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말 하지 마요!”한소은은 손을 들어 김서진의 입술을 가리며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당신이 목숨을 바치면 우리는 어떻게 해요? 그들은 돈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 내가 아이들과 어떻게 살라고요?”한소은이 조금 애교스럽고 진지한 모습을 보이자, 김서진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그는 한소은의 손을 끌어내리고 키스를 한 후 에야 말을 이어갔다.“농담하는 걸 보니 그래도 기분이 그렇게 나쁘지 않나 보네요.”“별로 나쁘지 않아요. 하지만 그렇다고 기분이 좋지도 않아요. 몇 개월째 두서조차 없어요. 이번에는 정말 복잡한 것 같아요. 계속 그들에게 끌려다니는 것 같아요.”한소은은 입술을 내밀며 약간 주눅이 들었다.그전에는 항상 자신만만했지만, 지금은 조금 맥이 빠졌다.“왜요?”김서진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쓰다듬었다. 마치 털을 세운 고양이를 달래는 것 같았다. 부드럽게 움직이는 손은 이상하게도 마음을 가라앉히는 힘을 가졌다.김서진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한소은은 머리를 치우쳐 곰곰이 생각한 후 에야 말했다.“사실 최근 몇 개월간의 일을 잘 생각해 보면 모두 인과관계가 있는 것 같아요.”김서진도 그녀의 모습을 따라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어떤 인과관계요?”“사실 이 실험은 가장 먼저 실험기지에서 시작했어요. 내 생각에 이 교수님도 그들에게 이용당했던 거 같아요. 애초에 실험은 모두 허울이었어요. 그들은 실험기지, 인원, 그리고 초보적인 구상을 빌려서 그들이 하고 싶은 실험을 하려고 했던 거예요. 다만 내가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이에요.”“음.”김서진은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분석에 귀를 기울이며 끼어들지 않았다.한소은은 계속해서 말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아시아에서 전염병이 돌기 시작했어요. 보기에는 아무 상관도 없지만, 그들이 개발한 바이러스와 인과관계가 있는 거 같아요. 그리고 서한 씨 일도 그래요. 서한 씨의 일이 그들과 정확히 어떤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 직감으로는 그
“그러니까, 해독하려면 이 두 가지 방면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말인가요?”김서진은 이렇게 말하면서 무의식적으로 작업대에서 보글보글 김이 나는 한약을 보았다.“네.”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들어 반대편 위치를 가리켰다.“사실 당신의 독을 해독하면서부터 진작에 연구하고 있었어요. 당시 고 교수 쪽에서 전염병을 퇴치하는 약을 연구해 냈어요. 어제 고 교수로부터 약이 심사를 통과하여 곧 전염병에 걸린 모든 사람에게 나누어 줄 수 있다는 소식을 받았어요. 이번 전염병이 곧 끝나간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김서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랬다.최근 전염병은 전처럼 창궐하지 않았다.특히 국내는 거의 자취를 감춘 느낌이다. 남아시아에도 가장 끔찍한 시기를 지난 모양이다. 다만 지금은 후유증이 심각했다. 작게 전염이 되기도 했지만, 그 전에 비하면 훨씬 낫다.“전염병은 이제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아요. 가장 중요한 것은 독을 제거하는 거예요!”한소은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어두운 얼굴빛을 띠었다.“너무 무리하지 마요!”그녀의 근엄한 얼굴을 보며 김서진은 조금 고려하고 조금 안쓰러워했다.김서진은 항상 한소은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좋아했다.그녀는 마치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면 빛을 발하는 사람처럼 일에 집중했다.그것이 바로 김서진이 그렇게 한소은을 아끼는 이유였고 그녀의 배 속에 있는 아기들을 걱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멈추도록 입을 열지 않았던 이유이다.김서진은 한소은에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 있기 때문에 ‘그녀를 위해서’라는 말로 그녀를 가두고, 그녀의 발길을 묶고, 사랑이라는 이름의 굴레에 그녀를 가둬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마음이 아픈 것도 사실이다.이렇게 오랫동안 그녀가 다시 일에 몰두하고 연구개발과 실험을 해도 지금처럼 힘들지는 않았다.요즘 더러 분주하게 뛰어다닐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위험에 직면해 있다.어려서부터 여러 가지 시험과 위험에 직면했고, 납치와 살해당하기도 했지만, 김서진은 한소은
