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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9화

작가: 금야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저녁 6시 반.

강성 5성급 호텔의 연회장에는 이미 사람이 꽉 차 있었고 기자들뿐만 아니라 조향 업계의 조향사, 심지어 업계의 신인까지, 모든 관계를 통해 초대장을 얻을 수 있는 사람은 전부 참석했다.

이 사건은 큰 파장을 일으켰고 조향 업계를 뒤흔들었기에 다들 한소은이 공개 사과를 할지, 아니면 자신이 했던 말을 부인할지 너무도 궁금했다.

김서진의 차는 정문이 아닌 뒷문으로 향했고 경호원의 안내 하에 VIP 통로를 통해 휴게실에 들어섰다.

비서는 김서진보다 먼저 도착해 모든 걸 철저하게 준비했고 김 대표님이 도착했다는 소식에 한걸음에 달려왔으며 품에는 연설문을 꼭 껴안은 채, 최대한 표정 관리를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초조함이 보였다.

“김 대표님.”

문을 연 비서는 이리저리 살폈지만 당사자가 보이지 않았기에 놀란 얼굴로 물었다.

“한소은 씨는… 안 오셨나요?”

“볼일이 좀 있어서 조금 있다 올 거예요.”

비행기에서 내린 두 사람은 각자 일 처리를 하러 갔고 한소은이 회사로 간 사이에 김서진은 본부로 향했다. 자리를 비운 동안, 회사에 처리해야 할 일들이 어마어마하게 쌓여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별로 없어요, 조금 있으면 기자 회견을 시작해야 합니다. 밖에 기자들도 거의 다 왔습니다.”

대표님과 한소은의 관계가 남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비서는 감히 대놓고 원망할 수는 없었지만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이 일은 한소은이 저지른 잘못으로 다른 사람이었으면 벌써 해고했을 뿐만 아니라 책임까지 물었을 텐데, 김 대표님 때문에 최대한 예의를 갖추고 있는 것이다.

회사 관리 부서에서는 그녀가 저지른 일을 처리하느라 애를 쓰고 있고 이번 기자 회견도 그녀를 위해 만들어진 자리인데 지금 그녀는 뭐하고 있단 말인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다니.

아직 얼굴을 본 적도 없지만 벌써 텃세를 부리는 한소은이 마음에 들지 않았으며 도대체 어떤 여자이길래 대표님이 저 정도로 신경 쓰는 건지 궁금했다.

