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그녀가 이렇게 말할 줄은 몰랐고, 노형원은 어리둥절해하며 그녀를 불렀다. "한소은이 왜 레시피에 손을 댔지? 걔가 너와 같이 지낸 지가 몇 년인데? 네 그 작은 회사 제품 중 몇 개가 한소은의 손에서 나온 거더라? 한소은은 항상 네 말을 잘 듣고 고분고분했는데, 너는 왜 그 아이를 쫓아내려 한 거니?” 그녀는 마치 엄한 선생님이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학생에게 질문하는 것처럼 말하면서 테이블 위를 가리키며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노형원은 넋을 잃었고, 멍한 표정으로 땀을 흘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어머니……”"로젠에게 널 도우라고 한 건 네가 내 아들이기 때문이야, 네가 이렇게 오래 고생하는 걸 보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네가 맞는다는 건 아니다. 형원아, 이 일은 네가 아주 크게 잘못을 저질렀어!” 그녀는 인정사정없었고, 지금 가장 난처하고 난감한 것은 바로 강시유였다. 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노형원을 따라 미래의 시어머니를 만나러 온 것인데, 이 미래의 시어머니는 분명히 그녀를 안중에 두지 않았고, 그녀를 제대로 본 적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녀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뿐만 아니라 그녀 앞에서 아들의 전 여자친구를 극찬하는 것은 무슨 시추에이션이지! 그녀는 자리에 앉아 얼굴이 하얗게 질려 마치 가시방석에 앉은 듯했다. 그러자 노형원은 불만인 듯 그녀의 말에 반박했다.“어머니, 감정적인 일은 원래 통제할 수 없어요.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은 시유예요. 전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평생을 살 수 없어요. 그래요, 한소은은 조향에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죠, 하지만 그것 때문에 반드시 제가 그 사람과 결혼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요! 나도 내가 그 사람을 이용한 걸 인정해요, 하지만 나도 그 사람에게 많은 걸 줬습니다. 어머니도 오랫동안 알고 계셨잖아요, 그 여자는 잘 바뀌고 얼마나 몰인정한 사람인지 이번에 보여줬어요.” “그런 여자는 이번만 아니더라도 언제 또다시 뒤바뀔지 몰라요. 나는 지금, 미리 위험을 제거한 거예요.”
노형원은 매우 기뻐하며, 한 손에는 카드를 쥐고 다른 손으로는 강시유의 손을 잡고 말했다."시유야, 우리 드디어 결혼할 수 있어!”그의 손에 든 카드를 흘겨보더니, 그녀는 유난히 차갑게 그의 손을 뿌리쳤다.“그래?”"이거 봐, 우리 어머니가 우리에게 준 축의금이야, 이건 어머니가 이미 너를 인정했다는 뜻이고. 어머니가 방금 한 말이 너를 불쾌하게 했다는 걸 나도 알아, 너도 너무 깊게 생각하진 말고. 어머니는 다른 뜻이 없었고 그저 날 생각해서 그런 말씀을 하신 거야.” "당연히 널 위해서겠지, 심지어는 네 아내까지 직접 골라주시니 말이야. 하지만 그 분 눈에는 내가 적합한 며느릿감이 아니고 말이야.” 방금 예비 시어머니가 한 말을 생각하자 그녀는 매우 화가 났다. 그녀는 말끝마다 한소은을 언급했고, 눈앞에 떡하니 자신이 앉아 있으며 자신의 아들과 결혼하는 것은 한소은이 아닌데 말이다! 그녀의 눈에는 자신이 전혀 없었고, 눈에서 나오는 경멸의 의미는 강시유를 매우 불편하게 했다."이것 봐, 너 또 삐졌어? 내가 말했잖아, 내 어머니는 무심하다고. 그리고 다시 말해서 어머니가 아무리 한소은을 좋아한다고 해도 내가 좋아하지 않는데 뭐 어떡하겠어, 어머니가 한소은과 평생을 살아? 결혼하는 사람은 나고, 아내를 고르는 것도 나야, 어머니의 의견은 그저 의견일 뿐이지 아무것도 바꿀 수가 없다고!”그는 참을성 있게 그녀를 달랬고, 노형원도 이 일에 있어서 그녀가 확실히 억울한 감정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정말이야?"고개를 돌려 그를 보며 강시유가 말했다."그런데 만약에 네가 마음이 바뀌면?”"내가 어떻게 마음을 바꾸겠어! 몇 년 동안 함께 했는데 내 마음을 아직도 모르니? 내가 줄곧 좋아했던 것은 너였고, 너밖에 없었어! 이제 우리 아이도 있으니 때려죽여도 변치 않을 거라고."그녀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노형원은 그녀의 손을 잡고, 그 은행 카드를 그녀의 손에 쥐여 주었다."앞으로, 우리 집의 돈은 모두 네가 관리하고 나도 네가 관리하는 거