“나는 당신이 그런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믿어요. 당신이 할 수 있다고 믿어요!”김서진은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다만, 우리의 힘은 결국 한계가 있어요. 더구나 이 일은 우리의 책임과 짐이 아니에요.”한소은은 약간 뒤로 기대어 그와 거리를 두고 눈을 크게 뜨며 그를 자세히 살펴보았다.그러고는 그녀의 눈동자에는 놀람이 있었다.“왜 그래요?”김서진은 한소은의 어깨를 끌어안은 손을 약간 풀고 물었다.“내 말이 틀렸나요?”그러자 한소은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요! 난 당신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몰랐어요!”이렇게 말하자, 한소은은 매우 흥분해야 하며 기운을 차린 목소리로 말했다.“사실 당신에게 말하지 않은 것이 있어요. 말하기 전에 먼저 화내지 않겠다고 약속해 줘요.”한소은은 손가락 하나를 앞세운 후 진지하고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그러자 김서진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웃음을 참았다.“뭔데요? 말해봐요!”“안 돼요. 먼저 화내지 않겠다고 약속해 줘요. 그래야 말할 거예요.”두 사람은 서로와 함께하겠다고 결심했을 때 말했었다.서로에게 숨기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무슨 일이 있으면 꼭 함께 상의해야 한다.김서진이 남아시아에서 위험에 처했을 때 한소은에게 먼저 알리지 않아 그녀가 오랫동안 걱정했었다.또한 화가 났다. 나중에 두 사람은 다시 한번 강조하며 결심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서로에게 숨기지 않기로.그러나, 이번에는 한소은이 약속을 어겼다.김서진을 속이고 먼저 했기 때문에, 사실 한소은의 마음이 뜨끔했다.김서진은 한소은의 작은 머릿속에서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런 한소은의 모습이 재미있었다.일부러 그렇게 말해 분위기를 조금 풀려는 속셈이었다.“하지만 당신이 말하지 않으면 내가 화가 나는지 어떻게 알겠어요? 그리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얘기했던 것 같은데, 서로에게 숨기지 않고 모든 일을 상의하겠다고. 왜, 얼마 지나지도 않고 벌써…….”“내 잘못이에요, 인정해요! 그래서 들어줄 거예요? 말 거에요?”
한소은의 말이 끝났지만, 김서진은 입을 열 기미가 없었다.그러자 한소은이 손가락으로 김서진을 쿡 찔렀다.“이게 다예요.”“네.”김서진이 무미건조하게 대답했다.“네?”한소은은 그의 반응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되물었다.“고작 이런 반응이에요?”그녀의 모습을 본 김서진은 웃었다.“아니면요? 이렇게 내게 말한다는 건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다는 거죠. 이제 이렇게 강력한 후원자와 지원군이 있는데, 내가 더 할 말이 있겠어요? 내 아내가 너무 유능하다고 칭찬하는 것 외에 다른 말이 없잖아요.”한소은이 코를 찡긋거리며 말했다.“뭔가 질투하는 느낌인데요? 아까도 말했잖아요. 내가 일부러 당신을 속이려고 한 게 아니에요. 사실 고 교수가 이 일을 내게 얘기한 지 얼마 안 됐고, 게다가 그쪽에서는…… 당신도 알잖아요.”연구에 관한 건 무슨 말이든 다 비밀이다. 사실 김서진에게는 그녀가 숨길 필요가 없었다. 이런 일들은 그도 다 알고 있는 일들이다.“알아요.”김서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윽하게 한숨을 쉬었다.한소은은 멍해졌다.어딘가 수상한 낌새를 눈치챈 한소은이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았다.“내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거죠? 당신의 반응이 왜 이렇게 밋밋한 거죠?”김서진의 반응은 너무 차분했다. 자신이 그를 속였지만, 그는 그저 화난 척만 했다.게다가 고 교수가 뒤를 봐준다는 건, 아니, 정확히 말해서 위에서 자기의 뒤를 봐준다는 건 확실히 안심될 만한 일이었다.만약 위에서 벌써 이 조직을 노리고 있었다면, 무력을 동원하든 다른 방면으로 든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예를 들면 출입국 제한이라던가 검거 등이 훨씬 편리해질 것이다.그들의 힘이 아무리 강해도, 그래 봤자 개인일 뿐이다.국가가 뒤를 봐주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입술 끝을 어루만지며 김서진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러다 잠시 읊조린 후 에야 말했다.“나도 당신한테 할 말이 있어요. 하지만 당신도 화내지 마요.”“네??”김서진이 이렇게 나올 줄 몰랐던 한소은은