소성 차 씨 집안 사람이라고 하던데 또 철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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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라고? 그 누구랑 뭐가 달라?”한소은이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물었다.“어떤 남자들은 센스도 없고 재미없잖아. 기분 좋은 말 해줄 줄도 모르고!”오이연은 짐짓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말을 얼버무렸다.하지만 이걸 그냥 넘어갈 한소은이 아니었다.“그래? 그래서 그 어떤 남자들은 누굴 말하는 건데? 내가 아는 사람이야? 잘생겼어? 몸매가 아주 좋지 않아? 설마 그 남자가 서씨야?”당황한 오이연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그녀는 한소은을 힘껏 쏘아보더니 말했다.“언니 미워! 언니랑 얘기 안 할 거야!”“이거 봐. 네가 나한테 농담하는 건 괜찮고 내가 농담 한마디 했다고 이러기야? 정말 너무하네.”한소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어쨌든 언니는 말하지 마. 그 인간 말도 꺼내지 말라고!”“그래서 그 인간이 누군데?”한소은은 여전히 모르겠다는 얼굴로 되물었다. 오이연은 짜증이 확 치밀었지만 한소은의 입을 틀어막을 수는 없었다.“됐어! 이 얘기는 이제 그만하자!”오이연은 입을 쭉 내밀며 그녀의 손에 들린 박스를 바라보았다. 한 시간 전에 그들이 제작에 성공한 샘플이었다.사실상 모든 과정은 한소은이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녀가 준 레시피와 지도가 다 했고 오이연은 그냥 보조만 했을 뿐이다.시간이 워낙 급박해서 자세히 연구하지도 않았다. 예전 레시피와 별다를 것 없이 보통의 향료가 들어가는 향수라고 생각했는데 전보다 제작 절차가 조금 추가되었고 전에는 안 쓰던 향료도 조금 들어갔다.그게 뭔지는 오이연도 정확히 몰랐다. 어차피 한소은이 가져온 것이고 그녀는 조수로서 시키는 대로 하면 되는 것이다.그래서 이것을 가지고 기자회견에 참석한다는 것도 오늘 처음 알았다. 오후 내내 바쁘게 돌아친 것이 오늘의 기자회견을 위한 것이었다니. 과연 한소은은 어떤 해명을 내놓을까?“언니, 이거로 정말 결백을 증명할 수 있어?”그녀를 믿지만 어떻게 대중 앞에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지 궁금했다. 그녀의 가까운 지인으로서 걱정되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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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꽉 막힌 길은 앞에 작은 충돌사고까지 나면서 교통경찰까지 출동했지만 뚫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기어가듯이 조금씩 앞으로 전진하는 차를 보며 한소은도 조바심이 났다. 앞을 바라보니 아득하니 길게 줄 서 있는 차들이 보였다.“기사님, 저 여기서 내릴게요.”말을 마친 그녀는 오이연에게 고개를 돌렸다.“조급할 건 없어. 너는 차 타고 천천히 와. 나는 일단 내려서 이 길만 지나가고 다시 생각해 볼게.”“차가 이렇게 많은데 위험하잖아!”오이연이 걱정스럽게 그녀의 팔목을 잡았다.“괜찮아. 길이 먼 것도 아니고 내가 알아서 조심할게. 지금 안 가면 늦어.”그녀는 전방을 힐끗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기억이 맞다면 근처에 호텔로 바로 갈 수 있는 골목길이 있었다. 그곳으로 걸어서 가는 게 더 빨랐다.“그럼… 조심해야 해.”오이연은 여전히 시름이 놓이지 않는지 석연치 않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한소은이 이미 결정을 내렸기에 더 만류할 수도 없었다.차가 멈추자 한소은은 재빨리 차에서 내려 길가로 뛰어갔다. 손에는 아까 그 박스가 들려 있었다. 이대로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가능한 빨리 호텔에 도착해야 했다.기자회견장.조용하던 현장은 다시 술렁이기 시작했다. 과일과 디저트로 배도 불렸고 시간은 일분일초 흐르고 있었다. 기다리다가 지친 사람들이 다시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약속한 시간이 다 되어가는데 주인공은 어디 있죠? 계속 이렇게 미루기만 할 건가요?”“맞습니다! 우리는 환아를 존중하고 믿었기에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저희를 가지고 놀면 안 되죠. 바보도 아니고. 지금 몇 신데 왜 아직도 안 오는 겁니까!”“십분 더 기다려서 안 오면 철수하겠습니다!”“맞아요! 그냥 앞에 나설 용기가 없는 거잖아요!”날카로운 마이크 음이 이들의 소란을 잠재웠다. 모든 사람들의 눈길이 무대에 이끌렸다. 검은색 정장을 멋지게 차려입은 김서진이 천천히 무대로 걸어 올라왔다.환아의 대표이자 강성을 쥐락펴락하는 존재의 등장에 모두가 입을 다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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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말을 멈춘 그는 기자들의 표정을 자세히 살피다가 이런 질문을 했다.“오늘 오신 분들 중에 조향업에 종사하시는 분들도 많은 거로 들었습니다. 조향사분들은 향수 제조 과정에서 독극물을 주입하는 게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간단하게 말해서 향수의 본연의 향에 영향 주지 않고 제작이 가능한 겁니까?”기자들은 질문을 하러 온 자리에서 역으로 질문을 받을 줄 몰랐는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우리는 질문을 하러 왔지 질문을 받으러 온 게 아니라고 반박하고 싶은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상대가 김서진이었기에 속으로만 외칠 뿐,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제 의혹을 풀어주실 분은 안 계신 건가요?”김서진이 다시 물었다.태도는 진솔했고 일부러 시비를 걸려는 의도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일부 조향사들은 김서진과 눈도장을 찍을 수 있다는 생각에 입이 간질간질했다.환아는 뷰티 업계의 최강자이며 지금 안 좋은 스캔들에 휘말렸다고 해도 그 자체의 저력으로 얼마든지 이 위기를 해결할 수 있었다. 조향사는 당연히 더 좋은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기를 바란다. 다른 사람을 밟고 올라서야 더 높은 고지를 볼 수 있다.그래서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김서진이 만족할만한 답변을 내놓을까 고민했다. 김서진의 신뢰를 얻을 수만 있다면 환아에 입성하고 더 나아가서 수석 조향사의 자리까지 갈 수도 있었다.“대표님이 꺼내신 질문에 대해서 저희도 생각을 많이 해봤습니다. 솔직히 저도 시험해 본 적 있고요.”누군가가 자리에서 일어서서 말했다.“하지만 지금의 기술과 조건으로 그건… 불가능합니다.”그의 말에 기자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건 대놓고 한소은을 감싸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한소은 씨가 어떻게 하셨는지 저도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향료의 성분 자체가 워낙 불안정하기에 자칫 잘못 배합하면 향이 휘발해 버립니다. 향수를 제작하려면 들어가는 성분 모두 정밀히 따져야 하고 제작 과정 또한 까다롭습니다. 온갖 재료를 한 번에 섞는 게 아니라 조금씩 주입하여야 하죠. 독성이 강한 물질을 향료에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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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한소은 씨는….”김서진은 자리에서 일어선 그 기자를 노려볼 뿐 말이 없자 답답해진 비서가 입을 열었다.하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청아한 목소리가 입구에서부터 울려 퍼졌다.“늦어서 죄송합니다!”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급급히 사과부터 했다. 이마에 난 땀 때문에 앞머리가 얼굴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고 옷차림도 캐주얼한 복장이었다.한껏 몸단장을 하느라 회견에 늦었다고 생각했던 기자들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셔터를 눌러대기 시작했다.어쨌든 주인공이 등장했으니 헛걸음은 아니었다. 한소은이 왜 이런 초라한 모습으로 나타났는지 궁금하지 않았다. 오기 싫어서 버티다가 어쩔 수 없이 끌려온 게 아닐까? 일부 기자들은 속으로 이런 상상을 했다.김서진은 자신의 아내를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손에 박스 하나를 들고 아직도 숨을 헐떡이는 모습이 안쓰러웠다.“급할 거 없어요.”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며 손수건을 꺼내 그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주었다.비서를 비롯한 환아 담당자들은 당황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기자들도 눈을 휘둥그레 뜨고 그들을 바라보다가 뒤늦게 미친 듯이 셔터를 눌러대기 시작했다.철옹성 같았던 김서진이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다정한 모습이었다.줄곧 스캔들 하나 없었고 누군가는 그를 게이로 의심했다. 그랬던 환아 대표가 사람들이 가득 모인 공공장소에서 여자와 애정행각을 벌인다?비록 김서진의 등장 자체가 한소은을 감싸고 나선 것이었지만 그들의 사랑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건 다른 문제였다.“저는 괜찮아요.”한소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저 잘할 수 있어요.”“알아요.”여전히 느긋한 말투. 그녀가 등장한 순간부터 그의 눈길은 오로지 그녀만을 향하고 있었다. 이 자리에 모인 기자들, 그리고 담당자들 모두 안 중에도 없었다.그는 탁자에서 생수 한 병을 집어 그녀에게 건넸다.“일단 물부터 마시고 앉아서 천천히 얘기해요. 내가 곁에 있을게요.”“네.”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가 건네는 생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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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은은 조용히 몸을 일으키며 여왕을 쳐다보았다. “물론이죠.” 소은은 담담하게 답했다. 그 대답에는 원망이나 비난의 기색은 전혀 없었다.“그렇다면... 조금 아쉽네.” 여왕은 생각에 잠긴 듯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입니다. 세상 모든 일은 균형을 맞추려 하죠. R10이 폐하께서 이루고자 하는 꿈이라면, 저는 그것을 막을 수 없어요. 다만, 그때가 되어 성공하든 실패하든, 저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할 테니 부디 후회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소은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 밖으로 나갔다.릭은 여전히 문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녀와 여왕의 대화가 거의 다 들렸던 듯, 둘의 시선이 잠시 교차했다. 소은이 그를 지나쳐 나가자, 릭은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여왕 폐하.” 릭은 여왕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다리에 꽂힌 은침을 보자 릭의 눈빛이 굳어졌다. “이건...”“괜찮아. 곧 소은이가 와서 침을 빼줄 거야.” 여왕은 무심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릭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 “폐하께서 너무 방심하시는 것 아닙니까? 만약 한소은이 폐하께...”“그럴 리 없다.” 여왕은 단호히 그의 말을 잘랐다.릭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설마 그 여자를 믿으시는 겁니까?”여왕은 대답 대신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녀도 릭의 질문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소은을 믿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누구도 쉽게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녀는 소은을 의심하지 않았다. 심지어 은침에 독이 묻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제가 가서 잡아오도록 하죠.”여왕이 생각에 잠기자 릭은 바로 뒤돌아섰다.“거기 서!”여왕은 결연히 말했다. “난 믿어.”릭은 한참을 침묵하며 여왕의 결정을 받아들였다....임상언은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비록 아들을 구하려는 결심을 굳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이 사라지는 듯했다.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50화

