.”한재민이 답했다.“그래. 하루 정도는 여유 있으니까 나중에 시간 정하면 알려줘.”유강후가 다시 물었다.“이번에 형수님이랑 조카도 함께 온 거야? 같이 왔으면 데리고 오지. 아직 형수님을 만나 뵌 적이 없네?”아내와 아이를 언급하자 한재민의 표정은 한층 부드러워졌다.“같이 왔어. 은하 이번에 둘째를 임신했어. 혼자 두고 나올 수는 없어서 그냥 집에 있으라고 했어. 나도 그게 마음이 편하고.”유강후의 눈빛에는 부러움이 스쳤다.“우리 중에서 제일 먼저 아이를 낳을 줄은 몰랐네. 그것도 둘씩이나. 솔직히 제일 많이 놀았던 사람이잖아.”두 사람은 같은 생각이 스친 듯 갑자기 말이 없었다.“화장실 다녀올게요.”이를 알아챈 온다연은 눈치껏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사람 모두 오랜만에 만났으니 당연히 옛 추억에 대해 언급하고 싶을 것이고 그중에 여자 얘기가 빠질 수는 없다. 아니나 다를까 온다연이 떠나자 한재민은 곧바로 물었다.“어릴 때 사람들이 우리 둘 다 나은별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잖아. 사실 나는 네 마음속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걸 눈치챘어. 그런데 너무 깊이 숨겨서 아직도 그 여자가 누군지 모르겠다니까?”유강후는 눈빛이 부드러워졌다.“내 지금 아내야.”한재민은 온다연이 떠난 방향을 바라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그러니까 그때 좋아하던 사람이 저분이라고?”“나이 차이가 꽤 있네?”“어쩐지 그렇게 숨기더라. 사람들이 수군거릴까 봐 얘기 못 했던 거지?”유강후가 답했다.“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건 대수롭지 않았는데 그때 다연이가 많이 어렸거든. 나도 일 때문에 집 비우는 일이 잦아서 옆에 있을 수가 없었어.”유강후는 그동안 온다연이 겪었던 일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미어졌다.“많이 후회해. 그런데 후회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어.”한재민은 말문이 막혔
온다연은 눈살을 찌푸렸다.“누가 보면 우리가 살 능력이 없는 줄 알겠네.”“서혜윤? 양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네요. 한국인이면서 한국을 모욕하는 게 사람이 할 짓인가요?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직업이면 감지덕지할 줄 알아야지 어떻게 이용하고 무시할 생각을 하는 거죠? 이런 사람이 배우를 한다면 아이들이 뭘 보고 자라겠어요.”“출연금지 시키는 게 현명한 선택이네요. 오늘 찍힌 영상도 인터넷에 유포하는 게 좋겠어요. 사람들도 자기가 좋아하던 배우의 본모습은 알아야죠.”“삼촌인 저분도 같이 처리하는 게 좋겠어요. 피를 섞은 가족인데 어떤 사람인지는 안 봐도 뻔해요. 아무튼 앞으로 연예계에서 서혜윤은 보고 싶지 않네요.”유강후는 흐뭇하게 웃었다.“알겠어요. 유나 씨가 원한다면 그렇게 할게요.”“또 뭐 사고 싶은 건 없어요? 쇼핑하러 나왔는데 괜히 저 사람들 때문에 기분 망치면 안 되잖아요. 들어가서 쇼핑할까요?”유강후는 온다연과 함께 걸음을 옮겼다.뒤따라간 임혜린은 대뜸 온다연에게 말했다.“나는 급한 일이 있어서 같이 못 갈 것 같아. 먼저 가볼게.”그렇게 말하고는 온다연의 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부랴부랴 밖으로 뛰쳐나갔다.그러다가 입구에서 어떤 잘생긴 남자와 부딪히고 말았다.남자의 얼굴을 본 순간 임혜린은 표정이 확 돌변했다.“한, 한이준...”남자는 미간을 찌푸렸다.“내 동생을 알아요?”임혜린은 그제야 이 남자가 한이준과 비슷하게 생긴 사람이라는 걸 알아챘다. 디테일하게 말하자면 한이준보다 훨씬 성숙했다.깜짝 놀란 임혜린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한재민?”‘죽은 사람이잖아... 왜 살아있는 거지? 요즘은 죽다 살아나는 게 유행인가?’남자가 물었다.“저를 아세요?”임혜린은 멍하니 끄덕이다가 황급히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요. 모릅니다.”어렸을 때 멀리서 몇 번 본 게 전부라 아는 사이라고 말하기에는 애매하다.한씨 가문과 그 어떤 일로도 엮이고 싶지 않았던 임혜린은 재빨리 돌아서서 밖으로 나갔다.이때 그녀의