한소은은 머리를 재빨리 돌리며 바로 답을 찾았다.“고 교수가 말해준 거예요?”김서진의 눈썹을 추켜세우고 있었지만 그의 눈빛은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젠장!!”한소은이 참을 수 없어 욕설을 뱉어 내었다.그녀는 어이없음이 극에 달했다.“이 고 교수가 정말! 나에게 꼭 비밀을 지켜달라고 신신당부하고, 사건의 심각성을 거듭 강조하면서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바로 당신에게…….”“이렇게 입이 가벼운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중요한 기밀을 맡을 수 있는 거죠!”한소은은 화가 나서 말했다.지금 고 교수가 자기 앞에 없다는 것이 화가 났다.그렇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그를 심하게 꾸짖었을 것이다.김서진은 웃으며 한소은에게 말했다.“이 일은 고 교수 탓이 아니에요. 그는 확실히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았어요. 정확히 말하면 우리는 비밀을 알고 있는 제삼자일 뿐이에요.”“그게 무슨 소리예요?”한소은은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그러니까, 그는 당신과 함께 일해야 하지만 동시에 우리 김씨 그룹과도 함께 일한다는 말이죠.”김서진이 천천히 말했다.“전의 백신 프로젝트는 우리 김씨 그룹이 맡았다는 거 잊지 않았겠죠? 국가가 필요로 하는 곳에 우리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어요. 김씨 그룹도 여러 가지 기여를 했거든요. 게다가 진 부장의 변덕은 위에서 눈치채지 못한 게 아니에요. 그러나 최근 그가 병을 앓고 집에 있어 이 일은 잠시 내버려둔 거예요.”“진부장은…….”한소은은 진정기를 대신해 변명하려 했지만, 그도 어쩔 수 없었던 일이었다.김서진은 손을 들며 말했다.“나도 알아요. 하지만 이 일은 위에서 아직 몰라요. 그들에게 알릴 계획도 없고요. 진부장 몸속에 독이 해독되고 정신을 차린 후에 다시 상의해요.”여기까지 말하고 김서진은 눈썹을 찌푸리며 말을 이어갔다.“다만 이렇게 계속 시간을 끈다면 아마 오래 속일 수 없을 거예요.”그는 또한 한소은의 스트레스를 이해할 수 있었다. 많은 경우 사람이 구세주가 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이 그
오이연의 질문에 서한은 입술을 오므리고는 담담하게 말했다.“누구도 나를 강요하지 않았으니, 그렇게 말할 필요도 없어요. 당신에게 미안하다는 거 잘 알아요. 하지만 이렇게 서로 감정 소모해서 서로에게 좋을 거 없잖아요. 빨리 벗어나는 것이 나아요.”“벗어난다고요? 이제 우리의 결혼은 당신에게 속박이라는 거예요?”오이연이 눈물을 겨우 삼키며 물었다.“오이연!”서한은 이렇게 이름으로 그녀를 부르는 게 흔치 않았다.그는 고개를 들어 오이연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약간 차가워졌다.“더 이상 할 말도 없고 설명할 것도 없어요. 그저 내가 남아시아에서 죽었다고 생각해요. 난 당신을 찾아오지 말았어야 했어요. 내가 잘못한 거예요. 지금, 이 잘못을 바로잡아야 해요.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서한의 눈빛은 너무나 차가웠다. 오이연은 그를 한사코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눈에서 조금이라도 사랑을 찾으려 했지만, 보이는 것은 차가움뿐이었다.그것은 오이연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비록 그가 통제당하고 세뇌 당했더라도, 그런 눈빛은 여전히 그녀의 마음을 깊게 찔렀다.꽉 쥔 손의 손톱이 손바닥에 박혀 오이연의 살과 가슴을 찔렀다.“아니, 당신은 남아시아에서 죽지 않았어요. 내게 돌아왔잖아요. 당신이 죽었다고 생각할 수 없어요.”오이연은 숨을 크게 들이쉬고 일어서서 혼인 서류를 들고 서한을 향해 흔들었다.“난 당신이 날 사랑하든 안 하든, 당신이 뭘 위해서 든 간에 이혼하지 않을 거예요! 만약 당신이 이렇게 버틴다면 좋아요. 그럼, 법원에 가서 고소해요! 절차를 천천히 밟아보죠!”말을 마치고 오이연은 몸을 돌려 나갔다.마음속으로는 서한이 말을 바꾸고 자기를 만류할 것이라는 조금의 희망을 품고 있었다.그러나 다음 순간에 아주 가벼운 한숨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서한이 가볍게 말했다. “그럼, 당신 마음대로 해요!”이 말을 들은 오이연은 순간적으로 방어를 깨고 몸을 확 돌렸다.“서한 씨!!!”자신을 등지고 있는 휠체어를 보고, 오이연은 서너 걸음 걸어가 서
