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소은의 말이 끝났지만, 김서진은 입을 열 기미가 없었다.그러자 한소은이 손가락으로 김서진을 쿡 찔렀다.“이게 다예요.”“네.”김서진이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네?”한소은은 그의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되물었다.“고작 이런 반응이에요?”그녀의 모습을 본 김서진은 웃었다.“아니면요? 이렇게 내게 말한다는 건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다는 거죠. 이제 이렇게 강력한 후원자와 지원군이 있는데, 내가 더 할 말이 있겠어요? 내 아내가 너무 유능하다고 칭찬하는 것 외에 다른 말이 없잖아요.”한소은이 코를 찡긋거리며 말했다.“뭔가 질투하는 느낌인데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내가 일부러 당신을 속이려고 한 게 아니에요. 사실 고 교수가 이 일을 내게 얘기한 지 얼마 안 됐고, 게다가 그쪽에서는…… 당신도 알잖아요.”연구에 관한 건 무슨 말이든 다 비밀이다. 사실 김서진에게는 그녀가 숨길 필요가 없었다. 이런 일들은 그도 다 알고 있는 일들이다.“알아요.”김서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윽하게 한숨을 쉬었다.한소은은 멍해졌다.어딘가 수상한 낌새를 눈치챈 한소은이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았다.“내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거죠? 당신의 반응이 왜 이렇게 밋밋한 거죠?”김서진의 반응은 너무 차분했다. 자신이 그를 속였지만, 그는 그저 화난 척만 했다.게다가 고 교수가 뒤를 봐준다는 건, 아니, 정확히 말해서 위에서 자기의 뒤를 봐준다는 건 확실히 안심될 만한 일이었다.만약 위에서 벌써 이 조직을 노리고 있었다면, 무력을 동원하든 다른 방면으로 든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예를 들면 출입국 제한이라던가 검거 등이 훨씬 편리해질 것이다.그들의 힘이 아무리 강해도, 그래 봤자 개인일 뿐이다.국가가 뒤를 봐주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입술 끝을 어루만지며 김서진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러다 잠시 읊조린 후 에야 말했다.“나도 당신한테 할 말이 있어요. 하지만 당신도 화내지 마요.”“네??”김서진이 이렇게 나올 줄 몰랐던 한소은은
한소은은 머리를 재빨리 돌리며 바로 답을 찾았다.“고 교수가 말해준 거예요?”김서진의 눈썹을 추켜세우고 있었지만 그의 눈빛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젠장!!”한소은이 참을 수 없어 욕설을 뱉어 내었다.그녀는 어이없음이 극에 달했다.“이 고 교수가 정말! 나에게 꼭 비밀을 지켜달라고 신신당부하고, 사건의 심각성을 거듭 강조하면서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바로 당신에게…….”“이렇게 입이 가벼운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중요한 기밀을 맡을 수 있는 거죠!”한소은은 화가 나서 말했다.지금 고 교수가 자기 앞에 없다는 것이 화가 났다.그렇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그를 심하게 꾸짖었을 것이다.김서진은 웃으며 한소은에게 말했다.“이 일은 고 교수 탓이 아니에요. 그는 확실히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았어요. 정확히 말하면 우리는 비밀을 알고 있는 제삼자일 뿐이에요.”“그게 무슨 소리예요?”한소은은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그러니까, 그는 당신과 함께 일해야 하지만 동시에 우리 김씨 그룹과도 함께 일한다는 말이죠.”김서진이 천천히 말했다.“전의 백신 프로젝트는 우리 김씨 그룹이 맡았다는 거 잊지 않았겠죠? 국가가 필요로 하는 곳에 우리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어요. 김씨 그룹도 여러 가지 기여를 했거든요. 게다가 진 부장의 변덕은 위에서 눈치채지 못한 게 아니에요. 그러나 최근 그가 병을 앓고 집에 있어 이 일은 잠시 내버려둔 거예요.”“진부장은…….”한소은은 진정기를 대신해 변명하려 했지만, 그도 어쩔 수 없었던 일이었다.김서진은 손을 들며 말했다.“나도 알아요. 하지만 이 일은 위에서 아직 몰라요. 그들에게 알릴 계획도 없고요. 진부장 몸속에 독이 해독되고 정신을 차린 후에 다시 상의해요.”여기까지 말하고 김서진은 눈썹을 찌푸리며 말을 이어갔다.“다만 이렇게 계속 시간을 끈다면 아마 오래 속일 수 없을 거예요.”그는 또한 한소은의 스트레스를 이해할 수 있었다. 많은 경우 사람이 구세주가 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이 그