서혜윤은 여전히 아무것도 모른 채 당당하게 말했다.“맞아요. 대작 영화죠. 아참, 방금 지나가신 분이 나 대표님인 것 같아요.”서혜윤은 입구를 힐끗 쳐다보았지만 나은별은 보이지 않았다.“나 대표님과 아는 사이인가요?”유강후는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곧장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그리고 그는 스피커폰으로 돌렸고 곧이어 한이준의 나른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강후야, 회사 도착했는데 너 지금 어디야?”다른 사람은 괜찮았는데 임혜린은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인상을 찌푸렸다.‘한이준 이 나쁜 X. 설마 유강후한테 끌려온 거야?’유강후는 싸늘한 눈빛으로 서혜윤을 쳐다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북아메리카에 왔다고?”“응. 왜 계속 헛소리만 해.”안색이 어두워진 임혜린은 당장이라도 유강후의 살점을 찢을 듯 사나운 눈빛으로 노려봤다.‘딱 봐도 정보 유출했네. 진짜 왜 이러는 거지?’유강후는 여전히 태연했다.“서혜윤이라고 알아? 하나 엔터 소속인 것 같은데?”서혜윤은 자신에게 좋은 일이 생기는 줄 알고 기쁨을 감추지 못한 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유강후를 바라봤다.“들어본 이름이네? 왜? 마음에 들었어?”유강후는 차갑게 말했다.“한이준, 너는 함부로 놀리는 그 입이 문제야. 중요한 얘기를 해주려고 했는데 기분이 상해서 말하고 싶지 않다.”“알았어. 조심하면 되잖아. 중요한 얘기라는 게 뭐야?”유강후는 임혜린을 힐끗 쳐다보더니 그녀의 극도로 화가 난 표정을 보고선 비웃듯이 말했다.“됐어. 다음에 얘기할게. 대신 처리해 줘야 할 일이 생긴 것 같아.”“서혜윤이라는 여자 당장 끌어내려.”이 말이 나오자 모두가 놀랐지만 유독 임혜린만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서혜윤은 그제야 다급해지기 시작했다.“대표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갑자기 저를 끌어내린다뇨?”유강후는 상대하기 싫은지 가볍게 무시하고선 핸드폰 너머의 한이준에게 말했다.“명심해. 어디에 출연하는 꼴은 보고 싶지 않으니까 똑바로 처리해.”“다짜고짜 연락해서 한다는 말이 여배
서혜윤은 멍하니 얼굴을 가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서안준을 바라봤다.“삼촌, 왜 때려요?”서안준은 버럭 화를 냈다.“입 다물라고 했잖아. 이 사람이 누군지 알아?”서혜윤은 여전히 고집을 부렸다.“주주라면서요? 그게 뭐 대단하다고. 기껏해야 주식을 조금 더 많이 가지고 있을 뿐이잖아요. 고작 그걸로 사람을 이렇게 무시해도 되는 거예요?”서안준은 바보 같은 조카 때문에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쇼핑몰 주주일 뿐만 아니라 미래 그룹의 대표야. 강씨 가문의 후계자라고. 이제 알겠어? 무식하면 입 다물고 있어야지. 너 때문에 괜히 나까지 밉보였잖아.”서혜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이분이 미래그룹 대표라고요?”마침 서혜윤은 이번에 미래 그룹이 투자한 영화에 참여하게 되었다.소문에 의하면 미래 그룹의 고위 임원이 자신의 아내를 위해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시나리오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영화는 그렇다치고 가장 중요한 건 이 영화의 여주인공이 차기 미래 그룹의 쥬얼리 모델과 많은 고급 화장품 브랜드의 모델로 채택되어 무한한 혜택을 얻을 수 있다.서혜윤은 청순하고 섬세하게 생긴 외모 덕분에 캐스팅 때 어떠한 스폰서의 비서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받았다고 한다. 그분은 서혜윤이 실제 영화의 여주를 닮은 데다가 연기력도 나름 괜찮아서 후보에 올렸다고 한다.