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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화

이 세상에는 두 가지 선택만 있는 게 아니다. 아무래도 그 범위를 벗어나서 자신에게 세 번째 선택을 줘야 한다.

그녀도 늘 수동적으로 당하고 나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먼저 반격하여 그 두 사람이 자신도 역시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줘야 한다!

김서진이 집에 들어가자 그의 아내가 소파에 엎드려 노트북을 앞에 놓고 유연한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며 두 발을 겹겹이 꼰 채 엄청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그녀가 집에서 이렇게 컴퓨터를 하고 있는 것을 본 적이 별로 없다.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내려놓고, 신발을 갈아 신고, 그녀 앞에 다가가서 머리를 내밀고 보니 그제야 그녀의 화면에 여러 페이지가 열려 있는 것을 똑똑히 보았으며 지금 이 순간에는 어느 카페에 가명으로 등록하고 있었다.

"그렇게 재밌어요?" 그는 물 한 잔 따르는 김에 그녀에게도 한 잔 따라 가지고 왔다.

한소은은 소파에서 일어나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으며 노트북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손을 뻗어 물을 한 모금 마셨지만 시선은 컴퓨터 화면에서 떼지 않았다. "누군가가 재미있어하니까 어쩔 수 없이 정신을 차리고 함께 놀아주는 거예요."

이 말투와 표정, 누군가 그의 아내를 화나게 한 것 같았다.

"누가 이렇게 대단해서 우리 집 한소은 님을 건드렸을까요?" 김서진은 넥타이를 느슨하게 잡아당기고, 옷깃의 단추 두 개를 풀어서 하루 종일 긴장했던 신경을 제대로 풀 수 있게 됐다.

예전엔 돌아오거나 안 돌아오거나 별 차이가 없으며 어차피 잠자는 곳에 불과했지만, 그녀가 생기면서부터 '집'에 대한 기대가 생겨서 매일 집에 들어오면 그녀를 볼 수 있고,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그녀와 함께 여러 가지 기분 좋은 일과 기분 나쁜 일을 나눌 수 있어서 매우 기대되는 일이 되었다.

하지만 보아하니, 그녀는 자신만만해서 그의 도움이 전혀 필요 없는 것 같았다.

"또 어떤 나쁜 놈이겠어요!"그녀는 물컵을 내려놓고 고개를 숙인 채 키보드를 두드리면서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

김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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