    소은은 허리춤에서 허리띠처럼 생긴 물건을 꺼내더니 조심스럽게 풀어내며, 그 안에 숨겨진 가느다란 은침을 꺼냈다.“이건...” 여왕은 깜짝 놀라며 소은을 쳐다봤다. 소은이가 은침을 항상 가지고 다닐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말해봐, 네 요구가 뭐지?” 여왕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너무 무리한 요구라면 거절하면 그만이다. 여왕은 절대 소은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소은은 차분하게 말했다. “제가 여기서 나올 수 있었던 건 로사 왕자님 덕분입니다. 그러니, 왕자님을 책망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그게 다야?” 여왕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소은이 여기까지 와서 자신과 조건을 따지는데, 결국 요구한 게 단지 로사를 처벌하지 말라는 거라니.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로사는 내 아들이다. 내가 정말 내 아들에게 손을 댈 리는 없지. 괜히 기회를 헛되게 쓴 건 아닌가?” 여왕은 고개를 저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전 폐하께서 정말 로사 왕자님께 처벌을 내리시지 않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왕자 폐하께서 저를 구해준 건 사실이기에 저도 왕자 폐하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소은은 조용히 말했다. “게다가 지금 왕자 폐하를 감금하시고 자유를 제한하고 계시지 않나요?”여왕은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니야. 난 단지 로사를 Y국으로 돌려보냈을 뿐이야.”“로사가 여기서 내 일을 여러모로 방해하긴 했지만, 우리 모자 사이가 더 악화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로사가 필요하니 Y국으로 돌려보낸 것뿐이다.” 여왕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런데 왜 왕자 폐하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죠?” 소은은 잠시 멈칫했다. 단지 귀국했다면 국제전화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연락이 닿지 않았기에 여왕이 로사를 가둬놓았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여왕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군. 그날 내가 화가 났던 건 사실이지만, 곧바로 Y국으로 돌아가도록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9화