그리고 오늘 이 자리에서 미래 그룹의 회장님을 만나게 된 것이다.게다가 영화 속 여주인공의 실물도 보게 되었다.‘젠장. 망했네.’서혜윤은 곧바로 다른 대책을 생각했다.실제 여주인공을 닮았다는 건 눈앞의 이 남자도 분명 그녀에게 어느 정도 동정심을 가지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시밎어 서혜윤은 톱 배우 라인에서도 예쁘다고 소문이 났기에 애교를 부린다면 흔들리지 않을 남자가 없다며 자신했다.이를 생각한 서혜윤은 목소리를 낮추고 눈물을 글썽이며 유강후를 바라봤다.“대표님, 죄송합니다. 일부러 그런건 아니에요. 이분이 대표님의 아내라는 걸 알았다면 절대 함부로 행동하지 않았을 거예요...”서
유강후는 목소리를 듣자마자 안색이 어두워지며 이권에게 속삭였다.“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이권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며칠 후에 있을 영화제 때문에 협찬받으러 온 게 아닐까요?”유강후는 목소리가 싸늘해졌다.“심사위원팀에 연락해서 당장 명단에서 빼버려. 절대 행사장에 들어오게 해서는 안 돼. 이름 올리는 건 더더욱 안되고. 만약 이름이 올라가면 올해는 물론 이후의 모든 협찬이 취소될 거라고 단호하게 얘기해.”말하는 사이에 나은별은 이미 안으로 들어갔다.유강후는 여전히 싸늘했다.“끌어내. 꼴도 보기 싫으니까.”이권은 재빨리 나은별을 잡았다.“대표님께서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아 뵙기 곤란하다고 합니다. 옆에 있는 대기실에서 잠시 기다리시죠.”나은별은 자리에 얼어붙은 채로 유강후를 바라봤다.“강후 씨, 3년 동안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어. 내가 그렇게 미워?”“내가 잘못했어. 김원도가 그렇게 미칠 줄 알았더라면 죽는 한이 있더라도 다연 씨랑 바꾸는 걸 막았을 거야.”말을 하던 그녀는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다연... 다연 씨...”이권은 안 좋은 일이 생길 것만 같아 재빨리 나은별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대표님께서 지금 바쁘십니다. 저랑 같이 나가시죠.”너무 놀라 혼이 나갔던 나은별은 순순히 이권의 손에 끌려갔고 중요한 일을 잊은듯했다.나은별을 보자마자 온다연은 극심한 두통이 밀려왔다. 유강후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그녀를 본 순간 이를 알아채고 재빨리 다가갔다.“머리가 아파요?”온다연은 나은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물었다.“저 사람 누구예요?”유강후는 차분하게 말했다.“중요하지 않은 사람이에요. 예전에 유나 씨랑 갈등이 있던 사이라서 아마 머리가 아플 거예요.”옆에서 그의 말을 듣고 있던 임혜린은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저 쓰레기 같은 X.”유강후는 경고하는 듯 고개를 돌리더니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이때 서안준이 애써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강 대
하지만 온다연은 서혜윤에게 꺼지라고 했다. 설마 블랙 카드 사용자일까?그 생각은 잠깐 스쳤지만 곧 부정되었다.불가능했다.블랙카드는 세 명의 대주주만 가진 것이다. 이들은 평소 바빠서 자주 오지 않으며, 설령 오더라도 상위에서 미리 통보하여 매장을 비우게 했고 절대로 이렇게 갑자기 나타나지 않았다.그러니 이 여자는 블랙카드가 아닌 골드 카드 사용자일 것이고 여기서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매니저는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온다연을 직접적으로 폭로할 수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말했다. “고객님, 어서 나가주세요. 이미 내부 가격을 드렸으니 다른 곳에서도 충분히 쇼핑할 수 있어요. 꼭 여기서 살 필요는 없잖아요!”그 순간, 그는 말을 멈췄다.