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가연은 한숨을 쉬며 담담하게 말했다.“아마도 이런 게 철 들었다는 거겠죠.”“철이 들었다고?”주현철은 잠시 그녀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맞아요. 예전에는 아빠가 항상 내 옆에 계셨고, 외삼촌과 외숙모의 사랑이 있어 아무 걱정 없이 지냈어요. 그런데 지금은 아빠가 이런 모습으로 계시고 집에 너무 많은 일이 생겼어요. 예전처럼 지낼 수 없어요. 빨리 철 들어야죠.”진가연은 주현철을 바라보며 눈빛이 간절해졌다.“외삼촌, 효영 언니가 갑자기 그렇게 돼서 외삼촌과 외숙모 모두 매우 슬픈 거 알아요. 하지만 외삼촌이 무너져서는 안 돼요. 아직 회사와 사업이 있고, 또 많은 일이 외삼촌을 기다리고 있잖아요.”“외숙모도 외삼촌의 보살핌이 필요하니 우리 둘을 위해 강해져야 해요!”그녀는 길게 한숨을 쉬며 자기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주현철은 오히려 그녀의 말에 약간 감명받아 고개를 끄덕였다.“네 말이 맞다. 우리는 무너져선 안 돼. 모두 굳세어져야 해! 가연아, 네가 잘하고 있어. 네 아버지의 일은 확실히 지금 다른 사람에게 알리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거 같구나. 걱정하지 마. 외삼촌이 반드시 너를 도와 이 비밀을 잘 지킬게!”“외삼촌, 감사합니다.”진가연은 고개를 돌려 침대 위에 조용히 누워있는 진정기를 힐끗 쳐다보았다.“나중에 아빠가 아시게 되면 분명 외삼촌이 오늘 내린 결정을 감사해할 거예요!”이 말을 듣자, 주현철은 더욱 마음이 움직였다.주현철과 그가 데려온 사람들을 보낸 후, 진가연은 두 다리에 힘이 풀렸다.방금까지 의연했던 마음속의 그 힘은 갑자기 사라져 그대로 주저앉을 것 같았다.사실 진가연은 지금까지 이런 일을 처리한 적이 없다.얼굴 한번 안 붉히고 거짓말을 하고, 허망한 말을 지어내는 것은 음식을 조절하는 것보다 백대 더 힘들고 어려웠다.그러나 지금, 이 상황에서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적응하고 배우도록 강요할 수밖에 없었다.주현철에게 그렇게 많이 말했지만, 그중 한마디는 거짓말이 아니다.진가연은 반드시 배우고 자
“이틀은 안 돼요. 너무 길어요! 더 기다릴 수 없단말이에요!”임상언은 한소은의 말을 거절했다.“내일 당장 오면 안 되나요? 내일 아침에 데리러 갈게요!”“안 돼요!”한소은은 더 단호했다. 그녀는 생각하지도 않았고 임상언의 말을 거절했다.“임상언 씨, 당신의 제안을 받아들인 건 지난 시간의 친분과 남이의 체면을 봐서에요. 더 이상 재촉하지 말아요.”한소은의 꾸지람을 듣고도 임상언은 화를 내지 않고 초조한 말투로 말했다.“한소은 씨, 내가 재촉하는 게 아니라 정말 시간이 촉박해서 그래요. 시간을 주기로 다들 약속했는데 이렇게 끝없이 미룰 수는 없잖아요. 내일…….”“내일 오전에 당신을 데리러 갈 거야!”전화기 너머에서 느닷없이 허스키하고 기괴하며 날카롭고 비뚤어진 낯선 목소리가 울렸다.한소은은 어리둥절했다.거의 한순간에 등줄기에 한기가 솟아올랐고, 핸드폰이 손바닥에서 미끄러져 떨어질 뻔했다.“당신은 누구세요?!”그녀는 정신을 가다듬고 물었다. 무의식적으로 몸을 똑바로 펴고 조금 앞으로 기울였다.“흐흐흐흐…….”듣기 거북하고 매우 교활한 웃음소리는 듣는 이가 소름을 돋게 했고 온몸이 불편하게 만들었다.하지만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계속 웃고 있었다.한소은이 멈추라고 말하려고 할 때 웃음소리가 뚝 그쳤다.웃음이 너무 갑작스럽게 멈춰서 더 불편해졌다.“내가 누군지는 당신이 여기로 오면 알 수 있을 거야.”남자는 껄껄 웃으며 장난을 쳤지만, 그 목소리는 오히려 간교함 속에 다소 매서운 감정이 배어 있었다.“한소은 씨! 내가 충고하건대 좋은 말로 할 때 여기로 와! 우리의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어. 지금까지 당신이 무사할 수 있었던 건 너나 김씨 가문이 얼마나 대단한 게 아니라 우리가 너를 아직 필요하니 목숨을 남겨둔 거뿐이야.”“하지만 계속 이렇게 눈치 없이 거절한다면, 당신과 당신 가족, 당심이 가장 가까이하고 가장 아끼는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곧 알게 될 거야!”마지막 이 말은 상대방이 이를 악물고 말하고 있다는 걸 한