오이연의 질문에 서한은 입술을 오므리고는 담담하게 말했다.“누구도 나를 강요하지 않았으니, 그렇게 말할 필요도 없어요. 당신에게 미안하다는 거 잘 알아요. 하지만 이렇게 서로 감정 소모해서 서로에게 좋을 거 없잖아요. 빨리 벗어나는 것이 나아요.”“벗어난다고요? 이제 우리의 결혼은 당신에게 속박이라는 거예요?”오이연이 눈물을 겨우 삼키며 물었다.“오이연!”서한은 이렇게 이름으로 그녀를 부르는 게 흔치 않았다.그는 고개를 들어 오이연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약간 차가워졌다.“더 이상 할 말도 없고 설명할 것도 없어요. 그저 내가 남아시아에서 죽었다고 생각해요. 난 당신을 찾아오지 말았어야 했어요. 내가 잘못한 거예요. 지금, 이 잘못을 바로잡아야 해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서한의 눈빛은 너무나 차가웠다. 오이연은 그를 한사코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눈에서 조금이라도 사랑을 찾으려 했지만, 보이는 것은 차가움뿐이었다.그것은 오이연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비록 그가 통제당하고 세뇌 당했더라도, 그런 눈빛은 여전히 그녀의 마음을 깊게 찔렀다.꽉 쥔 손의 손톱이 손바닥에 박혀 오이연의 살과 가슴을 찔렀다.“아니, 당신은 남아시아에서 죽지 않았어요. 내게 돌아왔잖아요. 당신이 죽었다고 생각할 수 없어요.”오이연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 일어서서 혼인 서류를 들고 서한을 향해 흔들었다.“난 당신이 날 사랑하든 안 하든, 당신이 뭘 위해서 든 간에 이혼하지 않을 거예요! 만약 당신이 이렇게 버틴다면 좋아요. 그럼, 법원에 가서 고소해요! 절차를 천천히 밟아보죠!”말을 마치고 오이연은 몸을 돌려 나갔다.마음속으로는 서한이 말을 바꾸고 자기를 만류할 것이라는 조금의 희망을 품고 있었다.그러나 다음 순간에 아주 가벼운 한숨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서한이 가볍게 말했다. “그럼, 당신 마음대로 해요!”이 말을 들은 오이연은 순간적으로 방어를 깨고 몸을 확 돌렸다.“서한 씨!!!”자신을 등지고 있는 휠체어를 보고, 오이연은 서너 걸음 걸어가 서
그러나 바로 그때, 왜소한 사람은 마치 눈치챈 듯 재빨리 몸을 돌렸다.“이번에는 어때?”남자가 입을 여니 귀에 거슬리는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그가 갑작스럽게 몸을 돌리자 검은 그림자는 그 자리에서 멈추었다. 검은 그림자의 손은 아직 공중에 떠 있었다.“지난번보다 나아졌어요.”“흥!”남자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더니 웃으며 말했다.“매번 그렇게 말하지. 하지만 매번 다 나아지지 않았어! 가끔 정말 의심이 들기도 해. 내 병이 너무 어려운 건지, 아니면 네가 너무 어리석은 건지 모르겠단 말이야!”그런 점잖지 않은 조소에도 검은 그림자는 고개를 떨구고 한마디 반박도 하지 않았다.차갑게 그녀를 한 번 곁눈질하며 남자가 몸을 돌리더니 한쪽 팔의 옷을 올리며 팔을 내밀었다.“자!”남자가 콧방귀를 뀌자 검은 그림자가 다가와 빠르고 민첩하게 알코올 솜으로 소독한 다음 바늘을 찔렀다.물약이 혈관을 타고 들어갔지만, 남자의 표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다만 미간을 찌푸리더니, 이어서 바늘이 뽑혔다.“후…….”한숨을 돌리고 나서 남자는 느릿느릿 옷소매를 다시 걸쳤다.검은 그림자는 바늘을 내려놓고 분주하게 물건을 챙기고 있었다.가녀린 뒷모습이 자신을 향하자 남자는 의자에 앉아서 말했다.“내일 아침, 한소은이 여기 와서 우리 부서에 합류할 거야! 두렵지 않나?”등을 돌린 검은 그림자는 잠시 멈칫했다.이내 자기 일을 계속했다. 하지만 그녀의 말투에는 전혀 개의치 않는 태도가 가득했다.“조직에서 왜 그 여자를 그렇게 아끼는지, 왜 그렇게 믿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조직의 결정을 존중합니다.”“왜, 불만이 있는 거야?”남자는 눈썹을 추켜세우며 허허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너는 네가 그녀보다 낫다는 것을 증명할 만한 어떤 유리한 증명도 내놓지 못했지.”“나는 내가 기여한 완성품이 조직에 내 능력을 믿게 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나는 누구보다 조직에 충성심을 가졌다는 걸 사장님도 알거라 믿어요.”그녀가 몸을 돌리자, 반쯤은 빛나고 반쯤은 어둡
