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053화

“한소은 씨...”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하려는데 병실 문이 다시 열리면서 남자가 목발을 짚고 나타나 물었다.

“나 만나자는 거야?”

그 사람을 본 두 의사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나 그에게 길을 비켜 주었다.

힐끗 쳐다보던 한소은은 담담한 표정으로 누워 자세를 가다듬으며 말했다.

“당신 아니야.”

“그래? 하지만 방금...”

눈살을 찌푸리던 남자가 자신의 귀를 후벼댔다.

“내가 잘못 들었나 보다.”

“네가 잘못 들은 것도 아니고, 나도 잘못 말한 것도 아니야. 나는 너희 주인을 만나고 싶어. 하지만... 네가 아니야!”

한소은은 눈을 꼿꼿이 세우고 천장을 쳐다보더니 꿈쩍도 하지 않았다.

요즘 여기 있는 동안 몇 시간씩 천장을 꿈쩍도 하지 않고 바라볼 수 있는 ‘작은 스킬'이 생긴 것 같았다.

남자는 어깨를 으쓱하고 그중의 한 의사를 돌아보며 눈짓을 했다. 그 의사는 급히 앞으로 가서 재빨리 그녀의 핏자국을 닦아주고 주삿바늘을 다시 가져다가 찔러주며 이불을 들치고 그녀의 복부에 난 상처를 살펴보려고 했다.

그러나 한소은은 이불을 꽉 누르고 덤덤하게 기계처럼 반복했다.

“나는 당신들의, 주인을 만나고 싶어!”

“한소은 씨, 좋은 말로 할 때 듣지?”

프레드는 얼굴을 찌푸렸다.

“내가 너를 만나러 온 것만으로도 너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이다.”

“그래?”

차갑게 웃으며 한소은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R10이 약효를 다 살려야 한다는 것을 나보다 더 잘 알 텐데. 가장 중요한 게 뭐지? 난 지금 상관없어, 너희 주인을 못 보면 난 지금 내 몸을 망칠 거야.”

한소은이 말을 이었다.

“어차피 여기서 이렇게 사느니 죽는 게 낫지. 다른 사람에게 짐이 되면 안 되니까. 뭐... 당신들의 계획을 망칠 수도 있고!”

입꼬리를 씩 올리며 한소은의 얼굴에 계산적인 미소가 떠올랐다.

눈빛이 어두워진 프레드가 입을 열었다.

“잊지 마, 네 아이가 아직 우리 손에 있어. 네가 죽으면 아이들이 죽든 말든 상관없다는 거야?”

“물론 상관있지.”

자신의 아이를 힐끗 보던 한소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