온다연이 손에 검은 카드를 들고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바로 그 쇼핑몰의 블랙 카드였다.그는 눈을 문지르며 중얼거렸다. “이건...”“블랙 카드예요.” 온다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이제 이 사람들을 쫓아낼 수 있나요?”매니저는 깜짝 놀라며 다시 한 번 온다연을 살폈으나 그녀의 옷차림에는 명품이라 할 만한 것이 전혀 없었다. 그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그 카드, 진짜예요?”“당연히 가짜죠!” 서혜윤은 바닥에서 일어나며 온다연을 가리켰다. “저 사람들이 블랙카드를 가질 리가 없어요!”“경찰 불러요! 가짜 카드로 사기 치다니, 어서 신고해요!”매니저는 블랙카드를 유심히 살펴본 뒤, 잠시 망설이며 말했다. “하지만 이 카드, 가짜 같지는 않아요. 제가 진짜를 두 번 본 적이 있는데 이 카드와 똑같아요. 여기 저희 쇼핑몰의 보안 마크도 있어요.”그때 몇 명이 매장으로 들어왔고 서혜윤은 그들을 보자마자 다가가며 말했다. “삼촌! 여기에 계셨네요! 여기에 블랙 카드를 들고 사기 치는 사람이 있어요. 빨리 경찰을 불러서 잡아가게 해요!”그 사람은 쇼핑센터의 주주 중 한 명인 서안준이었다.서안준은 크게 화를 말했다. “북아메리카 최고급 쇼핑몰에서 소란을 피우다니! 어서, 저
온다연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계속 말해보세요.”그때 서혜윤의 옆 사람이 그녀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그만해, 저 여자, 너 찍고 있는 거 같아.”서혜윤은 손을 휘휘 휘둘렀다. “뭐가 두려워? 여긴 외국이야.”온다연은 손뼉을 한 번 치며 말했다. “서혜윤 씨, 참 거만하시네요. 제가 이 영상 인터넷에 올려서 당신을 완전히 망가뜨릴 수도 있어요.”서혜윤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 “뭐라고요?”온다연은 서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제가 못 할 것 같아요? 당신은 국내에서 벌어놓은 돈으로 국내 제품을 무시하고 소비자들까지 경멸하며 ‘촌놈’ 이라고 말했죠. 외국 제품을 좋아하는 건 자유지만 자기 나라 사람을 이렇게 대놓고 무시하는 건 스타 자격이 없다고 보는데요!”“예진 씨, 영상 올리고 핫서치도 하나 사요.”권예진은 이미 싸울 준비가 되어 있었기에 바로 대답했다. “알겠어요, 바로 올릴게요!”서혜윤은 크게 화를 내며 권예진의 핸드폰을 잡으려고 달려들었지만 권예진은 그녀를 밀쳐 바닥에 넘어뜨렸다.서혜윤은 분에 못 이겨 소리쳤다. “보디가드, 보디가드 어디 있어? 당장 불러서 이 년들 손목을 부러뜨려!”직원은 급히 온다연 일행에게 눈짓을 하며 말했다. “빨리 나가세요, 서혜윤 씨 삼촌이 여긴 주주예요. 정말로 싸움이 나면 여러분만 불리해질 거예요!”온다연은 코웃음을 치며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이권 씨, 이권 씨 사람들 어디 있어요? 바로 CC 매장으로 와주세요, 누가 저한테 손대려고 해요!”전화를 끊은 후, 서혜윤의 보디가드들이 이미 매장으로 돌진해 들어왔고 서혜윤은 온다연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때려. 특히 저 여자 얼굴을 망가뜨려!”그 얼굴이 너무 눈에 거슬렸고 볼 때마다 화가 나서 견딜 수 없었다.임혜린은 온다연 앞에 서서 막았다. “얘가 누구인 줄 알기나 해요? 손 대기만 해봐요. 당신 같은 작은 스타는 물론이고 그쪽 삼촌까지 와도 싹싹 빌 수밖에 없을 거예요!”그녀는 날카롭게 말하며 강한 존재감을
그때, 그 세 사람도 온다연과 그 일행을 보았다.세 사람 중, 맨 앞에 있던 이는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온다연의 얼굴을 두 초간 바라본 뒤, 질투심이 치밀어 올랐다.그때 매장 직원이 그들을 알아보고 웃으며 다가갔다.“혜윤 씨, 오셨네요. 새로운 스타일이 많이 입고됐는데 오늘 한번 보실래요?”서혜윤은 눈꺼풀을 살짝 올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가게 비워. 이런 촌놈들과 함께 쇼핑하기 싫어.”직원은 잠시 놀라며 임혜린이 옷을 고르고 있는 모습을 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혜윤 씨, 그분들도 저희 고객님이세요. 