    “삼일이면 됩니다.” 소은은 여왕을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삼일? 고작 삼일?” 여왕의 눈에는 믿기지 않는 놀라움이 서렸다. 그녀는 적어도 몇 달, 아니 최소한 몇 년은 걸릴 줄 알았다. 그러나 고작 삼일이라니, 그녀로서는 상상도 못 한 시간이었다.삼일쯤이야. 십 수년을 이렇게 버텨왔는데, 삼일쯤 더 기다린다고 달라질 게 뭐 있겠는가?“삼일 안에 정말 나아질 수 있는 건가? 내가 정말 다시 일어서서 걸을 수 있는 건가?” 여왕은 두 손으로 자신의 다리를 힘껏 눌렀지만 여전히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그녀는 소은의 말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이 다리가 감각을 잃은지 너무 오래되어 치료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왕은 여러 나라의 명의를 찾아 다녔지만, 그들은 단지 병의 악화를 늦출 수 있을 뿐 다리를 완전히 회복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었다. 그러나 지금 소은은 그녀 앞에 서서 확신에 찬 얼굴로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을 믿고 싶어졌다.“이전처럼 완벽하게 걸을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순 없어요. 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서 근육이 많이 위축됐거든요. 하지만 서서히 일어나서 조금씩 회복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소은은 진지한 어조로 답했다.여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정도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젊었을 때처럼 완전히 회복되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휠체어와 지팡이 없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그녀에겐 더할 나위 없는 희망이었다.“좋아. 삼일, 기다리겠네. 필요한 게 있나?” 여왕은 기분이 좋아져 말을 한층 부드럽게 했다.“임남...” 소은이 말을 꺼내자마자 여왕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그건 안 돼. 그런 요구는 하지 마라.”“제가 말한 건 임남을 바로 풀어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그 아이가 괜찮은지 알고 싶고, 가능하다면 아버지와 한 번 만날 기회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8화