김서진이 가까이 다가가자마자 한소은의 목소리를 들었다.비록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두 듣지는 못했지만, 그녀가 분노하고 있다는 거 들렸다. 빠른 걸음으로 걸어오자, 그녀가 핸드폰을 쥐고 서 있는 것을 보았다.얼굴에는 아직 노여움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왜 그래요?”김서진은 고개를 돌려 작업대의 물건들을 한 번 보았다.모두 아직 진행 중이었고, 경보 소리도, 특별한 상황도 없었다.그러고는 빠른 걸음으로 한소은에게 다가갔다.김서진은 먼저 손을 들어 그녀의 이마를 만졌다.체온은 정상이었고, 그녀가 감정 기복이 심해 심호흡을 하고 있는 걸 보았다.한소은의 핸드폰을 빼앗으려 했지만, 한소은은 핸드폰을 꼭 잡았다.“괜찮아요.”“누구에게서 걸려 온 전화예요?”김서진은 이 상황을 보자마자 바로 이 전화가 원인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는 누가 걸려 온 전화인지는 듣지 못했다.“임상언이 건 전화예요.”그를 한 번 본 한소은은 한 손으로 허리를 짚고 천천히 앉았다.그녀는 쿠션을 잡아당겨 허리에 받친 후 좀 더 편안한 자세를 취했다.“아니, 그의 배후에 있는 사람이에요.”“배후의 사람이 나타났다고요?”김서진은 조금 놀란 표정이었다.배후의 사람은 줄곧 뒤에 숨어 있다가 자발적으로 나타났다.도대체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짐작할 수 없었다.“그 사람이 뭐라고 했어요?”잠시 생각한 후에 김서진은 다시 물었다.한소은은 입술을 오므리고 보기 흉한 얼굴로 대답했다.“그가 나를 협박했어요.”“협박?”눈썹을 높이 쳐들고 김서진은 계속 물었다.“협박이라뇨? 그들과 손을 잡기로 약속했잖아요!”“이틀을 더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들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허락하지 않았어요.”한소은은 한숨을 쉬며 한마디 덧붙였다.“내일 아침에 나를 데리러 온다고 했어요. 아마 반드시 가야겠죠.”“시간이 문제라는 거죠?”김서진은 잠시 머뭇거리다 그녀의 어깨에 손을 가볍게 올리며 부드럽게 말했다.“너무 화낼 필요 없어요. 그들이 이렇게 서두르는 이유는 그
“그런 말 하지 마요!”한소은은 손을 들어 김서진의 입술을 가리며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당신이 목숨을 바치면 우리는 어떻게 해요? 그들은 돈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 내가 아이들과 어떻게 살라고요?”한소은이 조금 애교스럽고 진지한 모습을 보이자, 김서진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그는 한소은의 손을 끌어내리고 키스를 한 후 에야 말을 이어갔다.“농담하는 걸 보니 그래도 기분이 그렇게 나쁘지 않나 보네요.”“별로 나쁘지 않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기분이 좋지도 않아요. 몇 개월째 두서조차 없어요. 이번에는 정말 복잡한 것 같아요. 계속 그들에게 끌려다니는 것 같아요.”한소은은 입술을 내밀며 약간 주눅이 들었다.그전에는 항상 자신만만했지만, 지금은 조금 맥이 빠졌다.“왜요?”김서진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마치 털을 세운 고양이를 달래는 것 같았다. 부드럽게 움직이는 손은 이상하게도 마음을 가라앉히는 힘을 가졌다.김서진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한소은은 머리를 치우쳐 곰곰이 생각한 후 에야 말했다.“사실 최근 몇 개월간의 일을 잘 생각해 보면 모두 인과관계가 있는 것 같아요.”김서진도 그녀의 모습을 따라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어떤 인과관계요?”“사실 이 실험은 가장 먼저 실험기지에서 시작했어요. 내 생각에 이 교수님도 그들에게 이용당했던 거 같아요. 애초에 실험은 모두 허울이었어요. 그들은 실험기지, 인원, 그리고 초보적인 구상을 빌려서 그들이 하고 싶은 실험을 하려고 했던 거예요. 다만 내가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에요.”“음.”김서진은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분석에 귀를 기울이며 끼어들지 않았다.한소은은 계속해서 말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아시아에서 전염병이 돌기 시작했어요. 보기에는 아무 상관도 없지만, 그들이 개발한 바이러스와 인과관계가 있는 거 같아요. 그리고 서한 씨 일도 그래요. 서한 씨의 일이 그들과 정확히 어떤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 직감으로는 그