”다시 걸어! 안 되면 오이연 집을 찾아가, 정말 대담한 사람 같으니라고!”그는 언성을 높였지만 화가 풀리지 않았고, 생각을 하더니 이내 말했다.“됐어, 내가 직접 하지!”그는 회사로 돌아가 곧장 인사부로 갔다."오이연의 자료를 나한테 넘겨주고, 또 법무부는 직원이 무단으로 퇴사하면 어떤 처벌과 배상을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도록 해.”그러자 인사부 직원이 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노 대표님, 오이연 씨는 이미 한 달여 전에 사직서를 냈고 근로계약법상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만 30일 이후에는 자진 퇴사할 수 있습니다.” "무슨 놈의 규정이 그래, 그런 규정이 있다는 말을 왜 나는 못 들었지!”노형원은 매우 놀랐다, 이것은 그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그는 줄곧 자신이 하루라도 서명하지 않고 하루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오이연은 계속 여기에 남아서 계속 일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인사부의 말은 그를 크게 화나게 했다."이건……계약법에 규정돼 있습니다.”직원의 소리가 작아졌고, 대표가 아무리 화를 낸다 한들 국가 규정이니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럼……오이연이 가고 싶으면 언제든지 회사를 나갈 수 있다는 말인가? 회사는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다고?”그는 믿을 수 없었다, 일개 직원이 이렇게 큰 회사에서 그녀를 어떻게 할 수도 없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그녀의 지난달 월급과 복리후생은 아직 정산되지 않았습니다.”직원이 고개를 숙이고 자료를 뒤적거리며 말했다. "깎아 버려!”노형원은 망설임 없이 명령을 내렸다. "또한, 그녀가 이전에 근무했던 업무의 특수성 때문에 그녀에게 경업 금지 협약을 이행하도록 요구할 수 있습니다."노형원의 눈이 번쩍 뜨였다. “이게 좋겠군! 그렇게 처리하도록 해, 다른 동종 업계에 취직하지 못하게 하고, 만약 듣지 않는다면 법적 절차를 밟아서 회사의 경제적 손실을 배상하게 해!” 그는 이 계집애가 회사를 나가기로 결심한 것은 한소은의 손을 잡은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었고, 그녀의 뜻대로 되
"늦잠을 잤어요, 죄송합니다.”그녀는 오이연을 보며 말했다."보아하니, 내가 다시 서로를 소개할 필요도 없을 것 같네요.” “앞으로 다 같은 식구들인데 소개할 게 뭐가 있겠어요!”오이연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조현아는 웃어 보였다. “팀장님, 태도가 너무 차이 나는 것 아닌가요. 처음에 저한테 그렇게 친절하지 않으셨잖아요.”고개를 저으며 한소은은 불평했다. "그거랑은 다르죠, 처음에 나는 당신이 낙하산인 줄 알고 그랬고 지금은……내가 동의한 낙하산이잖아요.”그녀는 농담 섞인 어조로 말하며 오이연의 어깨를 툭 쳤다. “정말 태도가 상반되네!”한소은은 감탄을 하며 말했다.“자, 다 왔으니 이제 일을 하죠. 빨리 신제품을 출시하고 싶었는데 마침 일손이 부족했거든요.”“그래요, 그럼 일들 보세요. 오이연 씨 입사 수속은 이틀 후에 인사부에 가서 다시 하면 되니까요. 문제없죠?”뒤에 나온 말은 오이연에 물은 것이었고, 그녀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문제없어요.” 입사 절차 같은 건 언제든지 보충할 수 있고, 가장 중요한 건, 누구를 따라 일을 하던지 즐거워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 너무 좋은데!”실험실에 들어선 오이연은 주위를 둘러보며 감탄했다."그동안 있던 곳보다 시설이 더 잘 갖춰져 있네. 와, 이런 것도 있어?!”한소은은 작업복으로 갈아입으며 말했다.“신생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환아가 뒤에서 받쳐주기 때문에 장비 같은 건 매우 여유가 있어. 게다가 업무 중에 필요한 기계 설비가 있으면 회사에 직접 요청을 넣을 수도 있고 말이야.”"역시 대기업이 좋네! 정말 잘 왔어!”오이연 역시 함께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손을 깨끗이 씻은 뒤 작업 준비를 했다."참, 네가 회사를 나온 거……노형원이 널 곤란하게 한 건 아니지?”그녀의 홀가분한 모습을 보니 그쪽의 일이 해결된 것 같았지만 한소은은 여전히 안심하지 못하고 물어봤다. "난 그 사람 얼굴도 못 봤어.”오이연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어차피 근로계약법상 난 퇴사를