    “이 실험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저와 프레드 뿐이기 때문입니다.” 소은은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아니면 주효정을 믿으실 건가요?”“나는... 아무도 믿지 않아.” 여왕은 얼굴을 차갑게 굳히며 휠체어를 돌렸다.“여왕 폐하께서 이 실험에 집착하고 계시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가요? 세상을 둘러보고 싶다거나,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으신가요? 수십 년간 왕좌에 오르셨지만, 정말로 아직도 그 삶이 좋으신가요? 언제나 긴장하며 위태로운 자리를 견디는 고단한 나날, 정말 아직도 벗어나고 싶지 않으신가요?” 소은은 여왕의 등을 쳐다보며 부드럽게 물었다.여왕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무릎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그녀는 시선을 다리로 내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을 둘러본다? 나는... 걷는 게 어떤 느낌인지도 잊어버렸어.”여왕은 오랜 세월 동안 다리를 쓰지 않았고, 처음에는 억지로라도 일어설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태는 악화되었고 이제는 아예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휠체어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소은이 ‘세상을 둘러보라’는 말을 꺼내자 가슴이 아팠다.“만약... 폐하께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요? 제가 다시 걷게 해드린다면요?” 소은은 조용히 여왕의 뒤에 서서 말했다.여왕은 잠시 멈칫하더니,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며 휠체어를 돌려 소은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정말이냐?” 여왕의 눈에는 억누를 수 없는 희망과 깊은 의심이 뒤섞여 있었다.소은은 대답 대신 그녀의 시선을 천천히 여왕의 다리로 내리고, 천천히 다가가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여왕의 무릎 위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여왕은 살짝 몸을 떨었다. 사실, 그녀의 다리는 거의 완전히 감각을 잃은 상태라서 소은의 손길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아마도 너무나 간절히 다시 일어서고 싶기 때문이었을 것이다.소은은 아무 말 없이 여왕의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7화

    “맞아요, 임남 때문이기도 하지만, 폐하 때문이기도 합니다.” 소은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제가 정말로 떠나버렸다면, 가장 초조해지는 사람은 사실 여왕 폐하 아닐까요?”여왕은 코웃음을 치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초조해질 이유가 뭐지? 어차피 내 손엔 네 약점이 있잖아. 너를 다시 잡아오는 것도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고.”“약점이요? 임남 말씀이신가요?” 소은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잊지 마세요, 임남이는 제 아들이 아닙니다. 저에게는 제 친자식이 셋이나 있어요. 만약 제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임남을 포기해 제 아이들을 지키려 한다면, 그 약점이 과연 제게 약점이 맞을까요?”여왕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소은은 다시 말을 이었다. “게다가, 그 아이에겐 목숨을 걸고서라도 구하려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만약 임상언이 폐하께 끝까지 맞서기로 결심한다면...” “폐하께서야 높은 자리에 있으니 이런 평범한 상인을 하찮게 여기실 수 있지만, 임상언 씨가 단순한 상인이 아니라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임상언 씨의 사업은 세계 곳곳에 뻗어 있어요. 임상언 씨가 목숨을 걸 각오가 되어 있다면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겠죠. 혹시라도 바깥에 소문이 퍼져 폐하와 Y국의 명망이 손상된다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너...” 여왕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반박할 말이 당장 떠오르지 않았다.여왕이 화가 난 것을 보고, 소은은 한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화내지 마세요. 제가 돌아온 건 폐하를 자극하려는 게 아닙니다. 함께 최선의 방향을 찾고자 돌아온 거예요. 사실 폐하께서 H국에 오신 일이 밝혀진 건 아니지만, 꽤 오랜 시간 H국에 머물고 계셨습니다. 정말로 H국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여왕은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건 폐하의 체면을 살려드린 겁니다. 그러나 폐하께서 이곳에서 계속 머무르시며 혹여 무리수를 두신다면, 얼마나 더 체류하실 수 있을까요? Y국도 계속해서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6화