이렇게 하는 건 조금 곤란할 것 같은데요.”그때 옆에 있던 다른 여자가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 “우리 혜윤이는 대스타야. 최근엔 거액의 투자가 들어간 영화 에서 여주인공을 맡았어. 보안이 철저해야 하는데 누가 여기서 뻔뻔하게 몰래 촬영하고 있을지 모르잖아? 며칠 전에도 여배우가 옷 갈아입는 모습이 찍혔다는 뉴스까지 나왔고. 어떻게 모르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옷을 갈아입어.”직원은 서둘러 말했다. “혜윤 씨, 정말 축하드려요. 그런데 저희 매장에는 여러 개의 탈의실이 있고 모두 매일 점검하고 있어서 그런 염려는 전혀 없어요.”서혜윤은 턱을 살짝 올리며 온다연을 가리키고 말했다. “저 여자들, 나가게 해.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옷을 갈아입을 수는 없어.”직원은 난감해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분들은 이미 옷을 고르셨고 여기 오시는 고객님들 대부분은 배경이 있는 분들이라 쉽게 무시할 수 없어요.”서혜윤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내 삼촌이 이곳의 주주야. 잊었어? 이곳은 우리 집 매장이나 마찬가지야. 만약 내 심기를 건드리면 여기서 가게 못 차릴 줄 알아.”직원은 어쩔 수 없이 임혜린에게 다가가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방금 중요한 고객님이 오셨는데 그분께서 매장을 비우라고 하셨어요. 뜻을 거스를 수 없는 분이니 고객님께선 다른 시간에 다시 오셔야 할 것 같아요.”임혜린은
“잠깐 쉬자, 나 좀 피곤해.”“나도 피곤해, 앞에 VIP 라운지가 있는데 거기 가자. 무료 음료수랑 다과가 있어.”권예진은 듣자마자 눈이 반짝였다. “다과가 무료라고요? 나 배고팠는데 잘됐네요!”온다연은 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이렇게 많이 소비했는데, 다과 하나 먹는다고 뭐라고 하겠어요. 얼른 가요.”VIP실은 꽤 넓었고 안에는 몇 명이 흩어져 앉아 있었다.온다연 일행이 자리에 앉기도 전에 멀리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여기가 뭐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인 줄 아나?”“조용히 해, 들었으면 어쩌려고!”“뭐가 무서워? 저 사람들 옷차림 좀 봐, 뭐 같아?”“아마 싸구려 브랜드겠지. 명품도 입지 못하는 처지에 여기에 와서 쇼핑한다니, 창피한 줄도 모르나 봐.”“아까 그 여자랑 같은 매장에 있었는데, 이것저것 예쁘다고 난리를 치더라고. 촌뜨기 티 나는 저런 사람들이 뭐가 무서워.”임혜린은 미간을 찡그리며 다가가려고 했지만 온다연이 그녀를 잡았다. “됐어, 그런 사람들하고 싸울 필요 없어. 그냥 못 들은 척하고 넘어가자.”임혜린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이 옷이 뭐 어때서? 국제적인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한정판으로 나온 거야. 전 세계에서 50벌밖에 안 나오는 거라 저 인간들은 주문하고 싶어도 못 한다고!”온다연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됐어, 그냥 내버려둬. 우리 지금 충분히 피곤하잖아. 여기서 또 싸우면 아마 더 이상 쇼핑 못 할 걸.”권예진도 덧붙였다. “맞아요, 신경 쓸 필요 없어요. 품위도 없고 남들을 배려할 줄도 모르는 걸 보니 좋은 사람들이 아닐 거예요.”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세 사람을 슬쩍 훑어봤다.그들은 유창한 한국어를 했고 그중 한 명은 낯이 익었다. 아마도 유명한 여배우였던 것 같은데 이름은 기억나지 않았다.세 사람은 그들이 자기를 보고 있다는 걸 눈치챈 듯, 비꼬는 말 몇 마디를 주고받은 후 자리를 떠났다.그들이 떠나고 나서 온다연 일행은 한동안 편안하게 쉬면서 음료도 마시고 다과도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