옛날에 시원 웨이브에 있었을 때도 오이연은 한소은의 어깨를 자주 주물러 줬었는데, 정말 오랜만이었다. 한소은도 사양하지 않고 살짝 몸을 돌려 머리카락을 옆으로 넘긴 채 갸름한 목을 드러냈고, 오이연은 두 손으로 어깨를 잡고 살짝 힘을 주면서 어깨를 풀어주니 한결 편해진 느낌이 들었다. “네가 있으니 정말 다행이야, 요 며칠 정말 힘들었거든. 네가 오니까 한결 편해졌어.”고개를 젖히고 눈을 감은 그녀는 졸음이 몰려왔다. 신제품의 진도는 그렇게 빠르지 않았지만 어쨌든 반복적인 실험을 거쳐야 했기에 지금은 오이연이 왔으니 그녀는 너무 바쁘지 않게 됐다. "그러니까 내 월급을 올려주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하지 않겠어?"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오이연은 웃으며 농담을 건넸다."너 같은 신입이 어딨어, 입사 첫날부터 월급을 올리면 대표님이 가만히 있겠니!”한소은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임금 인상을 자청하지 않는 직원은 좋은 직원이 아니지.”오이연은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고, 그녀의 눈동자가 다른 곳을 향하자 마사지를 하던 손동작이 갑자기 멈췄다. 이상함을 눈치챈 한소은은 눈을 뜨고 물었다.“왜 그래?”“언니……”오이연은 머뭇거리며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고, 그녀의 시선은 어딘가에 머물러 있었다.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자신에게 잘못된 점이 있나 봤지만 보이지 않았고, 그녀가 본 것은……오이연은 손을 들어 한소은의 목을 토닥이며 대충 위치를 가리켰고, 그녀가 가리킨 쪽으로 시선을 옮기자 한소은은 순간적으로 생각났다!터틀넥 셔츠를 입고 목을 가리고 있었는데, 작업복으로 갈아입으니 가린 것이 드러난 것이다.그런데 계속 일을 하다 보니 신경 쓸 겨를이 없었고, 지금 오이연이 마사지를 하면서 목덜미가 드러나자 그녀 목에 있던 키스마크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아, 이거……”조금 어색하긴 했지만, 오이연도 어른이었기에 굳이 숨길 필요는 없었다.그녀는 오이연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그게 있지, 너도 알잖아.”그녀의 반응에 오이연은
"대충 안다는 게 또 뭐예요? 이름이 뭔데요? 내가 아는 사람인지 알아볼게요.""나중에 알게 될 거야!" 한소은은 손을 들고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일어섰다. 그녀는 이 문제에 너무 매달리고 싶지 않았다. "이연, 이번 신제품의 난이도가 높을 것 같으니까 작업이 많이 힘들 수도 있어!”"예전엔 쉬웠던 것처럼 말씀하시네. 걱정 안 해도 돼. 언니가 앞장 서면 내가 뒤에서 반드시 지원해 줄 거야!" 이연은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네가 가장 현명한 내조인인 줄 알고 있었어!"연구실로 돌아가서 우선 추출한 샘플을 보았지만, 과연 예외 없이 그녀가 원하는 그런 결과가 아니었다.좋은 원료도 매우 중요하지만 분리 추출하여 이물질을 제거하고 원하는 향만 남기는 것도 매우 복잡한 과정이므로 항상 수많은 테스트를 거쳐야 성공할 수 있다.매번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조향사가 얼마나 많은 심혈과 노력을 기울이는지 모르겠지만, 염치없이 다른 사람의 노동 성과를 빼앗아 가는 사람은 정말 얄밉다."또 실패했어!"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다소 실망스러웠다."실패하는 게 정상이지, 언제 그렇게 쉽게 성공했나. 하물며 이번 원료는 워낙 신상품이라서 향도 복잡해서 당연히 난이도가 더 높겠지! 왜 벌써 물러서려고 해?"그녀의 옆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이연은 그녀가 자신이랑 농담하고 있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다. "도전 난이도가 없는 실험은 실험이라고 할 수 없지. 어렵지 않을까 봐 걱정이야!"그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다음 실험을 진행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한소은은 손을 뻗어 그녀를 막았다. "됐어.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내일 계속하자!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것도 아닌데."시간이 좀 늦었다. 아침에 누군가 더 이상 이렇게 늦게 집에 들어오지 말라고 간곡하게 타일렀는데, 듣기에 매우 심한 거 같지만, 이렇게 다른 사람의 관심을 받는 느낌은 정말 좋았다."알았어. 그럼 들어가서 생각해 볼게."두 사람이 환복하고 계단으로 내려가 대문을 나서려 할 때, 조현아가 급하게 달려왔다.