    릭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여왕은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리며 담담히 말했다. “소은을 데려와. 어디 한번 무슨 변명을 할지 들어보자. 또 어떤 이야기를 꾸며낼지 궁금하네.” 여왕은 휠체어를 살짝 돌려 더 이상 모니터를 보지 않았다.“여왕 폐하?” 릭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한소은이 거짓말을 할 걸 아시면서도 굳이 왜...” 그러나 여왕은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단호히 말했다. “듣고 싶어!” 이 한마디에 릭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곧장 소은이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소은이 정말로 잠이 들려고 하던 순간,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녀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눈을 뜨는 순간, 문이 열리면서 릭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왕께서 한소은 씨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소은은 차분한 표정으로 릭을 쳐다보았다. 마치 모든 상황을 예견한 듯 고요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와 동시에 임상언은 소은보다 먼저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문에 도착하자마자 릭이 손을 들어 그의 앞을 막았다. “그쪽은 남아 계시죠.” “뭐? 우리 둘은 같이 온 거야!” 임상언은 소은을 돌아보며 그녀에게 눈짓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릭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여왕 폐하께서 그쪽을 부르지 않았으니 여기 남으시죠.” 릭은 더 이상 임상언에게 말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소은은 임상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절 기다리고 있어요.” 임상언은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억지로 마음을 다스리며 그녀가 릭과 함께 방을 나서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조심해요.” 임상언은 소은을 향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소은은 미소를 지어 그에게 답했고, 릭을 따라 여왕의 방으로 향했다. 익숙한 길을 따라 걷는 그녀는 곧 여왕의 방에 도착했다. 릭이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여왕 폐하, 데려왔습니다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5화

    소은이 임상언을 데리고 대사관에 도착하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한 사람이 서둘러 소식을 알리러 가더니, 이내 주변 구석구석에서 누군가가 몰래 그들을 엿보는 기척이 느껴졌다. 곧이어, 소은이 잘 알고 있는 여왕의 측근 몇 명이 경계 어린 눈빛으로 다가와 그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들은 소은과 임상언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위험 물품을 소지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철저한 검사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경계가 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여왕을 만나지 못했고, 한적하고 깊숙한 방에 대기하도록 배정받았다. 오랜만에 돌아온 이곳은 소은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 익숙한 것은 이 장소였지만, 낯선 것은 지금의 마음가짐이었다. 예전에는 이곳이 싫고 불쾌하기만 했으며,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은 장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임무와 사명을 가지고 돌아왔고, 그녀의 목표는 단순히 여기를 떠나는 것이 아닌, 중요한 일을 완수하고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었다.반면, 임상언은 눈에 띄게 불안해 보였다. 그는 두 손을 맞잡고 무릎 위에 놓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다리를 가볍게 떨고 있었다. 소은은 그의 초조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임남을 생각하면 마음이 몹시 불안하고 조급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여기까지 왔으니 임남을 반드시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긴장 좀 풀어요.” 소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임상언은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발을 땅에 꾹 눌러 다리를 멈췄다. 겉으로는 조금 안정된 듯 보였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긴장감이 가득했고 미세하게 떨리는 얼굴 근육이 그의 불안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소은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두 사람은 한참을 기다렸지만, 여왕을 만나러 오라는 사람은커녕 상황을 확인하러 오는 사람조차 없었다. 긴장했던 임상언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대체 무슨 의도인 거죠? 왜 아직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4화

    “제발 부탁이에요. 안에서는 소은 씨 말만 따를게요. 소은 씨가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제발 절 데려가 주시면 안 돼요?” 임상언은 진심 어린 목소리로 소은에게 간청했다. 자존심은 이미 버린 지 오래였다. 아들을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그를 이 지경까지 이르게 했다. 소은이 반드시 돌아가겠다고 결심한 순간, 임상언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 자신이 함께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같이 가면 의심을 받거나 제지를 당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아니에요.” 임상언은 계속 설득을 이어갔다. “임남이 그 안에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잖아요. 제가 아들을 만나고 구하려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그리고 아들을 위해서 제 목숨을 바치는 것도 이해될 수 있는 일이죠. 그러니 제가 가는 게 가장 올바른 선택이에요.” 긴 침묵 끝에, 소은이 입을 열었다. “임상언 씨 말이 맞아요. 전 동의합니다.” 소은은 말을 마치고 서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서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저도 동의합니다.” 원청현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나도 동의하지.” 잠시 침묵하던 진정기 역시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동의합니다.” 마지막으로 원철수는 주변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고 손을 펼쳤다. “모두 동의했는데 내가 뭐라고 반대하겠어. 나도 찬성이야.” 사실 원철수의 의견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임상언에게 지지를 표현하는 의미였다. 임상언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들 고마워요.” “이게 뭔 감사할 일이라고. 어쨌든 안에 들어가면 절대 신중해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네 입으로 한 말 반드시 지켜!” 원철수는 그의 결심을 칭찬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원철수는 속으로 임상언의 결단에 감탄했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는 분명 최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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