“그러니까, 해독하려면 이 두 가지 방면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말인가요?”김서진은 이렇게 말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작업대에서 보글보글 김이 나는 한약을 보았다.“네.”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들어 반대편 위치를 가리켰다.“사실 당신의 독을 해독하면서부터 진작에 연구하고 있었어요. 당시 고 교수 쪽에서 전염병을 퇴치하는 약을 연구해 냈어요. 어제 고 교수로부터 약이 심사를 통과하여 곧 전염병에 걸린 모든 사람에게 나누어 줄 수 있다는 소식을 받았어요. 이번 전염병이 곧 끝나간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김서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랬다.최근 전염병은 전처럼 창궐하지 않았다.특히 국내는 거의 자취를 감춘 느낌이다. 남아시아에도 가장 끔찍한 시기를 지난 모양이다. 다만 지금은 후유증이 심각했다. 작게 전염이 되기도 했지만, 그 전에 비하면 훨씬 낫다.“전염병은 이제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아요. 가장 중요한 것은 독을 제거하는 거예요!”한소은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어두운 얼굴빛을 띠었다.“너무 무리하지 마요!”그녀의 근엄한 얼굴을 보며 김서진은 조금 고려하고 조금 안쓰러워했다.김서진은 항상 한소은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좋아했다.그녀는 마치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면 빛을 발하는 사람처럼 일에 집중했다.그것이 바로 김서진이 그렇게 한소은을 아끼는 이유였고 그녀의 배 속에 있는 아기들을 걱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멈추도록 입을 열지 않았던 이유이다.김서진은 한소은에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있기 때문에 ‘그녀를 위해서’라는 말로 그녀를 가두고, 그녀의 발길을 묶고, 사랑이라는 이름의 굴레에 그녀를 가둬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마음이 아픈 것도 사실이다.이렇게 오랫동안 그녀가 다시 일에 몰두하고 연구개발과 실험을 해도 지금처럼 힘들지는 않았다.요즘 더러 분주하게 뛰어다닐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위험에 직면해 있다.어려서부터 여러 가지 시험과 위험에 직면했고, 납치와 살해당하기도 했지만, 김서진은 한소은
“나는 당신이 그런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믿어요. 당신이 할 수 있다고 믿어요!”김서진은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다만, 우리의 힘은 결국 한계가 있어요. 더구나 이 일은 우리의 책임과 짐이 아니에요.”한소은은 약간 뒤로 기대어 그와 거리를 두고 눈을 크게 뜨며 그를 자세히 살펴보았다.그러고는 그녀의 눈동자에는 놀람이 있었다.“왜 그래요?”김서진은 한소은의 어깨를 끌어안은 손을 약간 풀고 물었다.“내 말이 틀렸나요?”그러자 한소은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요! 난 당신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몰랐어요!”이렇게 말하자, 한소은은 매우 흥분해야 하며 기운을 차린 목소리로 말했다.“사실 당신에게 말하지 않은 것이 있어요. 말하기 전에 먼저 화내지 않겠다고 약속해 줘요.”한소은은 손가락 하나를 앞세운 후 진지하고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그러자 김서진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웃음을 참았다.“뭔데요? 말해봐요!”“안 돼요. 먼저 화내지 않겠다고 약속해 줘요. 그래야 말할 거예요.”두 사람은 서로와 함께하겠다고 결심했을 때 말했었다.서로에게 숨기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무슨 일이 있으면 꼭 함께 상의해야 한다.김서진이 남아시아에서 위험에 처했을 때 한소은에게 먼저 알리지 않아 그녀가 오랫동안 걱정했었다.또한 화가 났다. 나중에 두 사람은 다시 한번 강조하며 결심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서로에게 숨기지 않기로.그러나, 이번에는 한소은이 약속을 어겼다.김서진을 속이고 먼저 했기 때문에, 사실 한소은의 마음이 뜨끔했다.김서진은 한소은의 작은 머릿속에서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런 한소은의 모습이 재미있었다.일부러 그렇게 말해 분위기를 조금 풀려는 속셈이었다.“하지만 당신이 말하지 않으면 내가 화가 나는지 어떻게 알겠어요? 그리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얘기했던 것 같은데, 서로에게 숨기지 않고 모든 일을 상의하겠다고. 왜, 얼마 지나지도 않고 벌써…….”“내 잘못이에요, 인정해요! 그래서 들어줄 거예요? 말 거에요?”