그러나 바로 그때, 왜소한 사람은 마치 눈치챈 듯 재빨리 몸을 돌렸다.“이번에는 어때?”남자가 입을 여니 귀에 거슬리는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그가 갑작스럽게 몸을 돌리자 검은 그림자는 그 자리에서 멈추었다. 검은 그림자의 손은 아직 공중에 떠 있었다.“지난번보다 나아졌어요.”“흥!”남자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더니 웃으며 말했다.“매번 그렇게 말하지. 하지만 매번 다 나아지지 않았어! 가끔 정말 의심이 들기도 해. 내 병이 너무 어려운 건지, 아니면 네가 너무 어리석은 건지 모르겠단 말이야!”그런 점잖지 않은 조소에도 검은 그림자는 고개를 떨구고 한마디 반박도 하지 않았다.차갑게 그녀를 한 번 곁눈질하며 남자가 몸을 돌리더니 한쪽 팔의 옷을 올리며 팔을 내밀었다.“자!”남자가 콧방귀를 뀌자 검은 그림자가 다가와 빠르고 민첩하게 알코올 솜으로 소독한 다음 바늘을 찔렀다.물약이 혈관을 타고 들어갔지만, 남자의 표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다만 미간을 찌푸리더니, 이어서 바늘이 뽑혔다.“후…….”한숨을 돌리고 나서 남자는 느릿느릿 옷소매를 다시 걸쳤다.검은 그림자는 바늘을 내려놓고 분주하게 물건을 챙기고 있었다.가녀린 뒷모습이 자신을 향하자 남자는 의자에 앉아서 말했다.“내일 아침, 한소은이 여기 와서 우리 부서에 합류할 거야! 두렵지 않나?”등을 돌린 검은 그림자는 잠시 멈칫했다.이내 자기 일을 계속했다. 하지만 그녀의 말투에는 전혀 개의치 않는 태도가 가득했다.“조직에서 왜 그 여자를 그렇게 아끼는지, 왜 그렇게 믿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조직의 결정을 존중합니다.”“왜, 불만이 있는 거야?”남자는 눈썹을 추켜세우며 허허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너는 네가 그녀보다 낫다는 것을 증명할 만한 어떤 유리한 증명도 내놓지 못했지.”“나는 내가 기여한 완성품이 조직에 내 능력을 믿게 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나는 누구보다 조직에 충성심을 가졌다는 걸 사장님도 알거라 믿어요.”그녀가 몸을 돌리자, 반쯤은 빛나고 반쯤은 어둡
‘거짓 죽음’이라는 말을 들으니, 주효영의 아픈 곳을 찔렀다.그녀의 얼굴에 매서운 표정이 스쳐 쏜살같이 지나갔다.“이 일은 보스가 계획한 거잖아요.”주효영은 눈꺼풀을 치켜들며 자기 앞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그녀의 뇌에는 조각난 기억들이 걷잡을 수 없이 지나갔다.자신이 해외에서 유학한 몇 년 동안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쉽지 않았다. 해외에서 외국인에 대한 차별은 뼛속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다.그녀는 밖에서 탑의 자리에 오르고 싶었지만, 항상 다른 사람에 의해 가로막혔다.지도교수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탑의 실력은 닿을 수조가 없었다.그 연구소들은 항상 그녀를 무시하고 따돌렸다.바로 그때, 이 남자가 나타났다.사실 그 시절은 꿈만 같았다.진가연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뚱뚱하고 몸이 허약하게 만들었다. 모두 눈앞의 이 남자가 그녀에게 준 아이디어였다.하지만 그가 갑자기 사라졌다. 흔적도 없이 사라졌었다.마치 그녀의 앞에 나타났을 때와같이 갑작스러웠다.어떤 때 주효영은 자신이 꿈을 꾼 것인지, 그런 사람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 모든 것이 자신의 무의식인지 의심하기도 했다.그리고 주효영이 거의 잊어버릴 즈음, 이 남자가 다시 나타나 그녀가 탑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했을 뿐만 아니라, 그녀에게 무한한 지원을 해주었다.주효영은 마침내 성공했고, 몇 가지 실험 성과에서 모두 큰 성과를 거두었고, 많은 상을 받았다.주효영은 이 실험을 사랑했고, 바이러스와 병리학적 구조에 열중했다.그리고 그 남자는 그녀를 끊임없이 지지했다.어느 날 그는 사람의 정신과 육체를 통제하고 심지어 자신도 모르게 완전히 조종할 수 있는 약을 고안해냈다.처음에 그녀는 긴장하고 놀랐다. 이런 아이디어는 듣기만 해도 악의로 가득 차 있었고 거대한 음모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알았다.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주효영은 기꺼이 받아들이고 동의했다.남자가 그녀의 은인이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녀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뼛속부터 그