노형원은 한소은에게 화가 나고 원망스럽지만, 지금은 그녀를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까 오이연을 괴롭히는 것이고 어쨌든 그녀를 가만히 두지 않는 것이다."그럼 어떡해요?"그 종이를 움켜쥐고 있던 이연은 기분이 급격히 다운되었다. "나 입사할 수 없네요?"조현아는 난처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신생의 신입사원 한 명을 뽑는 일은 원래 그녀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만약 노동분쟁에 연루된다면 그것은 그녀의 말 한마디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급할 거 없어. 내가 방법을 찾아볼게." 한소은이 위로의 말을 꺼냈다.모든 일에는 해결 방법이 있는데, 이 일은 갑자기 일어난 탓에 다들 잠시 얼떨떨해졌다.노형원의 움직임이 정말 빨랐다. 오늘 오이연이 도와주러 온 첫날인데, 그쪽에서 금방 뒤를 따라왔다는 것은 그가 항상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말로는 완전히 깨끗하게 청산이 끝났다고 하지만 사실 끝까지 밀어붙이고 있었+다. 청산이 끝났다고? 어떻게 끝날 수 있겠어!그녀는 아직 그들과 결판을 내지도 않았는데, 그들이 오히려 먼저 기회를 타고 기어오르다니, 이렇게 된 이상, 그녀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이연 씨, 이틀 동안 집에서 쉬어요. 방금 이사하지 않았어요? 마침 시간 내서 정리하고 있어요. 내가 알릴 때까지 기다려요.”"하지만…" 오이연은 여전히 걱정되었다. 결국 이 일은 그녀 때문에 일어났고, 자신은 괜찮지만, 만약 그녀 때문에 한소은, 심지어 신생에게 폐를 끼친다면 너무 미안하게 될 것이다.한소은은 그녀를 위로했다. "됐어. 별거 아니야! 그 사람도 방법이 없으니까 이런 걸로 너를 협박하면서 나한테 시위하는 거야. 결국 이 일의 타겟은 나고 너랑 큰 상관이 없어. 너는 그냥 마음 편하게 이틀 쉬어. 좋은 소식 있을 테니까 기다려봐!"그러자 조현아도 덧붙여 말했다. "맞아요! 이 일은 한소은의 말을 듣는 게 맞으니까 당신도 조급해 하지 말아요. 이 경업금지 계약은 심각하다면 심각한 거고, 심각하지 않다면 또 별거 아니에요. 아무튼 하루 이틀
이 세상에는 두 가지 선택만 있는 게 아니다. 아무래도 그 범위를 벗어나서 자신에게 세 번째 선택을 줘야 한다.그녀도 늘 수동적으로 당하고 나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먼저 반격하여 그 두 사람이 자신도 역시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줘야 한다!김서진이 집에 들어가자 그의 아내가 소파에 엎드려 노트북을 앞에 놓고 유연한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며 두 발을 겹겹이 꼰 채 엄청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그는 그녀가 집에서 이렇게 컴퓨터를 하고 있는 것을 본 적이 별로 없다.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내려놓고, 신발을 갈아 신고, 그녀 앞에 다가가서 머리를 내밀고 보니 그제야 그녀의 화면에 여러 페이지가 열려 있는 것을 똑똑히 보았으며 지금 이 순간에는 어느 카페에 가명으로 등록하고 있었다."그렇게 재밌어요?" 그는 물 한 잔 따르는 김에 그녀에게도 한 잔 따라 가지고 왔다.한소은은 소파에서 일어나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으며 노트북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손을 뻗어 물을 한 모금 마셨지만 시선은 컴퓨터 화면에서 떼지 않았다. "누군가가 재미있어하니까 어쩔 수 없이 정신을 차리고 함께 놀아주는 거예요."이 말투와 표정, 누군가 그의 아내를 화나게 한 것 같았다."누가 이렇게 대단해서 우리 집 한소은 님을 건드렸을까요?" 김서진은 넥타이를 느슨하게 잡아당기고, 옷깃의 단추 두 개를 풀어서 하루 종일 긴장했던 신경을 제대로 풀 수 있게 됐다.예전엔 돌아오거나 안 돌아오거나 별 차이가 없으며 어차피 잠자는 곳에 불과했지만, 그녀가 생기면서부터 '집'에 대한 기대가 생겨서 매일 집에 들어오면 그녀를 볼 수 있고,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그녀와 함께 여러 가지 기분 좋은 일과 기분 나쁜 일을 나눌 수 있어서 매우 기대되는 일이 되었다.하지만 보아하니, 그녀는 자신만만해서 그의 도움이 전혀 필요 없는 것 같았다."또 어떤 나쁜 놈이겠어요!"그녀는 물컵을 내려놓고 고개를 숙인 채 키보드를 두드리면서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김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