‘거짓 죽음’이라는 말을 들으니, 주효영의 아픈 곳을 찔렀다.그녀의 얼굴에 매서운 표정이 스쳐 쏜살같이 지나갔다.“이 일은 보스가 계획한 거잖아요.”주효영은 눈꺼풀을 치켜들며 자기 앞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그녀의 뇌에는 조각난 기억들이 걷잡을 수 없이 지나갔다.자신이 해외에서 유학한 몇 년 동안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쉽지 않았다. 해외에서 외국인에 대한 차별은 뼛속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다.그녀는 밖에서 탑의 자리에 오르고 싶었지만, 항상 다른 사람에 의해 가로막혔다.지도교수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탑의 실력은 닿을 수조가 없었다.그 연구소들은 항상 그녀를 무시하고 따돌렸다.바로 그때, 이 남자가 나타났다.사실 그 시절은 꿈만 같았다.진가연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뚱뚱하고 몸이 허약하게 만들었다. 모두 눈앞의 이 남자가 그녀에게 준 아이디어였다.하지만 그가 갑자기 사라졌다. 흔적도 없이 사라졌었다.마치 그녀의 앞에 나타났을 때와같이 갑작스러웠다.어떤 때 주효영은 자신이 꿈을 꾼 것인지, 그런 사람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 모든 것이 자신의 무의식인지 의심하기도 했다.그리고 주효영이 거의 잊어버릴 즈음, 이 남자가 다시 나타나 그녀가 탑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했을 뿐만 아니라, 그녀에게 무한한 지원을 해주었다.주효영은 마침내 성공했고, 몇 가지 실험 성과에서 모두 큰 성과를 거두었고, 많은 상을 받았다.주효영은 이 실험을 사랑했고, 바이러스와 병리학적 구조에 열중했다.그리고 그 남자는 그녀를 끊임없이 지지했다.어느 날 그는 사람의 정신과 육체를 통제하고 심지어 자신도 모르게 완전히 조종할 수 있는 약을 고안해냈다.처음에 그녀는 긴장하고 놀랐다. 이런 아이디어는 듣기만 해도 악의로 가득 차 있었고 거대한 음모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았다.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주효영은 기꺼이 받아들이고 동의했다.남자가 그녀의 은인이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녀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뼛속부터 그
창밖에는 불이 환하게 켜져 있고, 빌딩의 절반의 불이 켜져 있다.이렇게 많은 사람이 야근하고 있다. 모두 죽도록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대부분 사람은 사실 그들이 밤낮없이 고안해 낸 것이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이 아니라 사람을 통제하는 정신성 약물이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한다.이런 것들이 세상에 나와 합법적인 방법으로 모든 사람에게 주입될 때까지 기다린다면, 모두가 남자의 꼭두각시가 될 것이다.“보스, 시치미 떼지 마세요. 여기엔 나 말고 다른 사람도 없어요. 만약 보스가 일부러 임상언에게 원철수를 놓아주게 하지 않았다면 내가 어떻게 폭로될 수 있었겠어요? 원씨 가문의 사람들이 날 물고 늘어질 일도 없었겠죠.” “사실 이 모든 건 당신의 통제 속에 있잖아요. 나도 그저 바둑알일 뿐이에요.”주효영은 눈동자를 내리깔고, 눈 속의 감정을 숨기고 목소리 또한 유난히 평온했다.남자는 주효영의 목소리에서 기쁨과 분노를 알아들을 수 없었다.그녀는 처음부터 자신이 그들이 계획한 바둑알 중의 하나일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맞아, 그들!’이 조직은 절대 그녀와 보스 두 사람뿐만이 아니다.게다가 보스는 바로 가장 큰 두목도 아니었다.그녀는 조직에서 몇 년 동안 일하면서, 보스의 배후에 더 대단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만, 그녀가 알아내고 볼 기회가 없었다.그녀는 조직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모든 건 마지막 실험의 성공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제 그녀는 위기를 느꼈고, 조직은 그녀를 퇴장 시키려는 것 같았다.몇 초간 침묵이 흐르자 남자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어떻게 알아차렸어?”그는 부인하지도, 인정 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주효영에게 반문했다.이 말은 그녀가 추측한 것이 맞는다는 것을 설명한다.원철수는 확실히 그가 일부러 놓아준 것이다.“보스, 제가 몇 년 동안 보스 곁을 지켰는데 조직의 실력은 제가 아직 모를거라 생각해요? 만약 보스의 의도가 아니었다면, 임상언 씨가 어떻게 그 사람을 그렇게 쉽게 놓아줄 수 있겠어요?”“게다가