소은은 고개를 들어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한 가지 이상한 게 있어요.”“무슨 일이에요?” 임남을 달래던 임상언이 무심히 되물었다.“로사 왕자는 감금된 것이 아니라 그날 Y국으로 송환되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왜 그동안 로사 왕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던 걸까요?” 소은의 말에 임상언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겠죠. 신호가 나쁘거나 핸드폰을 확인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로사 왕자가 저희 연락을 거부하고 있을 수도...”두 사람은 잠시 눈을 마주쳤다. 말은 없었지만, 둘 다 이미 답을 얻은 듯했다. 로사 왕자가 그토록 연락을 피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도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건가?...3일 후. 소은은 마지막 침을 놓고 손을 거두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여왕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 시술로 폐하의 다리에 감각이 돌아오실 겁니다. 하지만 일어서는 건 천천히 시도하셔야 합니다. 너무 서두르시면 안 돼요.”소은은 말을 마치고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무엇 때문에 웃는 거지?” 여왕은 여전히 자신의 다리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이미 이틀 전부터 약간의 감각이 돌아왔음을 느낀 터라, 소은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가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사실 R10 실험을 고집하신다면 결국 폐하께서는 이 몸을 떠나게 되실 텐데, 제가 이 몸에 애쓰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여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한 거지?”“어쩌면, 폐하께서 마음을 바꾸실 지도 모르니까요.” 소은은 부드럽게 대답했다. “어쩌면 자신의 몸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우리 모두 이 세상에 올 때 두 손은 비어있지만, 이 몸만은 오로지 우리 자신의 것이죠. 몸마저 버리신다면, 그 영혼은 여전히 진짜 자신일 수 있을까요?”“그렇구나.” 여왕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
소은은 조용히 몸을 일으키며 여왕을 쳐다보았다. “물론이죠.” 소은은 담담하게 답했다. 그 대답에는 원망이나 비난의 기색은 전혀 없었다.“그렇다면... 조금 아쉽네.” 여왕은 생각에 잠긴 듯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입니다. 세상 모든 일은 균형을 맞추려 하죠. R10이 폐하께서 이루고자 하는 꿈이라면, 저는 그것을 막을 수 없어요. 다만, 그때가 되어 성공하든 실패하든, 저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할 테니 부디 후회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소은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 밖으로 나갔다.릭은 여전히 문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녀와 여왕의 대화가 거의 다 들렸던 듯, 둘의 시선이 잠시 교차했다. 소은이 그를 지나쳐 나가자, 릭은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여왕 폐하.” 릭은 여왕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다리에 꽂힌 은침을 보자 릭의 눈빛이 굳어졌다. “이건...”“괜찮아. 곧 소은이가 와서 침을 빼줄 거야.” 여왕은 무심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릭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 “폐하께서 너무 방심하시는 것 아닙니까? 만약 한소은이 폐하께...”“그럴 리 없다.” 여왕은 단호히 그의 말을 잘랐다.릭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설마 그 여자를 믿으시는 겁니까?”여왕은 대답 대신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녀도 릭의 질문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소은을 믿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누구도 쉽게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녀는 소은을 의심하지 않았다. 심지어 은침에 독이 묻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제가 가서 잡아오도록 하죠.”여왕이 생각에 잠기자 릭은 바로 뒤돌아섰다.“거기 서!”여왕은 결연히 말했다. “난 믿어.”릭은 한참을 침묵하며 여왕의 결정을 받아들였다....임상언은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비록 아들을 구하려는 결심을 굳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이 사라지는 듯했다.