한소은의 말이 끝났지만, 김서진은 입을 열 기미가 없었다.그러자 한소은이 손가락으로 김서진을 쿡 찔렀다.“이게 다예요.”“네.”김서진이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네?”한소은은 그의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되물었다.“고작 이런 반응이에요?”그녀의 모습을 본 김서진은 웃었다.“아니면요? 이렇게 내게 말한다는 건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다는 거죠. 이제 이렇게 강력한 후원자와 지원군이 있는데, 내가 더 할 말이 있겠어요? 내 아내가 너무 유능하다고 칭찬하는 것 외에 다른 말이 없잖아요.”한소은이 코를 찡긋거리며 말했다.“뭔가 질투하는 느낌인데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내가 일부러 당신을 속이려고 한 게 아니에요. 사실 고 교수가 이 일을 내게 얘기한 지 얼마 안 됐고, 게다가 그쪽에서는…… 당신도 알잖아요.”연구에 관한 건 무슨 말이든 다 비밀이다. 사실 김서진에게는 그녀가 숨길 필요가 없었다. 이런 일들은 그도 다 알고 있는 일들이다.“알아요.”김서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윽하게 한숨을 쉬었다.한소은은 멍해졌다.어딘가 수상한 낌새를 눈치챈 한소은이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았다.“내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거죠? 당신의 반응이 왜 이렇게 밋밋한 거죠?”김서진의 반응은 너무 차분했다. 자신이 그를 속였지만, 그는 그저 화난 척만 했다.게다가 고 교수가 뒤를 봐준다는 건, 아니, 정확히 말해서 위에서 자기의 뒤를 봐준다는 건 확실히 안심될 만한 일이었다.만약 위에서 벌써 이 조직을 노리고 있었다면, 무력을 동원하든 다른 방면으로 든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예를 들면 출입국 제한이라던가 검거 등이 훨씬 편리해질 것이다.그들의 힘이 아무리 강해도, 그래 봤자 개인일 뿐이다.국가가 뒤를 봐주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입술 끝을 어루만지며 김서진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러다 잠시 읊조린 후 에야 말했다.“나도 당신한테 할 말이 있어요. 하지만 당신도 화내지 마요.”“네??”김서진이 이렇게 나올 줄 몰랐던 한소은은
한소은은 머리를 재빨리 돌리며 바로 답을 찾았다.“고 교수가 말해준 거예요?”김서진의 눈썹을 추켜세우고 있었지만 그의 눈빛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젠장!!”한소은이 참을 수 없어 욕설을 뱉어 내었다.그녀는 어이없음이 극에 달했다.“이 고 교수가 정말! 나에게 꼭 비밀을 지켜달라고 신신당부하고, 사건의 심각성을 거듭 강조하면서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바로 당신에게…….”“이렇게 입이 가벼운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중요한 기밀을 맡을 수 있는 거죠!”한소은은 화가 나서 말했다.지금 고 교수가 자기 앞에 없다는 것이 화가 났다.그렇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그를 심하게 꾸짖었을 것이다.김서진은 웃으며 한소은에게 말했다.“이 일은 고 교수 탓이 아니에요. 그는 확실히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았어요. 정확히 말하면 우리는 비밀을 알고 있는 제삼자일 뿐이에요.”“그게 무슨 소리예요?”한소은은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그러니까, 그는 당신과 함께 일해야 하지만 동시에 우리 김씨 그룹과도 함께 일한다는 말이죠.”김서진이 천천히 말했다.“전의 백신 프로젝트는 우리 김씨 그룹이 맡았다는 거 잊지 않았겠죠? 국가가 필요로 하는 곳에 우리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어요. 김씨 그룹도 여러 가지 기여를 했거든요. 게다가 진 부장의 변덕은 위에서 눈치채지 못한 게 아니에요. 그러나 최근 그가 병을 앓고 집에 있어 이 일은 잠시 내버려둔 거예요.”“진부장은…….”한소은은 진정기를 대신해 변명하려 했지만, 그도 어쩔 수 없었던 일이었다.김서진은 손을 들며 말했다.“나도 알아요. 하지만 이 일은 위에서 아직 몰라요. 그들에게 알릴 계획도 없고요. 진부장 몸속에 독이 해독되고 정신을 차린 후에 다시 상의해요.”여기까지 말하고 김서진은 눈썹을 찌푸리며 말을 이어갔다.“다만 이렇게 계속 시간을 끈다면 아마 오래 속일 수 없을 거예요.”그는 또한 한소은의 스트레스를 이해할 수 있었다. 많은 경우 사람이 구세주가 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이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