아침 8시, 김씨 집안 저택 앞에 검은색 차 한 대가 세워져 있었고 이와 동시에 한소은의 휴대폰도 울리기 시작했다.한소은은 위에 반짝이는 번호를 한 번 보고 눈동자를 늘어뜨리고 종료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미리 준비한 물건을 들고 컵에 남은 우유를 마신 후에야 김서진에게 말했다.“나 간다.”“뭔가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멈추고 언제든 연락해.”할 말은 이미 다 했으니 김서진도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이 한마디만 신신당부했다.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발을 들어 문밖으로 걸어가려고 했다.“소은아.”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한소은은 걸음을 멈추었다. 김서진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그녀를 꽉 껴안다. 그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그냥 그렇게 껴안기만 했다.김서진의 품은 매우 따뜻했고 마음을 달래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한소은은 잠시 멍해져 있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머리를 그의 어깨에 살짝 기대어 이 순간의 아늑함과 고요함을 즐겼다.사실 그들은 앞으로 직면하게 될 것은 매우 잔혹하고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만 정세에 쫓겨 누구도 물러설 권리가 없었던 것이었다.“시간이 얼마 안 남았어!”한소은은 김서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그 사람들은 인내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더 이상 미룰 필요도 없었다.김서진은 손을 떼어 팔을 내렸고 다시 그녀의 한쪽 손을 잡아당겼다.“내가 바래다줄게!”“…….”한소은은 필요 없다고 말하려다가 김서진의 얼굴을 한 번 보고 입가에 닿은 말을 삼키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가자!”김서진은 한소은의 손을 꽉 잡았고 손바닥에는 뜻밖에도 땀이 살짝 배어 있었고 표정도 매우 엄숙했다.김서진이 이렇게 긴장하는 것을 보기 드물어 한소은은 고개를 돌려 손가락으로 그의 손바닥을 가볍게 긁어 그를 좀 편안하게 하려고 했다.김서진은 멈추지 않았고 그녀를 보지도 않다. 단지 그녀의 손을 좀 더 꽉 잡았다.문 앞에 이르자 임상언은 이미 차 옆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그들이 함께 나오는 것을 보고도
“네!”이어폰의 소리는 사라졌다.확실히 필요 없었다.그들이 감히 이렇게 당당하게 사람을 데리러 온 이상 충분한 준비가 되어있을 것이다.게다가 그들은 매우 교활해서 이전의 CCTV에서도 그들의 동선이 거의 찍히지 않았고 김씨 가문의 인맥으로 조사해도 종종 잃어버렸다.하지만 지금은…….이미 더 이상 미행하느냐 안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들은 엄연히 공개적인 위치에 섰고 그 백신 연구 개발 기지는 가장 큰 은신처였다.김서진은 몸을 곧게 피고 눈을 살짝 가늘게 떴다.자기 아내는 이미 호랑이 굴속으로 들어갔고 자신도 가만히 있을 세 없이 많은 일들이 그가 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김서진은 뒤돌아 집으로 돌아가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아들이 카펫 위에 앉아 열심히 레고를 맞추는 것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고 다가가 그의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엄마 또 갔어요.”김준은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그는 입으로는 이렇게 말했지만 손의 동작은 조금도 멈추지 않았고 진지하게 모형 위치를 겨누고 있었다.“응.”김서진은 고개를 끄덕이자 김진의 말을 따라 말했다.“엄마가 곧 돌아올 거야.”“아니요.”작은 입에서 이 한 마디가 튀어나오자 그는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아버지의 말을 까발랐다.“엄마는 아주 오래 있어야 돌아올 것이에요!”김서진은 조금 뜻밖이어서 눈을 크게 뜨고 한 손으로 턱을 괴며 고개를 기울여 아들을 보았다.“어떻게 알았어? 엄마가 그랬어?”김준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얼굴을 돌려 아버지를 마주했다.“엄마는 아주 중요한 일을 해야 해요. 전에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는데 저는 어린…… 사나이에요! 철들어야 하고 자라야 합니다!”그는 곰곰이 생각해 보니 대략적인 뜻을 알 수 있었지만 일관되게 표현하기에는 좀 어려웠다.작은 어른 같은 아들의 말에 김서진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너는 어린 사나이야. 철이 들어야 해!”하지만 다음 순간 손을 뻗어 아들의 머리를 문질렀다.“그런데 급하지 않아. 어른이 되는 것은 과정이 필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