소은은 허리춤에서 허리띠처럼 생긴 물건을 꺼내더니 조심스럽게 풀어내며, 그 안에 숨겨진 가느다란 은침을 꺼냈다.“이건...” 여왕은 깜짝 놀라며 소은을 쳐다봤다. 소은이가 은침을 항상 가지고 다닐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말해봐, 네 요구가 뭐지?” 여왕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너무 무리한 요구라면 거절하면 그만이다. 여왕은 절대 소은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소은은 차분하게 말했다. “제가 여기서 나올 수 있었던 건 로사 왕자님 덕분입니다. 그러니, 왕자님을 책망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그게 다야?” 여왕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소은이 여기까지 와서 자신과 조건을 따지는데, 결국 요구한 게 단지 로사를 처벌하지 말라는 거라니.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로사는 내 아들이다. 내가 정말 내 아들에게 손을 댈 리는 없지. 괜히 기회를 헛되게 쓴 건 아닌가?” 여왕은 고개를 저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전 폐하께서 정말 로사 왕자님께 처벌을 내리시지 않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왕자 폐하께서 저를 구해준 건 사실이기에 저도 왕자 폐하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소은은 조용히 말했다. “게다가 지금 왕자 폐하를 감금하시고 자유를 제한하고 계시지 않나요?”여왕은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니야. 난 단지 로사를 Y국으로 돌려보냈을 뿐이야.”“로사가 여기서 내 일을 여러모로 방해하긴 했지만, 우리 모자 사이가 더 악화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로사가 필요하니 Y국으로 돌려보낸 것뿐이다.” 여왕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런데 왜 왕자 폐하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죠?” 소은은 잠시 멈칫했다. 단지 귀국했다면 국제전화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연락이 닿지 않았기에 여왕이 로사를 가둬놓았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여왕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군. 그날 내가 화가 났던 건 사실이지만, 곧바로 Y국으로 돌아가도록
“삼일이면 됩니다.” 소은은 여왕을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삼일? 고작 삼일?” 여왕의 눈에는 믿기지 않는 놀라움이 서렸다. 그녀는 적어도 몇 달, 아니 최소한 몇 년은 걸릴 줄 알았다. 그러나 고작 삼일이라니, 그녀로서는 상상도 못 한 시간이었다.삼일쯤이야. 십 수년을 이렇게 버텨왔는데, 삼일쯤 더 기다린다고 달라질 게 뭐 있겠는가?“삼일 안에 정말 나아질 수 있는 건가? 내가 정말 다시 일어서서 걸을 수 있는 건가?” 여왕은 두 손으로 자신의 다리를 힘껏 눌렀지만 여전히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그녀는 소은의 말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이 다리가 감각을 잃은지 너무 오래되어 치료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왕은 여러 나라의 명의를 찾아 다녔지만, 그들은 단지 병의 악화를 늦출 수 있을 뿐 다리를 완전히 회복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었다. 그러나 지금 소은은 그녀 앞에 서서 확신에 찬 얼굴로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을 믿고 싶어졌다.“이전처럼 완벽하게 걸을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순 없어요. 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서 근육이 많이 위축됐거든요. 하지만 서서히 일어나서 조금씩 회복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소은은 진지한 어조로 답했다.여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정도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젊었을 때처럼 완전히 회복되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휠체어와 지팡이 없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그녀에겐 더할 나위 없는 희망이었다.“좋아. 삼일, 기다리겠네. 필요한 게 있나?” 여왕은 기분이 좋아져 말을 한층 부드럽게 했다.“임남...” 소은이 말을 꺼내자마자 여왕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그건 안 돼. 그런 요구는 하지 마라.”“제가 말한 건 임남을 바로 풀어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그 아이가 괜찮은지 알고 싶고, 가능하다면 아버지와 한 번 만날 기회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실험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저와 프레드 뿐이기 때문입니다.” 소은은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아니면 주효정을 믿으실 건가요?”“나는... 아무도 믿지 않아.” 여왕은 얼굴을 차갑게 굳히며 휠체어를 돌렸다.“여왕 폐하께서 이 실험에 집착하고 계시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가요? 세상을 둘러보고 싶다거나,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으신가요? 수십 년간 왕좌에 오르셨지만, 정말로 아직도 그 삶이 좋으신가요? 언제나 긴장하며 위태로운 자리를 견디는 고단한 나날, 정말 아직도 벗어나고 싶지 않으신가요?” 소은은 여왕의 등을 쳐다보며 부드럽게 물었다.여왕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무릎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그녀는 시선을 다리로 내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을 둘러본다? 나는... 걷는 게 어떤 느낌인지도 잊어버렸어.”여왕은 오랜 세월 동안 다리를 쓰지 않았고, 처음에는 억지로라도 일어설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태는 악화되었고 이제는 아예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휠체어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소은이 ‘세상을 둘러보라’는 말을 꺼내자 가슴이 아팠다.“만약... 폐하께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요? 제가 다시 걷게 해드린다면요?” 소은은 조용히 여왕의 뒤에 서서 말했다.여왕은 잠시 멈칫하더니,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며 휠체어를 돌려 소은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정말이냐?” 여왕의 눈에는 억누를 수 없는 희망과 깊은 의심이 뒤섞여 있었다.소은은 대답 대신 그녀의 시선을 천천히 여왕의 다리로 내리고, 천천히 다가가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여왕의 무릎 위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여왕은 살짝 몸을 떨었다. 사실, 그녀의 다리는 거의 완전히 감각을 잃은 상태라서 소은의 손길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아마도 너무나 간절히 다시 일어서고 싶기 때문이었을 것이다.소은은 아무 말 없이 여왕의
“맞아요, 임남 때문이기도 하지만, 폐하 때문이기도 합니다.” 소은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제가 정말로 떠나버렸다면, 가장 초조해지는 사람은 사실 여왕 폐하 아닐까요?”여왕은 코웃음을 치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초조해질 이유가 뭐지? 어차피 내 손엔 네 약점이 있잖아. 너를 다시 잡아오는 것도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고.”“약점이요? 임남 말씀이신가요?” 소은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잊지 마세요, 임남이는 제 아들이 아닙니다. 저에게는 제 친자식이 셋이나 있어요. 만약 제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임남을 포기해 제 아이들을 지키려 한다면, 그 약점이 과연 제게 약점이 맞을까요?”여왕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소은은 다시 말을 이었다. “게다가, 그 아이에겐 목숨을 걸고서라도 구하려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만약 임상언이 폐하께 끝까지 맞서기로 결심한다면...” “폐하께서야 높은 자리에 있으니 이런 평범한 상인을 하찮게 여기실 수 있지만, 임상언 씨가 단순한 상인이 아니라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임상언 씨의 사업은 세계 곳곳에 뻗어 있어요. 임상언 씨가 목숨을 걸 각오가 되어 있다면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겠죠. 혹시라도 바깥에 소문이 퍼져 폐하와 Y국의 명망이 손상된다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너...” 여왕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반박할 말이 당장 떠오르지 않았다.여왕이 화가 난 것을 보고, 소은은 한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화내지 마세요. 제가 돌아온 건 폐하를 자극하려는 게 아닙니다. 함께 최선의 방향을 찾고자 돌아온 거예요. 사실 폐하께서 H국에 오신 일이 밝혀진 건 아니지만, 꽤 오랜 시간 H국에 머물고 계셨습니다. 정말로 H국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여왕은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건 폐하의 체면을 살려드린 겁니다. 그러나 폐하께서 이곳에서 계속 머무르시며 혹여 무리수를 두신다면, 얼마나 더 체류하실 수 있을까요? Y국도 계속해서
릭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여왕은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리며 담담히 말했다. “소은을 데려와. 어디 한번 무슨 변명을 할지 들어보자. 또 어떤 이야기를 꾸며낼지 궁금하네.” 여왕은 휠체어를 살짝 돌려 더 이상 모니터를 보지 않았다.“여왕 폐하?” 릭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한소은이 거짓말을 할 걸 아시면서도 굳이 왜...” 그러나 여왕은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단호히 말했다. “듣고 싶어!” 이 한마디에 릭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곧장 소은이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소은이 정말로 잠이 들려고 하던 순간,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녀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눈을 뜨는 순간, 문이 열리면서 릭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왕께서 한소은 씨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소은은 차분한 표정으로 릭을 쳐다보았다. 마치 모든 상황을 예견한 듯 고요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와 동시에 임상언은 소은보다 먼저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문에 도착하자마자 릭이 손을 들어 그의 앞을 막았다. “그쪽은 남아 계시죠.” “뭐? 우리 둘은 같이 온 거야!” 임상언은 소은을 돌아보며 그녀에게 눈짓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릭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여왕 폐하께서 그쪽을 부르지 않았으니 여기 남으시죠.” 릭은 더 이상 임상언에게 말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소은은 임상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절 기다리고 있어요.” 임상언은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억지로 마음을 다스리며 그녀가 릭과 함께 방을 나서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조심해요.” 임상언은 소은을 향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소은은 미소를 지어 그에게 답했고, 릭을 따라 여왕의 방으로 향했다. 익숙한 길을 따라 걷는 그녀는 곧 여왕의 방에 도착했다. 릭이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여왕 폐하, 데려왔습니다
소은이 임상언을 데리고 대사관에 도착하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한 사람이 서둘러 소식을 알리러 가더니, 이내 주변 구석구석에서 누군가가 몰래 그들을 엿보는 기척이 느껴졌다. 곧이어, 소은이 잘 알고 있는 여왕의 측근 몇 명이 경계 어린 눈빛으로 다가와 그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들은 소은과 임상언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위험 물품을 소지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철저한 검사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경계가 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여왕을 만나지 못했고, 한적하고 깊숙한 방에 대기하도록 배정받았다. 오랜만에 돌아온 이곳은 소은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 익숙한 것은 이 장소였지만, 낯선 것은 지금의 마음가짐이었다. 예전에는 이곳이 싫고 불쾌하기만 했으며,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은 장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임무와 사명을 가지고 돌아왔고, 그녀의 목표는 단순히 여기를 떠나는 것이 아닌, 중요한 일을 완수하고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었다.반면, 임상언은 눈에 띄게 불안해 보였다. 그는 두 손을 맞잡고 무릎 위에 놓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다리를 가볍게 떨고 있었다. 소은은 그의 초조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임남을 생각하면 마음이 몹시 불안하고 조급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여기까지 왔으니 임남을 반드시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긴장 좀 풀어요.” 소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임상언은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발을 땅에 꾹 눌러 다리를 멈췄다. 겉으로는 조금 안정된 듯 보였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긴장감이 가득했고 미세하게 떨리는 얼굴 근육이 그의 불안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소은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두 사람은 한참을 기다렸지만, 여왕을 만나러 오라는 사람은커녕 상황을 확인하러 오는 사람조차 없었다. 긴장했던 임상언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대체 무슨 의도인 거죠? 왜 아직
“제발 부탁이에요. 안에서는 소은 씨 말만 따를게요. 소은 씨가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제발 절 데려가 주시면 안 돼요?” 임상언은 진심 어린 목소리로 소은에게 간청했다. 자존심은 이미 버린 지 오래였다. 아들을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그를 이 지경까지 이르게 했다. 소은이 반드시 돌아가겠다고 결심한 순간, 임상언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 자신이 함께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같이 가면 의심을 받거나 제지를 당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아니에요.” 임상언은 계속 설득을 이어갔다. “임남이 그 안에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잖아요. 제가 아들을 만나고 구하려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그리고 아들을 위해서 제 목숨을 바치는 것도 이해될 수 있는 일이죠. 그러니 제가 가는 게 가장 올바른 선택이에요.” 긴 침묵 끝에, 소은이 입을 열었다. “임상언 씨 말이 맞아요. 전 동의합니다.” 소은은 말을 마치고 서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서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저도 동의합니다.” 원청현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나도 동의하지.” 잠시 침묵하던 진정기 역시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동의합니다.” 마지막으로 원철수는 주변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고 손을 펼쳤다. “모두 동의했는데 내가 뭐라고 반대하겠어. 나도 찬성이야.” 사실 원철수의 의견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임상언에게 지지를 표현하는 의미였다. 임상언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들 고마워요.” “이게 뭔 감사할 일이라고. 어쨌든 안에 들어가면 절대 신중해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네 입으로 한 말 반드시 지켜!” 원철수는 그의 결심을 칭찬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원철수는 속으로 임상언의 결단에 감탄했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는 분명 최선을